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이 부부는 가장 생산적인 조합, 송은주와 이성우 1

이 인터뷰는 ‘단언컨대 이 부부는 가장 생산적인 조합, 송은주와 이성우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부부가 같은 업계에서 일하니까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다고 하셨는데 개발자라는 직업이 결혼 생활에는 어떤가?
이성우: 야근과 밤샘을 자주 하는 개발자는 연애하기 힘들다고들 한다. 취미라든가 연애에 보내는 자신의 시간과 회사에서 개발에 쓰는 시간을 나누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나름대로 이 업계에 오래 있어보니, 자신의 시간을 보내며 개발의 에너지를 모으고 개발에 소비한 시간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연애나 결혼 모두 자신의 생활이다. 나는 이것을 확실하게 나누어서 적당히 분배하려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는 편이다.

신림동 캐리: 이성우 님은 13살부터 게임을 만드시고, ‘제노에이지‘ 등의 개발에 관여하신 걸로 알고 있다.
이성우: 악, 그걸 알다니!
신림동 캐리: 어렸을 때는 다 그런 거지. 나도 사춘기 시절에 모 아이돌 그룹 리더를 따라 한답시고 단발 칼머리에 해골 귀걸이 하고 다녔다. 아무튼, 어릴 적부터 개발을 하셨는데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방법은?
이성우: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해봤다. 일단 경험하는 거지. 계속해서 보고 듣고 만지고, 만들어 보는 것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고 생각한다. 딱히 개발 자체를 위해 공부하지 않았고 흔한 학원 한 번 안 다녔지만 그 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자부한다.

신림동 캐리: 만약에 루미가 커서 개발자 또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고 하면?
이성우: 미소녀 개발자 탄생!
신림동 캐리: 아버님, 진정하십시오.
송은주: 체력을 키워줘야겠다.
신림동 캐리: 웬 체력?
송은주: 야근이 많고 내내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라 체력이 필수다.
신림동 캐리: 맞아. 나도 예전에 앉아서 야근만 하다가 엉덩이에 종기가 생겨서 고생했다! 남한테 말할 수 없는 고통!

오래 앉아 있으면 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고 계신 여러분, 빨리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세요. 물론 암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걸리고 담배 피워도 걸리고 고기를 많이 먹어도 걸립니다. 우리는 망했습니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송은주: 루미 원피스!
신림동 캐리: 악! 귀엽겠다!
이성우: 이번에 생일 선물로 마님에게 인튜어스5를 선물했다. 부디 그걸로 좋은 그림을 열심히 그려 나에게 뿌듯함을 안겨주길 기대하고 있다.
송은주: 생일 선물이라고 주길래 받았는데 인정할 수 없다! 이건 날 더 빡시게 일 시키려는 음모다!
신림동 캐리: 당했구나. 그래도 도구가 바뀌니 업무 환경도 달라지지 않나?
송은주: 물론이다. 인튜어스 프로에 포토샵7이 지원되지 않아서 필압이 뱀부화 되고 지우개도 안 먹고 문제가 많아 CS6으로 완전히 갈아타게 됐다. 10년간 동고동락했던 포토샵7이여 안녕.
신림동 캐리: 그럼 이성우 님은 어떤 키보드를 쓰시는가?
이성우: nKEYBOARD라는 게이밍 키보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동시 입력이 무한대로 되는 가성비가 훌륭한 키보드지. 동시 입력만 잘되면 딱히 키보드에 바라는 게 없다.

신림동 캐리: 이 인터뷰의 꾸준 질문 나간다.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이성우: 믿음직하고, 아이디어 넘치고, 끈기있는 개발자랄까? 일단 개발을 맡겼을 때 이 사람이라면 분명히 언제까지 마쳐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있어 놀라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뛰어난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일이 몰아쳤을 때에도 질리지 않고 꾸준하게 하나씩 헤쳐나가는 끈기까지 합쳐지면 이만큼 좋은 개발자는 없겠지. 여기에 더하자면 ‘운’과 ‘감’이 좋은 개발자!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도 천운이 없이는 절대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이 천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발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신림동 캐리: 그럼 남편이 넥스트플로어에 다니시는 송은주 님에게 질문한다.
송은주: 응?
신림동 캐리: 송은주 님에게, 드래곤 플라이트란?
송은주: 우리 가족이 밥 먹게 해주는 게임이다. 드래곤 플라이트는 사랑입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이성우: 스스로 알아서 책임질 줄 아는 개발자를 뽑아서 믿고 맡겨주는 회사 아닐까? 그래야 책임감에 우러나와 더욱 좋은 결과물을 낼수 있거든. 그런 믿음이 없는 회사는 사원들이 부품 이상의 결과를 내기 힘들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말라는 건?
이성우: 개발자는 무엇이든 다 해볼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딱히 이런 거 시키지 말라는 거 없다. 심지어 청소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나오는 게 개발자니까! 다만 무언가 집중했을 때는 다른 어떤 일도 시키면 안 된다. 개발자가 집중하는 시간은 길어야 1~2시간인데 이때는 평소보다 몇 배나 되는 일을 해치우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중이거든.

신림동 캐리: 그럼 송은주 님께 질문한다. 어떤 일러스트레이터가 좋은 일러스트레이터인가?
송은주: 좋은 프로 그림이는!
신림동 캐리: 두둥!
송은주: 칼마감을 하는 그림이다!
신림동 캐리: 진지하게 말해!
송은주: 진짜다. ‘프로는 돈을 받으니까 일을 잘할 수 있는 거야!’를 외치며 이틀에 8장 쳐낸 적도 있다고!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이성우: 10%나 될까? 개발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재미있는 게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재능이 있다고 완성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 있다고 남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하나부터 끝까지 개발자는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재능이 있다면 모든 부분에서 시작 위치만 다를 수는 있지만 어쨌든 골인 지점은 같다고 본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러스트레이터는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송은주: 20% 정도? 완전 개발새발이라도 매일 한 장 이상 그리다 보면 존잘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걸 보면 10%도 안 되는 거 같기도. 뭐든지 하고 싶은 걸 미친 듯이 파서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난 열심히 안 그려도 잘 그리잖나?
신림동 캐리: 네? 뭐라고요?
송은주: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정색했습니다. 독자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신림동 캐리: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송은주: ‘백날 그림 그려봤자 최고의 창작물은 딸래미’인 일러스트레이터랄까. 페이스북에 내가 그린 그림을 올리면 반응이 별로 없는데 루미 사진을 올리면 포풍댓글이 달린다.
신림동 캐리: 미안하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신림동 캐리: 루미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루미의 팬이었다. 이성우 님께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이성우: 난 디자이너 하던 시절에는 ‘도트 공장장’으로 불렸다. 도트로 점찍어 그리는 그림을 엄청 빨리 많이 찍어냈거든. 그 이후에는 하이브리드 개발자(일인 개발자)라고 불렸다. 그냥 혼자서 이것 저것 다 하니까 그렇게 불렸던 것 같다.
신림동 캐리: 3n년간 도트를 찍으신 도트 장인 이성우 선생님!
이성우: 악! 도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신림동 캐리: 요즘 박근혜 대통령도 도트 무늬 자주 입고 나오시던데 이참에 창조경제의 붐을 타봐라.
이성우: 싫다고!
송은주: 남편 홈페이지의 도트를 보고 감명받은 소년이 자라서 같은 회사 직원이 되기도 했다. 며칠 전에 솔로가 됐다며 우리 집에 와서 술 푸고 갔는데 혹시 연하는 어떤가?
신림동 캐리: 거절한다.

소개팅할 때 우리는 나이와 직업, 얼굴을 으레 묻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면 취미나 관심사에서 말이 통하는 이성에게 호감이 확 가는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하면 ‘오?’하고 끌리는 거죠.

‘사랑은 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명언이 있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손 잡고 같이 갈 동반자가 있다면 얼마나 마음 든든할까요. 현업에서 물러나도 몸과 마음이 허락할 때까지는 같이 게임을 만들 거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송은주, 이성우 부부가 어찌나 부럽던지요.

이성우: 재택근무하는 일이 많아 집을 작업실화 했다.
회사 책상, 회사 의자를 집에 가져왔다.
큼지막한 27인치 모니터 두 대와 그림 그리기 좋은 인튜어스3 타블렛을 놨다.
물론 개발자니까 빠른 하드와 적당한 윈도우와 소프트웨어는 필수다.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 짱짱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도 빼놓을 수 없지.
언제라도 영화 보고 게임할 수 있는 게임기와 TV도 작업실에 있다.

송은주: 모니터 2대와 컴퓨터, 타블렛, 마우스 뭐 특별할 거 없는데?
꼬리 흔드는 딸래미 정도가 특이한 업무 환경이겠다.

오뚝이 같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1

이 인터뷰는 ‘오뚝이 같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저번 인터뷰가 나간 뒤에 ‘합격 승률이 반 이상이면 천재 아니냐.’라거나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기에 유리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노용석: 천재라니! 내가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겠나.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에 지원하는 것도 경쟁률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비교적 엔트리 레벨로 들어가는 사람, 특히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나와 같은 경우를 비교적 많이 뽑는 편이다. 그래서 확률로 보자면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게 수월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직접 면접을 보고 취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 주변에는 합격률 100%인 친구도 있다. 그런 애들이야말로 천재인 것 같다. 그리고 미국 대학에서 공부한 게 취업에 도움은 되었겠지만,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신 분도 많다. 우리 부서만 해도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중국에서 공부하셨거나 아예 대학을 나오지 않은 분도 있다.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뜬금없지만, 이 코너의 꾸준 질문을 던져보겠다.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치나?
노용석: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개발자라는 직업 자체의 이유보다는, 수많은 개발자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그만큼 연애와 멀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꿈을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누군가는 매력적으로 보고 좋아해 줄 수도 있겠지.

신림동 캐리: 아마존의 업무 분위기는 어떤가?
노용석: 아마존에는 다양한 서비스와 부서가 있다. 그래서 다양한 업무 분위기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내가 일하는 아마존 뮤직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모여 일하기에 오피스의 분위기가 활기차고 편안한 편이다. 주변 이곳저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끔 장난감 총싸움도 하고 점심에 팀원과 바닷가를 산책하기도 한다. 출퇴근도 자유로운 편이라 굳이 오피스에 와서 일할 필요가 없다. 해당 기한 내에 업무를 끝내는 걸 전제로 말이다.
신림동 캐리: 취업할 때 회사 네임 밸류보다 프로젝트가 중요하다 말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노용석: 아마존 뮤직은 소규모 팀들로 이루어졌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비즈니스와 부서의 규모가 배로 증가해왔다. 덕분에 마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처럼 다양한 프로젝트에 마음껏 일할 수 있고, 여러 부서끼리 함께 일하는 경우도 잦아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림동 캐리: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을 다시 아마존에 쓴다던데?
노용석: 식료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건을 아마존에서 사는 편인데, 통장에 보면 아마존에서 월급을 받고 아마존으로 다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느낌이 묘하더라. 대학원을 졸업하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한 지 얼마 안되어서 살 물건이 많은데, 대부분 아마존에서 구입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마존에서 일해 포인트를 받는 느낌이!
신림동 캐리: 그런 느낌적인 느낌은 상당히 묘하군.
노용석: 그래도 아마존 할인 혜택이 있으니 언제나 기분 좋고 만족스럽게 아마존을 사용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아마존에서 식료품을 팔게 되면 그냥 월급을 포인트로 받아도 되겠다.
노용석: 아직 식료품은 마트에서 사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식료품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쉬(Amazon Fresh)를 곧 시작한다고 하더라. 언젠가는 내 통장의 입출금 내역에 아마존만 찍혀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아마존에서 일하면 이런 거 진짜 좋다 하는 건 있나?
노용석: 우선 가장 좋은 혜택은 아마존 직원 할인 혜택이라는 것! 평소에 아마존에서 물건을 대부분 사기 때문에 꽤 이득을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아마존 뮤직에서 일하는 장점을 얘기하자면, 아마존의 자원은 무한하지만 아마존 뮤직 부서가 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구성원 수는 적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오피스가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도 좋고, 먹거리도 많다. 캘리포니아의 날씨 말할 것도 없겠지.


신림동 캐리: 나도 캘리포니아에서 몇 번 머물렀는데 그때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일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인앤아웃도 있고!
노용석: 난 인앤아웃 한 번 먹어봤는데 그럭저럭 괜찮더라.
신림동 캐리: 왜 캘리포니아 살면서 한 번 먹는 건가. 나라면 매일 먹겠다. 아무튼 아마존에 다니며 느낀 장단점은 뭔가?
노용석: 아마존은 ‘숨겨진 제국'(Hidden Empire)이라 불릴 정도로 겉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더 많은 활동 영역이 있다. 그래서 겉으로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와 부서도 많다. 아마존에서 일하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대신에 회사에 오래 남을수록 입은 더 무거워지게 된다. 나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기업에 직장을 잡으려고 하면 일에 대한 경력이 적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부서에서 일하거나 프로젝트를 받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개발자의 선호를 최대한 존중해 개발자가 만족스러워 할 수 있는 부서와 프로젝트를 제공한다.
신림동 캐리: 너무 아마존에 대해 예찬만 하는데 단점도 좀 말해봐라. 어차피 아마존 사장님은 한국어 모르잖아.
노용석: 내가 생각하는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다른 회사에 비해 혜택은 비교적 적지만 봉급은 더 많이 받는 편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되도록 돈을 저축하고 싶고 내가 원하는 혜택 및 서비스에 투자하는 게 좋아서 장점으로 본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노용석: Nike+ FuelBand! 직장을 다니다 보니까 삶의 패턴이 바뀌었고 돈을 벌면서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살이 찌더라. 아까 인앤아웃을 한 번 갔다고 했는데 샌프란시스코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별로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다음에 샌프란시스코에 오시면 진짜 제대로 된 버거를 소개해드리겠다. 아무튼 그래서 몸 관리를 하기 위해 Nike+ FuelBand를 샀다. 스마트워치와 흡사하여 팔에 끼는 것인데, 자신의 운동량을 기록하고 아이폰을 통해 내가 얼마만큼 운동을 했는지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목표를 세워 달성할 수 있고, 친구들과 운동량으로 대결할 수도 있다.

신림동 캐리: 키보드는 뭘 쓰는가?
노용석: Apple Keyboard를 사용한다. 물론 더 편한 키보드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예쁜 게 좋더라. 특이하다면 특이한 거지만 난 다른 개발자들에 비해서 키보드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주개발 환경이 Mac이기 때문에 Mac에 최적화된 키보드를 쓰는 게 좋다. Function keys가 작고, Control보다는 Command가 큰 키보드를 좋아한다.

노용석: 내가 영문 자판은 Dvorak을 쓰고 한글 자판은 세벌식을 쓰기 때문에 비교적 손목에 무리가 덜 느껴져서 그런지 그만큼 좋은 키보드에 욕심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오히려 키보드보다 마우스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다. 현재는 애플 매직 마우스를 사용한다. 모바일용 앱 및 웹페이지를 주로 만들기 때문에 컴퓨터에서 테스트할 때 스마트폰에서 터치하듯이 상하좌우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면 좋은데, 이 애플 매직 마우스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난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노용석: TextExpander! Mac이나 Windows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미리 저장된 문자로 자동 변환하거나 스크립트를 실행하게 하는 거다. ‘sssh’라고 쓰면 자동으로 터미널을 열어서 내 데스크탑을 ssh로 연결하고, ‘ddate’라 입력하면 자동으로 현재 시간 및 날짜를 입력하게 만들 수 있는 등 활용법이 다양하다. 나는 리눅스나 맥의 터미널 스크립트에 alias를 정하는 대신에 TextExpander를 사용하는 편이다. 게다가 TextExpander 설정은 Dropbox를 통해 싱크가 가능해서 여러 컴퓨터에서 일일이 설정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그리고 Mint.com이다. 개발에 관련된 소프트웨어는 아니지만,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프트웨어다. Mint.com을 이용하면 통장, 신용카드, 투자 계정 등을 연결하여 입금 출금 내역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투자 및 저축 목표를 세워 progress를 수치화해 내 소비 습관과 패턴을 통해 적합한 서비스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돈을 절약하고 현명하게 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이 있나?
노용석: 되도록 잘 안 알려진 책을 추천하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 그래서 개발자라면 다 아는 Steve McConnel의 <Code Complete>을 추천하겠다. 개발에서는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작이다. 읽고 또 읽게 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 책이다.

신림동 캐리: 개발하는 후배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이트는?
노용석: Treehouse(teamtreehouse.com)를 소개하고 싶다. 웹·앱 개발 및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교육인데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전문가도 기초실력을 다지는데 좋다. 동영상 강좌가 잘 되어 있고, 최신 기술에 대한 강좌도 꾸준히 올라온다. 그뿐만 아니라 퀴즈 및 프로그래밍 시험을 볼 수 있고, 프로젝트 관련 동영상도 있어서 회사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간접경험도 할 수 있어 좋다. 주제도 개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및 스타트업도 전반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나에게는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지식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는가?
노용석: 개발자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개발자에게 좋은 경력이 되는 프로젝트를 주는 회사가 좋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에게 좋은 환경을 주는 회사가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하는 프로젝트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값진 경험을 못 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커리어를 쌓게 되면서 일에 대한 열정이 식고 만족감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마음껏 이루게 해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건?
노용석: 가끔 회사에서 내가 진지하게 프로그래밍하고 있는데 팀원이 뒤에서 장난감 총으로 뿅뿅 쏠 때가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때는 깜짝 놀라서 일의 리듬 깨지기도 하니까?
신림동 캐리: 에?
노용석: 지금 이야기는 농담이고, 사실 무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개발자에게 이런 거 시키지 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애당초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회사에서 일하거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회사가 잘 되기 위한 마음에서 일한다면 어떤 일을 해도 싫게 느껴지지 않을 거다. 그래서 자신에게 잘 맞는 프로젝트와 회사를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신림동 캐리: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노용석: 프로그래밍 등의 스킬을 잘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외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물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뿐만 아니라, 그 물건이 어떻게 쓰이고, 그 물건을 사용할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를 잘 알아야 한다. 나무를 보다가 숲을 보게 되면 새로운 영감을 얻고 더 질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기회가 주어지는 거지. 그래서 회사에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에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신문 및 책을 자주 읽어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신림동 캐리: 좋은 말인데 너무 모호한 이야기 아닌가?
노용석: 음,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는 회사와는 별도로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쓰는 기술과는 비교적 관련 없는 프로젝트를 하면 더 좋더라. 개발자라면 여러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새로운 기술에 다양하게 접하면서 빨리 적응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기술들을 사용하여 실험할 수도 있지. 그리고 자신이 관심 있는 개인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공부를 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원해서 만드는 느낌이기 때문에 더 흥미롭기도 하고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노용석: 99%를 차지한다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히익! 너무 잔인한 말이다!
노용석: 개발자의 직업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재능 및 잠재력이 있는 거다. 개발자는 어떻게 보면 정말 힘든 직업이다. 영어에 능통해야 하고, 수십 명이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때문에 리더십과 능통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필수며, 추후에 유지·보수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획을 치밀히 세울 줄 알고, 문제가 생길 때는 바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까지 필요하다. 그뿐인가. IT 신문 기사를 일주일이라도 안 읽으면 트렌드를 놓치기 때문에 매일 읽고 정리해야 하며, 데드라인 때문에 3일 정도 밤샐 수 있는 강력한 체력이 필요하고, 짜증 나는 버그가 있어도 고쳐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며, 고객의 요구를 정중히 받아들여야 하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신림동 캐리: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다음부터 개발자 만나면 절에서처럼 ‘보살님’하고 인사해야 할 것 같다.
노용석: 개발자는 확실히 힘든 직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면 이미 재능이 있다고 본다. 주변에 억지로 개발자가 된 사람을 본 적은 없거든. 하지만 개발자 중에서도 뛰어나기 위해서는 1%의 노력이 더 필요하겠지?

신림동 캐리: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노용석: 오뚝이 같은?
신림동 캐리: 요즘에 살쪄서?
노용석: 아니, 그런 건 아니다. 지금까지 도전해오면서 수많은 고생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끝내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오뚝이 같다고 하더라. 나는 내가 맡는 프로젝트는 목숨 걸고 한다. 건강을 해칠 때도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장점만은 아니다. 너무 열심히 하니까 심지어 회사 매니저가 ‘내일은 회사 나오지 말고 집에서 쉬어.’라고 할 정도다.
신림동 캐리: 지금부터 건강 챙겨라. 우리가 언제까지나 젊은 게 아니라니까?
노용석: 근데 일이 좋은 걸 어떡해. 그때도 결국 집에서 몰래 일했다.

코딩, 테스팅 및 리서치는 15인치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쓴다.
소스코드 보관 및 실행은 Ubuntu & Redhat 데스크탑으로 한다.

모니터는 Apple Thunderbolt Display (27-inch), Dell UltraSharp (24-inch)을 쓰고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KVM Switch에 연결해서 쓴다. Apple Thunderbolt Display는 맥북과 연결한다.

Dell UltraSharp 모니터는 맥북과 리눅스 데스크탑에 연결한다.

주로 맥에서 작업하고, 간혹 리눅스 데스크탑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KVM Switch를 눌러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리눅스 데스크탑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편이다.

주된 사용 언어 및 기술은 Java, JavaScript, Node.js, Perl, Mason, HTML/CSS, Ruby, Git, Perforce, 및 Amazon 사내 개발툴이다.

그외 개인 프로젝트에서는 Python, Node.js, CoffeeScript, Github를 주로 쓰고 있다.

Fuse4x를 통해 리눅스와 맥을 연결하여 리눅스 데스크탑에 있는 파일을 맥에서 코딩하고, Terminal SSH를 사용하여 컴파일하거나 로그 등을 보면서 디버깅한다. 맥에서는 Sublime Text 2를 사용하고, Terminal에서는 Vim을 사용한다.

오뚝이 같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0

2013년 6월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3 해외취업박람회’에 해외 취업을 꿈꾸는 수천 명의 구직자가 몰려 취업문을 두드렸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IT 구직자가 많았다는데요.

솔직히 해외 취업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은 개발자가 있을까요? 국내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비교적 근무 환경이 좋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가 미국 또는 일본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타지에서 산다는 건 대부분 사람에게 막막한 일입니다. 세계적으로 불황인 시기에 해외라고 현지의 구직자를 제치고 취업할 수 있을까도 걱정스럽고요.

그래서 신림동 캐리가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 자신의 꿈을 찾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미국까지 가서 인터뷰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마는 로켓펀치가 아직 돈이 없는 관계로 메일과 페이스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사장님, 다음엔 비행기 태워주세요. 환승도 두 번까지는 괜찮아요.

이름 혹은 닉네임: 노용석, Ryan Rho
위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직업: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자 (Software Development Engineer)
소속: 아마존 뮤직 (Amazon Music)
내 모바일 기기: iPhone 5, 이 글이 나갈 때쯤에는 iPhone 5S?
웹사이트: www.ryanrho.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노용석: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페이스북을 통해서 섭외와 인터뷰라니, 세상 참 좋아졌다. 주커버그에게 감사한다. 물론 내 감사 메시지가 주커버그의 귀에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노용석: 아, 그런가?
신림동 캐리: 자, 그럼 인터뷰를 시작해보자.

신림동 캐리: 미국에서 얼마나 지내셨는가?
노용석: 대학교와 대학원 5년이다.
신림동 캐리: 내 주변에도 유학생 친구가 많다. 근데 갈 때는 한국에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이도 타국에서 혼자 사는 외로움이나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노용석: 나는 대학교와 대학원을 미국에서 다니다 보니 언젠가부터 미국이 더 익숙한 곳이 됐다. 다행히 미국에서 생활하는 게 성격에 맞았던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미국이 더 익숙하다기엔 페이스북 보니까 막 집에서 김치도 담그시던데!
노용석: 음식은 한식, 양식, 일식, 중식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 캘리포니아 살아서 그런지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집에서 5분 거리에 한국 분식집도 있다.
신림동 캐리: 하긴, 나는 어학연수를 LA로 갔는데 집 앞에 본죽이 있는 거 보고 ‘이 어학연수는 망했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망했다.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 태어났고 또 부모님도 한국에 계신데 한국에서 취업할 생각은 없었나?
노용석: 대학교 4학년 때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하고 1년 정도 활동했는데 한국 마켓을 겨냥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기회가 된다면 여러 나라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 싱가포르에 있는 리서치 회사와 일하며 싱가포르에 몇 번 방문했었고 졸업하고 나서는 미국에서 취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학교 다녔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회사 정보를 얻기 더 수월했던 이유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을 하는 것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신림동 캐리: 미국에서 학교 다녔기에 미국 취업 정보를 얻는 게 더 좋았다고는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취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노용석: 전반적으로 보자면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취업하는 게 힘들 수 있다. 하지만 IT 분야는 예외적이라 느낀다. 수많은 회사가 외국인을 미국인만큼 많이 채용한다. 그래서 외국인이라고 해서 더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가끔 특정 회사는 영주권자 및 미국인만 채용하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는 곳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회사 중에 관심이 가는 곳이 없었다.
신림동 캐리: 결론적으로 외국인이라 취업이 특별히 어려울 건 없단 소린가?
노용석: 난 오히려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만큼 장점도 있다 생각한다. 많은 미국 회사가 한국 시장에 관심 있고, 특정 회사는 면접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견해를 중심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신림동 캐리: 오, 어떤?
노용석: 어느 스타트업과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그 회사는 한국에 진출할 계획을 하고 있었기에 한국 마켓을 리서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내게 한국 마켓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고 내가 답변한 한국 특유의 IT 문화에 대해서도 흥미로워하더라. 그뿐만 아니라 내 모국어가 한국어이기 때문에 한국 관련 프로젝트 및 리서치를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인정해줬다.

신림동 캐리: 아마존에 취업하기까지 면접은 몇 번이나 봤나?
노용석: 74번이다.
신림동 캐리: 헉소리가 난다.
노용석: 회사의 이름보다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가가 내겐 더 중요했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취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회사는 열 군데 정도 지원했고, 인터뷰는 74번 했다. 아침 9시에 인터뷰를 시작해서 오후 7시에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잘 보이느라 면접관 앞에서 온종일 미소를 짓다 보니 집에 돌아와서는 입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신림동 캐리: 면접의 승률은 얼마나 됐나?
노용석: 반반이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회사의 네임 밸류보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가에 비중을 뒀다. 어떤 회사는 내가 할 프로젝트를 고를 수 없었기에 오퍼가 왔지만 아쉽게도 거절했다. 프로젝트를 미리 알려준다 하더라도 내 커리어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여서 거절한 경우도 있다.
신림동 캐리: 배가 불렀단 소리 안 들었나?
노용석: 들었지. 근데 아무리 회사가 좋아도 내가 프로젝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열정이 생기지 않으면 커리어를 쌓는 데 지장을 줄 수 있거든.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할거라 했는데 A사는 알아듣지 못했고 B사는 비지니스 모델로 이해하기 어려워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그땐 좀 좌절하기도 했다.
신림동 캐리: 그렇게 거듭 쓴맛을 보고 나면 대충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나?
노용석: 1~2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일하는 거라면 그래도 되겠지. 근데 이왕 취업한다면 내가 잘 아는 프로젝트 및 비지니스를 하는 게 일을 하는데 수월하지 않을까? 미국에는 워낙 소프트웨어 회사가 많다. 그리고 구직자도 사람마다 분야가 다르지. 내가 추구하고 지원하는 회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열심히 인터뷰를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회사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합격과 불합격을 기다리는 건 누구나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회사와 프로젝트를 만나면 나중에 정말 만족스럽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다!

신림동 캐리: 가끔 인터넷에 ‘이거 풀면 구글에서 데려간다!’라거나 하는 실리콘밸리의 특이한 입사 문제가 떠돌아다닌다. 면접 보면서 뭐 이런 걸 다 물어보나 싶은 테스트 없었나?
노용석: 실제로 특이한 면접이 꽤 있더라. ‘너는 연필이고 믹서기 안에 있는데 어떻게 탈출할 거냐?’라는 창의력 질문도 받아보고, ‘디아블로3를 개발하시오.’라는 어이없는 프로그래밍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질문뿐만 아니라 면접관과 인터뷰 도중에 Pair Programming을 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을 같이 하기도 했다.

신림동 캐리: 그거 말곤 없나?
노용석: 그거 말고 또 뭐가 있더라. 면접 갈 때 리무진에 태우고 대접해주는 회사가 있었다. 집에서 인터뷰 장소까지 30분 거리 밖에 안 되는데 호화스러운 호텔에 묵기도 했다. 그런데 기분이 좋다 보니 면접에는 오히려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

신림동 캐리: 요즘 한국에서도 압박 면접이라거나 팀 면접이라거나 심지어 술 면접까지 하며 구직자를 테스트한다. 이런 특이한 면접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걸 배우셨는지 궁금하다.
노용석: 당혹스런 질문을 받았을 때 거기에 스스로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했다면 좌절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인터뷰를 받는 다른 면접자도 이런 어려운 질문을 받기 때문에 당황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일단 말해주고 싶다. 침착하게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하고, 모호한 내용을 구체화해서 어려운 문제를 분석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미국에서는 개발자가 직업 선호도 1~2위를 다툰다 들었다.
노용석: 사실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수입도 높다.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고, 일하는 환경이 자유로운 편이다. 내 경우도 10시쯤에 출근해서 5시쯤에 퇴근하고, 회사에 꼭 나올 필요가 없어 재택근무를 가끔 한다. 어떤 회사는 주 4일 근무를 하기도 하더라.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는 ‘새벽 3시에 탄 손님에게서 술 냄새 안 나면 IT업계 종사자’라는 택시 기사의 우스갯소리가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노용석: 한국에서는 개발자의 대우가 비교적 좋지 않다 들었다. 수입도 그렇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혜택까지 비교하면 더욱 미국과 차이가 크겠지. 개발자들에게 좋은 대접하는 회사가 한국에는 많지 않고, 있더라도 입사 경쟁이 치열하겠지.
신림동 캐리: 그렇다.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제니퍼소프트‘의 경우 네이버 검색하면 ‘제니퍼소프트 경쟁률’이 자동완성이다.
노용석: 해외 취업을 하면 처음에는 타국에서 적응하느라 고생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미국 IT 직종에는 해외 취업한 외국인이 많아서 힘들 때 서로 격려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분위기라 그만큼 이겨내기가 쉽다 생각한다. 한국인도 많은 편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
노용석: 주중에는 퇴근 후에 테니스나 스쿼시 등의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신문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주말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 거리를 산책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편이다. 별 계획이 없을 때는 개인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한다.
신림동 캐리: 그 밖의 취미는?
노용석: 요리를 한다! 가끔 아시안 음식이 그리울 때 해먹으면 정말 맛있더라. 얼마 전에는 치킨 티카 마살라를 만들어서 회사에 가져갔는데, 무려 인도인 매니저에게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단점은 취미 때문에 살이 뒤룩뒤룩 찐다는 거다. 그래서 나만 살찌면 안 되니까, 음식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밤에 페이스북에 올려 배고픈 친구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을 즐긴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가 결정되고 주변에 ‘아마존 개발자를 인터뷰하는데 궁금한 거 없냐?’고 물으니 정말 많은 사람이 묻더라. ‘아마존, 대체 언제 한국에 들어오나요?’
노용석: 미디어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을 얘기할 수 없다. 관련 부서에 있지 않은 내가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검색해보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아마존 서비스는 한국에 있지 않지만, 일부 부가적인 서비스는 이미 한국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노용석 님이 말하는 아마존의 업무 분위기와 포괄적인 개발 환경은 ‘오뚝이 같은 아마존 개발자, 노용석 1’로 이어집니다.

멋쟁이 사자처럼, 슈퍼 공대생 이두희

SNUEV가 없는 수강신청은 상상할 수 없죠.’

서울대의 강의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사이트(snuev.com)를 사용하는 재학생이 ‘SNUEV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한 대답입니다. 어느 컴퓨터공학과 석사 과정 학생이 논문 쓰는 시간을 쪼개어 만든 프로그램 덕분에 서울대 학생들의 시간표 짜기가 수월해졌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앱이나 웹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초보들이 모여 기초부터 시작해 자신들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멋쟁이 사자처럼‘이라는 동아리를 만든 것은 어느 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 학생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둘은 같은 사람입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받들어 ‘오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일 없을까?’를 고민하는 SNUEV의 개발자이자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인 이두희 씨가 일하는 법을 물어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이두희
위치: 수원시 영통구
직업, 소속: 백수, 멋쟁이 사자처럼
내 모바일 기기: 삼성 SCH-B850, 아이폰4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아니, 이 분이 전설의 이두희님!
이두희: 안녕하세요. 이 분이 상상 속의 인물인 줄로만 알았던 신림동 캐리님!

립서비스는 훌륭한 사회인의 덕목이지요. 화기애애한 인터뷰를 위해 괜히 한 번 서로 이래 봤습니다.

신림동 캐리: 자, 칭찬도 했으니 바로 질문 들어가겠다. 서울대에서 특강을 하던 빌 게이츠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해 주변으로부터 ‘빌 게이츠의 남자’라고 불리고 있다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IE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두희: 저번에 강산 형은 IE에 대해 존재감이 없다고 하셨는데, SNUEV 전체 사용자의 80%가 IE6을 쓰기 때문에 나에게는 IE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크다. SNUEV는 IE6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신림동 캐리: 하긴 관공서나 학교 같은 데는 다 IE를 쓰잖나. 나도 IE와 크롬을 둘 다 쓰는데 IE 쓴다고 하니 회사에서 좋아하더라.
이두희: 테스터가 왔으니까!

신림동 캐리: 이거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이두희: VIM과 크롬!

개발자에게 VIM은 정말 사랑인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브라우저 플러그인은 뭘 쓰시는지?
이두희: 노트북 화면이 11인치인데, 좀 좁다. 1px이라도 아껴야 한다. 그래서 플러그인 안 쓴다. 페이스북 플러그인을 유일하게 썼었는데 이제 페이스북을 잘 안 해서 지웠다. 브라우저 내의 기능이라면 크롬 개발자 도구 정도?

신림동 캐리: 주로 어디서 작업하시나?
이두희: 원래는 선릉 D.CAMP에 있다가 최근에 낙성대 오렌지 연필 카페 세미나룸을 대여해 거의 매일 여기 있다.

2013년 9월 10일 현재 이두희 씨는 작업지를 옮기셨다고 하니 낙성대 오렌지 연필에 찾아가서 사인을 받으려던 팬이나 주먹을 휘두르려던 안티는 그냥 집에 계세요.

신림동 캐리: 작업하는 동안에 음악을 들으시는지?
이두희: 온종일 벅스 인기곡을 랜덤으로 재생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신기하게 여태까지 만난 개발자는 다 뭔가 들으시더라.
이두희: 소리가 들려야 집중이 더 잘되지 않나? 학생 때는 MC 스퀘어를 애용했다.
신림동 캐리: 덕분에 서울대 간 건가?
이두희: 슬프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인터뷰하는 내내 어디에선가 전화가 옵니다. 그럼 이 인기 개발자의 연애 생활은 어떨까요?

신림동 캐리: 왜 전화기가 두 개인가?
이두희: 아, 이거? 2G폰과 아이폰을 둘 다 쓴다.
신림동 캐리: 여자가 많으신가 보다.
이두희: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건 절대로 아니고, 정든 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아서 삼성 SCH-B850를 계속 쓰고 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치나? 저번에 이강산 씨는 전혀 끼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두희: 개발자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 성격상 언제나 일에 빠져있다는 게 연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학부생 때부터 평일과 주말의 구분 없이 일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 시절에 바쁘다고 여자에게 차이고 차이고 또 차였다.
신림동 캐리: 정말 바빠서일까?
이두희: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가방이나 꽃을 사줬어야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개발밖에 없어서 블로그를 만들어주거나 프로그램을 선물했었다.
신림동 캐리: 어떤 프로그램인가?
이두희: 누르면 하트가 막 나와서 화면을 꽉 채우는 거였다.
신림동 캐리: 아직도 바빠서 여자에게 차였다고 생각하나?
이두희: 그렇게 믿고 싶다.

신림동 캐리: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다면?
이두희: 프로그램스!
신림동 캐리: 드롭박스나 구글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이두희: 프로그램스의 초기에 같이 일했었다. 요즘 잘 되는 걸 보니 너무 뿌듯하고, 내가 일했던 회사라 그런지 애착이 간다.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에서의 에피소드 없나?
이두희: 교수님을 따라 미국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프로그램스의 프로젝트 개발을 하나 맡고 있었다. 그래도 출국을 계산하니 대충 돌아와 매일 밤새우면 마감에 맞출 수 있겠지 했는데 교수님이 날 멕시코에까지 데려가셨다! 게다가 멕시코는 무선 인터넷 스팟이 없었다! 그래서 낮에는 교수님을 따라다니며 세미나에 참여하고 밤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여기 와이파이 되나요?’를 외쳤다. 결국, 다행히도 일은 끝냈다.
신림동 캐리: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벤처 스토리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이두희: 이 깁스!


신림동 캐리: 깁스라고?
이두희: 얼마 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공중에서 착지했는데 팔이 휘어서는 안 될 방향으로 구부러지는 거다. 그래서 119를 타고 병원에 가서 깁스했다. 여름철에 깁스하니 덥고 가렵고 너무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께 무슨 방법이 없냐고 하니 ‘자네, 돈은 좀 있나?’ 하시며 이 깁스로 바꿔주셨는데 비쥬얼도 그렇고 몹시 만족스럽다.
신림동 캐리: 아이언맨 같다. 근데 얼마길래?
이두희: 30만 원이었다.
신림동 캐리: 비싸!
이두희: 근데 진짜 좋다니까?

신림동 캐리: 또 도구하면 개발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키보드지. 키보드는 뭘 쓰는가?
이두희: 키보드는 HHK2 PRO 검은색 무각를 쓰고 있다. HHK를 좋아해 시리즈만 7년 정도 쓴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책은?
이두희: 얼마 전에 강산 형이 <SICP>를 이야기하셨는데 나도 그 책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삼국지>?
신림동 캐리: 삼국지?
이두희: 삼국지 좋잖아. 읽어도 읽어도 느끼는 게 많은 책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삼국지 캐릭터 속에서 자신과 비슷하다거나 좋아하는 인물은?
이두희: 나랑 비슷하다고 내세우기엔 너무 훌륭한 인물만 많은 것 같은데?
신림동 캐리: 뭐 여포도 있고 그렇잖나.
이두희: 아, 그러네. 일단 좋아하는 인물을 유비다.
신림동 캐리: 나는 조조!
이두희: 왜 조조를?
신림동 캐리: 나는 야망 야망 열매를 먹은 캐릭터를 좋아해서 조조가 이를 갈며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이러는 게 너무 좋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인생의 게임이 있는가?
이두희: 디아블로2! 나 이거 때문에 재수했잖아.

신림동 캐리: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이두희: 다 끌어안는?
신림동 캐리: 자신을 스스로 대인배라 칭하는 건가?
이두희: 일을 다 끌어안는? 내 일도 내 일, 니 일도 내 일!
신림동 캐리: 아아.
이두희: 아, 아니다. 슈퍼 공대생이라고 하자. 그렇게 되고 싶으니까.

신림동 캐리: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방법이 있다면?
이두희: 노력을 딱히 한다기보다는 늘 뭔가를 만든다. 그렇게 뭐 하나가 완성되고 보면 만들기 이전보다 내가 나아져 있는 걸 발견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는가?
이두희: 개발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회사다. 개발자는 사람이다. 개인의 생각이 제각각 다르다. 그런 개개인의 개성과 예술가적 기질을 살릴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 아닐까?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제발 이런 건 시키지 마라?
이두희: 아무것도 시키지 마라.
신림동 캐리: 그럼 회사가 월급은 왜 주나.
이두희: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개발자라는 사람들은 원래 늘 일을 만드는 성격이 있다. 개발자는 밥과 커피를 코드로 바꾸는 존재들이다. 그냥 가만히 둬도 알아서 뭔가 이게 불편하다 싶으면 편리하게 고치고 이런 게 있으면 좋겠는데 없다 싶으면 만든다. 그러니 굳이 시키지 않아도 도구와 목적만 던져주면 알아서 뭔가 만들고 있을 거다.
신림동 캐리: 내가 원한 방향의 답변은 아닌데 뭔가 멋진 말인 것 같다.
이두희: 고맙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 있는가?
이두희: 잘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그럼 사업을 한다면 개발자로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이두희: 아, 뭐라고 해야 하지?
신림동 캐리: 개발자로서 이런저런 거 해보고 싶다는 거 있잖아.
이두희: 한 달에 자기 개발비를 얼마 드리겠습니다 이런 건 들어봤자 지루하기만 할 것 같고, 개발자들이 개발로서 노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서 고스톱을 친다고 치자. 보통이라면 손으로 치고 놀겠지. 근데 우리는 고스톱 치는 기계를 만들고 그것끼리 싸움을 붙이는 거다. 그런 식으로 개발자가 개발하면서 노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신림동 캐리: 좋은 개발자의 조건이 뭘까?
이두희: 아, 이건 또 뭐라고 하지. 같이 일하다 보면 적응력이 강한 사람이 있다. 프레임워크든 언어든 금방 체득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더라. 자유롭게 언어 왔다 갔다 하고 어디를 가든 분위기 금방 따라 잡고 그러는 사람이 좋은 개발자 아닐까?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인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두희: 잘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뭐 물으면 잘 모르겠대.
이두희: 진짜 잘 모르겠다. 어떻더라? 잘 모르겠어.
신림동 캐리: 아니, 살면서 경험할 거 아냐.
이두희: 사실 한국에서는 어릴 때 개발을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프로그램 교육이 초등학교 레벨로 내려간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 내가 막 대학을 들어갔을 땐 진짜 컴퓨터를 못했다. 소위 말하는 허접이었다. 3학년이 되어서야 전공에 대한 재미가 붙어서 파고들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딱히 노력하진 않았고 그냥 즐겼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러니까 초중고등학교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빨리!

윈도우머신은 IE 테스트할 때만 쓰고, 그 외엔 거의 만지지 않는다.

모든 개발클라이언트는 Mac이고, 서버는 Linux를 주로 쓴다.

가끔 야외 잔디밭에서 코딩하고 싶을 때, 모든 세팅을 서버를 Mac(노트북)에 해놓고 로컬 작업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내 노트북이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내면서 아주 괴로워해서 노트북에게 미안하다.

Mac을 쓰는 이유는 ‘터미널이 예뻐서’다. 뭐든지 예쁜 게 좋다. 윈도우에도 각종 예쁜 터미널 도구가 있다지만 맥과의 감성 차이가 느껴진다. 그 느낌의 정체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에디터는 VIM를 쓴다.

아이디어 노트 테이킹은 레알 노트를 쓴다. 문방구에서 파는 진짜 노트 말이다. 노트는 손으로 써야 제맛이다.

UI 등 그림을 그릴 땐 문방구에서 4B연필과 스케치북을 산다. 그림은 배 깔고 바닥에 누워서 그리는 게 레알이다.

개발이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1

이 인터뷰는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키보드는 무엇을 쓰는가?
이강산: 회사에선 리얼포스, 집에선 HHK2PRO.

신림동 캐리: 크롬과 파이어폭스 중에선?
이강산: 당연히 크롬!
신림동 캐리: 그럼 VIM과 EMACS 중에선?
이강산: VIM!

개발자에게 VIM은 사랑인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을 잘하기 위해 하는 개인적인 노력은?
이강산: 특별히 없는데,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한다든가 알고스팟에서 문제를 풀어본다든가 일에 관련된 논문을 읽어본다든가 페이스북에서 새로 만든 API를 까본다든가 생산성과 관련한 툴을 익혀보는 정도다.
신림동 캐리: 충분히 많다.
이강산: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걸거다.
신림동 캐리: 그럼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는?
이강산: irccloud.com, github.com에 주로 들어가고 잉여 시간에는 스택오버플로우알고스팟.
신림동 캐리: 개발하는 후배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이트는?
이강산: irccloud.com가 레알이다. 멘토를 찾는 개발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일단 IRC에 들어오시라구요.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이강산: 터치 많이 안 하는 회사? 아니 그거보단 좋은 엔지니어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는 회사!
신림동 캐리: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해달라.
이강산: 개발자에게 회사가 비싼 키보드와 편한 의자를 주는 이유가 뭐겠는가?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겠지? 이거 저거 사내 복지를 많이 해주는 것도 좋지만, 개발자 입장에선 어떻게 일하는 게 최고 효율을 낼 것인가 잘 파악하고 있는 회사가 최고다. 개발자를 쥐어짜내봤자 결과물이 잘 나올 리가 없다. 엔지니어를 리소스로 본다면 제대로 못쓰고 있는 거다.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인구도 없는데 징병 찍고 있는 거지.
신림동 캐리: 같이 일하는 동료 면에선?
이강산: 개발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울 게 많은 환경이다. 내가 언제나 자극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고 나보다 뛰어난 개발자가 많은 거. 그래서 개발자 채용이라든가 면접에서 항상 화두가 되는 게 ‘어떻게 하면 개발자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보이고 좋은 개발자를 뽑느냐?’다.
신림동 캐리: 엔써즈에서 면접도 보시는 걸로 아는데, 어떤 기준으로 개발자를 뽑으시는가?
이강산: 개발자의 실력을 줄 세우기는 어렵다. 코딩 전혀 못하는 개발자를 걸러내는 것이 서류만으로는 잘 안되더라.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하는 건 사실 개발자의 실력과 크게 상관이 있지 않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개발자 한 명을 면접 보느라 3~4시간이 걸렸다. 키보드를 주고 코드를 만들게 한다거나, 함께 페어 프로그래밍을 한다거나 하면서 말이지. 근데 면접을 계속 보다 보니 기준이 완화된 것도 있고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 요즘은 자료 구조나 알고리즘 등을 중심으로 물어본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거 있나?
이강산: 회사에서 인터넷이라든가 휴대폰을 팔아오라고 영업시키는 건 진짜 별로다. 개발자는 개발을 해야 가장 적합하지. 만약에 개발자 중에 한 명이 생수통을 옮기는데 엄청난 소질이 있어서 그걸로 돈이 한 1억 벌리면 그거 해야지. 근데 그거 아니고서야 개발자에게 괜히 딴 일을 시킬 필요가 있나 싶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이강산: 예전에 S군이 술 마시면서 같은 질문을 하길래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때도 그렇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걸 알면 내가 이미 좋은 개발자가 됐겠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 ‘최후의 질문’ 아나?
신림동 캐리: 읽었다.
이강산: 오, 그러면 말이 통하겠군. 그 소설과 비슷하다. 좋은 개발자가 뭔지 앞으로도 영원히 질문만 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지향하는 게 있지 않나?
이강산: ‘일신우일신’을 실천하는 거다. 개발자로서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신림동 캐리: 그런 의미에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이강산: 떠넘기는?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인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이강산: 글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열정이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그놈의 열정. 그럼 자신이 스타트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이강산: 개발자를 재교육하는 기관이랄까. 훌륭한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따라갈 길을 보여주고 싶다. 돈을 아주 많이 번다면 장학 재단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신림동 캐리: 다른 개발자에게 궁금한 거 있나?
이강산: 공부하는 걸 뭘로 정리하는지 일단 궁금하고, 비트코인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신림동 캐리: 개인적으로 궁금한 개발자가 있다면?
이강산: 홍민희 씨가 궁금하다.

신림동 캐리: 마지막으로 할 말은?
이강산: 알프레드군 사랑해!

작업은 주로 서비스 백엔드에 사용하는 라이브러리/서비스 작성, API 서버 만들기, 장치에서 직접 신호 뽑아내서 이것저것 계산하기 등을 한다. 작업 머신은 회사, 집, 까페를 돌아가며 윈도, 리눅스, 맥을 섞어서 쓰며 코드를 만지는 작업은 모두 리눅스 서버에서 작업한다.

각 환경에서 ssh-client로 putty(Windows, gnome-terminal(Linux), iTerm2(Mac)를 사용하며 에디터는 vim(the ultimate editor!)를 사용한다. 원격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서버 간에 혹은 머신-서버 사이에 작은 파일을 주고 받는일이 많은데 매번 scp로 복사하다보니 손이 많이 가서 파일 전송은 환경 영향이 없는 dropbox를 사용한다.

아이디어 메모, 작업일지, 개인적인 번역, 읽어야 할 문서, 작성 중인 문서, 그 외 뭐든지 Evernote에 때려 넣고 있다.

코드웍은 원격으로 하고, dropbox, Evernote는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동작해서 환경 영향은 별로 없다. 그래도 카페에서 맥북 펼쳐놓고 작업할 때가 제일 편하고 능률도 높은 것 같다. 회사 컴퓨터도 맥으로 바꿀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