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A 프로젝트] ‘로보 키친’으로 음식 문화의 진보를 꿈꾼다

주방 운영 도와주는 조리 로봇 개발 ‘웨이브라이프’
“R&D 위해 꾸준히 ‘캐파’ 이용, 파트너풀 넓어 신뢰”

 

고든 램지 셰프가 만드는 14만 원짜리 햄버거는 어떤 맛일까? (출처 : www.gordonramsayrestaurants.com)

한우 2+등급 채끝살 패티와 트러플 페코리노 치즈, 12년산 발사믹 식초를 사용한 ‘14만 원짜리 햄버거’. 최근 서울 잠실에 상륙한 ‘고든 램지 버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먹방 유튜버와 연예인 할 것 없이 인증샷을 올리기 위해 레스토랑에 다녀가고 있는데요. 값비싼 가격에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파격적으로 비싼 가격이 호기심을 당기는 요인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건 유명 셰프 ‘고든 램지’의 레시피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의 음식을 서울에서 맛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치명적인 자극입니다.
사실 잠실 레스토랑에 고든 램지 셰프는 없습니다. ‘고든 램지 버거’ 관계자는 파(CAPA)와의 전화 통화에서 “셰프님께서 오셔서 레시피를 알려주신 기간이 있었다”면서도 “셰프님은 현재 (본국으로) 돌아가신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그의 레시피가 있기에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표준화된 레시피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운영의 핵심입니다.
1977년 대한민국 명동. 우리나라 최초의 외식 프랜차이즈 ‘림스치킨’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외식 문화가 낯설었던 시절,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하면 똑같은 맛의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음식 문화에 있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졌죠. 특정 지역의 음식을 그 지역 사람이 아니라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음식에 있어서도 지역적 ‘형평성’이 가능해졌다는 의미기 때문입니다.
림스치킨에 이어 1979년에는 국내 최초의 커피전문점 ‘난다랑’이 종로구 동숭동에 설립됐고, 1979년 최초의 해외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1984년 ‘버거킹’, 1985년 ‘피자헛’까지 프랜차이즈의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됐습니다.

2022년의 성수동. 약 반 세기 전 림스치킨이 가져다준 음식 문화의 혁신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반 세기의 시간이 흐른 만큼 스케일도 전국 단위를 넘어 전지구적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음식 문화의 진보를 꿈꾸는 로보키친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구  아보카도랩, 이하 웨이브라이프)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웨이브라이프는 로봇 기술을 이용해 전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어떻게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 웨이브라이프 사무실에서 김범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김범진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출처 : 원티드)

김범진 대표는 요샛말로 ‘먹깨비’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묻자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먹는 걸 좋아해서”라고 답합니다. 먹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쉑쉑버거’ 청담점에서 한동안 쉴 새없이 패티를 구워보기도 했다는 그입니다. 웨이브라이프에는 김 대표 외에도 “먹는 것에 정말 진심”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이력을 보면 KFC부터 치즈 공장, 떡 공장까지 아주 화려합니다.
쉑쉑버거 청담점에서 일하던 시절,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이 한바탕 폭풍처럼 몰아치고 나간 뒤 기름과 물아일체가 된 김범진 대표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음식 하나를 만들어내기까지 주방 일은 정말 고되다는 사실을 말이죠. 식재료 관리부터 직원관리까지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뭐 하나 쉬운 게 없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범진 대표는 “주방 관리에 기울일 노력을 아껴 음식 퀄리티 향상에 투자할 수 있는 요식업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며 회사를 세운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로봇을 주방에 도입하는 ‘로보 키친’에 대해 일각에서는 결국 ‘로봇이 인간 요리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웨이브라이프의 목적은 로봇이 주방 운영을 도와줘서 요리사가 음식을 연구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로봇의 기능을 주방 운영을 도와주는 역할에 국한시키자’ 는 것이죠.
실제로 주방 운영의 어려움에 골머리를 앓던 업계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김 대표는 “주변 식당 사장님부터 미쉐린 스타 셰프,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 먹방 여성 유튜버까지 웨이브라이프를 찾아주고 계신다”며 “고객 중에 주방 관리보다는 신메뉴 등 아이디어 개발에 힘을 쏟고 싶어하시는 분들,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는 젊은 요식업 사장님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김범진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로봇이 만드는 음식이 사람 ‘손맛’을 따라올 수 있을까요

“(로봇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을 수 있다는) 실제로 증명된 결과가 있습니다. 한때 샐러드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운영했었는데요. 이 브랜드는 배달 서비스만 제공했었고, 초기 3개월까지는 사람이 샐러드를 제조했어요. 이후에는 로봇을 샐러드를 만들었고 ‘로봇이 만드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오픈하지 않았죠. 배달 서비스니까 고객 분들은 모르시는 거에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로봇 도입 전후로 브랜드 별점을 비교해보면, 5점 만점에 3.5점에서 4.9점으로 대폭 상승했어요. 로봇 도입 전에는 ‘양이 적어졌다’는 리뷰가 종종 있었지만, 도입 후에는 양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고요. 로봇은 무게 센서를 이용해 정확한 양의 재료를 정확하게 조리하니까 당연한 결과였죠.”

샐러드 재료에 따라 모양이 다른 엔드 이펙터를 살펴보세요. (사진=웨이브라이프 제공)

Q> ‘조리 로봇’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음식을 다루는 조리 로봇들은 우선 깨끗해야 합니다. 재료가 담기는 플라스틱 컨테이너는 물이 새면 안 되죠. 재료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매장마다 손님 숫자에 따라 보관될 재료의 양이 달라져요. 손님이 적은 매장이라면 컨테이너 크기를 줄여야하기에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컨테이너 제작이 필요했어요.
가장 구현하기 힘들었던 건 청경채나 오리고기처럼 얇은 재료들을 뿌려주는 엔드 이펙터(음식재료를 집거나 배출하는등 마지막 단계의 작업을 하는 부품을 가리킴)였어요. 물레방아 모양으로 생긴 엔드 이펙터는 재료를 배출하면서도 재료를 짓이기지 않아야 했어요. 재료가 손상되지 않는 구조와 부품 재질을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식재료의 특성에 따라 스크류 타입, 피스톤 타입, 물레방아 타입 등 배출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데 10번 정도의 실패는 필수 과정이었습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리 로봇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 모든 걸 소규모 스타트업이 직접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도와줄 제조업체를 찾아 협업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웨이브라이프가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 서비스 런칭 초기부터 ‘단골’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캐파를 통해 제작 과정에 도움을 받은 로봇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김 대표는 “직접 보시는 게 이해하기 편할 거다”라며 동영상을 켰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샐러드볼은 천천히 움직였고, 샐러드 재료들이 정해진 양만큼 샐러드 볼로 낙하하며 샐러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김 대표는 “캐파 서비스에서는 샐러드 재료가 담기는 플라스틱 컨테이너와 재료를 배출하는 ‘엔드 이펙터’를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샐러드 제조 로봇 (사진=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제공)

Q> 캐파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품 개발을 위해) 여러 제조업체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제품에 대해 설명했지만, 다들 음식을 다루는 제품은 처음이라 디테일한 요구를 까다로워하셨어요. 다른 제조 플랫폼도 이용해보고, 제조업체 10곳 정도를 정해놓고 미팅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았어요.
캐파 서비스는 굉장히 파트너 풀이 넓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제품 R&D를 위해 꾸준히 캐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제품을 의뢰할 때마다 새로운 파트너들이 채팅을 요청했어요. 하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더 잘 만들 수 있는 파트너들이 계속 유입되는 것 같아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주로 거래를 많이 했던 HA엔지니어링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주셨어요. 경상남도 소재의 업체지만 급하다고 하니 고속버스 퀵으로 하루 만에 제품을 배송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캐파를 통해 ‘HA엔지니어링’과 추가 거래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Q> 음식의 조리법이 무궁무진한데, 그때마다 새로운 로봇을 개발해야 하나요

”웨이브라이프의 조리 로봇들은 특정 메뉴를 위한 로봇이 아니에요. ‘특정 재료’의 ‘특정 조리 작업’을 위한 로봇들이죠. 예를 들어 샐러드 제조에 주로 쓰이는 물레방아 휠 디스펜서 로봇은 샐러드뿐 아니라 채소부터 고기까지 다양한 식재료를 배분하는 조리 과정에 모두 사용될 수 있어요. 열판이 상하로 달린 스테이크를 굽는 로봇이라면 고기를 익혀서 만드는 다른 음식에 얼마든지 응용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샐러드를 만드는 조리 모듈로 피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위에 샐러드볼 대신 피자 도우를 올리고, 벨트가 이동하면서 피자 토핑들을 하나하나 배분하는 방식인 거죠. 지금까지 웨이브라이프가 만들기 위해 리스트업한 식재료만 1000가지에 달합니다. 이 중 300개는 이미 제조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어요. 조리 로봇의 유형도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해 확장해나갈 계획이에요. 새로운 재료와 조리 로봇들을 조합시켜 나가면 만들 수 있는 음식 메뉴는 무한대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가정용 로봇 앤드류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먹는 장면. (출처 : 유튜브 ‘잔잔한 블루’)

사실 영화 속에서는 로봇이 주방에 서는 장면이 낯설지 않습니다. 1999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ial Man)’에서는 가사 도우미 로봇 앤드류가 가족들에게 처음 요리를 선보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음식에서 약 맛이 난다”며 로봇이 만든 음식을 불신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로봇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인간의 편견을 드러내죠. 어찌 보면 이러한 편견이 웨이브라이프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샐러드 사례처럼 ‘편견’을 제거하고 음식 맛을 평가하면 오히려 로봇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로봇은 ‘배식’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지닙니다. 김 대표는 얘기입니다.
사실 로봇이 만드는 음식은 사람이 만드는 음식보다 판매 측면에서 유리해요. 완성된 음식의 편차가 적기 때문인데요. 로봇은 일정한 양을 일정한 조리 방식대로 만듭니다. 사장님 마음대로 어느 날은 기분이 좋아 고기를 많이 주고 어느 날은 고기를 적게 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죠. 같은 식당을 다시 방문했을때, ‘이전에는 고기가 더많았는데 줄었네’라고 느낄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스테이크 굽기 로봇(상)과 제조 장면(하). (사진=웨이브라이프 제공)

Q> 로봇으로 샐러드 이외에 보다 고차원적인 요리도 가능한가요

스테이크 요리까지 가능합니다. 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믿음 중에 ‘스테이크는 셰프들의 영역’이라는 숙제가 있었어요. 가장 큰 숙제니까 가장 먼저 해치우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스테이크는 굽기 정도에 따라 적절한 불 조절과 아로마 양, 적당한 뒤집기 등 매우 섬세한 조리가 중요한데요. 스테이크 역시 로봇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았어요. 더욱이 조리 직전의 생고기는 소프트한 물성이라서, 달궈진 팬의 위치에 정확한 모양으로 놓는 작업부터가 매우 어려웠어요.”

Q> 로봇이 말랑한 스테이크를 잡기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리퍼'(물체를 쥐거나 놓을 수 있는 장비) 대신 ‘디스펜서’로 문제를 해결했어요. 샐러드를 만들 때 사용했던 디스펜서 로봇을 연구하면서 잎채소, 다이스 고기, 스테이크 고기, 밥, 소스까지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넣고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었어요. 이 고민들을 바탕으로, 스테이크가 접히지 않으면서 정확한 팬의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하는 디스펜서를 개발해냈습니다. 디스펜서를 개발한 이후에도 최고의 맛을 낼 조리 방법을 고안하느라 6가지 고기 종류를 수백 번씩 구웠습니다.”

수백 번의 시도는 곧 수백 번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실패를 말하는 김범진 대표의 얼굴에는 실패를 맛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흘러 넘쳤습니다.
김범진 대표에게 웨이브라이프의 꿈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인터뷰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야기를 다시금 꺼냈는데요, 어쩐지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술이 혁신한 만큼, 음식 문화도 진보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방 노동이 완화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음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언젠가 미국에 있는 유명 셰프의 스테이크를 웨이브라이프의 로보 키친에서 만드는 날이,
미국 스테이크를 한국에서 맛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미 한 발자국 앞서 나간 기술의 빛이 아직 미치지 못한 음식 문화를 비춰주기까지. 웨이브라이프의 ‘이유 있는 실패’는 계속됩니다.

[캐파 스토리] 올해 CES에서 가장 ‘힙’했던 주인공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습니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하는 CES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입니다. 

CES는 매년 유명 대기업과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참가해 IT와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들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최신 기술과 미래 산업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지만 올해는 일정과 규모를 줄이되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매 행사마다 눈길을 잡아끄는 기술들이 쏟아져나오는 CES에서는 해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술이나 제품이 화제가 되곤 합니다. 올해 행사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소위 가장 ‘핫’하고 ‘힙’했던 제품은 단연 로봇입니다. 어찌 보면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로봇, 대체 어떤 로봇이기에 IT 마니아들을 매료시킨 것일까요. 

사람보다 더 실감나는 표정 연기 '아메카'

자신을 닮은, 인간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인간의 표정이나 행동을 닮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선 한 차원 높은 기술이 요구됐습니다. 이번 CES에 등장한 로봇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 <A.I.>나 <엑스마키나>에 등장하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나는 것이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CES에서 영국의 스타트업 ‘엔지니어드 아츠’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가 대표적입니다. 아메카는 오직 ‘인간과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기능’에 집중해 만든 로봇으로, AI(인공지능) 기술과 머신러닝 기능을 토대로 전시회에 참가한 관객들과 가벼운 농담까지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사진 출처: engineeredarts official brochure)

사실 아메카는 지난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먼저 공개되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머리 내부에는 17개의 개별 모터가 달려 있고, 이 개별 모터로 인해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제어하면서 약 50개의 동작과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개발사는 말합니다. 물론 아직 걸어다니거나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진정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질문에 센스있게 대답하는 아메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에서만 보던, 외모만으로는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움직임 가장 가깝게 구현한 '아틀라스'

올해 CES에서 선보인 또다른 화제의 로봇은 현대차그룹의 작품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로봇 제작 전문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번 CES 미디어 컨퍼런스에 로봇 개인 ‘스팟’을 데리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 개인 ‘스팟’을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창고 자동화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스트레치’도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중에 있는데, 바로 아래의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아틀라스’입니다. 아틀라스는 현존하는 로봇 가운데 가장 인간의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로봇입니다. 앞서 소개한 아메카가 인간과 가장 가깝게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기능에 집중한 로봇이라면 아틀라스는 ‘인간이 움직이는 것과 가깝게 역동적인 기능’에 집중한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파(CAPA)에도 로봇 관련 주문 잇따라

위에 소개한 최첨단 로봇들은 아직 실험실이나 특수한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삶에 더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로봇 팔이 바리스타 역할을 하는 카페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로봇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고 이런 로봇 시장은 오는 2025년쯤엔 193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의 고객 중에도 직접 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매일같이 새롭게 올라오는 고객들의 견적요청서(RFQ)를 살펴보면 로봇과 관련된 부품이나 시제품 등의 제작을 의뢰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캐파의 ‘단골’ 고객인 아보카도랩은 주방을 효율화하기 위해 식재료 준비, 조리 등을 도와주는 로봇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면서 캐파를 통해 시제품이나 부품 등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캐파에는 2,300여 곳(공정 합산 기준)의 제조 파트너가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CAPA 스토리] 넷플릭스가 들려주는 3D프린터 뒷얘기

지난해 <오징어 게임> <지옥> 같은 국산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덕분에 제작사인 넷플릭스는 드라마 맛집으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열광하는 것은 비단 드라마때문만이 아닙니다. 마이클 조던의 선수 생활 일대기를 다룬 <라스트 댄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나의 문어선생님> 등 빼어난 다큐멘터리 때문에 넷플릭스를 구독한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보유한 다큐멘터리 리스트를 살펴보면 ‘이런 작품도 있었어’ 싶은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늘은 제조, 그 중에서도 3D 프린팅을 소재로 한 숨겨진 명작 다큐멘터리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전설을 만들다(Print the Legend)>란 작품입니다. 작품은 3D 프린터 제조업체 가운데서도 초기 3D 프린터의 대중화를 이끈 두 회사 메이커봇(MakerBot) [21세기 제조업 혁명-②] 제조의 디지털화, DIY를 ‘메이커스’로 참조 과 폼랩스(Formlabs)를 중심으로 3D 프린팅 산업의 변화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3D 프린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두 회사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영화는 지난 2014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다큐멘터리 장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 언급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판권을 사들이면서 지금은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습니다. 

공식 포스터 (출처: Print the Legend Official Presskit)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두 3D프린터 회사의 창업연대기

오픈소스의 명암··· 총기 제작 등 윤리적인 화두도 던져

<전설을 만들다>는 3D 프린팅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거라고 확신하는 두 회사의 창업 연대기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앞서 소개해드린 메이커봇과 폼랩스, 그 중에서도 주연은 이들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들입니다. 실제로 영화에는 메이커봇의 공동 창업자인 ‘브레 페티스’와 폼랩스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로보브스키’가 직접 출연해 창업 과정을 둘러싼 뒷얘기를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영화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성원간의 의견 충돌, 기술 특허를 둘러싸고 벌어진 법적 소송, 대기업의 인수합병 시도 등 복잡다단한 현실 속 갈등 요소들은 꾸며낸 이야기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3D 프린팅 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어떤 분야든,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영화는 3D 프린팅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누구든지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이 모이면서 성장이 가속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의족, 의수 등을 손쉽게 만들어 냄으로써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사례들도 소개됩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기반의 이같은 성장에는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악용하는 위험한 사례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3D 프린팅을 이용한 총기 제작 시도입니다. 

영화에는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코디 윌슨’이란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최초로 3D 프린터로 총기를 출력해 실제 발사에 성공한 뒤 해당 3D 도면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개한 인물입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을 모든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겠다며 오픈소스 총기 도면 공유 단체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를 설립합니다. 영화는 3D 프린팅 업계가 짐짓 모른 체하고 싶어하는 3D 프린팅과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를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2022년은 3D프린팅 대중화 원년?

실리콘 밸리의 지성으로 존경 받는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술은 초기에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기술에 대한 실망이 쏟아지다가 갑자기 돌파구가 마련돼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에 가장 급속도로 발전하게 될 기술은 ‘3D 프린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3D 프린터로 집을 만들거나 고기를 생산해낸다는 소식이 아직은 먼 나라 얘기처럼 화제성 뉴스로 다뤄졌지만, 이제는 이러한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실제 시장에서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과연 2022년은 3D 프린팅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파고드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3D 프린팅 기술은 실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요? 3D 프린팅 산업 대중화의 초기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전설을 만들다>에서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3D 프린팅을 비롯한 최고의 제조 전문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CAPA에 접속하세요!

‘토르’의 망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최근에 개봉되는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관람하다 보면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압도 당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실제로 촬영되는 현장을 보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배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면이 촬영 이후에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덧입혀지다 보니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주연 배우를 비롯한 몇몇이 초록색 대형스크린을 배경으로 볼품없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 속에서 CG로 대체해 넣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우(물론 군중처럼 배경으로 사용되는 인물들은 CG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가 그렇고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최근엔 영화에 사용되는 소품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촬영에 사용되는 소품은 굳이 여러 개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생산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들 중에서도 3D 프린팅 기술로 소품을 제작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유명 영화 속 3D 프린팅 제품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난 후에는 영화 속 장면을 복기하면서 ‘와~ 이 소품들이 CG가 아니고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어졌다고?’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① 토르: 다크 월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마블 시리즈 중 하나인 <토르>에는 천둥의 신인 토르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망치 ‘묠니르’가 등장합니다. 영화 속 묠니르는 신이 사용하는 도구답게 그 제작과정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에 사용된 실제 묠니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정답은 ‘3D 프린팅’, 그 중에서도 ‘결합제분사(Binder Jetting) 방식의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입니다. 결합제분사 방식 3D 프린팅은 잉크젯 헤드를 통해 액체상태의 접착제를 선택적으로 분사해 금속을 비롯한 분말 형태의 재료를 한층한층 쌓아 나가며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묠니르는 금속을 원료로 출력 해야했기 때문에 이 방식을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독일의 Voxeljet 이라는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제작 과정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묠니르의 탄생 과정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② 토르: 라그나로크

‘또 토르야?’ 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번 사례 역시 이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와 관련이 있는 만큼,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혹시 토르의 누나인 헬라가 멋지게 쓰고 있던 헬멧을 기억하시나요? 사슴뿔 혹은 거미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헬라의 헬멧은 실제 헬라 역할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머리를 스캔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 의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인 ‘Ironhead Studio’에서 제작했는데요, 구체적으로 3D 프린팅 기법 가운데서도 SLS(선택적 레이저 소결)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재료가 되는 미세한 분말을 바닥에 깔아놓은 뒤 필요한 부분에만 레이저를 쏘아 굳혀가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3D 프린팅 기술 중에서 상대적으로 제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 2kg의 무게가 나가는 헬멧은 여러 부분을 출력한 뒤 조립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헬라의 헬멧 (출처: Ironhead Studio)

③ 블랙팬서

헬라의 헬멧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코스튬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해 눈길을 끈 사례가 있습니다. 영화 <블랙팬서>에서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가 입고 나오는 드레스입니다. 영화 속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인 와칸다 특유의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드레스 디자인에 복잡한 문양이 많아졌고 그만큼 정밀함이 요구되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라몬다가 쓰고 있는 모자 장신구와 어깨에 두른 망토가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된 제품입니다. 위 헬라의 헬멧을 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SLS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D 형태의 디자인 패턴을 3D 프린팅 기술로 표현했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의 드레스 (출처: Matt Kenneda/Marvel Studios 2018)

④ ‘100%’ 3D프린터로 만든 ‘Chase Me’

위에서 소개해드린 사례들은 영화 속 일부 소품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활용한 사례입니다. 이에 반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사물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인 <Chase Me>입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인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배경이 100% 3D 프린터 출력물로 제작됐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조각 수는 대략 2,500개에 달하며 출력된 제품 하나하나에 색을 칠하고 조립을 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조각들을 만드는 데에는 3D 프린팅 기술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인 SLA(Stereo Lithography Appartus)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SLA 방식은 고가(高價)이지만 상대적으로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SLA 3D 프린터 제작에 특화된 ‘Formlabs’ 사의 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했고, 최종 완성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은 실제 영화의 메이킹 영상인데요, 아주 짧은 단편영화임에도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의 정성과 인내가 담긴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영화 산업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고, 창작자들의 머릿속에 있던 장면들은 전보다 더 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어벤저스처럼 유명한 영화들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3D 프린팅 기술이 쓰였다는 점! 현실에서 3D 프린팅 제품이 일상화 되는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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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A 파트너스] 홍스웍스(금속 3D 프린팅)

CNC 설계하다 금속 3D프린팅 잠재력에 업종전환

수소전지부품 이어 항공·우주 분야 ISO 인증 도전

“첫인상이요? ‘밥줄 끊기겠구나’ 싶었죠.”

정지홍 홍스웍스 대표는 금속 3D 프린팅과의 첫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한때 CNC 공작기계를 설계하는 연구소에서 일했던 그에게 금속 3D 프린팅이란 신기술은 머지 않아 자신의 밥줄을 끊어놓을지 모를 위협적인 존재였다. 무엇보다 CNC 업계에서 일하면서 설계도를 받아들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말이 ‘이런 건 CNC로는 못 만든다’,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는데, 금속 3D 프린팅의 세계에서는 ‘Why not(안될 게 뭐야)?’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위협을 맞닥뜨렸을 때 거기에 대응해 싸워 이기려고 애쓴다. 긴 시간 함께한, 손에 익은 것들을 하루아침에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지홍 대표는 자신이 맞닥뜨린 위협에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위협을 적으로 규정해 정면승부하는 대신, 자신의 그 위협의 일환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보기에 금속 3D 프린팅은 제조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해 앞서 나가자.’ 그렇게 정지홍 대표의 세계는 CNC에서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금속 3D프린팅)로 옮겨갔다. 그 결과 지금은 금속 3D 프린팅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어엿한 금속 3D 프린팅 전문업체 대표 명함을 갖게 됐다. 정지홍 홍스웍스 대표를 지난 17일 인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정지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회사 조각품 들고 찍을게요.” 지난 17일 인천의 사무실에서 정지홍 대표가 ‘H’가 돋보이는 회사 상징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캐파)

Q) CNC를 오래 다루다가 업종을 전환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시간이 꽤 걸렸다.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조 산업 전시회에서 금속 3D 프린팅을 처음 봤던 날 충격이 굉장히 컸다. 당시 CNC 공작기계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회사가 망할 것 같았다.

2019년 7월부터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금속 3D 프린팅 전문가 교육을 수료하고 1년 정도 공부를 했다. 다음 해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금속 3D 프린팅을 활용한 사업 구상안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7000만원 정도의 창업 지원비를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금속 3D 프린팅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직감을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 같았다.”

Q)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금속 3D 프린팅 전문가가 될 수 있나

“물론 그렇지 않다. 프린터를 작동하는 것은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공정 검증’을 통해서 금속 3D 프린팅의 실패를 줄이는 노하우는 홍스웍스에만 있다. 공정 검증은 최적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미래에 발생가능한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정 검증을 돌린다면 제품에 열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제조 과정에 돌입하기 전에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뾰족한 모서리나 얇은 판 같은 구조는 열변형에 취약하다. 이런 구조를 수정해서 열변형의 취약도를 낮추는 작업을 한 뒤 실제 제작 공정에 들어가면 된다. 결과적으로 열변형으로 인한 제품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금속 3D 프린팅으로 만든 샘플 제품들. 복잡한 것부터 섬세한 것까지 다양하다. (사진=캐파)

Q) 열변형도 문제지만, 금속의 무게 조절도 중요할 것 같다

”금속 재료 자체의 무게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위상최적화’를 통해 같은 재료로 같은 강도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제품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례로 공구교환장치를 만드는 부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원래 이 부품의 무게는 4.5kg이었지만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면서 무게를 절반 이상 (55% 감소한 1.92 kg 수준으로) 줄였다. 강도는 이전과 다름 없었다. 위상최적화 기술을 항공,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면 강도를 유지하면서 항공기나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항공 분야에서는 1~2kg도 매우 큰 차이여서 각광을 받고 있다.”

위상최적화에 대해 설명하는 정지홍 대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바삐 움직였다. 그동안 작업했던 위상최적화 제품들을 직접 가져오느라 몇 번이나 자리를 옮겨다녔고, 직접 작성한 PPT 화면을 띄워가며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직접 만든 공구교환장치를 들어보일 때는 스스로 뿌듯한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 위상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는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만 적용되는 기술은 아니다. 1960년대 독일에서 로즈버니 교수와 프래거 교수가 함께 ‘레이아웃 최적 설계(layout optimization)’라는 이름으로 처음 연구했다. 위상최적화 작업을 할 때는 제품 설계도를 보며 특정 위치에 압력을 가했을 때 반응하는 정도를 따진다. 이 작업을 구조해석이라고 하는데, 이때 약한 구조는 보강하고 강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불필요한 구조는 과감하게 제거한다. 실제로 무게가 중요한 자동차 산업 분야 등에서는 위상최적화 기술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BMW는 엔진 피스톤을 위상최적화 방식으로 설계해 제조함으로써 자동차 무게를 줄이면서도 품질을 향상시킨 바 있다.

위상최적화를 통해 만든 유사한 형태의 제품들(좌)과 공구교환장치(우)

Q) 금속 3D프린팅의 제작 비용은 보통 어느 수준인가

빌드 플레이트(프린팅 작업 시 금속 가루가 깔리는 판) 한 판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작은 판(손바닥 만한 크기) 기준으로 150만~200만원 정도 든다. 물론 (일반적인 3D 프린터처럼) Z축 높이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고, 빌드 플레이트의 소재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큰 판(두 손바닥 크기)의 경우는 1000만원 단위다.”

Q)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주로 생산한다고 들었다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도 어찌보면 DMLS에 발을 들인 것과 유사하다. 미래에 필요해질 제품 분야가 어디 있을까 고민하면서 트렌드를 좇았다. 답은 엔진에 있었다. 지금은 배터리가 주된 동력원이지만, 항상 에너지를 저장해서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드론이나 항공기를 띄울 때 배터리의 효율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동력원의 필요성, 기존 엔진의 대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수소연료전지가 새로운 필수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젝터 양산 제품. 원통형 관 하나에 이젝터가 여러 개 붙어있다. 관 속의 복잡한 경로로 기체를 이동시킨다. (사진=캐파)

 

Q)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금속 3D프린팅으로 제작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수소연료전지의 ‘이젝터’를 개발하려면 DMLS가 필수적이다. 이젝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젝터 내부 노즐 부분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는 작업이 금속 3D 프린팅으로 진행된다. 3D 프린팅으로는 0.03mm 수준까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금속 3D 프린팅 소재로는 알루미늄 가루를 많이 쓰는데, 이 가루는 45마이크로미터(µ)크기다.”

정지홍 대표가 병 안에 든 알루미늄 가루를 이리저리 움직이자, 입자가 고운 가루가 마치 물처럼 움직였다. 알루미늄 가루가 든 병을 내려놓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젝터의 구조를 개선해서 결과적으로 분출되는 기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기체를 100 주입해 60이 분출되고 40은 이젝터 내부에 남아있었다면, 효율은 60%가 된다. 하지만 개선된 이젝터를 사용함으로서 남아있는 40까지 모두 분출할 수 있게 한다면, 2회차 분출 시에는 기체를 100이 아니라 20만 투입해도 기존 이젝터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지홍 대표의 말끝에서 확신이 전해졌다. 뛰어난 말솜씨도 거창한 포장도 없었지만 농담을 섞어가며 담백하게 말을 잇는 그에게서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처음 DMLS(금속 3D프린팅) 세계로 뛰어들었을 때부터,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는 재미가 항상 그의 곁을 따라다닌 듯했다.

금속 3D 프린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플레이트에 깔린 금속 가루들이 한 층씩 쌓이며 제품 형상을 만든다. (동영상=홍스웍스 제공)

 

Q)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 

“아직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서 자세하기 말하긴 어렵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업을 가진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제품 상담을 할 때 고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편인데, 한 번은 처음 보는 제품을 만들게 된 적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제품인 데다, 디자인 형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계에 봉착했다.

해결할 방법을 찾느라 고객과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제품이었지만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툭 던졌다. 의외로 그 아이디어가 해결책이 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아이디어의 교집합을 찾아냈던 순간은 언제나 새롭고 재밌다.”

홍스웍스의 새로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홍스웍스는 미국연방항공국(FAA)이 인증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2억~3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장비지만 제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했다. 항공 부품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현재 항공우주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인 AS9100 취득도 준비하고 있다. AS9100은 ISO(국제표준화기구)의 대표적인 경영시스템 분야 인증인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 우주 분야의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이다.

마지막으로 정지홍 대표에게 캐파를 통해 만나게 될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묻자 이렇게 남겼다.

금속 3D 프린팅 기계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정지홍 대표. (사진=캐파)

한 번 인연이 맺어지면 그만큼 소중한 것이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보고 스칠 인연이 아니라 한 번을 계기로 자주 보는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소중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홍스웍스는 계속해서 성장하겠습니다.

새로운 분야로 거침없이 뛰어들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기업. 고객과 함께 성장할 홍스웍스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