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1호

12월입니다. 로켓펀치에서는 연인의 달인 12월을 맞이해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말 그대로 개발자의 여자친구들을 만나 개발자와의 연애란 어떤 것인지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개발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요? 모니터 속의 2D라든가 용이나 해태 같은 상상 속의 동물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의외로 개발자도 다들 연애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주변만 없을 뿐입니다. 자, 그러면 개발자인 남자 1호와 연애하는 여자 1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신림동 캐리: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여자 1호: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학사경고 3번에 D-까지 안고 졸업해 전공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팅과 콘텐츠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강남역과 닫혀있는 화장실 변기를 싫어합니다.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는 언제, 어디서 만났어요?
여자 1호: 동종업계 F사에 인터뷰 갔다가 알게 됐습니다.
신림동 캐리: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연애질이나 하셨다고요?
여자 1호: 아니, 인터뷰할 때는 정말 일만 했어요. 업무 관련해 F사에 방문했을 때는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 그러다 F사의 홍보 담당자 K씨가 술 한 번 마시러 오라고 하셔서 놀러 갔다가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신림동 캐리: 그렇게 눈이 맞으신 건가요?
여자 1호: 아뇨. 그때는 서로 아웃 오브 안중이었죠. 그때 여럿이 모인 술자리였고 저 혼자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분들과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남자친구는 저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문자질만 계속 하더군요.
신림동 캐리: 서로 관심이 없었나요?
여자 1호: 아뇨, 나중에 물어보니 남자친구는 친구와 문자 보내는 척 하면서 절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좀 이상형이 확고해요. ‘하얗고 마르고 여리여리한 스타일의 이과생’을 좋아하거든요. 남자친구를 처음 봤을 때 하얗고 바람에 날아갈 듯이 휘청거리던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빙어 같았죠. 그리고 손님인 저를 두고 계속 문자질하는 모습에 처음엔 ‘얜 뭔데 이렇게 예의가 없어?’라고 불쾌해하다 손가락이 너무 가녀리고 예뻐서 ‘이렇게 청순한 남자가 있다니!’하고 반해버렸어요. 제가 너무 변태 같나요?
신림동 캐리: 네, 변태 같아요.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는 본인의 어떤 점을 좋아했어요?
여자 1호: 개발자가 다 그렇겠지만 디테일한 이유는 자신도 설명 못 하더라고요. 그냥 마음에 들었다고 해요.
신림동 캐리: 언제부터요?
여자 1호: 그것도 모르겠대요.
신림동 캐리: 그럼 아는 게 뭐래요?
여자 1호: 그것도 모를걸요.

표현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개발자!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가 개발자라는 건 언제 알았어요?
여자 1호: 회사 관련해서 만난 거기 때문에 원래 알고 있었습니다. R&D 팀에서 추천 UX 관련 개발을 하고 있는데, 그냥 개발자라니까 개발자려니 해요. 남자친구가 개발자일 뿐만 아니라 Defcon CTF에서 팀 3위를 달성한 해커 경력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페이스북과 메일 비밀번호를 20자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 방금은 농담이에요.

신림동 캐리: 다른 남자들과 개발자 남자친구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자 1호: 제가 원래 이과생을 좋아해서 여태까지 사귄 남자친구들도 다 이과 계열이었는데요. 제대로 공대인 건 이번이 처음이지 싶네요. 개발자인 것도요. 그래서 개인적 경험을 통해 비교해보자면 개발자는 정말 0 아니면 1이에요.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거지 중간이 잘 없어요. 제가 뭔가 자잘한 것에 집착할라치면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진지하게 묻죠. 저는 남자친구가 문학적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남자친구는 제가 별걸로 다 시비 거는 여자라 여기고 있어요.
신림동 캐리: 근데 이과생이 왜 좋으세요?
여자 1호: 페티쉬에는 이유가 없죠.
신림동 캐리: 아, 예….

신림동 캐리: 공대생 농담 중에 기억나는 거 있어요?
여자 1호: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공대생 체크 남방’이 화제였는데요. 제가 그거 보고 너무 웃겨서 ‘공대생-체크 남방=0’이라며 놀리니 처음엔 공대생이라고 체크 남방을 다 입는 건 아니라고 개인 취향이라고 부정하다 문득 페이스북을 보더니 친구들이 다 체크 남방 입고 있다며 절규했어요.

체크 남방 입었다고 해서 공대생은 아니지만 공대생은 체크 남방을 입는 것입니다.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의 이런 패션은 정말 공대생 같아서 싫다 하는 거 있으세요?
여자 1호: 남자친구가 후드티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신림동 캐리: 그래서 싫으세요?
여자 1호: 아뇨, 공대생 같아서 너무 좋아요. 제가 너무 변태 같나요?
신림동 캐리: 네, 변태 같아요.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자친구를 둬서 아는 부분이 늘거나 하는 측면이 있나요?
여자 1호: 가끔 남자친구가 저와 데이트하다 회사에서 전화받고 맥북을 꺼내서 급히 수습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개발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멋있어요.
신림동 캐리: 아니, 남자친구의 멋진 모습 말고 배우는 면을 말하라니까요.
여자 1호: 별로 없는데요.
신림동 캐리: 네….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는 보통 어떨 때 화를 내나요?
여자 1호: 아직은 화낸 적 없어요.
신림동 캐리: 아, 네….
여자 1호: 근데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 이해하기를 강요받는 건 무척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신림동 캐리: 그건 모든 사람이 다 싫어해요.

신림동 캐리: 남자친구와 갈등이 있었던 적 있으세요?
여자 1호: 아까도 말했지만, 대화에서 가끔 이질적인 부분이 발생하는데요. 예를 들면 남자친구에게 ‘내가 왜 예뻐?’ 했을 때 저는 ‘넌 이러 저러한 면이 남보다 특별하고 이러 저러해서 내 기준에 예뻐.’하는 대답을 기대하는데 남자친구는 ‘예뻐서 예쁘다는데 왜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이유를 설명해야 하지?’라고 해요. 처음엔 그걸 성의가 없다고 여겨 속상해했는데 점차 개발자에게 예쁘다는 판단은 그냥 자신의 눈에 예쁜 그 자체라는 걸 깨닫고 그러려니 합니다.
신림동 캐리: 그런 걸로 싸운다고요?
여자 1호: 네, 그리고 얼마 전에 제가 개발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책을 보고 배우라더군요.
신림동 캐리: 그런 건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녜요. 여자 1호님에게 ‘나 글 잘 쓰는 방법 좀 가르쳐줘.’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여자 1호: ‘나부터가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하겠죠.
신림동 캐리: 아, 네….
여자 1호: 아무튼 남자친구에게 개발을 배우는 건 마치 남편에게 운전연수 받는 것처럼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감정이 상하게 되는 건가 보다.’하고 여겨 포기했어요. 그냥 좋은 책이나 추천해달라 하려고요.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자친구가 비개발자 남자친구에 비해 장점이 있다면?
여자 1호: 주변에 여자가 없고 바람을 피울 시간도 없습니다.

여자가 없지만 게이는 아닙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자친구가 비개발자 남자친구에 비해 단점이 있다면?
여자 1호: 주변에 여자가 없고 바람을 피울 시간도 없어서 나를 사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는 농담이고요. 저는 초저녁부터 자고 일찍 일어나는 타입인데요. 남자친구는 새벽 5시 정도에 자고 낮 2시 정도에 일어나요. 저번에 친구(남자)와 밥을 먹고 있었는데요. 친구의 여자친구가 승무원이거든요. 그 분이 해외 비행하고 돌아오셔서 자다 일어난 시간이 제 남자친구의 기상 시간과 얼추 비슷하더라고요. 둘 다 동시에 애인으로부터 ‘일어났어.’라는 연락을 받고 저는 참 미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신림동 캐리: 그런 부분 때문에 많이 싸우나요?
여자 1호: 싸우지는 않는데 그러다 건강을 해칠까 좀 걱정스러워요. 얼마 전엔 남자친구가 주말이라고 푹 잤어요. 처음엔 연락이 안 되어도 자고 있겠지 했어요. 근데 오후 5시까지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정도면 자고 있을 리가 없다! 이것은 쓰러진 것이다!’하고 판단했죠. 마침 남자친구 집 근처에서 약속이 있었던지라 마치고 남자친구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어요. 남자친구가 깨서 부스스한 얼굴로 ‘웬일이야?’하고 나오더라고요. 그때 ‘아, 인간이 이렇게 폐인처럼 생활할 수도 있구나.’하고 제가 여태껏 가진 인간의 생활 밸런스가 편협했음을 깨닫았어요. 이제 남자친구가 언제 일어나든 놀라지 않아요.

신림동 캐리: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에게 연애 조언을 해준다면?
여자 1호: 흔히 여자들이 말 안 하다가 남자에게 나중에 쏘아붙여서 갈등을 만든다는 말을 하는데요. 개발자도 마찬가지예요. ‘말하지 않아도 여자가 내 마음과 성의를 다 알아주겠지?’하고 여기지 마세요. 여자는 궁예가 아닙니다. 말을 해야 알지! 그리고 개발자들이 참 바쁜데요. 그럴 때 ‘나중에 여자친구 만나서 맛있는 거 사주면 되겠지.’하는 생각은 글렀습니다. 여자가 무슨 게임이냐! 시간 없으면 현질로 때울 수 있는 게 아니야!
신림동 캐리: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여자 1호: 네, 감정적으로 몰입하다 보니 그랬네요. 릴렉스하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남성 개발자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여자 1호: 일단은 너무 바쁘고요. 그나마 시간이 생기면 LOL을 해요. 남의 엄마 걱정해주지 말고 네 인생을 걱정해라.

신림동 캐리: 개발자와 사귀는 여자에게 팁이 있다면?
여자 1호: 개발자는 대부분 남고-공대-남초 회사를 거쳤기에 연애에 부적합한 인간으로 성장했지만, 대체로 스마트해서 연애를 가르쳐주면 점차 발전합니다. 다만 그 시작점이 일반인 남자보다 더 바닥일 뿐이죠. 예를 들어서 저는 아예 남자친구에게 ‘일어나면 문자를 보내고, 자기 전에 전화해라. 나에게 이런 말은 하지 마라. 내가 화나면 이렇게 해라.’하고 연애의 가이드를 정해줬어요. 그랬더니 훨씬 연애성을 갖춰가더라고요. 그렇게 한 발 한 발 걸음마를 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해요.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개발자스러움을 사랑해주세요.

개발자와 사귀며 가슴을 치고 계시는 여자분, 혹은 여자 개발자와 사귀며 벽을 치는 남자분의 이야기를 12월 한정으로 모집합니다. 인터뷰를 원하시는 분은 sillimdongcarrie@pristones.com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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