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A 파트너스] 홍스웍스(금속 3D 프린팅)

CNC 설계하다 금속 3D프린팅 잠재력에 업종전환

수소전지부품 이어 항공·우주 분야 ISO 인증 도전

“첫인상이요? ‘밥줄 끊기겠구나’ 싶었죠.”

정지홍 홍스웍스 대표는 금속 3D 프린팅과의 첫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한때 CNC 공작기계를 설계하는 연구소에서 일했던 그에게 금속 3D 프린팅이란 신기술은 머지 않아 자신의 밥줄을 끊어놓을지 모를 위협적인 존재였다. 무엇보다 CNC 업계에서 일하면서 설계도를 받아들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말이 ‘이런 건 CNC로는 못 만든다’,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는데, 금속 3D 프린팅의 세계에서는 ‘Why not(안될 게 뭐야)?’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위협을 맞닥뜨렸을 때 거기에 대응해 싸워 이기려고 애쓴다. 긴 시간 함께한, 손에 익은 것들을 하루아침에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지홍 대표는 자신이 맞닥뜨린 위협에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위협을 적으로 규정해 정면승부하는 대신, 자신의 그 위협의 일환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보기에 금속 3D 프린팅은 제조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해 앞서 나가자.’ 그렇게 정지홍 대표의 세계는 CNC에서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금속 3D프린팅)로 옮겨갔다. 그 결과 지금은 금속 3D 프린팅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어엿한 금속 3D 프린팅 전문업체 대표 명함을 갖게 됐다. 정지홍 홍스웍스 대표를 지난 17일 인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정지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회사 조각품 들고 찍을게요.” 지난 17일 인천의 사무실에서 정지홍 대표가 ‘H’가 돋보이는 회사 상징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캐파)

Q) CNC를 오래 다루다가 업종을 전환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시간이 꽤 걸렸다.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조 산업 전시회에서 금속 3D 프린팅을 처음 봤던 날 충격이 굉장히 컸다. 당시 CNC 공작기계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회사가 망할 것 같았다.

2019년 7월부터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금속 3D 프린팅 전문가 교육을 수료하고 1년 정도 공부를 했다. 다음 해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금속 3D 프린팅을 활용한 사업 구상안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7000만원 정도의 창업 지원비를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금속 3D 프린팅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직감을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 같았다.”

Q)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금속 3D 프린팅 전문가가 될 수 있나

“물론 그렇지 않다. 프린터를 작동하는 것은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공정 검증’을 통해서 금속 3D 프린팅의 실패를 줄이는 노하우는 홍스웍스에만 있다. 공정 검증은 최적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미래에 발생가능한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정 검증을 돌린다면 제품에 열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제조 과정에 돌입하기 전에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뾰족한 모서리나 얇은 판 같은 구조는 열변형에 취약하다. 이런 구조를 수정해서 열변형의 취약도를 낮추는 작업을 한 뒤 실제 제작 공정에 들어가면 된다. 결과적으로 열변형으로 인한 제품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금속 3D 프린팅으로 만든 샘플 제품들. 복잡한 것부터 섬세한 것까지 다양하다. (사진=캐파)

Q) 열변형도 문제지만, 금속의 무게 조절도 중요할 것 같다

”금속 재료 자체의 무게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위상최적화’를 통해 같은 재료로 같은 강도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제품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례로 공구교환장치를 만드는 부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원래 이 부품의 무게는 4.5kg이었지만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면서 무게를 절반 이상 (55% 감소한 1.92 kg 수준으로) 줄였다. 강도는 이전과 다름 없었다. 위상최적화 기술을 항공,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면 강도를 유지하면서 항공기나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항공 분야에서는 1~2kg도 매우 큰 차이여서 각광을 받고 있다.”

위상최적화에 대해 설명하는 정지홍 대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바삐 움직였다. 그동안 작업했던 위상최적화 제품들을 직접 가져오느라 몇 번이나 자리를 옮겨다녔고, 직접 작성한 PPT 화면을 띄워가며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직접 만든 공구교환장치를 들어보일 때는 스스로 뿌듯한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 위상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는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만 적용되는 기술은 아니다. 1960년대 독일에서 로즈버니 교수와 프래거 교수가 함께 ‘레이아웃 최적 설계(layout optimization)’라는 이름으로 처음 연구했다. 위상최적화 작업을 할 때는 제품 설계도를 보며 특정 위치에 압력을 가했을 때 반응하는 정도를 따진다. 이 작업을 구조해석이라고 하는데, 이때 약한 구조는 보강하고 강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불필요한 구조는 과감하게 제거한다. 실제로 무게가 중요한 자동차 산업 분야 등에서는 위상최적화 기술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BMW는 엔진 피스톤을 위상최적화 방식으로 설계해 제조함으로써 자동차 무게를 줄이면서도 품질을 향상시킨 바 있다.

위상최적화를 통해 만든 유사한 형태의 제품들(좌)과 공구교환장치(우)

Q) 금속 3D프린팅의 제작 비용은 보통 어느 수준인가

빌드 플레이트(프린팅 작업 시 금속 가루가 깔리는 판) 한 판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작은 판(손바닥 만한 크기) 기준으로 150만~200만원 정도 든다. 물론 (일반적인 3D 프린터처럼) Z축 높이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고, 빌드 플레이트의 소재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큰 판(두 손바닥 크기)의 경우는 1000만원 단위다.”

Q)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주로 생산한다고 들었다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도 어찌보면 DMLS에 발을 들인 것과 유사하다. 미래에 필요해질 제품 분야가 어디 있을까 고민하면서 트렌드를 좇았다. 답은 엔진에 있었다. 지금은 배터리가 주된 동력원이지만, 항상 에너지를 저장해서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드론이나 항공기를 띄울 때 배터리의 효율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동력원의 필요성, 기존 엔진의 대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수소연료전지가 새로운 필수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젝터 양산 제품. 원통형 관 하나에 이젝터가 여러 개 붙어있다. 관 속의 복잡한 경로로 기체를 이동시킨다. (사진=캐파)

 

Q)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금속 3D프린팅으로 제작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수소연료전지의 ‘이젝터’를 개발하려면 DMLS가 필수적이다. 이젝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젝터 내부 노즐 부분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는 작업이 금속 3D 프린팅으로 진행된다. 3D 프린팅으로는 0.03mm 수준까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금속 3D 프린팅 소재로는 알루미늄 가루를 많이 쓰는데, 이 가루는 45마이크로미터(µ)크기다.”

정지홍 대표가 병 안에 든 알루미늄 가루를 이리저리 움직이자, 입자가 고운 가루가 마치 물처럼 움직였다. 알루미늄 가루가 든 병을 내려놓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젝터의 구조를 개선해서 결과적으로 분출되는 기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기체를 100 주입해 60이 분출되고 40은 이젝터 내부에 남아있었다면, 효율은 60%가 된다. 하지만 개선된 이젝터를 사용함으로서 남아있는 40까지 모두 분출할 수 있게 한다면, 2회차 분출 시에는 기체를 100이 아니라 20만 투입해도 기존 이젝터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지홍 대표의 말끝에서 확신이 전해졌다. 뛰어난 말솜씨도 거창한 포장도 없었지만 농담을 섞어가며 담백하게 말을 잇는 그에게서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처음 DMLS(금속 3D프린팅) 세계로 뛰어들었을 때부터,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는 재미가 항상 그의 곁을 따라다닌 듯했다.

금속 3D 프린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플레이트에 깔린 금속 가루들이 한 층씩 쌓이며 제품 형상을 만든다. (동영상=홍스웍스 제공)

 

Q)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 

“아직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서 자세하기 말하긴 어렵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업을 가진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제품 상담을 할 때 고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편인데, 한 번은 처음 보는 제품을 만들게 된 적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제품인 데다, 디자인 형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계에 봉착했다.

해결할 방법을 찾느라 고객과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제품이었지만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툭 던졌다. 의외로 그 아이디어가 해결책이 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아이디어의 교집합을 찾아냈던 순간은 언제나 새롭고 재밌다.”

홍스웍스의 새로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홍스웍스는 미국연방항공국(FAA)이 인증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2억~3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장비지만 제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했다. 항공 부품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현재 항공우주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인 AS9100 취득도 준비하고 있다. AS9100은 ISO(국제표준화기구)의 대표적인 경영시스템 분야 인증인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 우주 분야의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이다.

마지막으로 정지홍 대표에게 캐파를 통해 만나게 될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묻자 이렇게 남겼다.

금속 3D 프린팅 기계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정지홍 대표. (사진=캐파)

한 번 인연이 맺어지면 그만큼 소중한 것이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보고 스칠 인연이 아니라 한 번을 계기로 자주 보는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소중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홍스웍스는 계속해서 성장하겠습니다.

새로운 분야로 거침없이 뛰어들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기업. 고객과 함께 성장할 홍스웍스의 앞날이 기대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