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호석 변호사입니다.
며칠 전, 모 스타트업 대표님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면서 협상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인수 희망자가 작성한 termsheet(거래 조건표)를 전달 받아 살펴보니 인수 희망자는 기존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만을 구주로 매수하고 나머지는 신주 인수방식으로 51%를 인수하겠다는 구조였습니다(창업자 지분은 거의 인수하지 않음). 인수인은 이사회 과반수도 확보하고, 주요 임원에 대하여는 투자 기간 동안 퇴사금지 의무를 부과하는데 창업자들의 잔여 지분에 대한 처분에 대하여는 어떤 보장도 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물론 인수 희망자는 창업자들의 지분에 대하여 drag along이나 우선매수권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사회 과반수를 확보하면서도 주요 의사 결정 권한까지 모두 갖도록 협상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협상 중, 제가 여러 거래 사례를 들어 인수 구조가 일반적이지도 않고 현저히 불공평하다고 했더니, 인수 희망자는 변호사가 왜 끼어드냐며 도리어 화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번 하는 소리인 ‘이런 거래는 서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소리까지.
협상 후, 저는 다소 이성을 잃고 흥분했던 것 같아 대표님에게 부끄러우면서도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협상이 끝나고 나서 ‘상대방이 나만 있을 때와 변호사님을 동반했을 때 하는 말이 달라서 놀랐다. 이제야 상대방의 의도를 알 것 같다. 도와줘서 고맙다. 너무 든든하다. 끝까지 우리 회사를 잘 보호해 달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다시 한번 제가 선택한 길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보통 단순히 어떠한 한 규정 때문에 거래 구조가 적절한 지, 적절하지 않은 지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위 구조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창업자가 애써 키워온 회사의 경영권을 상대방에게 넘겨 주면서, 거래 직후는 물론 미래에도 한 순간의 결정으로 인해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조건은 대표님에게 여러 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하는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창업자들의 권한을 적절히 보장하기 위해 기존 의무 조항이나 지분 관련 조항 등을 변경 및 삭제하는 방법 외에도 수 많은 조합이 있어서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다른 기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제 지식과 경험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회사를 우뚝 세우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정호석 변호사 /
https://www.rocketpunch.com/@hoseok.jung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eumlaw.blog.me/220926316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