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뉴스] 원자 크기 수준의 ‘3D프린팅’ 시대 오나

고효율 태양광 전지 생산 위해 나노급 3D프린팅 연구 착수

독일 연구팀 “처음부터 필요한 모양으로 반도체 적층 제조”

모든 물질은 원자(原子, atom)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고,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고 말할 수 있죠. 이와 같이 가장 기초적이고 작은 단위인 원자 크기 수준에서 3D 프린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실제로 독일의 한 대학에서 이러한 원자 단위 3D 프린팅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원자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독일 뉘른베르크 소재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교(Friedrich Alexander Universität)에 따르면 이 대학의 줄리엔 바흐만(Julien Bachmann) 교수 연구팀은 고도로 효율화된 태양광 전지 생산을 위해 ‘원자’ 크기 수준인 나노미터 단위의 3D 프린팅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이를 수치로 나타내면 정밀도가 0.000001mm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데스크톱 3D 프린터의 일반적인 레이어[층 높이] 크기보다 1만 배나 작은 크기로 레이어를 쌓아 나간다고 하니 그 정밀도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바흐만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산출해내는 프로세스 전반을 ALAM(Atomic Level Additive Manufacturing)이라고 부릅니다. 3D 프린팅을 의미하는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가 원자 단위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로, 원자 단위의 3D 프린팅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한 3D 프린팅의 기본 원리는 [캐파-제조 길잡이] 3D프린터 VS CNC, 누구를 선택하오리까 (capa.ai)를 참고.)

쉽게 말하자면, 바흐만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ALAM은 3D 프린팅의 기본 원리인 ‘더하기’를 그대로 적용하는 프로세스인 것입니다. 단지 상상하기 힘든 정도로 작은 단위인 원자 수준의 레이어를 쌓아나간다는 점이 다른 것이죠.

줄리엔 바흐만 교수. 출처 FAU.                                                태양광 에너지. 출처 셔터스톡.

바흐만 교수의 ALAM 연구는 현재 상용화된 태양광 전지보다 효율적이고 값싼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태양 전지의 주요 재료는 실리콘입니다. 실리콘 태양 전지는 안정적이고 효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그러다 보니 비용도 비쌉니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차세대 태양 전지’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어 왔습니다. 실리콘보다 제조 비용이 훨씬 싸고 양산에 적합한 화합물 태양 전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화합물 태양 전지는 실리콘 태양 전지에 비해 효율이 낮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힙니다.

장점 단점
실리콘 태양 전지 안정적, 고효율 고가, 복잡한 제조 공정
화합물 태양 전지 저가, 양산에 적합함 효율이 낮음.

줄리엔 바흐만 교수는 새로운 태양 전지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대부분 ‘비효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이러한 비효율이 나타나는 이유가 미세한 표면 구조 때문임을 입증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이 뿜어내는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전지는 빛의 반사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습니다. 빛을 많이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전기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생산할 때는 다음의 그림처럼 재료의 표면을 다듬고 코팅하는 여러 공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태양 전지 생산의 8단계. 출처 DS New Energy.

바흐만 교수는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여 모양과 구조를 제조하는 기존의 실리콘 기반 공법과는 다르게 3D 프린팅 태양 전지 제조법은 처음부터 필요한 모양으로 반도체를 직접 쌓아나갈 수 있어”(출처: Fabbaloo)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CNC 가공 방식과 3D 프린팅의 차이를 떠오르게 합니다. CNC 가공 방식은 조각하기와 비슷합니다. 대상 재료를 깎아내어 결과물을 얻습니다. 따라서 버려지는 재료도 많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현재의 태양광 전지 제조법이 CNC 가공 방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이죠.

CNC로 대표되는 절삭가공(좌)과 3D 프린팅으로 대표되는 적층가공(우) 방식의 차이. 출처: 3D Hubs.

반면에 3D 프린팅은 대상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기 때문에 재료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노 단위에서 생산되는 3D 프린팅이 활성화되면 제조 과정에서 낭비되는 실리콘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될 겁니다. 이는 고도로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태양 전지의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과연 그뿐일까요? 고성능 태양 전지의 생산은 시작일 뿐입니다. 바흐만 연구소의 ALAM, 즉 ‘원자 단위 3D 프린팅’이 태양 전지 이외에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면 향후 제조업 전반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가져올 것입니다. 3D 프린팅 기술이 원자 하나하나를 쌓을 수 있는 기술(ability to deposit individual atoms) 수준으로 발전해 활용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바흐만 연구소의 ALAM 프로세스가 고도화되는 날이 오면, 3D 프린팅은 의학 및 생명공학을 포함한 바이오 테크 분야를 넘어서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을지 모릅니다!

제조업의 혁신을 캐파(CAPA)와 함께! 캐파는 제조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입니다. 

CAPA 파트너스] 프로컴정보기술(3D 프린팅)

 

IMF 외환위기 직후 프린터 유지보수 업체로 출발해 멀티젯퓨전(Multi Jet Fusion, MJF) 방식의 3D 프린팅 업체로 업종 전환. FDM(Fused Deposition Modeling)보다 출력 속도가 빠르고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보다 저렴한 장점 앞세워 국내 HP MJF 프린터 가동률 1위 기록.

영화 ‘국가부도의 날’ 中 (사진=유튜브 ‘케이무비’ 캡처)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1주일입니다.”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서늘한 표정으로 내뱉는 대사엔 당시 상황에 대한 충격이 묻어나는 듯하다. 하지만 명배우의 리얼한 연기도 지난 1997년 당시 우리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겪었던 그날의 충격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가 선언됐을 때 일부 국민들은 “나라가 망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선진국 진입의 관문으로 여겨지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이 된지 1년 만에 겪은 참화여서 충격은 배가됐다. 국내 30대 재벌 기업 가운데 13곳만 살아남았고, 26곳의 시중은행은 10곳으로 줄었다. 경제 피라미드의 위부터 아래까지 서서히,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혼란의 소용돌이가 몸집을 불리는 와중에 홀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외친 이가 있었다. 조영환 대표가 이끄는 프로컴정보기술은 IMF 외환위기가 터진 지 1년 뒤인 1998년에 설립됐다. 굴지의 기업들도 IMF의 여파를 버티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지던 시기에 새롭게 탄생한 프로컴정보기술은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나는 동안 업종을 바꿔가며 살아남아 이제는 3D 프린팅 업계에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다. 위기 시절에 창업을 감행한 창업자의 배짱, 혹은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창업자인 조영환 대표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아래는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MJF 방식 3D 프린팅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조영환 프로컴정보기술 대표. (이하 사진=캐파)

Q> IMF 시기에 어떻게 회사를 설립할 생각을 했나

“프로컴정보기술은 1998년도에 처음 창업할 때 HP 프린터를 유지 보수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IMF 직후라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림수가 있었다.

당시 ‘가정용 PC’와 ‘프린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주연테크 사에서 1990년대에 ‘국민 PC’가 처음 나왔다. 100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어려운 와중에도 ‘뚱뚱한 모니터’와 ‘잉크 프린터’가 집집마다 번지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틈새를 노렸다. 고장난 프린터를 수리해주고 잉크도 판매했다. 가정마다 들어선 프린터 수만큼 사업은 번창했다. IMF에도 불황을 몰랐다.”

Q> 그렇게 잘 나가던 프린터 사업을 접고 지금의 3D 프린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2013년쯤 프린터 시장이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종이 없는 문서’ 시대가 시작된 거다. 휴대폰, PDA가 나오면서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이 늘었고 (반대로) 인쇄량이 줄었다. 프린터 사업 환경이 안 좋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의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15년 정도 함께한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자) 식구 같은 직원들의 밥벌이가 걱정됐다. 직원들과 함께 가려면 우선 회사가 살아야겠다 생각했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나섰다.”

Q> 새로운 아이템으로 3D 프린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HP 본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접한 게 컸다. 2013년에 HP 본사에서 실적발표를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당시 HP CEO(최고경영자)였던 멕 휘트먼이 이 컨퍼런스에서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었다. 3D 프린팅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한 건데, ‘저거다!’ 싶었다. 앞으로 3D 프린팅이 프린터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 것 같았다. 세계적인 기업이 움직일 때 프로컴정보기술도 발맞춰 움직인 것이다.”

조영환 대표는 차분하게, 수줍은 웃음을 섞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표정과 달리 말에서는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IMF 위기 직후 프린터 사업을 시작할 때도, 3D 프린팅으로 업종을 전환할 때도 그에게는 ‘흐름을 읽는 촉’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2013년 즈음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해 2월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을 가리키며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추듯 HP의 CEO였던 멕 휘트먼도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휘트먼 CEO는 그해 10월 ‘카날리스 채널 포럼’에서는 3D 프린팅 산업을 두고 “큰 기회”라고 말했다.

또다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조영환 대표. 일단 방향은 3D 프린팅으로 잡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결국 프로컴정보기술은 3D 프린팅 방식 가운데 상대적으로 드문 MJF 방식을 선택했다.

Q> MJF는 3D 프린팅 가운데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분류된다

“사업성을 비교하다 보니 멀티젯 퓨전(Multi Jet Fusion, 이하 MJF) 방식이 최적이었다. 출력 속도도 빠르고, 가격도 저렴했다. MJF를 찾기까지의 과정은 짧지 않았다. 먼저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3D 프린팅을 선택한 뒤 공부를 많이 했다. 2016년에 가산디지털단지에서 6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하루 4시간씩 교육을 받았다.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하려니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필사적으로 했다. 6개월의 교육 기간이 끝난 뒤에는 3D 프린팅 출력을 하는 업체에서 2개월 동안 추가 교육을 받기도 했다. 다른 3D 프린팅 방식에 비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견하고 MJF를 선택했다.”

MJF 프린팅 ①파우더 소재를 출력 영역에 바르고 ②프린터 헤드가 특수 용액(에이전트)을 분사 ③적외선 램프가 소재와 에이전트 영역을 녹이고 응고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사진=프로컴정보기술 제공)
MJF 프린터가 출력하는 과정 (동영상=캐파)

조영환 대표 “직원들 밥벌이 걱정, 새로운 사업아이템 찾아나서”

MJF 방식, 불필요한 설계 줄여 제품 경량화··· 양산도 문제 없어 

 

Q> MJF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빠른 출력 속도와 저렴한 가격이다.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보다 출력 속도는 빠르고, (가루를 재료로 사용하는) 메탈 3D 프린팅으로 알려진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방식보다는 재료 측면에서 가격이 싸다. 재료가 가루 소재이다보니 두께 0.5mm 수준의 종잇장처럼 얇은 제품도 제조가 가능하고, 그러면서도 강도는 높다. 또한 FDM 방식과 달리 서포터가 없이도 제조할 수 있어 제품의 완성도도 높다. 경량화 제품에도 유리하다.”

Q> MJF는 제품을 경량화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MJF 방식으로는 불필요한 설계를 줄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낡은 설계 방식에서는 불가능했던 설계 구조도 MJF로는 구현이 가능하다. 드론 같은 제품의 경우 경량화뿐 아니라 충격에 강해야 하고 인장 강도도 중요하다. 나일론 pa-12 계열들을 주 소재로 사용하는데, 생산성은 높고 가격은 낮다.

카본 소재도 생산성으로 따지면 좋다고는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DMLS로는 몇 천만 원 대가 금방이다. 만약 MJF로 노트북 크기만한 드론을 만든다면 PA12 소재로 120만 원 선에서 가능하다. 출력 시간은 7시간 정도로, 훨씬 경제적이다.”

MJF 프린팅 방식으로는 얇은 카드부터 사슬 고리까지 한 번에 출력할 수 있다.
MJF로 출력한 각종 부품(좌)과 매연저감장치(우).

Q> MJF로 양산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실제로 양산 거래를 해왔다. 미국 브랜드 L사의 리클라이너 부품을 양산했었다. 해당 리클라이너는 270만원을 호가한다.

당시 제품의 크랭크축이 문제였다. 크랭크축은 리클라이너에 사람이 누웠을 때, 발판과 등판이 펼쳐지면 이를 연결해주는 부품으로 리클라이너의 핵심 부품이다. 제품의 회전 방향을 바꿀 때 크랭크축이 힘을 많이 받는데, 파손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그만큼 핵심부품인데, (해당 제품의)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 부품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듣고) 우리 회사에서 MJF 프린팅으로 위상최적화(제품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설계 구조를 바꾸는 기술)를 적용해 자체적으로 부품을 생산했다. 업체측에서 미국 본사에서 만든 부품보다 프로컴정보기술 부품을 더 선호하더라. 2개월에 100개 정도씩 꾸준히 양산해 거래했었다.”

Q> 제품 양산 측면에서 전통적인 사출 방식과 비교할 때 어떤 이점이 있나

”MJF 프린팅은 금형사출에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형태의 부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사출 방식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금형을 만들어야 하지만, MJF는 금형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에 강점이 있다. 금형제작 시 지나치게 고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금형 제작에 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MJF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출력할 수도 있다.”

MJF 프린팅은 설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출력할 수도 있다. (사진=프로컴정보기술 제공)

프로컴정보기술은 HP 본사에서 집계한 데이터 기준으로, 국내 HP MJF 프린터 가동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남보다 한발 앞서 MJF 방식의 3D 프린팅 시장에 뛰어들어 입지를 다진 것이다. 혹시 또다른 계획이 있는지 조영환 대표의 다음 발걸음이 궁금해졌다.

Q>프로컴정보기술의 다음 스텝은 어디로 향하나

”탑(TOP)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동률뿐 아니라 매출, 기술력까지 1등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트렌드를 읽어가며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프로컴정보기술 회의실 테이블에서 본 붓글씨로 커다랗게 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누군가의 뒤를 쫓아가기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는 프로컴정보기술.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도 여전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회사의 미래가 기대된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프로컴정보기술을 비롯한 2300여 곳의 경쟁력 있는 제조업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캐파 홈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제조 뉴스] 2022 가장 주목되는 제조업 10대 ‘미래 트렌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보 파베르’. 수렵 채집 시대에 음식 등을 보다 쉽게 구하기 위해 손도구를 사용했던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구를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도구는 점차 기계로 대체됐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굳이 사람의 ‘손’은 물론, 사람의 감독 없이도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1세기의 호모 파베르는 AI(인공지능)의 관리 감독 하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자동화된 공장의 모습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조업이 발전하는 데에는 다양한 도구와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 되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뜻 제조업과 별개로 생각되는 최신 기술이 제조업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냅니다.

미국의 유명 경제 매거진 포브스(Forbes)는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주목되는 10가지 미래 트렌드'(The 10 Biggest Future Trends In Manufacturing)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버나드 마르(Bernard Marr)가 기고한 이 글은 현재 제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 기술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번에 소개된 10대 미래 트렌드를 분석해 보면 크게 기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고장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가상의 공간에 현실과 똑같은 조건을 재현한 뒤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곧바로 제조에 착수할 경우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도록 도와주는 기술들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2022년 시점에서는 다소 ‘올드'(old)해 보이는 3D 프린팅이 포함된 점 등도 눈길을 끕니다.

올해를 비롯해 앞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트렌드’에는 어떤 기술들이 있는지 캐파(CAPA) 독자들을 위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①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사진: 셔터스톡

제조업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첫 번째 트렌드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ndustrial Internet of Things, IIoT)입니다.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란 용어가 친숙해졌지만, 알파벳 ‘I’가 하나 더 붙는 IIoT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IIoT란 주로 제조 시설에서 사용되는 사물인터넷을 말합니다. 별도의 기술이라기 보다는 IoT의 하위 개념으로 분류됩니다. 사물인터넷과 마찬가지로 IIoT도 기본적으로 상호 연결된 기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제조 공정을 개선하는 데 사용됩니다.

즉, 공장 기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관리자가 기계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 유지보수 주기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관리해 줌으로써 기계의 고장을 줄이고 공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② 5G & 엣지 컴퓨팅

 

[그래픽: 셔터스톡]

두 번째 트렌드는 5세대(5G) 통신망과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입니다. 엣지 컴퓨팅은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까지 보내지 않고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엣지 컴퓨팅은 4세대 통신망에 비해 속도가 10배 이상 빠른 5G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하게 될 전망입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각종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5G 통신망을 통해 엣지 컴퓨팅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체는 자체적인 5G 통신망을 구축해 번거로운 케이블선 없이도 데이터에 대한 보안을 확보하면서 데이터 속도를 엄청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③ 예측 유지보수 

공장에 설치된 기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기계와 부속이 언제쯤 문제가 생길지 패턴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언제 기계가 멈출지 혹은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게 되면 제조업체는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기계를 유지보수하고, 궁극적으로 고장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유지보수에 나섬으로써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예측 유지보수'(Predictive maintenance)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꼭 최신 장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의 지멘스(Siemens)는 오래된 자동차 모터와 변속기에 센서를 장착해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수리 시기를 예측해낼 수 있습니다.

④ 디지털 트윈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을 가상 공간에 복제해놓은 소위 디지털 가상세계를 말합니다. 쌍둥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트윈은 센서 등을 이용해 현실의 상태를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반영해 줍니다.

디지털 트윈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한 상황은 실제 현실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이고도 기계 작동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위험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Boeing)은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처음 생산된 부품의 품질을 40% 가량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술은 단순히 한 공장에서의 상황뿐 아니라, 전체 공급망(supply chain)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제조업체의 70% 정도가 시뮬레이션을 할 때 디지털 트윈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⑤ 확장현실과 메타버스

요즘 가장 핫한 기술인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을 모방한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말합니다. 여기에 기기 등을 이용해 가상의 공간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확장현실(Extended Reality)이라 합니다. 확장현실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확장현실과 메타버스는 제조업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가상의 공간에서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기획하고, 조립라인에 인력을 배치해 훈련하는 등 현실에서 필요한 작업을 부담 없이 실시해 볼 수 있습니다. 포브스는 세계가 메타버스로 확장돼 갈수록 제조업체에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⑥ 공장 자동화와 ‘다크 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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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계가 사람의 업무를 점점 더 많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계는 정확하고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지치지도 않습니다. 처음엔 구입과 설치에 드는 비용이 비싸지만 임금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계가 사람의 업무를 하나씩 대체하다 마지막 남은 사람의 일자리마저 차지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의 지시 없이도 생산이 이뤄지는 완전히 자동화된 공간. ‘다크 팩토리'(dark factory)의 등장입니다.

다크 팩토리의 출현을 우울하게만 바라볼 일은 아닙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되풀이되는 자동화된 공장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공장에서 벗어나 여전히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업무, 보다 창의적인 일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⑦ 로봇과 코봇(cobots)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일하는 모습 /사진: 셔터스톡

앞에서 설명한 ‘다크 팩토리’의 핵심 요소는 ‘로봇'(robot)입니다. 하지만 모든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웨어러블’ 로봇처럼 어떤 로봇들은 인간을 도와 인간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해줌으로써 인간의 작업 능률을 올려줍니다. 인간을 도와 함께 작업하는(collaborative) 소위 ‘코봇'(cobot)입니다.

로봇과 코봇 모두 제조업체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일본의 자동차업체 닛산(Nissan)은 코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인력 부족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⑧ 3D 프린팅

 

3D 프린팅 출력 모습/사진: 셔터스톡

인류의 미래를 바꿔줄 혁신 기술로 ‘3D 프린팅’이 대중 앞에 등장한 게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이후 부자들의 값비싼 장난감 취급을 받기도 했던 3D 프린팅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났지만 막후에서 끊임없이 기술의 진보를 이뤄냈습니다. 그 결과 점차 비용 대비 효율이 좋아졌고, 어느 정도 양산도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3D 프린팅은 특성상 기존 가공방식에 비해 재료를 덜 쓰고 폐기물도 덜 나옵니다.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도 맞춤형 생산이 가능합니다. 친환경과 개인화라는 시대적 트렌드에 적합한 제조 방식인 것입니다. 대형 제조업체 중에서도 에어버스 같은 선구자는 이미 15년 이상 3D 프린팅을 실제 제조 현장에서 사용해 왔습니다.

⑨ 웹 3.0과 블록체인 기술

‘개인화된 웹'(web)을 의미하는 ‘웹 3.0’의 출현과 분산 컴퓨팅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이나 대체불가능 토큰(NFT) 같은 기술을 제조업에 도입하면 공급망을 더 잘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일부 공급망을 자동화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미래에 만들어질 제품 중 다수는 NFT 디지털 인증서와 함께 판매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⑩ 더 똑똑해지면서(Smarter) 지속가능한 제품

스마트 기기와 연결된 사물인터넷 기기의 등장은 단순히 제품이 생산되는 방식만 바꿔놓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종류의 제품이 생산되는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진공청소기부터 변기에 이르기까지 소위 ‘스마트’란 딱지가 붙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입니다.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이 기대할 법한 똑똑한 제품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지속가능(sustainable)하고, 재사용(reusable) 혹은 재활용(recyclable)이 가능(한 제품들에 끌리고 있습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식의 문화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점을 제조업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포브스는 전합니다.

[CAPA 스토리] 집을 하루만에 ‘프린팅’한다고?

자체개발 3D프린터, 자재 이용해 공사기간 획기적으로 단축

개별주택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폐자재 줄이며 친환경 각광

아이콘의 대형 3D 프린터 ‘벌칸’ [사진 출처: 아이콘(ICON) 홈페이지]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가운데 하나에 속합니다. 인간에게 집은 반드시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지만 옷이나 음식과 달리 누구나 쉽게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주택 부족이 심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갈수록 자신의 집을 소유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값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만, 집을 짓기 위해선 땅값 못지 않게 재료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습니다. 특히 공사기간이 길어질 수록 비용은 늘어나겠죠.

이러한 점에 착안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3D 프린터를 활용해 집을 짓는 것입니다. 3D 프린터라고 하면 으레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크기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생소하실 텐데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곳곳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집을 ‘출력’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을 ‘짓는다에서 ‘프린팅한다’로, 집 짓는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는 다양한 3D 프린팅 회사들을 소개합니다.

① 3D 프린팅 주택을 대표하는 ‘아이콘(ICON)’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아이콘(ICON)은 로봇 공학과 소프트웨어 공학을 접목해 새로운 건설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습니다. 아이콘의 역량은 3D 프린팅 건축에 맞게 제작된 벌칸(Vulcan)이라는 3D 프린터에 집약돼 있습니다.

벌칸은 두 개의 평행한 축을 따라 기계가 이동하면서 작업하는 ‘갠트리 방식(Gantry System)‘으로 작동합니다. 짓고자 하는 집의 규모에 따라 폭을 조절할 수도 있고 설계나 출력이 가능하도록 최적화된 산업용 제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실제 벌칸을 이용해 집을 만들면 약 56평 규모 주택의 내외부 골조를 일주일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콘의 또 다른 역량은 맞춤형 ‘재료’입니다. 기존의 건축용 시멘트는 3D 프린팅 재료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기 때문에 기존 콘크리트보다 저렴하면서도 튼튼한 ‘라바크리트(Lavacrete)’를 사용합니다.

아이콘은 사회 주택 회사인 에찰레(Echale), 비영리단체인 뉴스토리(New Story)와 함께 멕시코의 빈민 지역인 타바스코 주에 3D 프린팅 주거단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노숙자들을 위한 건물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 ‘이스트 17번가 레지던스(East 17th Street Residenc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최초의 3D 프린팅 주택을 공급하면서 대표적인 3D 프린팅 건설 회사로 부상했습니다. 회사명이 말해주듯, 3D 프린팅으로 집을 만드는 회사의 ‘아이콘’이 된 셈입니다.  

‘이스트 17번가 레지던스’ 런치 비디오 <영상 출처: FindYourDEN Youtube>

② 감당할 만한 가격의 예쁜 집, ‘마이티빌딩’ 

미국 오클랜드에 위치한 스타트업 마이티빌딩(Mightybuildings)은 최근 3D 프린팅 건축 분야에서 많은 특허를 출원하면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최근엔 부동산 개발업체인 팔라리 그룹(Palari Group)과 함께 올해 완공을 목표로 미국 최초의 ‘친환경 3D 프린팅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로봇과 3D 프린터를 함께 사용해 주택을 만듭니다. 일반 주택보다 가격이 평균적으로 45%나 저렴하고 완성된 집에서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태양열과 배터리를 이용해 공급한다고 합니다. 또한3D 프린터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LSM(Light Stone Material)이라고 불리는 열경화성 수지를 재료로 이용합니다. 이 재료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단단해지는 특성을 가집니다.

마이티빌딩의 미션은 ‘아름답고 지속가능하며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회사측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의 집짓기보다 노동력을 95%나 절감하면서 2배나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으며, 폐기물은 10배나 적게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친환경 3D 프린팅 주택단지 소개 영상 <영상 출처: Mighty Buildings Youtube>

③ 세계 최초로 사람이 입주, ‘프랑스 낭트대학교’ 

2018년 프랑스에서는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로 ‘프린팅’한 주택에 실제로 사람이 입주해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주택은 프랑스 낭트대학교가 만들었습니다. 침실이 네 개 있는 단독 주택 형태로, 단 이틀 만에 골조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단독주택을 만들기 위해 건축용 3D 프린터인 ‘배티프린터’가 동원됐습니다. 또한 길이 4m짜리 로봇팔이 설계도를 따라 벽면을 쌓아 올렸습니다. 다만 3D 프린팅으로 만든 대부분 주택처럼 내부의 인테리어나 창문을 만드는 일은 3D 프린터로 작업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내부 작업 등에 추가로 넉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집은 환기나 난방이 우수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실제로 5인 가족이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낭트대학교의 3D 프린팅 건축 과정 <영상 출처: Ville de Nantes Youtube>

④ 2층주택을 한자리에서 인쇄, ‘캄프씨(Kamp C)’

벨기에 앤트워프에 위치하고 있는 지속가능건축생활센터 캄프 씨(Kamp C)는 3D 프린터 제작업체인 코보드(COBOD)와 함께 높이 무려 8미터에 달하는 2층 주택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서 아피스 코어(Apis Cor)라는 3D 프린팅 건축업체가 두바이에 2층짜리 사무실 건물을 만든 적은 있지만 현장에 3D 프린터를 배치해 구조물을 조립해가면서 완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캄프 씨 주도로 만들어진 2층 주택은 면적이 90제곱미터가 넘는데다, 무엇보다 건물 전체를 한 자리에서 한 번에 프린팅해서 완성시켰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만든 최초 사례라고 합니다.

다만 해당 건물은 유럽에서 향후 3D 프린팅 주택의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지은 것이어서 실제로 사람들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를 통해 향후 건축과 건설에 대한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건물 건축 과정 <영상 출처: Kamp C Youtube>

물론 위의 사례들보다 더 많은 사례가 있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만 꼽아봤습니다. 앞으로는 3D 프린터로 건물을 만드는 일은 점점 더 발전하고 흔해질 거라 생각됩니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주택 공급이 불평등한 모든 곳에 해결 방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완전한 대중화와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3D 프린팅 건축과 연관된 여러 규정도 정립해야 하고 당장 건축,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대안도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인건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면 캐파(CAPA_에서도 집을 만들기 위한 견적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재료 선택 가이드] 제조업계의 팔방미인 ‘알루미늄’

편의점에 색색별로 진열된 음료수 캔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친숙한 알루미늄.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 자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지각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들의 비율을 살펴보면 산소가 약 4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실리콘(약 28%)과 알루미늄(약 8%)이 그 뒤를 잇습니다. 

지각의 약 5%를 구성하는 철보다도 더 흔한 알루미늄이지만, 가격은 철보다 훨씬 비쌉니다. 보통 알루미늄은 산화된 암석에서 제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아주 비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추출해 낸 알루미늄은 가볍고 강하며 가공하기가 쉽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이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 캔과 같은 포장재는 물론, 자동차, 항공기, 건설, 전선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됩니다. 

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다양한 제조 공정에 두루 활용되는 알루미늄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특성: 한마디로 ‘가볍고 튼튼’  

알루미늄은 매력적인 특성이 많은 재료입니다. 주변에서 알루미늄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죠. 알루미늄의 물리적인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튼튼해요
– 가벼워요
– 잘 늘어나요 (연성이 좋다는 뜻이에요. 은박이나 철사로 만들기 쉽지요.)
– 색상이 다양해요 (은빛부터 무딘 회색까지)

– 환경 변화에 잘 견뎌요 (잘 구부러지지만 잘 부서지거나 녹지 않아요. 물에도 잘 버틸 수 있죠.)
– 화재 안전에 강해요 (알루미늄은 타지 않아요. 화씨 1215도 정도의 온도는 돼야 녹아요.)
– 재활용에 뛰어나요 (알루미늄은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천연 성질을 손상없이 100% 재활용할 수 있어요.)

– 전기를 잘 전달해요 (저항이 제로에 가까운 초전도체에요. 전기 효율이 좋아요. 비저항이 구리의 약 1.6배.)
– 자석의 성질이 없어요 (비자성 非磁性)
– 전기 및 열의 양도체에요 (양도체란, 도체에 전기를 가하면 +극을 띠는 도체에요)

– 합금에 용이해요
– 상온에서도 고온에서도 가공이 쉬워요
– 빛이나 열을 반사해요
– 접합이 쉬워요
– 진동 특성이 좋아요
– 수축률이 커요

활용범위: 음료 캔부터 전기·자동차 등 전방위

알루미늄은 위에서 소개한 물리적 특성상 장점이 많은 금속입니다. 자연히 활용 분야도 다양하죠. 알루미늄이 어떤 제품 분야에 활용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포장, 용기 제품 (캔, 호일 등)
– 다양한 생활 가정 용품(조리기구, 야구 방망이, 시계 등)
– 버스, 고속철도 등 운송수단
– 건축물 (창문, 문, 건물 구조물 철사 등)
– 다양한 구조물 (가로등 기둥, 선박 돛대, 산책로 등)
– 전력 분배를 위한 전기 라인
– 전자 제품 및 CD
– 방열판(트랜지스터 및 CPU 등)
– 고휘도 LED 조명에 사용되는 금속 코어 구리 클래드 라미네이트의 기판 재료
– 페인트와 불꽃 놀이에 사용되는 분말 알루미늄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은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컴퓨터 부품 등에도 알루미늄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들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음료수 캔

(출처 : 셔터스톡)

‘칙-’ ‘캬~’ 캔에 든 콜라를 따서 마시는 소리는 언제나 청량합니다. 콜라 캔, 사이다 캔, 통조림 캔까지.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우리는 알루미늄 제품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일상 생활에서 알루미늄을 가장 친숙하게 만든 건 콜라를 비롯한 음료수 캔일 겁니다. 

음료수 회사들이 처음부터 음료를 캔에 담아 출시했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음료회사인 코카콜라와 펩시는 1967년부터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반 세기가 넘었네요.

음료수 캔이 어떤 제조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더 알고 싶다면 [제조 ‘알못’의 제조공법 탐험기] ‘알루미늄 캔’편을  클릭해 보세요. 

가전 제품

음료수 캔 못지 않게 주변에서 알루미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가전제품을 통해서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평면 TV 등 매일같이 접하는 다양한 가전제품에 알루미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알루미늄은 플라스틱보다 단단하고 강철보다는 가볍기 때문에 플라스틱이나 강철 부품을 대체하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재료 특성상 열을 빠르게 방출하기 때문에 전자 장치가 과열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알루미늄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내 세련된 제품을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애플입니다. 애플은 자사의 대표 상품인 아이폰과 맥북에 알루미늄을 사용합니다. 알루미늄의 연성과 내구성, 색상을 활용하면 제품의 세련된 디자인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죠.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크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만들어내기에 알루미늄은 적절한 재료입니다.

애플의 맥북. (출처 : 셔터스톡)

애플 외에도 제품의 디자인적인 측면을 부각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소위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을 생산하는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나와있는 이 회사의 스피커는 가격이 무려 300만원을 훌쩍 넘는데요, 알루미늄을 활용해 세련된 느낌을 한껏 살린 것이 특징입니다. 플라스틱이라면 저런 느낌을 내기가 힘들겠죠. 

원화 가격 358만원대 스피커 (출처 : Bang&Olufsen)

주방 가구·기구 

가전 제품 분야뿐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분야에서도 알루미늄은 세련된 디자인을 위해 활용됩니다. 2018년 밀라노박람회 에우로쿠치나(Euro Cucina)에서 시제품으로 첫 선을 보였던 이태리 주방가구 브랜드 에우로모빌의 SEI는 6mm로 얇게 세공된 알루미늄을 주방가구의 상판과 측판, 프레임에 사용해 디자인과 기술의 완벽한 결합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주방 ‘가구’에서 알루미늄의 사용이 다소 예외적이라면, 주방 ‘기구’에서는 알루미늄 사용이 ‘필수’입니다. 대다수 가정의 주방에는 요리할 때 사용하는 냄비와 프라이팬, 호일까지 알루미늄 제품들이 단체로 모여있습니다. 

알루미늄 제품이 주방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유가 뭘까요. 앞에서 설명드린 대로 알루미늄은 열을 잘 전달하고 독성이 없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익히는 데에 제격이죠. 녹이 잘 슬지 않고 씻어내기가 쉽다는 점도 주방에서 사용하기에 딱입니다. 

알루미늄이 사용된 다양한 주방 기구 (출처 : 셔터스톡)

운송수단

알루미늄에게는 별명이 있습니다. ‘날개 달린 금속’. 알루미늄은 가볍습니다. 가벼우면 움직이는 힘이 적게 들겠죠. 자동차, 철도, 항공기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면 ‘날개가 달린 것처럼’ 적은 힘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연비도 향상되죠. 

다만, 사람이 타는 운송수단인 만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알루미늄이 안전을 지킬 만큼 튼튼하겠냐는 우려가 나올 법합니다. 알루미늄은 다른 금속과 합금하기 쉽고, 합금하면 강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습니다. 부식에도 강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예방하는 데 우수합니다.

물론, 여전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알루미늄보다는 철강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알루미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자동차의 평균 알루미늄 함량이 6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Maglev. (출처 : 셔터스톡)

알루미늄은 열차 제조에 있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Maglev, 일본의 신칸센과 같은 고속 철도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알루미늄은 마찰 저항을 줄이도록 설계하면 기차의 무게를 줄일 수 있어요.
기차뿐일까요? 가볍고, 강하고, 유연한 알루미늄은 항공기를 제조하기에 이상적인 재료입니다. 특히 알루미늄에 다른 재료를 섞어 합금을 만들면 보다 단단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루미늄-구리 합금, 알루미늄-아연-마그네슘 합금 등이 사용됩니다. 

더 나아가 우주선 부품에도 알루미늄은 단골소재인데요, 요즘엔 항공우주 분야에서 알루미늄-리튬 합금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민간 우주업체인 스페이스X가 개발한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쏘아올린 팰컨9 로켓에도 연료탱크에 알루미늄-리튬 합금이 사용됐습니다. 앞으로 달이나 화성 탐사를 위해 사용될 로켓에도 알루미늄-리튬 합금이 사용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항공 부품 제조에 대해 알고싶다면?

건축

알루미늄은 부식에 강합니다. 알루미늄으로 건물을 지으면 사실상 유지 보수가 거의 필요 없습니다. 열 효율도 높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공간을 제공하죠. 원하는 모양대로 곡선을 만들거나 절단하고, 용접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물의 미관을 높일 수 있습니다. 나무나 플라스틱, 강철로는 불가능한 디자인까지 알루미늄이라면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1931년에 완공된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사실상 처음으로 건축물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알루미늄이 건물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첫 번째 건물로 지난 1931년에 지어진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꼽습니다. 약 6만톤에 달하는 강철이 주요 재료로 사용됐지만 당시 건물의 기본 구조물과 인테리어 등에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스틸이 730톤 가량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알루미늄을 추출하는 비율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알루미늄이 건설 공사 현장에도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알루미늄은 무게가 가볍고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건물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데도 일조합니다. 쉽게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엔 친환경 측면에서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알루미늄이 건축에 사용된 영국 런던의 아쿠아틱센터. (출처;셔터스톡)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현대 건축가들은 알루미늄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아쿠아틱 센터<사진>를 예로 들까요? 미끄러지듯 유연한 곡선이 하늘과 맞닿아있는 것이 아름답지 않나요? 알루미늄이기에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 외에도 알루미늄은 전기 전도도가 구리의 63%에 불과해 전선으로도 활용됩니다. 특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전선 대부분이 구리로 만들어지지만 고압선의 경우엔 알루미늄이 많이 사용됩니다. 비록 저항이 구리보다 높아서 전력 전송의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몹시 가볍기 때문에 공중에 매달아 사용하기에 유리합니다. 부식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전선을 보호하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지금까지 알루미늄이 사용되는 분야들을 알아봤는데요. 생각보다 훨씬 폭넓은 분야에서 알루미늄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내용 외에도 알루미늄이 활용되는 제품과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모터와 같은 전력 시스템, 위성 안테나, LED 전구, 냉장고 등등 일상생활 속에서 알루미늄의 다양한 활용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알루미늄을 재료로 삼아 다양한 가공 방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2300여 곳의 제조업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