개발이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0

사람은 언제 자신이 행복하다 느낄까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행복’이란 단어를 듣게 됩니다. 그 정도로 행복은 모두의 관심사죠. 언제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해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이 제각각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행복은 크게 보자면 ‘인정’과 ‘가치’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인정은 외부로부터 오는 행복이고 가치는 내가 느끼는 행복이라고 하죠. 이 둘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면 사람은 만족스럽고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직장이나 학교에서 보냅니다. 그렇기에 직업은 이 인정과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죠. 업무 환경이나 프로젝트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저 사람은 개발하고 있을 때 정말 행복해 보여.’
주변으로부터 행복한 개발자라 불리는 엔써즈이강산 님이 일하는 법을 살펴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이강산, D군
위치: 서울시 관악구
직업, 소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nswers Inc.
내 모바일 기기: 아이폰 4S
블로그: wiki.dgoon.net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강산: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예전부터 개발자에게 궁금했던 게 하나 있다.
이강산: 물어봐라.
신림동 캐리: IE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강산: 생각이 없다. 그 정도로 존재를 잊고 산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결제할 때는 IE창 쓰지 않나?
이강산: 아이폰만 있으면 인터넷뱅킹하기에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이로써 ‘개발자는 IE를 싫어한다.’는 내 편견이 더 굳어졌군.
이강산: 그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존재를 잊고 살 뿐이다.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이강산: 알프레드드랍존, Autossh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에버노트는 안 쓰나?
이강산: 아, 에버노트를 빼놓다니! 에버노트는 이미 분신과도 같아서 존재 자체를 망각한 것 같다. 일단 개인 스케쥴이건 회사 일이건 다 에버노트에 때려 넣는다. 이렇게 업무를 기록해놓으면 연말에 인사평가 받을 때 편하더라.

신림동 캐리: 주로 어디서 작업하나?
이강산: 주로 회사다. 아니면 낙성대역 ‘재쿠와 콩나무‘ 카페에 죽치고 있다. 주변의 왁자지껄한 화이트 노이즈가 집중도를 올려주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일하면서 음악은 안 듣는가?
이강산: 화이트 노이즈면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조용한 게 더 좋지 않나?
이강산: 적당한 소음을 더 선호해서 주변이 너무 조용할 때는 ‘rainymood‘라거나 홍대 카페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켜놓을 정도다. 중요한 건 주변이 시끄럽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이강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책상에 별거 없고 그냥 터미널에 키보드뿐이다.

신림동 캐리: 잠은 얼마만큼 자고 주로 언제 일하나?
이강산: 자는 시간은 대중없지만 대충 하루에 6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한 번에 몰아서 잔다기보다는 틈틈이 낮잠을 자서 피로를 푸는 편이다. 일하는 시간 역시 딱히 정해진 게 없다. 잘 되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는데 새벽에 아무래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주로 그때 일하게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하지 않을 때 하는 일은? ‘확산성 밀리언 아서’ 마니아시라고 들었다.
이강산: 확밀아는 접었다. 요즘은 주로 두 가지 덕질을 한다. 하나는 개인적인 취미 코딩을 하는 거고, 하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감상이다.
신림동 캐리: 진짜 코딩이 좋은가보다. 애니는 하루에 몇 쿨이나 보는가?
이강산: 몰아서 보는 타입이 아니고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본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좋아하는 애니는?
이강산: 안알랴줌.

그때 옆에서 ‘바케모노가타리!’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강산: 센죠가하라 히타기가 좋다.

신림동 캐리: 애니 좋아하시면 굿즈 같은 건 사나?
이강산: 2D는 모니터 속에 있을 때 의미가 있으므로 3D에는 관심 없다.
신림동 캐리: 그런데 여자친구는 있잖나.
이강산: 그럴 수도 있지.

신림동 캐리: 그럼 연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프라이스톤스 조민희 대표님이 ‘강산이 형은 종종 연애한다.’고 말씀하셨다.
이강산: 종종보다는 좀 더 자주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로서 연애의 어려움은 없나?
이강산: 직업이 개발자인 건 연애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는 야근이 많다거나 감정 전달 면에서 서툴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이강산: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야근이 거의 없다. 5년 전부터 해온 스터디 모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평일 저녁에도 종종 만난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 관련한 책은?
이강산: 스터디에서 <SICP> (Structure and Interpretation of Computer Programs / Harold Abelson, Gerald Jay Sussman, Julie Sussman 저 / MITPress)를 3년 동안 공부했다. 사람이 공부할 때 보통 계단식 학습 곡선을 따라가지 않나.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같은 업계에서 있는 선후배가 많은데 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비슷한 상황이나 한계에 부딪힌 경험이 있더라. 그런데 <SICP>를 읽으면서 ‘그 벽을 이런 방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세상에 이런 미친놈도 있구나’ 싶더라. 저런 경지가 있고 저기까지 가려면 이렇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준 책이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숫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본 기분이었다.
신림동 캐리: 이 책을 3년간 봤다고 하는데 그럼 몇 명이나 완수했는가?
이강산: 처음에 30명에서 시작해 결국 3명 남았다. ‘화요일 공부 모임’으로 바꿔 계속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 내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임이다.
신림동 캐리: 스터디 모임이 있는 화요일은 데이트를 잡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럼 여자친구와의 기념일보다 우선순위가 높은가?
이강산: 기념일이 있으면 하루 정도는 여자친구 먼저로 해야지.

신림동 캐리: 잠깐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단답형 질문을 하겠다.
이강산: 해봐라.
신림동 캐리: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시리즈 중에서?
이강산: 둘 다 별로고 닌텐도DS!
신림동 캐리: ‘내 인생의 게임’이라 부를만한 것이 있다면?
이강산: 파이널 판타지 3!
신림동 캐리: ‘내 인생의 히로인’은?
이강산: 그런 거 없다.
신림동 캐리: 거짓말인 거 다 안다. 그냥 말해라.
이강산: 호무라!

신림동 캐리: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 중에서는?
이강산: 커피! 더치 커피와 아메리카노!

신림동 캐리: 즐겨듣는 팟캐스트는?
이강산: 작년에 벤처야설, 요즘은 짬날 때마다 TED Talk 비디오 하나씩.

신림동 캐리: 호감이 가는 IT 회사는?
이강산: 내가 쓰는 툴을 만든 회사지. 일단은 드롭박스에버노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나도 남이 유용하게 쓸만한 툴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신림동 캐리: 그럼 구글이 없으면?

이강산: 없어도 된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 엔써즈는 이런 점이 좋다?
이강산: 출퇴근 시간이 딱히 없고 훌륭한 엔지니어가 많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이강산: dgoon.net의 도메인.

신림동 캐리: 하드웨어는 어떻게 갖추고 있나?
이강산: 회사가 24시간 돌아가는 서비스를 하다 보니 비상 상황을 대비해 언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노트북은 무거우니까 아이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신림동 캐리: 브라우저 플러그인은 어떤 걸 쓰고 있나? 혹은 다른 개발자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이강산: 순서대로 Imideo, Clearly, Vimium, SwitchSharp.

이미디오 빼고는 크롬 앱스토어에서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POSTMAN은 정말 최고다. 개발자라면 쓰세요. 두 번 쓰세요!

신림동 캐리: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이강산: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세트> (구종만 저, 인사이트)를 스터디에서 함께 읽고 있다.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이강산: 7이 두 개라서 77점. 너무 후한가?
신림동 캐리: 77점이면 C 학점이다.
이강산: 반올림하면 100점인데?
신림동 캐리: 그런 반올림이라니 사사오입이 좀 심한데!

이강산 님이 말하는 좋은 개발자의 조건과 포괄적인 개발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1‘로 이어집니다.

일 끝나면 남 같은 회사, 프라이스톤스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입니다. 저번 주에 제가 프로그램스 인터뷰를 했었죠. 사실 그 날은 제 여름 휴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 못 하고 프로그램스와 인터뷰를 잡은 거죠. 게다가 카메라를 회사에 놔두고 간 덕분에 회사에 들렀다가 신사역에 있는 프로그램스까지 갔었죠. 덕분에 하루가 날아갔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대표님이 ‘디자이너 뽑게 우리 회사 소개나 한 번 해봐라.’ 하셔서 저희 프라이스톤스를 소개해볼까 해요. 날도 더운데 나가기 싫어서 한 번 날로 먹어보려는 속셈은 아니에요.

어차피 다들 로켓펀치가 뭐하는 건지 프라이스톤스가 뭐하는 회사인지 제가 왜 여기 들어와서 이러고 있는지 궁금하시잖아요. 안알랴줌이 아니고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프라이스톤스 조민희 대표, 김동희 CTO, 여왕벌 신림동 캐리, 사원 S를 인터뷰하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반갑다.
조민희: 반갑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러 왔는데 음료수 한 잔 안 주나?
조민희: 드리겠다.
신림동 캐리: 필요 없어.

신림동 캐리: 그럼 프라이스톤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뭐하는 회사인가?
조민희: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트업 위키피디아 ‘로켓펀치’와 클럽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클럽믹스‘를 운영하는 회사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가 유명하긴 유명한데 뭐하는 회사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조민희: 스타트업이 자기 회사 소개와 채용 정보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정보 백과사전이다. 스타트업에서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인맥도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구인/구직 정보’ 웹사이트로 시작해 ‘한국형 스타트업 DB’을 구축했고 현재는 스타트업 기업의 문화를 만들고 소개하는 중이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프라이스톤스에 디자이너로 들어가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조민희: 클럽믹스와 로켓펀치 웹 및 모바일 UI/UX 디자인을 담당하시게 된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서 클럽믹스는 별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로켓펀치보다 클럽믹스가 효자라던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처지인가?
조민희: 아니다. 클럽믹스는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클럽 어플이 되려고 하고 있다.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신림동 캐리: 디자이너로 지원하는 분께 프라이스톤스를 어필하자면?
조민희: 우리 회사는 무엇보다도 개발에 뛰어난 회사다. 거기에 주력하고 있고 앞으로 더 유명해질 거라 본다. 그러니까 빨리 로켓에 올라타시라.
신림동 캐리: 회사의 개발 실력이 뛰어난 게 디자인 작업에 무슨 메리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조민희: 디자인을 하다 보면 개발 능력에 부딪혀 디자인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이때 개발 능력이 좋으면 디자이너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을 줄여 자신의 결과물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점이 디자이너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우리 회사 개발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신림동 캐리: 많고 많은 스타트업 회사 중에서 프라이스톤스의 기업으로서의 장점은 뭔가?
조민희: 스타트업은 불확실하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임금도 적고 복지도 별로다. 하지만 대기업의 편안함을 두고 불확실성과 싸우는 이유는 스타트업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난 대기업에서 인턴과 병특을 경험했고 실제로 대기업에 들어갈 기회도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가치를 통해 내 삶에서 의미를 실현하고 싶었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그 의미가 뭔가?
조민희: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신림동 캐리: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니 거창하고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조민희: 나와 동희(프라이스톤스 CTO)가 중단한 프로젝트가 몇 개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또는 ‘남들이 한다던데 우리도?’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뭘 원하고 어떤 게 도움되는지에 대한 고려는 진지하게 해보지 않은 거다. 그러니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고 또 그것이 도움되는 일을 하려 한다.

신림동 캐리: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 그 중단한 프로젝트 중에 스포츠 아나운서 김석류 씨가 멤버로 참여한 일이 있다고 들었다.
조민희: 예전 일이다.
신림동 캐리: 김석류 씨, 예쁜가?
조민희: 예쁘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프로젝트에서 아무 일이 없었는지?
조민희: 다들 공과 사를 구분하는 분위기였다.

여태까지 사내 커플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오피스계의 윤리 청정 지역 프라이스톤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분위기에 대해 자랑할 것은?
조민희: 대표라서 내 입으로 말하기가 난감하다.
신림동 캐리: 대표니까 말할 수 있는 것도 있잖나.
조민희: 이런 건 어떨까. 남들은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하잖는가.
신림동 캐리: 그렇지.
조민희: 우리는 ‘남 같은 회사’?

일단 퇴근하면 길에서 만나도 서로 모른 척하는 프라이스톤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진심인가?
조민희: ‘남 같은 회사’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프라이스톤스는 여느 스타트업 못지 않게 유연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재택 근무도 일부 가능하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능한 것은 멤버 수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업무에만 집중해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함이다.

신림동 캐리: 가족 같은 회사에 반대하나?
조민희: 굳이 사무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회식이나 야유회 같은 것도 거의 없다. 이런 게 남 같은 부분이다. 가족처럼 함께 있는 시간이 많고 친밀하게 지내는 게 업무의 효율을 올린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낮에는 타이트하게 일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지내는 게 개인의 생활 만족이나 성장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대표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 와서 개인의 발전을 회사가 관심 가지고 또한 그것이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조민희: 개인의 성장과 근무 환경의 개선이 끝없이 이루어져야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라이스톤스는 회사 내 R&R 설정에 있어 개인의 역량 향상을 반드시 포함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매주 주간 회의 때마다 개선점을 토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하나씩 착실히 개선해나간다.

신림동 캐리: 그렇다면 디자이너에게 프라이스톤스가 제안할 수 있는 매력적인 메리트는 무엇인가?
조민희: 업무에 필요한 장비는 최대한 지원해드릴 생각이다. 현재 디자이너를 위해 DELL 23인치 듀얼 모니터와 intuos 5 touch 타블렛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프라이스톤스의 지분을 드린다는 것이다. 창업자 레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을 좀 더 체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로켓펀치의 여왕벌 신림동 캐리를 신림동 캐리가 한 번 만나보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자기 소개 좀 부탁한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신림동 캐리다.


신림동 캐리: 명함에 여왕벌이라 쓰여있는데 이거 뭔가?
신림동 캐리: 말 그대로다. 우리 회사의 여왕벌이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 멤버가 모두 커플인데 홀로 솔로라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가?
신림동 캐리: 사실이다.
신림동 캐리: 그래서 여왕벌로 포장하고 있다는 소문 또한 있다. 사실인가?
신림동 캐리: 안알랴줌.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면 좋은 점은?
신림동 캐리: 나와 함께 일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면 나쁜 점은?
신림동 캐리: 나와 함께 일해야 한다.

신림동 캐리: 진지하게 대답해달라.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장점은 뭔가?
신림동 캐리: 일단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며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다. 또한 회사의 성장과 함께 개개인의 개성이나 발전을 매우 신경 써준다.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좀 아쉬운 부분은 뭔가?
신림동 캐리: 단점은 에어컨이 없다는 거다. 그 부분이 매우 크다.

혼자서 정신 분열하기도 민망하니 여기까지 하고, 신변의 이유로 익명과 모자이크를 요구하는 프라이스톤스의 최장 근속 사원인 S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관악산의 소문난 능력자인 S님이시니까 이런 저런 제의가 많았을 텐데 왜 프라이스톤스에 들어왔는가?
S: 모르겠다.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기 있었다.
신림동 캐리: 술 마시고 노예 계약서에 도장 찍었나?
S: 계약은 고사하고 왜 여기서 일하고 되었는가조차도 기억이 없다.
신림동 캐리: 치매도 아니고 대체 뭔가.
S: 모르겠다. 요즘 제정신이 아니다.
신림동 캐리: 에어컨이 없어서 그럴 거다. 그러면 프라이스톤스에 요구할 점은?
S: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조민희: 귀 막고 있겠다. 허심탄회하게 말해달라.
신림동 캐리: 귀 안 막으셔도 된다. 어차피 한 명 한 명이 아쉬워서 자르지도 못하시지 않나.
S: 별생각 없이 회사에 있다.

정말로 별생각 없이 계신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김동희 CTO를 만나보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능력이 탁월한 분이시라 들었다.
김동희: 별로 아니다.
신림동 캐리: 왜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는가?
김동희: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신림동 캐리: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S사라든가 L사라든가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김동희: 예전부터 자율성을 중시하는 편이라 회사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싫었다. 철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좀 하기 싫었다.
신림동 캐리: 그러신 거 치고는 공부를 좀 많이 잘하셨는데?
김동희: 공부는 좋았다.
신림동 캐리: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알았다. 아무튼 대기업은 가기 싫으셨단 거지?
김동희: 거기 가면 저녁이 없잖아. 그리고 늙어서까지 일하기 싫었다. 젊어서 바짝 벌고 나이 들면 놀고 싶었다.
신림동 캐리: 조민희 대표님과 대학교 동기, 병특 동기로 알고 있는데 오랫동안 잘 지내시는 것 같다.
김동희: 오래 알기도 했고 파트너쉽 부분에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성격의 문제를 떠나서 대충 봤을 때 이런 걸 하면 이렇게 되겠구나 하는 게 보이니까. 비전이 많이 다르면 부딪칠 수 있는데 그런 충돌은 사실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같이 사업하게 됐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계신다. 프라이스톤스 개발팀이 사용하고 있는 환경에 대해 설명하자면?
김동희: 호스팅은 IDC에 설치된 서버 2대(Ubuntu 12.04LTS)와 Amazon EC2(Ubuntu 10.04LTS)를 사용 중이다. 웹 환경은 Nginx, uWSGI, FastCGI로 구성했으며, 배포에는 Fabric을 사용 중이다. 웹 개발은 주로 Python으로 개발하며 경우에 따라 djangoFlask를 사용한다. 일부 PHP로 작업한 경우에는 CodeIgniter로 개발한다. 그 외에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 푸시 서버를 위해 C++이나 node.js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DB는 Mysql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벼운 프로토타이핑이나 여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mongoDB를 사용한다. 세션 데이터는 Redis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Celery, RabbitMQ를 사용 중이고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Nagios를 사용하고 statsd, Graphite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수집, 처리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코드는 Bitbucket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가끔 로켓펀치에서 메일이 오던데 그건 어떻게 처리하나?

김동희: 이메일 발송은 뉴스레터를 발송하기 위해 Mailchimp를 사용하고 그 외에는 Gmail을 쓴다.

신림동 캐리: 두 분이서 회사를 이끌고 가고 계시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회사 운영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가?
김동희: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그렇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동희: 미친 짓을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대해서는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생활이 어떻더라도 상관없다.
신림동 캐리: 사생활이라고 표현하니까 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그만큼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하겠다. 그럼 어떤 디자이너가 들어왔으면 좋겠는가?
김동희: 프라이스톤스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개발을 맡고 있고, 그 외에 개발 환경이나 개발 표준,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체계를 만들고 개선하고 있다.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을 늘 구하고 있다.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들어왔을 때 계속해서 향상심을 가지는 분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예뻐 보이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크리에이터나 메이커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우리 친구 아이가?’라는 공사 구분 없는 강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을까요. 일이 많아서 야근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상사와 동료 눈치 보며 야근하는 저녁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프라이스톤스는 개인과 일을 구분합니다. 또한 개인의 성장과 근무 환경의 개선을 끝없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조민희 대표님의 말씀대로 프라이스톤스는 ‘일 끝나면 남 같은 회사’입니다. 자신이 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앉든 눕든 서든 자신이 편한 방법대로 일하고, 일을 마치면 눈치 보지 않고서 집에 가죠.

일할 때는 효율성과 집중력을 발휘하고 일이 끝나면 집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프라이스톤스에서 스스로의 발전을 꿈꿔보세요.

프라이스톤스에서 디자이너를 구합니다. (자세한 구인 글 보러가기)

– 단순한 이미지 작업 외에 CSS/Javascript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를 찾고 있습니다.
– 현재 이런 분야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학습을 통해 그런 인재로 성장하고자 하는 분도 환영합니다.
– 실무 경험이 2년 이상 있으신 분을 선호합니다.

프라이스톤스

http://www.pristones.com/

설립일 : 2010-12-24 / 지역 : 서울시 관악구 / 투자 : 8,000만원
‘스타트업 위키피디아 – 로켓펀치’를 만들고 있는 프라이스톤스는 ‘별 일 없으면 일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세상에 행복을 선물하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자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했지요. 세상에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성원들부터 행복해야 한다…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회식은 배부르게 일은 민감하게, 프로그램스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타트업계는 ‘스타트업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업체가 서로 경쟁하며 커가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에는 구글독스를 통해 ‘5년 내 IPO 가능성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은?‘이라는 익명 설문조사가 등장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 가운데 유의미한 매출 없이도 기술력 하나로 가능성을 평가받은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케이큐브벤처스의 1호 투지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끈 ‘프로그램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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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가 프로그램스를 방문한 날은 하필이면 이사 직후였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이 평소보다 지저분한 점을 이해 바랍니다. 라고 하기엔 저도 처음 왔는데 평소에 어떤지 어떻게 알겠어요. 아무튼 오후 1시에 프로그램스를 방문하자 드라이어기로 젖은 머리를 말리고 계시던 김민석 마케팅/PR 담당자가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김민석 마케팅/PR, 박태훈 대표

오경윤 CTO, 김민석 마케팅/PR

좀 프리하게 나오셨죠? 제가 사진을 잘못 찍은 게 아닙니다. 인터뷰 스케쥴을 미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입고 나오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왓챠’ 잘 쓰고 있다. 반갑다.
박태훈: 나도 반갑다. 사무실이 어수선해서 부끄럽다.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에 인터뷰 간다고 하니 왓챠를 이용하는 많은 분이 질문주셨다. 자, 일단 서울시 중구에서 대학 선배 박모 씨가 ‘박태훈 대표님은 왜 요즘 그렇게 살찌셨나요?’라고 하신다.
박태훈: 대학교 때보다 15킬로가 쪘다. 회사에서 먹고 자기만 해서 그렇다.
김민석: 태훈 형이 고등학교 때는 막 복근도 있었다. 진짜다.
신림동 캐리: 방금 질문은 농담이지만 프로그램스는 먹을 것, 마실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 보다.
김민석: 실제로 잘 먹인다. 점심을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마치고 술 마시는 것도 회사가 쏜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한다고? 한 끼에 얼마까지인가?
오경윤: 원래는 만 원 정도까지인데 만 원 넘어도 그냥 넘어간다.
신림동 캐리: 강남 물가 고려해도 만 원은 확실히 점심으로 꽤 관대한 가격이다. 프로그램스 돈 많은가보다.
박태훈: 민감한 이야긴데, 그렇진 않고 그냥 회사 구성원에게 최대한 투자하려고 한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이면 눈치 보지 말고 다 사라고 한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건 지원해주려고 하지.

신림동 캐리: 혹시 의자라든가 키보드라든가 자랑할만한 게 있나?
박태훈: 자랑할 건 없는데 이 정도면 우리 형편에 넉넉하지 않나 정도로 생각한다. 개발자는 맥북 프로 15인치에 델 27인치 모니터니까 그럭저럭 괜찮은 환경이다. 의자는 좀 더 좋은 거 사주고 싶은데 아직 여유가 없다.
오경윤: 난 노리고 있는 책상이 있다. 허먼밀러사의 엔벨로프 책상 갖고 싶다.
신림동 캐리: 얼마길래?
오경윤: 한 200만 원?
박태훈: 아직은 그럴 돈이 없다.
신림동 캐리: 돈 많이 버세요.

신림동 캐리: 근데 뜬금없지만 왜 영화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는가?
박태훈: 영화 다들 좋아하잖아. 영화 안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
신림동 캐리: 나는 별로 안 좋아한다.
박태훈: 그런 사람은 처음 본다.
신림동 캐리: 난 만화책 좋아한다.
오경윤: 나도 만화책.
신림동 캐리: 난 프로그램스의 다음 서비스는 만화책 추천이 될 줄 알았는데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 가능성이 별로 없겠군.
박태훈: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대부분은 영화 좋아하잖아. 근데 영화 한 편에 2시간인데 재미없는 거 보면 짜증 나지 않나. 포털에 가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고 절차가 복잡해서 불편했다. 소소한 빡침이 쌓였다. 근데 주변 친구들에게 ‘이거 불편하지 않아?’하고 물으니 다들 안 불편하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평가한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친구 중에 영화 좋아하는 애들도 많았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갑자기 영화 추천 서비스 하자고 했을 때 친구들이 합류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박태훈: 맞다. 처음엔 우리끼리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애들이 좀 긴가민가하더라. 이게 추천이냐 광고냐 둘이 대체 뭐가 다르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다. 대체 이게 될까 싶어하더라.
신림동 캐리: 반신반의한 서비스치고는 프로그램스 멤버의 소위 말하는 ‘스펙’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스타트업에 끌어들인 스카웃 노하우 좀 알려달라. 로켓펀치는 지금 디자이너가 없다.
박태훈: 별로 그런 거 없다.
신림동 캐리: 에이, 없을 리가. 술 마시고 노예 계약이라도 했나?
박태훈: 그게 가능한가?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했지!
김민석: 생각해보면 내가 술로 당해서 온 것 같은데?
박태훈: 친분으로 잠깐 발 담그게 한 다음에 들여앉힌 경우가 좀 있긴 하다.
김민석: 하루에 3시간만 도와준다고 파트 타임으로 왔다가 코 꿰인 친구도 있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민감한 이야기군.
박태훈: 처음엔 같이 놀자 이러고 데려왔는데 자기들도 재미있으니까 계속 있는 거지. 재미있게 일하는 게 중요한 거다. 삶의 질 문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일을 즐겁고 신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예전에 회사 다니면서도 느꼈었고 해서 그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일하는 거 말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미친 듯이 일하는 걸로 소문난 구성원들 이야기 좀 해보자. 개같이 치열하고 집요하다고 들었다. 이건 내가 봐도 존나 집요하다고 느낀 건 어떤 게 있는가?
박태훈: 왓챠 실행하면 나오는 이 동그라미 말이다. 이거 하나만 해도 수십 번을 수정했다.

신림동 캐리: 대체 왜?

박태훈: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으로도 의견이 엇갈렸고 동그라미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가 말았다가 온갖 의견을 다 반영했었다. 그래서 이거 하나 정하는 것도 엄청 오래 걸렸다. 동영상으로 찍어놨다.
신림동 캐리: 이거 인터뷰에 참고 영상으로 올려도 되나?
박태훈: 안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민감한가?
박태훈: 그건 아닌데, 찍어놓고 보니까 내 숨소리가 너무 크더라.

동영상을 틀어보았습니다.

신림동 캐리: 좀 민감한 것 같다. 넣지 않도록 하겠다.
박태훈: 아무튼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가 이렇다. 완벽을 추구한다.

신림동 캐리: 서울시 관악구에서 황모 씨가 ‘왜 별이 열 개가 아니라 다섯 개인가?’라는 질문을 주셨다. 그러게. 나도 별이 다섯 개니까 왠지 서너 개만 자꾸 반복해서 주게 되더라.
오경윤: 그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도 많이 고민했다.
김민석: 별 반 개를 가능하게 할까 생각도 했었다.
오경윤: R&D적인 측면에서 이리 저리 고려해봤다. 근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별을 열 개로 늘린다고 사용자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 특히 극단에 있는 것들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중간 단계 세밀하게 하는 것에 장단이 있어서 지금도 고민 중이다.

신림동 캐리: 구성원끼리 매우 친해 보인다.
박태훈: 그건 아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친하다.
오경윤: 좀 멀어지고 싶다.
김민석: 좀 민감한 이야기다. 보통 회사에선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르거나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지 않나. 우리는 친구 사이인 경우가 많다 보니 호칭이 제각각이라 초창기에 심각하게 회의까지 했었다. 결론은 ‘알아서 해라.’였지만 아무튼 친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더라.

신림동 캐리: 그럼 프로그램스 내에 사내 커플은 없나?
박태훈: 없다.
신림동 캐리: 의외다.
김민석: 없긴 한데, 아니 민감한 사항이니 넘어가자.
신림동 캐리: 이 회사는 왜 이렇게 민감해!
신림동 캐리: 회사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자유롭다고 들었다.
박태훈: 지금 보시면 알잖는가.
신림동 캐리: 아직 안 나온 건가? 밥 먹으러 간 게 아니고?
박태훈: 나도 방금 나왔잖아.
신림동 캐리: 점심 드시고 온 줄 알았다. 퇴근은 하나?
박태훈: 퇴근은 당연히 하는데 본인이 집에 안 가는 애들도 있다. 월급을 줄 게 아니라 월세를 받아야 하는데! 아무튼 자기 편할 대로 한다. 근데 개발자들이 늦게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점심 때쯤 슬슬 나온다.

신림동 캐리: 이게 침대방인가?
이충재: 그렇다.
신림동 캐리: 근데 이거 보여줘도 되나? IT계에 ‘침대와 샤워실 있는 회사는 도망가라.’는 면접에 관한 명언이 있잖아.
박태훈: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데이트 있으면 칼퇴근도 하고 그런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율이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서 사는 분위기 때문에 성비가 차이 나는 거 아닌가?
김민석: 아니다. 여자 개발자가 귀해서 그런 걸거다.
신림동 캐리: 아마도?
김민석: 아마도.

신림동 캐리: 직원의 커플과 솔로 비율은 어떻게 되나?
박태훈: 3:7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 오면 있는 애인도 도망가는 거 아닌가!
박태훈: 아니다. 정말 자기 자유라니까.
신림동 캐리: 민감한 질문해서 미안하다.

신림동 캐리: 전반적으로 일만 잘 하면 다 허용하는 분위기다.
박태훈: 그렇다.
신림동 캐리: 근데 그 일 잘한다는 건 어떻게 평가하나?
김민석: 민감한 이야긴데?
박태훈: 그런 거 잘 아는 방법 있으면 좀 가르쳐 달라. 부탁이다.
신림동 캐리: 하하하.
박태훈: 어차피 서로 같이 일하면 안다. 동료끼리의 평가를 믿는 편이다. 잘하면 서로 칭찬하고 못하면 술 마시면서 풀고 그러지. 회사 구성원끼리 친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신림동 캐리: 개발 환경은 어떻게 되나?
박태훈: 서버는 루비온레일즈로 개발하고, DB는 MySQL을 사용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cache를 위해 Memcached, 각종 세션 데이타는 Redis, 검색을 위해 Sphinx를 사용하고 있다. 추천을 위한 계산은 Python을 이용하고, 추천엔진과 웹서버 사이의 통신을 위해 Thrift를 사용하며 ZooKeeper 등을 이용해 분산처리를 위한 작업을 한다. 전체적으로 아마존 AWS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미지 부분은 S3+CloudFront를 썼다가 포스터 다운로드 속도를 위해 KT ucloud storage+CDN으로 바꿨다.

신림동 캐리: 연봉은 어느 정도 되나?
박태훈: 민감한 질문인데?
김민석: 민감한 문제다.
박태훈: 스타트업치고는 괜찮게 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중견 게임회사 초봉을 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선이었다.
신림동 캐리: 홈페이지에 ‘구성원이 서로를 진심으로 대한다.’고 써놨는데 대체 진심으로 대하는 건 뭔가?
김민석: 민감한 이야기인데?
박태훈: 굳이 말하자면 서로 가식이나 피상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거다. 근데 그런 이야기가 홈페이지에 있나?
김민석: 있는 것 같다.
박태훈: 없애야겠다.

신림동 캐리: 이제 인터뷰는 끝났고 사무실을 찍어야겠다.
오경윤: 사진 찍을 때 사무실 바닥 좀 잘 찍어달라. 굉장히 고생한 거다.
김민석: 공대생 셋이 난리를 쳐서 나온 배치도다.

꿀벌의 지혜를 빌렸다는 자리 배치입니다. 꼭 눈여겨 봐주세요.
포털이나 블로그의 영화 평가를 보고 극장을 찾았다가 도중에 나오고 싶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왓챠 덕분에 우리의 이런 낭패가 적어졌죠.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회식은 배부르게, 하지만 일은 민감하게 하는 프로그램스가 있으니 우리는 앞으로도 즐거운 것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거 불편하지 않아?’라는 작은 빡침으로 시작해 세상을 바꾸는 프로그램스의 행보는 계속될 테니까요.

나를 연애하게 하라, 시라노 연애 대작전

10일 전에 신림동 캐리는 출근길에 지하철역에서 굴러 다리를 다쳤습니다. 멍이 좀 많이 들기는 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근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멍이 옅어져도 나아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정형외과 가봤더니 인대와 근육이 찢어졌다는 겁니다.

의사: 어떻게 걸어 다녔지? 안 아팠어요?
신림동 캐리: 그냥 다녔는데요.

그래서 멀리 나갈 수 없는 신림동 캐리는 로켓펀치 옆 사무실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신림동 캐리가 솔로라서 그럴까요. 왠지 문 사이에서 빛이 나는 기분입니다. 어디서 막 쌍투스도 들립니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난 너무 지쳤어
너무 힘들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나를 연애하게 하라’고 외쳤습니다.

요즘 세상은 청춘들에 연애하라 외칩니다. 솔로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왜 연애 안 해?’라고 묻죠. 평생 연애를 안 해본 사람은 ‘모태솔로’라는 이름표를 붙인 연구 대상이 됩니다. 이 정도면 ‘연애 권하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시라노 연애 대작전’을 운영하는 ‘핸섬 컴퍼니‘는 대놓고 너 연애 좀 하라고 부추기는 회사입니다. 대체 어떻게 남의 연애를 돕겠다는 건지, 무슨 생각으로 남 좋은 일을 하는 건지 한 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현수 대표, 이은경 실장, 이진욱 전략기획 팀장

신림동 캐리: 이웃사촌인데 처음 뵙는다.
김현수: 반갑다.
신림동 캐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어쩌다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는가?

김현수: 원래 프로토 타입이 있었다. ‘시라노 계약 연애’라고 남녀가 계약을 하고 일단 만나보라는 거였다. 근데 ‘계약’이라는 단어가 무서운지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신림동 캐리: 원래 계약과 보증은 무서운 거다.
김현수: 남녀가 연애를 하는 데 있어 신경 쓸 건 많은데 정작 자기가 원하는 건 모르는 것 같아서 아예 까놓고 요구해보자 그런 거였다. 근데 대중적으로 가기 힘들어서 올해 2월에 컨셉을 바꿨다. ‘너와 내가 원하는 연애를 같이 해보자.’라는 거다.

신림동 캐리: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김현수: 가입은 무료고 연락처를 주고 받는 건 과금이 있다.
신림동 캐리: 친구가 게임 회사 다니는데 해킹으로 아이템을 털린 유저가 1층 로비에서 사냥총을 들고 위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연애는 게임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거 아닌가. 혹시 막 책임지라는 사람 없었나?
이은경: 의외로 아직 없다.
신림동 캐리: 정말 의외다.
김현수: 서로 마음이 맞았을 때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에만 과금하니까 그런 일이 없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사이트 개발은 어떻게 하셨는가?
김현수: 서버는 interface는 PHP, core는 C를 이용해서 개발하고 앱은 100% Native다.

신림동 캐리: ‘시라노 연애 조작단’에서 이름을 따오신 것 같은데 그럼 연애에 서투르거나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김현수: 처음에 그 생각도 했는데 견적을 뽑아보니 돈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 뒷조사도 해야 하고 미행도 해야 하고 엑스트라 배우도 써야 하고 상황에 따라 도구를 이용해 이벤트도 해야 하니까 그걸 한 달 정도 한다고 치면 수천만 원 나오겠더라. 그 정도 금액이면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

신림동 캐리: 다들 초기 멤버이신가?
김현수, 이진욱, 이은경: 그렇다.
신림동 캐리: 다행이다.
김현수: 뭐가?
신림동 캐리: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을 아끼시면 인터뷰하기 힘드니까.
이은경: 셋이서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같이 시작했다. 나는 여대를 나왔는데 원래부터 주변에 소개팅해주는 게 취미였다. 농담 삼아 나중에 이걸로 사업할 거라 그랬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이진욱: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살펴보다 지인을 통해서 소개 받았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어떤 서비스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가입해보려고 했는데 요구하는 게 많아서 포기했다.
김현수: 우리는 가입이 좀 까다롭다. 가입 프로필과 위시리스트가 많고, 그걸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사용자에겐 지속적인 수정 요청을 보낸다. 제대로 된 응답이 없으면 가입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가입승인에 최장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신림동 캐리: 소위 말하는 ‘스펙’은 어떻게 증명하나?
김현수: 초기에는 대학에 직접 전화해 졸업 증명을 했었다. 근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도저히 인력으로 가능하지 않아 포기했다.
신림동 캐리: 가내수공업 분위기인데, 서비스는 셋이서 각자 파트를 분담하나?
김현수: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니 자기 맡은 역할은 있지만 이것 저것 다 손대게 된다.
신림동 캐리: 페이스북은 누가 관리하나?
김현수: 여기 잘생긴 이진욱 팀장이 한다.


핸섬컴퍼니에서 핸섬을 맡고 있는 이진욱 전략기획

신림동 캐리: 감성이 넘쳐흘러서 여자가 하는 줄 알았다.
김현수: 내가 강조하는 게 그거다. 언제나 소녀 감성으로 하라고. 그게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소셜 데이팅 서비스를 운영하며 느끼는 애환, 또는 보람이 있는가?
이진욱: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커플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 번 만나보고 본인 스타일이 아니었는지 잘 안됐다. 근데 두 분이 간간이 연락하다 나중에 같이 미션을 실행하면서 정이 들어서 결국 사귀시게 됐다. 곧 결혼하신다고 들었다.
신림동 캐리: 와, 그 커플이 결혼하면 시라노 연애 대작전은 뭐라도 해줄건가?
김현수: 당연해 해드려야지.

신림동 캐리: 다들 연애는 하고 있나?
이진욱: 난 있다.
김현수: 난 결혼했다.
이은경: 나도 결혼했다.
신림동 캐리: 중이 제 머리 못 깎으면 안 되니까. 여태까지 얼마나 성사됐나?
김현수: 31,000 커플이 연결됐다.
신림동 캐리: 생각보다 많다.
김현수: 연인은 된 건 아니고 서로 호감을 나누고 연락처 교환한 숫자다.
신림동 캐리: 연락처 교환하고 그 뒤의 일은 자기들끼리 하는 건가?
김현수: 거기서부터는 서로가 알아서.

네, 연애는 셀프입니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가 나 빼고 다들 커플이다. 그래서 동료들이 농담 삼아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가입하라고 한다.
김현수: 솔로셨나? 가입하시라.
신림동 캐리: 올해 초에 헤어지고 충격 받아서 미국에 두 달 다녀왔다.
이은경: 와.
신림동 캐리: 하지만 자아를 찾진 못했다.

그리고 신림동 캐리의 연애 넋두리가 20분이나 시작되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은 왕년에 좀 잘 나가셨나?
김현수: 못 나갔다. 그러니까 이런 거 하는 거다.
신림동 캐리: 그럼 연애 케이스 많이 접해보며 뭔가 달라지셨겠다.
김현수: 솔직히 총각 시절에는 상대방이 뭘 바라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런 걸 좋아하겠지 짐작만 할 뿐이지. 그래서 상대방이 바라는 걸 캐치해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보자 싶었다. 어쩌면 내가 못했던 걸 남들에게 도움 주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밀당도 재밌지만 까놓고 하는 것도 재밌잖아.

신림동 캐리: 근데 나이가 들면 되게 그런 거 귀찮지 않나?
이은경: 의외로 그런 거에 목말라 하신다.
김현수: 사람을 잘 알아가는 방법 중에서 ‘무엇인가를 같이 해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라노 연애 대작전은 4주간의 연애 희망 목록을 작성하고 그 미션을 같이 수행해나가는 방식을 한다.
신림동 캐리: 미션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인데 황당한 미션 있었나?
김현수: 황당한 미션 거는 사람 의외로 없는 편이다.
신림동 캐리: 아, 의외다. 그럼 어떤 미션이 많나?
이은경: 매우 소소하다. 영화 같이 보기, 치맥하기?
신림동 캐리: 치맥!
김현수: 같이 맛집 다니기? 그런 소소한 거다. 근데 그 소소한 걸 못하는 사람이 많지.
이은경: 신림동 캐리는 어떤 데이트 좋아하나?
신림동 캐리: 나는 부산에 가는 거 좋아한다. 용궁사 그런 데 좋다. 바다를 보면서 남자친구에게 ‘넌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니.’하고 막 이렇게 좁게 살지 말고 저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요했다. 그랬더니 다들 나와 헤어지고 유학 가더라. 바다 괜히 보여줬다.

유부녀라고는 믿기지 않는 미모의 이은경 실장

신림동 캐리: 자, 사장님이 화장실 가셨으니 물어보겠다. ‘핸섬컴퍼니’ 어떤가?
이진욱: 인원수가 적으니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어서 그게 나에게는 장점인 것 같다. 여러 방면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회사가 하나 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커가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이은경: 작은 회사라 내가 낸 아이디어가 사업에 반영되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이 오는 게 감격스러워서 가끔 찡할 때가 있다.
이진욱: 나도 그렇다. 처음엔 나도 처음엔 생각나는 거 다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그게 반영되고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면서 오히려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사장님이 없는데도 이렇게 회사 욕을 아끼다니 핸섬컴퍼니 대표님은 좋겠습니다. 아니면 되게 무서우신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곧 새로운 서비스 오픈한다고?
김현수: ‘연애는 타이밍’이라는 서비스다. 그동안의 소셜 데이팅 서비스는 남녀 만남을 무제한으로 제공해왔다. 근데 우리는 누군가 연결되면 그 커플에게는 더는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없는 거다. 한마디로 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되기 전에 빨리 대시하란 거지.
신림동 캐리: 만남의 신뢰나 진정성 면에서는 좋을 것 같지만, 일부 유저들은 좀 아쉬워하지 않을까?
김현수: 그래서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도 타이밍이니까.

폴 틸리히는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연애하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 소홀했던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바라는 진짜 연애를 해보고 싶다면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문을 두드려보세요.

아스팔트 위에서 한 뙈기 여유를 찾는, 가든하다

콘크리트 건물에 살며 아스팔트 길을 딛고 다니는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연과 소통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끔 화분을 선물 받을 때도 있지만 내 나름대로는 신경을 썼는데 말려 죽이기가 예사고요.

이렇게 ‘가드닝’은 젊은 층에 생소한 활동인데요. 아이폰을 통해 가드닝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려는 회사가 있습니다.가든-하다 [형용사]

1 다루기에 가볍고 간편하거나 손쉽다.
가든한 옷차림 보따리 하나만 달랑 들고 가든하게 집을 나섰다.
2 『…이』마음이 가볍고 상쾌하다.
힘든 작업을 겨우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든했다
가든하다‘는 ‘사람은 왜 꽃을 심고, 가드닝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도시 가드닝 스타트업입니다

도시 가드닝 스타트업 가든하다는 경복궁이 보이는 통의동 6번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슬로워크‘와 한솥밥을 먹고 있죠. 슬로워크는 사회적 기업의 디자인을 도와주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입니다.


도시 가드너를 위한 모바일 커뮤니티 가든하다의 정천식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 앱을 써봤다.
정천식: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대체 이런 앱을 왜 만들었는가?
정천식: 가드닝이 젊은 세대에 문화로 자리 잡은 게 불과 1~2년 정도다. 수도권 출신의 젊은 층은 대부분 정원 없는 집에서 자랐다. 1970년대부터 아파트가 일반적인 주거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해외 라이프 스타일 블로그나 유학 등의 경험을 통해 유럽이나 미국의 가드닝 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도심 속에서 자연의 틈바구니를 찾고 싶어 하시는 거다.
신림동 캐리: 나도 예전에 미국 있을 때 집집마다 정원에 자신의 개성에 따른 식물을 키우는 게 놀랍기도 부럽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를 봐도 ‘올해는 정원에 뭘 심어볼까?’ 이런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고.
정천식: 20~30대가 혼자 살며 식물을 키우려고 하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연령대가 너무 높다. 게다가 웹에서는 가드닝 활동을 실시간으로 즐기기 어렵다. 그래서 가든하다는 편하고 가볍게 스마트폰에서 가드닝을 기록하고 소통할 수 있게 앱을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 앱만의 특징이 있다면?
정천식: 기본적으로 사진 앱인데 이전에 찍은 사진의 잔상을 제공해 식물이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 식물 키우는 사람은 식물의 변화나 성장을 뚜렷하게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가드닝 비기너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주력했다.


신림동 캐리: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정천식: 올해로 27살이다.
신림동 캐리: 어쩐지 완전 풋풋해 보이신다. 언제부터 사업을 시작하셨는가?
정천식: 학생 때는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에서 일했고, 졸업 후에 슬로워크와 함께 투자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배달의 민족 출신이라는 거 밝혀도 되나?
정천식: 왜 안 되겠는가?
신림동 캐리: 회사와 싸워서 나왔을 수도 있지 않나.
정천식: 아니다. 나는 아직도 거기 분들과 연락하고 지낸다. 사이 좋다.

우아한 형제들에서 선물 받은 지우개입니다. 예전 회사와는 아직도 사이가 좋으시다고 합니다. 진짜로요.

정천식: 인터뷰하면 얼굴 사진 나가나?

신림동 캐리: 아마도.

정천식: 아, 사진 잘 안 받는 편이라 싫은데.
신림동 캐리: 실제로 더 훈남이라고 적어드리겠다. 자, 열의에 불타는 젊은 CEO의 표정을 지어달라.
찰칵


실물이 훨씬 훈남이신 가든하다의 정천식 대표님이십니다.

신림동 캐리: 직설적이고 짓궂은 질문 해도 되나?
정천식: 된다.
신림동 캐리: 상처 받아서 우실까 걱정스럽다.
정천식: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니다.
신림동 캐리: 그럼 묻겠다. 혹시 좀 사는 집 자식인가?
정천식: 아니다. 사는 게 힘겹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어떻게 24살부터 계속 창업을 하고 있는가? 수익 모델이 없는데 사업체를 유지하고?
정천식: 정부에서 지원 받기도 하고, 그동안 일하면서 모은 통장을 털었다.
신림동 캐리: 어쩌다 창업을 이런 분야로 했나?
정천식: 예전에 농산물 유통 관련한 일을 했어서 친환경 식품이라거나 농촌 생활이라거나 귀농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신림동 캐리: 보통 고양이나 개 같은 건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는데 식물 쪽은 좀 약하잖나.
정천식: 고양이나 개는 커뮤니티가 활발한가?
신림동 캐리: 그렇다.
정천식: 몰랐다.
신림동 캐리: 알았다.
신림동 캐리: 그럼 디씨 식물 갤러리라는 곳을 알고 있는가?
정천식: 몰랐다.
신림동 캐리: 최고의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
정천식: 가보겠다.
신림동 캐리: 다른 갤러리는 가지 마라.
정천식 대표는 수첩에 디씨 식물 갤러리를 비롯한 신림동 캐리의 추천 커뮤니티를 정성껏 받아 적었다.

신림동 캐리: 하시는 일이 일이라 그런가 사무실 곳곳에 식물이 많다. 가든하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정천식: 전통적인 IT 회사의 조직 형태를 띠고 있지 않다. 현재로서 개발자가 필요한 상태다. 앞으로 채용할 개발자를 끌어줄 ‘선임 개발자’가 없어 구인하는 중이다. 젊고 도전정신이 강한 개발자일수록 프로그래밍 자체에 대해서 배우고 토론할 개발자 동료가 없다는 건 꽤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가 보더라.
신림동 캐리: 그래서 개발자가 잘 안 구해지는 걸까?
정천식: 인맥이 부족한 것도 있다. 아는 개발자가 없다.

신림동 캐리: 그럼 목마른 개발자들이 지원할 수 있게 가든하다의 장점 좀 어필해봐라.
정천식: 일단 직원들의 성격이 착하다. 그리고 디자인, 제품을 포괄하는 가든하다 전체 산업영역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개발업무의 담당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일 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아직 약하다.

정천식: 식물을 많이 키운다.

신림동 캐리: 그거 누군가에게는 단점일 수 있다.
정천식: 개인 교육비 및 서적 구입 등 자기 계발 비용을 매우 적극 후원한다. 특히 책은 사고 싶은 만큼 사드린다.
신림동 캐리: 그래, 바로 그거다.

가든하다에서 개발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관심 좀 주세요.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 앱 하나로는 돈이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정천식: 아직은 수익 모델이 없다.
신림동 캐리: 그럼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돈도 안 되는 앱을 만들었으며 앞으로 돈은 어떻게 벌어 회사를 유지할 생각인가?
정천식: 가드닝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8월에 오픈할 생각이다.
신림동 캐리: 어떤 상품이 있는가?
정천식: 지금은 씨앗, 화분, 이름표 등을 준비해놨다. 시장을 조사하며 한국에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의 가드닝 제품군이 절실히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가드닝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의 가드닝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신림동 캐리: 예쁘긴 예쁜데 그걸로 끝 아닌가?
정천식: 아니다. 우리 제품은 예쁠 뿐만 아니라 기능도 뛰어나다. 거기에 많이 신경 썼다.

정천식: 그리고 아웃도어 힐링 라이프스타일 잡지 ‘AROUND’에 매달 식물 관련 콘텐츠를 연재 중이다. 현재는 한국에서 가드닝에 관심을 가지려 해도 정보가 많지 않다. 매력적인 콘텐츠는 더욱 드물다. 서점에 가도 다소 올드하거나 매니아만 공유할 수 있는 서적이 대부분이더라. 그래서 젊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가드닝 콘텐츠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신림동 캐리: 확실히 가든하다는 디자인에 신경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정천식: 얼마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사이트에 디자인이 멋진 회사로 소개됐다. 그리고 브라질과 중국 매거진에서 싣고 싶다는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 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반응 하나 하나에 기뻐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근데 서울 집세 살인적이지 않나. 한 평 짜리 고시원에 사는 사람도 있고 창문 없는 집도 부지기수다. 가드닝을 제대로 즐기려면 베란다가 있는 집, 적어도 햇빛이 잘 들어오는 집에 살아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좀 부르조아틱한 취미 아닌가?
정천식: 생각과 달리 햇빛이 적어도 잘 자라는 식물도 많다. 우리도 그런 점에 주목해서 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도 가드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식물류를 추천하려고 생각한다. 가령 국화 같은 단일 식물은 어두운 시간이 있어야 꽃이 핀다. 그리고 칼리디움, 아디안텀, 프테리스 등은 베란다가 없어 채광이 적고 통풍도 잘되지 않는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 이러니까 이런 정보를 제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가드닝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가든하다의 목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본인은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가?
정천식: 화분을 다섯 개 정도 키운다.
신림동 캐리: 여자친구는 식물 좋아하나?
정천식: 나보다 더 좋아한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막 집에서 화분 손질하면서 데이트 하나?
정천식: 그렇다.
신림동 캐리: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레알이라니.
정천식: 집에서 같이 화분을 손질하거나 식물원 가는 일도 있고, 양재동이나 종로 꽃시장도 자주 간다.
신림동 캐리: 너무 건전해서 무섭다.
정천식: 어디가?
신림동 캐리: 원래 당사자는 문제를 잘 모른다.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의 최종적 목표가 뭔가?
정천식: ‘가든하다’는 가볍고 단출하다는 순우리말이다. 이 말처럼 가드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취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림동 캐리: 레진코믹스의 목표와 비교된다.

 

정천식: 이거 가든하다에서 곧 판매할 씨앗인데 선물로 드리겠다.
신림동 캐리: 감사하다.

예전에 지방에서 상경한 친구가 ‘내가 살던 곳에서는 길마다 나무가 무성해 하굣길에 간식으로 열매를 따 먹었다.’고 했던 게 기억나네요. 그때는 듣고 우리가 같은 세대 맞냐며 ‘자연인’이라고 놀려댔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나에게서 먼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든하다와 함께 조그마한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놀라움을 더 많은 이가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역시 인터뷰를 마치고 가는 길에 애플 민트 화분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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