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제대로 드시고 계세요?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한 날
나는 나는 친구를 만들죠

모 어린이 프로그램의 이 로고송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어릴 적이야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만으로 옆자리에 앉았단 것만으로도 그냥 친구가 되곤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방과 후에도 늘 붙어 다녔죠. 하지만 어른이 되면 될수록 각자의 일로 바빠서 서로 신경 쓰지 못하거나 관심사가 달라지거나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친구가 줄어들게 되는데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지만 밥 한 끼 먹자고 친구와 약속을 잡는 건 번거로운 일이죠. 그렇다고 혼자 밥 먹는 것은 여전히 서먹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국내 최초이자 최대 소셜다이닝인 온라인 플랫폼 ‘집밥‘을 만나고 왔습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집밥 박인 대표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박인: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님 팬입니다.
신림동 캐리: 아니, 제가 더 팬입니다. 저번에 D.CAMP에서 뵈었죠?
박인: 기억 안 나는데요.
신림동 캐리: 그러시구나….
팬이시라면서요….

박인: 페이스북에서 글을 읽으며 어떤 분인지 궁금했어요.
신림동 캐리: 뭐 특별한 거 있겠어요.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죠.
박인: 혹시 인터뷰도 반말로 하나 궁금했어요.

설마요. 제가 그렇게까지 사회성 없는 인간은 아닙니다.
신림동 캐리: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보죠. 반말모드 ON. 일단은 집밥, 요즘 잘 나가는 것 같다.
박인: 아직 미흡한데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컨설팅 회사 출신이라고 들었다.
박인: 맞다.
신림동 캐리: PPT의 신이시겠다.
박인: 아니, 요즘은 현업에서 나온 지 좀 오래되어서 감 떨어졌다.
신림동 캐리: 강남이었나 여의도였나?
박인: 여의도였다.
신림동 캐리: 나도 여의도에서 일했었다.
박인: 진짜? 어디?
신림동 캐리: 난 에스트레뉴 30층.
박인: 아, 그 이상하게 생긴 빌딩.
신림동 캐리: 진짜 이상하게 생겼지. 여의도 하면 진주집 생각난다.
박인: 아, 진주집!
신림동 캐리: 진주집 계속 더 커지고 있다. 나중엔 여의도백화점이 진주집 될 것 같다. 진격의 진주집이다.

그렇게 여의도 이웃이었다는 것 하나로 우리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아, 진주집 맛있으니까 여의도 들를 일이 있으시면 다들 한 번 가보세요.

신림동 캐리: 컨설팅 회사, 뭐 요즘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선망의 직종 아닌가?
박인: 경영학과 졸업하고 어쩌다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매일이 야근에 최고층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기만 했다. 그러다 내가 뭐하는 짓인가 내가 PPT에 써넣고 있는 이 이야기들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만 두겠다고 했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선 뭐라던가?
박인: 처음엔 말리다가 나중에 이사님이 ‘그래, 넌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애.’라며 시원섭섭하게 보내주시더라. 그리고 놀았다. 백수가 되어서 원 없이 놀았다.
신림동 캐리: 엄마 아빠가 뭐라고 안 하시던가? 난 백수 때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만 먹어도 엄마한테 ‘백수 주제에 입은 살아서! 물이나 마셔!’라는 구박을 들었었다.
박인: 부모님은 외국에 나가서 일하고 계신다.
신림동 캐리: 아, 완전 살판났겠구나.
박인: 아니다. 혼자 산지 10년 차여서 그런지 ‘집밥’을 잘 먹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우리가 먹는 밥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아침에는 후다닥 대충 때우고, 점심은 긴 줄을 서서 겨우 먹거나 밖에서 업무차 아무 거나 먹고, 저녁은 야근하기 위해 먹잖아. 문득 이건 식사라기보다는 사료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그 기분이 참 싫더라. 그렇지 않나?
신림동 캐리: 난 뭘 줘도 잘 먹는 편이다. 그럼 박인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식사는 어떤 모습인가?
박인: 한 끼를 먹더라도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고 싶었다. 근데 일단 난 혼자 살고 마침 남자친구도 없고 친구들은 다 바빴다. 회사도 그만둔 상태이다 보니 더더욱 식생활이 피폐해져만 갔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다운 식사가 그리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옆집에서 카레 냄새가 나길래 무턱대고 가서 밥 좀 달라고 했다.
신림동 캐리: 그거 주거침입 아닌가?
박인: 그건 아니고 평소 인사 정도 하는 옆집 할머니셨는데 흔쾌히 카레를 나눠주셨다.
신림동 캐리: 아직 세상이 살만하구나. 그래서?
박인: 그걸 SNS에 올렸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은 거야.
신림동 캐리: 모니터에서 사람 냄새 나네요.
박인: 그래서 그걸 시작으로 페이스북 이벤트를 하게 되었고 그게 발전해 ‘집밥’이 됐다.
신림동 캐리: 어떻게 보면 그날 옆집 할머니가 카레를 만들지 않으셨더라면 집밥은 없었겠다.
박인: 그럴지도.
신림동 캐리: 그래서 그 할머니 댁엔 자주 가나?
박인: 그 이후로는 안 갔다.
신림동 캐리: 너무하잖아….

신림동 캐리: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좀 있을 것 같다.
박인: 집밥 모임은 주제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이는데, 그러다 보니 서로 취향이 비슷하고 솔로인 남녀들이 만나 많이들 사귄다. 커플 탄생은 이제 흔하고, 집밥에서 만나서 결혼까지 하신 분도 있다. 집밥을 정식으로 운영한 게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는데 벌써 그 사이에 결혼하거나 결혼을 눈앞에 두고 계신 커플이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매우 뿌듯하다.

집밥은 사랑을 싣고!
신림동 캐리: 사실 나도 솔로일 때 너무 외롭다 못해 집밥을 통해 남자를 만나보려고 했었다.
박인: 나가보시지 그러셨나.
신림동 캐리: 그때 아는 남자와 집밥 사이트를 보며 ‘별별 모임이 다 있네. 나도 나가볼까?’ 했었는데 지금 그 지인과 사귀고 있다.
박인: 나 빼고 다 커플이지. 정작 나는 집밥에서 커플을 만들어주며 외롭게 살고 있다.

송창규님은 로켓펀치와 인터뷰한 이후로 소개팅이 쇄도하고 있다 말씀하셨습니다. 박인 대표님도 좋은 소식 기대해봅니다.

신림동 캐리: 아까도 말했지만, 집밥은 참 다양한 모임이 많은 것 같다. 취미 모임도 있고 봉사 모임도 있고 심지어 단체 미팅도 있더라. 대표로서 자랑할만한 집밥의 이벤트와 모임을 소개하면?
박인: 집밥에는 정말 집에 가서 밥 먹는 모임이 간혹 있다. 외딴 사람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나. 실제로 몇몇 분들이 하고 있는데 반응이나 후기도 정말 좋다.

신림동 캐리: 앵콜 어쩌고 하는 모임들은 뭔가?
박인: 인기 있거나 반응이 좋은 모임들은 다시 열린다. 그런 걸 앵콜 모임이라고 한다. 현재 와인 모임이나 직장인 점심 모임은 20차 수 넘게 모임을 연달아 하시면서 나름의 팬클럽을 만들어나가고 계신다. 모임을 계속 개최하시는 분들은 나름의 명성을 쌓아가시다가 강연자로 성장하셔서 출강까지 하시게 되었다 들었다. 또한, 집밥이 현재 서울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자발적으로 타 도시들, 부산, 대전, 대구, 전주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모임들이 생성된다. 이때까지 집밥 모임 참여하러 서울까지 원정 오시다가 이제 자신의 주거지에서 모임을 만드신다면서 만드시는데 그 모임들이 성공하면서 지방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림동 캐리: 근데 여기서 잠깐, 왜 사람들이 처음 보는 타인과 밥을 먹고 싶어할까? 난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싫고 밥 먹는 건 더더욱 싫어서 이해가 잘 안 간다.
박인: 타인과 단지 밥을 먹고 싶어서 만나는 건 아닐 거다. 현재의 사람들과의 비즈니스적인 식사자리, 취향을 공유할 수 없는 식사자리가 싫어서 집밥에 온다고 생각한다. 다들 취향이 있고 이를 공유하고 싶은데 회사 동료와 그걸 나누긴 좀 그렇잖아.
신림동 캐리: 그렇지. 회사 사람들이랑은 사장님 욕이나 하는 거지.
박인: 집밥에선 공통의 주제가 있고 관심사가 있다.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나오는 게 아닐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모임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1인 가구가 전체인구의 24%나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통의 필요성과 관계 형성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죠. 소셜다이닝 집밥에는 ‘따뜻한 집밥’과 같은 다양한 모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이 혼자 밥 먹어본 최고의 레벨은?
박인: 신림동 캐리님은 어디까지 해보셨는가?
신림동 캐리: 전 여대 출신에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아웃백도 혼자 잘 간다. 혼자 가면 빵 많이 줘서 좋다.
박인: 난 그것보단 저렙이다. 집에서 무한도전 보면서 밥 먹는 정도? 밖에서는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외에는 없다. 편의점 라면 먹기도 안 해봤다. 그냥 밥 혼자 먹느니 굶고 만다.
신림동 캐리: 내가 그런 체질이었으면 매우 날씬해졌을 텐데 아쉽다.

제가 어릴 때 엄마가 어디서 사주를 봤는데 점쟁이가 저더러 1월 허허벌판에 버려놔도 잡초 뜯어 먹으며 살아남을 인간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집밥을 운영하며 시스템적으로 힘들었던 일은?
박인: 사람이 만나는, 개인이 만나는 모임 플랫폼이고,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서비스이다 보니 초반에 특히 이해를 못 하시고 문의사항들이 많았다. 수동으로 전화로 이메일로 응대하는 부분이 많아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초반에 힘들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자동화를 시키고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들을 정리해두어서 개선되었다.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집밥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니 리뉴얼했던데 뭔가?
박인: 집밥 사이트를 반응형 웹으로 리뉴얼했다! 모바일 결제도 된다!
신림동 캐리: 반응형 웹이라고?
박인: 사용자의 다양한 환경에 웹 페이지가 레이아웃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모든 디바이스에서 최적의 상태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다.

집밥이 이번 리뉴얼을 통해서 국내에서 아직 그 사례를 찾기 힘든 최첨단의 ‘반응형 웹’ 사이트가 됐다는 걸 강조해달라 하십니다. 그렇다고 하십니다. 반응형 웹이 뭔지 궁금하시면 집밥 사이트 들어가 보시면 됩니다.

신림동 캐리: 생각해보니 내가 여자만 인터뷰하는 일은 처음인 것 같다.
박인: 여자를 싫어하는 거 아니셨나?
신림동 캐리: 그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박인: 남자만 노린단 이야기를 들었다.
신림동 캐리: 그랬으면 내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회사 다녀야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튼 여자 CEO로서 느끼는 장단점이 있다면?
박인: 남자 CEO와 다른 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꼬집어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굳이 말하자면?
박인: 딱히 모르겠다.

신림동 캐리: 우리 집밥은 다른 회사와 이런 점이 다르다?
박인: 구성원들에게 완벽한 근태의 자유를 허용한다. 대표가 가장 나이가 어리기에, 구성원들을 대표가 모시고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출퇴근 시간은 물론 업무장소, 모두 가장 구성원들이 가장 효율, 효과적인 방식으로 선택하시게끔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재택근무하시기도 하고, 영업이나 외근하시는 경우에도 회사 복귀 의무나 보고의 의무도 딱히 없다.
신림동 캐리: 회식은 하나?
박인: 회식은 집에서 삼겹살이나 오리를 구워먹으며 집밥 회식을 한다. 훨씬 맛있게 양질의 고기를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기에 다들 만족한다.
신림동 캐리: 그거 뒤처리할 때 힘들지 않나?
박인: 물론 힘들다.

저는 어머니로부터 고기와 튀김은 사서 먹는 게 진리라고 배웠습니다.

신림동 캐리: 박인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집밥’의 힘은 뭔가? 난 어머니가 음식 만들기를 싫어하셔서 솔직히 집밥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박인: 우리 어머니도 음식 만들기를 즐기진 않으셨다. 우리 집도 외식이 잦았다. 집밥의 힘은 그 밥이랑 반찬이 맛이 대단히 있어서가 아니다.
신림동 캐리: 그럼?


박인: ‘식구’란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근데 점점 그 뜻이 무색하게 한 집에서도 다 같이 밥 먹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간다. 사회 나가서 같이 밥 먹는 건 식사라기보다는 비즈니스 미팅이나 끼니를 때우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맞아.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이제 좀 무색하다.
박인: 우리 ‘집밥’은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새로움을 원하고 공감대 형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랄까. 사람이 고파서 집밥에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채우고, 즐거움과 새로움을 얻고자 능동적으로 삶을 즐기는 분들이 집밥에 찾고 계신다. 앞으로도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할 때 생기는 소통과 공감의 힘을 같이 채워나가고 싶다.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1

이 인터뷰는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요즘 개발자가 외국에 많이 나가는 추세다. 송창규님은 외국으로 나갈 생각해본 적 없으신지?
송창규: 왜 없겠나. 근데 한국에서는 일 못 해먹겠다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좀 더 큰물인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은 막연한 로망이 조금 있어서 한때 미국취업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근데 마침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주식을 주는 바람에 진행 중이던 걸 취소하고 남았다.
신림동 캐리: 오, 스톱옥션. 그 이후로 주식은 어떻게 됐나?
송창규: 폭락한 주가 엔화와 함께 쪽박진행형이다.

신림동 캐리: 한스타에 블리자드는 반응이 없었나?
송창규: 있었다.
신림동 캐리: 오, 스카웃인가 아니면 소송 협박인가?
송창규: 일단 당시 스타크래프트 배급사였던 한빛소프트에서 내게 “다른 게임도 한글화해보지 않겠느냐?” 하고 연락해왔다. 배울 게 많겠다 싶어서 알바로 GK3, Worms World Party 3 등의 게임을 한글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림동 캐리: 오, 흥미진진한데?
송창규: 회사 담당자가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신림동 캐리: 오, 더 흥미진진한데?
송창규: 한빛소프트가 블리자드와 연락하다 한스타 이야기가 나왔는데, 블리자드 측에서 한스타 개발자 연락처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빛소프트가 회사 체면도 있고 혹시 널 데려가려는 것일 수 있으니, 우리 회사 소속 프로그래머인 것처럼 말하고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을 건데 괜찮겠냐는 거다.
신림동 캐리: 뭐 이래?
송창규: 지금 생각하면 좀 황당한데 적어도 내게 말해주긴 했으니 무척 솔직하긴 했던 것 같다. 그땐 나도 별 생각 없이 순진하던 때라 그러시라 했었다.
신림동 캐리: 좀 아쉽겠다.
송창규: 지금도 가끔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신림동 캐리: 내가 요즘 ‘응답하라 1994’를 보고 있는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더라.

송창규님이 뒤늦게 정신 차리셨다고 하니 블리자드 본사는 이 인터뷰를 보시면 미워도 다시 한 번 연락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한스타 만들었다고 하면 남자들은 다들 ‘오!’ 하면서 보는 눈이 달라질 텐데, 개발자라는 게 여자한테 쓸모있는 경우도 있던가?
송창규: 의외로 있다.
신림동 캐리: 정말 의외다.
송창규: 하이텔 나우누리 시절에 고등학교에서 Multi-user BBS를 운영했었다. 당시 빠져있던 머드게임을 모티브 삼아 대화방에서 ‘/던져’라거나 ‘/공격’ 같은 액션 기능을 만들었는데, 그러다 ‘/영희’ 같은 커맨드로 사람마다 개성 있는 액션도 만들었다. 운영자의 권력을 과시하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비기였다.
신림동 캐리: 권력의 꿀맛은 달콤하지.
송창규: 또 내가 키보드 단축키만 쓰는 편이라 컴퓨터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조작 화면이 빠르고 현란한 편인데, 여자가 노트북이나 컴퓨터 느리다고 투덜댈 때 원격으로 접속해서 현란하게 최적화해주면 눈빛이 바뀌곤 했다.
신림동 캐리: 나도 요즘 노트북이 느린데 포맷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송창규: 남자친구분이 개발자 아니신가?
신림동 캐리: 맞는데 내 노트북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다. 거긴 소돔과 고모라여. 아무튼, 또 없나?
송창규: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짝사랑하는 아이의 생일이 궁금해서 싸이 프로필 페이지를 보려고 하는데 생일이 비공개였다. 그래서 생일을 보자! 하고 뜯어봤는데 비밀번호가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게 뭐여!
송창규: 믿지 않겠지만, 그 비밀번호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신림동 캐리: 그걸 누가 믿나!
송창규: 정말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그 외에 넥슨에서 일하며 게임 캐시 3만 원이 나오는 계정을 마비노기 하는 친구에게 쓰라고 주고, 쿠폰이 나올 때마다 주변에 뿌렸지만 다들 남자였다고 하십니다. 아마도 여자에게 작업걸 때 유용하게 썼겠죠.

신림동 캐리: 넥슨에서만 15년 계셨다고 들었다. 아까 외국 나가려는 계획도 있으셨다는데 마음에 드는 실리콘밸리 회사는?
송창규: 미국 회사라고 한다면 Google, Amazon, Apple, Blizzard, Netflix다. 양보하지 않는 퀄리티, 뛰어난 인재 확보력, 자신들만의 가치와 철학을 갈고 닦아 빛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한국에서 호감 가는 IT 회사는?
송창규: 돈벌이가 당연히 베이스가 되어야겠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가치로 prioritized 되고 align 된 회사들이 좋다. 예를 들면 우아한형제들, 프로그램스, 카카오 같은?

신림동 캐리: 요즘 후배 개발자들의 역량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
송창규: 게임업계의 개발자 후배들을 보면 개발자로서의 역량에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낀다. 이런 아쉬움은 세대 간 다르게 겪은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없이 개발하던 우리 때와는 환경 자체가 많이 다르기도 하고. 주어지는 것 이상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며 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아쉬움과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데, 이건 스스로 무언가 할 여지를 없애버리고 쥐여주기만 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몇 점인가?
송창규: 10년쯤 전에 이 질문을 들었다면 90점이라고 대답했을 거다. 근데 어느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고 나서는 절대적인 코딩량이 많이 줄어 개발자로서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떨어졌다. 지금은 50점?

신림동 캐리: 그렇다면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송창규: 글쎄다. 요즘은 개발자라도 Technical Director/Architect 같은 역할에서부터 하드코어 엔지니어링까지 그 역할과 영역이 아주 넓어졌다. 그래서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포지션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고 본다. 그래도 공통적인 조건을 든다면, 늘 프로그래밍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본인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개발자 아닐까? 그리고 본인이 맡고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송창규: 자극이 되고 발전적인 환경을 가진 회사.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 장기적으로 보면 밸런스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일단 Work-Life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하며, 그리고 Production-R&D 밸런스도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와 조직은 이런 균형을 이루도록 늘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이런 밸런스에 대한 안목과 고민이 적은 편인 것 같아서 아쉽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건?
송창규: 가족 같은 분위기!
신림동 캐리: 아, 그거 진짜 싫지. 난 회식 때 단합 어쩌고 하면서 같은 잔으로 30명 돌리는 회사도 다녔다니까.
송창규: 강요된 팀워크는 좋을 게 없다고 본다.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개발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되 못하는 상태에서 커뮤니케이션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납득하지 않는데 해야 하는 거 시키지 말았으면 하고 개인적으로 바란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 재능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송창규: 이 질문은 마치 인격 형성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하는 것과 비슷한데? 기본적으로 개발자의 그 얼개는 음악이나 스포츠에서의 재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에 굳이 맞춰서 말하자면 음악과 스포츠보다는 시작하는 나이가 좀 늦어도 되지만 청소년기까지는 개발자로서의 논리적 사고 틀이 갖춰져야 하는 것 같다. 근데 스포츠는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건이 점차 쇠퇴하지만, 개발자는 그에 비해 나이 들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

신림동 캐리: 개발 잘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방법은?
송창규: 개발을 잘하려면 늘 배우고 코딩해야 한다. 늘 생각하고 코딩에 ‘절대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절대시간이 뭔가?
송창규: 음악이나 스포츠나 언어나 어느 분야를 불문하고 10,00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은 기본이다.
신림동 캐리: 10,000시간을 그냥 존나 하면 존잘 개발자 되나? 카우방에서 소를 패는 것처럼?
송창규: 말 그대로 개발에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때려 박아야 한다는 거다. 분야를 불문하고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전문가들을 살펴보니 연습량이 10,000시간 이상이 되더라,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졸라 연습하라는 얘기다. 생각 없이 무턱대고 10,000시간 해서 되는 거면 회사에서 몇 년 일한 사람들이 다들 진정한 전문가 됐겠지. 10,000시간 연습하면 잘한다는 게 아니고 진정한 전문가들은 적어도 10,000시간의 연습 시간이 뒷받침되더라라는 얘기다. 일단 많이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단거지.
신림동 캐리: 그 ‘어떻게’가 뭔데!
송창규: 전문적이지 않은 단계에서 배울 때는 무언가 똑같이 따라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코드를 무작정 따라 적지 말고 적당한 프로그램을 코드 없이 똑같이 만들어보되, 이때 ‘어떤 걸 가져다 쓰지?’가 아니라 ‘이 부분은 어떻게 만들지?’라는 포인트가 하나쯤 있는 과제에 도전하는 게 좋다. 그리고 만든 걸 버리고 바닥부터 처음부터 만들어보는 게 개발자로서는 큰 경험이 된다.
신림동 캐리: 이미 만든 걸 다 버린다고?
송창규: 그렇다. 싹 버리고 바닥부터 다시 만드는 거다. 이게 프로그래머의 경험 중에서 정말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살려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만든 게 아까워서 혹은 귀찮거나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해서 바닥부터 다시 만드는 경험을 못한 프로그래머들을 자주 본다.
신림동 캐리: 나 같아도 여태 공들여 만든 걸 다 버리고 싹 새로 만들라고 하면 멘붕이 올 것 같다.
송창규: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오면 다 비우고 바닥부터 다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프로그래머로서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현재의 뼈대나 설계에 천착하지 않고 어느 시점에 설계 변경이 필요한지, 어떤 규모로 변경할 수 있을지의 감각이 생긴다. 실제로 내가 만드는 제품과 모듈의 퀄리티도 크게 올라간다.
신림동 캐리: 초심자를 위한 얘기 같진 않군.
송창규: 그렇다. 저건 어느 정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초심자들은 기본을 잘 쌓으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요새처럼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현란한 기술과 정보가 범람할수록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쌓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어쩌란 말인가?
송창규: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쌓기 위해선 알고리즘 공부와 문제풀이를 해보기를 권한다. 책으로는 구종만의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이란 책을 추천하고, 사이트로는 알고스팟을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저자 구종만님과 절친한 사이라 추천하시는 건 아닌지?
송창규: 친분을 빼고 보더라도 훌륭한 책이다. 종만아, 네 책 광고 열심히 하고 있어.
신림동 캐리: 여담이지만 구종만님과 꼭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한국 잠깐 오시는 것도 알고 있어요.

매의 눈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노리고 있는 신림동 캐리입니다.

송창규: 아무튼 개발을 잘하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그 외의 CS 전공 내용도 충실히 익히길 권한다. www.coursera.org에서도 많은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OpenCourseWare’을 검색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인 전공 공부에는 영문 Wikipedia가 가장 좋은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en.wikipedia.org/wiki/Outline_of_computer_science를 지도 삼아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글을 다양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개발에 관한 영어 지식을 접할 수 있으면 지식의 양과 퀄리티 모두 퀀텀 점프할 수 있다. 이 때문에라도 개발자는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하면서 이런 건 피해야 한다 싶은 건?
송창규: 대충 얼버무리지 마라. 명확하게 아는 것과 대충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치밀하게 구분해서 내가 이해하는 영역의 경계를 인식하고 넓혀나가는 게 중요하다. 방향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이건 개인차가 크고 스스로 잘하기 힘들다 보니 괜찮은 멘토를 만나는 방법을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 멘토가 필요하다고?
송창규: 스포츠맨에게 코치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라 본다.
신림동 캐리: 근데 알다시피 개발자 중에서는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평균 이하인 자가 많은데 멘토는 어디서 만나야 하지? 그리고 만난대도 어떻게 꼬셔야 하지?
송창규: 어차피 끼리끼리 놀기 때문에 만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둘러보면 어차피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 숱할 텐데 그 중의 한 명을 멘토로 삼으면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만났다고 쳐도 어떻게 멘토로 삼나? 밥을 사주나? 치킨을 사주나? 애원하나? 비나?
송창규: 그냥 존잘님에게 가서 ‘제가 이걸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공돌이는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신림동 캐리: 그런 특성 때문에 많은 공돌이가 여자의 숙제 셔틀이 되는구나.


신림동 캐리: 몇 살까지 개발하실 건지?
송창규: 개발은 평생 하지 싶다.
신림동 캐리: 개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솟아나는 대답이다. 그럼 개발자로서 꿈꾸는 노후는?
송창규: 돈 많은 백수?
신림동 캐리: 백수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돈 많은 백수는 삼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어떻게 돈 많은 백수가 될 건데?
송창규: 살다 보면 될 거라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아무튼 경제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늙어서도 늘 새로운 걸 찾아 즐기며 개발하는 가운데, 여유 있게 인생과 음악을 즐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롤모델이라면 에 나오는 파인만 같은 느낌?
신림동 캐리: 부디 돈 많은 백수 할아버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컴퓨터를 다룰 때는 거의 마우스를 쓰지 않고 키보드로만 조작하는 편인데 정작 키보드 디바이스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106키 삼성 벌크 키보드가 가장 최적화 모드고 집에서는 선물 받은 적축 기계식을 사용한다.

컴퓨터는 잠잘 때도 켜놓는 편이고 간단한 홈레코딩에도 욕심이 있어 저소음으로 맞췄다. 굳이 고사양은 필요 없어서 5년 전에 맞춘 컴퓨터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개인데이터는 NAS에 보관한다. 여느 공돌이처럼 처음엔 RAID5 썼지만 말 안 듣는 블랙박스 NAS에서 고생한 후 노선을 바꿨다. 단순한 게 최고다. 클라우드 활용하고 RAID1+0 써라.

회사에서는 Windows에 C++/python/C#을 쓰고 개인 작업에는 python와 함께 js를 조금 깨작거리고, Windows, Mac, Linux 옮겨가며 쓴다. 개발툴은 손에 잡히는 대로 쓴다. 윈도우에서는 Visual Studio, 윈도우 외에서는 vim을 주로 쓰고 python 개발시 interactive debugging 이 필요할 때는 PyScripter, 맥에서는 IEP를 쓴다. PyScripter는 Complete as type옵션을 꺼야 쓸만하다. ipython에 notebook도 조금씩 사용해보고 있다. 주로 게임개발과 윈도우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Win32, 3D, 서버 프로그래밍 쪽을 많이 봤었는데 최근에는 웹서비스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틈날 때 관심 갖고 보고 있다.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사이트는 스택오버플로우, 위키피디아, 알고스팟, 코세라, Y Combinator다. 개발에 참고하는 사이트는 구글, 스택오버플로우, 깃허브가 진리.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0

스타크래프트의 비공식 한글 패치인 ‘한스타‘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블리자드에서 한글 채팅과 유즈맵 한글화를 지원하기 전까지 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스타 유저의 집에 한스타가 깔렸었는데요. 실행할 때마다 뜨던 송창규, 황민재, 임중근이라는 세 사람의 이름이 나중엔 친숙하기까지 하셨을 겁니다. 뭐하는 사람이라 아마추어로서 이런 걸 만들었는지 궁금하셨죠?

그래서 제가 한스타 개발자이자 넥슨 개발자이신 송창규님을 만나봤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송창규: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송창규: 네? 어디서?
신림동 캐리: P에 있는 H씨 아시죠?
송창규: 네, 아는 사이죠.
신림동 캐리: 제 구남친입니다.
송창규: 아, H와….

요즘 섭외에 많은 도움 되고 있는 H오빠, 빨리 논문 통과하시길 바다 건너에서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제 졸업할 때도 됐잖아요.

신림동 캐리: 많은 사람이 송창규님을 한스타 개발자라고 알고 있는데, 그 이후의 커리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송창규: 베일에 싸여 있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는 거 아닌가?
신림동 캐리: 세상은 30대 남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아무튼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송창규: 1999년에 한스타를 개발하고 2002년 넥슨에 입사해 CA BnB, CA 테트리스, 디지팡, 빅샷, 버블파이터, M2 등의 개발을 했다.
신림동 캐리: 자, 그럼 본격적인 인터뷰로 가보겠다.
송창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무척 기대된다.
신림동 캐리: 충격적이고 예민한 질문을 던지고 싶긴 한데 아무튼 못 먹어도 고.

신림동 캐리: 어떤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송창규: 예전에는 나에게 맞는 도구와 설정을 깐깐하게 맞추었는데 요새는 머신을 어떤 걸로 바꾸어도 부담 없이 잘 쓸 수 있도록 적응했다. 막 OS를 설치한 컴퓨터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그건 너무 무던한 게 아닌가! 그럼 작업 장소도 구애받지 않나?
송창규: 회사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편이다. 회사 업무가 아니면 집에서 작업하거나 주말엔 카페로 맥북에어 들고 나가서 개인 작업을 하곤 한다.

신림동 캐리: 작업하는 동안 음악 듣나? 듣는다면 어떤 음악을?
송창규: 당연히 일할 때는 노동요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비트가 강한 하나의 음악을 반복해서 트는 걸 제외하곤 작업할
땐 음악을 듣지 않는 편이었는데, 요샌 화이트 노이즈(rainymood.com이나 coffitivity.com)를 깔아두고 클래식이나 멜로디가 약한 음악을 작은 볼륨으로 튼다. 숙면할 때도 좋다.

신림동 캐리: 일하지 않을 때는 뭐하나?
송창규: 혼자 개인 취미로 코딩하거나,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술판을 벌이거나, 음악에 관련된 활동을 한다.
신림동 캐리: 여자친구 없으신가 보다.
송창규: 있었는데 얼마 전에 그렇게 됐다.
신림동 캐리: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건넨다.
송창규: 마침 신림동 캐리님이 인터뷰하자고 하셨을 때라, 웁스랩 인터뷰를 읽으며 ‘신림동 캐리님은 커플 브레이커인가?’ 싶었다.
신림동 캐리: 아니거든! 그 분이랑 송창규님 말고는 이런 일 없었거든!

이 분이 큰일 날 말씀을 하시네요. 신림동 캐리는 당신의 연애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제 섭외에 응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송창규님을 인터뷰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것 저것 물어보더라. 일단 결혼은 하셨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다.
송창규: 내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다!
신림동 캐리: 아무래도 일찍부터 개발에 이름을 알리시다 보니 ‘원로 개발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네이버 지식iN을 보면 98년도에 컴퓨터 관련 회사원이고 취미 생활로 제작했다는 답변이 있다.
송창규: 아니다. 한스타를 만들 무렵에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 같은 한스타팀이었던 민재와 중근이는 각각 고등학생과 중학생이었다.
신림동 캐리: 그렇구나. 아직 이 자리를 빌려서 송창규님은 아직 젊으며 여자친구도 없다는 걸 어필해라.
송창규: 그러게, 결혼은 무슨요.

솔로입니다.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송창규: 연애 성향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오, 여태까지 인터뷰한 다른 개발자분들은 거의 다 별로 상관없다고 약을 팔… 아니 주장하셨는데 이런 의견을 들으니 신선하군. 계속 말해봐라.
송창규: 일단 개발자 사이에서 A라고 말하면 A는 A다. 그렇기 때문에 ‘뭐 먹을까? 햄버거 먹을래?’ 라는 질문에 여자가 ‘햄버거도 괜찮은데….’라고 하면 햄버거 먹으러 가는 게 공돌이고, ‘화 안 났어?’ 물었을 때 여자가 ‘화 안 났어. 괜찮아….’라고 하면 ‘화 안 났구나. 괜찮구나.’ 하는 게 공돌이고, 여자가 ‘나 그냥 집에 갈래….’라고 하면 ‘집에 갈 거야? 잘 가!’ 하는 게 공돌이다.
신림동 캐리: 내가 공대생과 사귀며 겪었던 많은 시대와의 불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송창규: 한마디로 개발자는 여자 사람과 프로토콜 미스매치 에러가 잘 난다.
신림동 캐리: 왜 그럴까?
송창규: 난 오랜 블랙박스 디버깅을 통해 사회화가 그나마 되긴 했지만, 여전히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건 좀 불편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편하다. 다른 개발자도 그럴 거다. 현상이 있으면 이유와 원인을 알아야 하고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게 공돌이다 보니 ‘왜 그렇게 되는데?’와 ‘그건 그게 아니라….’로 얘기를 하다 보면 여자 사람의 ‘그래서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에 불을 붙이기 쉽다.
신림동 캐리: 맞아. 공돌이와 사귀면서 돌려 말하면 안 된다. 괜찮다고 하면 진짜 괜찮은 줄 알거든!
송창규: 난 눈물이 참 없는 사람인데 과거에 삽질한 기억들이 떠올라서 갑자기 눈물이 나네. 그래도 공돌이가 참 착하고 편리하고 좋아요. 여자 사람님들, 원석 같은 숨은 공돌이를 잘 발굴하세요!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요즘 제가 모태솔로였던 공돌이를 사귀고 있는데요.
송창규: 오, 축하드린다.
신림동 캐리: 축하할 일이 아니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지?

말하자면 공대생을 사귀는 건 이런 기분입니다.

신림동 캐리: 아, 그러고 보면 아까 말한 H오빠 말이다. 왜 내가 차였는데 H오빠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지? 굳이 말하자면 불쌍한 건 나잖아! 그리고 H오빠와 나는 오히려 지금도 잘 지낸다고!
송창규: 그래도 주변 사람들 입장에선 헤어지면 다 그런 거지.
신림동 캐리: 헤어지면 다 쌍년, 쌍놈이라지만 그래도 내가 모태솔로 하나 구원했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신림동 캐리: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송창규: simplenotedropbox 정도?
신림동 캐리: 역시 드롭박스는 사랑이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을 든다면?
송창규: 요새 읽은 책 중에는 인상적인 게 없는 편이고, 개발에 관해서 읽은 것들 중에선 ‘rust‘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기술하는 데 있어서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뻔한 내용을 일일이 기술하지 않아도 되고, 실수하기 쉽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안정성을 수준별로 담보할 수 있고, 그러면서 성능을 크게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 지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Haskell STM을 보면서 그 가능성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Haskell과는 조금 다르지만, rust 또한 그런 방향성과 철학을 잘 발전시키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프로그래머가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기술하게 하는 덴 아직 부족한 것 같지만.

신림동 캐리: 밤을 새워야 한다면 커피가 좋은가, 에너지 드링크가 좋은가?
송창규: 둘 다 좋다. 하지만 새벽에는 커피전문점이 문을 닫으므로 에너지 드링크를 더 마시게 된다.
신림동 캐리: 소문에 의하면 송창규님의 인생에서 콜라를 빼놓을 수 없다던데? 물 대신 콜라를 마신다던데?
송창규: 콜라를 많이 좋아한다. 회사에서도 책상을 온통 콜라가 뒤덮고 있다.

신림동 캐리: 송창규에게 콜라란?
송창규: 넥타(신의 음료)!
신림동 캐리: 그 정도인가?
송창규: 제일 좋아하는 음료긴 하지만 요새는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 물론 내 기준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콜라를 좋아한다고 외국 나갔다오는 지인들이 외국 콜라를 사다 주는 게 모이다 보니 나라별 콜라 콜렉션이 생겼다. 사우디아라비아, 남아메리카공화국, 유기농 콜라, 장 폴 고띠에 한정판, 콜렉션 립밤까지 있다. 작년에는 친구들이 콜라를 담아둘 전용 냉장고와 콜라 네 박스를 사줬다.
신림동 캐리: 콜라를 보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되셨군.
송창규: 그렇다. 이제는 주위 사람들이 콜라만 보면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신림동 캐리: 구여친들 불쌍하다. 콜라만 보면 화날 거 아니야.

신림동 캐리: 이 정도면 콜라 성애자 아닌가?
송창규: 부정할 수가 없군.

신림동 캐리: 저 콜라 그림이 들어있는 시계는 뭔가?
송창규: 스마트폰이랑 연결되는 ‘pebble‘이라는 스마트워치다. 전화나 문자 알림은 물론 Nike+ Running이나 만보기, 손목 네비게이션, 폰카 셔터 기능, 홈오토메이션으로 집안 전등이나 문 조작도 가능하다. 페북 댓글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화기를 꺼내보지 않고 확인해도 되는 게 정말 편하다.
신림동 캐리: 오오, 신기하다!
송창규: 킥스타터에 처음 소개됐을 때 뽐뿌가 왔다가 한글 지원이 안 된다고 해서 뽐뿌신이 물러가셨는데, 최근 뒷자리에 있는 하재승이란 친구가 ARM 계열로 된 펌웨어를 디스어셈블해서 코딱지만한 메모리에 조합형 한글을 우겨 넣는 한스타같은 짓을 해줬다. 한글을 지원하는 핵펌 덕분에 마음 놓고 질렀다. 새 SDK가 뜨면 지하철/버스 도착 정보가 뜨는 앱을 개발해보려 한다.

신림동 캐리: 카페인 하니까 말인데, 마감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일해봤다 하는 에피소드 있나?
송창규: 빅샷이라는 게임을 2년여간 개발하다 처음 클로즈드 베타를 열 때였다. 처음으로 수많은 유저를 받아본 멀티쓰레디드 서버가 오픈하자마자 마구 터져나가서 잠도 못 자고 밤샜다. 크래시하면 덤프 확인하고 수정하고 빌드해서 디플로이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신림동 캐리: 개발팀은 죽을 맛이었겠다.
송창규: 그러다가 나중엔 아예 IDC 서버에 비주얼 스튜디오를 깔아서 Edit and Continue를 켠 디버그 모드로 실행했다. 당시 유저들은 서버가 시도때도없이 죽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안정되다 가끔 한 번씩 5~20초간 서버응답이 없는 현상을 겪으며 “응? 렉이 좀 있네?” 했을 거다. P2P 라서 게임플레이는 멈추지 않았으니까. 그때 개발팀 한켠에는 “서버 Access violation 떴다! 빨리 고쳐! 유저 떨어져 나가기 전에!”라고 외치며 신의 손놀림으로 5초~10초 만에 스택 프레임을 돌려가며 Null checking/예외조건 처리를 코딩해 넣은 뒤에 Edit and Continue 신공을 하는 피폐한 나와 또 한 명의 서버개발자가 있었다. 그땐 정말 힘들었지.

신림동 캐리: 한스타가 그야말로 피씨방마다 다 깔리던 시절이 있었다. 블리자드에선 반응 없었나?
송창규: 아, 있었다. 심지어 메일도 왔다!

송창규님이 말씀하시는 한스타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는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1에서 계속됩니다.

미래의 E-커머스를 부탁해, 메쉬코리아

음식을 주문했는데 한참을 오지 않아 ‘대체 언제 와요?’라고 전화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그때마다 음식점에선 ‘지금 출발했어요.’라고 합니다. 환장하겠는 건 이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부탁해!‘와 함께라면 음식점과의 밀당이 더이상 필요 없습니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넘어 배송 시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E-커머스 시장을 만들어가는 메쉬코리아에 가봤습니다.

왼쪽부터 메쉬코리아 김형설 개발이사, 이희수 운영이사, 임동균 전략이사, 권용욱 영업이사.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메쉬코리아: 안녕하세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신림동 캐리는 여고와 여대를 나왔습니다. 평생을 여초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으면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수트를 입은 남자 넷에 둘러싸여 회의실에 있으니 현기증이 납니다.

신림동 캐리: 이렇게 많은 분을 동시에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다. 게다가 다들 엄청나게 포멀하게 입고 계신다?
임동균: 아무래도 영업 쪽의 일을 하다 보면 외부 미팅이 있기 때문에 격식을 갖춰 입게 된다. 연구직 쪽은 엄청 프리하게 입으신다.
신림동 캐리: 그렇지만 보통의 스타트업은 목 늘어난 티셔츠에 반바지에 크록스가 디폴트니까 이런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지.

인터뷰할 때 힐끗 보니 심지어 와이셔츠 소매에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남자는 역시 수트가 진리!가 아니고 아무튼 계속해서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원래 인터뷰하기 전에 앱을 깔고 서비스를 써보는 편인데 부탁해!는 관악구에 서비스가 안 되더라. 아마 강남 쪽 아니면 부탁해!라는 서비스를 들어본 적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임동균: 부탁해!는 맛집, 화장품, 편의점, 꽃, 프리미엄 상품을 앱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배달하는 서비스다. 과거에는 소비자 혹은 판매자가 시장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와 배달원, 가게 주인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이 문제였다.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했는데 언제 올지 그리고 누가 올지 알 수가 없는 거다. 메쉬코리아는 이런 시장 문제에서 차별화된 서비스와 전략으로 배송 시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E-커머스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신림동 캐리: 차별화된 서비스를 한다고 하셨는데 대표적으로 예를 든다면?
임동균: 예를 들면 일단 빠르다. 부탁해는 소비자가 점포에 주문하는 순간, 시스템이 점주와 배달원에게 동시에 주문내역을 알려준다. 이렇게 배달원의 낭비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배달 시간도 빨라졌다. 예전에 테스트를 해봤더니 온더보더에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기까지 23분 걸린 적도 있다.
신림동 캐리: 오오, 빠르다! 근데 그거 말곤?


임동균: 요즘 1인 가구의 여성이 많다. 여성 혼자 사는 경우에 상품을 주문하면 배달원의 신원이 많이 신경 쓰이실 거다.
신림동 캐리: 나도 혼자 사는데 대부분 물건은 관리실에 맡겨 달라고 한다. 흉흉한 일도 많고 일단 여자 혼자 살면 불안하니까?
임동균: 그런 여성 고객을 위해 부탁해!는 주문 시 배달기사의 실시간 위치는 물론 사진 및 연락처 확인이 가능하다.
신림동 캐리: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일이겠지만 점주는 귀찮지 않을까?
권용욱: 일일이 배달원의 위치에 대해 전화 응대를 할 필요가 없어져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더 좋아하신다.

신림동 캐리: 근데 대체 왜 관악구는 배달이 안 되는가? 메쉬코리아 사무실부터가 낙성대역에 있잖아.
이희수: 관악구에 서비스 오픈하면 신림동 캐리님은 주문할 건가?
신림동 캐리: 당연하지. 바로 쓰겠다.
이희수: 아니 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는데….
임동균: 배달 서비스 금액이 보통 7~8천 원부터다. 아무래도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인데 강남을 비롯한 몇 개 지역을 제외하면 좀처럼 고가의 배달 서비스를 쓰지 않는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서울대입구역에는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고 집값도 비싼데!

예전에 강의석 씨가 신림동 고시촌에서 강의석.COM이라는 심부름 서비스를 하다 접으셨는데요. 몹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빨리 서울대입구역에 또 다른 심부름 서비스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많이 써드리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부탁해!에 들어가 보니 로코커리라거나 비비고라거나 제일제면소라거나 다른 배달 서비스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가 많더라.
권용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맛집 음식들을 집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배달시켜 맛볼 수 있게 했다.
신림동 캐리: 그리고 10월에는 배달비 천 원 이벤트를 하던데, 천 원만 받으면 뭐가 남나?
임동균: 당연히 비즈니스를 고려한 이벤트다. 기존의 강남 심부름업체 배달 서비스 금액은 보통 7~8천 원부터 시작한다. 부탁해!는 시스템을 통한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와 상점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2~3천 원의 비용으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0월에는 1천 원 이벤트, 11월부터는 1500원 이벤트를 진행해서 보다 많은 분들이 부탁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이희수: 부탁해!는 소비자와 상점, 배달 업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점과 배달 업체에 별도의 프로그램 비용을 받지 않는다.
신림동 캐리: 오호.
이희수: 기존에 급여도 제대로 못 받고 일하던 배달원이라거나 규모가 영세해 배달은 엄두도 못 내는 맛집에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혁신적인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목표다.
임동균: 이번 천 원 이벤트를 통해 배달비용의 부담 없이 저렴하게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동안은 배달 서비스가 가격 면에서 ‘나를 위한 사치’로 느껴졌다면 부탁해!는 훨씬 낮은 가격과 다양한 맛집 서비스를 통해 생활의 영역으로 느껴지게 했다. 배달 음식이라고 하면 짜장면, 피자, 통닭 정도를 떠올리셨을 거다. 이제는 온더보더, 로코커리, 죠스떡볶이까지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변화로 삶의 퀄리티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나중에 꼭 써보시라.
신림동 캐리: 나는 언제나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

빨리 관악구에 서비스 오픈하시고 제 돈 좀 가져가세요.

신림동 캐리: 지난 4월 전세계 창업 대회인 ‘Stanford E-Bootcamp’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하여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결선에 진출하여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셨다고 들었다.
이희수: 그렇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이 컬럼비아대 MBA 출신이시고 임직원분들도 야후와 오라클 본사 출신으로 무척 엘리트하다고 들었다.
이희수: 어디서 들었는가?
신림동 캐리: 아니 그냥 회사 소개에 쓰여 있던데, 일부러 자랑하려고 올리신 거 아니었나?
이희수: 자랑하려고 올린 건 아니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 좋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온 인력이 있다는 게 함께 사업하시는 분들께는 신뢰를 주는 한 요소가 되는 듯 하다.
신림동 캐리: 아까부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힘을 실어서 말씀하시는데 좀 캐주얼하게 대해주세요.
이희수: 나는 원래 이렇다.
신림동 캐리: 내가 투자하러 온 것도 아닌데 이러실 필요 없다.
이희수: 원래 우리 회사가 좀 매사에 진지한 분위기다.
신림동 캐리: 그냥 막 느껴진다. 임원 네 분은 좀 친하신가?
권용욱: CTO님을 제외한 우리 셋은 대학교 동기라 원래 친하다.
신림동 캐리: 뭣? 완전 의외다.
임동균: 왜?
신림동 캐리: 전혀 셋이 친하게 안 보였….
이희수: 우리 친하다.
신림동 캐리: 전혀 그렇게 안 보였다.

프라이스톤스는 일 끝나면 남 같은 회사인데 메쉬코리아는 일 끝나면 친구로 돌아가는 회사인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배달의 민족 앱이 아무래도 업계 1위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희수: 굉장한 회사고 멋진 서비스다. 늘 감탄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그렇게 힘을 줘서 비즈니스적으로 말하지 말란 말이야.

매사에 성실 성실 열매를 드시고 말씀하시는 이희수 운영이사님이십니다.

얼마나 열심히 설명하시는지 나머지 세 분이 감탄하며 보고 계십니다.

신림동 캐리: 근데 이렇게 늘 격식을 갖추고 회사 다니시는가?
임동균: 아무래도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일이 많아 미팅을 염두에 두고 옷을 입는다.
신림동 캐리: 여태까지는 인터뷰 가면 막 침대방에서 자다 나오셔서 머리 털고 사진 찍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런 모습이 몹시 낯설다.
임동균: 우리도 비즈니스 캐주얼 좋긴 한데 처음 만나는 분께는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니까.

신림동 캐리: 현재 직원 수는 얼마나 되나?
김형설: 25명 정도 된다.
신림동 캐리: 스타트업치고 사원 수가 많다. 근데 왜 사무실은 텅 비어있는가?
김형설: 영업직으로 외근하시는 분들이 있고, 나머지도 점심 식사하러 나가셨다.

그래서 사무실에 남은 직원분을 모아 모아서 겨우 사진 한 장 건졌습니다.

신림동 캐리: 이상하게 여직원분들이 다 미인이시다.
김형설: 요즘 우리가 개발자를 뽑고 있다. 그러니 메쉬코리아에 미인이 많다고 소문 좀 내달라.
신림동 캐리: 알겠다.

메쉬코리아 여직원분들 다 미인이십니다. 진짜입니다. 비록 얼굴 사진이 찍히는 걸 거부하셨지만, 미인이 맞습니다.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되도다. 아무튼 메쉬코리아에서 개발자를 찾고 있답니다.

신림동 캐리: 이 벽에 붙은 건 뭔가?
김형설: ‘페르소나 마케팅’이라고 부탁해! 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다양한 사용자 유형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둔 거다. 개발할 때 이 페르소나를 염두에 두고 고민한다.

신림동 캐리: 소비자와 점주, 배달원을 실시간으로 잇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메쉬코리아가 유일하다고 들었다.
김형설: 그렇다.
신림동 캐리: 기존에도 배달 앱은 많다. 어떤 앱은 결제가 편리하다든가 어떤 앱은 배달 가능한 상품의 가짓수가 많다든가 한다. 부탁해! 앱의 장점은 뭔가?
김형설: 기존의 배달 서비스 앱 방식을 탈피하고자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의 네이티브 UI를 사용하지 않았다. 배달원에게 거리와 시간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배달 주문을 배정하는 알고리즘을 쓰고 소비자-점주-배달원을 실시간으로 잇는 통합 플랫폼 등을 자체 개발하는 전략을 취했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더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직원이 25명이나 된다고 하셨는데 메쉬코리아만의 사내 복지라든가가 있는가?
이희수: 기본적으로는 여타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다 아이를 엄청 좋아한다.
신림동 캐리: 여기 결혼하신 분 계시는가?
이희수: 그런 건 아닌데 어쨌든 그래서 직원분 중에서 첫 아이를 낳은 분이 계실 때 회사 분들 모두가 기뻐했었고 그래서 출산과 육아 복지에 대한 부분을 따로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아무래도 스타트업 업계의 평균 연령이 낮다 보니 출산이나 육아 부분은 아직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인데 좀 특이하다.

이희수 운영이사님은 여전히 진지하십니다.

이희수: 그리고 외근 나가셔서 부탁해!로 많이 시켜드신다. 밖에서 일하실 때 맛있는 걸 드실 수 있게 지원하고 있는 게 사내 복지의 한 부분이다.
신림동 캐리: 막상 메쉬코리아 연구직 분들은 부탁해!를 못 쓰시지 않나!
이희수: 아, 그렇지.
신림동 캐리: 빨리 관악구 좀 해달란 말이다. 지금 프라이스톤스가 사무실 리모델링으로 한 달째 재택근무 중인데 스쿨푸드 지겹다. 그렇다고 밥 하나 먹으러 머리 감고 화장하는 것도 귀찮다.
임동균: 남자와 여자는 그런 게 다른 것 같더라. 남자들은 자다가 일어나서 그냥 모자 하나 쓰면 집 앞에 나가서 먹을 수 있는데 여자들은 막 씻고 화장하고 나가야 하니 말이다.
이희수: 그럴 때 부탁해! 앱을 이용하면 되는데!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좀 내달라고요.
이희수: 다른 이야기지만 부탁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린 덧글 중에서 ‘보름 동안 밖에 안 나갈 수 있는 앱’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이희수 운영이사님이 부탁해의 E-커머스를 은행에 비유하시더군요. 예전에는 은행에 직접 방문했고 그 다음에 폰뱅킹을 썼고 지금은 온라인뱅킹을 쓰는 것처럼 음식도 직접 가서 먹었고 배달해서 먹었지만 이젠 온라인으로 주문하게 될 거라고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참 그랬습니다. 지마켓 VIP로서 다른 건 다 인터넷으로 고르고 배송료를 내면서 주문하는데 음식만큼은 왜 1단계와 2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까요. 부탁해처럼 맛과 안정성이 검증된 서비스를 찾기 힘들어서가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메쉬코리아, E-커머스의 미래를 부탁합니다.

저도 빨리 부탁해!가 관악구 서비스를 시작해서 보름 동안 밖에 안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여행의 시작, 마이리얼트립

요즘 스타트업 최고 이슈는 ‘황금의 펜타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주 방송이 나갈 때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등 화제가 되는데요. 이 신개념 창업 피칭 오디션쇼 1화에서 우승을 차지한 ‘마이리얼트립‘은 예전부터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나만의 맞춤여행 서비스’라는 독특한 컨셉과 유명 VC로부터의 투자로 업계에서 소문난 회사였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이 더 유명해져서 만나기 힘들어지기 전에 인터뷰하려고 신림동 캐리가 저 멀리 판교까지 다녀왔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동건: 안녕하세요.

마이리얼트립에서 제작한 후드티를 입고 기다리고 계신 이동건 대표님, 사진이 잘 안 나왔지만 실물이 훨씬 훈남이십니다. 진짜로요.
신림동 캐리: 요즘 잘 나가시더라.
이동건: 아니다. 더 열심히 해야지.
신림동 캐리: 아유, 겸손하시기까지!
이동건: 근데 반말로 인터뷰하시는 건 아니구나?
신림동 캐리: 그럼 내가 실제로 반말할 줄 알았나?
이동건: 어떻게 인터뷰할지 궁금했다.
신림동 캐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비지니스 미팅인데 그럴 리가!

신림동 캐리: 요즘 출연하고 계시는 ‘황금의 펜타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어쩌다 나가셨나?
이동건: 어쩌다 보니 나가게 됐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일반인으로서 방송에 나간다는 게 웬만한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인데?
이동건: 사실 방송 전까지 나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회사에서도 걱정이 많았다. 한창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는 시기인데 방송 나가서 탈락하면 오히려 이미지 안 좋아지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근데 여행사는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 중요하다. 인지도가 곧 매출과 연결되는 거다. 공중파에 나갈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라는 판단에 출연했고 1등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스타트업 대표로서 따로 이런 시간을 내는 것도 상당한 부담일 텐데, 녹화 시간은 얼마나 되나?
이동건: 오전 10시부터 대기했는데 막상 녹화는 오후 6시부터 하더라. 그리고 새벽 2시인가에 마쳤다.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모든 방송인이 존경스러워지더라.
신림동 캐리: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셨다. 긍정적인 효과는 있었나?
이동건: 안 그래도 방송 나가기 전에 막 ‘우리 사이트 폭발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서버를 10대나 늘리고 갔는데 다행히 서버가 터지진 않았다. 그래도 동시접속자 1,000명이라는 유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소문에 의하면 우승 상금이 5억이라는데?
이동건: 나도 처음에 우승 상금이 5억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1억이더라.
신림동 캐리: 그럼 5억 이야기는 뭘까?
이동건: 매주 결선진출자에겐 모 은행에서 5억 이내 창업자금 대출 기회를 주는데 그 이야기인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아, 대출…
이동건: 저리 대출이긴 했다…

신림동 캐리: 마이리얼트립은 ‘나만의 맞춤 여행’을 모토로 현지 가이드와 여행자를 직접 연결해주고 있다. 배낭여행과 패키지여행 사이의 어딘가인가?
이동건: 한국에선 ‘패키지는 진짜 여행이 아니다!’하는 분위기가 있긴 하다. 그래서 배낭여행을 많이 가는데 사실 그것도 체력이 따라주는 청춘이라야 가능한 거다. 마이리얼트립의 주 고객층이 배낭여행은 힘든데 패키지여행은 내키지 않는 30대~50대다.
신림동 캐리: 30대에서 50대라니 엄청나게 의외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라 20대가 주로 이용할 줄 알았다.
이동건: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사업을 해보니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사업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시장을 예측하기가 힘드니까? 아무튼 패키지는 싫은데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하길 바라는 분들이 주로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하신다. 패키지의 편리함과 자유여행의 높은 자유도를 동시에 누릴 수 있으니까.

신림동 캐리: ‘여행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더라. 마이리얼트립이 일반 여행사의 패키지 가이드와 다른 점이 뭔가?
이동건: 일반 여행사에서는 누구나 알만한 그런 명소를 중심으로 한 빡빡한 관광 코스를 내놓는다. 하지만 마이리얼트립은 현지인과 함께 그 도시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나에게 맞는 맞춤 여행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 여행사의 패키지보다 가격도 싸다. 기존에 경험할 수 없던 색다른 체험을 심지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아닐까?

신림동 캐리: 마이리얼트립 다니면 해외 출장 많이 보내주나?
이동건: 출장 횟수는 잦은데 지금은 나와 부대표가 주로 다닌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지금은 사무실 규모가 작다 보니 개발자, 디자이너, 오퍼레이터 모두 한 분이라 공백을 만들 수 없어서다.
신림동 캐리: 출장은 이코노미석 타고 가나?
이동건: 당연하지. 아직 난 비즈니스석 타본 적이 없다.
신림동 캐리: 요즘 마이리얼트립이 잘 나간다길래 혹시나 했다.
이동건: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신림동 캐리: 부대표님과 대학 동기라고 들었다.
이동건: 고려대 경영학과 05학번 과 동기였다.
신림동 캐리: 대학 시절부터 친했는가?
이동건: 서로 존재를 아는 정도였지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 팀플 같이해본 적도 없다.
신림동 캐리: 팀플해봤으면 원수 되어서 같이 사업 안 했을걸?

이동건: 내가 제대하고 복학해 첫 번째 사업을 그만뒀을 때 백민서 부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직장을 구한 상태였다. 그러다 입사하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에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지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네 사업을 도와주고 싶다.’고 전해왔다.
신림동 캐리: 그러다 같이 사업하게 되었나?
이동건: 둘이 함께 두 번째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세미나에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용기를 내어 지금 사업을 구상 중인데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십사 요청했더니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셨다. 그렇게 마이리얼트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권도균 대표님께 조언을 받았는데, 그때 둘 다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이리얼트립이 시작되었다.
신림동 캐리: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을 포기하고 오셨다는데 후회하진 않으시나?
이동건: 안 물어봤다.
신림동 캐리: 다음에 술 마시면서 물어봐라.
이동건: 알겠다.

신림동 캐리: 지금 네오플라이에 입주해있는데, 판교에 있는 건 어떤가?
이동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네오플라이 와서 밥 먹었는데 맛있더라.
이동건: 진짜 여기 밥 맛있다. 우리 직원들도 다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공짜잖아.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네오플라이 권용길 센터장님과 인터뷰했는데 지금은 식권을 제공하지만 곧 그 혜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이동건: 뭐라고요?
신림동 캐리: 뭐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셨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신림동 캐리: 한창 잘 나가니 바쁠 법도 한데 직원은 더 안 뽑나?
이동건: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마케터를 구인하고 있다. 혹시 이직할 생각 없나?
신림동 캐리: 지금 회사에 만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판교까지 출근할 용기가 없다. 근데 굳이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왜?
이동건: 사업을 전개하고 나니까 뜻밖에 모바일 트래픽이 40%를 차지하더라. 그리고 아까 주 고객층이 30대에서 50대라고 했는데 그럼 역시 갤럭시를 쓰고 계시지.
신림동 캐리: 특별히 직원에게 원하는 점이 있나?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특성상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시면 좋을 것 같다.
신림동 캐리: 해외 출장도 안 보내주면서!
이동건: 그렇게 말하는 신림동 캐리님은 프라이스톤스 메인 서비스가 클럽믹스면서 클럽 자주 가나?
신림동 캐리: 한 번도 안 가봤다.
이동건: 그런 거지.

신림동 캐리는 웬만해서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오네요.

신림동 캐리: 그거 말곤?
이동건: 여행을 좋아하는 건 기본이고 욕심이 많으셨으면 좋겠다. 알다시피 스타트업은 업무가 아주 세밀하게 나눠지거나 가이드가 명확하지 않다. 자신이 손대는 곳만큼이 일이다. 그래서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서비스에 애정을 가지고 이런 저런 일을 해보고 싶으신 분을 만났으면 좋겠다.

신림동 캐리: 아까 보니까 명함이 엄청 특이하더라. 보딩패스 컨셉인가?
이동건: 그렇다. 귀퉁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항을 각자 선택해서 넣었다.
신림동 캐리: 깨알 같은 귀여움이군.

에코백도 귀여운 마이리얼트립입니다. 저도 하나 받았어요!

신림동 캐리: 마이리얼트립 자체에서 주는 사내복지는 없나?
이동건: 여행 장려금이 있는데 아직 떠난 사람이 없다.
신림동 캐리: 완전 빡센 회사로 들리는데! 구인한다면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이동건: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워크샵은 비행기 타고 가는 걸 모토로 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여행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여태까지 외국 몇 개국 다녀오셨나?
이동건: 30개국 정도 다녀왔다.
신림동 캐리: 코스모폴리탄!
이동건: 백민서 부대표는 나보다 배는 더 다녀왔다.
신림동 캐리: 그럼 그렇게 여행 많이 다녀오셨는데, 본인의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
이동건: 여태까지 가본 외국 중에 비엔나가 제일 좋았다. 비엔나 특유의 클래식한 느낌이 내 취향이었달까.

신림동 캐리: 근데 ‘여행=일탈’이라는 공식이 있지 않나. 여행을 하면 ‘내가 외국까지 나왔는데!’라면서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한다든가 마음이 막 들뜨는 거 말이다. 가이드와 고객 간의 트러블은 없었나?
이동건: 마이리얼트립은 누구나 가이드가 되어 여행객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팔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그래서 그런 불미스러운 에피소드가 생기는 걸 막는 게 마이리얼트립의 임무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여성 고객이나 가족 단위가 많아서인지 다행히 그런 일이 없다.
신림동 캐리: 마이리얼트립의 고객은 어떤 가이드를 좋아하는가?
이동건: 여자 고객도 남자 고객도 모두 여자 가이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신림동 캐리: 마치 남학생도 여학생도 여자 과외 선생님 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군.
이동건: 그리고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미모가 뛰어나면 인기가 많으시더라. 특히 파리의 여성 가이드분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신데 만족도가 높더라?

그게 과연 우연일까요. 미녀 가이드 좋지. 나도 좋아해.

신림동 캐리: 가이드는 월급제인가?
이동건: 마이리얼트립은 여행객이 원하는 여행 가이드와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수수료를 뗀 나머지 전액을 가이드가 받아간다.
신림동 캐리: 가이드 규모는 얼마나 되나?
이동건: 현재 세계 26개국 200여 명의 가이드가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 147개 도시로 5150여 명이 여행을 다녀오셨다.

신림동 캐리: 국내에서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이동건: 제주도! 외국 유명 여행지 부럽지 않은 멋진 곳이다. 비행기 티켓만 잘 구하면 최고의 가성비를 누릴 수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올해가 두 달 남았는데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이동건: 아무래도 겨울에는 동남아 계열이 좋으니까 보라카이, 여행 가서 추우면 싫잖아.

신림동 캐리: 여행사 대표로서 좋은 여행은 어떤 여행이라고 생각하나?
이동건: 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 순간을 거의 여행지에서 겪었던 것 같다. 일상에서 떠나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결심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 나에겐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