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 내가 첫 VC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4)

로켓펀치가 첫 기관 투자를 받은 지 일 년이 되었다. 이 글은 투자 유치 과정과 그 이후의 사업 진행을 돌아보는 글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는 다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로켓펀치의 첫 투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배인식 대표님과, 이 글을 검토해준 우아한형제들 주종호 수석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가 첫 기관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1)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4) 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4) 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표준 투자 계약서’는 투자사들의 ‘표준’일 뿐이다

선배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 투자 계약서는 ‘창업자의 연대 보증’ 같은 말도 안 되는 조항이 실제로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그런 조항은 사라지고 이른바 ‘표준 투자 계약서’가 등장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투자사가 비슷한 내용의 계약서를 사용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런 계약서가 투자사들의 관점에서 제조, 바이오, IT, 콘텐츠, 게임 등 광범위한 산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조항들로 채워진 ‘표준’이라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하는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표준 투자 계약서’라고 해서 그냥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사업이 순조롭게 성장하지 못했을 때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사업이 잘 성장하고 있을 때라도 불필요한 경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투자 계약서는 반드시 우리 회사의 사업적 특성을 고려하여 모든 조항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모호한 조항을 남겨 두지 않는다

투자를 하는 회사나, 투자를 받는 회사 모두, 사업이 순조롭게 성장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사업이 성공할 리는 없다. 그럴 경우 잘잘못을 따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모호한 조항’이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 사업 계획의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경우… → ‘중대한’의 기준은 무엇인가?
  • 중요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 ‘중요한’의 기준은 무엇인가?
  • 통상의 범위를 벗어난… → ‘통상의 범위’란 무엇인가?

이런 모호한 조항은 삭제하거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중요한 손해’ 대신 ‘전년도 매출액의 20% 이상 금전적 손해’라는 표현을 써야 계약에 관계된 다수의 사람 간에 이견이 없어진다.

경영 비용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킬 수 있는 조항을 조정한다

투자 계약서에는, 당연히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조항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런 조항 중에는 회사의 경영 비용을 과도하게 증가시키는 항목들이 포함되곤 한다. 투자가 끝나고 나면, 회사는 사업에 매진하여 계획한 성과를 달성해야 하므로 회사의 경영 비용을 과도하게 증가시키는 항목들은 삭제하거나 조정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조정이 가능하다.

경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항목 조정 방향
월간 주주 간담회 개최 주주 간담회는 준비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것을 일 년에 12번이나 한다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가 없다. 연 1~2회로 줄이거나 삭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경영 관련 변동 사항에 대한 별도 통지 상법에서는 경영상의 중요한 변화가 있을 시 주주 총회의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상법에서 보장하는 내용과 관련된 통지 사항은 삭제하는 것이 경영 비용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투자사가 요청하는 서류에 대한 제출 투자사 필요에 따라 서류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과도한 서류 제출 요청은 그것을 준비하는 회사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 연간 요청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별도 주주 총회 등 우선주 특약 사항 우선주를 가진 주주들을 위한 별도 주주 총회를 매번 개최하는 것 역시 경영상 비용이 크다. 삭제하거나 ‘우선주에 불리한 사항이 생길 경우’에 한정해서 진행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 처분이나 투자, 신규 차입 전 통지 및 투자자의 사전 동의 이 항목 자체는 투자사에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항목이다. 문제는 그 규모다. ‘일정 규모’를 전년도 매출의 몇 퍼센트 혹은 자산의 몇 퍼센트로 정했는데,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지 않거나, 자산 규모가 다른 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IT 회사라면, 고작 몇천만 원의 지출에 대해서 매번 투자사에 통지하고,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것은 투자사 입장에서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통지 조건이 발생하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 상호 간에 과도한 경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준 비율을 높이거나, 금액을 고정적으로 언급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손댈 수 없는 조항도 있다

투자 계약서의 항목 중에는 펀드가 결성될 때, 투자 조건으로 이미 정해진 항목이라 조정 자체가 불가능한 항목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투자사 역시 LP와의 계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항목이다.

  • 지연배상금의 금리
  •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상환이율
  •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우선배당률

투자 계약서를 잘 검토하는 사업가가 좋은 사업가다

사업가 입장에서 투자 계약은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계약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가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계약이기도 하다. 투자 계약서를 아주 꼼꼼하게 검토 하다 보면 그 과정상에 투자사와 다소 불편한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신이 투자자라면, 당신이 내민 투자 계약서 초안에 그냥 도장을 찍는 사업가에게 투자하고 싶은가, 아니면 모든 조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회사 경영에 문제가 될만한 조항에 조정을 요구하는 사업가에게 투자하고 싶은가?

또, 위에 언급된 모든 내용은 보편적 상황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다. 투자사별로, 펀드별로 다양한 케이스가 있으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시기를 바란다. 그것 역시 사업가의 온전한 능력일 것이다.

맺는말 – ‘코너에 몰리지 않는다는 것’

배인식 대표님께서 이글을 검토하신 후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이런 좋은 도움말도 돈이 떨어져 가는 회사에는 무용지물이다. 사업가 대다수가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다 보니 논리가 약해지고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는 것도 실패한다.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 대표이사의 상시 고정업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내가 항상 기억해야 할 말이다.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 내가 첫 VC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3)

로켓펀치가 첫 기관 투자를 받은 지 일 년이 되었다. 이 글은 투자 유치 과정과 그 이후의 사업 진행을 돌아보는 글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는 다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로켓펀치의 첫 투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배인식 대표님과, 이 글을 검토해준 우아한형제들 주종호 수석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가 첫 기관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1)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4) 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만 수천 년 동안 전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멋진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영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부실하면, 흥행에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좋은 사업계획서의 뼈대로 흔히 ‘세쿼이아 벤처캐피털의 사업계획서 양식’을 이야기한다. (참고 – 내가 첫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다섯 가지 : (4) 진짜 사업계획서와 진짜 프레젠테이션)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는 그 뼈대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움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다면 사업계획서를 채우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100만 다운로드의 내차 팔기 서비스 ‘헤이딜러’를 만든 피알앤디컴퍼니의 창업자들은 중고차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대학생 신분으로 직접 중고차 딜러가 되어 수백 대의 중고차를 거래해 본 후 회사를 창업했다.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을 만든 김윤환 대표님은 본인이 직접 피트니스를 지도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를 창업했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도 모든 구성원에게 탈잉에서 수업을 듣거나, 수업을 지도하도록 한다.

이런 이야기가 사업계획서에 담겨 있다면, 그 사업계획서를 읽는 투자자는,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회사’라는 평범한 방식 대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재미있는 사업’으로 그 회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외에도 고객이 실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은 일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쉽게 기억되는 숫자가 들어있다

사업계획서에 작성되는 모든 숫자는 정확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누적 회원 숫자, 월간 매출 추이, 주간 다운로드 숫자 같은 사업적 성과를 나타내는 숫자들은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진실한 숫자’가 ‘평범한 표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아래 내용은 로켓펀치의 시리즈 A 사업계획서에 실제로 들어가 있던 2017년 데이터다.

표현 방식 A 표현 방식 B
연간 서비스 방문자 130만 명 이상 IT 업계 종사자들은 적어도 1년에 한번은 로켓펀치에 방문 (IT 업계 종사자 약 100만 명)
로켓펀치에 등록된 기업 2만 개 이상 거의 모든 IT 기업의 정보가 로켓펀치에 등록되어 있음 (IT 분야 기업수 약 2만 개)

A, B 방식 둘 다 같은 진실한 데이터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둘 중에 무엇이 더 기억에 남는가? 당연히 B 방식이다.

똑같은 데이터라도 사람들 머릿속에 더 잘 남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야구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선수 소개에 정말 능통하다. 그들은 어떤 타자를 소개할 때 ‘타율 0.289’라 이야기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내셔널리그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좌타자’라고 소개하곤 한다.

적절한 ‘기준점’만 잡을 수 있다면, 아직 미미한 성과라도 그것을 확인하는 투자자의 머릿속에 의미 있는 숫자로 기억될 수 있다.

(4편에서 계속…)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 내가 첫 VC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2)

로켓펀치가 첫 기관 투자를 받은 지 일 년이 되었다. 이 글은 투자 유치 과정과 그 이후의 사업 진행을 돌아보는 글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는 다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로켓펀치의 첫 투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배인식 대표님과, 이 글을 검토해준 우아한형제들 주종호 수석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가 첫 기관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1)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4) 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벤처캐피털은 운용 수수료로 돈을 번다

과거의 나를 포함한 많은 사업가들은 흔히 ‘투자사들은 투자한 회사의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투자 회사가 좋은 실적을 거두면, 투자사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후의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투자 수익보다, 투자사에 더 중요한 돈을 버는 방법은 ‘펀드 운용 수수료’다.

대부분의 투자사들은 본인들의 돈이 아니라 ‘출자자(LP, Limited Partner)’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해서 이를 운용한다. 이 펀드를 결성할 때 운용 수수료가 책정되는데, 투자심사역들의 급여나 투자사 사무실 비용 등은 이 운용 수수료로 충당된다.

펀드의 투자 수익은 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이 9%만 넘어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투자사는 우선 펀드를 만드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한번 펀드가 결성되고 나면, 그 펀드의 운용 수수료에 페널티가 부여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운용 수수료 페널티는 연간 목표 투자액을 집행하지 못한 경우, 투자가 실패한 경우 등에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사들은 리스크를 적절히 회피하려는 경향을 띨 수 밖에 없다.

이미 많은 투자를 받았거나 수익을 내고 있어서 ‘투자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 회사’에 다른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도 다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 회사’가 아니라면, 매출이나 성장세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숫자)로 투자사들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펀드 결성 중에는 투자사가 출자자들의 돈을 모집하느라 아주 바쁘기 때문에, 투자 유치를 위한 미팅은 펀드 결성이 완료된 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투자 심사역은 투자 과정에서 투자 보고서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투자 심사역의 업무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투자 보고서 작성이다. 그런데 금액이 적다고 해서, 보고서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을 생략할 수는 없기 때문에 큰 금액의 투자나 적은 금액의 투자 건이나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

만약 어떤 투자사에서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사에게 중요한 것은 투자 수익보다 운용 수수료다. 운용 수수료는 보통 1~2% 정도로 고정되어 있고, 투자 집행 건수가 많다고 해서 더 책정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100억 원을 10개 곳에 투자하면, 1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고정 비용(=심사역의 인건비)이 10배는 더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출은 고정되어 있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투자사는 가능하면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를 원하지, 작은 건을 여러개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흔히하는 표현대로 ‘인건비도 안나오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몇 개의 투자사들이 모여서 한 회사에 투자하는 ‘클럽딜’이 자주 보이는 이유도 위에서 언급한 배경들 때문이다. 적어도 하나의 투자사가 투자를 확정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검증된 회사라는 이야기고, 그 회사에 투자금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아주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미 확정된 투자사에서 작성한 투자 보고서의 내용을 참고하여 다른 펀드용 투자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클럽딜은, 참여하는 투자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도 적고,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아주 좋은 투자처인 것이다.

그럼 투자를 유치하는 입장이라면, 이런 배경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우선 허풍이 포함되지 않은 선에서 ‘더 많은 투자로 큰 사업을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투자사는 ‘규모 있는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를 항상 찾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하나의 투자사가 투자를 확정했을 경우,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더 많은 투자사를 모으는 것이 좋다. 투자 이후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므로, 항상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애초 계획보다 넉넉하게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사업 선배들의 일관된 조언이기 때문이다.

투자사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좀 더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한국에서 벤처캐피털(VC)이 먹고사는 법’을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린다.

(3부에서 계속…)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 내가 첫 VC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1)

로켓펀치가 첫 기관 투자를 받은 지 일 년이 되었다. 이 글은 투자 유치 과정과 그 이후의 사업 진행을 돌아보는 글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는 다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로켓펀치의 첫 투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배인식 대표님과, 이 글을 검토해준 우아한형제들 주종호 수석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가 첫 기관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1)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4) 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1)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우리 회사를 좋아하는 투자사를 만나라

벤처캐피털은 그들이 ‘좋아하는 회사’에 투자한다. 성공하기까지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지만,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매출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형 사업’을 좋아하는 투자사는 그런 사업에만 투자한다. 반대로 기대 매출 최대치는 다소 적더라도 좀 더 확실한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커머스형 사업’을 좋아하는 투자사는 또 그런 사업에만 투자한다. 또 게임 사업을 좋아하는 투자사가 있고, 콘텐츠 사업을 좋아하는 투자사, B2B 사업을 좋아하는 투자사도 있다.

이런 투자사의 투자 방향에 맞고 틀린 것은 없다. 그것은 투자사들이 가진 고유한 투자 철학일 뿐이다.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가 입장에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우리 회사를 좋아하지 않는 투자사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완벽한 사업계획서라고 해도, 그 사업이 실패할 수도 있는 이유는 수십개 이상 찾을 수 있다. 적절한 문제 정의와 해결 방법, 합리적인 비용 예측과 매출 계획 같은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한 사업계획서가 있다면, 그 사업계획서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선호와 믿음의 영역이다.

투자사가 우리 회사의 사업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는 대개 한두 번의 미팅이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사업을 좋아하지 않는 투자사를 설득하기 위해 계속 시간을 쓰는 것보다, 우리 회사를 좋아하는 새로운 투자사를 찾는데 시간을 더 써야 한다.

만약 어떤 투자사들부터 연락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투자사들의 과거 투자 이력을 살펴보면 된다. 투자사가 과거에 투자한 회사들이 우리가 하려는 일과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곳들이 많다면, 그 투자사는 우리 회사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로켓펀치의 투자사도 모두 로켓펀치를 좋아한 회사들이다

로켓펀치의 첫 투자사인 사제파트너스의 이기하 대표님께서는 첫 만남에서 ‘한국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시고, 30분 만에 투자 결정을 내리셨다.

로켓펀치에 두번째로 투자한 서울산업진흥원은 첫 미팅에서 ‘고용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회사’를 한동안 찾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로켓펀치의 첫번째 기관 투자사인 대덕벤처파트너스의 최영근 파트너님께서는, IR 행사에서 로켓펀치의 사업 모델과 팀 구성을 듣는 순간 ‘저기는 꼭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2부에서 계속…)

로켓펀치의 자율 근무 문화 – 2018년 : 축구팀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무실 없이 일하는 방법 (원격 근무, 재택 근무 가이드)

2018년 로켓펀치 겨울 워크숍 사진

2018년은 로켓펀치의 자율 근무 문화가 많은 도전을 받은 시기였다. 이런 상황들 때문이다.

  1. 구성원이 15명까지 늘었다. 더는 작은 팀처럼 다 함께 회의하고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2. 큰 프로젝트가 동시에 두 개 이상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이슈 관리가 복잡해졌다.
  3. 두 명 이상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프로젝트 관련 문서나 파일 관리가 어려워졌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가 가진 자율 근무 문화를 한 팀 이상의 조직 규모에서 잘 유지하는 방법을 찾았고,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할 분들을 위해 그 결과를 공유한다.

(1) 프로젝트 관리 방식 개선 – 슬랙 채널, 스카이프 대화방, 트렐로 보드 분리

로켓펀치 팀은 보통의 커뮤니케이션은 슬랙 채널에서, 화상 회의는 스카이프에서, 이슈 관리는 트렐로에서 하는데, 그동안 이 도구들은 기능적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런 방식은 작은 팀에서 프로젝트를 하나씩 진행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팀 규모가 커지고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복잡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슬랙의 #product 채널에 여러 이슈에 대한 대화가 오가면서 중요한 내용을 놓치게 된다던가, 스카이프 대화방에서 작은 회의가 자주 열리면서 그 회의에 들어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 업무에 방해를 받게 된다건가, 트렐로 보드 하나에 이슈가 너무 많아져서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카드가 많아지는 상태 등…

몇 번의 시도와 조정을 통해 우리는 각 관리 도구들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좋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렇게 조정했다.

1) 슬랙

  • 포괄적인 목적을 가지고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채널 외에 프로젝트 단위로 구분되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닫히는 프로젝트 채널을 만든다
  • 외부 서비스와 연동된 알림 메시지는 별도의 채널을 나누고 prefix로 정렬한다. 

2) 스카이프

  • 슬랙의 프로젝트 채널과 매칭되는 대화방을 만들어서 프로젝트 관련 회의는 각 대화방에서 진행한다.

3) 트렐로

  • 가장 많은 이슈가 쌓여 관리가 안 되던 Planning 보드를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서 이슈를 관리한다.
  • Planning 보드 이슈를 실제 작업을 하는 Current Development 보드로 옮길 때는 라벨을 사용해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구분한다.
  • Current Development 보드에서 어떤 이슈가 현재 기획 단계인지, 디자인 단계인지, 개발 단계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세분화한다.

(2) 프로토타이핑 방식 개선 – 인비전 프리핸드 활용

구성원들이 같은 물리적 공간에 모여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장 어려운 일은 아무래도 ‘UX 아이디어 회의’다. 같은 공간에 있다면, 종이나 화이트보드에 슥슥 그려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을 화상 회의를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다. 또 화상 회의를 한다고 해도, 인비전에 업로드된 이미지들을 보고 이야기 하면서 각자가 코멘트를 남기는 방식은 정말 비효율적이었다.

몇번의 대안 탐색 끝에 우리가 발견한 훌륭한 방식은 인비전 프리핸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비전 프리핸드는 일종의 거대한 온라인 화이트 보드를 회의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기능인데, 우리는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1. 스케치로 제작된 이미지를 인비전 프리핸드에 적절히 배치하고, 공유 링크를 생성하여 화상 회의 참여자들에게 전달
  2. 회의 참여자들이 화이트보드를 쓰는 것처럼 자유롭게 그림이나 코멘트를 남기면서 회의 진행
  3. 아이디어가 결정되면 최종 디자인 버전을 제플린에 업로드
로켓펀치 팀의 실제 인비전 프리핸드 사용 방식

(3) 사내 커뮤니케이션 개선 – 업무 내용 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슬랙 채널 개설

회사 내에서 팀원들 간에 오가는 업무 외 커뮤니케이션은, 업무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중요하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이 회식이나 각종 팀별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도 가까워지길 기대하는 것도 그 이유다.

물리적인 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팀의 가장 큰 단점은 그렇게 업무 외적으로 팀원들을 이해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실 2018년 3월경 도쿄의 게스트 하우스를 빌려 몇몇 팀원들과 함께 일주일 정도 같이 일하며 지낸 적이 있었는데, 모든 팀원이 그 경험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포켓몬을 잡는 로켓펀치 팀원들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물리적 접점을 늘리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기업 문화와 맞지 않는 것이었기에 다른 대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물로 우리가 만든 것이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런 채널들이다.

#fun 채널에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주제는, 많은 수의 팀원들이 고양이를 길러서 그런지, 고양이 관련 내용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4) 프로젝트 결과물 관리 방식 개선 – Abstract 도입, Notion 도입

디자인 결과물을 잘 관리하고 기획 정책서를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성이 커졌다. 디자인 파일이나 정책 문서는 프로그래밍 코드와 달리 사람이 어느 정도는 적당히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 대중화된 좋은 관리 도구가 아직 없는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관리 도구를 검토했고, 스케치 파일 버전 관리 도구로 Abstract를, 프로젝트 정책서 정리 도구로 Notion을 각각 선택했다.

1) Abstract : https://www.goabstract.com/

  • Github이나 Github에 연동되는 Kactus 처럼 복잡하지 않고, 파일이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동기화되어 변경 사항을 업/다운로드(Push/Pull) 할 필요가 없음
  • 원격 근무의 특성상 원래는 확인하기 힘들었던 서로의 작업 과정을 브랜치와 커밋 덕분에 보다 쉽게 확인 가능 (디자인팀 내에서뿐만 아니라 나머지 구성원들도 디자인 파일의 작업 과정 확인 가능)
  • 브랜치, 커밋, 병합 충돌을 코드가 아닌 시각적인 기능으로 처리하여 디자이너도 쉽게 사용 가능

2) Notion : https://www.notion.so/

  • 다양한 환경을 지원하고, 공유도 간편함
  • 트리 구조의 문서 정리 및 검색
  •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문서 포맷 제공

(5)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의 문제

한 해 동안 많은 개선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큰 문제는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다. 현재 스카이프를 쓰고 있고, 다른 소프트웨어도 여러 개 테스트를 해봤지만,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번에 회의에 참여해서 영상과 화면을 공유하면 각자의 컴퓨터가 심각하게 느려지는 현상은 어쩔 수가 없다. 고육지책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동시에 화상 회의에 참여해서 음성과 영상 공유는 스마트폰으로, 화면 공유는 컴퓨터로 하는 방식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썩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우리처럼 서로 떨어진 다수의 사람이 회의하는 일이 늘어날 것 같은데, 어쩌면 이런 불편이 또 하나의 사업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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