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폭발적인 양의 정보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기 힘들어하는 걸 넘어 피로를 호소할 정도라죠.
하지만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 막막하다고 말합니다. 남들은 어디서 정보를 알아내는지 멘토도 많고 지원까지 받아오는데, 나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어디다 물어볼 곳도 없는데다 인터넷 검색은 쓸모없는 정보만 주죠. 누구도 내게 관심이 없고 도와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에 무인도에 갇힌 것 같은 외로움마저 느끼실 겁니다. 이때 배구공 윌슨 같은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국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네오플라이센터에 찾아가 네오위즈게임즈 CTO이자 네오플라이 센터장이신 권용길님을 만나봤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권용길: 안녕하세요.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신림동 캐리: 판교 판교 소문은 들었지만 처음 와봤는데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권용길: 아직 판교 테크노밸리에 교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신림동 캐리: 건물을 둘러보니 외관이며 시설이 거의 호텔급으로 좋다.
권용길: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근데 건물에 사람이 없는 걸로도 거의 호텔 같은 느낌이다.
권용길: 우리는 ‘여백의 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직 입주 기업이 다 판교로 오지 않아서 비어 보이는 것도 있다.
시설이 어마무지하게 좋습니다. 니가 다니는 그 사무실, 그 시설이 우리 회사였어야 해. (BGM –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
신림동 캐리: 자, 그럼 이제부터 질문하겠다.
권용길: 해봐라.
신림동 캐리: 대체 네오플라이센터는 왜 생겼는가?
권용길: 응?
신림동 캐리: 요즘 카카오톡이나 SNS를 통해 스타트업에서 만든 게임이 대박을 치고 있다. 근데 네오위즈는 게임 회사잖나. 어떤 의미에서는 네오위즈와 라이벌 구도가 될 수도 있는데, 왜 스타트업을 도와주고 상생하려고 하는가?
권용길: 일단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사회 환원 사업은 아니다.
신림동 캐리: 그럼?
권용길: 최근에 게임계가 다양한 부침을 겪으면서 신규 성장 동력 사업을 모색하고 있었고 그런 기획의 일환이다. 지금 우리가 발굴해서 이렇게 키운 기업들이 나중에 네오위즈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래의 네오위즈 CEO가 될만한 사람을 찾는다고도 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뭔가 엄청난 프로젝트로 들리는데 언제부터 네오플라이센터를 준비했는가?
권용길: 이그나잇스파크의 최환진 대표님과 함께 2008년부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부터 벤처 투자, 유망 기업 입주 기회까지 제공하는 종합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기획했다. 근데 공간이 가장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그 기업이 어떻게 얼마나 커가는지 봐야 하는데, 곁에 있으면서 긴밀하게 서로 도와줄 만한 기회가 잘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판교 사옥이 생기면서 독립된 사무 공간을 갖게 됐다.
신림동 캐리: 그래서 인제야 본격적으로 투자하게 된 건가?
권용길: 네오플라이센터가 생기기 전에도 투자는 해왔다. 판교 사옥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소규모 회사들에게 투자할 수 있게 된 거다. 어떻게 보면 네오플라이 자체도 스타트업인데, 입주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싶다. 파트너 관계로서 서로 윈윈할 모델을 찾아가고 싶은 거다.
신림동 캐리: 이런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D.CAMP나 프라이머에 비해 별로 안 알려진 것 같다.
권용길: 저희가 잘못한 점 중의 하나다.
신림동 캐리: 네오플라이센터가 생긴지 반년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근데 공식 홈페이지도 없고 기사를 찾아봐도 정보가 많이 없더라.
권용길: 말씀하신 대로 홍보가 잘 안 됐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다. 좀 더 페이스북 기능을 강화하거나 따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내부를 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림동 캐리: 아직 공식 홈페이지도 없다니 너무하는 거 아닌가?
권용길: 솔직히는 공식 홈페이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우리가 전달할 메시지가 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다. 홈페이지를 잘 만드는 것보다는 우리가 발굴한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저절로 네오플라이도 알려질 거라 생각했다.
신림동 캐리: 근데 입주 조건이나 프로세스 정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줘야 더 많은 스타트업이 네오플라이에 접근할 수 있을 거 아닌가?
권용길: 네오플라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놨다.
신림동 캐리: 근데 페북도 너무 관리가 안되잖? 그리고 페이스북은 타임라인이라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묻히잖?
권용길: 그래서 페이스북 상단에 그 게시물을 고정해놨다.
신림동 캐리: 판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권용길: 난 대체로 다 괜찮다. 80%는 만족한다. 길거리가 깨끗하고 맛집도 많고 해서 지내기 좋다. 주차 공간이 좀 부족한 편이긴 한데 지금 각 회사마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신림동 캐리는 버스도 택시도 오지 않는 허허벌판에 20분간 서 있었습니다. 이제 판교를 신이 버린 땅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근데 다음 주 월요일에 또 판교에서 인터뷰가 있네요.
신림동 캐리: 네오플라이센터의 입주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고 들었다. 합격의 팁을 좀 알려주신다면?
권용길: 면접의 기술 같은 건가?
신림동 캐리: 그래, 그런 숨겨진 조건!
권용길: 그런 건 진짜 없는데?
신림동 캐리: 없다고만 하지 말고 생각해봐라.
권용길: 심사위원 중에서 한 사람의 마음에는 확실히 들면 좋다는 것 정도일까? 그게 자신이 가진 서비스일 수도 있고 인간적 매력일 수도 있다. 심사위원 한 명이 강하게 밀고 나가면 그 사람이 멘토가 되어 계속 관리하는 구조다. 심사위원도 제각각 성향이 다 다르니까 ‘이러니까 잘 뽑힌다!’라고 말하긴 좀 힘들다. 굳이 말하자면 네오위즈 게임을 좋아해야 하나? 이건 농담이고, 이전에 실패든 성공이든 경험이 있으면 유리한 편이다.
신림동 캐리: 한마디로 일반적인 스펙보다는 필이 꽂히는 게 중요하단 건데, 이건 며느리 뽑는 방식 아닌가? 한마디로 시어머니 마음에 드는 게 최고라는 거?
권용길: 80%의 경우는 거의 의견이 같다. 가끔 그렇게 심사위원 한 명이 어디에 꽂혀서 ‘내가 이 팀을 책임지겠다.’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신림동 캐리: 다른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역할은 흔히 생각하듯 성공을 가속화하는 것보다 실패를 가속화하는 거다.’라고 하셨다.
권용길: 그렇다.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평균이 실패고 성공이 아주 극소수라고들 한다. 최근 스타트업 붐으로 하루에도 몇백 개 스타트업이 생겨나지만 살아남아 엑시트(투자회수,Exit)한 기업은 아주 손에 꼽을만하다.
신림동 캐리: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권용길: 일단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환영받을 확률이 예전보다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 정말 성공을 알 수 없는 시장이다. 우리 같은 대형게임 개발사조차도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스타트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 95% 이상은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신림동 캐리: 될 수 있으면 스타트업 시작하지 말란 소린가?
권용길: 그건 아니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인디언의 기도가 영험해서가 아니라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하니까 그런 거다. 우리는 그렇게 성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런 성공까지 겪게 될 고통의 시간을 덜 힘들게 해줄 수 있는 게 우리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여자가 제일 싫어하는 남자의 병이 오빠병, 나쁜 남자병과 더불어 사업병이라고 한다. 맨날 사업한다며 밑천 말아먹는 남자를 피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권용길: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가 사업하면 큰일나지!
네오플라이센터에는 마이리얼트립, 아이엠컴퍼니, 가치온소프트 등 12개 업체가 입주해 있습니다.
신림동 캐리: 요즘 D.CAMP라거나 프라이머라거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재단이 있다. 네오플라이센터가 내세우는 입주 혜택은 뭔가?
권용길: 일단은 입주하면 건물 관리비가 없다. 관리비 정도는 받는 곳도 있거든. 네오플라이센터는 그냥 다 지원한다.
신림동 캐리: 오!
권용길: 그리고 무엇보다 밥이 맛있다. 여기 들어온 네오플라이센터 가족들이 한결같이 밥 맛있다고 말한다. 현재는 식사 쿠폰과 음료수 쿠폰도 입주 기업에게 지원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판교에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서 그냥 여기서 먹을 수밖에 없다고 하던데?
권용길: 아니다. 진짜 우리 식당 맛있다. 꼭 먹어봐라.
그래서 먹어봤습니다. 진짜로 맛있네요. 다음에도 구내식당 있는 회사에 가면 ‘여기 밥이 별로라면서요?’라는 말을 꺼내 밥을 얻어먹어야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우리 로켓펀치 사이트가 스타트업 채용을 돕는 곳이지 않나. 벤처를 인터뷰하면 제일 힘든 부분이 인재 모으는 거라고 한다. 인재는 유학 가거나 대학원 가거나 자기 사업을 하지 스타트업에 잘 안 온다고 말이다. 인재 꼬시는 방법을 좀 알려달라.
권용길: 이건 정말 극비인데?
신림동 캐리: 제발 좀 알려주십시오.
권용길: 주변을 봐도 그렇고, 내 경험에도 보면 학교 후배를 잘 꼬드겨야 한다. 후배는 평소에 밥 사주고 가끔 치맥 사주고 동아리에 PC 사주고 그런 선배를 좋아하게 되어 있다, 요즘 그래서 막 학교에 찾아가 애들 밥 사주고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다 괜찮다 싶은 인재가 있으면 꼬드긴다. 이런 작전이 요즘 하반기 들어서 효과를 맺고 있다.
신림동 캐리: 역시 치맥 앞에 장사 없다!
신림동 캐리: 매일 수많은 스타트업을 보고 만나실 것 같은데, 이런 점이 안타깝다고 생각하시는 부분 있나?
권용길: 많지. 아까 네오플라이센터 면접 비결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개인적으로는 뭔가 완벽한 모습보다 살짝 비어있어서 네오플라이가 채워줄 수 있는 걸 좋아한다. 사람 좋고 돈 잘 벌고 기술도 좋고 그러면 그들 스스로 잘 되게 두어야지. 근데 구멍이 너무 많거나 구멍만 있는 경우를 본다. 열정만 있다든가 돈만 있다거나 기술만 있는 스타트업 말이다. 그렇게 밸런스가 맞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밀고 나가는 걸 보면 안타깝다.
신림동 캐리: 그럼 반대로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이런 점이 다르다거나 이래서 성공할 줄 알았다 하는 케이스는 있나?
권용길: 아까 이야기했는데 실패하더라도 계속해서 가는 회사? 스타트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작게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너무 크게 시작하면 실패했을 때의 데미지가 크잖나. 시작에 대한 겸손과 스몰 사이즈 창업은 네오위즈의 정신이기도 하다.
신림동 캐리: 잃을 게 없으면 무서울 게 없다고도 하지.
권용길: 시작이 작아서 조그마한 성공 케이스가 나오면 창업자와 멤버 모두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올해 시작한 네오플라이 3기가 아직은 씨앗 뿌리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조그맣게라도 성공의 싹이 튼다면 우리 안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시작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