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1

신림동 캐리: 보화님, 싸이월드 사진 보정 좀 해주세요.
윤보화 디자이너: 싸이월드 대표님이 이선균 닮으셨어요.
신림동 캐리: 아, 그런가? 엄청 동안이시긴 했어요.
윤보화 디자이너: 이 남자 직원분은 송중기 닮았어요.
신림동 캐리: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보정이나 빨리하란 말이야!

이선균과 송중기 닮은꼴이 다니는 싸이월드 인터뷰는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김동운 대표님은 싸이월드 전성기 시절에 전략본부장을 지내신 분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싸이월드의 흥망성쇠를 다 겪으신 분인데, 언제가 싸이월드의 변곡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김동운: 싸이월드에는 내적인 변곡점이 있었고 외적인 변곡점도 있었다. 내적인 변곡점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5년부터 유저의 활동이 위축되고 싸이월드 본연의 친밀한 네트워킹과 달리 카페 같은 페이스북이 더 선호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싸이월드는 작은 규모의 도시처럼 만들어진 서비스다. 내가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것처럼 그렇게 개인적이고 아기자기한 서비스로 기획되었다. 그렇기에 싸이월드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커졌을 때 백업 수단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든가 새로운 기술 환경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유저에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SK컴즈라는 대기업 자본력과 시스템 파워에 힘입어 크게 성장할 수 있었지. 근데 결국 그것도 2010년 이후로 한계를 겪고 외부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신림동 캐리: 31명의 직원을 이끌고 종업원 인수 방식으로 분사한다고 들었다. 대기업이라는 큰 시스템에 있다가 스타트업으로 변모하기가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텐데?
김동운: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예전 싸이월드 대표셨던 이동형님의 강연이 있었다. 그 분께 초심으로서의 각오 같은 걸 듣고 싶었다. 강연은 인상적이었고 도움이 되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중에서 ‘자유가 생각보다 달다’는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 32명은 대기업의 구조적인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다. 당연히 대기업에서 나온다는 망설임과 불안감이 있었다. 근데 막상 스타트업으로 주도적인 회사 생활을 해보니 생각보다 정말 달더라. 나는 좋다. 근데 옆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옆의 두 분은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요즘 미혼은 페이스북, 기혼은 카카오스토리를 쓰는 게 대세인 것 같다. 그럼 싸이월드는 어느 층을 공략하실 생각이신지?
허유경: 내 주변만 봐도 애 낳은 사람은 다 카카오스토리를 쓰더라.
신림동 캐리: 일단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되기 때문에 2014년 현재 가입자 수가 2,600만 명 정도다. 게다가 비교적 사용법이 간단해서 중년층에서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더라. 우리 부모님만 해도 골프 동호회, 산악 동호회 사람들과 친구 맺고 누가 오늘 어디 갔는지 체크하시던걸.
김동운:사실 싸이월드가 특별히 정한 타깃은 없다. 예전에 싸이월드가 가장 인기 있었을 때도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 썼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나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은 20대가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싸이월드는 20대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예전에 이런 연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원숭이 집단에 새로운 도구를 쥐여줬더니 젊은 암컷 원숭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그걸 받아들이더란 거였다. 실제로 한국은 20~30대 여성이 문화계를 다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고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내 페이스북 친구이신 청담동 B성형외과 원장님께서 ‘성형 후 흑역사 제거에 몰입한 회원들이 대거 탈퇴하거나 사진을 지우면서 싸이월드의 몰락이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 주셨다.
김동운: 그럴싸한데?
신림동 캐리: 정말 그런 것 같기도….
김동운: 이건 SK컴즈 때부터 싸이월드 원년멤버이자 여성인 유경씨가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허유경: 왜 내가… 아, 일단 나는 성형을 한 건 아닌데 내 과거 사진을 정말 싫어한다. 누가 본다면 더욱 싫다. 사실 여자 입장에서 2~3년 전 사진만 봐도 확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신림동 캐리: 나도 대학생 때 내 사진을 보면 ‘왜 이런 옷을 입고 다닌 거야!’라고 하면서 내 멱살을 잡고 싶어진다.
허유경: 근데 내 친구들을 보면 1년 전 사진을 보면서도 ‘이땐 참 꽃다웠는데….’라며 그리워하는 애들이 있고 여자의 마음은 참 복잡한 것 같다. 하지만 성형 후의 흑역사를 지우고 싶다는 심경은 여자로서 매우 동감한다.

신림동 캐리: 또 과거 사진 하니까 말인데, 갑자기 재작년인가 싸이월드에서 ‘몇 년 전 오늘’하면서 네이트온으로 과거 사진을 팝업 띄우는 기능이 생기지 않았었나. 내가 그 기능 때문에 진짜….
김동운: 왜?
신림동 캐리: 다 비공개로 돌려뒀던 구남친 사진을 맨날 네이트온으로 띄워주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다 급기야 최근 소식을 수소문해서 걔가 유학을 마치고 뒤늦게 군대 갔다는 사실을 알고 강원도 화천까지 면회 다녀왔다.
허유경: 맙소사…. 그게 원래도 있었던 기능인데, 회사가 트래픽에 욕심을 내고 갑자기 강제로 메신저에 띄워버리니까 어택 받으신 분들이 많다고는 들었다.
김준: 심지어 그 기능을 관리 하시는 분들도 자기 사진 다 비공개로 돌리시고
신림동 캐리: 지금도 내 주변에서는 10년 놀림감이라고 부르고 있다. 싸이월드가 책임져라.
김동운: 그래서 지금은 남자친구 있나?
신림동 캐리: 있다.
김동운: 그럼 딱히 우리가 해드릴 건 없군. 소개팅이라도 해드릴랬는데…. 농담이고 앞으로의 싸이월드는 트래픽 욕심을 부리기보다 주의 깊게 사용자 중심의 정책 기능을 펴나가겠다.

신림동 캐리: 싸이월드가 자신의 흑역사 상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 뉴욕 헤럴드 트리뷴을 외치다 전설이 된 연예인 J씨도 계시고 말이지. 아무튼 허세가 남이 보긴 웃길지 몰라도 SNS 채널 자체의 붐업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최근 페이스북 허세에 대응할만한 싸이월드만의 힙한 허세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
김동운: 이것도 마케팅 담당자인 유경씨가 대답하자.
허유경: 우리의 마케팅 포인트는 흑역사든 꽃역사든 어쨌든 그 사람의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툴로서 싸이월드가 이용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까 말씀하셨지만 몇 년 전 오늘하면서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걸 강제로 보여주거나 하는 건 지양하고 싶다. 방법적인 문제로서 사용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역사 모두를 포용하는 감성으로 마케팅하고 싶다. 어쨌든 좋건 싫건 나였으니까?
김준: 허세는 보는 사람이 있어야 제맛인데, 싸이월드는 남에게 많이 보여줄 수가 없으니까… 요즘 싸이월드 이용자의 대부분이 일기장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셔서 말이지. 아무튼 그런 이유로 허세글이 싸이에 올라오는 자체가 별로 없다. 그래서 쉽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사용자의 허세를 우리가 어떻게 의도하란 말인가!
김동운: 초기에 싸이월드가 막 성장할 때 동력이 피핑(peeping)이었다. 투데이 카운트나 파도타기 기능도 거기에 충실했었다. 앞으로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마케팅적으로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 싶다.

신림동 캐리: 아, 그러고보니 네이트도 싸이월드에서 관리하나?
김동운: 네이트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계속 관리한다.

신림동 캐리: 싸이월드의 자료를 책으로 만드는 기능이나 백업을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김준: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글이나 사진만이 아니라 덧글까지 합쳐져 싸이월드의 콘텐츠가 완성되는 건데 그 포맷을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려워 실제로 그것을 구현할 때의 허들이 있다. 게다가 예전에 사진 출력 기능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흥하지가 않았다.
허유경: 맞아. 지금의 카카오스토리도 사진 출력을 지원하지만 싸이월드에서부터 사진 출력 기능은 있었는데 사실 사용자가 그렇게 그걸 이용하지는 않더라. 게다가 백업 기능이 있다면 백업을 받고 탈퇴하겠지. 그래서 만들지 않는다.
신림동 캐리: 다들 백업만 받고 탈퇴할 걸 안다니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허유경: 하하하
김준: 하하하

다시 말하지만 이건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김동운: 백업은 사업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일단은 백업 기능을 지원하기보다 플랫폼을 개선해나가는 게 싸이월드의 우선 과제다.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에서 오픈형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겠다. 다른 SNS와 연동한다든가 하는 거 말이다. 사용자를 막고 제한하는 것보다 정말 자신들의 과거 시간을 기꺼이 우리 쪽에 담고 싶어지는 공간을 지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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