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 가이드] 천준범의 이커머스 법률가이드 #1. 이커머스 기업의 M&A에서 유의해야 할 점

안녕하세요, 천준범 변호사입니다.

2017년 기준 64조 원 규모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일본 약 137조, 독일 약 70조, 인도 약 40조). 하지만 매우 독특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압도적인 강자가 없습니다. 거래액 약 11~12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와 11번가가 선두에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대에 불과합니다.

소셜커머스 출신인 쿠팡과 위메프가 약 5조원, 티몬이 약 4조원 정도의 거래액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역시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리 수대입니다. 나머지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 계열의 종합몰이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선식품 또는 패션 전문 중소형 쇼핑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IT 기반의 이커머스는 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하는 시장입니다. 소비자 인지도 측면에서도 그렇고, 비용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한 번 브랜드나 플랫폼이 구축되면 적은 비용으로 계속 확장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산업의 특성상 M&A를 통한 시장 재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커머스 시장. 이런 이커머스 기업의 M&A에서 꼭 짚어야 할 법적 쟁점 또는 리스크 관리의 쟁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규제의 문제입니다.

한국은 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소위 ‘갑질’의 역사가 있습니다. 때문에 플랫폼 자체, 소비자의 관점, 그리고 판매자의 관점에서 모두 규제가 매우 강하고, 또 불명확한 편입니다.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그리고 전자금융업법까지 다양한 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이들 법률은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어서, 현재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진조차 자신의 기업이 어떤 법적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법 상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구별은 이커머스에서 가장 기초적인 개념 중 하나임에도, 법에 명확한 구분이 없습니다. 앱에 면책고지만 해 둔다고 해서 통신판매중개업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탁인지, 몰인몰인지, 입점몰인지 등에 따라 case by case로 구분해야 하고, 또 그에 따라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이 결정되고, 전자금융업법 등 다른 법령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선식품 판매 이커머스는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어떻게 받게 될 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 그에 따른 시설 및 비용은 물론 책임 부담에 따른 새로운 조직 세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기술적 완성도의 문제입니다.

거래액이 매우 적은 시절 만들어진 이커머스 플랫폼은 거래액 증가에 따라 반드시 리뉴얼되어야 합니다. 보안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24시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플랫폼의 레거시(예전) 코드를 전면 리뉴얼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조직 관리 및 인사노무 문제도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리뉴얼을 지체하면 플랫폼 자체의 성장과 안정성이 크게 방해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M&A 전 현재 이커머스 플랫폼이 어떤 기술적 기반에서 구동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보안 설계가 되어 있는지, 성장 단계에 필요한 기술적, 보안적 리뉴얼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용과 조직적 부담이 필요한지에 대해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지난 2008년 오픈마켓의 선두주자였던 옥션(Auction)이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이후 성장이 꺾였던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소비자 평판 관리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신뢰와 좋은 평판을 핵심 가치로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모바일 SNS 시대인 지금, 기업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실시간으로 확산되어 기업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쿠팡은 정규직 쿠팡맨을 통한 배송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오히려 노무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 평판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배달의 민족은 정확한 위기관리를 통해 신뢰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업 위기 상황의 대부분이 법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사노무, 제품하자, 그리고 최근에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경영진의 비위에 따라 소비자 평판이 크게 하락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순간에 평판이 하락하고 매출이 감소하는 사례를 흔히 봅니다.

그런데 발생한 사건을 빠르게 모니터링하지 못하고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물론 M&A 이후 이러한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대응을 위한 조직과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그 밖에 전자금융(온라인 결제)에 대한 법령과 계약관계에 대한 이해, 특히 EU발 개인정보보호 강화에 대한 준비, 새로 떠오르는 알고리즘 담합에 대한 대비 등 IT 기반의 이커머스에는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오프라인 유통 분야의 M&A에서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이슈들이 있습니다.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또는 M&A에 있어서 이러한 많은 이슈들을 꼼꼼히 살펴 계약서에 잘 반영하거나, 투자 또는 M&A 이후 기업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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