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조승연 1

이 인터뷰는 ‘수학이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조승연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서울과학고 출신 지인이 내게 귀띔해주길, 서울과학고 내부에서 열린 동창회 부회장배 스타대회에서 조승연 님이 자기가 만든 맵인데 지셨다 들었다. 이게 사실인가?
조승연: 오래전 일이라 나도 잊고 있었는데 대체 누가 제보한 거지?
신림동 캐리: 내가 건성으로 인터뷰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사전 조사 열심히 한다.
조승연: 정말 의외다. 아무튼 대충 06년이었던 것 같다. 정식 명칭은 ‘조승연배 스타리그’였고 우승 상품 중에는 ‘조승연의 배에 키스할 수 있는 권리’ 이딴 것도 있었다.
신림동 캐리: 그럼 누가 우승하려고 하겠나.
조승연: 근데 다들 열심히였다? 아무튼 내가 내 맵에서 무려 3연패를 한 것에 대해 변명하자면, 그 대회 자체가 막 승부를 가리기보다는 랜파티 비슷하게 그냥 즐기는 분위기였다. 즐겜할 수 있는 수준의 빌드를 쓰고 지면 막 놀리고 그런 거 말이다.
신림동 캐리: 별로 적절한 변명이라고는….
조승연: 아니, 내가 스타를 그렇게 잘했으면 맵제작자 했겠나! 프로게이머 하지!
신림동 캐리: 그렇지. 프로게이머면 돈도 훨씬 많이 벌고!
조승연: 그랬으면 정말 부모님께 집을 사드렸을지도 모르겠군.

제가 찍은 사진은 다 별로라 개인적으로 제일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올립니다. 뜻밖에 방송 체질이신가 봐요.

신림동 캐리: 게임이라고 하니까 말인데, 조승연 님이 트위터에서 호구슬 님과 더불어 열성 야구팬으로 유명하시잖나.
조승연: 그렇게나?
신림동 캐리: 야구 좋아하는 악플러 이미지인데 몰랐나?
조승연: 그렇게까지 인지는 몰랐다.
신림동 캐리: 내가 조승연 님의 팬이지만 야구 시즌에는 언팔할까 심각하게 고민한다. 아무튼 야구는 아홉팀으로 시작해 삼성이 이기는 스포츠라는데 2014년에는 어느 팀이 우승할 거로 생각하나?
조승연: 나야 엘빠지만 올해 우승은 롯데가 아닐까 한다.
신림동 캐리: 롯데라고?
조승연: ㅇㅇ.
신림동 캐리: 어째서?
조승연: 롯데가 의외로 강한 팀이다.

신림동 캐리는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고등학교 다니고 부산에서 대학 다니신 모태꼴빠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아버지는 야구 시즌이 되면 일찍 퇴근해 소파 앞에서 야구를 보셨죠. 그리고 신림동 캐리가 기억하는 롯데는 언제나 졌습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 새끼들은 성의가 없다고요. 공을 못 잡을 것 같아도 지켜보는 팬들을 위해 뛰어야지 설렁설렁 걷는 저게 뭐냐고요. 과격한 경상디언 꼴데빠셨던 아버지는 ‘저 새끼들은 성의가 없어! 성의가!’라고 역정을 내며 텔레비전에 맥주캔을 던지셨고 가끔은 분을 이기지 못해 골프채를 휘두르다 거실 전등을 깬 적도 있으셨습니다. 올해 NC 다이노스는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치고 달리는 성의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창원시가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NC 다이노스가 이적할 상황이라는 게 함정이네요.

신림동 캐리: 많은 사람이 ‘공부 기술’을 쓴 조승연 님과 헷갈려한다. 수학 교육 쪽에 몸담고 계셔서 더 그런 게 아닌가 한다.
조승연: 그분과 내가 헷갈리셨단 말은 처음 듣는다.
신림동 캐리: 나는 그렇다….

신림동 캐리: 난 여고에다 문과라 그런지 나를 비롯해 주변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참 많았다. 조승연 님은 대학에서도 수학을 복수전공으로 하셨을 만큼 수학에 남다른 애정이 있으시다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하는가?
조승연: 나 수학 별로 못 한다.
신림동 캐리: 아, 재수없어….
조승연: 정말이다.
신림동 캐리: IMO 금메달리스트였던 내 구남친도 자기 수학 못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겸손은 됐고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하고 좋아할 수 있는지 썰 좀 풀어달라.
조승연: 사실 수학은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해요.

조승연: 다만 ‘존잘’과 ‘존못’의 갭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다.
신림동 캐리: 어떻게?
조승연: 좋은 길잡이를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중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에 한정해서 이야기해보자. 수학은 마치 성냥개비로 쌓은 탑 같은 거다. 이 성냥개비가 어떤 성냥개비를 받쳐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수학을 잘하는 포인트겠지. 그리고 당연하지만 중간에 성냥개비가 하나라도 비면 탑 전체가 무너진다. 그래서 학생이 탑을 잘 쌓아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동시에 탑의 어디를 비워놨는지를 파악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신림동 캐리: 노리(KnowRe)가 그 역할을 하는 건가?
조승연: 보통은 과외 교사가 학생에게 1:1로 해주는 건데, 그 일을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 노리(KnowRe)다. 수학의 논리적인 구조를 모두 코드로 나타낼 수 있다면 탑을 어떻게 쌓아야 할지, 어디가 비어있는지를 자동으로 체크해서 과외 교사 대신 컴퓨터가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 그래서 프로덕트도 그런 관점에서 기획하고 개발했다.
신림동 캐리: 근데 학교 교사든 과외 교사든 길잡이는 둘째치고, 수학 자체가 싫다는 학생이 너무 많지 않나?
조승연: 그렇지. 커리큘럼 자체가 너무 재미없게 짜여있어서 애초에 수학을 좋아하기가 힘들다는 게 현실적인 한국 수학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근데 며칠 전에 내 페이스북에 썼지만, 우리 회사도 그렇고 여러 곳에서 조금씩 학생에게 와 닿는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그게 성과를 내고 있다 느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도 도입해보고 있다.

신림동 캐리: 게이미피케이션이라니 조승연 님과의 인터뷰는 기승전게임 같군. 또 게임하니까 말인데, 더 지니어스3에서 섭외가 온다면 나가실 건지?
조승연: 아마도?
신림동 캐리: 진짜? 나간다고?
조승연: 딱히 안 나갈 이유가 없지 않나.
신림동 캐리: 하지만 시즌 1, 2에서 서울과학고 출신이 첫 번째로 탈락했는데 그 징크스가 무섭지 않나?
조승연: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잖아.


너무 쿨하셔서 춥네요. 여기 누가 이불 좀 갖다 주세요.

신림동 캐리: 내 페이스북에다 조승연 님을 인터뷰할 예정이니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보라는 게시물을 올렸더니 많은 분이 의견을 주셨다. ‘살이 찌는 원인이 수면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충분한 수면을 취할 계획은 있으신가요?’라고 익명의 S님이 물어보시는군.
조승연: 딱히 남보다 적게 자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내가 살찌는 이유는 수면부족이 아니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조승연: 뭐, 당연히 술이지.
신림동 캐리: 틸트 좀 그만 가세요. 그럼 다음 질문이다. 노리(KnowRe)의 CPO인 K님께서 ‘이상형은 어떤 여자인가요?’라고 덧글로 물어보셨다. 김서준 부대표님, 이런 건 절 시키지 마시고 회식하면서 물어보라고요.
조승연: 개발 잘하는 여자를 좋아한다.
신림동 캐리: 음, 지금 여자친구 없으시지?
조승연: 없다.
신림동 캐리: 앞으로도 없겠군. 근데 본인이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치나?
조승연: 케바케겠지. 우리 회사 개발팀만 봐도 거의 다 커플이다. 개발자 중에서 ‘연애에 서툰 복학생‘ 같은 사람이 있긴 한데, 그런 사람은 꼭 개발자라서가 아니라 문학을 하든 미술을 하든 다 비슷한 비율로 있지 않나? 그리고 연애 잘 못하는 건 절대다수 대부분의 경우 경험 부족 때문이더라.
신림동 캐리: 연애를 못 하니까 경험 부족이고 경험이 부족하니 연애를 못 하고 영원히 고통받게 되지.
조승연: 근데 생각해보면 ‘asshole’이라고 해야 하나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의 비율은 개발자 집단이 좀 유의미하게 적은 것 같다. 근데 신림동 캐리님 말고 다른 여자는 이걸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신림동 캐리: 아냐, 여자도 어떤 놈이 착한지 어떤 놈이 나쁜지는 다 안다. 문제는 착하다 해서 매력 없는 남자를 좋아하진 않는다고!

문제는 관상이 아니라고.jpg

신림동 캐리: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조승연: 난 직관이 좋은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테스트 중심의 빠른 개발주기가 요즘 대세라지만, 결국 그래도 기반이 되어야 할 부분은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거든. 비유하자면 집을 지을 때 기둥을 나무로 만들지 돌로 만들지 지붕을 어떤 식으로 받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잖아? 그럴 때 아무렇게나 선택하고 나중에 ‘이게 아니었나?’ 하면 좀 곤란하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데 직관적으로 선택을 잘하면 많은 시간이 절약되겠지. 게다가 좋은 선택을 한다는 건 애초에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경험이 쌓이면 늘긴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지. 그래서 뛰어난 직관은 굉장히 훌륭한 능력치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나도 ‘센스는 돈 주고도 못 산다.’고 생각한다.
조승연: 그런 건 정말 주니어 때부터 갈고 닦지 않으면 나중에 만들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학생을 가르칠 때 이런 걸 최대한 키우는 방향으로 돕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더라. 마치 ‘창의력을 길러주는 학원’을 지향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랄까.

신림동 캐리: 그래서 본인은 개발 잘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나?
조승연: 개발뿐만이 아니라 뭐든지 잘하려면 항상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꼭 나한테 주어진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런 건 어떻게 해결하고 저런 건 어떻게 해결할까를 언제나 고민해본다.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생각하고 길을 걸을 때도 좌회전 다음에 우회전을 하는 게 빠를까 아니면 직진하다 꺾는 게 빠를까 생각한다. 차를 타고 가는데 옆에 있는 차 번호가 만약에 8316이면 8-3+1=6 이렇게 습관적으로 맞춰보기도 한다.
신림동 캐리: 그 정도면 강박 아닌가?
조승연: 난 세상이 퍼즐로 된 미니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앞에 놓인 게임을 해결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얘기가 좀 샜는데, 어쨌거나 개발도 어떠한 문제를 푸는 과정이다. 그러니 개발을 잘하기 위해선 일상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연습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은?
조승연: 개발에 관한 책은 아닌데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를 읽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개발에 관한 책 중에서 어떤 특정한 소프트웨어나 프레임워크를 다루는 경우에는 보통 지식을 얻고 ‘그렇구나.’하고 마는데, 소프트웨어 공학을 얘기하는 책 같은 경우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이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 같은 고전이나 대작은 한 번 읽는다고 해서 막 엄청난 인상을 받기는 어려운데 그렇다고 여러 번 읽기엔 현실적으로 너무 바쁘다. 근데 실제적인 개발과 약간 떨어져서 프로그래밍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주는 책은 볼 때마다 새롭고 인상적이더라. 그런 책이 많지 않아서 문제지만?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 후배에게 추천해주는 사이트는?
조승연: 정말 개발을 처음 시작하는 주니어의 경우에는 대안이 없어서 codecademy나 일일코딩 같은 사이트를 추천하는데, 물론 훌륭한 사이트들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식과는 좀 거리가 있다.
신림동 캐리: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식이 뭐길래?
조승연: 나는 인턴을 받으면 퀘스트나 미션을 주고 그걸 해결해오면 코드나 학습 방향에 관한 피드백을 하는 식으로 가르친다. 초보자에게 중요한 건 문법이라기보다는 좀 더 추상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고, 언어적인 부분은 그게 웹이든 앱이든 스크립트든 ‘컴퓨터에 A라는 일을 시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듣게 하려면 이런 식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세상에는 개발에 대한 좋은 사이트가 정말 많지만 궁극적으로 구글이 가장 중요한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레벨 이상이 됐을 때의 많은 문제가 구글링을 어떻게 하느냐, 검색어를 어떻게 넣느냐로 수렴하니까. 그걸 위해서는 내가 궁금한 게 뭔지를 스스로 정리할 줄도 알아야 하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읽었나?
신림동 캐리: Mostly Harmless.
조승연: 그럼 알겠군. 거기 보면 ‘인류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지만, 자신이 던지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뭐 이런 말이 나오는데, 진짜로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러니까 주니어 프로그래머가 처음에는 ‘이거 아무리 해봐도 안 돼요.’로 시작해 나중에는 ‘이런 걸 해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이 줄만 추가하면 잘 안 되네요.’ 혹은 ‘A에서 B를 하려는데 더 좋은(편한) 방법 없을까요?’를 묻는데 그만큼 자신이 성장하고 레벨이 올라간 거겠지.

신림동 캐리: 그럼 회사가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건?
조승연: 모호한 요구를 하면서 ‘이거 언제까지 돼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 보통 이런 질문 받으면 나 같은 경우는 일단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라고 구체화부터 한다. 그 이후에는 안 되는 것, 할 수 없는 것이나 필요 없어 보이는 것을 쳐낸다. 근데 어떤 개발자는 경력이 꽤 되는데도 그런 요청을 받고서 호기롭게 ‘언제까지 해드릴게요.’라고 하더라. 이러면 자기가 생각하는 그림과 요청한 사람이 생각하는 그림이 전혀 달라서 삽질은 삽질대로 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쓰면서 이상한 결과물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이런 과정을 ‘빠른 iteration’이라며 스스로 위안 삼는 경우도 봤다. 그건 몸에 암세포를 키우는 것과 별다르지 않다고 본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조승연: 개발 중에서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좀 다른데, OS나 그 바로 위에 있는 시스템과 같이 굉장히 코어한 것을 만드는 개발자라면 재능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더라.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라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옛날에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 그런데 개발 환경이나 프레임워크가 많이 발달하면서 좀 달라졌다. 개발의 본질이라는 건 결국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인데, 이 개발 과정 자체가 도스→윈도우→웹→앱 이렇게 오면서 이 번역이 점점 더 직역에 가까워도 무방한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제법 추상적인 기획서를 입력해도 바로 프로그램을 구워주는 기술이 나올 날도 올 것 같다. 그 때는 정말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에 재능이 거의 필요 없는 시대일 거고,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쪽에서의 획기적인 패러다임을 하나 제시해 보는 게 내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기도 하다.

신림동 캐리: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조승연: 예전에 ‘감이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제일 마음에 드는 평가였다. 이 감이라는 게 머리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잖나. 머리+노력+경험이 모두 있어야 감 좋은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거니까. 위에서 말한 직관이 좋은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나에게는 그게 최고의 찬사였다.

윈도우 머신을 쓴다. 맥 OS를 몇 번 써봤는데 그렇게 편한지도 잘 모르겠고, 어차피 지금은 node.js와 client-side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만 하는지라 윈도우에서도 별 상관이 없어서다. 무엇보다 IE를 테스트해야 하니까.

개발자치고는 장비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개발자라고 하면 막 미친 듯이 타자를 치는 직업 같지만, 실상은 모니터를 노려보는 시간이 훨씬 많고(많아야 하고) 하루에 코드 200줄 짜면 많이 짜는 거라 키보드에 크게 투자할 가치를 못 느꼈다.

그래서 마우스는 그냥 게이밍용 마우스(G1)를 쓰고 키보드도 만 원짜리 키보드 쓴다. 사실 키보드의 키감 이런 것보다는 좀 화려한 키보드를 갖고 싶어서 제닉스사의 기계식 키보드 중에 싼 걸 하나 사서 키캡만 예쁜 색으로 갈아 끼우려고 했는데, 실수로 키를 하나 해먹는 바람에 망쳤다. AS 보내든 납땜을 하든 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중요한 자료들은 다 클라우드 상에 있고 에디터는 sublime text를 쓴다.

수학이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조승연 0

신림동 캐리가 공대생 페티쉬를 가지고 있다는 건 로켓펀치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취향은 수학 잘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림동 캐리는 수학을 지지리도 못했거든요. 수학 과외를 받고도 수능에서 수리 9등급 받은 이야기가 이글루스 구 이오공감 시절 메인에 걸리기도 했으며 대학 가서 제일 기뻤던 게 ‘이제 수학 시간이 없어!’였죠.

그래서 한때는 소개팅 조건에 ‘무조건 수학 잘하는 남자!’를 외치기도 했었는데요. 그렇게 IMO 메달리스트와 사귀고 나니 수학 자체에 대한 페티쉬는 확 줄어들더군요. 내가 여기에 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지?

아무튼 조승연님은 예전부터 여러모로 동경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도 두 번이나 친구 요청을 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IMO 메달리스트 구남친과의 인연을 계기로 조승연님과 트위터에서 DM을 나누었고 로켓펀치 개발자 인터뷰 섭외까지 따냈습니다. 제가 한때는 술을 마시고 울며 ‘연애 따위 다 부질없어!’를 외쳤었는데요. 요즘 구남친 이름 빌려서 따낸 인터뷰만 몇 개인지, 새삼 참 인생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무심한 듯 시크한 스타크래프트 공식맵 제작자 조승연님을 삼고초려해서 만나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조승연
위치: 서울
직업, 소속: 프로그래머, KnowRe
내 모바일 기기: 아이폰5, 2012년형 뉴아이패드(일명 구뉴)
SNS 주소: http://kivol.net, @kivoloid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조승연: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보통 인터뷰하면 그래도 옷장에서 제일 괜찮은 걸 입고 나오시던데 옷차림이 이게 뭔가. 티셔츠에 타이포는 다 갈라져서
조승연: 살 때부터 원래 이랬다.
신림동 캐리: 아, 빈티지….

근데 왜 이렇게 빈티지 같지가 않죠?

신림동 캐리: 예전부터 조승연님 팬이라 트위터 팔로우하고 페이스북에서 친구 요청도 하고 그랬는데 나 따위는 아오안이셨다!
조승연: 친구 요청을 받은 기억이 없다.
신림동 캐리: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응?
조승연: 여러분 이거 다 오해인 거 아시죠.

신림동 캐리: 아무튼 스타크래프트 공식맵 개발자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어째 수학 교육계에 계신다?
조승연: 정확히는 수학교육 회사에서 개발을 맡고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여기선 개발만 하시는 건가?
조승연: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고등학교 때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갔고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한때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었다. 지금의 수학교육 회사(KnowRe)에서는 CTO를 맡으며 개발자로 일한다.

신림동 캐리: 예전에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고 하시니까 말인데, 그때 올림피아드 출신이라 강남 엄마 사이에서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거액을 버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부모님 집을 사드렸다고?
조승연: 그랬으면 좋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신림동 캐리: 그럼 그냥 소문에 불과하다?
조승연: 조금 보태드리긴 했으나 그게 거의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한 비율이다.

전국의 자식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부모님께 집 사드린 거 아니라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 인터뷰니까 꾸준 질문 나가실게요. 난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조승연: 딱히 도구를 타는 스타일은 아니다.
신림동 캐리: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이건가.
조승연: 아니 그건 아니고 텍스트 에디터도 vi든 서브라임이든 메모장이든 주면 알아서 주섬주섬 어떻게든 쓰고 터미널도 당장 정 궁하면 아이패드로도 불편하지만 꾸역꾸역 일한다. 근데 구글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저번에 출장 다녀오며 비행기에서 코딩을 좀 하려고 했다. 근데 인터넷이 안 되니까 구글도 못 들어가고 막막해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신림동 캐리: 구글 안 되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조승연: 내가 인터넷에서 찾은 코드를 컨트롤 C+V 하는 건 아닌데, 코딩할 때 꼭 문서를 찾아봐야 하는 편이다. 구글이 없으니까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에서 함수에 변수 쓰는 순서도 헷갈리고 pseudocode 이상 쓰기가 어렵더라.
신림동 캐리: 그런 걸 디지털 치매라고 하나?
조승연: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근데 웬만한 건 굳이 머리에 기억해놓지 않는 편이다. 뇌의 기능을 기억 대신 판단에 몰빵하는 거지!

신림동 캐리: 또 도구 하니까 말인데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모자 쓰고 계신 프로필 사진을 너무 오래 쓰셔서인지 지금의 모자 쓰지 않은 모습이 낯설다.
조승연: 평소에는 모자 잘 안 쓴다.

홍대에서 4만 원 주고 구입한 본인 소장품이라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그 프로필에 쓴 모자가 유난히 조승연님과 너무 잘 어울렸다. 마치 모자가 뇌를 조종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쟤 마음에 안 들어. 빨리 트위터에 까봐.’ 이럴 것 같은 모자다.

신림동 캐리: 자, 그러면 스타크래프트 공식맵 이야기로 넘어가자. 당시에 일개 대학생이셨잖는가.

제가 생각하는 평범한 컴공과 학생의 이미지는 이렇습니다.

신림동 캐리: 근데 어쩌다 평범한 컴공과 대학생이 스타크래프트 공식맵 작업을 하게 됐는지?

조승연: 아니, 난 컴공과 아니고 난 전기과 출신이다. 거기다 수학을 복수전공했다. 아무튼 그 이야기는 대학교 1학년이던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스타크래프트는 남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였고 나 역시 열심히 스타를 즐기는 대학생이었다. 게임을 직접 하는 건 물론 게임방송도 챙겨봤다. 그러다 2003년 말에 온게임넷에서 맵 공모전을 열었다. 그래서 맵을 하나 만들어볼까 하고 처음으로 한 번 그려봤는데 당시에 온게임넷에서 맵 담당하시던 변종석 씨가 내 맵을 굉장히 좋게 봐주셨다.

신림동 캐리: 여기서 포인트는 ‘처음으로 한 번 그려본 맵’인가…. 계속 이야기해봐라.
조승연: 그래서 그 공모전 결과와 관계없이 같이 일해보자고 이야기가 됐고 05년쯤에는 온게임넷에서 지원해 맵제작팀을 따로 만들게 됐다. 그 이후에는 온게임넷뿐만 아니라 스타 협회와도 일하고 그러다 내 개인적 업무가 바빠져 09년쯤에 그만뒀다.
신림동 캐리: 송창규님은 한스타 만들고 블리자드에서 스카웃 받으셨다는데 조승연님은 그런 거 없나?
조승연: 없다.

신림동 캐리: 나는 지금 이렇게 조승연님처럼 내가 평소 좋아하던 분과 인터뷰하면 굉장히 즐겁고 때로는 감격스럽기도 하다. 조승연님도 자신이 만든 맵에서 경기가 치러지면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다. 그중에서 ‘아 이건 내가 봐도 뿌듯하다. 명경기다.’라고 생각한 경기가 있다면?
조승연: 워낙 많은 경기를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딱 하나만 뽑으라면 So1 스타리그 때 4강에서 오영종 선수와 최연성 선수가 ‘815’라는 맵에서 붙은 적이 있다.

조승연: 거기서 오영종 선수가 3셔틀 3리버 3드라군 둠드랍으로 단 한칼에 상대를 제압했다. 그 맵을 만든 나조차도 상상 못 한 기술이라 전율이 일었다.
신림동 캐리: 원래 상상 못 한 일이 막 일어나는 게 스타 아닌가?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조차도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저런 걸 할 수 있다니!’ 하며 감탄했다지 않나.
조승연: 왜냐하면 나는 맵을 만들 때 꽤 많은 날빌(날카로운 빌드, 주로 1회성 전략)을 시험해보며 너무 강한 전략이 통하는가를 테스트하곤 했다. 꽤 철저하게 테스트한 덕분에 실제 스타를 할 때 누구랑 하더라도 어느 정도 날빌로 상대가 가능했었고…. 아, 물론 지금은 까먹었다. 아무튼 그런데 저 전략은 저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그런 전략이 중요한 경기에서 멋지게 등장하고 또 마무리되는 데서 쾌감을 느꼈다.
신림동 캐리: 마치 재벌 2세가 뺨을 맞고 ‘날 때린 건 니가 처음이야.’라고 하는 것 같군.
조승연: 그건 아닌데 아무튼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내가 생각 못 한 무언가가 일어나는 걸 좋아한다. 코드라든가 아이디어라든가, 하다못해 그게 드립이더라도 말이지.

제가 조승연님과 동시에 알고 있는 구남친을 디스했을 때 그런 드립은 훌륭하다고 평가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신림동 캐리: 지난 대선에서의 한국 정치 지형을 테란맵에 비유하신 적이 있다.
조승연: 그렇다.
신림동 캐리: 박근혜 정부가 1년을 보낸 상황에서 저그 혹은 프로토스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
조승연: 맵의 불리함이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기려면 뉴메타를 개발해야겠지. 과거에 노무현 대통령 역시 그 뉴메타의 하나였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뉴메타를 안철수 의원이라고 보는 것 같더라. 지금은 뉴메타가 나타나도 쉽지 않을 정도로 더 불리해졌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라는 부류가 흔히 말주변 없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에 비해 조승연님은 글을 잘 쓰실뿐더러 실제로도 상당히 달변가시다.
조승연: 달변가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신림동 캐리: 아이고, 이렇게 또 겸손하시고…. 안 어울리시게….
조승연: 아니, 정말이다.
신림동 캐리: 역시 그 모자를 써야 키보드 워리어가 되는 건가? 아무튼 그런 능력으로 인한 장점 및 단점은 뭔가?
조승연: 글은 매체 같은 곳에 제대로 된 걸 써본 적이 없어서 뭐라 얘기하기가 좀 그렇다. 다 SNS에서 하는 키워질이지.
신림동 캐리: 그럼 키워질에서 이긴 병신이 되는 비법이나 말해봐라.
조승연: 일단 맞는 쪽에 서야 한다. 진중권 씨 키워력의 30% 정도는 이 판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맞는 쪽에 서서 당연한 얘기를 약간 참신해 보이게 설명하면 된다.
신림동 캐리: 참신해 보이게?
조승연: 예를 들면, A→B→C→D 순서로 논리전개가 될 때, C→D를 얘기하고 A→B를 얘기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B→C를 이어버리면 괜히 뭔가 새롭게 보이거든. 어떻게 보면 사기지. 아, 이거 영업 비밀인데….
신림동 캐리: 그러게, 이렇게 귀중한 팁을 주실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내가 그렇게 싫지는 않은가보다. 근데 왜 페이스북에서는 친구 요청을 두 번이나 거절했을까?
조승연: 진짜 난 못 봤다니까.

신림동 캐리: 최근 트위터에서 인물 평가를 하고 계신데, 나에 대해서도 누가 평가해달라고 익명으로 올려놨더라?
조승연: SNS에서는 비련의 여주인공 컨셉으로 나가시는 것 같은데 그거 버리고 딱 1년만 연애 안 하고 버텨봐라. 그러면 지금보다 더 멋지고 매력적인 여자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인터뷰에 나가지는 않겠지만, 아까부터 우리 많은 인물들을 디스하고 있잖는가. 인물에 대한 평가나 판단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좀 더 고평가하게 됐다.

CTO로서 조승연님의 가치관과 카와이이한 수학 이야기는 수학이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조승연 1에서 계속됩니다.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3호 1

이 인터뷰는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3호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편이라 생겼던 황당한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해주세요.
여자 3호: 결혼하고 맞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였어요. 여느 신혼부부처럼 저희도 사람 많고 정신없는 바깥보다는 신혼집에서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죠. 음식을 준비하고 양초 켜고 와인잔을 세팅하고 여기까지는 평범했어요. 근데 와인을 마시면서 보려고 영화를 다운로드 받았는데요. 다운로드하는 몇 분 동안 잠깐 휴대폰으로 게임을 했어요. 근데 정신 차려보니 새벽 2시더라고요. 결국 그때 받은 영화는 아직도 못 보고 있어요.

여자 3호의 남편분은 국내 굴지의 게임 스타트업 회사 개발자이십니다. 신상 정보는 여기까지!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편과는 어떤 부분 때문에 많이 싸우세요?
여자 3호: 제 남편은 어떤 결정에도 논리와 근거가 타당해야 납득하는 것 같아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이과 남자는 논리와 근거로 움직여요. 특히 명분에 약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자 3호: 부부 사이의 문제에 있어 본인이 납득하면 쉽게 승낙하는데,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면 끝까지 파고들어서 따져요. 평소엔 둘 사이에 거의 트러블이 없는데 가끔 의견이 서로 달라 다투게 되면 아주 끝까지 가요.
신림동 캐리: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만약에 예를 들어서 제가 가방을 사겠다고 하면 ‘가방이 있는데 왜 또 사?’라고 하거든요. 그때 ‘그 가방은 예쁘니까 사고 싶어.’라고 하면 말리죠. 하지만 ‘여행을 가야 하는데 적당한 사이즈의 가방이 없어. 게다가 그 가방은 방수 처리가 되어 있어서 우기인 그 지역에서도 내 물건을 지켜줘.’라고 하면 넘어가요.
여자 3호: 그쵸. 개발자가 모든 일에 논리와 근거를 들이대는 건 ActiveX와 익스플로러를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신림동 캐리: 그런 주제에 자긴 필요없는 물건을 뽐뿌에서 막 충동구매하면서!

신림동 캐리: 근데 여자 입장에서 남자 개발자가 연애 대상으로 좋은 점이 있을까요?
여자 3호: 딱히….
신림동 캐리: 굳이 찾으면요?
여자 3호: 내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
신림동 캐리: 그건 아예 안 사귀면 더 많잖아요!
여자 3호: 아, 코딩과 덕질의 대상 외에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것 정도네요.
신림동 캐리: 그러면 왜 남자 개발자가 연애를 못 한다고 생각하세요?
여자 3호: 코딩과 덕질의 대상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영원히 고통받는 개발자의 연애입니다.

신림동 캐리: 아무튼 그래서인지 개발자는 직업 성비로나 주변 환경으로나 본인 성격으로나 연애하기 어려운가봐요.
여자 3호: 제 주변만 봐도 연애가 쉽지는 않아보이더라고요.
신림동 캐리: 결혼한 위너 입장에서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에게 연애 조언을 해준다면?
여자 3호: 무엇보다도 여자친구를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여자 3호: 자주 못 본다고 해서 외로운 게 아니고 주구장창 붙어 있다고 해서 안 외로운 게 아니거든요.

여자 3호가 가르쳐주는 이렇게 하면 당신의 여자친구가 덜 외롭다!

1. 우선순위가 높다고 느끼게 해주세요. 데이트하다 회사에 불려가더라도, 약속 있었는데 붙잡혀 야근하더라도, 실제로 물리적인 우선순위는 일이 훨씬 높더라도, 마음의 우선순위는 여자친구가 0순위라고 느낄 수 있게 말해주세요.

2. 그걸 여자친구에게 표현하세요. 표현해서 이해시키세요. 나는 너를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네가 나한테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고 말하세요.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고도요. 그걸 잘 표현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마음을 말로 전달하지 않으면 상대는 절대 알지 못해요. 다시 말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3. 표현하고 또 표현하세요. 표현이 주는 감동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아요.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갱신해줘야 해요. 뭐가 이렇게 번거롭나 하실 텐데 꼭 닭살 돋는 애정표현을 하라는 게 아니고요. 담배 피우러 나갈 때, 화장실 갈 때, 틈틈이 문자나 전화 한 통씩이라도 넣으면 돼요. 일상 속에서 사소하게 하는 것들이 상대방에겐 큰 의미를 가집니다. 물론 닭살 돋는 표현은 더더욱 좋죠.

4.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여자친구의 말에 공감을 많이 해주세요. 상대방의 마음으로 많이 생각해보세요. 본인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선 가능할 수 있어요. 머리론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마음으론 가능할 수 있죠. 연애는 수학 문제가 아니라서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해 주세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건 내 마음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거예요.

신림동 캐리: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네요. 물론 살은 되면 안 돼.
여자 3호: 저는 예전에 신림동 캐리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너의 계산에는 마음이 없어!’ 짤방을 정말 좋아해요.

신림동 캐리: 이 짤방 말인가요?

여자 3호: 네, 대부분의 세상살이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잖아요. 근데 왜 연애에 논리를 갖다 대나요.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개발자 여러분은 ‘논리야 놀자’를 멀리하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가까이하세요.

여자 3호: 제가 개발자를 옆에서 보며 느끼는 게 본인이 흥미 있는 것과 아닌 것에 대한 차이가 좀 극단적인 편이라는 거예요.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타인이 같이 좋아해주고, 내가 싫어하는 것을 같이 싫어해주는 걸 원하거든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오죠.
여자 3호: 그러니까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남자친구가 관심 없을 때, ‘이 남자는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나 보다.’하고 오해할 수 있어요. 비싼 선물요? 당연히 좋아하죠.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성의에요. 명품백을 사주는 것보다 이쪽의 가성비가 훨씬 좋습니다.
신림동 캐리: 저도 어릴 때 한참 연상의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는데 잘 나가는 직업군이고 늘 바빴어요. 본인도 그게 미안했는지 계속 만날 때마다 고가의 선물을 떠안기더라고요. 특히 금붙이를요. 근데 아무리 그렇게 해줘도 1주일에 세 시간 만날까 말까 하고 전화도 잘 안 받고 기념일은 얼굴도 볼 수 없으니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래서 헤어졌어요.
여자 3호: 맞아요. 대부분 여자는 선물보다 마음을 중요시하죠.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에요. 근데 헤어지고 그 금붙이 어떻게 하셨어요?
신림동 캐리: 팔아서 쇠고기 사먹었어요.

신림동 캐리: 결론적으로 개발자와 사는 건 어떤가요?
여자 3호: 제가 다른 남자와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주변 유부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는 다 똑같아요. 남자는 애 아니면 개라고 하죠. 그래도 개발자는 확률적으로 개보다 애가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 이게 개발자와 연애하면 좋은 점이네요! 유레카!
신림동 캐리: 그렇죠. 남자가 개 같으면 곤란하거든요. 하지만 개보다 못해도 곤란하고 개보다 더해도 곤란하죠.

신림동 캐리: 마지막으로, 개발자와 사귀고 싶다거나 사귀는 여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여자 3호: 개발자 남자에게는 절대 돌려서 말하지 마세요. 대놓고 말해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게 개발자의 특성입니다. ‘둘러서 말했지만, 이 정도로 티 냈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챘겠지?’하고 여기시면 분명히 낭패를 봅니다.
신림동 캐리: 맞아요. 개발자에게는 돌직구를 날리세요!

신림동 캐리가 알려주는 개발자 남자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하세요.

니가 그렇게 잘났니?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X)
너 못생겼어. (O)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X)
한 번만 더 이러면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O)

여자 3호: 개발자는 코딩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그러니 개발자와 사귀려면 많이 이해하고 노력해야 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가르치면 배우는 속도가 빠를 거예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키우는 보람이 있죠.
여자 3호: 연애는 문과생이랑 하더라도, 결혼은 공돌이랑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왕 노력해서 키워놨으면, 남 좋은 일 시키지 말고 직접 거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자 3호의 이과남 편애는 본 사이트의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집밥, 제대로 드시고 계세요?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한 날
나는 나는 친구를 만들죠

모 어린이 프로그램의 이 로고송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어릴 적이야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만으로 옆자리에 앉았단 것만으로도 그냥 친구가 되곤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방과 후에도 늘 붙어 다녔죠. 하지만 어른이 되면 될수록 각자의 일로 바빠서 서로 신경 쓰지 못하거나 관심사가 달라지거나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친구가 줄어들게 되는데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지만 밥 한 끼 먹자고 친구와 약속을 잡는 건 번거로운 일이죠. 그렇다고 혼자 밥 먹는 것은 여전히 서먹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국내 최초이자 최대 소셜다이닝인 온라인 플랫폼 ‘집밥‘을 만나고 왔습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집밥 박인 대표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박인: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님 팬입니다.
신림동 캐리: 아니, 제가 더 팬입니다. 저번에 D.CAMP에서 뵈었죠?
박인: 기억 안 나는데요.
신림동 캐리: 그러시구나….
팬이시라면서요….

박인: 페이스북에서 글을 읽으며 어떤 분인지 궁금했어요.
신림동 캐리: 뭐 특별한 거 있겠어요.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죠.
박인: 혹시 인터뷰도 반말로 하나 궁금했어요.

설마요. 제가 그렇게까지 사회성 없는 인간은 아닙니다.
신림동 캐리: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보죠. 반말모드 ON. 일단은 집밥, 요즘 잘 나가는 것 같다.
박인: 아직 미흡한데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컨설팅 회사 출신이라고 들었다.
박인: 맞다.
신림동 캐리: PPT의 신이시겠다.
박인: 아니, 요즘은 현업에서 나온 지 좀 오래되어서 감 떨어졌다.
신림동 캐리: 강남이었나 여의도였나?
박인: 여의도였다.
신림동 캐리: 나도 여의도에서 일했었다.
박인: 진짜? 어디?
신림동 캐리: 난 에스트레뉴 30층.
박인: 아, 그 이상하게 생긴 빌딩.
신림동 캐리: 진짜 이상하게 생겼지. 여의도 하면 진주집 생각난다.
박인: 아, 진주집!
신림동 캐리: 진주집 계속 더 커지고 있다. 나중엔 여의도백화점이 진주집 될 것 같다. 진격의 진주집이다.

그렇게 여의도 이웃이었다는 것 하나로 우리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아, 진주집 맛있으니까 여의도 들를 일이 있으시면 다들 한 번 가보세요.

신림동 캐리: 컨설팅 회사, 뭐 요즘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선망의 직종 아닌가?
박인: 경영학과 졸업하고 어쩌다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매일이 야근에 최고층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기만 했다. 그러다 내가 뭐하는 짓인가 내가 PPT에 써넣고 있는 이 이야기들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만 두겠다고 했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선 뭐라던가?
박인: 처음엔 말리다가 나중에 이사님이 ‘그래, 넌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애.’라며 시원섭섭하게 보내주시더라. 그리고 놀았다. 백수가 되어서 원 없이 놀았다.
신림동 캐리: 엄마 아빠가 뭐라고 안 하시던가? 난 백수 때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만 먹어도 엄마한테 ‘백수 주제에 입은 살아서! 물이나 마셔!’라는 구박을 들었었다.
박인: 부모님은 외국에 나가서 일하고 계신다.
신림동 캐리: 아, 완전 살판났겠구나.
박인: 아니다. 혼자 산지 10년 차여서 그런지 ‘집밥’을 잘 먹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우리가 먹는 밥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아침에는 후다닥 대충 때우고, 점심은 긴 줄을 서서 겨우 먹거나 밖에서 업무차 아무 거나 먹고, 저녁은 야근하기 위해 먹잖아. 문득 이건 식사라기보다는 사료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그 기분이 참 싫더라. 그렇지 않나?
신림동 캐리: 난 뭘 줘도 잘 먹는 편이다. 그럼 박인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식사는 어떤 모습인가?
박인: 한 끼를 먹더라도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고 싶었다. 근데 일단 난 혼자 살고 마침 남자친구도 없고 친구들은 다 바빴다. 회사도 그만둔 상태이다 보니 더더욱 식생활이 피폐해져만 갔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다운 식사가 그리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옆집에서 카레 냄새가 나길래 무턱대고 가서 밥 좀 달라고 했다.
신림동 캐리: 그거 주거침입 아닌가?
박인: 그건 아니고 평소 인사 정도 하는 옆집 할머니셨는데 흔쾌히 카레를 나눠주셨다.
신림동 캐리: 아직 세상이 살만하구나. 그래서?
박인: 그걸 SNS에 올렸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은 거야.
신림동 캐리: 모니터에서 사람 냄새 나네요.
박인: 그래서 그걸 시작으로 페이스북 이벤트를 하게 되었고 그게 발전해 ‘집밥’이 됐다.
신림동 캐리: 어떻게 보면 그날 옆집 할머니가 카레를 만들지 않으셨더라면 집밥은 없었겠다.
박인: 그럴지도.
신림동 캐리: 그래서 그 할머니 댁엔 자주 가나?
박인: 그 이후로는 안 갔다.
신림동 캐리: 너무하잖아….

신림동 캐리: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좀 있을 것 같다.
박인: 집밥 모임은 주제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이는데, 그러다 보니 서로 취향이 비슷하고 솔로인 남녀들이 만나 많이들 사귄다. 커플 탄생은 이제 흔하고, 집밥에서 만나서 결혼까지 하신 분도 있다. 집밥을 정식으로 운영한 게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는데 벌써 그 사이에 결혼하거나 결혼을 눈앞에 두고 계신 커플이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매우 뿌듯하다.

집밥은 사랑을 싣고!
신림동 캐리: 사실 나도 솔로일 때 너무 외롭다 못해 집밥을 통해 남자를 만나보려고 했었다.
박인: 나가보시지 그러셨나.
신림동 캐리: 그때 아는 남자와 집밥 사이트를 보며 ‘별별 모임이 다 있네. 나도 나가볼까?’ 했었는데 지금 그 지인과 사귀고 있다.
박인: 나 빼고 다 커플이지. 정작 나는 집밥에서 커플을 만들어주며 외롭게 살고 있다.

송창규님은 로켓펀치와 인터뷰한 이후로 소개팅이 쇄도하고 있다 말씀하셨습니다. 박인 대표님도 좋은 소식 기대해봅니다.

신림동 캐리: 아까도 말했지만, 집밥은 참 다양한 모임이 많은 것 같다. 취미 모임도 있고 봉사 모임도 있고 심지어 단체 미팅도 있더라. 대표로서 자랑할만한 집밥의 이벤트와 모임을 소개하면?
박인: 집밥에는 정말 집에 가서 밥 먹는 모임이 간혹 있다. 외딴 사람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나. 실제로 몇몇 분들이 하고 있는데 반응이나 후기도 정말 좋다.

신림동 캐리: 앵콜 어쩌고 하는 모임들은 뭔가?
박인: 인기 있거나 반응이 좋은 모임들은 다시 열린다. 그런 걸 앵콜 모임이라고 한다. 현재 와인 모임이나 직장인 점심 모임은 20차 수 넘게 모임을 연달아 하시면서 나름의 팬클럽을 만들어나가고 계신다. 모임을 계속 개최하시는 분들은 나름의 명성을 쌓아가시다가 강연자로 성장하셔서 출강까지 하시게 되었다 들었다. 또한, 집밥이 현재 서울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자발적으로 타 도시들, 부산, 대전, 대구, 전주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모임들이 생성된다. 이때까지 집밥 모임 참여하러 서울까지 원정 오시다가 이제 자신의 주거지에서 모임을 만드신다면서 만드시는데 그 모임들이 성공하면서 지방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림동 캐리: 근데 여기서 잠깐, 왜 사람들이 처음 보는 타인과 밥을 먹고 싶어할까? 난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싫고 밥 먹는 건 더더욱 싫어서 이해가 잘 안 간다.
박인: 타인과 단지 밥을 먹고 싶어서 만나는 건 아닐 거다. 현재의 사람들과의 비즈니스적인 식사자리, 취향을 공유할 수 없는 식사자리가 싫어서 집밥에 온다고 생각한다. 다들 취향이 있고 이를 공유하고 싶은데 회사 동료와 그걸 나누긴 좀 그렇잖아.
신림동 캐리: 그렇지. 회사 사람들이랑은 사장님 욕이나 하는 거지.
박인: 집밥에선 공통의 주제가 있고 관심사가 있다.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나오는 게 아닐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모임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1인 가구가 전체인구의 24%나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통의 필요성과 관계 형성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죠. 소셜다이닝 집밥에는 ‘따뜻한 집밥’과 같은 다양한 모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이 혼자 밥 먹어본 최고의 레벨은?
박인: 신림동 캐리님은 어디까지 해보셨는가?
신림동 캐리: 전 여대 출신에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아웃백도 혼자 잘 간다. 혼자 가면 빵 많이 줘서 좋다.
박인: 난 그것보단 저렙이다. 집에서 무한도전 보면서 밥 먹는 정도? 밖에서는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외에는 없다. 편의점 라면 먹기도 안 해봤다. 그냥 밥 혼자 먹느니 굶고 만다.
신림동 캐리: 내가 그런 체질이었으면 매우 날씬해졌을 텐데 아쉽다.

제가 어릴 때 엄마가 어디서 사주를 봤는데 점쟁이가 저더러 1월 허허벌판에 버려놔도 잡초 뜯어 먹으며 살아남을 인간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집밥을 운영하며 시스템적으로 힘들었던 일은?
박인: 사람이 만나는, 개인이 만나는 모임 플랫폼이고,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서비스이다 보니 초반에 특히 이해를 못 하시고 문의사항들이 많았다. 수동으로 전화로 이메일로 응대하는 부분이 많아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초반에 힘들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자동화를 시키고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들을 정리해두어서 개선되었다.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집밥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니 리뉴얼했던데 뭔가?
박인: 집밥 사이트를 반응형 웹으로 리뉴얼했다! 모바일 결제도 된다!
신림동 캐리: 반응형 웹이라고?
박인: 사용자의 다양한 환경에 웹 페이지가 레이아웃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모든 디바이스에서 최적의 상태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다.

집밥이 이번 리뉴얼을 통해서 국내에서 아직 그 사례를 찾기 힘든 최첨단의 ‘반응형 웹’ 사이트가 됐다는 걸 강조해달라 하십니다. 그렇다고 하십니다. 반응형 웹이 뭔지 궁금하시면 집밥 사이트 들어가 보시면 됩니다.

신림동 캐리: 생각해보니 내가 여자만 인터뷰하는 일은 처음인 것 같다.
박인: 여자를 싫어하는 거 아니셨나?
신림동 캐리: 그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박인: 남자만 노린단 이야기를 들었다.
신림동 캐리: 그랬으면 내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회사 다녀야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튼 여자 CEO로서 느끼는 장단점이 있다면?
박인: 남자 CEO와 다른 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꼬집어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굳이 말하자면?
박인: 딱히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우리 집밥은 다른 회사와 이런 점이 다르다?
박인: 구성원들에게 완벽한 근태의 자유를 허용한다. 대표가 가장 나이가 어리기에, 구성원들을 대표가 모시고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출퇴근 시간은 물론 업무장소, 모두 가장 구성원들이 가장 효율, 효과적인 방식으로 선택하시게끔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재택근무하시기도 하고, 영업이나 외근하시는 경우에도 회사 복귀 의무나 보고의 의무도 딱히 없다.
신림동 캐리: 회식은 하나?
박인: 회식은 집에서 삼겹살이나 오리를 구워먹으며 집밥 회식을 한다. 훨씬 맛있게 양질의 고기를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기에 다들 만족한다.
신림동 캐리: 그거 뒤처리할 때 힘들지 않나?
박인: 물론 힘들다.

저는 어머니로부터 고기와 튀김은 사서 먹는 게 진리라고 배웠습니다.

신림동 캐리: 박인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집밥’의 힘은 뭔가? 난 어머니가 음식 만들기를 싫어하셔서 솔직히 집밥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박인: 우리 어머니도 음식 만들기를 즐기진 않으셨다. 우리 집도 외식이 잦았다. 집밥의 힘은 그 밥이랑 반찬이 맛이 대단히 있어서가 아니다.
신림동 캐리: 그럼?


박인: ‘식구’란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근데 점점 그 뜻이 무색하게 한 집에서도 다 같이 밥 먹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간다. 사회 나가서 같이 밥 먹는 건 식사라기보다는 비즈니스 미팅이나 끼니를 때우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맞아.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이제 좀 무색하다.
박인: 우리 ‘집밥’은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새로움을 원하고 공감대 형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랄까. 사람이 고파서 집밥에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채우고, 즐거움과 새로움을 얻고자 능동적으로 삶을 즐기는 분들이 집밥에 찾고 계신다. 앞으로도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할 때 생기는 소통과 공감의 힘을 같이 채워나가고 싶다.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1

이 인터뷰는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요즘 개발자가 외국에 많이 나가는 추세다. 송창규님은 외국으로 나갈 생각해본 적 없으신지?
송창규: 왜 없겠나. 근데 한국에서는 일 못 해먹겠다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좀 더 큰물인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은 막연한 로망이 조금 있어서 한때 미국취업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근데 마침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주식을 주는 바람에 진행 중이던 걸 취소하고 남았다.
신림동 캐리: 오, 스톱옥션. 그 이후로 주식은 어떻게 됐나?
송창규: 폭락한 주가 엔화와 함께 쪽박진행형이다.

신림동 캐리: 한스타에 블리자드는 반응이 없었나?
송창규: 있었다.
신림동 캐리: 오, 스카웃인가 아니면 소송 협박인가?
송창규: 일단 당시 스타크래프트 배급사였던 한빛소프트에서 내게 “다른 게임도 한글화해보지 않겠느냐?” 하고 연락해왔다. 배울 게 많겠다 싶어서 알바로 GK3, Worms World Party 3 등의 게임을 한글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림동 캐리: 오, 흥미진진한데?
송창규: 회사 담당자가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신림동 캐리: 오, 더 흥미진진한데?
송창규: 한빛소프트가 블리자드와 연락하다 한스타 이야기가 나왔는데, 블리자드 측에서 한스타 개발자 연락처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빛소프트가 회사 체면도 있고 혹시 널 데려가려는 것일 수 있으니, 우리 회사 소속 프로그래머인 것처럼 말하고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을 건데 괜찮겠냐는 거다.
신림동 캐리: 뭐 이래?
송창규: 지금 생각하면 좀 황당한데 적어도 내게 말해주긴 했으니 무척 솔직하긴 했던 것 같다. 그땐 나도 별 생각 없이 순진하던 때라 그러시라 했었다.
신림동 캐리: 좀 아쉽겠다.
송창규: 지금도 가끔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신림동 캐리: 내가 요즘 ‘응답하라 1994’를 보고 있는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더라.

송창규님이 뒤늦게 정신 차리셨다고 하니 블리자드 본사는 이 인터뷰를 보시면 미워도 다시 한 번 연락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한스타 만들었다고 하면 남자들은 다들 ‘오!’ 하면서 보는 눈이 달라질 텐데, 개발자라는 게 여자한테 쓸모있는 경우도 있던가?
송창규: 의외로 있다.
신림동 캐리: 정말 의외다.
송창규: 하이텔 나우누리 시절에 고등학교에서 Multi-user BBS를 운영했었다. 당시 빠져있던 머드게임을 모티브 삼아 대화방에서 ‘/던져’라거나 ‘/공격’ 같은 액션 기능을 만들었는데, 그러다 ‘/영희’ 같은 커맨드로 사람마다 개성 있는 액션도 만들었다. 운영자의 권력을 과시하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비기였다.
신림동 캐리: 권력의 꿀맛은 달콤하지.
송창규: 또 내가 키보드 단축키만 쓰는 편이라 컴퓨터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조작 화면이 빠르고 현란한 편인데, 여자가 노트북이나 컴퓨터 느리다고 투덜댈 때 원격으로 접속해서 현란하게 최적화해주면 눈빛이 바뀌곤 했다.
신림동 캐리: 나도 요즘 노트북이 느린데 포맷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송창규: 남자친구분이 개발자 아니신가?
신림동 캐리: 맞는데 내 노트북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다. 거긴 소돔과 고모라여. 아무튼, 또 없나?
송창규: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짝사랑하는 아이의 생일이 궁금해서 싸이 프로필 페이지를 보려고 하는데 생일이 비공개였다. 그래서 생일을 보자! 하고 뜯어봤는데 비밀번호가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게 뭐여!
송창규: 믿지 않겠지만, 그 비밀번호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신림동 캐리: 그걸 누가 믿나!
송창규: 정말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그 외에 넥슨에서 일하며 게임 캐시 3만 원이 나오는 계정을 마비노기 하는 친구에게 쓰라고 주고, 쿠폰이 나올 때마다 주변에 뿌렸지만 다들 남자였다고 하십니다. 아마도 여자에게 작업걸 때 유용하게 썼겠죠.

신림동 캐리: 넥슨에서만 15년 계셨다고 들었다. 아까 외국 나가려는 계획도 있으셨다는데 마음에 드는 실리콘밸리 회사는?
송창규: 미국 회사라고 한다면 Google, Amazon, Apple, Blizzard, Netflix다. 양보하지 않는 퀄리티, 뛰어난 인재 확보력, 자신들만의 가치와 철학을 갈고 닦아 빛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한국에서 호감 가는 IT 회사는?
송창규: 돈벌이가 당연히 베이스가 되어야겠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가치로 prioritized 되고 align 된 회사들이 좋다. 예를 들면 우아한형제들, 프로그램스, 카카오 같은?

신림동 캐리: 요즘 후배 개발자들의 역량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
송창규: 게임업계의 개발자 후배들을 보면 개발자로서의 역량에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낀다. 이런 아쉬움은 세대 간 다르게 겪은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없이 개발하던 우리 때와는 환경 자체가 많이 다르기도 하고. 주어지는 것 이상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며 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아쉬움과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데, 이건 스스로 무언가 할 여지를 없애버리고 쥐여주기만 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몇 점인가?
송창규: 10년쯤 전에 이 질문을 들었다면 90점이라고 대답했을 거다. 근데 어느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고 나서는 절대적인 코딩량이 많이 줄어 개발자로서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떨어졌다. 지금은 50점?

신림동 캐리: 그렇다면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송창규: 글쎄다. 요즘은 개발자라도 Technical Director/Architect 같은 역할에서부터 하드코어 엔지니어링까지 그 역할과 영역이 아주 넓어졌다. 그래서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포지션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고 본다. 그래도 공통적인 조건을 든다면, 늘 프로그래밍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본인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개발자 아닐까? 그리고 본인이 맡고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송창규: 자극이 되고 발전적인 환경을 가진 회사.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 장기적으로 보면 밸런스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일단 Work-Life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하며, 그리고 Production-R&D 밸런스도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와 조직은 이런 균형을 이루도록 늘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이런 밸런스에 대한 안목과 고민이 적은 편인 것 같아서 아쉽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건?
송창규: 가족 같은 분위기!
신림동 캐리: 아, 그거 진짜 싫지. 난 회식 때 단합 어쩌고 하면서 같은 잔으로 30명 돌리는 회사도 다녔다니까.
송창규: 강요된 팀워크는 좋을 게 없다고 본다.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개발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되 못하는 상태에서 커뮤니케이션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납득하지 않는데 해야 하는 거 시키지 말았으면 하고 개인적으로 바란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 재능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송창규: 이 질문은 마치 인격 형성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하는 것과 비슷한데? 기본적으로 개발자의 그 얼개는 음악이나 스포츠에서의 재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에 굳이 맞춰서 말하자면 음악과 스포츠보다는 시작하는 나이가 좀 늦어도 되지만 청소년기까지는 개발자로서의 논리적 사고 틀이 갖춰져야 하는 것 같다. 근데 스포츠는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건이 점차 쇠퇴하지만, 개발자는 그에 비해 나이 들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

신림동 캐리: 개발 잘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방법은?
송창규: 개발을 잘하려면 늘 배우고 코딩해야 한다. 늘 생각하고 코딩에 ‘절대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절대시간이 뭔가?
송창규: 음악이나 스포츠나 언어나 어느 분야를 불문하고 10,00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은 기본이다.
신림동 캐리: 10,000시간을 그냥 존나 하면 존잘 개발자 되나? 카우방에서 소를 패는 것처럼?
송창규: 말 그대로 개발에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때려 박아야 한다는 거다. 분야를 불문하고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전문가들을 살펴보니 연습량이 10,000시간 이상이 되더라,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졸라 연습하라는 얘기다. 생각 없이 무턱대고 10,000시간 해서 되는 거면 회사에서 몇 년 일한 사람들이 다들 진정한 전문가 됐겠지. 10,000시간 연습하면 잘한다는 게 아니고 진정한 전문가들은 적어도 10,000시간의 연습 시간이 뒷받침되더라라는 얘기다. 일단 많이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단거지.
신림동 캐리: 그 ‘어떻게’가 뭔데!
송창규: 전문적이지 않은 단계에서 배울 때는 무언가 똑같이 따라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코드를 무작정 따라 적지 말고 적당한 프로그램을 코드 없이 똑같이 만들어보되, 이때 ‘어떤 걸 가져다 쓰지?’가 아니라 ‘이 부분은 어떻게 만들지?’라는 포인트가 하나쯤 있는 과제에 도전하는 게 좋다. 그리고 만든 걸 버리고 바닥부터 처음부터 만들어보는 게 개발자로서는 큰 경험이 된다.
신림동 캐리: 이미 만든 걸 다 버린다고?
송창규: 그렇다. 싹 버리고 바닥부터 다시 만드는 거다. 이게 프로그래머의 경험 중에서 정말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살려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만든 게 아까워서 혹은 귀찮거나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해서 바닥부터 다시 만드는 경험을 못한 프로그래머들을 자주 본다.
신림동 캐리: 나 같아도 여태 공들여 만든 걸 다 버리고 싹 새로 만들라고 하면 멘붕이 올 것 같다.
송창규: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오면 다 비우고 바닥부터 다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프로그래머로서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현재의 뼈대나 설계에 천착하지 않고 어느 시점에 설계 변경이 필요한지, 어떤 규모로 변경할 수 있을지의 감각이 생긴다. 실제로 내가 만드는 제품과 모듈의 퀄리티도 크게 올라간다.
신림동 캐리: 초심자를 위한 얘기 같진 않군.
송창규: 그렇다. 저건 어느 정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초심자들은 기본을 잘 쌓으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요새처럼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현란한 기술과 정보가 범람할수록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쌓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어쩌란 말인가?
송창규: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쌓기 위해선 알고리즘 공부와 문제풀이를 해보기를 권한다. 책으로는 구종만의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이란 책을 추천하고, 사이트로는 알고스팟을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저자 구종만님과 절친한 사이라 추천하시는 건 아닌지?
송창규: 친분을 빼고 보더라도 훌륭한 책이다. 종만아, 네 책 광고 열심히 하고 있어.
신림동 캐리: 여담이지만 구종만님과 꼭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한국 잠깐 오시는 것도 알고 있어요.

매의 눈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노리고 있는 신림동 캐리입니다.

송창규: 아무튼 개발을 잘하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그 외의 CS 전공 내용도 충실히 익히길 권한다. www.coursera.org에서도 많은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OpenCourseWare’을 검색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인 전공 공부에는 영문 Wikipedia가 가장 좋은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en.wikipedia.org/wiki/Outline_of_computer_science를 지도 삼아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글을 다양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개발에 관한 영어 지식을 접할 수 있으면 지식의 양과 퀄리티 모두 퀀텀 점프할 수 있다. 이 때문에라도 개발자는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하면서 이런 건 피해야 한다 싶은 건?
송창규: 대충 얼버무리지 마라. 명확하게 아는 것과 대충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치밀하게 구분해서 내가 이해하는 영역의 경계를 인식하고 넓혀나가는 게 중요하다. 방향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이건 개인차가 크고 스스로 잘하기 힘들다 보니 괜찮은 멘토를 만나는 방법을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 멘토가 필요하다고?
송창규: 스포츠맨에게 코치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라 본다.
신림동 캐리: 근데 알다시피 개발자 중에서는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평균 이하인 자가 많은데 멘토는 어디서 만나야 하지? 그리고 만난대도 어떻게 꼬셔야 하지?
송창규: 어차피 끼리끼리 놀기 때문에 만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둘러보면 어차피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 숱할 텐데 그 중의 한 명을 멘토로 삼으면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만났다고 쳐도 어떻게 멘토로 삼나? 밥을 사주나? 치킨을 사주나? 애원하나? 비나?
송창규: 그냥 존잘님에게 가서 ‘제가 이걸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공돌이는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신림동 캐리: 그런 특성 때문에 많은 공돌이가 여자의 숙제 셔틀이 되는구나.


신림동 캐리: 몇 살까지 개발하실 건지?
송창규: 개발은 평생 하지 싶다.
신림동 캐리: 개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솟아나는 대답이다. 그럼 개발자로서 꿈꾸는 노후는?
송창규: 돈 많은 백수?
신림동 캐리: 백수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돈 많은 백수는 삼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어떻게 돈 많은 백수가 될 건데?
송창규: 살다 보면 될 거라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아무튼 경제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늙어서도 늘 새로운 걸 찾아 즐기며 개발하는 가운데, 여유 있게 인생과 음악을 즐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롤모델이라면 에 나오는 파인만 같은 느낌?
신림동 캐리: 부디 돈 많은 백수 할아버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컴퓨터를 다룰 때는 거의 마우스를 쓰지 않고 키보드로만 조작하는 편인데 정작 키보드 디바이스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106키 삼성 벌크 키보드가 가장 최적화 모드고 집에서는 선물 받은 적축 기계식을 사용한다.

컴퓨터는 잠잘 때도 켜놓는 편이고 간단한 홈레코딩에도 욕심이 있어 저소음으로 맞췄다. 굳이 고사양은 필요 없어서 5년 전에 맞춘 컴퓨터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개인데이터는 NAS에 보관한다. 여느 공돌이처럼 처음엔 RAID5 썼지만 말 안 듣는 블랙박스 NAS에서 고생한 후 노선을 바꿨다. 단순한 게 최고다. 클라우드 활용하고 RAID1+0 써라.

회사에서는 Windows에 C++/python/C#을 쓰고 개인 작업에는 python와 함께 js를 조금 깨작거리고, Windows, Mac, Linux 옮겨가며 쓴다. 개발툴은 손에 잡히는 대로 쓴다. 윈도우에서는 Visual Studio, 윈도우 외에서는 vim을 주로 쓰고 python 개발시 interactive debugging 이 필요할 때는 PyScripter, 맥에서는 IEP를 쓴다. PyScripter는 Complete as type옵션을 꺼야 쓸만하다. ipython에 notebook도 조금씩 사용해보고 있다. 주로 게임개발과 윈도우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Win32, 3D, 서버 프로그래밍 쪽을 많이 봤었는데 최근에는 웹서비스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틈날 때 관심 갖고 보고 있다.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사이트는 스택오버플로우, 위키피디아, 알고스팟, 코세라, Y Combinator다. 개발에 참고하는 사이트는 구글, 스택오버플로우, 깃허브가 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