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사자처럼, 슈퍼 공대생 이두희

SNUEV가 없는 수강신청은 상상할 수 없죠.’

서울대의 강의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사이트(snuev.com)를 사용하는 재학생이 ‘SNUEV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한 대답입니다. 어느 컴퓨터공학과 석사 과정 학생이 논문 쓰는 시간을 쪼개어 만든 프로그램 덕분에 서울대 학생들의 시간표 짜기가 수월해졌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앱이나 웹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초보들이 모여 기초부터 시작해 자신들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멋쟁이 사자처럼‘이라는 동아리를 만든 것은 어느 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 학생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둘은 같은 사람입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받들어 ‘오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일 없을까?’를 고민하는 SNUEV의 개발자이자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인 이두희 씨가 일하는 법을 물어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이두희
위치: 수원시 영통구
직업, 소속: 백수, 멋쟁이 사자처럼
내 모바일 기기: 삼성 SCH-B850, 아이폰4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아니, 이 분이 전설의 이두희님!
이두희: 안녕하세요. 이 분이 상상 속의 인물인 줄로만 알았던 신림동 캐리님!

립서비스는 훌륭한 사회인의 덕목이지요. 화기애애한 인터뷰를 위해 괜히 한 번 서로 이래 봤습니다.

신림동 캐리: 자, 칭찬도 했으니 바로 질문 들어가겠다. 서울대에서 특강을 하던 빌 게이츠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해 주변으로부터 ‘빌 게이츠의 남자’라고 불리고 있다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IE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두희: 저번에 강산 형은 IE에 대해 존재감이 없다고 하셨는데, SNUEV 전체 사용자의 80%가 IE6을 쓰기 때문에 나에게는 IE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크다. SNUEV는 IE6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신림동 캐리: 하긴 관공서나 학교 같은 데는 다 IE를 쓰잖나. 나도 IE와 크롬을 둘 다 쓰는데 IE 쓴다고 하니 회사에서 좋아하더라.
이두희: 테스터가 왔으니까!

신림동 캐리: 이거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이두희: VIM과 크롬!

개발자에게 VIM은 정말 사랑인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브라우저 플러그인은 뭘 쓰시는지?
이두희: 노트북 화면이 11인치인데, 좀 좁다. 1px이라도 아껴야 한다. 그래서 플러그인 안 쓴다. 페이스북 플러그인을 유일하게 썼었는데 이제 페이스북을 잘 안 해서 지웠다. 브라우저 내의 기능이라면 크롬 개발자 도구 정도?

신림동 캐리: 주로 어디서 작업하시나?
이두희: 원래는 선릉 D.CAMP에 있다가 최근에 낙성대 오렌지 연필 카페 세미나룸을 대여해 거의 매일 여기 있다.

2013년 9월 10일 현재 이두희 씨는 작업지를 옮기셨다고 하니 낙성대 오렌지 연필에 찾아가서 사인을 받으려던 팬이나 주먹을 휘두르려던 안티는 그냥 집에 계세요.

신림동 캐리: 작업하는 동안에 음악을 들으시는지?
이두희: 온종일 벅스 인기곡을 랜덤으로 재생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신기하게 여태까지 만난 개발자는 다 뭔가 들으시더라.
이두희: 소리가 들려야 집중이 더 잘되지 않나? 학생 때는 MC 스퀘어를 애용했다.
신림동 캐리: 덕분에 서울대 간 건가?
이두희: 슬프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인터뷰하는 내내 어디에선가 전화가 옵니다. 그럼 이 인기 개발자의 연애 생활은 어떨까요?

신림동 캐리: 왜 전화기가 두 개인가?
이두희: 아, 이거? 2G폰과 아이폰을 둘 다 쓴다.
신림동 캐리: 여자가 많으신가 보다.
이두희: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건 절대로 아니고, 정든 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아서 삼성 SCH-B850를 계속 쓰고 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치나? 저번에 이강산 씨는 전혀 끼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두희: 개발자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 성격상 언제나 일에 빠져있다는 게 연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학부생 때부터 평일과 주말의 구분 없이 일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 시절에 바쁘다고 여자에게 차이고 차이고 또 차였다.
신림동 캐리: 정말 바빠서일까?
이두희: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가방이나 꽃을 사줬어야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개발밖에 없어서 블로그를 만들어주거나 프로그램을 선물했었다.
신림동 캐리: 어떤 프로그램인가?
이두희: 누르면 하트가 막 나와서 화면을 꽉 채우는 거였다.
신림동 캐리: 아직도 바빠서 여자에게 차였다고 생각하나?
이두희: 그렇게 믿고 싶다.

신림동 캐리: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다면?
이두희: 프로그램스!
신림동 캐리: 드롭박스나 구글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이두희: 프로그램스의 초기에 같이 일했었다. 요즘 잘 되는 걸 보니 너무 뿌듯하고, 내가 일했던 회사라 그런지 애착이 간다.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에서의 에피소드 없나?
이두희: 교수님을 따라 미국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프로그램스의 프로젝트 개발을 하나 맡고 있었다. 그래도 출국을 계산하니 대충 돌아와 매일 밤새우면 마감에 맞출 수 있겠지 했는데 교수님이 날 멕시코에까지 데려가셨다! 게다가 멕시코는 무선 인터넷 스팟이 없었다! 그래서 낮에는 교수님을 따라다니며 세미나에 참여하고 밤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여기 와이파이 되나요?’를 외쳤다. 결국, 다행히도 일은 끝냈다.
신림동 캐리: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벤처 스토리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이두희: 이 깁스!


신림동 캐리: 깁스라고?
이두희: 얼마 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공중에서 착지했는데 팔이 휘어서는 안 될 방향으로 구부러지는 거다. 그래서 119를 타고 병원에 가서 깁스했다. 여름철에 깁스하니 덥고 가렵고 너무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께 무슨 방법이 없냐고 하니 ‘자네, 돈은 좀 있나?’ 하시며 이 깁스로 바꿔주셨는데 비쥬얼도 그렇고 몹시 만족스럽다.
신림동 캐리: 아이언맨 같다. 근데 얼마길래?
이두희: 30만 원이었다.
신림동 캐리: 비싸!
이두희: 근데 진짜 좋다니까?

신림동 캐리: 또 도구하면 개발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키보드지. 키보드는 뭘 쓰는가?
이두희: 키보드는 HHK2 PRO 검은색 무각를 쓰고 있다. HHK를 좋아해 시리즈만 7년 정도 쓴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책은?
이두희: 얼마 전에 강산 형이 <SICP>를 이야기하셨는데 나도 그 책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삼국지>?
신림동 캐리: 삼국지?
이두희: 삼국지 좋잖아. 읽어도 읽어도 느끼는 게 많은 책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삼국지 캐릭터 속에서 자신과 비슷하다거나 좋아하는 인물은?
이두희: 나랑 비슷하다고 내세우기엔 너무 훌륭한 인물만 많은 것 같은데?
신림동 캐리: 뭐 여포도 있고 그렇잖나.
이두희: 아, 그러네. 일단 좋아하는 인물을 유비다.
신림동 캐리: 나는 조조!
이두희: 왜 조조를?
신림동 캐리: 나는 야망 야망 열매를 먹은 캐릭터를 좋아해서 조조가 이를 갈며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이러는 게 너무 좋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인생의 게임이 있는가?
이두희: 디아블로2! 나 이거 때문에 재수했잖아.

신림동 캐리: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이두희: 다 끌어안는?
신림동 캐리: 자신을 스스로 대인배라 칭하는 건가?
이두희: 일을 다 끌어안는? 내 일도 내 일, 니 일도 내 일!
신림동 캐리: 아아.
이두희: 아, 아니다. 슈퍼 공대생이라고 하자. 그렇게 되고 싶으니까.

신림동 캐리: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방법이 있다면?
이두희: 노력을 딱히 한다기보다는 늘 뭔가를 만든다. 그렇게 뭐 하나가 완성되고 보면 만들기 이전보다 내가 나아져 있는 걸 발견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는가?
이두희: 개발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회사다. 개발자는 사람이다. 개인의 생각이 제각각 다르다. 그런 개개인의 개성과 예술가적 기질을 살릴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 아닐까?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제발 이런 건 시키지 마라?
이두희: 아무것도 시키지 마라.
신림동 캐리: 그럼 회사가 월급은 왜 주나.
이두희: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개발자라는 사람들은 원래 늘 일을 만드는 성격이 있다. 개발자는 밥과 커피를 코드로 바꾸는 존재들이다. 그냥 가만히 둬도 알아서 뭔가 이게 불편하다 싶으면 편리하게 고치고 이런 게 있으면 좋겠는데 없다 싶으면 만든다. 그러니 굳이 시키지 않아도 도구와 목적만 던져주면 알아서 뭔가 만들고 있을 거다.
신림동 캐리: 내가 원한 방향의 답변은 아닌데 뭔가 멋진 말인 것 같다.
이두희: 고맙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 있는가?
이두희: 잘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그럼 사업을 한다면 개발자로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이두희: 아, 뭐라고 해야 하지?
신림동 캐리: 개발자로서 이런저런 거 해보고 싶다는 거 있잖아.
이두희: 한 달에 자기 개발비를 얼마 드리겠습니다 이런 건 들어봤자 지루하기만 할 것 같고, 개발자들이 개발로서 노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서 고스톱을 친다고 치자. 보통이라면 손으로 치고 놀겠지. 근데 우리는 고스톱 치는 기계를 만들고 그것끼리 싸움을 붙이는 거다. 그런 식으로 개발자가 개발하면서 노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신림동 캐리: 좋은 개발자의 조건이 뭘까?
이두희: 아, 이건 또 뭐라고 하지. 같이 일하다 보면 적응력이 강한 사람이 있다. 프레임워크든 언어든 금방 체득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더라. 자유롭게 언어 왔다 갔다 하고 어디를 가든 분위기 금방 따라 잡고 그러는 사람이 좋은 개발자 아닐까?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인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두희: 잘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뭐 물으면 잘 모르겠대.
이두희: 진짜 잘 모르겠다. 어떻더라? 잘 모르겠어.
신림동 캐리: 아니, 살면서 경험할 거 아냐.
이두희: 사실 한국에서는 어릴 때 개발을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프로그램 교육이 초등학교 레벨로 내려간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 내가 막 대학을 들어갔을 땐 진짜 컴퓨터를 못했다. 소위 말하는 허접이었다. 3학년이 되어서야 전공에 대한 재미가 붙어서 파고들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딱히 노력하진 않았고 그냥 즐겼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러니까 초중고등학교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빨리!

윈도우머신은 IE 테스트할 때만 쓰고, 그 외엔 거의 만지지 않는다.

모든 개발클라이언트는 Mac이고, 서버는 Linux를 주로 쓴다.

가끔 야외 잔디밭에서 코딩하고 싶을 때, 모든 세팅을 서버를 Mac(노트북)에 해놓고 로컬 작업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내 노트북이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내면서 아주 괴로워해서 노트북에게 미안하다.

Mac을 쓰는 이유는 ‘터미널이 예뻐서’다. 뭐든지 예쁜 게 좋다. 윈도우에도 각종 예쁜 터미널 도구가 있다지만 맥과의 감성 차이가 느껴진다. 그 느낌의 정체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에디터는 VIM를 쓴다.

아이디어 노트 테이킹은 레알 노트를 쓴다. 문방구에서 파는 진짜 노트 말이다. 노트는 손으로 써야 제맛이다.

UI 등 그림을 그릴 땐 문방구에서 4B연필과 스케치북을 산다. 그림은 배 깔고 바닥에 누워서 그리는 게 레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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