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의 자율 근무 문화 (원격 근무, 재택 근무 가이드)

사무실도 없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회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업무를 위해 온라인 상태여야 한다는 규정도 없이 일하는 로켓펀치도 처음에는 보통의 회사들과 비슷한 업무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이런 업무 시스템으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2년 간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공유하려고 한다.

원격 근무? 자율 근무!

로켓펀치 팀은 2년째 이렇게 일하고 있다

  1. 고정된 사무실 없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서 일한다.
  2. 정해진 업무 시간 없이 각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한다. 팀이 달성해야 하는 큰 목표가 설정되면, 그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자의 업무와 일정은 스스로 정한다.
  3.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로 출근해서 얼마동안 일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휴가 일수 / 반차 / 근태 / 초과 근무’ 같은 복잡한 규칙도 없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일하고, 쉬어야 할 만큼 적절히 쉰다.
  4. 회사의 시스템은 각 구성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온전히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복지를 제공한다. (로켓펀치 팀이 업무효율을 향상시키는 방법 – 가사서비스)

로켓펀치가 일하는 이 방식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는 있지만 사무실에 며칠은 출근을 해야 하거나,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업무 상태여야 한다는 보통의 ‘원격 근무’와 다른 방식으로 우리는 이것을 ‘자율 근무‘라 부른다. 원격 근무는 ‘일하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무 공간의 자유 개념에 기반’하고 있지만, 우리의 자율 근무 방식은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개인 삶의 자유라는 더 넓은 개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시대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하여)

자율 근무 문화를 지키기 위한 업무 시스템과 규칙

우리는 이런 자유를 지키며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업무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서로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이 진행할 수 있는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었다.

A.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기 위한 시스템

1. 공간을 기반으로 탄생한 불필요한 규칙의 제거

일반적인 회사에는 ‘출근 시간, 집중 업무 시간, 휴가 일수’처럼 공간을 기반으로 한 많은 규칙 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없앴다. 정해진 업무 공간과 시간 개념이 없는 조직에게 이런 규칙들은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자료 작성과 보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든 문서는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 도구로 작성하고 보관한다. 회사의 구성원 누구나 어떤 이슈에 관련된 가장 최종 문서를 찾을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정해져 있다면, 어떤 문서에 대해서 누군가에 물어볼 필요가 없어진다. 이 문화는 한번 정착되고 나면 정말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제공한다. (정말이다!) 우리는 새 문서 작성은 보통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하고, 이미지 파일 등은 드랍박스에 저장한 후, 언제 어디서 접근 가능한 링크로 전달한다.

3.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에 아낌없이 투자

로켓펀치 팀은 제품 개발에 GitHub, Slack, Trello, Zeplin, invision 같은 생산성 향상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 공간이 없어 절약되는 비용을 이런 도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생산성을 높인다.

<프로토타이핑에 아주 유용한 인비전>

B.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진행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규칙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더라도,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항상 어떤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줄일 수 있는 규칙들을 만들었다.

1. 어떤 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초창기에 해결하는 문화

  • 문제 현상 : 특히 제품 개발에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들이 초창기에 결정되지 않으면, 결과물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은 거의 모든 회사 조직이 고민하는 문제이긴 하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이 문제가 특히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서로 마주치며 현상을 파악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 해결을 위한 규칙 : 기획 문서건 디자인 파일이건 초기 개발 버전이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초기 버전을 최대한 빨리 구성원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 결과물을 공유할 때, 결과물의 질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간에 결과물을 맞춘다’는 관점을 유지한다.

2.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지정하는 커뮤니케이션

  • 문제 현상 : 대부분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므로, 대상을 정확히 지칭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 그 대상이 스스로 답변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특히 업무 메신저의 공용 채널이나 팀 내 다수를 대상으로 발송하는 이메일, 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는 프로젝트 도구 항목에서 자주 발생한다.
  • 해결을 위한 규칙 : 공용 채널 메시지나 다수의 수신인이 있는 이메일을 작성할 때 반드시 답변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거나 답변이 필요한 기한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언급한다. 대상이 답변을 줘야 하는 요소에 대하여 명확히 언급할 때는 각 항목에 대해서 ID를 할당해서 답변 대상이 답변하기 용이하도록 한다.
Good Bad

@조민희

Q1) 홈: 행사 참여, 채용 지원 맞는지? 행사 참여 신청은 폼 만들면 되고, 채용 포지션 지원 시는 동작이?

Q2) 채용 지원: 문의하기는 UserVoice? 마찬가지로 신청하기 버튼 동작이?

@이상범

Q1) UserVoice를 하는 경우 타이틀이랑 placeholder 정해주는 게 좋음.

– 홈: 행사 참여, 채용 지원 맞는지? 행사 참여 신청은 폼 만들면 되고, 채용 포지션 지원 시는 동작이?

– 채용 지원: 문의하기는 UserVoice? 마찬가지로 신청하기 버튼 동작이?

– UserVoice를 하는 경우 타이틀이랑 placeholder 정해주는 게 좋음.

3.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최대한 빠른 피드백

  • 문제 현상 : 위에서 언급한 문제 현상 2와 관련하여, 실무 작업자가 답변을 받지 못하여 작업이 멈추는 현상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역시 모든 회사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지만, 오며가며 물어보거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물어볼 수 없는 원격 환경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 높아진다.
  • 해결을 위한 규칙 : 내가 답변을 해야 한다고 지칭된 이슈에 대하여는 24시간 내에 답변을 하도록 노력한다. 내가 어떤 이슈에 대하여 ‘의견이 없거나, 동의하는 상태’라도 확인했다는 메시지는 전달한다.

 

로켓펀치의 자율 근무 시스템에 대하여 ‘정말 그렇게 일이 되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생각해보시라. 우리가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도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에서 처리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커뮤니케이션도 결국 디지털화가 되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일한다면, 웹사이트에 문제를 발견했을 때 옆에 앉은 개발자에게 ‘이거 문제 있는 것 같아요’라고 불러서 편할 것 같기도 있지만, 이는 그 동료의 집중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처리를 위해서는 결국 그 이슈는 ‘업무 목록 시스템’에 등록이 되어야 한다.

원격 근무 도입을 실패했다는 조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격 근무에 기존 사무실 근무 환경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나 문화를 적용하려고 하다가 발생한 문제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조직’이라는 큰 가정을 가지고 시스템을 만들어가면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함께 보기>

작은 기업 채용에 10:1의 경쟁이 생겼다

스타트업을 경영할 때 법무, 특허, 회계 등의 전문가는 많고 도움을 받기 쉬우나, HR은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특성과 다른 부분이 많아 기존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 만으로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 MBA 운영을 통해 기업가 양성 활동을 하는 행복나눔재단은 관계사들이 채용, 평가, 보상 등 HR 이슈에 고민이 많은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켓펀치와 머리를 맞댔습니다. 행복나눔재단은 SK 그룹의 사회공헌기관으로 주로 사회적 기업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나눔재단 CI>

행복나눔재단은 관계사들이 HR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몰랐고 또한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해 했습니다. 나아가 만약 관계사들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로켓펀치 서비스를 활용하여 실제 채용까지 이어지는 이벤트도 진행하길 원했습니다.

로켓펀치는 수차례 미팅을 통해 행복나눔재단의 요구사항을 분석하여 아래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 관계사 대상으로 HR 이슈 진단 목적의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각 기업의 현황 파악
– HR 이슈를 크게 ‘채용 설계’, ‘채용 홍보’, ‘채용 선발’, ‘평가’, ‘보상’, ‘노무’ 로 나누어 기업 현황에 맞는 교육 및 1:1 상담 실시
– 채용 수요가 있는 기업을 모아 온오프라인 채용 이벤트 진행

약 40개의 기업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아래와 같은 시사점을 얻게 되었습니다.

– 인지도가 부족하여 채용 홍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원자수가 충분하지 않다.
– 지원자가 있어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선발해야 하는지 모른다.
–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평가와 보상을 하고 싶지만 적절한 기준 설정이 어렵다.
– 노동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경험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있다.

HR 역량 향상을 위한 맞춤 교육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HR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아래의 주제로 2회에 걸쳐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 채용 구조 설계 및 선발 평가 운영
– 스타트업을 위한 인사노무 실무

<‘채용 구조 설계 및 선발 평가 운영’ 강의>

<‘스타트업을 위한 인사노무 실무’ 강의>

각 주제별로 3시간 강의를 진행하였으나, 각 기업의 상황과 고민이 다른만큼 온오프라인 1:1 상담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동안 각자의 핵심 사업 영역 업무에 바빠 HR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던 기업가 분들의 고민을 덜어드릴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인지도가 낮은 기업들을 위한 채용 이벤트

앞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10개 기업의 채용 수요를 파악하였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채용 이벤트를 준비하였고 특히 아래 항목들을 고려하였습니다.
– 참여 기업들은 사회적 인지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 많은 구직자들이 사회적 기업에 특성과 역할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 타 기업 재직자도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이벤트 시간과 공간을 선정해야 한다.

채용 이벤트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행사장에 참석하였고 모든 기업이 구직자들과 활발하게 네트워킹 하였습니다.

<사회 혁신 기업 오픈 리크루팅 데이 – 네트워킹>

<사회 혁신 기업 오픈 리크루팅 데이 – 패널 토론>

채용 이벤트 성공 3요소

행사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행사의 성공 요소로 아래 세가지를 꼽았습니다.

– 국내 최대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
– 참여 기업 사전 인터뷰 후 온라인 콘텐츠 마케팅
– 오프라인 행사에서 기업별 부스 운영과 패널 토론 진행

<로켓펀치를 통한 이벤트 홍보>

<참여 기업 인터뷰 소셜 미디어 홍보>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참여 기업들은 HR 지식을 쌓는 것 뿐만 아니라 각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성공하여 매우 높은 만족을 표했습니다.

“온/오프라인 동시활용으로 다양한 구직자를 직접 만날 수 있어 어떤 구직자들이 왜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받았습니다.” – M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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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홍보가 잘 되어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였습니다.” – H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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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행사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양한 구직자 분들 만나뵐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F사 매니저

 

이 글을 빌어 사회적 기업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로켓펀치를 믿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신 행복나눔재단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현업으로 바쁘신 와중에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각 기업 대표님과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 행사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회적 기업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다음 행사에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립니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기술 기업의 HR 이슈를 해결하고 채용을 도우며 청년들의 커리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켓펀치는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 startup@rocketpunch.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새 시대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좋은 직업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 반드시 언급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과중한 업무 경향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일을 통해 기대되는 보상의 수준까지 정체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 되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 할 때, 그것은 보통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일’을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한정하기 때문이다. 정말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에 우리 삶에서 최소화 되거나 적어도 철저히 구분 되어야 하는 개념인가?

중세와 근대 과학이 발전하던 시기, 위대한 성과를 거둔 과학자들 중 상당수는 평생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귀족인 경우가 많았다.

“근대 과학혁명 초기에만 해도 소수의 대학교수들을 빼면, 많은 과학자들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부자나 귀족 출신이었다. 만유인력 상수를 측정한 캐번디시(Henry Cavendish; 1731-1810), 근대 화학의 아버지 라부와지에(Antoine Laurent de Lavoisier; 1743-1794),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남긴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 프로보다 위대했던 아마추어들

만약 ‘일’을 생계 수단으로 한정한다면, 이 귀족 출신 과학자들이 평생을 걸쳐 이룩한 위대한 성과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평생 일할 필요가 없는 귀족들이 ‘자발적으로 일한 것’만 봐도 ‘일’이 인간에게 돈 이상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 음악을 만드는 일, 글을 쓰는 일 등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예술가로 부른다. 어떤 예술가가 비 오는 날 차를 한잔 마시면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 이 순간의 감성들은 이 사람의 작품 세계에 어떤 형태로건 반영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 지금 이 예술가는 일을 하지 않는 상황 즉, 놀고 있는 상황인가 아니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가? 예술가의 ‘일’을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입히고 있는 상황,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고 있는 상황, 종이에 글을 쓰고 있는 상황으로만 한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일에 어떤 수준으로 건 창의성을 발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일과 일 아닌 상태 구분의 모호함’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인간에게 일은 단순히 돈 버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좋아하는, 자아실현이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내 삶이고 내가 사는 삶이 내 일’이 된다. 진짜 ‘일과 삶의 균형’은 이런 관점에서 탄생한다. 열심히 일한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기 때문이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나 여행 같은 다양한 삶의 경험을 누려야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일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펀치가 완전한 원격근무로 일하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이 일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펀치는 사무실도 없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회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업무를 위해 온라인 상태여야 한다는 규칙도 없다. 이를 접한 많은 분들이 나에게 ‘구성원들이 일을 안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지 않은가?’라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 본인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일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일과 삶의 진짜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위치나 시간으로 강제 받지 않아도 알아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 그러면 평생 하루도 일할 필요가 없다.”
– 로켓펀치 기업 문화를 정리한 문서 가장 첫 장에 있는 문장

우리가 만드는 로켓펀치가 각 개인이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에, 그리고 새 시대의 일과 삶의 균형을 확립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아주 가끔 있는 로켓펀치 오프라인 회의 모습]

로켓펀치의 오프라인 미팅 모습 – https://www.instagram.com/p/BPHNqd6BI1N

붙임 1. 이 글은 일과 삶의 진짜 균형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과한 업무와 박한 보상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읽히거나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붙임 2. 글을 쓰던 중에 나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문 에세이(Work/Life balance is bullshit.)를 찾았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탄생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가 한국에서는 3월 23일 개봉했다. 일반적으로는 이 영화를 1960년대 NASA를 배경으로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소개하지만,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프로그래머라는 직군이 탄생하는 순간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대신 최초의 프로그래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역사상 최초의 프로그래머는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Ada Lovelace, 1815-1852)이다. 그녀는 1842년 배비지가 설계한 해석기관을 이용해 베르누이 수를 계산하게끔 하는 알고리즘을 제안했는데, 이것이 최초로 컴퓨터를 위해 작성된 의미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100년이 더 지난 뒤에야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생길 수 있었다.

프로그래머가 있으려면 우선 컴퓨터가 보급되어야 한다. 배비지의 해석기관은 최초의 컴퓨터로 불리지만 끝까지 미완성으로 남은 복잡한 기계였다. 20세기 초에 시중에서 쓰였던 것은 기계식 계산기였는데, 이는 마치 타자기처럼 묵직한 크기였지만 사칙연산 같은 간단한 계산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좀더 복잡한 계산을 하려면 계산기 앞에 앉아 수식을 사칙연산으로 근사화시킨 다음 그것을 일일이 입력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이렇게 전문적으로 계산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컴퓨터(computer)’, 즉 계산수라고 불렀다. 아직 전기로 동작하는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의 일이다. (300년 전 항해사들에게 ‘컴퓨터’가 필요했던 이유)

Marchant XLA 계산기 (1923)

사회가 복잡해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20세기 초 서양 사회는 회계 결산부터 미사일 궤적까지 점점 다양한 분야에서 계산을 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거의 불가능했던 당시에 계산수는 고학력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직업 중 하나였다. 계산수는 복잡한 수학 지식이 요구되는 전문직이었지만 마치 타이피스트처럼 시키는대로 입력을 하는 반복노동직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대우를 덜 받았고 남성들이 기피했던 것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때 대다수의 남성들이 징병을 당하면서 계산수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맡게 되었다.

1943년 미국 육군은 군사 목적의 계산을 하기 위한 기계를 개발하는데, 이것이 최초의 전기식 컴퓨터 중 하나로 불리는 에니악(ENIAC)이다. 50평짜리 방을 차지하는 30t짜리 이 기계를 다루기 위해 미군은 군 소속의 계산수들을 차출해서 프로그래밍을 맡겼는데, 이들이 바로 최초의 직업 프로그래머이다. 계산수들은 수학적 지식과 주어진 함수의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었으며 여러 종류의 계산하는 기계를 다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계산수가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뽑힌 최초의 ENIAC 프로그래머는 케이 맥널티(Kay McNulty, 1920-2006), 베티 제닝스(Betty Jennings, 1924-2011), 베티 스나이더(Betty Snyder, 1917-2001), 말린 멜처(Marlyn Meltzer, 1922-2008), 프랜 빌러스(Fran Bilas, 1922-2012), 루스 릭터먼(Ruth Lichterman, 1924-1986)으로, 6명 전부 여성이었다.

ENIAC의 제어반을 조작하는 베티 제닝스(왼쪽)와 프랜 빌러스

ENIAC은 혁신적인 발명품이었지만 구조 자체는 사칙연산을 하는 기계식 계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기 신호가 들어올 때마다 10진수로 된 각 자릿수에 1씩 더해주는 덧셈기 수십 대와 그밖의 특수한 기능을 하는 기계 몇 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것으로 의미있는 계산을 하려면 기계들의 입출력을 전선을 직접 꽂아서 이어주어야 한다. 당시의 소프트웨어는 디스크나 메모리 상의 파일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제어반에 꽂혀있는 전선과 스위치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개념도 나오기 전이었다. 많은 언어에서의 if-else에 해당하는 조건분기를 구현하기 위해 당시 개발자들은 데이터 출력 단자에서 나오는 신호를 제어단자에 직접 연결해버렸다. 처음부터 조건분기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설계한 하드웨어가 아니었던 것이다.

6명의 프로그래머들은 ENIAC의 발전과 함께하며 컴퓨터 과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개척했다. 전선과 스위치였던 ENIAC의 소프트웨어를 메모리 상에 저장하고 덧셈기 몇 개를 레지스터로 바꾸는 등 기계가 개선되자, 프로그래머들은 프로그램 카운터(program counter)를 조작해서 서브루틴(subroutine)을 구현하는 법을 발명해냈고 메모리나 점프 위치를 간접주소(indirect addressing)를 써서 지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것은 주어진 문제를 좀더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 방법, 그리고 좀더 효율적으로 기계에 실행시키는 방법을 계속 고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들 덕분에 미국 육군은 ENIAC을 이용해 탄도역학 계산이나 몬테카를로 방법을 통한 핵분열 시뮬레이션 등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들의 활약은 오랜 시간동안 지워져 있었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은 ENIAC 50주년 기념행사에 제대로 초청받지 못했다. 기계를 조작하는 여성들의 사진이 남아있었지만, 연구자 중에는 이들을 가전제품 광고에 으레 등장하는 여성 모델로 잘못 생각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영화로 돌아가서, <히든 피겨스>라는 제목은 숨겨진 숫자, 그리고 숨겨진 인물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뛰어난 재능으로 기술의 발전에 기여했지만 차별 때문에 조명받지 못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취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스스로 커리어를 관리하라

최근 몇년간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개인적인 관점에서 주요 항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구직자들이 입사를 선호하는 대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됨
  • 성장 정체에 따라 대기업들이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음
  • 대기업 외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은 보상수준 등의 이유로 취업을 꺼림

로켓펀치는 이러한 취업난 해결에 일조하고자 ‘능력있는 사람들이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채용 플랫폼’,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온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며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커리어 관리가 필요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가벼운 멘토링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몇개월 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대학생들에게 우수한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스타트업 취업을 통해 커리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강의 및 행사를 진행해 줄 수 있겠냐는 문의를 받았습니다. 로켓펀치 경영진은 간단한 회의를 거친 후 이를 수락하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첫 단계로 로켓펀치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협력하여 충북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기업 분석 특강을 마련하였습니다. 특강의 목적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성장이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도록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고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내가 찾는다.”>

2017년 4월 6일 충북대학교 신학생회관 세미나실에서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강의 제목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내가 찾는다.”로 정하였고 아래와 같은 얘기들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취업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충북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에게 아래 메시지들을 전달하였고, 강의를 통해 최소한 한가지는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취업에 대한 관점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전달했던 메시지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공 학점, 토익 점수, 인턴 경험 등 천편 일률적인 스펙을 갖고 취업을 준비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연봉이 높은 곳, 선호하는 지역에 근무할 수 있는 곳 등의 기준으로 기업에 지원하고 취업난을 경험하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설사 힘들게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하는 업무와 자신의 적성이 맞지 않아 2~3년 만에 퇴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채용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이다.>

업무의 분야가 매우 세분화되고, 각 분야의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요즘은 각자가 매력적인 상품이 되어야 합니다. 막연히 열정적인 사람, 똑똑한 사람,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산업 트렌드에 따라 채용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전문가들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들이 회사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의 커리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강의 중, 커리어 관리의 성공 사례도 소개하였습니다. 텔레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5년만에 글로벌 IT 기업에서 솔루션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분, 평범한 대학생에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2년간 꾸준히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에서 핵심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분의 사례였습니다.

대기업 커리어의 종말


<대기업 커리어의 종말>

출처 : 이데일리

학생들이 갖고 있는 커리어 관리에 대한 관념을 깨기 위해 사용한 사진입니다.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AMSUNG, LG, SK 등도 30년 전으로 거슬러 가면 현재 스타트업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은 SK의 1966년 선경화섬 기공식 모습입니다. 현재의 대기업들은 한국의 산업화 시대를 함께 하며 경제 성장과 기업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성장 동력을 잃고 인력 감축 혹은 동결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와 사업을 찾기 위해 스타트업을 물색하고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리어 관리를 위해 앞으로 해야하는 일 4가지


<커리어 관리를 위해 해야하는 4가지>

학생들에게 앞으로 해야하는 일 4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1) 틈틈이 나와 맞는 스타트업을 찾고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2)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최고의 성과를 내어 동료들이 항상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인재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덧붙여 (3) 자신의 커리어 성장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4) 이 과정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리고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이 관심있는 산업,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적합한 스타트업을 찾고 스타트업의 기업을 분석하는 실습시간도 가졌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학생들의 기업 분석 프리젠테이션>

짧은 강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본 강의에 대해 궁금한 점 있이 있으시면 startup@rocketpunch.com 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