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기술을 꿈꾸는 AI 서비스 기업, 데이터드리븐

박성희 에디터

고동완 대표가 창업한 데이터드리븐은 교육 AI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기술을 제공하되 ‘가장 인간적인 방식’을 모색하고, 모든 사람이 ‘생각을 자유롭게 구현’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데이터드리븐의 미션이다. 교육 AI 서비스 기업이면서, 교육 혁신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라고 말하는 기업. 지난 10월 27일, 데이터드리븐의 고동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고동완 대표
고동완 대표

창업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 과학자를 꿈꾸던 청년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며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영화 속 미국 대학처럼 자유로운 수업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1학년 1학기 물리학 첫 수업 시간,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곧 전공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

삶에 대한 탐색이 시작됐다. 배낭여행에서 무작정 대사관을 찾아가 외교관들을 만나고, 친구를 따라 프리랜서 기획자로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사회대나 인문대 전공 수업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 부모님 권유로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지만, 법조인이 된 자신이 그려지지 않았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다양한 일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았다. 창업과 드라마 PD를 고민했다. 게임 개발에 참여할 때부터 창업은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천 편 이상의 영화와 드라마를 볼 만큼 드라마 PD도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 드라마 PD VS 창업

대학 졸업 직전 언론정보학과 전공 수업을 수강했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제작했던 방송사 부회장 출신의 지도교수를 만났다. 당시 서울대는 온라인 강의 서비스(MOOC)를 기획하고 있었고, 서비스 기획이 과제로 나왔다. 제출한 과제가 교수의 눈에 띄어 온라인 강의 사업단의 유일한 학부생으로 참여하게 됐다.

사업단에서 충실히 역할을 다했다. 여러 교수로부터 대학원 진학을 제안받았지만, PD 준비를 더 해보고 싶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가하고, 친구들과 단편 영화도 제작했다.

지도교수의 개인 사무실을 자주 왕래하며 리더십을 배웠다. 하루는 지도교수가 고 대표에게 “왜 PD 되려고 하나? 창업해 볼 생각은 없나?” 물었다. “시험 두 번만 더 보고 창업해 볼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방송사 공채가 줄어들고 있던 시기였다.

“대단한 생각으로 창업한 건 아니었어요. PD는 나이가 더 들면 시험을 보기 어려우니 먼저 해보고 바로 창업했죠.”

 

  • 첫 번째 창업

첫 회사를 차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시작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고개에 있는 낡은 빌라를 빌려 직접 벽을 칠하고 장판도 깔았다.

자연스럽게 교육 분야를 선택했다. 학교 온라인 강의 서비스 기획 경험이 기반이 됐다. 그가 창업한 2012년은 새로운 IT 서비스가 한창 등장하던 시기였지만, 교육 분야는 아니었다. 온라인 강의 서비스가 강세인 교육 분야에 추천 서비스나 맞춤형 교육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추천하고 싶었다. 서울대생 천 명이 수강했던 온라인 강의를 조사해 발표했다. 대형 온라인 강의 기업이 프로젝트를 제안해 왔다. 고등학교 상위권 학생들을 모아 서울대생 멘토를 붙여주고, 학생들에게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후원하겠다고 했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요청받지 않은 강사별 수강 데이터를 분석해서 제공했다. 고객 반응이 좋았다. 추가적인 수주가 이어졌다.

 

교육과 데이터의 접점을 발견하다

 

  • 교육 AI 서비스 기업 데이터드리븐

교육이라는 분야에 중점을 두었던 건 아니었다. 서울대에도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것을 떠올렸다. 같은 결정을 하더라도 고민의 과정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데이터로 축적되고, 살면서 막힐 때마다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방황이 더 줄어들면 사회에 이득이 되겠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즈음부터 공교육과 데이터를 보게 된 것 같습니다.”

고동완 대표 인터뷰 중

지금의 공동 창업자들을 만나게 된 것은 2015년. 첫 6개월 동안 많이 싸웠던 것이 오히려 전환점이 됐다. 새롭게 미션을 정의하고 2018년 교육 AI 서비스 기업 데이터드리븐을 설립했다. 설립과 동시에 네이버 계열 VC(벤처캐피탈) 스프링캠프로부터 시드 투자도 유치했다. 서비스를 구체화하기 전이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아직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만들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지자체로부터 교육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 서비스 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었지만, 생존이 먼저였다. 처음 2, 3년은 연구소처럼 프로젝트와 R&D를 수행하면서 버텼다.

틈틈이 만든 자체 서비스는 직접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테스트했다. 교사의 수업 관리와 기록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 기반 교육 서비스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교사가 학생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고객이 고객을 소개하면서 네트워크는 더욱 넓어졌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동완 대표
고동완 대표
  •  고객은 함께 문제를 푸는 능동적 주체

데이터드리븐에게 고객은 서비스를 단순히 향유하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문제를 푸는 능동적인 주체로 본다. 고 대표는 그렇게 된 이유를 ‘공교육’에서 찾았다. “바로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습니다. 고객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환경이었죠. 고객과 협력해서 풀어야 하는 섬세한 이슈가 많았습니다. 교육은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공급자의 관점을 넘어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IT 서비스도 본질은 장사와 다르지 않다”며 “고객 목소리를 잘 듣고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좋은 서비스 경험을 통해 서비스에 대한 애정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은 예쁜 서비스보다 ‘필요’한 서비스에 애정을 갖기 때문입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최근의 경험을 꼽았다. 베타 서비스를 이용한 교사가 다른 학교에 서비스를 시연하고 소개했다. “좋은 점뿐만 아니라 개선점도 함께 얘기해 주셨죠. 시연을 진행한 학교에서도 도입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서비스의 필요를 느끼는 고객과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데이터드리븐의 정체성은 에듀테크 기업이라기보다 AI 서비스 기업이다. 교육을 혁신하는 주체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을 바꾸는 건 선생님, 학생, 학부모 나아가 교육기관입니다. 교육의 주체가 어우러져서 교육을 바꾸는 것이고, 저희의 역할은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데이터 드리븐
데이터 드리븐

 

데이터드리븐이 꿈꾸는 조직문화

 

  • 잠재력이 폭발하는 조직을 꿈꾼다

데이터드리븐의 기업문화는 어떨까. 구성원이 말하는 데이터드리븐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곳’,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수평적 문화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평적 문화는 서비스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업무 체계를 조직화하면서도 수평적인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일하다보니 구성원의 성장을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어요. 최근에는 구성원의 성장과 저를 포함한 관리자의 리더십 성장을 함께 고민합니다. 일을 맡기고 관리하는 방법을 더 개선하기 위해 가능한 부분부터 노력하고 있어요. 관리자가 성장해야 팀이 더 빠르게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동완 대표 인터뷰 중

데이터드리븐은 ‘잠재력이 폭발하는 조직’을 꿈꾼다.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인재의 잠재력을 역량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인재들은 성취에 대한 열망과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가 큰 편입니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은 교육, 경험, 훈련이 동기부여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잠재된 재능을 진짜 역량으로 만드는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 0.25인치짜리 구멍을 찾는 시행착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고 대표는 “경험이 답을 만든다”며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직접 느껴야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시행착오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좋은 서비스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고, 좋은 CEO는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생을 걸고 했지만, 가볍게 창업을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이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스스로 관찰하면, 성장의 기회도 볼 수 있습니다.”

고동완 대표 인터뷰 중

2023년, 데이터드리븐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진입했다. 서비스 개발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고 두 서비스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데이터드리븐은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드릴을 찾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0.25인치짜리 구멍을 뚫는 것’이라는 시어도어 레빗 교수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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