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은빛의, 기계 부속품…’ CNC 공작기계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들입니다. 비단 CNC뿐만 아니라 각각의 제조 방식마다 연상되는 정형화된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특히 CNC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정교한 제품의 이미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CNC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크기’에 있어 CNC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CNC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크기는 어느 정도까지일까요. CNC가 만드는 크고 작은 세상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인셉션’의 멈추지 않는 팽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주인공이 밟고 있던 땅이 갑자기 하늘로 연결되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3차원에 대한 상식이 깨집니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도로가 뒤집히던 당시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땅과 하늘이 연결되는 인셉션에 대한 ‘오마주’를 이후 헐리우드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땅과 맞닿은 하늘이 ‘강렬한’ 충격이었다면, 영화 속에서 잔잔한 충격을 안겨준 것은 단연 ‘팽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혼자 돌고 있던 팽이는 지금쯤 멈췄을까요? 흔들림 없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팽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합니다. 한 쪽으로 넘어지지 않으려면 정확한 대칭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정교하게 팽이를 가공하려면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CNC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CNC는 ‘컴퓨터 수치제어(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의 약자죠. 이름처럼 CNC 기계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제어합니다. 컴퓨터가 입력한 위치대로 정확하게 움직이면서 재료를 깎아냅니다. 이처럼 정확한 대칭을 이루도록 설계한 특수한 목적의 팽이를 만든다면 그 방법은 CNC가 제격일 겁니다.
허용공차 지키려면 피드값을 줄여라
소형 제품은 대형 제품보다 가공 시 더 많은 주의를 요합니다. 세밀한 가공일수록 더 많은 정확성이 요구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기준도 보다 엄격해 집니다. 캐파(CAPA) 파트너로서 CNC 가공 등에 특화된 티어원의 정상신 기술이사는 “소형 제품을 제작할 때에는 반드시 ‘허용 공차’를 표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별히 정교함이 요구되는 제품이 아니라면 가공시 지켜야 오차범위인 공차(tolerance)를 별도로 표기하지 않습니다. 이때의 공차는 일반 공차라 하며, 보통 허용 범위는 0.05mm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세한 작업이 필요한 부분에는 별도로 ‘허용 공차’를 표시해 둡니다. 보통 일반 공차의 5분의 1 수준인 0.01mm 단위로 오차 범위를 기입합니다. 정상신 이사는 “허용 공차를 표기할 때 반드시 기준점을 잡아야 한다”며 기준점을 잡지 않으면 가공 작업 과정에서 임의로 기준점을 잡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제품이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티어원의 경우 3D 펜에 들어가는 크기 10mm 수준의 노즐 부품을 제작한 사례가 있습니다. 티어원에서 만든 제품 중 가장 작은 제품이라고 하는데요. 이 노즐은 3D 펜에서 필라멘트가 나오는 부분에 사용되는 부품이었습니다. 일반 볼펜으로 따지면 잉크를 가 나오기 위해 거쳐야하는 볼펜 끝 부분인 셈이죠. 노즐의 크기가 워낙 작아서 평소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구체적으로 공구가 움직이는 속도(피드값)를 줄이고 선반의 회전수를 조정하며 미세한 가공 작업을 했습니다.
제품의 소재나 크기에 따라 공구가 움직이는 속도나 선반 회전수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제품을 가공할 때 피드값은 100~150 정도, 회전수는 2000~3000rpm 수준입니다. 3D펜 노즐의 소재는 황동이었는데, 선반의 회전수는 3000rpm 정도로 유지하되 피드값을 80 수준까지 낮춰 제작했다고 합니다. 알루미늄과 다른 소재를 사용하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노즐을 정밀하게 가공하기 위해 피드값을 낮춰 조심스럽게 가공한 것이죠.
이처럼 크기가 작은 미세한 제품을 CNC로 가공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정상신 이사는 “선반이 돌아가는 속도를 느리게 설정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공해야 할 제품 크기 자체가 작다면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며 “업체마다 (얼마나 정교한 가공이 가능한 지는) 차이가 있지만 티어원에서는 아무리 작은 제품이라도 만들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CNC로 대형 선박을 만든다고?
‘Tamsen maritim’은 독일의 선박회사입니다. 회사의 기원을 따져보면 100년을 훌쩍 지난 지난 185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록적인 역사 외에도 이 회사는 여러 주목할 만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NC 가공으로 대형 고래의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선박 주형을 만든 것인데요. 아마도 CNC 가공으로 만든 제품 중에 크기로는 세계적인 순위에 들지 않을까 합니다.
대형 선박 주형을 만든 CNC 기계의 이름은 HSM-Modal입니다. 이 기계는 X축 80m, Y축 14m, Z축 9m에 달하는 범위에서 작업할 수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나지요. HSM-Modal을 활용하면 가로 축으로 최대 151미터 길이의 부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CNC 기계가 생산할 수 있는 최대 크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품의 최대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인클로저(enclosure)의 크기와 공구의 이동 거리입니다. 인클로저는 CNC 기계가 작동되는 동안 가공물과 기계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작업 공간을 감싸는 공간을 말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면 커다란 만년필처럼 생긴 CNC 기계가 들어있는 대형 철제 구조물이 인클로저에 해당하겠죠. CNC 기계가 충분히 먼 거리까지 움직이면서 작업하려면 당연히 인클로저의 크기가 넉넉해야 할 겁니다. 저 정도 크기의 CNC 기계라면 사진 속 사람보다 큰 크기의 팽이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정교한 품질을 담보할 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제품 생산까지 가능한 CNC.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고객의 세밀한 요구까지 충족시켜주는 약 600곳의 CNC 전문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래 캐파(CAPA) 배너를 클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