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근무 조직을 위한 취업 규칙 무료 공개 (원격 근무, 재택 근무 가이드)

들어가는 글

정보기술 혁명으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좋은 인재의 기준으로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에 잘 앉아 있는 것을 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른 아침 집 소파에서도 혹은 날짜가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도 얼마든지 일을 잘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고, 코로나19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업중심시대에 만들어진 국내 노동 관련 법률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합니다. 업무 장소와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일하는 로켓펀치의 자율 근무 방식은 구성원들의 높은 만족도와 성과로 증명되었지만, 노동법의 회색 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로켓펀치 팀은 우리의 자율 근무 방식을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한국 노동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 근무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취업 규칙을 만들고 법무법인 충정의 법률 검토를 받았습니다. 이 취업 규칙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즉, 판매 목적이 아니라면 회사 내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또한 규칙에 대한 개선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근무 방식의 도입을 통해 더 일 잘하는 조직을 만들기를 희망하는 모든 회사들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로켓펀치 팀 드림.

일러두기

[1] 일하는 장소와 시간의 선택이 자유로운 자율 근무 시스템의 특징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

  • 국내 노동법은 기본적으로 근무 시간과 장소를 정하도록 되어 있어, 취업 규칙은 반드시 이를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자율 근무 시스템을 가진 회사라도 근무 시간과 장소를 명확히 지정해야 하는 직군도 있습니다. (예 – 로켓펀치 팀이 속한 회사 알리콘에서 운영하는 분산 오피스 ‘집무실’ 현장 매니저)
  • 우리는 이런 상황을 ‘재량간주시간근로제‘라는 법령상의 제도를 취업규칙에 담아 해결했습니다.

‘재량간주근로시간제’란? 연구직, 출판직처럼 업무수행방법, 시간배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가 곤란한 업무에 대해 그 수행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고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 팀 내에서 근무 장소와 시간을 지정해야 하는 직군은 전통적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그 외 직군은 ‘재량간주시간근로제’를 적용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면, 노동법을 위반하지도 않고 자율 근무 시스템도 해치지 않는 고용계약이 완성됩니다.
  • 해당 내용은 취업규칙 내 제9조 1항, 제 26조 및 제 27조 등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율 근무 시스템의 특징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

  • 국내 노동법에서는 유급휴가에 대한 규정을 취업 규칙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제한이 휴가를 쓸 수 있더라도, 유급 휴가 지급에 대한 규정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해당 내용은 취업 규칙 제30조에 들어가 있습니다.
  • 위와 같은 배경으로 로켓펀치 팀은 취업 규칙에는 휴가 일수 등을 규정하되, 소진 일수를 계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율 근무의 자유로운 휴가 시스템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3] 자율 근무 시스템이 잘 동작하기 위해 무임승차를 없애기 위한 방안은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가?

  • 자율 근무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을 서로 가지지 않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임승차’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필수불가결합니다. 다시 말해, 자율 근무 문화에 적합하지 않는 직원은 빨리 관계를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하지만 국내 노동법은 해고에 대해서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합니다. 물론 이는 70~80년대 우리나라 노동 환경이 열악하던 시절,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제정된 것이지만, 회사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고, 직업과 직장의 전환이 빠른 현 시대상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 노동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자율 근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해고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한 내용은 제47조에 담겨있습니다. 자율 근무 시스템을 해칠 수 있는 사항을 최대한 상세히 기술하여 해고라는 어려운 의사 결정을 내렸을 때, 법령적 요인으로 해고 절차가 적시에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막는 것입니다.

[4] 자율 근무를 뒷받침 하는 ‘차별 금지 정신’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

  • 자율 근무 시스템이 유지 되기 위해서는 편견이 없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눈에 자주 보인다고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성별에 따라 직무를 규정 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모든 것은 그 사람이 만들어낸 업무 결과로만 판단되어야 자율 근무 시스템은 제대로 동작합니다.
  • 로켓펀치 팀은 이를 ‘동등한 자들 중 최고(Primus inter pares) 원칙’이라고 부르며 ‘7가지 인사 원칙’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6) 동등한 자들 중 최고(Primus inter pares) 원칙 – 회사 내의 어떤 역할은 그 사람의 ‘나이 / 경력 / 성별 / 국적’ 등의 외적 요인과 무관하게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맡는다.

  • 우리는 이런 차별 금지 정신을 취업 규칙에도 담기를 원했고 이는 취업규칙 내 제4조, 제5조 등에 담겨 있습니다.

[5] 취업규칙에 등장하는 ‘알리콘 주식회사’는 무슨 회사인가?

  • ‘알리콘 주식회사’는 ‘로켓펀치’와 ‘엔스파이어’가 합병하여 탄생한 회사의 이름입니다.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로켓펀치’와 분산 오피스 ‘집무실’을 결합하여, 디지털 중심 시대의 워크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취업 규칙 상세 보기

(1) GitHub에서 보기 : https://github.com/RocketPunch-inc/rules-of-employment-for-autonomy-culture-team

(2) 구글 문서로 보기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juOdnZ3C9Ak9eH6aFXXU-N3D1XBl4M2DHAB8V1ChaG0/edit#

함께보기

로켓펀치의 자율 근무 문화 – 2020년 : 출퇴근하며 일하던 회사가 3개월 만에 자율 근무로 전환한 ‘자율화(Auto-forming)’사례

2020년은 로켓펀치 팀이 사업 규모나, 조직 구조가 비약적으로 변화한 시기였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30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던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단기간에 일어나는 것을 보고, 원격근무가 대중화될 시기에 적합한 주거 지역의 비즈니스 라운지 ‘집무실’을 출시했고, ‘집무실’을 만들기 위해 훌륭한 공간 개발 능력을 갖춘 ‘엔스파이어’와 합병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와 합병한 엔스파이어는 사무실이나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100% 자율로 일하던 로켓펀치 팀과 상반된 전통적인 근무 방식을 가진 회사였다.

  1. 물리적 사무실 존재
  2. 정해진 출퇴근 시간 존재
  3. 사무실 출퇴근을 전제로 제정된 연차 제도, 식대 규정, 야근 규정 등이 존재

일의 미래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방식이라는 생각에 공감한 엔스파이어 팀은, 전통적 근무 방식을 자율 근무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통적 근무 방식을 100% 자율 근무 방식으로의 전환한 ‘자율화(Auto-forming) 과정’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고민하는 많은 회사들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상세히 공유한다.

사무공간

자율 좌석 도입

고정된 자리가 있던 사무실을 자율 좌석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큰 공용 테이블을 포함한 약 20석 정도의 좌석 중, 사무실 상주 인력을 위한 6자리는 지정석으로 만들고, 나머지 자리는 그때그때 오는 사람이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처리했다. (집무실의 자유석 멤버십, 지정석 옵션 지정과도 일치하는 시스템)

개인 사물함 설치

자율 근무로 일하던 팀원이 사무실에 왔을 때만 쓰는 개인 사무용품이 있는 경우도 있고, 사내외 보안 이슈로 별도로 보관해야 하는 물품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쉽게 해결하여 자율 좌석 시스템을 더 잘 동작하도록 하기 위해 25개 정도의 사물함을 제작 설치했다. 정형석 CCO님은 집무실의 워크모듈을 자체 제작한 것처럼 본사 사물함도 자체 제작했다.

자율좌석제 개편 전
자율좌석제 개편 후

업무 장비

로켓펀치 팀은 새로운 팀원이 합류하면, 업무 장비가 필요한지, 혹은 개인 장비를 쓸 것인지 물어본 후, 업무 장비가 필요하다고 하면 지급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인의 소유로 전환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물리적 사무실이 없기 때문에 업무 장비를 반환해 봤자, 둘 곳도 이어서 쓸 사람을 찾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엔스파이어는 업무 장비를 사무실에 두고, 퇴사 시 다음 사람이 쓰게 되는 전통적 사무실 기반 업무 장비 운용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율 근무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로켓펀치가 운용하는 시스템이 최선이라 생각해서 당초 우리가 고려한 것은 최근에 생기고 있는 ‘업무 장비 렌탈’ 서비스였다. 하지만 여러 서비스를 알아본 결과 이런 렌탈 서비스는 자율 근무 기업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렌탈 기간이 끝나기 전에 구성원이 퇴사할 경우, 그 구성원이 남은 금액을 지불하고 장비를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인수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사무실을 기반으로 일하되, 높은 비용을 일시에 지불하기 어려운 회사를 위주로 설계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체 비용을 들여 장비를 구매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소유가 전환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단기적인 자본 지출은 커질 수 있지만, 2년 정도만 놓고 본다면 그 방식이 총비용을 낮추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근무 장소와 시간, 휴가 등

근무 장소와 시간, 휴가 등은 로켓펀치 팀이 가지고 있던 100% 자율 시스템을 선택했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소나 시간을 결정할 수 있고, 휴가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결과로만 이야기한다’는 높은 수준의 프로페셔널리즘,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을 것이다’는 조직 내 믿음이 뒷받침되면, 이런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인 시스템은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준다. 당초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던 엔스파이어 팀원들도 지금은 이 업무 방식의 장점을 체감하고 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참고 – 로켓펀치 팀의 ‘사무실 없이 일 잘하는 법

주간 타운홀 미팅

사무실과 각자의 집, 혹은 집무실을 포함한 제3의 장소에서 돌아가는 50명에 가까운 조직의 정보 불균형을 줄이고, 소속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이뤄지는 타운홀 미팅을 매주 정례화했다.

알리콘 타운홀 미팅 모습

법률적 뒷받침

로켓펀치 팀의 자율 근무 방식은, 일하는 구성원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여준다. 이는 전통적 근무 방식이었던 엔스파이어 팀원들이 바뀐 업무 방식에 잘 적응하고 문제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도 증명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부의 성공과는 별개로 아직 자율 근무 방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한국 노동법의 문제로, 많은 법률 위험 요인을 지적받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자율 근무 문화를, 더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법률적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자율 근무 조직을 위한 표준 취업 규칙’을 만들었고, 대형 로펌의 법률 검토를 받고 있다.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회사 누구나 법률적 위험 없이 자율 근무, 원격 근무, 유연 근무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당 취업 규칙을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함께보기>


로켓펀치 팀은 2020년 ‘엔스파이어’와의 합병을 통해 ‘알리콘’이라는 회사로 재탄생 했습니다. 알리콘은 누구나 일에 필요한 사람을 쉽게 찾고 연락할 수 있는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로켓펀치’와 원격근무가 대중화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거 지역에서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켓펀치와 집무실을 결합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가속화될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적인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갈 동료를 항상 찾고 있습니다.

현재 오픈된 포지션이 아니더라도, 회사의 성장을 함께 만들 수 있는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편하게 알려주세요!

로켓펀치 팀의 7가지 인사 원칙

창업 초기 사람 문제로 팀이 박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대표입니다. 대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꽂혀서’ 원칙없이 갑자기 팀에 합류시키면, 흔히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 역시 창업 초창기에 사람 문제로 팀이 붕괴되는 위기를 두번 정도 겪은 후, 거기서 배운 교훈을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정리했고, 이 원칙을 지킨 이후부터는 심각한 문제는 겪지 않았습니다.

제가 저와 비슷한 문제를 겪은 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원칙은 (4)번 ‘원칙 유지 원칙’입니다. 늘 그렇듯, 이 글이 좋은 기업 문화를 꿈꾸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기대하며, 공개합니다.

<로켓펀치(Now 알리콘) 팀의 7가지 인사 원칙>

(1) 최고 인재, 최고 보상 원칙

적당한 인재가 아닌 우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최고의 인재를 찾고, 그들에게 회사의 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최고 대우를 보장한다.

(2) 만장일치 원칙

1번 원칙을 뒷받침 하기 위해서, 채용 과정에 있어서 ‘평가자 중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선발하지 않는 만장일치 제도’를 도입하나, 만장일치 제도의 흔한 부작용인 ‘별 특성 없는 무난한 인재’가 선발되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3) 효율성 유지 원칙

효율성 높은 조직이 최고다. 우리가 창출하는 가치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사람수를 늘리는 것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4) 원칙 유지 원칙

아무리 좋아 보이는 인재가 있더라도, 기존 구성원들의 보상 체계와 신뢰를 흔드는 조건으로 영입을 결정하지 않는다. 또, 설령 대표가 추천한 인재라고 하더라도 모든 채용 프로세스를 100% 통과해야 한다.

(5) 내부 인재 우선 원칙

새로운 업무 역할이 생기거나, 전임자 퇴사 등의 이유로 승진이 필요할 경우 최우선 고려 대상은 사내 인재다. ‘최고의 동료는 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6) 동등한 자들 중 최고(Primus inter pares) 원칙

회사 내의 어떤 역할은 그 사람의 ‘나이 / 경력 / 성별 / 국적’ 등의 외적 요인과 무관하게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맡는다.

(7) Attitude > Ability 원칙

선발 과정에서 현재 가진 능력(Ability)보다 사고 방식(Attitude)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다.


로켓펀치 팀은 2020년 ‘엔스파이어’와의 합병을 통해 ‘알리콘’이라는 회사로 재탄생 했습니다. 알리콘은 누구나 일에 필요한 사람을 쉽게 찾고 연락할 수 있는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로켓펀치’와 원격근무가 대중화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거 지역에서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켓펀치와 집무실을 결합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가속화될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적인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갈 동료를 항상 찾고 있습니다.

현재 오픈된 포지션이 아니더라도, 회사의 성장을 함께 만들 수 있는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편하게 알려주세요!

알리콘 타운홀 미팅 모습

[법무 가이드]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M&A(Merger & Acquisition, 기업 인수 합병)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인수하는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경우도 있고,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tvN 드라마 <스타트업> 11회와 12회에서는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라는 다소 생소한 M&A용어와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애크하이어 M&A와 M&A에서 주의할 사항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ASE: 삼산텍의 애크하이어

놀라운 기술력으로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달미(배수지)와 도산(남주혁)의 삼산텍은 세계적인 대기업 투스토로부터 주식 100% 인수 제안을 받습니다.

​투스토가 내건 조건은 회사 가치(valuation)은 30억원으로 하고, 팀원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투스토 본사에서 근무하며, 삼산텍의 ‘눈길’ 서비스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스토가 삼산텍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삼산텍을 인수하는 것이란 소식을 들은 지평(김선호)은 계약서 체결 당일에 삼산텍 사무실에 찾아와 계약서를 살펴봅니다. 변호사 출신 사하(스테파니 리)가 계약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지평은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것은 전형적이 애크하이어고, 투스토는 삼산텍의 가치를 보고 인수하는 것이 아니고,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것이며, 삼산텍은 곧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평 때문에 형이 자살했다고 믿는 용산(김도완)이 지평이 달미와 도산에게 연락하는 것을 가로막고, 도산과 달미는 인수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나 투스토는 계약이 체결되자, 곧 말을 바꾸어 지평의 경고처럼 달미와 사하를 해고하고, 엔지니어 3명만 실리콘밸리로 데리고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삼산텍 창업자들이 반발하며 인수 계약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지만, 투스토의 알렉스(조태관)는 위약금이 60억원이라고 답합니다.

​도산은 소송을 통해서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고 나서지만, 달미는 도산에게 투스토로 떠나라고 하고, 도산과 결별을 택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애크하이어는 무엇이고, 정말 지평의 말처럼 나쁜 것일까요?

지평은 애크하이어가 뭔가 거대한 음모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애크하이어는 기업 인수(acquire)와 인재 채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를 의미합니다.

최근 정부 기관에서 개최한 IT 기업 M&A활성화 방안 회의에 패널로 참석하였습니다. 회의 중 ‘미국에서는 소규모 M&A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은 창업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 인재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아직 공채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M&A가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사실 인수조건만 정당하다면,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인수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더욱이 창업 생태계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오히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M&A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크하이어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크하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회사를 더 키워서 일반적인 M&A나 IPO(기업공개)로 엑시트(exit)를 하는 방법을 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수익 창출이 계속 어려울 것 같다면? 애크하이어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정말 문제가 없었을까요?

사하와 지평 모두 인수 계약서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었지요. 그러나 삼산텍의 입장에서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완전히 잘못 작성된 인수 계약서입니다.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1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애크하이어 계약서에서는 주식매매에 관한 사항 외에도 창업자들이 인수기업(투스토)에 고용되는 조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합니다.

​누가 투스토에 고용될 것이고, 누구는 떠날 것인지, 고용 보장기간은 얼마인지, 의무 재직기간은 얼마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직급은 무엇인지, 인수 이후에도 창업팀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등이 계약서에 전부 상세하게 적혀 있었어야 합니다.

만약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팀원 전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인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그 조건을 인수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였어야 합니다. 물론, 그 조건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M&A 딜(deal) 자체가 깨질 수도 있지만, 정말 3명의 엔지니어가 마음에 든다면, 투스토가 양보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딜이 깨졌다고 해도, 60억원의 위약금을 물지 않고도 자유롭게 계속 삼산텍을 운영해도 되니, 원하지 않는 계약을 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모두 빠진 투스토 인수 계약서를 두고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투스토의 알렉스가 구두로 약속한 내용을 실제 계약서에는 반영하지 않아 얄밉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악당은 아닙니다. 지평의 말처럼 계약을 다르게 이해하고 체결한 삼산텍의 잘못이고, 그 책임도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들도 각자 전문적인 분야가 있습니다. 극 중 사하가 변호사였지만, M&A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다면 이런 실수를 충분히 저지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업 생태계나 업계를 고려하지 않고 계약서 내용 자체를 법리적인 측면에서만 검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삼산텍 입장에서는 내부에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팀원이 있으니 굳이 외부 자문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리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M&A 업무 경험이 없는 변호사(보통 창업자의 지인이죠)가 창업자들에게 불리한 계약서의 내용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M&A가 될 때, 대부분의 창업자는 M&A가 처음입니다. M&A를 여러 번 경험한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이라 해도 3번 정도면 정말 많이 경험해 본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대방인 대기업 투자(인수)팀이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는 M&A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런 전문가들도 변호사의 자문과 지원을 받습니다.

​스타트업 M&A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없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M&A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M&A 자문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blog.naver.com/seumlaw/222155034688

[법무 가이드]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대표이사 변경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배수지, 남주혁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스타트업’이 방영을 시작하였습니다. 직접 스타트업에서 일한 것은 아니지만 9년째 스타트업 전문 로펌에서 일해온 저도 ‘스타트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스타트업> 3회에 강한나 배우가 연기하는 원인재가 자신이 성장시킨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잃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 스타트업 속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의 대표이사 변경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CASE: 스타트업의 대표이사 변경

스타트업 N의 대표이사 인재는 미국 출장을 준비하던 중, 대표이사인 자기도 모르게 이사회 일정이 그날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때 인재의 새 아버지인 원 회장이 나타나 자기가 이사회를 소집하였고, 스타트업 N의 대표이사를 자기의 친아들인 상수로 변경할 테니, 인재는 미국 지사의 업무를 맡고 워라밸이나 챙기라고 합니다.

​인재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에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원 회장은 원 회장과 아들 상수의 지분율이 86%이므로, 이사회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투자자의 납득이 왜 필요하냐며, 인재의 말을 무시합니다.

​인재가 없는 주주총회장에서 상수가 의장으로 인재의 사임 소식을 알리고, 주주들에게 동의하는지 묻습니다. 인재는 처음에는 순순히 원회장의 뜻을 따라서 미국으로 출국하려고 하였으나, 마음을 바꾸어 주주총회 중인 회사로 돌아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다시는 씹던 껌 같이 버려지는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하여 새로운 창업을 준비합니다.


드라마의 앞 부분에서는 분명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했는데, 인재가 회사에 도착하니 주주총회가 개최 중인데요. 제작진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원 회장이 주주총회에 관한 언급을 한 것을 보면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실수가 아니라면 이사회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안건으로 하는 이사회였고, 이사회 종료 직후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 것일 수 있습니다.

​원 회장이 자신과 아들 상수의 지분율이 86%이므로 투자자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맞는 말일까요?

​만약,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에 분노한 투자자가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우선 주주총회 소집의 하자를 이유로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는 방안을 설명할 것입니다. 회장 측이 86%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주주총회 소집을 위해서는 2주 전에 주주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생략하기 위해서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투자자에 2주 전에 통지하지 않고 주주총회를 소집했으니, 주주총회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원 회장 측이 86%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시 소집 절차를 거쳐서 주주총회를 소집하면 결국은 적법하게 대표이사 변경을 결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주총회를 취소하는 방안은 큰 실익이 없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투자자에게 투자계약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안할 것입니다. 국내 VC 투자계약은 대표이사의 변경을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최대주주(이해관계인)에게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put option), 최대주주에게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투자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투자자의 이러한 동의권을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자기의 무능한 아들로 대표이사를 변경하였다면, 투자자들은 원 회장에게 투자자가 보유한 스타트업 N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거나, 위약벌 등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분율만 믿고 투자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 인재가 만약 저를 찾아와서 조언을 구한다면? 대표이사 및 이사직에서 순순히 사임하지 않는 것을 권유하겠습니다.

이사는 근로자와 달리 언제든지 주주총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를 해임한 경우 그로 인한 이사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므로, 남은 임기의 이사의 보수(연봉)를 모두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인재가 스스로 사임하면 이러한 보수 청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인재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사임하면 보유 주식, 스톡옵션과 관련해서도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대표이사는 투자계약 체결 시에 일반적으로 퇴사금지, 경업(경쟁영업)금지 계약을 체결합니다. 인재가 회사를 퇴사하면, 퇴사금지 계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재는 곧 바로 다시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경업금지 의무는 회사를 퇴사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효력이 있으므로, 인재가 유사한 사업을 하면 경업금지 위반도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재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최대주주, 회사, 투자자와 사이에 남은 보수, 퇴사금지, 경업금지 계약 해지 등에 관한 서면 합의를 한 이후에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통하여 어느 정도라도 금전적으로 노력의 대가를 보상 받아야 할 것입니다.

대표이사의 변경은 회사의 경영뿐 아니라 회사, 주주, 대표이사 및 투자자 사이의 권리 및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입니다. 법적 검토 없이 섣불리 대표이사를 해임하거나 대표이사나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경우 예상하지 못한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를 강제로 해임하는 경우이든, 대표이사가 스스로 사임하는 경우이든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blog.naver.com/seumlaw/222127768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