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의 망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최근에 개봉되는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관람하다 보면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압도 당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실제로 촬영되는 현장을 보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배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면이 촬영 이후에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덧입혀지다 보니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주연 배우를 비롯한 몇몇이 초록색 대형스크린을 배경으로 볼품없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 속에서 CG로 대체해 넣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우(물론 군중처럼 배경으로 사용되는 인물들은 CG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가 그렇고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최근엔 영화에 사용되는 소품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촬영에 사용되는 소품은 굳이 여러 개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생산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들 중에서도 3D 프린팅 기술로 소품을 제작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유명 영화 속 3D 프린팅 제품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난 후에는 영화 속 장면을 복기하면서 ‘와~ 이 소품들이 CG가 아니고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어졌다고?’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① 토르: 다크 월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마블 시리즈 중 하나인 <토르>에는 천둥의 신인 토르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망치 ‘묠니르’가 등장합니다. 영화 속 묠니르는 신이 사용하는 도구답게 그 제작과정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에 사용된 실제 묠니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정답은 ‘3D 프린팅’, 그 중에서도 ‘결합제분사(Binder Jetting) 방식의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입니다. 결합제분사 방식 3D 프린팅은 잉크젯 헤드를 통해 액체상태의 접착제를 선택적으로 분사해 금속을 비롯한 분말 형태의 재료를 한층한층 쌓아 나가며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묠니르는 금속을 원료로 출력 해야했기 때문에 이 방식을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독일의 Voxeljet 이라는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제작 과정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묠니르의 탄생 과정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② 토르: 라그나로크

‘또 토르야?’ 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번 사례 역시 이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와 관련이 있는 만큼,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혹시 토르의 누나인 헬라가 멋지게 쓰고 있던 헬멧을 기억하시나요? 사슴뿔 혹은 거미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헬라의 헬멧은 실제 헬라 역할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머리를 스캔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 의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인 ‘Ironhead Studio’에서 제작했는데요, 구체적으로 3D 프린팅 기법 가운데서도 SLS(선택적 레이저 소결)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재료가 되는 미세한 분말을 바닥에 깔아놓은 뒤 필요한 부분에만 레이저를 쏘아 굳혀가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3D 프린팅 기술 중에서 상대적으로 제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 2kg의 무게가 나가는 헬멧은 여러 부분을 출력한 뒤 조립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헬라의 헬멧 (출처: Ironhead Studio)

③ 블랙팬서

헬라의 헬멧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코스튬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해 눈길을 끈 사례가 있습니다. 영화 <블랙팬서>에서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가 입고 나오는 드레스입니다. 영화 속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인 와칸다 특유의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드레스 디자인에 복잡한 문양이 많아졌고 그만큼 정밀함이 요구되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라몬다가 쓰고 있는 모자 장신구와 어깨에 두른 망토가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된 제품입니다. 위 헬라의 헬멧을 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SLS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D 형태의 디자인 패턴을 3D 프린팅 기술로 표현했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의 드레스 (출처: Matt Kenneda/Marvel Studios 2018)

④ ‘100%’ 3D프린터로 만든 ‘Chase Me’

위에서 소개해드린 사례들은 영화 속 일부 소품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활용한 사례입니다. 이에 반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사물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인 <Chase Me>입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인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배경이 100% 3D 프린터 출력물로 제작됐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조각 수는 대략 2,500개에 달하며 출력된 제품 하나하나에 색을 칠하고 조립을 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조각들을 만드는 데에는 3D 프린팅 기술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인 SLA(Stereo Lithography Appartus)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SLA 방식은 고가(高價)이지만 상대적으로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SLA 3D 프린터 제작에 특화된 ‘Formlabs’ 사의 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했고, 최종 완성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은 실제 영화의 메이킹 영상인데요, 아주 짧은 단편영화임에도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의 정성과 인내가 담긴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영화 산업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고, 창작자들의 머릿속에 있던 장면들은 전보다 더 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어벤저스처럼 유명한 영화들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3D 프린팅 기술이 쓰였다는 점! 현실에서 3D 프린팅 제품이 일상화 되는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최고의 3D 프린팅 전문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캐파에서 3D 프린팅 전문가를 찾아보세요!

 

[법무 가이드]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M&A(Merger & Acquisition, 기업 인수 합병)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인수하는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경우도 있고,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tvN 드라마 <스타트업> 11회와 12회에서는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라는 다소 생소한 M&A용어와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애크하이어 M&A와 M&A에서 주의할 사항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ASE: 삼산텍의 애크하이어

놀라운 기술력으로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달미(배수지)와 도산(남주혁)의 삼산텍은 세계적인 대기업 투스토로부터 주식 100% 인수 제안을 받습니다.

​투스토가 내건 조건은 회사 가치(valuation)은 30억원으로 하고, 팀원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투스토 본사에서 근무하며, 삼산텍의 ‘눈길’ 서비스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스토가 삼산텍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삼산텍을 인수하는 것이란 소식을 들은 지평(김선호)은 계약서 체결 당일에 삼산텍 사무실에 찾아와 계약서를 살펴봅니다. 변호사 출신 사하(스테파니 리)가 계약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지평은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것은 전형적이 애크하이어고, 투스토는 삼산텍의 가치를 보고 인수하는 것이 아니고,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것이며, 삼산텍은 곧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평 때문에 형이 자살했다고 믿는 용산(김도완)이 지평이 달미와 도산에게 연락하는 것을 가로막고, 도산과 달미는 인수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나 투스토는 계약이 체결되자, 곧 말을 바꾸어 지평의 경고처럼 달미와 사하를 해고하고, 엔지니어 3명만 실리콘밸리로 데리고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삼산텍 창업자들이 반발하며 인수 계약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지만, 투스토의 알렉스(조태관)는 위약금이 60억원이라고 답합니다.

​도산은 소송을 통해서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고 나서지만, 달미는 도산에게 투스토로 떠나라고 하고, 도산과 결별을 택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애크하이어는 무엇이고, 정말 지평의 말처럼 나쁜 것일까요?

지평은 애크하이어가 뭔가 거대한 음모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애크하이어는 기업 인수(acquire)와 인재 채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를 의미합니다.

최근 정부 기관에서 개최한 IT 기업 M&A활성화 방안 회의에 패널로 참석하였습니다. 회의 중 ‘미국에서는 소규모 M&A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은 창업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 인재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아직 공채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M&A가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사실 인수조건만 정당하다면,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인수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더욱이 창업 생태계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오히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M&A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크하이어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크하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회사를 더 키워서 일반적인 M&A나 IPO(기업공개)로 엑시트(exit)를 하는 방법을 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수익 창출이 계속 어려울 것 같다면? 애크하이어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정말 문제가 없었을까요?

사하와 지평 모두 인수 계약서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었지요. 그러나 삼산텍의 입장에서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완전히 잘못 작성된 인수 계약서입니다.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1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애크하이어 계약서에서는 주식매매에 관한 사항 외에도 창업자들이 인수기업(투스토)에 고용되는 조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합니다.

​누가 투스토에 고용될 것이고, 누구는 떠날 것인지, 고용 보장기간은 얼마인지, 의무 재직기간은 얼마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직급은 무엇인지, 인수 이후에도 창업팀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등이 계약서에 전부 상세하게 적혀 있었어야 합니다.

만약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팀원 전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인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그 조건을 인수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였어야 합니다. 물론, 그 조건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M&A 딜(deal) 자체가 깨질 수도 있지만, 정말 3명의 엔지니어가 마음에 든다면, 투스토가 양보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딜이 깨졌다고 해도, 60억원의 위약금을 물지 않고도 자유롭게 계속 삼산텍을 운영해도 되니, 원하지 않는 계약을 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모두 빠진 투스토 인수 계약서를 두고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투스토의 알렉스가 구두로 약속한 내용을 실제 계약서에는 반영하지 않아 얄밉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악당은 아닙니다. 지평의 말처럼 계약을 다르게 이해하고 체결한 삼산텍의 잘못이고, 그 책임도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들도 각자 전문적인 분야가 있습니다. 극 중 사하가 변호사였지만, M&A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다면 이런 실수를 충분히 저지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업 생태계나 업계를 고려하지 않고 계약서 내용 자체를 법리적인 측면에서만 검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삼산텍 입장에서는 내부에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팀원이 있으니 굳이 외부 자문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리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M&A 업무 경험이 없는 변호사(보통 창업자의 지인이죠)가 창업자들에게 불리한 계약서의 내용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M&A가 될 때, 대부분의 창업자는 M&A가 처음입니다. M&A를 여러 번 경험한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이라 해도 3번 정도면 정말 많이 경험해 본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대방인 대기업 투자(인수)팀이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는 M&A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런 전문가들도 변호사의 자문과 지원을 받습니다.

​스타트업 M&A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없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M&A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M&A 자문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blog.naver.com/seumlaw/222155034688

[법무 가이드]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대표이사 변경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배수지, 남주혁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스타트업’이 방영을 시작하였습니다. 직접 스타트업에서 일한 것은 아니지만 9년째 스타트업 전문 로펌에서 일해온 저도 ‘스타트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스타트업> 3회에 강한나 배우가 연기하는 원인재가 자신이 성장시킨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잃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 스타트업 속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의 대표이사 변경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CASE: 스타트업의 대표이사 변경

스타트업 N의 대표이사 인재는 미국 출장을 준비하던 중, 대표이사인 자기도 모르게 이사회 일정이 그날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때 인재의 새 아버지인 원 회장이 나타나 자기가 이사회를 소집하였고, 스타트업 N의 대표이사를 자기의 친아들인 상수로 변경할 테니, 인재는 미국 지사의 업무를 맡고 워라밸이나 챙기라고 합니다.

​인재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에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원 회장은 원 회장과 아들 상수의 지분율이 86%이므로, 이사회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투자자의 납득이 왜 필요하냐며, 인재의 말을 무시합니다.

​인재가 없는 주주총회장에서 상수가 의장으로 인재의 사임 소식을 알리고, 주주들에게 동의하는지 묻습니다. 인재는 처음에는 순순히 원회장의 뜻을 따라서 미국으로 출국하려고 하였으나, 마음을 바꾸어 주주총회 중인 회사로 돌아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다시는 씹던 껌 같이 버려지는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하여 새로운 창업을 준비합니다.


드라마의 앞 부분에서는 분명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했는데, 인재가 회사에 도착하니 주주총회가 개최 중인데요. 제작진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원 회장이 주주총회에 관한 언급을 한 것을 보면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실수가 아니라면 이사회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안건으로 하는 이사회였고, 이사회 종료 직후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 것일 수 있습니다.

​원 회장이 자신과 아들 상수의 지분율이 86%이므로 투자자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맞는 말일까요?

​만약,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에 분노한 투자자가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우선 주주총회 소집의 하자를 이유로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는 방안을 설명할 것입니다. 회장 측이 86%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주주총회 소집을 위해서는 2주 전에 주주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생략하기 위해서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투자자에 2주 전에 통지하지 않고 주주총회를 소집했으니, 주주총회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원 회장 측이 86%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시 소집 절차를 거쳐서 주주총회를 소집하면 결국은 적법하게 대표이사 변경을 결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주총회를 취소하는 방안은 큰 실익이 없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투자자에게 투자계약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안할 것입니다. 국내 VC 투자계약은 대표이사의 변경을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최대주주(이해관계인)에게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put option), 최대주주에게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투자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투자자의 이러한 동의권을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자기의 무능한 아들로 대표이사를 변경하였다면, 투자자들은 원 회장에게 투자자가 보유한 스타트업 N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거나, 위약벌 등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분율만 믿고 투자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 인재가 만약 저를 찾아와서 조언을 구한다면? 대표이사 및 이사직에서 순순히 사임하지 않는 것을 권유하겠습니다.

이사는 근로자와 달리 언제든지 주주총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를 해임한 경우 그로 인한 이사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므로, 남은 임기의 이사의 보수(연봉)를 모두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인재가 스스로 사임하면 이러한 보수 청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인재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사임하면 보유 주식, 스톡옵션과 관련해서도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대표이사는 투자계약 체결 시에 일반적으로 퇴사금지, 경업(경쟁영업)금지 계약을 체결합니다. 인재가 회사를 퇴사하면, 퇴사금지 계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재는 곧 바로 다시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경업금지 의무는 회사를 퇴사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효력이 있으므로, 인재가 유사한 사업을 하면 경업금지 위반도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재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최대주주, 회사, 투자자와 사이에 남은 보수, 퇴사금지, 경업금지 계약 해지 등에 관한 서면 합의를 한 이후에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통하여 어느 정도라도 금전적으로 노력의 대가를 보상 받아야 할 것입니다.

대표이사의 변경은 회사의 경영뿐 아니라 회사, 주주, 대표이사 및 투자자 사이의 권리 및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입니다. 법적 검토 없이 섣불리 대표이사를 해임하거나 대표이사나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경우 예상하지 못한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를 강제로 해임하는 경우이든, 대표이사가 스스로 사임하는 경우이든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blog.naver.com/seumlaw/222127768116

[법무 가이드]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창업자 지분율 결정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님, 지분율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창업자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분율을 결정하는 것은 법률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므로 변호사로서 단정적인 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마침 tvN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창업자들의 지분율 결정을 주요 소재로 다루어 스타트업 업계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 <스타트업> 6회에 소개된 창업자들 지분율 결정을 통해서 스타트업 지분율 결정의 어려움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CASE: 삼산텍의 창업자 지분 분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샌드박스에 입성한 달미(배수지)와 도산(남주혁)의 삼산텍은 샌드박스로부터 투자금을 받기 전에 실사를 받습니다.

​삼산텍의 실사를 맡은 SH벤처캐피탈의 지평(김선호)은 삼산텍의 정관 등에는 10점 만점을 주었지만, 주주명부는 0점을 주면서, 이 주주명부를 보고도 삼산텍에 투자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독설을 내뱉습니다.

​달미를 포함한 창업자들에게 각 16%씩을 분배하고, 기여도가 높은 도산에게는 3%를 더 얹어서 19%를 분배한 주주명부는 언뜻 보기에 가장 공평한 주주명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지평은 공평한 지분율이 결국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다른 창업자가 투자자와 손을 잡으면 회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뺄 수 없는 사람 즉, 키맨(Key-man)이 되는 대표에게 지분을 몰아주라고 충고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창업자들 도산(남주혁), 철산(유수빈), 용산(김도완)은 지분율을 앞에 놓고 싸움을 벌이고, 삼산텍은 문을 닫을 위기까지 겪습니다.

그러나 창업자들의 깊은 신뢰와 대표이사 달미의 결단으로 도산에게 64%의 지분을 몰아주고, 대표인 달미를 포함한 나머지 창업자들은 7%씩의 지분율을 보유하기로 합니다.


실제로 VC는 대표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평의 말처럼 대표가 회사를 안정적으로, 열심히 경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높은 지분율을 보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외부 주주들의 간섭이나 경영권 탈취 시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대표이사에게 주식을 몰아주면 되는 참 간단한 문제 같습니다.

그냥 지평 말처럼 대표이사인 달미에게 90%를 몰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대표이사에게 지분을 몰아주면, 나머지 창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적은 지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대표를 제외한 (적은 지분을 받는) 창업자들은 현재 처우가 나쁘지만 회사가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논리에 맞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다시 말해, 현재 처우도 나쁘고, 회사가 성공해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창업자 중 한명으로서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표일지라도 창업자들에게 회사에 헌신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표에게 지분을 내놓으라는 지평의 충고에 철산과 용산이 화를 내는 것을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만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분율이 낮은 창업자에게 좀 더 많은 급여를 주거나 추후 스톡옵션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대기업만큼 많은 돈을 주기도 어렵고, 대기업의 안정성이나 이름값 등의 무형적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삼산텍은 문제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도산은 극 중에서 실패가 검증된 경영자이고, 달미는 팀원들이 사용하는 기본적 용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의 문외한입니다. 그래서 도산에게 지분율을 몰아주는 것도 지평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대표이사인 달미에게 높은 지분율을 몰아주기도 어렵습니다. 삼산텍은 AI를 개발하는 테크 스타트업인데 AI기술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달미가 삼산텍의 키맨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스타트업 지분율을 결정하면서 모든 요소를 만족하는 선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달미(배수지)의 결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지분율 결정에 정답은 없고, 스타트업마다 다른 사정이 있기 마련인데, 달미는 팀원들의 마음을 고려한 꽤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달미가 비록 대표이지만, AI를 개발하는 회사의 키맨이 될 수 없고, 도산은 개발자로서 능력은 뛰어나지만 경영 능력은 없습니다.

​이 경우 대표이사와 최대주주를 분리하는 것이나, 최대주주는 회사의 키맨이라고 할 수 있는 도산이 되는 것은 삼산텍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이런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흐른 뒤 회사의 성공여부에 따라 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지분율을 결정하고 주주명부에 도장을 찍었다고 지분율 결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결정한 지분율에 맞게 주식 거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누군가는 주식을 팔고, 누군가는 주식을 사서 정해진 대로 지분율을 바꾸어야 합니다.

​또는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유상증자 등기도 필요합니다. 지분율의 변동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반드시 서면 계약서를 통해서 거래해야 합니다. 그래야 훗날 엑시트(exit)를 하는 단계서 누가 얼마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주식거래를 했으면 정해진 기한 내에 세무 신고도 마쳐야 합니다.

​극적인 감동을 위해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지루하게 생각될지 모르는 절차를 장면으로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훗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분율 구성에 관해 변호사가 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업무 경험 많고 생태계를 잘 아는 변호사로부터 이에 관한 다양한 이슈와 사례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창업자들끼리 협의를 통해 지분율을 결정하면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주식거래를 하셔서 법적 분쟁을 방지하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blog.naver.com/seumlaw/222152979993

[법무 가이드] 회사를 매각(M&A)할 때, 유의할 법률

안녕하세요. 정호석 변호사입니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직접 주요 법률 이슈에 대하여 찾아보고 싶어하는 창업가 분들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회사 매각(M&A) 업무를 하면서 주로 참고하는 법들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즉, 회사 매각(M&A)와 관련이 깊은 법률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첫번째, 상법입니다.
상법은 회사의 형태, 설립, 운영, 해산, 기배구조, 구조개편에 이르기까지 회사와 관련되어 있는 전반적인 사항들을 규정하는 법률입니다. 이에 따라 회사가 그동안 법률을 준수하면서 운영을 했는지, 회사가 발행한 주식들이 유효하게 유통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주주변동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판단을 함에 있어서 근거가 되는 법률이 바로 상법입니다.
두번째,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회원을 모집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많은 회사들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법률이 바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줄여서 ‘정보통신망법’이라고 많이 부릅니다)입니다. 이 법률들을 위반한 경우 대표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고, 회사는 집단소송을 통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부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은 회사 매각(M&A) 업무를 하면서 주의하여 살펴볼 법률입니다.
세번째, 근로기준법입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근로자에 유리하게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위반하여 작성된 계약 조항에 대하여 무효로 보거나, 위반 사항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규정이 많습니다. 회사를 처음 설립하여 직원을 채용할 때 근로계약서, 연봉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그 뒤에는 휴가를 얼마나 부여해야 하는지, 초과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을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지 검토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얼마나 준수했는지 살펴보는데 필요한 근거 법령이 바로 근로기준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경업금지, 퇴사금지 의무 등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네번째,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법인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각종 세법입니다.
회사 매각(M&A)의 구조, 대금 지급 방법 및 시기에 따라 각 당사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 매각(M&A) 시에는 각종 세법을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번째, 공정거래법입니다.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들 사이에 M&A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당 M&A가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M&A를 금지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계열회사 편입 이슈 등도 공정거래법을 통해 검토를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사업과 관련된 법률입니다.
회사가 해당 사업을 규율하는 법률상의 인허가, 신고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사업 운영 과정에서 위반 사항이 없었는지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타다가 매각(M&A)이 된다고 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바로 사업과 관련된 법률이 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M&A가 이루어져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