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연애하게 하라, 시라노 연애 대작전

10일 전에 신림동 캐리는 출근길에 지하철역에서 굴러 다리를 다쳤습니다. 멍이 좀 많이 들기는 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근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멍이 옅어져도 나아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정형외과 가봤더니 인대와 근육이 찢어졌다는 겁니다.

의사: 어떻게 걸어 다녔지? 안 아팠어요?
신림동 캐리: 그냥 다녔는데요.

그래서 멀리 나갈 수 없는 신림동 캐리는 로켓펀치 옆 사무실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신림동 캐리가 솔로라서 그럴까요. 왠지 문 사이에서 빛이 나는 기분입니다. 어디서 막 쌍투스도 들립니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난 너무 지쳤어
너무 힘들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나를 연애하게 하라’고 외쳤습니다.

요즘 세상은 청춘들에 연애하라 외칩니다. 솔로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왜 연애 안 해?’라고 묻죠. 평생 연애를 안 해본 사람은 ‘모태솔로’라는 이름표를 붙인 연구 대상이 됩니다. 이 정도면 ‘연애 권하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시라노 연애 대작전’을 운영하는 ‘핸섬 컴퍼니‘는 대놓고 너 연애 좀 하라고 부추기는 회사입니다. 대체 어떻게 남의 연애를 돕겠다는 건지, 무슨 생각으로 남 좋은 일을 하는 건지 한 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현수 대표, 이은경 실장, 이진욱 전략기획 팀장

신림동 캐리: 이웃사촌인데 처음 뵙는다.
김현수: 반갑다.
신림동 캐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어쩌다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는가?

김현수: 원래 프로토 타입이 있었다. ‘시라노 계약 연애’라고 남녀가 계약을 하고 일단 만나보라는 거였다. 근데 ‘계약’이라는 단어가 무서운지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신림동 캐리: 원래 계약과 보증은 무서운 거다.
김현수: 남녀가 연애를 하는 데 있어 신경 쓸 건 많은데 정작 자기가 원하는 건 모르는 것 같아서 아예 까놓고 요구해보자 그런 거였다. 근데 대중적으로 가기 힘들어서 올해 2월에 컨셉을 바꿨다. ‘너와 내가 원하는 연애를 같이 해보자.’라는 거다.

신림동 캐리: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김현수: 가입은 무료고 연락처를 주고 받는 건 과금이 있다.
신림동 캐리: 친구가 게임 회사 다니는데 해킹으로 아이템을 털린 유저가 1층 로비에서 사냥총을 들고 위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연애는 게임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거 아닌가. 혹시 막 책임지라는 사람 없었나?
이은경: 의외로 아직 없다.
신림동 캐리: 정말 의외다.
김현수: 서로 마음이 맞았을 때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에만 과금하니까 그런 일이 없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사이트 개발은 어떻게 하셨는가?
김현수: 서버는 interface는 PHP, core는 C를 이용해서 개발하고 앱은 100% Native다.

신림동 캐리: ‘시라노 연애 조작단’에서 이름을 따오신 것 같은데 그럼 연애에 서투르거나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김현수: 처음에 그 생각도 했는데 견적을 뽑아보니 돈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 뒷조사도 해야 하고 미행도 해야 하고 엑스트라 배우도 써야 하고 상황에 따라 도구를 이용해 이벤트도 해야 하니까 그걸 한 달 정도 한다고 치면 수천만 원 나오겠더라. 그 정도 금액이면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

신림동 캐리: 다들 초기 멤버이신가?
김현수, 이진욱, 이은경: 그렇다.
신림동 캐리: 다행이다.
김현수: 뭐가?
신림동 캐리: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을 아끼시면 인터뷰하기 힘드니까.
이은경: 셋이서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같이 시작했다. 나는 여대를 나왔는데 원래부터 주변에 소개팅해주는 게 취미였다. 농담 삼아 나중에 이걸로 사업할 거라 그랬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이진욱: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살펴보다 지인을 통해서 소개 받았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어떤 서비스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가입해보려고 했는데 요구하는 게 많아서 포기했다.
김현수: 우리는 가입이 좀 까다롭다. 가입 프로필과 위시리스트가 많고, 그걸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사용자에겐 지속적인 수정 요청을 보낸다. 제대로 된 응답이 없으면 가입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가입승인에 최장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신림동 캐리: 소위 말하는 ‘스펙’은 어떻게 증명하나?
김현수: 초기에는 대학에 직접 전화해 졸업 증명을 했었다. 근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도저히 인력으로 가능하지 않아 포기했다.
신림동 캐리: 가내수공업 분위기인데, 서비스는 셋이서 각자 파트를 분담하나?
김현수: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니 자기 맡은 역할은 있지만 이것 저것 다 손대게 된다.
신림동 캐리: 페이스북은 누가 관리하나?
김현수: 여기 잘생긴 이진욱 팀장이 한다.


핸섬컴퍼니에서 핸섬을 맡고 있는 이진욱 전략기획

신림동 캐리: 감성이 넘쳐흘러서 여자가 하는 줄 알았다.
김현수: 내가 강조하는 게 그거다. 언제나 소녀 감성으로 하라고. 그게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소셜 데이팅 서비스를 운영하며 느끼는 애환, 또는 보람이 있는가?
이진욱: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커플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 번 만나보고 본인 스타일이 아니었는지 잘 안됐다. 근데 두 분이 간간이 연락하다 나중에 같이 미션을 실행하면서 정이 들어서 결국 사귀시게 됐다. 곧 결혼하신다고 들었다.
신림동 캐리: 와, 그 커플이 결혼하면 시라노 연애 대작전은 뭐라도 해줄건가?
김현수: 당연해 해드려야지.

신림동 캐리: 다들 연애는 하고 있나?
이진욱: 난 있다.
김현수: 난 결혼했다.
이은경: 나도 결혼했다.
신림동 캐리: 중이 제 머리 못 깎으면 안 되니까. 여태까지 얼마나 성사됐나?
김현수: 31,000 커플이 연결됐다.
신림동 캐리: 생각보다 많다.
김현수: 연인은 된 건 아니고 서로 호감을 나누고 연락처 교환한 숫자다.
신림동 캐리: 연락처 교환하고 그 뒤의 일은 자기들끼리 하는 건가?
김현수: 거기서부터는 서로가 알아서.

네, 연애는 셀프입니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가 나 빼고 다들 커플이다. 그래서 동료들이 농담 삼아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가입하라고 한다.
김현수: 솔로셨나? 가입하시라.
신림동 캐리: 올해 초에 헤어지고 충격 받아서 미국에 두 달 다녀왔다.
이은경: 와.
신림동 캐리: 하지만 자아를 찾진 못했다.

그리고 신림동 캐리의 연애 넋두리가 20분이나 시작되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은 왕년에 좀 잘 나가셨나?
김현수: 못 나갔다. 그러니까 이런 거 하는 거다.
신림동 캐리: 그럼 연애 케이스 많이 접해보며 뭔가 달라지셨겠다.
김현수: 솔직히 총각 시절에는 상대방이 뭘 바라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런 걸 좋아하겠지 짐작만 할 뿐이지. 그래서 상대방이 바라는 걸 캐치해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보자 싶었다. 어쩌면 내가 못했던 걸 남들에게 도움 주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밀당도 재밌지만 까놓고 하는 것도 재밌잖아.

신림동 캐리: 근데 나이가 들면 되게 그런 거 귀찮지 않나?
이은경: 의외로 그런 거에 목말라 하신다.
김현수: 사람을 잘 알아가는 방법 중에서 ‘무엇인가를 같이 해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라노 연애 대작전은 4주간의 연애 희망 목록을 작성하고 그 미션을 같이 수행해나가는 방식을 한다.
신림동 캐리: 미션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인데 황당한 미션 있었나?
김현수: 황당한 미션 거는 사람 의외로 없는 편이다.
신림동 캐리: 아, 의외다. 그럼 어떤 미션이 많나?
이은경: 매우 소소하다. 영화 같이 보기, 치맥하기?
신림동 캐리: 치맥!
김현수: 같이 맛집 다니기? 그런 소소한 거다. 근데 그 소소한 걸 못하는 사람이 많지.
이은경: 신림동 캐리는 어떤 데이트 좋아하나?
신림동 캐리: 나는 부산에 가는 거 좋아한다. 용궁사 그런 데 좋다. 바다를 보면서 남자친구에게 ‘넌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니.’하고 막 이렇게 좁게 살지 말고 저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요했다. 그랬더니 다들 나와 헤어지고 유학 가더라. 바다 괜히 보여줬다.

유부녀라고는 믿기지 않는 미모의 이은경 실장

신림동 캐리: 자, 사장님이 화장실 가셨으니 물어보겠다. ‘핸섬컴퍼니’ 어떤가?
이진욱: 인원수가 적으니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어서 그게 나에게는 장점인 것 같다. 여러 방면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회사가 하나 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커가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이은경: 작은 회사라 내가 낸 아이디어가 사업에 반영되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이 오는 게 감격스러워서 가끔 찡할 때가 있다.
이진욱: 나도 그렇다. 처음엔 나도 처음엔 생각나는 거 다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그게 반영되고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면서 오히려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사장님이 없는데도 이렇게 회사 욕을 아끼다니 핸섬컴퍼니 대표님은 좋겠습니다. 아니면 되게 무서우신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곧 새로운 서비스 오픈한다고?
김현수: ‘연애는 타이밍’이라는 서비스다. 그동안의 소셜 데이팅 서비스는 남녀 만남을 무제한으로 제공해왔다. 근데 우리는 누군가 연결되면 그 커플에게는 더는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없는 거다. 한마디로 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되기 전에 빨리 대시하란 거지.
신림동 캐리: 만남의 신뢰나 진정성 면에서는 좋을 것 같지만, 일부 유저들은 좀 아쉬워하지 않을까?
김현수: 그래서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도 타이밍이니까.

폴 틸리히는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연애하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 소홀했던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바라는 진짜 연애를 해보고 싶다면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문을 두드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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