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가 첫 기관 투자를 받은 지 일 년이 되었다. 이 글은 투자 유치 과정과 그 이후의 사업 진행을 돌아보는 글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는 다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로켓펀치의 첫 투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배인식 대표님과, 이 글을 검토해준 우아한형제들 주종호 수석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가 첫 기관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1)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4) 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벤처캐피털은 운용 수수료로 돈을 번다
과거의 나를 포함한 많은 사업가들은 흔히 ‘투자사들은 투자한 회사의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투자 회사가 좋은 실적을 거두면, 투자사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후의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투자 수익보다, 투자사에 더 중요한 돈을 버는 방법은 ‘펀드 운용 수수료’다.
대부분의 투자사들은 본인들의 돈이 아니라 ‘출자자(LP, Limited Partner)’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해서 이를 운용한다. 이 펀드를 결성할 때 운용 수수료가 책정되는데, 투자심사역들의 급여나 투자사 사무실 비용 등은 이 운용 수수료로 충당된다.
펀드의 투자 수익은 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이 9%만 넘어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투자사는 우선 펀드를 만드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한번 펀드가 결성되고 나면, 그 펀드의 운용 수수료에 페널티가 부여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운용 수수료 페널티는 연간 목표 투자액을 집행하지 못한 경우, 투자가 실패한 경우 등에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사들은 리스크를 적절히 회피하려는 경향을 띨 수 밖에 없다.
이미 많은 투자를 받았거나 수익을 내고 있어서 ‘투자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 회사’에 다른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도 다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 회사’가 아니라면, 매출이나 성장세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숫자)로 투자사들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펀드 결성 중에는 투자사가 출자자들의 돈을 모집하느라 아주 바쁘기 때문에, 투자 유치를 위한 미팅은 펀드 결성이 완료된 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투자 심사역은 투자 과정에서 투자 보고서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투자 심사역의 업무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투자 보고서 작성이다. 그런데 금액이 적다고 해서, 보고서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을 생략할 수는 없기 때문에 큰 금액의 투자나 적은 금액의 투자 건이나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
만약 어떤 투자사에서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사에게 중요한 것은 투자 수익보다 운용 수수료다. 운용 수수료는 보통 1~2% 정도로 고정되어 있고, 투자 집행 건수가 많다고 해서 더 책정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100억 원을 10개 곳에 투자하면, 1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고정 비용(=심사역의 인건비)이 10배는 더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출은 고정되어 있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투자사는 가능하면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를 원하지, 작은 건을 여러개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흔히하는 표현대로 ‘인건비도 안나오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몇 개의 투자사들이 모여서 한 회사에 투자하는 ‘클럽딜’이 자주 보이는 이유도 위에서 언급한 배경들 때문이다. 적어도 하나의 투자사가 투자를 확정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검증된 회사라는 이야기고, 그 회사에 투자금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아주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미 확정된 투자사에서 작성한 투자 보고서의 내용을 참고하여 다른 펀드용 투자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클럽딜은, 참여하는 투자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도 적고,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아주 좋은 투자처인 것이다.
그럼 투자를 유치하는 입장이라면, 이런 배경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우선 허풍이 포함되지 않은 선에서 ‘더 많은 투자로 큰 사업을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투자사는 ‘규모 있는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를 항상 찾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하나의 투자사가 투자를 확정했을 경우,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더 많은 투자사를 모으는 것이 좋다. 투자 이후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므로, 항상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애초 계획보다 넉넉하게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사업 선배들의 일관된 조언이기 때문이다.
투자사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좀 더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한국에서 벤처캐피털(VC)이 먹고사는 법’을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린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