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알못’의 제조공법 탐험기] ‘헤어 드라이어’편

안녕하세요! 캐파(CAPA)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팀벤처스 콘텐츠팀의 엘라입니다. 
‘제조 알못의 제조공법 탐험기’는 제조 문외한인 제가 제조에 대해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랐던 일상 속 생활용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소개하는 제조공법 탐험기, 오늘은 일곱 번째 순서로 헤어 드라이어를 만드는 제조 공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오픈런' 대열에 합류한 헤어 드라이어, 어떻게 만들까

최근 평일, 주말 구분할 것 없이 아침마다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쇼핑몰 입구를 향해 부리나케 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처럼 말이죠. ‘오픈런’이란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주로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리나케 달려가더라도 대개 돌아오는 건 ‘품절’됐다거나 제품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니 대기 명단에 올려주겠다는 제안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픈런 경쟁이 치열한 제품 중에는 의외의 제품도 끼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헤어 드라이어’인데요, 저의 지인도 세간에 화제가 된 헤어 드라이어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불사했건만 매장 직원으로부터 ‘3개월 후에 입고 예정이니 대기 명단에 연락처를 적고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니고, 그깟 드라이어가 얼마나 대단하길래’하고 혀를 ‘쯧쯧’ 차다가 불현듯, ‘드라이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의 제조 ‘알못’ 레이더에 헤어 드라이어가 포착된 것이죠. 

외관은 금형사출, 재료는 ABS가 일반적

대부분의 헤어 드라이어 외형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집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대부분의 공산품이 그렇듯, 헤어 드라이어의 케이스 또한 사출성형 방식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전 제조 알못에서도 설명했듯이 사출성형은 고열에도 형태가 변형되지 않는 금형에, 가열을 통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를 투입해 형태를 만들어내는 제조 방식입니다. 헤어 드라이어 케이스의 경우 보통 사출성형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인 ABS 수지가 사용되는데요, ABS 수지는 투명하기 때문에 보통 후처리 작업을 통해 색을 입히게 됩니다. 
제가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헤어 드라이어도 그렇고 동네 목욕탕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헤어 드라이어 대부분이 대부분 플라스틱 사출성형 방식으로 외관을 만든 제품일 겁니다. 

드라이어의 3요소 팬, 모터, 바이메탈

헤어 드라이어는 부피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품이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수 부품을 꼽으라면 먼저 바람을 만들어내는 장치인 ‘팬’과 팬을 움직이는 장치인 ‘모터’, 그리고 고온부터 냉풍까지 다양한 바람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인 ‘바이메탈’ 등이 있습니다. 
헤어 드라이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부품들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드라이어 내부에 먼저 이러한 필수 장치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바람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송풍구와 전기 코드와 이어지는 각종 전선들이 모여있는 손잡이 부분을 조립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어의 모습이 갖춰집니다.

이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겨울에 젖은 머리를 찬공기에 내맡긴 채 출근하다 머리에 고드름이 생기는 불상사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 배선 등이 얽혀 있다 보니 헤어 드라이어는 대부분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조립한다고 합니다. 겉이 매끄럽다 보니 당연히 기계로 한번에 찍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헤어 드라이어의 내공을 알아보지 못한 점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헤어 드라이어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대개 내부에 장착된 ‘모터’를 어떤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고급 사양의 모터를 사용할수록 자연히 드라이어의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요즘 소위 ‘오픈런’을 뛰게 만드는 그 회사의 헤어 드라이어가 그토록 고가에 팔리는 것도, 특이한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든 최고급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헤어 드라이기의 금형 (사진 출처: 마츠우라 LUMEX AVANCE-25로 가공한 금형 홍보 사진)

아마 제조 ‘알못’ 시리즈를 기획하지 않았다면 매일같이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선풍기 날개 돌아가듯 안에서 모터가 돌아가나 보다 하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제가 손으로 집는 헤어 드라이어 외관이 사출성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생각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픈런까지 해가며 구입하려 해도 손에 넣기 힘든 고급 헤어 드라이어도 속을 뜯어보면 결국 드라이어의 기본 작동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비록 인터넷쇼핑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저희집 헤어 드라이어도 아직은 제법 쓸 만합니다. 오늘따라 저희집 헤어 드라이어가 더 짠하게 느껴지네요. 

[CAPA 파트너스] 시제품 제작 ‘레인메이커’

시제품 제작 전문업체 찾을 땐 ‘캐파 파트너스’ 레인메이커
김성회 대표 “고객들 앞에선 대표 아닌 프로젝트 매니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 방울들. 그 사이 퍼지는 커피 향기는 꽤 치명적이다. (출처 : 셔터스톡)

1초에 한 방울씩. ‘똑, 똑’. 드립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초조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실. 하지만 서서히 퍼져가는 커피 향을 맡고 있노라면 ‘먼저 홀짝 마셔버릴까’하는 순간의 충동이 유혹한다. 고민하는 사이 또 몇 초가 지난다. 어느새 커피 방울들은 커피 한 잔을 채웠다. ‘이제 한 번 마셔볼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인고 끝에 마주한 커피의 빛깔이 심상치 않다. 어쩐지, 너무 연하다.

시제품 제작 전문업체 ‘레인메이커’의 김성회 대표는 어느날 아쉬운 커피 농도에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종이컵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직접 간이 ‘수제’ 드리퍼 제작에 나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역삼각형 모양이 아닌 바닥이 편평한 새로운 드리퍼가 개발(?)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커피 드리퍼의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보자. 1908년 독일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멜리타 벤츠는 양철통에 구멍을 낸 편평한 드리퍼를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밑 부분을 편평하게 만든 건 원두를 고르게 퍼뜨려서 커피 원액을 골고루 추출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진작에 편평한 드리퍼가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110여년 뒤 대한민국. 대략 한 세기 전의 멜리타 벤츠 여사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김성회 대표가 자체적으로 편평한 드리퍼 개발에 나섰다. 다른 사람의 시제품을 제작해주는 제조업자이면서 평소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하는 ‘메이커(Maker)’로서의 천성 때문이다. 지난 5일 부천의 레인메이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김성회 대표와의 일문일답.

 

유튜브 ‘레인메이커 TV’에서 종이컵에 구멍을 뚫어가며 드리퍼를 제작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유튜브 ‘레인메이커TV’ 캡처)

새로운 제품 만들며 겪는 고객의 고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 더 잘 압니다”

Q> 자체 제작도 하고 있다. 그런 점이 시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나

“일상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불편함들을 제품을 통해 해소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커피 드리퍼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데 역삼각형 모양의 기성품 드리퍼로는 커피가 덜 진하게 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바리스타의 문제일 수도 있었겠지만, 드리퍼의 구조상 윗부분에 쌓인 원두가 충분히 우려내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다가 아이디어가 떠올고, (그 자리에서) 종이컵을 자르고 구멍을 뚫어가며 새로운 드리퍼를 고안해냈다. 원두가 충분히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원두가 담기는 부분을 편평하게 하고, 물줄기도 고르게 퍼지며 떨어질 수 있도록 메쉬망을 만들었다.

제조의 세계에서는 직접 제품을 만들어봐야 알게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고객 분들이 겪는 고민들이 무엇인지를 안다. 제작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누구보다도 고객 분들과 공감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직접 만들면서 (고충을) 겪어봤기에 아는 것들이 있다. 레인메이커는 제품을 의뢰받은 제조업체지만 고객 분들 제품의 마케터를 자처해 시장조사까지 해가며, 최종 판매가 가능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충분히 상담하고 설득하는 작업까지 맡는다.

예를 들어 이미 6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기획한 고객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1개, 2개씩 기능을 추가하다보면 열 개, 스무 개가 금방이다. 기능이 추가될수록 완벽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제품이 복잡해지면 제품 단가는 높아지고 이것이 양산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제작자의 마음을 백 번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있다거나, 팔릴 만한 가격 수요 상한선 등을 고려한다면 제품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가짓 수로 제한하는 작업이 필수다. 공감을 바탕에 두지만 실질적인 생산, 제품 판매까지 함께 고민하며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

공작 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성회 대표. 기계 뒤로 잔여물이 수북하다. (이후 모든 사진=캐파)

Q> 직접 발로 뛰는 대표라고 들었다 

“대표를 맡고 있지만 항상 고객들에게는 ‘대표’가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책임감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사실 모든 제품에 대해 시장조사를 할 수는 없다. 제품이 흥미롭고, 고객 분들과 ‘케미’가 잘 맞는 때에는 나도 모르게 제품에 몰입하게 된다.

보통 제품을 만들 때 설계, 제작부터 어떤 재료로 만들지, 어떤 가공방식을 선택할지, 양산하게 되면 가격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 것인지까지 큰 그림을 먼저 그려 놓는다. 기획과 설계, 제작, 양산, 유통까지 제각각 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레인메이커에서는 최종적으로 양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구상해놓고 제작에 들어간다.”

Q> 양산까지 염두에 두면 정작 시제품 제작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꽤 걸렸지만, 노하우가 쌓이니 오히려 시간이 단축됐다. 한 번에 만들어지는 완제품은 없다는 게 제조업계의 정설 아닌가. 디자인 때문에 설계가 막혀 다시 디자인을 구상해야 하거나, 제작 과정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구조를 발견해 제품 설계로 회귀해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곤 하는데, 제품 디자인 단계부터 설계를 고려하고, 제품 구상부터 양산을 고민하면 공정 단계를 ‘역순’으로 회귀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목걸이형 살균기 제품을 2개월 만에 완제품 양산까지 완료했다.

레인메이커는 고객 분들이 그 제품을 양산하고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를 함께 고민하는 업체다.”

 

에어컨 동관 확관기(상)와 목걸이형 살균기(하).

제품에 대한 전문가는 ‘고객’···”고객 분들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아침 저녁으로 전화했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김성회 대표의 눈은 빛났다. 특히 제품에 대한 샘솟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놓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스토리를 말할 때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다면

“컬러테라피 스탠드가 기억에 남는다.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스탠드인데,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이 측정한 사용자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적절한 색깔의 불빛으로 스탠드를 밝혀주는 제품이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휴대폰과 스탠드가 블루투스로 연결됐을 때,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의 최신 정보가 곧바로 스탠드와 연동되어야 그 순간 사용자의 감정에 적절한 색깔의 불빛이 선택될 수 있었다. 블루투스의 연동 타이밍 문제, 자기장의 전파 방해 문제, 휴대폰과 스탠드의 거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이 문제들이 상당히 많았고 복잡했다.

원래 함께 일하던 개발자가 있었는데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개발자가 도망갔다”고 고객이 얘기하더라. 여러 업체를 전전하다 결국 레인메이커를 찾아왔다. 어떻게든 꿈을 이뤄드리고 싶었다. 제품 디자인부터 전장 파트까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초기 기획의 80% 정도를 달성하는 수준으로 완성품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객 분께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하더라. 너무 뿌듯했다.

Q> 회사명을 ‘레인메이커’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의미가 있다. 서양 문화권에서 레인메이커(rain maker)는 주술적인 의미로 비를 만들어주는 사람, 즉 주술사를 뜻한다고 한다. 자연현상을 인간이 컨트롤한다는 건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꿈 같은 일일 것이다.

모든 제조업체들은 하나하나가 레인메이커처럼, 현실에 없던 꿈과 아이디어들을 세상에 구현해내는 마법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제작자는 현실에 없던 새로운 꿈을꾸는 사람들이다. 레인메이커는 마치 주술사처럼 그 꿈들을 실현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꿈을 지키고 구현해내려면 고객의 제품이 내 제품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어야 한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작 기계, 최신 설비(MCT).(순서대로)

Q>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레인 메이커에서 고객과의 소통은 ‘상시체제’다. 충분히 듣는 것은 고객 분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반에는 일주일에 1~2번씩 정기적인 대면 미팅은 필수로 한다. 이후로는 제작과정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카톡, 전화, 줌 등 다양한 수단으로 소통한다. 이때 중요한 건 고객의 의견을 많이 듣고 이를 제작 과정에 실제로 반영하는 것이다.

한 번은 ‘자꾸 전화해서 귀찮게 하지 말라’는 고객도 있었다. 운동기구 제품 제작을 의뢰하셨는데,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씩 며칠을 전화했었다. 제품 아이디어를 스케치만 해오셔서 확인해야할 부분이 많았던 탓이다.

꼭 해결 방법을 몰라서 전화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의 주인은 제작자이고, 제작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야 만족하는 제품이 나온다. 고객 분들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생각을 확인할 수 없으니,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고, 결정하며 제작하는 과정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제품에 관한 한 전문가는 의뢰자, 고객이라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변함이 없다.”

Q> ‘제품에 대한 전문가는 결국 고객’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고객이 전문가라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레인메이커는 자체적으로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항상 새로운 제품을 고안할 때마다 해당 제품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일상 속에서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생각을 현실로 옮겨 놓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알아야’ 한다.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 공부의 밑그림을 그린 뒤에 유사한 제품군 레퍼런스를 파악해나간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수 차례 반복하면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고객 분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필라멘트 대신 황토 넣는 3D 프린터? 친환경 인공 어초 만들기 위해 프린터도 직접 제작

Q> 자체 제작의 경우 선호하는 제품 분야가 있나

“주력으로 만드는 제품군은 별도로 없다. 소형 가전부터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황토 인공 어초(3D프린팅), 에어컨 수리기사님들의 필수품인 동관 확관기(CNC)까지 환경과 공구, 가전을 넘나든다. 제품 스펙트럼이 넓다기보다 어떤 제품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황토 인공 어초 구조 모형. 모형 크기는 두 손바닥만한 사이즈지만 실물 크기는 4인용 테이블 크기에 이른다.

 

Q> 인공 어초는 어떤 제품인가

“인공 어초는 수조나 바다에 넣어 해초와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구조물을 말한다. 시멘트로 만드는 기존 인공 어초는 무겁기 때문에 바지선으로 옮겨서 바다 한 가운데서 떨어뜨린다. 만만치 않은 제작 비용엔 운반 비용도 한 몫 한다. 정확한 위치에 설치하기도 어렵고, 시멘트가 부식되면 환경 오염의 문제도 있다.

이러한 한계에 착안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비용효율적인 제품을 고안했다. 재료로 황토를 선택한 것도 황토는 부서져도 바닷속에서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멘트 인공 어초보다 훨씬 환경에 이로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했는데, 운반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립식으로 제작한 뒤 다이버들이 물 속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운반비용이 대폭 줄었고 당연히 설치 위치도 조정 가능해졌다.”

 

Q> 3D 프린팅에 황토를 사용할 수도 있나

“황토로 출력하는 3D 프린터를 자체 개발했다. 황토 인공 어초뿐 아니라, 정교한 3D 프린팅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형 3D 프린터도 만든 적이 있다. 정교한 제품 출력을 위해서는 노즐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LM가이드(직선 구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레일과 베어링 이송장치)의 성능이 중요한데, 중국 시장을 뒤져 7만원 수준의 부품을 사서 제작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프린터를 사용하면 3D 프린팅으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다듬지 않아도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팬톤 체어’ 사진 참고>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다이슨’이나 ‘발뮤다’ 같이 해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 브랜드를 갖고 싶다. 이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고민하고, 수없이 겪었던 수많은 실패들이 있었을 것이다. 레인메이커는 1년에 1개의 제품을 자체 개발하려는 목표가 있다. 직접 제품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고, 고객 분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려는 시도다.”

수없이 시도하고, 수없이 실패하면 또 수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객분들께도 그 믿음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스스로 꿈을 꿔봤기에 그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기업. 고객의 꿈을 자신의 꿈과 별개로 두지 않는 레인메이커의 ‘주술’은 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CAPA 스토리] 넷플릭스가 들려주는 3D프린터 뒷얘기

지난해 <오징어 게임> <지옥> 같은 국산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덕분에 제작사인 넷플릭스는 드라마 맛집으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열광하는 것은 비단 드라마때문만이 아닙니다. 마이클 조던의 선수 생활 일대기를 다룬 <라스트 댄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나의 문어선생님> 등 빼어난 다큐멘터리 때문에 넷플릭스를 구독한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보유한 다큐멘터리 리스트를 살펴보면 ‘이런 작품도 있었어’ 싶은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늘은 제조, 그 중에서도 3D 프린팅을 소재로 한 숨겨진 명작 다큐멘터리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전설을 만들다(Print the Legend)>란 작품입니다. 작품은 3D 프린터 제조업체 가운데서도 초기 3D 프린터의 대중화를 이끈 두 회사 메이커봇(MakerBot) [21세기 제조업 혁명-②] 제조의 디지털화, DIY를 ‘메이커스’로 참조 과 폼랩스(Formlabs)를 중심으로 3D 프린팅 산업의 변화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3D 프린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두 회사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영화는 지난 2014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다큐멘터리 장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 언급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판권을 사들이면서 지금은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습니다. 

공식 포스터 (출처: Print the Legend Official Presskit)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두 3D프린터 회사의 창업연대기

오픈소스의 명암··· 총기 제작 등 윤리적인 화두도 던져

<전설을 만들다>는 3D 프린팅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거라고 확신하는 두 회사의 창업 연대기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앞서 소개해드린 메이커봇과 폼랩스, 그 중에서도 주연은 이들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들입니다. 실제로 영화에는 메이커봇의 공동 창업자인 ‘브레 페티스’와 폼랩스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로보브스키’가 직접 출연해 창업 과정을 둘러싼 뒷얘기를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영화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성원간의 의견 충돌, 기술 특허를 둘러싸고 벌어진 법적 소송, 대기업의 인수합병 시도 등 복잡다단한 현실 속 갈등 요소들은 꾸며낸 이야기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3D 프린팅 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어떤 분야든,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영화는 3D 프린팅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누구든지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이 모이면서 성장이 가속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의족, 의수 등을 손쉽게 만들어 냄으로써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사례들도 소개됩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기반의 이같은 성장에는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악용하는 위험한 사례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3D 프린팅을 이용한 총기 제작 시도입니다. 

영화에는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코디 윌슨’이란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최초로 3D 프린터로 총기를 출력해 실제 발사에 성공한 뒤 해당 3D 도면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개한 인물입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을 모든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겠다며 오픈소스 총기 도면 공유 단체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를 설립합니다. 영화는 3D 프린팅 업계가 짐짓 모른 체하고 싶어하는 3D 프린팅과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를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2022년은 3D프린팅 대중화 원년?

실리콘 밸리의 지성으로 존경 받는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술은 초기에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기술에 대한 실망이 쏟아지다가 갑자기 돌파구가 마련돼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에 가장 급속도로 발전하게 될 기술은 ‘3D 프린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3D 프린터로 집을 만들거나 고기를 생산해낸다는 소식이 아직은 먼 나라 얘기처럼 화제성 뉴스로 다뤄졌지만, 이제는 이러한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실제 시장에서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과연 2022년은 3D 프린팅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파고드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3D 프린팅 기술은 실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요? 3D 프린팅 산업 대중화의 초기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전설을 만들다>에서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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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의 망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최근에 개봉되는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관람하다 보면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압도 당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실제로 촬영되는 현장을 보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배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면이 촬영 이후에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덧입혀지다 보니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주연 배우를 비롯한 몇몇이 초록색 대형스크린을 배경으로 볼품없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 속에서 CG로 대체해 넣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우(물론 군중처럼 배경으로 사용되는 인물들은 CG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가 그렇고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최근엔 영화에 사용되는 소품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촬영에 사용되는 소품은 굳이 여러 개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생산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들 중에서도 3D 프린팅 기술로 소품을 제작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유명 영화 속 3D 프린팅 제품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난 후에는 영화 속 장면을 복기하면서 ‘와~ 이 소품들이 CG가 아니고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어졌다고?’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① 토르: 다크 월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마블 시리즈 중 하나인 <토르>에는 천둥의 신인 토르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망치 ‘묠니르’가 등장합니다. 영화 속 묠니르는 신이 사용하는 도구답게 그 제작과정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에 사용된 실제 묠니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정답은 ‘3D 프린팅’, 그 중에서도 ‘결합제분사(Binder Jetting) 방식의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입니다. 결합제분사 방식 3D 프린팅은 잉크젯 헤드를 통해 액체상태의 접착제를 선택적으로 분사해 금속을 비롯한 분말 형태의 재료를 한층한층 쌓아 나가며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묠니르는 금속을 원료로 출력 해야했기 때문에 이 방식을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독일의 Voxeljet 이라는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제작 과정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묠니르의 탄생 과정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② 토르: 라그나로크

‘또 토르야?’ 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번 사례 역시 이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와 관련이 있는 만큼,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혹시 토르의 누나인 헬라가 멋지게 쓰고 있던 헬멧을 기억하시나요? 사슴뿔 혹은 거미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헬라의 헬멧은 실제 헬라 역할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머리를 스캔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 의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인 ‘Ironhead Studio’에서 제작했는데요, 구체적으로 3D 프린팅 기법 가운데서도 SLS(선택적 레이저 소결)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재료가 되는 미세한 분말을 바닥에 깔아놓은 뒤 필요한 부분에만 레이저를 쏘아 굳혀가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3D 프린팅 기술 중에서 상대적으로 제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 2kg의 무게가 나가는 헬멧은 여러 부분을 출력한 뒤 조립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헬라의 헬멧 (출처: Ironhead Studio)

③ 블랙팬서

헬라의 헬멧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코스튬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해 눈길을 끈 사례가 있습니다. 영화 <블랙팬서>에서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가 입고 나오는 드레스입니다. 영화 속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인 와칸다 특유의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드레스 디자인에 복잡한 문양이 많아졌고 그만큼 정밀함이 요구되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라몬다가 쓰고 있는 모자 장신구와 어깨에 두른 망토가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된 제품입니다. 위 헬라의 헬멧을 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SLS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D 형태의 디자인 패턴을 3D 프린팅 기술로 표현했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의 드레스 (출처: Matt Kenneda/Marvel Studios 2018)

④ ‘100%’ 3D프린터로 만든 ‘Chase Me’

위에서 소개해드린 사례들은 영화 속 일부 소품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활용한 사례입니다. 이에 반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사물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인 <Chase Me>입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인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배경이 100% 3D 프린터 출력물로 제작됐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조각 수는 대략 2,500개에 달하며 출력된 제품 하나하나에 색을 칠하고 조립을 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조각들을 만드는 데에는 3D 프린팅 기술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인 SLA(Stereo Lithography Appartus)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SLA 방식은 고가(高價)이지만 상대적으로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SLA 3D 프린터 제작에 특화된 ‘Formlabs’ 사의 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했고, 최종 완성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은 실제 영화의 메이킹 영상인데요, 아주 짧은 단편영화임에도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의 정성과 인내가 담긴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영화 산업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고, 창작자들의 머릿속에 있던 장면들은 전보다 더 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어벤저스처럼 유명한 영화들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3D 프린팅 기술이 쓰였다는 점! 현실에서 3D 프린팅 제품이 일상화 되는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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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 가이드]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M&A(Merger & Acquisition, 기업 인수 합병)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인수하는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경우도 있고,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tvN 드라마 <스타트업> 11회와 12회에서는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라는 다소 생소한 M&A용어와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애크하이어 M&A와 M&A에서 주의할 사항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ASE: 삼산텍의 애크하이어

놀라운 기술력으로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달미(배수지)와 도산(남주혁)의 삼산텍은 세계적인 대기업 투스토로부터 주식 100% 인수 제안을 받습니다.

​투스토가 내건 조건은 회사 가치(valuation)은 30억원으로 하고, 팀원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투스토 본사에서 근무하며, 삼산텍의 ‘눈길’ 서비스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스토가 삼산텍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삼산텍을 인수하는 것이란 소식을 들은 지평(김선호)은 계약서 체결 당일에 삼산텍 사무실에 찾아와 계약서를 살펴봅니다. 변호사 출신 사하(스테파니 리)가 계약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지평은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것은 전형적이 애크하이어고, 투스토는 삼산텍의 가치를 보고 인수하는 것이 아니고,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것이며, 삼산텍은 곧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평 때문에 형이 자살했다고 믿는 용산(김도완)이 지평이 달미와 도산에게 연락하는 것을 가로막고, 도산과 달미는 인수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나 투스토는 계약이 체결되자, 곧 말을 바꾸어 지평의 경고처럼 달미와 사하를 해고하고, 엔지니어 3명만 실리콘밸리로 데리고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삼산텍 창업자들이 반발하며 인수 계약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지만, 투스토의 알렉스(조태관)는 위약금이 60억원이라고 답합니다.

​도산은 소송을 통해서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고 나서지만, 달미는 도산에게 투스토로 떠나라고 하고, 도산과 결별을 택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애크하이어는 무엇이고, 정말 지평의 말처럼 나쁜 것일까요?

지평은 애크하이어가 뭔가 거대한 음모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애크하이어는 기업 인수(acquire)와 인재 채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를 의미합니다.

최근 정부 기관에서 개최한 IT 기업 M&A활성화 방안 회의에 패널로 참석하였습니다. 회의 중 ‘미국에서는 소규모 M&A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은 창업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 인재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아직 공채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M&A가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사실 인수조건만 정당하다면,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인수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더욱이 창업 생태계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오히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M&A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크하이어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크하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회사를 더 키워서 일반적인 M&A나 IPO(기업공개)로 엑시트(exit)를 하는 방법을 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수익 창출이 계속 어려울 것 같다면? 애크하이어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정말 문제가 없었을까요?

사하와 지평 모두 인수 계약서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었지요. 그러나 삼산텍의 입장에서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완전히 잘못 작성된 인수 계약서입니다.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1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애크하이어 계약서에서는 주식매매에 관한 사항 외에도 창업자들이 인수기업(투스토)에 고용되는 조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합니다.

​누가 투스토에 고용될 것이고, 누구는 떠날 것인지, 고용 보장기간은 얼마인지, 의무 재직기간은 얼마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직급은 무엇인지, 인수 이후에도 창업팀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등이 계약서에 전부 상세하게 적혀 있었어야 합니다.

만약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팀원 전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인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그 조건을 인수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였어야 합니다. 물론, 그 조건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M&A 딜(deal) 자체가 깨질 수도 있지만, 정말 3명의 엔지니어가 마음에 든다면, 투스토가 양보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딜이 깨졌다고 해도, 60억원의 위약금을 물지 않고도 자유롭게 계속 삼산텍을 운영해도 되니, 원하지 않는 계약을 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모두 빠진 투스토 인수 계약서를 두고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투스토의 알렉스가 구두로 약속한 내용을 실제 계약서에는 반영하지 않아 얄밉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악당은 아닙니다. 지평의 말처럼 계약을 다르게 이해하고 체결한 삼산텍의 잘못이고, 그 책임도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들도 각자 전문적인 분야가 있습니다. 극 중 사하가 변호사였지만, M&A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다면 이런 실수를 충분히 저지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업 생태계나 업계를 고려하지 않고 계약서 내용 자체를 법리적인 측면에서만 검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삼산텍 입장에서는 내부에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팀원이 있으니 굳이 외부 자문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리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M&A 업무 경험이 없는 변호사(보통 창업자의 지인이죠)가 창업자들에게 불리한 계약서의 내용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M&A가 될 때, 대부분의 창업자는 M&A가 처음입니다. M&A를 여러 번 경험한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이라 해도 3번 정도면 정말 많이 경험해 본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대방인 대기업 투자(인수)팀이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는 M&A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런 전문가들도 변호사의 자문과 지원을 받습니다.

​스타트업 M&A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없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M&A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M&A 자문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blog.naver.com/seumlaw/222155034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