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군가 이 코드는 어딘가, 고민을 멈추지 않는 개발자 구종만 1

신림동 캐리:어릴 적부터 많은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상을 휩쓰셨는데 언제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계기로 그리되셨는지?
구종만: 어릴 적부터 휩쓸다니 오해입니다. 대학교 온 후에나 좀 성적이 좋았지, 그 이전에는 대회에서 큰 상을 타본 적이 없다.
신림동 캐리: 대기만성 타입!
구종만: 그 그런가…. 프로그래밍은 열 살에 컴퓨터가 생기면서부터 시작했다. 그때는 컴퓨터 사면 무조건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컴퓨터 사면 깔려 있는 게 게임 두 개랑 베이직 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이걸 제대로 가지고 놀기 위해 프로그래밍 하다가, 프로그래밍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여기까지….
신림동 캐리: 참여한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하나만 들려달라.
구종만: 2007년 라스베가스에서 탑코더 오픈 와일드카드전을 앞두고, 한국에서 참가한 다른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탑코더 오픈은 대회 15분 전부터 자리에 앉아서 코드를 미리 짜 둘 수 있어서, 이 코드를 뭘 짤까 두런두런거리다가 마지막에 말이 나온 유리수 구현을 미리 작성해 뒀다. 그런데 그게 1번 문제로 나왔다! 으아, 내가 결승 가라는 신의 뜻이구나 생각했다. 결국은 와일드카드 1등으로 결승 진출했다.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에 취업하셨는데 왜 해외 취업을 결심하셨는가?
구종만: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기로 했을 때부터 쭉 대학원 갈 계획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취업은 생각도 안 해봤었다. 미국에서 일하게 된 것은 우연에 더 가깝다.
신림동 캐리: 우연이라고?
구종만: 2007년에 탑코더 오픈 참가하러 라스베가스에 갔는데, 당시 스폰서 중에 트레이딩 회사가 하나 있었다. 각종 기계학습이나 데이터 마이닝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써서 어렵고 재미있는 문제를 푼다고 광고하더라. 당시 NHN에서 병특하면서 데이터 마이닝 업무를 배우고 있기도 했고, 원래부터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고 그 회사 인턴쉽에 한 번 지원해 봤다. 그랬는데 전화 면접 보고 그 인턴쉽이 덜컥 붙은 거다. 그래서 복학하고 여름방학에 시카고에서 인턴쉽을 했는데, 회사 환경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마침 그때 인턴 프로젝트도 굉장히 결과가 좋아서 정규직으로 돌아오라는 제안을 받았기에 반쯤 홀려서 덥석 물었다.
신림동 캐리: 그럼 대학원은 포기하신 건가?
구종만: 처음 미국 갈 때만 해도 언젠가 대학원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회사에 다니다 대학원 가려면 정말 강철같은 의지가 있어야 하더라. 난 안될 거야.

신림동 캐리: 병특하니까 말인데 최근 학사 병특이 없어져 많은 이들이 절규하고 있다. 이노티브와 NHN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병특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병특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종만: 나는 운이 좋아서 병특 시절을 아주 즐겁고 보람차게 보냈다. 배운 것도 엄청나게 많고, 회사 생활도 즐거웠다. 병특은 개발자의 몸값을 낮춘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막상 병특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경험도 쌓고, 병역도 해결하고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은 넓어서 군대보다 못한 병특도 존재한다고 들었지만 뭐 그건 예외라고 생각하겠다. 주변에 훌륭한 후배들이 병특을 미루다 이번에 병특 없어진 것 때문에 군대 가거나 자의 반 타의 반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되는 경우를 좀 봤는데 그저 눈물만….
신림동 캐리: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신림동 캐리: 또 타이밍 하니까 말인데 재하를 미국에서 낳으셨잖나. 무시무시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의료비용을 어떻게 커버하셨는지?
구종만: 미국 의료 시장이 사람들 말대로 정말 막장이긴 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신림동 캐리: 나도 미국에서 신종플루에 걸렸었는데 의료보험이 없어서 그냥 자가치유했다.
구종만: 다행히 미국의 IT회사는 개발자가 없어서 난리이기 때문에, 회사복지의 하나로 의료보험을 많이 지원해준다. 게다가 이게 비싸고 좋은 플랜인 경우가 많아서 재하를 낳는데 회사 의료보험을 썼더니 내 돈은 거의 안 들었다.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 애 낳는 것에 비교하면?
구종만: 한국에서 애를 낳아본 적이 없어….
신림동 캐리: 미안하다. 내가 이상한 질문을 했어….
구종만: 근데 미국 보험이 비싸긴 정말 비싸다. 회사에서 안 대주면 정말 피눈물 난다. 이직금지 기간 동안 쉬면서 내가 보험비 냈는데, 한 달에 백만 원 넘게 나갔다.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거 있나?
구종만: 대부분의 시간을 터미널에서 보내기 때문에 대부분 터미널에 관련된 도구들이다. 여기에 대한 글(http://www.theyearlyprophet.com/love-your-terminal.html)도 썼다. 여기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은 xmonad랑 ipython, lyx이다. xmonad는 타일링 윈도우 매니저로, 윈도우 위치/크기를 직접 조정할 필요 없이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화면을 꽉 채우도록 윈도우를 배열해 준다. 터미널을 여러 개 빠르게 열고 닫으면서 일하는 스타일이라 아주 유용하게 쓴다. 얼마 전에 맥북 에어를 사면서 포기하려고 해 봤는데, 결국 포기하고 우분투 깔았다. ipython은 뭐 말할 것 없는 파이썬 쉘인데, 여기의 노트북 모드(http://ipython.org/notebook.html)가 아주 훌륭하다. numpy, matplotlib 등을 이용해 파이썬으로 리서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써라. 두 번 써라.
신림동 캐리: 이게 전부인가?
구종만: lyx도 있다. 이건 LaTeX를 백엔드로 하는 워드프로세서다. LaTeX의 수많은 기능을 지원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위지윅이라 수식 조판하기가 엄청 편하다. 이번에 책 쓸 때도 이걸로 썼다. 라텍을 매번 셋업하기 귀찮고, 불편한 점도 꽤 많아서 마크다운이나 기타 마크업 언어를 쓰려고 해보는데 결국 이걸로 돌아오고 있다.
신림동 캐리: 예전에 구종만님이 나와 H에게 mint.com을 추천해주신 게 기억나는데,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구종만: 아, 저번에 그랬었지. 근데 사실 나는 민트 안 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왜 우리에게 민트를 줬….
구종만: 민트는 훌륭한 가계부 어플이다. 다만 내가 너무 게을러서 가계 관리를 아예 안 하거든. 개인적으로는 workflowy.com을 좋아한다. 단순한 할 일 목록 같은데, 목록을 중첩할 수도 있고, 목록을 접고 펴거나 특정한 할 일에 줌인할 수 있는 툴이다.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아이디어들을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훌륭하게 담아냈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은?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구종만: 사실 최근에 딱히 읽은 책이 없다.
신림동 캐리: 육아는 힘들죠.

그래도 재하는 긔엽긔!

신림동 캐리: 아참, 2007년부터 알고스팟의 운영에 참여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느끼는 점이나 도움이 된 점은?
구종만: 음…. 별건 없는데, 커뮤니티 하나가 굴러가는 데에는 정말 많은 이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다들 생업이 있고 유부남도 늘어가다 보니 새로운 일을 못 하고 있다. 옛날에 모의고사라도 한번 할라치면 운영진을 일주일 갈아 넣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끼리는 운영진을 노예라고 부른다. 기회가 될 때마다 노예진의 확충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신림동 캐리: 세상엔 ‘내가 왜 이런 노예질을 하지!’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훌륭한 매저키스트가 많으니 희망을 버리지 마라.


알고스팟에서 일할 매저키스트, 아니 노예, 아니 운영자를 찾습니다.

구종만님의 선량한 미소를 믿으세요.
신림동 캐리: 그럼 알고스팟을 운영하며 좋았던 건 뭔가?
구종만: 내게 도움이 된 점이라면 글쎄…. 진부하지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점이랄까?
신림동 캐리: 진부해….
구종만: 근데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신림동 캐리: 근데 이 개발자 인터뷰가 개발자분들 입장에선 ‘내 사적인 이야기인데 이걸 왜 읽을까?’ 싶은데,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나 현직 개발자에게는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 나도 처음엔 내가 이걸 하면서도 내 업무를 이해 못 했는데 주변에서 좋은 반응이나 감사 메시지가 가끔 들어오는 걸 보면서 점차 사명감까지 느끼고 있다.
구종만: 그렇군.
신림동 캐리: 내가 네이버 메인에서 연예인 공항패션 기사를 클릭해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구종만: 뭔가 이상한데 무슨 뜻인지는 확 와닿는군.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아무튼 계속해서 인터뷰 진행한다.
신림동 캐리: 후배에게 개발에 대해 추천해주는 사이트는?
구종만: 뭐가 됐든지 많은 것을 접해보고 지평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서 주워들은 게 많다고 훌륭한 개발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개발자치고 지평이 좁은 사람은 또 별로 없더라. 그래서 계속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 분들도 언급했지만, 해커 뉴스같은 뉴스 사이트와 자기가 관심가지는 기술에 관한 포럼을 읽는 것이 좋다. 아 그리고, 당연하지만 algospot.com!
신림동 캐리: 하하하!
구종만: 하하하!
신림동 캐리: 최근에 쉬면서 공부하고 계시는 건?
구종만: 내가 하는 일이 퀀트 개발자다. 개발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만 퀀트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개발의 수준이 그다지 높진 않다. 뭘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 지금 이 업무에서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은 수학이랑 계량 금융 기초라서 교과서까지 펼쳐놓고 열심히 혼자 공부하고 있다. 다행히 백수라서 공부할 시간은 많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다닐 때나 수학을 정말 싫어했는데, 내가 이러고 있을 줄 몰랐다. 이렇게 필요할 줄 알았나.
신림동 캐리: 난 타이핑에 검지만 사용하는 완벽한 독수리 타법을 고수하는데 이런 내가 IT계에서 일할 줄은 몰랐다.

신림동 캐리: 그럼 구종만님은 스스로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는지?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구종만: 고민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수행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런데 좋은 계획을 세우려면 항상 고민해야 한다. 뭘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저런 방법 중 뭐가 제일 좋은가? 이런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구종만: 개발자로서는 한 70점 정도? 특정 분야에 특기가 있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 점수를 주긴 힘들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아이고, 겸손도 하셔라.
신림동 캐리: 한국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라고 한다. 요즘은 카페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구종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겠지만, 꾸준하게 자기 계발을 하고 성장한 개발자라면 그럴 필요가 없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 이전에 일하던 회사에 정말로 호호백발 개발자가 있었다. 61학번이셨다. 61년생이 아니다. 이 분이 그렇다고 뭐 코볼 레거시 시스템 유지보수 하시냐면 그것도 아니고, C++11로 작성하는 최신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65살이 된 기념으로 2년 동안 푹 쉬면서 C++ 새 표준과 부스트, 템플릿 메타프로그래밍 등을 진득하게 공부해서 우리 회사에 오셨더라. 이건 좀 극단적인 예지만 한국에서도 앞으로 점점 이런 환경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구종만: 타고난 재능은 당연히 중요하다. 열심히 하는 천재를 어떻게 이기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넓어서 열심히 하는 천재가 배터지게 먹어도 항상 남는 파이가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자기에게 재능이 있는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일단 열심히 하시라.

말했다시피 1년 동안 백수라서 동네 스타벅스를 전전하면서 공부하는 신세다. 노트북이랑 핸드폰, 책 한두 권 들고 다니고 있다. 이것은 2014년 3월 12일 점심에 갓 찍은 따끈한 사진이다. 현재 이러고 있다.

난 누군가 이 코드는 어딘가, 고민을 멈추지 않는 개발자 구종만 0

개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구종만’이라는 이름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안 들어봤으면 말고요.

2002년, 2003년 한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금상
2003년, 2004년 세계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결승 진출
2004년, 2006년, 2008년 구글 코드 잼 결승 진출
2007년 탑코더 오픈 준우승, 2006년 결승 진출
2008년, 2009년 자바 알고리즘 콘테스트 우승

화려한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이라는 책을 쓰기도 하셨죠. 이 책은 저희 로켓펀치 개발자 인터뷰에서도 두 번이나 추천되었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이신 구종만님이 한국에 잠깐 들어오셨단 소식을 신림동 캐리가 입수하고는 빌고 기고 떼써서 힘들게 모셔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구종만
위치: 서울
직업, 소속: 얼마 전까지는 시카고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 개발자로 일했고 11월부터 뉴욕에 있는 헤지펀드에서 일할 예정이다. 이전 회사와의 계약 조항에 퇴직 후 1년 안에 동종업계에서 일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어서 이 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기다리며 백수질을 하고 있다.
내 모바일 기기: 넥서스5
블로그 주소: http://theyearlyprophet.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구종만: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저 혹시 기억하세요?
구종만: 아, H와 사귀셨던….

그렇습니다. 구종만님은 제 구남친의 베프입니다. 송창규님에 이어서 또 이렇게 H오빠의 도움을 받게 되네요. 여러분, 잘 사귄 남자친구 하나로 열 영업합니다.

신림동 캐리: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구종만: 뭐라고 하지?
신림동 캐리: 무슨 말이라도 해라.
구종만: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한국 프로그래밍 대회 커뮤니티인 알고스팟(http://algospot.com)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고, 재작년에는 알고리즘과 자료 구조에 대한 책인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을 썼다. 직업 쪽으로는 2009년부터 미국에서 HFT 퀀트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말했다시피 전업 백수로 애를 본다.

신림동 캐리: 다른 말이지만 아드님 너무 귀엽다.
구종만: 감사하다.

재하가 귀엽지. 나도 좋아해.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 병특을 마치시고 바로 미국에서 취업하신 걸로 아는데 거기선 어떤 활동을 하셨나?
구종만: HFT, 흔히 이야기하는 ‘알고리즘 매매’나 ‘고빈도 매매’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빠른 시간 안에 주식이나 채권, 선물이나 기타 파생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이다.
신림동 캐리: 국내에서는 규제가 심한 그거 아닌가?
구종만: 맞다. 흔히 사회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으며, 일반 투자자들의 고혈을 빨아먹는다고 욕먹는 그건데 거기에 대해서 할 얘기는 많지만 여기서 할 건 아닌 거 같다. 아무튼 회사에서 거래와 직접 연관된 팀을 ‘프론트 오피스’라 부르는데 크게 세 가지 직군으로 나뉜다. 트레이더, 퀀트(거래할 때 쓰는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개발자다.
신림동 캐리: 거기서 개발만 담당하시는?
구종만: 사실 이 직군 간의 경계가 그리 뚜렷하지 않다. 누구는 100% 트레이더고 누구는 100% 퀀트고 이렇게 구분하기 힘들다. 결국 여기 들어오면 세 직군을 아우르는 셈인데, 난 따지자면 트레이더 20%에 퀀트 30%에 개발자 50%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는 낯선 시스템이니 더 자세히 좀 설명해달라.
구종만: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트레이딩 전략 개발이나 테스팅, 여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가장 많이 한 일은 그림 예쁘게 그려서 위키 페이지 작성하고 이메일 쓰는 일이었다. 회사 애들과 농담 삼아 내 명함에는 Quantitative Wiki/Email Writer라고 써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 개발자 인터뷰에서 구종만님이 쓰신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이 이강산님송창규님에 의해 두 번이나 추천되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구종만: 여러모로 부족하다 못해 부끄러운 책이지만 많이 읽어주시는 것 같아서 기쁘다. 이 책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 그러니까 이 글 보시는 여러분도 한 권씩 사주세요.

구종만님이 굽신굽신거리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이강산님이 책에 싸인 받고 싶으시다던데 한국에 계실 동안 두 분이 뵐 일이 생겼으면 좋겠네.
구종만: 그랬으면 좋겠네.

신림동 캐리: 책을 쓰실 때 가장 애쓰신 부분이 뭔가?
구종만: 애초에 ‘가장 좋은 알고리즘 책’을 쓰겠다는 각오 따윈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아무리 용을 써봐야 알고리즘 교과서의 대명사인 (Introduction to Algorithms)보다 좋은 책을 쓸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어쩌면 내가 알고리즘적 직관을 키워줄 친절한 책을 쓸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비유하자면 정말 정확한 GPS 지도보다 방향이 가끔 틀리지만, 경로 안내가 나오는 내비게이션이 편할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개발을 다룬 많은 책이 ‘이 문제는 이렇게 풀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해법은 알지만 내가 어떻게 그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지는 배우기 어렵다. 그래서 책을 쓸 때 ‘나는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 이렇게 풀었다!’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이런 과정은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나에게 동의하거나 나를 이해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이런 책이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을 거로 생각하며 썼다.

신림동 캐리: 근데 말이지.
구종만: 응?

문제 해결 기법을 학습함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은 책은 나오기 아주 어려울 것이다.
– 류원하(KAIST, 2009년 한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우승)

이 책을 경시대회를 위해서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존 알고리즘의 동작에 대한 검증이나 최적화된 코드 등은 실제 업무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최여민 (EA Korea 리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2005년 세계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13위)

프로그래밍 대회를 12년 동안 참가했는데, 이 책이 10년 전에 나왔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 이후연 (스탠포드 대학교, 세계 정보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알고리즘 대회 분야의 권위자가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여러 문제풀이 사례를 통해 유쾌하게 배울 수 있는 책이 나와, 진심으로 기쁘다.
– 오시영 (카네기 멜론 대학교, 세계 정보올림피아드 은메달리스트)

신림동 캐리: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의 추천평을 써주신 분들과는 무슨 사이인가?
구종만: 내가 사랑하는 사이다.
신림동 캐리: 아, 그렇구나….

신림동 캐리: 지금도 백수시지만, 책을 쓰실 당시에도 휴직 중인 백수셨다고 들었다. 백수일 때 개발자로서 감을 잊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구종만: 당시에 동종업계 이직 금지 조항 때문에 1년간 쉬고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색다른 것은 하지 않았다. 원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서 자기계발 한다고 생각했다. 날마다 무얼 하는데 시간을 얼마나 썼나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체크했다. 원래는 막 분기별 계획 세우고 그랬지만 백수 기간에는 10개를 결심하면 한 2, 3개쯤 달성했을까…. 하지만 그래도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신념하에 이건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그때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나?
구종만: 맞다. 내가 회사로 돌아가기 직전에 아내가 출산했다.
신림동 캐리: 미국에 취업하기 직전에 결혼해서 같이 미국 생활을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땠나?
구종만: H만 봐도 유학생이지만 미국 생활의 단점은 뭐 흔히 얘기하는 거 같은데 일단 무지하게 심심하다. 게다가 짜장면 같은 거 먹고 싶으면 일주일 전부터 ‘이번 주말엔 짜장면 먹으러 가자!’하고 계획을 세워 주말이 되면 차를 몰고 한 시간을 나가야 한다.
신림동 캐리: 그렇지. 그래서 혼자 살고 차도 없는 H는 미국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잖아.
구종만: 미국에 홀로 와서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영혼들을 너무 많이 봤다. 사람 잘 만나고 다니는 분도 있지만 그런 분은 어디서든지 잘 만나는 거고, 흔한 개발자 타입은 그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 그래서 난 결혼해서 온 게 무척 좋았다.
신림동 캐리: H오빠와 사귈 때 구종만님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간간이 들었었다. 원래 친구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다던데?
구종만: 와이프와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그렇게 서로의 흑역사를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몇 년을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다.
신림동 캐리: 프로포즈가 정말 스페셜했다고 들었다. 보물찾기였다던가?
구종만: 그 덕분에 친구들로부터 욕을 워낙 처먹어서 한동안 봉인하고 있었는데… ‘A로 가봐.’라는 쪽지를 들고 A에 가면 ‘B에 가봐.’라는 쪽지가 남겨져 있고 마지막엔 반지를 찾는 보물찾기였다. 근데 추운 겨울날 여기저기 헤매게 시키다 보니 와이프가 그날 저녁에 응급실 실려갔다. 와이프는 응급실에서 링거 맞으면서 장모님께 “엄마, 나 결혼해….”라는 소식을 전했다고….
신림동 캐리: H오빠로부터 구종만님 부부가 참 해맑은 분들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 해맑다…. 근데 장인어른이 멱살 잡지는 않으셨나?
구종만: 다행히 그러지는 않으셨다.

구종만님의 미국 취업과 개발, 그리고 의료보험과 출산 이야기는 ‘난 누군가 이 코드는 어딘가, 고민을 멈추지 않는 개발자 구종만 1’에서 계속됩니다.

버그 잡고 벌레 잡는 개발자, 이준행 1

어제도 일간워스트 서버에는 DDoS 공격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버그 잡고 벌레 잡는 개발자 이준행님과의 인터뷰는 계속됩니다.

신림동 캐리: 지금도 일간워스트 어찌저찌 버티고 있는가?
이준행: 2월 초인가 새벽에 디도스가 들어와서 네트워크망이 뻗은 적이 있다. 어지간한 서버 공격은 다 방어가 되었는데 이건 서버가 있던 IDC를 통째로 공격했더라. 재작년에 난리 났던 한나라당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때 트래픽이 280메가 가량이었는데 일간워스트에는 500메가짜리가 오더니 곧 5기가가 들어와서 다 작살냈다. 220V 끼워야 할 다리미에 500V를 꽂아서 펑 터진 꼴이었달까. 뭐 여튼 어떻게든 복구했는데 계속 디도스가 들어오니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공격해대나 싶더라.
신림동 캐리: 이제 디도스 방어 컨설팅하고 다녀도 되겠다.
이준행: 안 그래도 농담 삼아 그런 광고 트윗도 하나 했다. 여러분,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디도스 걱정되시죠. 자식 걱정시키지 말고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선관위 공격 때보다 더 큰 것도 맞아본 경험자가 꼼꼼히 돌보아드립니다.
신림동 캐리: 아버님댁에 서버 하나 놔드려야겠군.
이준행: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난 프론트앤드 개발자인가 서버사이드개발자인가 서버엔지니어인가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더라.

3n살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준행님이십니다.

참고로 오늘은 이준행님의 생일입니다. 모두들 축하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이준행: 터미널과 vi. 개발자가 흔히 쓰는 까만 화면 그거다. 더 좋은 도구가 많긴 한데 처음을 vi 에디터로 시작해서 여전히 vi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조강지처 같은 느낌인가. 그럼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이준행: 모바일 어플이라면… Todo 어플로 Clear를 쓰고 있다. 이거 없으면 아침마다 ‘오늘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하고 한참 떠올려야 한다. 에버노트에 써놓아도 다른 메모에 파묻히고 결국 Clear로 돌아온다. 이만한 게 없다. 그리고 Tunein Radio. BBC Radio1이나 호주 ABC TripleJ를 틀어놓고 코딩하기 때문이다. 가끔 조용히 있고 싶을 땐 Jazz나 컨츄리를 틀어놓고 멍 때리곤 한다. iTunes Radio보다 선곡이 좋다. 가끔 실없는 농담 따먹기 토크쇼도 나오는데 그것도 좋다.
신림동 캐리: 영어 농담을 알아듣는다고?
이준행: 조 조금?
신림동 캐리: 내 유학생 친구들은 원어민 동기들이 무슨 농담만 하면 알아듣는 척 같이 웃느라 얼굴이 밝아지던데….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 있나?
이준행: 솔직히 요즘 개발 서적은 거의 안 읽었다. ‘코딩 호러 시리즈’가 요즘 인기라길래 사서 볼까 생각은 했었다. 책은 문학이나 인문사회 서적을 더 많이 읽는다. 딱히 취향이 있는 건 아니고 호불호만 있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기억나는 건 김연수와 오쿠다 히데오 소설, 줄리언 어선지 자서전이다.
신림동 캐리: 김연수 좋지. 나도 좋아해.

신림동 캐리: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
이준행: 회사에서라면 괜히 편의점 가서 먹을 거 사오고 돌아다니고 바람 쐬고 사람들과 커피 마시고 그랬었다. 뭐 나름대로 업무의 연장선이랄까. 지금은 집에서 일하다 코딩이 잘 안 되거나 구조가 잘 안 떠오르면 일단 책상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린다.
신림동 캐리: 완전 생산적인데?
이준행: 아니다. 이 습관 때문에 수도세와 가스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안 씻고 안 치우는 것보단 낫잖아.
이준행: 아무튼 씻고 나오거나 청소 한바탕 하고 나면 다시 머리가 돌아간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이준행: 홍대 Object에서 비행기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오르골을 샀다.
신림동 캐리: 나도 거기 자주 간다!
이준행: 매장 이름이 어쩐지 개발자틱하지 않나? 아무튼 가끔 머리가 안 돌아갈 때 오르골 태엽을 돌리고 멍하니 보고 있으면 충전되는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어쩌다 보니 태엽 인형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는데 오사카에서 산 제비 돌기 하는 펭귄이 애장품이다. 물건 말고는 지난 여름에 41도 폭염을 감수하며 오사카 섬머소닉 페스티벌 가서 MUSE랑 Linkin Park이랑 Metallica를 보고 왔다. 사실 MEW를 보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아무튼 즐거웠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이준행: 서버 엔지니어링이라고 해야 할까. 원래 NHN과 SK플래닛에서 Front-End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커뮤니티 사이트 서버를 관리하게 되어서 요즘은 서버 관리 요령을 급하게 배우는 중이다. 관심사가 다양한데 그때그때 필요한 걸 최우선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신림동 캐리: 페이스북을 보니 최근에 중고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사서 재미있는 걸 하시던데?
이준행: 아, 그거 원래는 라즈베리파이를 사서 비디오 플레이어로 쓰려고 했었다. 라즈베리파이는 아시겠지만 쪼그만 기판이 컴퓨터 역할 하는 거다. 내가 스누피를 좋아하는데 1960~80년대에 만들어진 스누피 TV판 비디오를 구했거든. 근데 4:3으로 만들어진 옛날 비디오라서 LCD 모니터로 틀었더니 영 안 예쁜 거다. 그래서 일단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중고로 샀다.

이준행: 근데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니 여기 옛날 게임기를 갖다 끼워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신림동 캐리: 역시 개발자에게 기계는 가장 좋은 장난감이지.

이준행: 그래서 또 보니까 라즈베리파이로 간단한 게임기를 만들 수 있더라고? 그래서 요즘 고전 게임을 즐기고 있다.

신림동 캐리: 남극탐험! 추억 돋는다!

남극탐험하면 이 짤방이 빠질 수 없죠.

PSP 유저였던 신림동 캐리는 20살에 게임 사러 용산 갔다가 악마를 봤습니다.

괜히 용산을 던전 오브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더라고요.

신림동 캐리: 중고교시절 정보올림피아드로 시작해 아이두 운영진과 고로케 시리즈를 거쳐 일워까지 개발자로서의 좌우명이나 철학이 있다면?
이준행: 도대체 정보올림피아드와 아이두는 어떻게 알았냐!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조사한다니까.
이준행: 내 흑역사인데 넘어가면 안 되나?
신림동 캐리: 난 이럴수록 더 집요하게 묻는다.
이준행: 딱히 철학이나 좌우명 같은 거 갖고 살지 않는다. 다만 ‘이거 만들면 재밌겠다!’라거나 ‘아, 이거 한 번 만들어볼까?’ 싶으면, 하루 안에 다 만들 수 있는가와 만들고 나서 좀 재밌을까를 스스로 물어본 다음에 괜찮겠다 싶으면 그냥 만들어버린다.
신림동 캐리: 한마디로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군.
이준행: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렇게 살아서 별문제 생긴 적 없다.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이준행: 아이구, 이런 어려운 질문을!
신림동 캐리: 왜 아직 연초인데 자기반성도 하고 좋지 뭐.
이준행: 나는 야매 개발자라서, 10점 만점에 5점도 안 될 듯싶다.
신림동 캐리: 에이, 야박하게 왜 그래.
이준행: 진심이다.
신림동 캐리: 인생은 자기와의 싸움이라지만 지는 것도 나고 이기는 것도 나니까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신림동 캐리: 그럼 후배들에게 추천해주는 사이트는?
이준행: Outsider님 블로그 blog.outsider.ne.kr와 홍민희님 블로그 blog.dahlia.kr를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파이썬의 아이돌 홍민희님을 인터뷰하고 싶은데 두 번이나 거절하셨다. 홍민희님, 저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인터뷰 좀 해주세요. 아무튼 여기를 추천하는 이유가 뭔가?
이준행: 꾸준히 무언가 새로이 만들고 그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시는 분들이라 늘 배우고 있다. 무심결에 구글에서 검색해서 문제해법을 찾으려고 해도 검색이 두 분 블로그는 항상 잡힌다. 개발자 블로그 글쓰기의 정석 또는 교재 같기도 하다. 그리고 기획 관련이라면 dribbble.com. 상상하는 서비스의 대략적인 모습, 디자인, 동선 등 모두 그때그때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사실 사이트를 만들려면 IT보다는 사회과학책이나 시사전문지에서 아이디어를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 기획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좀 더 괜찮은 기획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신림동 캐리: 스스로 나는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는지?

이준행님은 한참을 생각하셨습니다.

이준행: 이상한 개발자?
신림동 캐리: 이상한 것 같긴 한데 왜 본인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상한 짓을 하는지?
이준행: 첫 회사(NCSOFT 오픈마루)에선 개발자가 아니라 기획자였다. 그때도 사내에선 내가 개발용어 쓰는 ‘이상한 기획자’로 여겨졌었다. 그리고 그냥 자꾸 이상한 사이트를 만들고 이상한 짓을 하니까 이상한 개발자 같다.
신림동 캐리: 그래, 그런 것 같다….

역시나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타고난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이준행: 이거 참 어려운 질문인데!
신림동 캐리: 뭐 다른 질문은 쉬웠나?
이준행: 그래도 이건 뭐라 말하든 다 답일 것 같고 또 다 답이 아닐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신림동 캐리: 기분 탓이다. 그냥 본인의 생각을 말씀하시면 된다.
이준행: ‘저분은 내공이 어마어마하시다!’라고 제가 생각해온 분들을 보면 결국 그 실력은 꾸준한 경험이 쌓여온 결과더라. 근데 사실 타인의 재능을 가져오기 무척 쉬운 분야가 개발분야이기도 하다. 영어로 조금만 검색해보면 전 세계 각지의 개발자가 삽질한 경험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타고난 재능보다는 꾸준함과 경험치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꾸준 질문인데 한국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라고 생각하시나?
이준행: 아니, 난 고로케집…이 아니라 개발자끼리 자조적으로 우린 나중에 치킨이나 튀기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한국 개발자의 끝이 치킨집이라는 이야기는 사실 한국 모든 20~30대 직장인들의 끝이 프렌차이즈로 귀결된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사실 치킨 이야기 나올 때마다 나는 비단 개발 분야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의 미래가 암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고로케집…이 아니라 그래도 개발자의 끝을 뭐라고 단정 짓기엔 한국에서 ‘개발자’라는 직업군이 생겨난 역사도 한 세기가 아직 안 지났기에 뭐라 말은 못하겠다. 설마 끝이 하나일까. 뭔가 다른 게 있겠지. 최근의 우크라이나는 개발자들이 갑자기 회사 밖으로 나가 화염병 들고서 ‘혁명’에 가담하기도 했고 말이지.
신림동 캐리: 기승전고로케군. 근데 호호백발 개발자가 한국에서 가능할까?
이준행: 물론이다. 내 주변의 존경하는 어르신 개발자님들을 보면 말이지. 50대 넘어서도 여전히 전업으로 개발하며 에너지 넘치게 활동하는 분도 계시고, 다른 직종으로 바꾸셨지만 여전히 취미로 코딩하는 분도 있었다. 스킨스쿠버 강사로 전향했다가 다시 개발자가 된 분도 봤다. 노후를 미리 설계하라고 온종일 텔레비전에서 보험 광고가 나오는데 나는 그냥 그때 가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신림동 캐리: 고로케집 차리면 서비스 부탁한다.
이준행: 오케이.

코딩은 집에서 혹은 여럿이서 함께 쓰는 사무실에서 한다. 지도를 좋아해서 집에서는 사진처럼 지도를 책상이나 벽에 붙여놨다. 지도 덕후라 해외 지도나 노선도를 모으고 있는데 혹시 안 쓰는 지도 처박아둔 게 있으시다면 내게 선물해달라. 무척 기뻐할 것이다.


바닥에 보이는 사진은 중국인 친구가 선물해준 중국 대륙전도다. 예전엔 호주 시드니 버스노선도를 붙였는데 지금 가구와 벽지 색과는 어울리지 않아 빼버렸다.

맥북프로 2010-mid 에 SSD 넣은 제품으로 햇수로 4년째 쓰고 있다. 여전히 튼튼하다! 레티나가 아닌 게 가끔 답답하지만 돈 많이 번 뒤에 풀옵션으로 새것을 살 생각이다. 포토샵질도 터치패드로 하고 있다. DELL u2711을 집에서 쓰는데, 사실 넓은 해상도를 효율적으로 쓰기는커녕 브라우저는 작은 맥북 화면에 띄우고 코드화면을 큼지막한 글씨로 27인치 모니터에 띄울 때가 많다. 안드로이드 어플 만들 땐 테스트폰 몇 개 돌려본 뒤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바이너리 보내서 테스트를 부탁한다.

물론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사이트들 대부분의 코드는 지하철 퇴근 중에 짠 것들이다. 차마 지하철에서 무릎에 맥북 올려놓고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버그 잡고 벌레 잡는 개발자, 이준행 0

일간워스트, 충격 고로케, 대나무숲 위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의 중심의 선 사이트라는 것, 그리고 개설한 사람이 같다는 것입니다.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www.ilbe.com)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을 때 그에 대항하기 위해 개설된 일간워스트(www.ilwar.com)는 개설한 순간부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숱한 공격을 받는 등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죠.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난데없이 생겨난 커뮤니티’인 일간 워스트의 개발자 이준행님을 만나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이준행/rainygirl
위치: 교대와 홍대 사이
직업, 소속: 드디어 프리랜서 개발자!
내 모바일 기기: iPhone4
블로그 주소: blog.rainygirl.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준행: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생각했던 것보다 몹시 수줍어 보이신다.


이준행: 팬이다. 근데 생각보다 수줍어 보인다는 건 뭔가?
신림동 캐리: 이준행님이 만드신 사이트 중에서 내가 들어가 본 게 한 서너 개 되는데 다 터프한 사이트라….
이준행: 전부 그렇지는 않은데….
신림동 캐리: 내가 자극적인 사이트만 들어가서 그렇다. 취향이 좀 MSG 같아서 말이지. 아무튼 정말 많은 사이트를 만드신 걸로 알고 있는데 소개 좀 부탁한다.
이준행: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만 기다려달라.

나중에 메일로 아래의 목록이 왔습니다.

indistreet.com
당장 오늘 주말 예정된 홍대의 인디밴드 공연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공연한다는 소식을 모아 전하는 매체가 없길래 만들어봤다.

boooki.com
읽은 책을 기록하는 책 메타서비스다. 내가 읽은 책의 기록을 남기고 타인에게 독서를 권하고 싶어 만들었다.

battlelist.com
둘 중에 하나를 고르기 쉽게 만드는 서비스다. 내가 우유부단한 편이라 누군가 나 대신 선택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 kuroro.net
화면에 수지 사진을 가득 채우고 싶어서 만든 서비스였는데, 어쩌다 보니 탕수육을 가득 채우는 푸드포르노 서비스로 바뀌어버렸다. 지금은 트래픽 때문에 잠시 닫았다.

ropipi.com
비밀 일기장 서비스다. 색깔 넣기라든가 글자 꾸미기라든가 사진 올리기 같은 기능 하나도 없이 오직 텍스트만 쓸 수 있도록 간단히 만들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일기장처럼 썼다가 낭패 본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

chat.coroke.net
페이스북 로그인 기반의 실명 채팅방이고 방이 딱 하나만 있다. socket.io라는 게 나오기 전에 Comet이라는 방식으로 채팅서비스 만드는 걸 연습해보려고 만들었다.

clip.coroke.net
클리핑 서비스다. del.icio.us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클리핑할 때 쓰려고 만들었었다. 역시 혼자 쓰고 있다.

oiku.net
도메인 그대로 ‘어이쿠!’하고 감정을 털어놓는 익명 SNS 서비스다. 현재 버전은 캐릭터 그린 디자이너분께서 많은 의욕이 있으셔서 함께 만든 서비스다.
angry.oiku.net
그냥 분노의 문장을 싸지르는 용도로 만든 1페이지짜리 서비스다. 그림은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인 친구가 그려주었는데 딱 저런 모양새로 분노가 모이는 걸 보고 싶었다.

hot.coroke.net
충격 고로케. 온라인 뉴스들이 ‘충격’, ‘경악’, ‘결국’, ‘헉’과 같은 자극적 단어로 얼마나 많은 낚시를 하는지 세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사이트 방문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링크에 경고창을 넣고 순위를 매기고 상도 주기 시작했다.

copy.coroke.net
충격 고로케에서 떨어져나온 서비스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이라거나 ‘이에 네티즌들은…’으로 마무리되는 기사가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려고 따로 구성해보았다.

이준행: 쓰다 보니 너무 많은데?
신림동 캐리: 이게 끝인가?
이준행: 아니, 아직 더 남아있다.
신림동 캐리: 여자친구 있으신가?
이준행: 있다.
신림동 캐리: 아니, 회사도 다니고 연애도 하시는 분이 왜 밤마다 이런 걸 만들어!
이준행: 나도 갑자기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계속 소개하겠다.

say.coroke.net
심심한 고로케랄까.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몇 시쯤 가장 심심해하고 배고파하고 배 아파 하는지를 집계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몇 개 단어는 일본어도 수집 중이라 한일의 배 아픈 시간대를 비교해볼 수 있었다….

dot.coroke.net
도트 고로케다. 도트픽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간단한 사이트다. 툴만 만들어놨을 뿐인데 다들 정말 훌륭한 그림을 그려주시더라.

radiation.coroke.net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공간방사선량을 모두 같은 단위로 환상하여 지도에 색칠해 시각화시켜주는 방사능 고로케다. 주위에서 다들 일본 여행을 말리기도 했고, 중국과 한국 방사능에 대해서도 논란이 늘 많았는데, 딱히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그냥 내가 데이터를 매일 수집해 지도에다가 그리도록 만들어버렸다.

ilwar.com
철도민영화문제가 불거졌을 때 트위터에서 누가 일베의 비추 버튼을 민영화로 바꾸고 이름도 일간베스트가 아닌 일간워스트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농담하셨던 걸 XE로 간단히 구현했다.

신림동 캐리: 이렇게나 많은 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기 힘들지 않나?
이준행: 사실 사이트 대부분은 하루 안에 만들었다. 그리고 보통은 쭈욱 방치한다. 그래도 대부분 사용자가 큰 불평 없이 써주셔서 내가 힘들 건 별로 없다.
신림동 캐리: 만튀구만 만튀….
이준행: 만튀라고 불려도 어쩔 수가 없…. 회사 다니면서는 저녁에 1시간 남짓 잠깐 상태 확인하는 정도로만 관리해왔다. 다만 일간워스트는 이전 사이트들과 다르게 접속자가 어마어마하고 서비스 방해 공격이 계속 들어오는 바람에 한동안 잠도 못 자고 모니터링했었다. 서버 늘리고 안정화되고 나서야 다시 잠도 제대로 자고 밖에 놀러도 나가고 있다.

이준행: 선관위 공격사건 때가 280메가였는데 어차피 500메가로 시작해서 몇 기가가 들어온 거라, 개발하면서 이런 공격 트래픽 언제 또 구경해보겠나 하는 마음이었다.
신림동 캐리: 일간워스트 운영하면서 해탈하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나 아는 개발자가 일간워스트 나온 날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이준행: 왜?
신림동 캐리: 저걸 내가 만들었어야 하는데 내가 왜 저 생각을 못 했을까 빨리 안 만들었을까 하면서 자신을 책망하다 분해서 잠이 안 왔단다. 아무튼 재미있는 서비스를 많이 만드시는데 어떻게 기획하고 완성 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알리시는지?
이준행: 그냥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빨리 구현한다. 충격 고로케는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다 충격과 경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기사가 없는 걸 보고 열 받아서 1시간 만에 만들었다. 일간워스트는 트위터에서 농담하다 10분 남짓 XE 설치하면서 시작했다. 인디스트릿은 과거에 친구와 함께 만들다 망해버린 잡지나 사이트의 기억을 되살려서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즉흥적으로 사이트를 만드시는 것 같다.
이준행: 내 성격이 그렇다. 계획을 크게 잡으면 귀찮아서 포기해버린다는 걸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하루 안에 개발 가능할 것 같은 규모만큼만 딱 기획하고 그대로 만든 다음에 잔다. 마케팅은 딱히 없다. 서비스를 만들고 나면 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오픈 소식을 알린다. 그게 재밌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그러다 언론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인터뷰 한 번 하면 기사가 나가니 그걸 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식이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니까 말인데 시사인 기사에서의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었다.
이준행: 그 사진을 찍는 게 아니었는데….
신림동 캐리: 난 그거 좋던데….
이준행: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기자님이 간곡히 부탁하셔서 괜찮겠지 생각하고 포즈를 취해드렸는데, 나중에 반응이 이럴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배경을 논두렁으로 바꾼 짤방이 생기고 내가 그만둔 회사 사무실 벽에 포스터로 붙여놨다는 소식도 예전 동료로부터 들었….

전 이 사진 참 좋지 말입니다. 사진 출처는 시사in입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프리랜서 되셨다고 만세를 부르셨는데?
이준행: 드디어 프리랜서다!
신림동 캐리: 최근까지 대기업 다니지 않으셨나?
이준행: 최근까지 SK플래닛(2012~2013)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퇴사했고 이전에는 NC소프트와 NHN에서 각각 기획자와 개발자로 일했다.
신림동 캐리: 일간워스트가 아주 잘 되어서 회사를 그만두신 건 아니지?
이준행: 회사를 그만둔 건 12월 20일이고, 일간워스트를 연 건 27일이다.
신림동 캐리: 일간워스트가 생기게 된 썰 좀 풀어달라.
이준행: 2013년 12월 27일 밤의 일이다. 트위터에서 철도파업사태를 두고 사람들과 비추 버튼을 민영화로 쓴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어차피 백수고 잉여한 김에 ‘진짜 해볼까?’하고 만들어봤다. 내가 한 건 XE 설치한 게 전부지만 아무튼 현실화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대해졌다.
신림동 캐리: 만들 때 정치 성향을 정해두고 만든 건 아니다?
이준행: 사실 공격 목표는 일베가 아니라 민주화라는 비추 버튼 자체였다. 일베가 민주화라는 단어를 비추로 오용한 것에서 분노를 느꼈으니까. 근데 다음 날 일간워스트를 다룬 거의 모든 기사가 ‘일베의 대항마!’라 표현하는 바람에 다들 넌 정치 포지션이 어디냐고 묻긴 하더라.
신림동 캐리: 그러게. 나도 궁금해졌다. 정치 포지션이 뭔가?
이준행: 현재 한국에서 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
아무튼 일간워스트는 오늘의 야식부터 내일 소개팅 조언까지,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나누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다른 이야긴데 만드신 사이트 이름에 자꾸 고로케가 들어가는데 고로케는 왜 들어가는지?
이준행: 그냥 내가 고로케를 좋아해서다.
신림동 캐리: 알겠다.
이준행: 군대에서 전역할 무렵 친구들과 ‘우리 사업이나 한 번 해볼까?’하고 고로케라는 도메인을 샀다. 물론 내가 전역했을 때는 그 약속을 잊고 각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더라. 내게 남은 건 배신의 눈물과 도메인뿐이었고 그래서 고로케를 계속 쓰게 됐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의 은퇴 상징이 치킨인데 이준행님은 나중에 닭 말고 고로케 튀길 생각이 있으신지….
이준행: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진짜로 연다면 일본에서 츄하이를 공수해와서 곁들여 팔고 싶다.

신림동 캐리: 고로케 시리즈에 일간워스트까지 서버 유지비용만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충당하시는지?
이준행: 일간워스트 직전까지 만든 건 다 소소한 서비스라 개인 서버 규모로 감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 개발자로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 더 좋은 서버를 장만할 계획이기도 했다. 클라우드 호스팅으로 갈까 아마존(AWS)로 갈까 고민하던 와중에 어쩌다 일간워스트가 서버를 크게 잡아먹어서 지출경비와 예상광고수입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간워스트는 앞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 계획이 있는지?
이준행: 일간워스트는 광고를 받을 생각이다. 그리고 다른 서비스를 몇 개 더 만들어서 수익모델도 좀 실현해볼 생각이다.

신림동 캐리: 연애하고 개발하고 공격 막고 하루가 참 바쁠 것 같은데 잠은 얼마만큼 자고 주로 언제 일하나?
이준행: 잠자는 시간은 불규칙한 편이다. 코딩하던 걸 끝내지 않고는 잠이 안 와서 일을 하면 밤을 새운다. 회사 다닐 땐 새벽에 주로 코딩했던 것 같다. 그때가 제일 집중도가 높은 시간대였으니까. 그때 BGM으로 새벽 라디오를 틀어놓는데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아침 예불한다고 종 치고 반야심경 부르면 그걸 자장가로 들으며 자기도 했었다. 회사 다닐 때 맨날 수면 부족 모드여서 그만두면 당분간 그냥 잠만 자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갑자기 일간워스트가 커져서 여전히 잠은 불규칙하다. 이제 좀 자야지 마음먹으면 새벽 1시에 디도스 들어오고 이상한 사진 올리는 애들 몰려오고 그래서 이게 사는 건가….

신림동 캐리: 자꾸 왜 일간워스트에 공격을 해댈까?
이준행: 일간워스트는 개인 사이트가 아닌 커뮤니티이기에 공격이 이루어지는 배경과 이유를 되짚어 대응하는 정치적 활동이 필요했다. 어떠한 이유에서 일간워스트를 공격하는지, 개인의 동기는 무엇이었고 그 행동들이 모여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각 공격 행동 유형을 정리해 슬로우뉴스 ‘커뮤니티 전쟁? 디도스 등 공격에 대처하는 일워의 자세‘라는 기사를 썼다.

신림동 캐리: 들어온 공격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준행: 사실 매 순간 공격이 다 흥미롭다. 순서대로 레벨업된 몹이 등장하는 기분이랄까? 디도스나 그런 건 이제 익숙한데, 게시판에 태그 직접등록을 허용해놓았더니 온갖 종류의 스크립트가 들어왔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잊고 있었던 고전적인 공격코드를 다 심어놓아서 어릴 적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달까.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성 그림을 우회해서 올리기 위해 ‘단축 URL 서비스’까지 쓰는 게 제일 재밌었다.
신림동 캐리: 공격 말고 보은은 없나? 예전 한스타 개발자 송창규님은 메일로 야동이나 야짤을 보내주는 유저가 많았다고….
이준행: 난 그런 분은 없었고 축전을 가끔 그려서 보내주신 분들이 있는데 늘 감사하다. 그리고 아까 그 시사인 사진으로 많은 합성을 해주셨다.
신림동 캐리: 그런 합성은 보은이 아니라 조롱이잖아!

버그 잡고 벌레도 잡는 개발자, 이준행님의 인터뷰는 버그 잡고 벌레 잡는 개발자, 이준행 1에서 계속됩니다.

호기심으로 살아가는 엉뚱한 개발자, 권정혁

여태까지 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른 어떤 개발자가 궁금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70% 확률로 같은 이름이 나왔습니다. ‘xguru’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CTO시죠.

개발자들에게 기술을 전도하고 소통하는 디벨로퍼 에반젤리스트로 유명하신 권정혁님을 만나기 위해 레진엔터테인먼트에 찾아갔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권정혁 , 구루 / xguru
위치: 서울
직업, 소속: 레진엔터테인먼트 CTO
내 모바일 기기: 아이폰 5S, 넥서스5
블로그 주소: http://xguru.net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권정혁: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저번에 레진엔터테인먼트 인터뷰 왔을 때도 그렇고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도 그렇고 가끔 뵈었었죠.
권정혁: 네, 기억나네요.
신림동 캐리: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매우 놀랐습니다.
권정혁: 아니, 왜요?
신림동 캐리: 왠지 무서웠어요. 아무튼 인터뷰 시작한다.
권정혁: 아… 알았다.

신림동 캐리: 일단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닉네임부터 여쭈어보겠다. 왜 xguru인가?
권정혁: Guru는 산스크리트어로 ‘빛’을 뜻하며 어둠에서 길을 인도하는 존재, 큰 지식을 가진 스승님을 지칭한다. xguru에 내가 붙인 x는 부정의 x와 모든 것의 x가 동시에 담겨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나한테 왜 신림동 캐리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은데 마침 레진코믹스에 오니까 기억난다. 예전에 레진님과 드라마 ‘SEX AND THE CITY’ 패러디하며 드립 치다가 나온 별 의미 없는 필명이었는데 이렇게 계속 쓰게 될 줄 몰랐다. 알았으면 좀 더 신중하게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이름을 고민했겠지. 근데 그러고 보면 레진님의 Lezhin도 아무 뜻 없지 않나?
권정혁: 나도 궁금해서 레진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어감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거라더라.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레진님이 인생에 대한 명언을 남기셨다는 소식을 트위터에서 듣고 ‘레진 후회’를 네이버에 검색했더니 ‘치과에서 레진을 권해서 그걸로 했는데 후회합니다.’ 같은 거나 뜨더라.

그렇습니다. 신림동 캐리고 레진이고 별 의미 없습니다.

신림동 캐리: 한국 IT계에서 적어도 개발자치고 권정혁님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권정혁: 에이, 많을걸.
신림동 캐리: 나만 해도 국어국문학과 전공에 IT와 상관없는 회사에 다닐 때부터 권정혁님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트위터에 가입하면 막 이 사람 팔로우하라고 자꾸 추천하더라고! 농담이고 IT 분야에서 신기술을 분석하고 전파하시는 걸로는 거의 독보적이지 않으신가.
권정혁: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전 KTH 기술전략팀 팀당으로 일하실 때 운영하시던 기술 공유 블로그(http://dev.paran.com)에 자주 갔었다. 트위터도 그렇고 개인 블로그도 그렇고 그렇게 많은 양의 IT 정보를 어떻게 다 찾아보고 정리하는가?
권정혁: 딱히 노하우라고 할만한 것은 없는데….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신문도 구독 안 한다. 그래서 모바일과 웹으로 기술 뉴스 읽는 게 내 취미 생활이다. 일하거나 자는 걸 제외한 대부분의 깨어있는 시간에 기술 관련한 약 700개 정도의 해외 블로그를 읽는다. 그중에서 중요하고 관심이 가는 정보는 즉시 트위터에 140자로 정리해 올린다. 예전에는 따로 보관했었는데 그렇게 모아두니 나 자신도 안 보게 되더라. 성격상 그때 그때 바로 흡수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기 힘들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회사 다니랴 하루 700개 블로그 읽으랴 바쁘실 텐데 잠은 얼마만큼 자고 주로 언제 일하시는가?
권정혁: 솔직히 잠이 별로 없는 편이다. 보통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 자면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난 하루에 기본 10시간 자는데!
권정혁: 새벽 3시 근처에 자고 아침 8시 정도에 일어난다. 가능하면 아침 출근 전에 운동하고, 11시경까지 출근해 일하다 새벽 1~2시에 퇴근한다.

내가 요즘 개발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느낀 게….

존나 열심히 안 하면 안될 거 같애.

근데, 우리는 열심히 안 하잖아. 우린 안될 거야. 아마.

신림동 캐리: 그럼 일하지 않을 때 다른 건 무얼 하나?
권정혁: 일하지 않을 땐 주로 기술 뉴스를 챙겨보지만… 아무래도 레진코믹스에 있으니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만화를 찾아보게 된다. 레진코믹스 만화는 기본이고 다른 곳에서도 찾아본다. 그리고 레고를 좋아해서 레고 관련 정보를 찾고 싸게 구입하고 선별해서 천천히 만든다.
신림동 캐리: 왜 천천히 만드나?
권정혁: 집이 좁아서 많이 둘 수가 없어서 최대한 천천히 만들어 구입 텀을 길게 만든다.
신림동 캐리: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인데….

신림동 캐리: 근데 레고를 많이 둘 수 있는 큰 집에 이사 가려면 연봉 많이 주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계속 다니시는 게 좋지 않나?
권정혁: 1997년부터 삼성전자나 KTH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벤처까지 다 거쳤다. 그러다 작년에 KTH를 나오면서 레진님을 만났는데 레진님이 뜬금없이 “만화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거다.
신림동 캐리: 거기에 권정혁님이 “저희 집이 만화가게였습니다.”라고 하신 건 요즘 스타트업계 전설 아닌가.
권정혁: 전설까지야…. 아무튼 콘텐츠에 안목이 있는 레진님이 계시고 거기에 기술력이 합쳐진다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고 설레어 잠을 설쳤던 것 같다. 아내도 흔쾌히 ‘그동안 회사 다닐 만큼 다녔으니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밀어줬다.
신림동 캐리: 훌륭한 아내시다. 다른 말이지만 사실 나도 레진코믹스 창립 당시에 레진님으로부터 스카웃을 받아 면접도 보고 그랬는데 ‘네이버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만화를 사람들이 왜 돈 주고 볼까?’ 하면서 탐탁지 않아 거절했었다.
권정혁: 그런가? 난 듣는 순간 성공하겠다는 감이 왔었다. 만화라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 거기에 기술을 같이 녹일 수 있는 사람, 콘텐츠랑 기술을 다 아는 사람이 만났으니 자신감도 들더라.
신림동 캐리: 될 놈은 된다던데 난 안될 놈인가 보다. 아, 내 주변에 레진코믹스 데뷔가 목표인 꿈나무 웹툰 작가가 있는데 연재 선발 기준이 뭐냐고 묻더라.
권정혁: 웹툰 선정은 레진님 몫이다.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가끔 레진님이 ‘그거 어때요?’라고 하면 개인적인 코멘트 던지는 정도다.

신림동 캐리: 아무튼 레진님은 볼 때마다 무럭무럭 살쪄가시고 레진코믹스가 잘 된다는 게 확 느껴진다.
권정혁: 레진코믹스가 잘 먹이는 것도 있지만 레진님이 살찌는 건 혼자 맨날 술을 마셔서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레진코믹스가 직원들 정말 잘 먹인단 소문을 들었다.
권정혁: 끼니마다 밥값 제한이 전혀 없다. 전 직원에게 체크 카드를 줘서 원할 때 쓰게 한다.
신림동 캐리: 와우!
권정혁: 게다가 사무실에 다양한 먹을거리를 늘 채워둔다. 당이 떨어지면 머리 회전 안되니까.
신림동 캐리: 와우!

레진코믹스에서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권정혁님이 개발자로서 많은 소통을 하셨던 만큼 레진코믹스 내부에서부터 개발자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실 것이라는 기대가 많고 또 실제로 업계에 ‘레진코믹스는 개발자 대우가 좋다더라.’하는 소문이 파다하다.
권정혁: 그런 소문이 돈다니 매우 뿌듯하다. 개발자가 다른 일에 신경 안 쓰고 우리 만화 서비스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매출이 없는 회사의 경우는 외주도 하고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데, 레진코믹스는 다행히 우리 서비스에만 매진할 수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내가 생각하고 기획한 것을 직접 만드는 것만큼 즐거운 게 없는데,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화 서비스에 미쳐서 그걸 개발할 수 있다는 게 레진코믹스의 최고 장점이지 않을까? 그리고 복지 관련해서는 내가 중소기업, 벤처, 대기업 등을 다 거치면서 좋았다고 느끼는 점을 모아서 만들어봤다. ‘내가 회사에서 대우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초점을 뒀다.
신림동 캐리: 넌 소중하니까요?
권정혁: 그렇다. 레진코믹스의 직원은 소중하다. 현시점에서 살 수 있는 최고의 머신을 주고, 주변 장치 또한 요청하면 다 사준다. 월 10만 원 정도의 자기 계발비가 있으며 출퇴근 시간 제한도 없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도 출퇴근 시간 제한이 없고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지만 개발자는 결국 야근을 하거나 밤새는 일이 허다하더라.
권정혁: 이상하게 개발자들이 새벽에 집중하는 성향이 많긴 하다. 그리고 레진코믹스는 요즘 우리 서비스가 잘 되는 것에 다들 흥분해있는 상태다. 매일 레진코믹스의 매출을 전체 공지한다. 그걸 보면 내가 일한 것이 그대로 반영되고 또 더 잘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다. 신림동 캐리님은 그런 물살을 느껴본 적이 있나?
신림동 캐리: 알 것 같다.
권정혁: 그런 때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일이 재미있고 안달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집에 가라고 해도 개발자들이 자처해 남아있곤 한다.

신림동 캐리: 권정혁님은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늘 새로운 기술을 전파해오셨는데 현재 레진코믹스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권정혁: iOS / Android 모바일 앱 2.0 버전을 만들고 있다. 2.0 버전에서는 다양한 점이 개선될 것이다. 일단 네이티브로 개발이 된다. 그리고 레진코믹스에서 제공하는 만화가 더 많아진 만큼 만화를 쉽게 발견하고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점에 고민하며 만들고 있다.

신림동 캐리: 자, 그럼 레진코믹스는 살짝 내려두고 권정혁이라는 개발자에 다시 포커스를 맞추자.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권정혁: 요즘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Lean Analytics 와 Google AppEngine이다. 그래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기법, 그걸 시스템 내에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 기술을 주로 보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어떤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권정혁: 딱히 특정한 도구를 아주 선호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요즘은 SublimeText 에디터를 가장 많이 쓴다. 그리고 예전에는 RSS 리딩을 위해 Reeder를 썼는데 요즘은 Feedly로 바꿨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권정혁: Tweetbot과 Reeder.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은?
권정혁: 최근에 개발에 대한 책을 읽은 게 별로 없어서… 그냥 근래에 본 책 중에선 이 가장 재미있었다.

신림동 캐리: 후배 개발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이트는?
권정혁: 첫 번째로 http://littlebigdetails.com이다. 개발 사이트는 아닌데, 이런 것을 자주 보는 게 개발자로서의 주가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http://highscalability.com인데 개발 관련 사이트 중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내용과 뉴스를 다루기 때문에, 개발자가 챙겨봐야 하는 사이트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권정혁: 레고 10230 미니모듈러.
신림동 캐리: 천천히 만들고 계신가?
권정혁: 물론이다.

신림동 캐리: 호감이 가는 IT 회사는?
권정혁: 엄청난 기술 기반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Netflix! 레진코믹스의 롤 모델이다. 넷플릭스가 창업한 지 17년 만에 저 위치에 올라갔는데, 우리는 절반 이하의 시간으로 그 위치에 올라 가보려고 한다.
신림동 캐리: 어떻게 보면 요즘 표현으로 패기가 넘친다고 해야 하나… 그럼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권정혁: 100점 만점에 70점. 평균이 50~60점이라면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본인은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는지?
권정혁: 내 블로그에 스스로 ‘엉뚱한 개발자’라고 써놨다. 그냥 엉뚱한 것을 만들어내길 좋아하고, 엉뚱하지만 누군가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뭔가를 개발하는 걸 좋아하는 개발자다. 엄청난 코딩 실력을 갖췄다기보다는 결과를 빠르게 잘 만들어내는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권정혁: 재능이 중요하긴 하다.
신림동 캐리: 중요하긴 한데?
권정혁: 근데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나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렇게 살아오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호기심이다.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빠져들 때 열정이 생기고, 그 열정으로 디테일까지 고려하고 채우게 될 때 개발자로서의 경쟁력이 생기더라.
신림동 캐리: 모 세미나에서 ‘닭튀김 수렴공식’이 들어간 슬라이드를 발표하셨는데, 아직도 한국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 요즘은 카페인가?

권정혁: 예전에 올렸던 ‘닭튀김 수렴공식’ 슬라이드가 계속 회자되던데, 나는 그 공식을 검색엔진 최적화(SEO)라는 기술을 알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던 것이라는 걸 이 자리 빌어 외치고 싶다. 국내에서 호호백발 개발자가 없는 이유는 경험 많은 개발자가 창업해서 그 회사의 오너/대표로 남아 있는 IT 기업이 국내에 많이 없기 때문일 거다. 경험 많은 개발자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어렵거나, 인정하게 되더라도 매니저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 조금씩 개발자가 활동하기 좋은 그런 회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런 개발자들이 오너/대표가 되는 상황이 나오면 앞으로 점점 한국에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와 삶의 질이 더 좋아질 거라 본다. 다른 이야기지만 레진코믹스도 평균 연령이 38세다. 10년 차 개발자가 막내!

사무실에서는 맥북 프로 레티나와 27인치 모니터를 쓴다.
스마트폰은 아이폰5S와 넥서스5가 있다.

좌측에 2011년형 맥에어가 한 대 있는데, 예전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통째로 들이부어서 고장 났다.

근데 한참 묵혀뒀더니 혼자 부활하셨다. 충전은 안 되는데 전원을 꽂으면 사용할 수 있더라.

요즘은 맥 예전 OS용을 세팅해 회사 머신과 같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