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2호 0

개친연 1호가 나간 이후에 개발자와 사귀며 가슴을 치고 계시는 여자분과 여자 개발자와 사귀며 벽을 치는 남자분들로부터 많은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미국의 유명 컴공과를 졸업해 현재 개발자로 활동 중이시라는 익명의 여자 2호분을 섭외하게 되었는데요. 본인이 개발자면서도 유독 개발자를 사랑하는 그 열정에 감동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해주세요.
여자 2호: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에서 2년째 플랫폼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여자 2호입니다.


신림동 캐리: 아, 그 귀하다는 여자 개발자시군요. 주변에 남자가 많으시겠어요. 남자친구는 뭐하세요?
여자 2호: 불행히도 지금 현재는 공식적으로 남자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개친연 왜 신청하셨….
여자 2호: 제가 그동안 사귀었던 남자는 물론이고 잠깐이라도 썸이 생겼던 남자 전부 다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할 말이 많아요.

오호? 흥미진진한 폭로전이 될 것 같습니다.

신림동 캐리: 전공이 전공이시니까 그 안에서 만나는군요. 그 유명한 공대 아름이시군요.

실제로 여자 2호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귀염상의 미녀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여자로서 컴공과에 다니는 건 어떠세요? 소문에 의하면 ‘컴싸여신’이라든가 ‘컴싸아이유’라고 불리신다고 들었어요.
여자 2호: 그 소문 제가 낸 겁니다.
신림동 캐리: 아, 그러시구나….
여자 2호: 그리고 전 주변으로부터 평생 들을 욕을 다 처먹었죠. 아무튼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을 당시엔 개발의 개자도 몰랐고 HTML/CSS 혹은 태그가 개발의 전부인 줄 알았으며 제 미래의 직업 같은 건 하나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개발자가 됐네요.

신림동 캐리: 남자는 주로 언제, 어디서 만났셨어요?
여자 2호: 대학교에서 주로 만났어요. 수업을 같이 듣는다거나 과제를 같이 한다거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썸이 생기더라고요. 아무래도 학과 선배분들이 저보단 개발 경험이 많으시니까 묻고 답하고 하는 과정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서요. 미국에서 대학을 다녀서 제 에세이를 봐주시기도 하고요.
신림동 캐리: 구남친들의 개발 언어는 뭐였나요?
여자 2호: 쓰는 언어들은 확실치가 않네요. 지금 사귀는 것이 아니라서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요. 하지만 가장 자주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탑 10을 거뜬히 채울 것 같아요. 지금은 각종 예측 알고리즘과 툴 연구 및 개발과 각종 플랫폼 엔진 개발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신림동 캐리: 헤어졌는데 그걸 왜 아는 거죠?
여자 2호: 알면서….

너님만 술 마시고 울면서 구여친 페이스북을 훔쳐보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 페이스북 사찰로 위아더월드!

신림동 캐리: 컴공과 아름이로서 컴공과 공돌이만 사귀셨다고 했는데 만남은 어떤가요?
여자 2호: 한 마디로 ‘넌 누구? 여긴 어디?’라고나 할까요. 전 컴공과에 재능이나 뜻이 있어서 갔다기보단 어쩌다 간 거라 입학하고 한동안은 개발에 관해서 전혀 아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동기들의 대화를 못 알아들어서 멘붕하기도 했었고요.
신림동 캐리: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상대방이 안다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끼셨겠어요.
여자 2호: 꼭 그렇지만도 않아서요. 구남친 하나는 처음으로 대화했을 때 로봇 관련 대화를 준비하던 중이라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겉으로 “아, 그러셨구나!”라든가 “와, 정말 대단하세요!”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속으로는 “이게 뭔 외계언어야….”하고 안드로메다를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신림동 캐리: 상대방이 이 대화에 흥미 있을까를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마구 늘어놓는 게 공대생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공대생들이여, 여자가 웃으면서 잘 들어준다고 신나서 이야기하지 맙시다. 그녀의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걸 좀 느끼라고요!

신림동 캐리: 학교 말고는 또 어디서 남자를 만나죠?
여자 2호: 개발자 모임이라든가 회사에서 주로 만나요.
신림동 캐리: 공순이다. 뼛속까지 공순이야….
여자 2호: 저도 그런 곳에서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거 아니거든요….
신림동 캐리: 근데 미국이면 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헌팅을 당하거나 하는 기회도 많지 않나요? 제가 미국 있을 땐 스타벅스 같은 데서 몇 번 당했는데?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제 자랑 맞습니다.

여자 2호: 클럽이나 파티에서 번호 받아간 적은 많은데 계속해서 연락하진 않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어차피 제가 가는 파티도 다 개발자만 득실득실해서요.
신림동 캐리: 그 나물에 그 밥이군요.
여자 2호: 남자 개발자가 다양한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듯이 개발자 신분인 저 역시 아무래도 다른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거의 못 만나요. 다른 분야라고 해도 기껏해야 IT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정도랄까요? 근데 그 디자이너분마저 예전에는 개발자로 일하셨더라고요. 게다가 저랑 대학 동문이었다고요.

신림동 캐리: 그럼 같은 개발자끼리 사귀며 느끼신 게 있으신가요?
여자 2호: 저도 개발자지만 남자 개발자들 어떤 분야든 엄청나게 덕후더라고요. 심지어 학교 성적이 안 좋아도 어떤 분야는 ‘얘가 왜 이 실력으로 이 점수를 받지?’ 싶을 정도로 실력이 엄청난 경우가 많아요. 코딩의 신이라든가 각종 대회에서 상을 콜렉터 한다든가 이름을 대면 다 아는 회사에서 미리 인턴하고 왔다든가 하는 거요. 그래서 처음엔 좀 존경의 대상이었는데 연애하면서 못 볼 꼴 다 보고 나니까 개발자들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림동 캐리: 원래 사람이에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여자 2호: 처음엔 뭔가 엄청난 존재로 보였거든요! 개발자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개발자와의 연애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LED로 튜닝한 정체불명의 기계를 기념일 선물로 받는다던가 암호화된 스크립트를 편지 대신 받아서 그걸 풀어야 메세지가 나온다든가 그런 걸 꿈꿨죠.

여자친구분께 하트가 막 쏟아지는 프로그램을 선물하셨다던 이두희님이 생각나네요. 두 분 만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여자 2호: 제가 개발자와만 연애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천재 혹은 싸이코처럼 보이는 공돌이도 연애할 때는 평범한 남자더라고요. 겉으로 차갑고 시크해 보이는 남자가 제게만 다정한 감정 표현을 할 때 정말 행복했었어요.

신림동 캐리: 그렇다면 개발자 남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다른 차이를 보인다면 어떤 점일까요?
여자 2호: 다른 남자들도 어느 정도의 덕후 기질이 있겠지만, 남자 개발자는 오덕 마인드를 필수로 가지고 있다 보면 돼요. 평균적인 덕후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좋아하는 분야가 하나 있으면 정말 끝까지 파고들어요. 구남친 하나는 콘솔 게임을 정말 좋아했어요. 소위 말하는 겜덕이었죠. 한정판 게임과 관련 제품을 바다 건너서라도 구해오는 건 기본이에요. 저와 바다 건너 장거리 연애를 하며 웹캠으로 연락했는데, 저와 이야기하는 동시에 게임을 하면서 갖가지 엔딩을 하루종일 보여주더라고요. 또 다른 구남친은 무한도전 보는 걸 그렇게 좋아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과제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며 꼭 무한도전을 무한 리플레이 하더라고요. 저도 옆에서 보다 보니까 어느새 무한도전 에피소드를 다 파악해버렸어요. 어떤 대사가 어느 시점에 나오는지까지 기억하게 됐다니까요.
신림동 캐리: 저도 무도덕후 구남친이 있었어요. 걔도 유학생이었는데 한국 올 때마다 여기는 무한도전 무슨 에피소드를 촬영한 곳이고 하면서 감격한 얼굴을 하더라고요. 심지어 밖에서 데이트를 하다가도 토요일 6시가 되면 텔레비전 있는 식당에 가서 같이 무한도전을 봐야 했어요!

무도 까면 사살이니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여자 2호: 썸남 하나는 또 커피 덕후라서 여행을 가면 하루에 열 군데가 넘는 카페 순회를 하더라고요. 그것도 맛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동일한 조건이어야 한다며 한 종류의 커피만 마셨어요. 그래서 카페인 효과 덕분에 여행하는 내내 밤을 새우고요. 그 분은 동시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덕후이기도 하고 위스키 덕후라서 시간 나면 레스토랑을 순회하는 건 기본이고 집에 위스키을 몇백 병 전시해놓기도 했어요.

그건 그냥 돈이 많은 거잖아….

신림동 캐리: 다들 한 덕후하셨네요.
여자 2호: 제가 만났던 개발자 남자친구 중에서 어떤 특정분야에 심취한 덕후가 아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개발자의 덕후성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란 데요. 친한 개발자 오빠가 대놓고 “내가 덕후 되기 싫어서 실리콘밸리 안 간 건데!”라고까지 말했어요. 문제는 이 오빠도 겜덕에다 픽사덕이라는 거죠.
신림동 캐리: 일반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나 혹시 덕후인가?’ 생각하고, 덕후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래 나 정도면 덕후는 아니지!’라며 안심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여자 2호: 차라리 오덕한 개발자면 사랑스럽죠. 저는 ‘브로그래머(bro+programmer)’를 정말 싫어해요. 브로그래머는 개발자의 최종 흑화된 레벨이자 사회악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신림동 캐리: 브로그래머가 뭐죠?
여자 2호: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하며 자신의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신세대 프로그래머를 뜻하는 신조어인데요. 미국에선 프로그래머가 잘나가는 직종의 하나거든요. 그래서 외모를 번지르르하게 꾸미고 자신의 연봉과 학벌로 여자를 꼬시고 다니면서 상처 주는 인간들이 많아요. 자신의 남성적 매력으로 여성을 사냥하는 동시에 가지고 노는 거죠. 자신감과 잘난 척은 정말 다른 건데 말이에요. SNS에서만 봐도 “나 돈 이렇게 잘 번다. 나 이렇게 하고 산다. 나 너네보다 똑똑하다. 이 그지 깽깽이들아!” 하면서 온갖 허세를 다 부리시는 브로그래머가 은근히 많아요.


신림동 캐리: 왜 이렇게 브로그래머에 분노하세요?
여자 2호: 사실 예전에 만났던 구남친이 저런 케이스였어요. 사귀던 당시에는 공부하느라 바쁜 평범한 공돌이였죠. 근데 헤어지고 나서 어쩌다 다시 만난 적이 있는데 소위 말하는 브로그래머가 됐더라고요. 퇴근하고 시간 내서 운동하고 돈 벌면 옷 사고 머리 하는 데 투자하는 것까진 좋았어요. 근데 여자를 닥치는 대로 가볍게 만나더라고요. 그러면서 당시 바빠서 살찌고 망가진 모습이었던 제게 “이렇게 가꾸는 거 조금만 관리하면 되는 건데 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징징대는 거냐?”라고 충고하더군요.
신림동 캐리: 저도 예전에 살찐 상태에서 구남친 만난 적이 있는데 ‘이제 너도 별 수 없구나’라고 해서 두고 두고 분했어요!
여자 2호: 자기 자신을 가꾸는 건 멋진 일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누를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전 개인적으로 이과남이 다른 사람에겐 무심하면서 나에게만 다정하게 구는 속성이 좋다고요!
신림동 캐리: 저도 그거 완전 사랑합니다.
여자 2호: 저희 회사 팀메이트 중의 한 분이 흰 티셔츠와 디젤 청바지를 입고 코딩하는데 살짝 보이는 팔 근육과 힘줄이….
신림동 캐리: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좋아하는 건 남자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문제는 그러고도 예쁘고 멋있으려면 얼굴과 몸매가 따라줘야 한다는 거죠.

언제나 그렇지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고 몸매죠.

여자 2호의 폭로전은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2호 1에서 계속됩니다.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1호

12월입니다. 로켓펀치에서는 연인의 달인 12월을 맞이해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말 그대로 개발자의 여자친구들을 만나 개발자와의 연애란 어떤 것인지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개발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요? 모니터 속의 2D라든가 용이나 해태 같은 상상 속의 동물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의외로 개발자도 다들 연애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주변만 없을 뿐입니다. 자, 그러면 개발자인 남자 1호와 연애하는 여자 1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신림동 캐리: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여자 1호: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학사경고 3번에 D-까지 안고 졸업해 전공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팅과 콘텐츠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강남역과 닫혀있는 화장실 변기를 싫어합니다.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는 언제, 어디서 만났어요?
여자 1호: 동종업계 F사에 인터뷰 갔다가 알게 됐습니다.
신림동 캐리: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연애질이나 하셨다고요?
여자 1호: 아니, 인터뷰할 때는 정말 일만 했어요. 업무 관련해 F사에 방문했을 때는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 그러다 F사의 홍보 담당자 K씨가 술 한 번 마시러 오라고 하셔서 놀러 갔다가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신림동 캐리: 그렇게 눈이 맞으신 건가요?
여자 1호: 아뇨. 그때는 서로 아웃 오브 안중이었죠. 그때 여럿이 모인 술자리였고 저 혼자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분들과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남자친구는 저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문자질만 계속 하더군요.
신림동 캐리: 서로 관심이 없었나요?
여자 1호: 아뇨, 나중에 물어보니 남자친구는 친구와 문자 보내는 척 하면서 절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좀 이상형이 확고해요. ‘하얗고 마르고 여리여리한 스타일의 이과생’을 좋아하거든요. 남자친구를 처음 봤을 때 하얗고 바람에 날아갈 듯이 휘청거리던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빙어 같았죠. 그리고 손님인 저를 두고 계속 문자질하는 모습에 처음엔 ‘얜 뭔데 이렇게 예의가 없어?’라고 불쾌해하다 손가락이 너무 가녀리고 예뻐서 ‘이렇게 청순한 남자가 있다니!’하고 반해버렸어요. 제가 너무 변태 같나요?
신림동 캐리: 네, 변태 같아요.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는 본인의 어떤 점을 좋아했어요?
여자 1호: 개발자가 다 그렇겠지만 디테일한 이유는 자신도 설명 못 하더라고요. 그냥 마음에 들었다고 해요.
신림동 캐리: 언제부터요?
여자 1호: 그것도 모르겠대요.
신림동 캐리: 그럼 아는 게 뭐래요?
여자 1호: 그것도 모를걸요.

표현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개발자!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가 개발자라는 건 언제 알았어요?
여자 1호: 회사 관련해서 만난 거기 때문에 원래 알고 있었습니다. R&D 팀에서 추천 UX 관련 개발을 하고 있는데, 그냥 개발자라니까 개발자려니 해요. 남자친구가 개발자일 뿐만 아니라 Defcon CTF에서 팀 3위를 달성한 해커 경력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페이스북과 메일 비밀번호를 20자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 방금은 농담이에요.

신림동 캐리: 다른 남자들과 개발자 남자친구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자 1호: 제가 원래 이과생을 좋아해서 여태까지 사귄 남자친구들도 다 이과 계열이었는데요. 제대로 공대인 건 이번이 처음이지 싶네요. 개발자인 것도요. 그래서 개인적 경험을 통해 비교해보자면 개발자는 정말 0 아니면 1이에요.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거지 중간이 잘 없어요. 제가 뭔가 자잘한 것에 집착할라치면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진지하게 묻죠. 저는 남자친구가 문학적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남자친구는 제가 별걸로 다 시비 거는 여자라 여기고 있어요.
신림동 캐리: 근데 이과생이 왜 좋으세요?
여자 1호: 페티쉬에는 이유가 없죠.
신림동 캐리: 아, 예….

신림동 캐리: 공대생 농담 중에 기억나는 거 있어요?
여자 1호: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공대생 체크 남방’이 화제였는데요. 제가 그거 보고 너무 웃겨서 ‘공대생-체크 남방=0’이라며 놀리니 처음엔 공대생이라고 체크 남방을 다 입는 건 아니라고 개인 취향이라고 부정하다 문득 페이스북을 보더니 친구들이 다 체크 남방 입고 있다며 절규했어요.

체크 남방 입었다고 해서 공대생은 아니지만 공대생은 체크 남방을 입는 것입니다.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의 이런 패션은 정말 공대생 같아서 싫다 하는 거 있으세요?
여자 1호: 남자친구가 후드티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신림동 캐리: 그래서 싫으세요?
여자 1호: 아뇨, 공대생 같아서 너무 좋아요. 제가 너무 변태 같나요?
신림동 캐리: 네, 변태 같아요.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자친구를 둬서 아는 부분이 늘거나 하는 측면이 있나요?
여자 1호: 가끔 남자친구가 저와 데이트하다 회사에서 전화받고 맥북을 꺼내서 급히 수습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개발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멋있어요.
신림동 캐리: 아니, 남자친구의 멋진 모습 말고 배우는 면을 말하라니까요.
여자 1호: 별로 없는데요.
신림동 캐리: 네….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는 보통 어떨 때 화를 내나요?
여자 1호: 아직은 화낸 적 없어요.
신림동 캐리: 아, 네….
여자 1호: 근데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 이해하기를 강요받는 건 무척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신림동 캐리: 그건 모든 사람이 다 싫어해요.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와 갈등이 있었던 적 있으세요?
여자 1호: 아까도 말했지만, 대화에서 가끔 이질적인 부분이 발생하는데요. 예를 들면 남자친구에게 ‘내가 왜 예뻐?’ 했을 때 저는 ‘넌 이러 저러한 면이 남보다 특별하고 이러 저러해서 내 기준에 예뻐.’하는 대답을 기대하는데 남자친구는 ‘예뻐서 예쁘다는데 왜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이유를 설명해야 하지?’라고 해요. 처음엔 그걸 성의가 없다고 여겨 속상해했는데 점차 개발자에게 예쁘다는 판단은 그냥 자신의 눈에 예쁜 그 자체라는 걸 깨닫고 그러려니 합니다.
신림동 캐리: 그런 걸로 싸운다고요?
여자 1호: 네, 그리고 얼마 전에 제가 개발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책을 보고 배우라더군요.
신림동 캐리: 그런 건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녜요. 여자 1호님에게 ‘나 글 잘 쓰는 방법 좀 가르쳐줘.’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여자 1호: ‘나부터가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하겠죠.
신림동 캐리: 아, 네….
여자 1호: 아무튼 남자친구에게 개발을 배우는 건 마치 남편에게 운전연수 받는 것처럼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감정이 상하게 되는 건가 보다.’하고 여겨 포기했어요. 그냥 좋은 책이나 추천해달라 하려고요.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자친구가 비개발자 남자친구에 비해 장점이 있다면?
여자 1호: 주변에 여자가 없고 바람을 피울 시간도 없습니다.

여자가 없지만 게이는 아닙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자친구가 비개발자 남자친구에 비해 단점이 있다면?
여자 1호: 주변에 여자가 없고 바람을 피울 시간도 없어서 나를 사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는 농담이고요. 저는 초저녁부터 자고 일찍 일어나는 타입인데요. 남자친구는 새벽 5시 정도에 자고 낮 2시 정도에 일어나요. 저번에 친구(남자)와 밥을 먹고 있었는데요. 친구의 여자친구가 승무원이거든요. 그 분이 해외 비행하고 돌아오셔서 자다 일어난 시간이 제 남자친구의 기상 시간과 얼추 비슷하더라고요. 둘 다 동시에 애인으로부터 ‘일어났어.’라는 연락을 받고 저는 참 미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신림동 캐리: 그런 부분 때문에 많이 싸우나요?
여자 1호: 싸우지는 않는데 그러다 건강을 해칠까 좀 걱정스러워요. 얼마 전엔 남자친구가 주말이라고 푹 잤어요. 처음엔 연락이 안 되어도 자고 있겠지 했어요. 근데 오후 5시까지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정도면 자고 있을 리가 없다! 이것은 쓰러진 것이다!’하고 판단했죠. 마침 남자친구 집 근처에서 약속이 있었던지라 마치고 남자친구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어요. 남자친구가 깨서 부스스한 얼굴로 ‘웬일이야?’하고 나오더라고요. 그때 ‘아, 인간이 이렇게 폐인처럼 생활할 수도 있구나.’하고 제가 여태껏 가진 인간의 생활 밸런스가 편협했음을 깨닫았어요. 이제 남자친구가 언제 일어나든 놀라지 않아요.

신림동 캐리: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에게 연애 조언을 해준다면?
여자 1호: 흔히 여자들이 말 안 하다가 남자에게 나중에 쏘아붙여서 갈등을 만든다는 말을 하는데요. 개발자도 마찬가지예요. ‘말하지 않아도 여자가 내 마음과 성의를 다 알아주겠지?’하고 여기지 마세요. 여자는 궁예가 아닙니다. 말을 해야 알지! 그리고 개발자들이 참 바쁜데요. 그럴 때 ‘나중에 여자친구 만나서 맛있는 거 사주면 되겠지.’하는 생각은 글렀습니다. 여자가 무슨 게임이냐! 시간 없으면 현질로 때울 수 있는 게 아니야!
신림동 캐리: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여자 1호: 네, 감정적으로 몰입하다 보니 그랬네요. 릴렉스하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남성 개발자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여자 1호: 일단은 너무 바쁘고요. 그나마 시간이 생기면 LOL을 해요. 남의 엄마 걱정해주지 말고 네 인생을 걱정해라.

신림동 캐리: 개발자와 사귀는 여자에게 팁이 있다면?
여자 1호: 개발자는 대부분 남고-공대-남초 회사를 거쳤기에 연애에 부적합한 인간으로 성장했지만, 대체로 스마트해서 연애를 가르쳐주면 점차 발전합니다. 다만 그 시작점이 일반인 남자보다 더 바닥일 뿐이죠. 예를 들어서 저는 아예 남자친구에게 ‘일어나면 문자를 보내고, 자기 전에 전화해라. 나에게 이런 말은 하지 마라. 내가 화나면 이렇게 해라.’하고 연애의 가이드를 정해줬어요. 그랬더니 훨씬 연애성을 갖춰가더라고요. 그렇게 한 발 한 발 걸음마를 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해요.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개발자스러움을 사랑해주세요.

개발자와 사귀며 가슴을 치고 계시는 여자분, 혹은 여자 개발자와 사귀며 벽을 치는 남자분의 이야기를 12월 한정으로 모집합니다. 인터뷰를 원하시는 분은 sillimdongcarrie@pristones.com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