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0

지금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분들 가운데 싸이월드에 관한 추억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서먹하고 낯선 사이에 일촌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던 것, 첫 연애를 시작하며 사진 폴더를 만들어 서로의 사진으로 가득 채웠던 것, 헤어지고 미니홈피 카테고리를 다 없애고 슬픈 노래를 BGM으로 해둔 것, 헤어지고 상대방은 어떻게 살까 슬쩍 보러 갔다가 방문자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다가도 이불을 뻥뻥 걷어차며 ‘아, 쪽팔려!’를 외쳤던 것 말이죠.

건축학개론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고 했는데요. 싸이월드는 아마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이었고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트업으로 변모한 싸이월드와의 인터뷰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에서 ‘미근동 개리’라는 캐릭터로 싸이월드의 변화를 소개한 것이죠. ‘다시 싸이월드, 인터뷰로 궁금증을 털어보자.‘를 본 로켓펀치는 이때다 하고 싸이월드에 인터뷰 요청을 했고, 이런 저런 메일이 오간 뒤에 신림동 캐리가 서대문역의 싸이월드 본사에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싸이월드에 들어서자 허유경 매니저께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습니다.

홀로 서는 싸이월드 “옛 명성 되찾겠다”
“싸이월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로 연결”
싸이월드, SK컴즈와 완전 분리
싸이월드가 왜 SK컴즈에서 분리되었나 어떤 각오로 새출발 하는가 하는 것은 워낙 많은 일간지에 소개되었으니 로켓펀치 인터뷰에서 묻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그런 걸 궁금해하시는 건 아닐 테니까요. 그럼 새로운 싸이월드의 진짜 모습을 만나보시죠.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김동운: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내 페이스북에 ‘스타트업으로 탈바꿈한 싸이월드 인터뷰 갑니다. 대신해줬으면 하는 질문 받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다른 어느 때보다 열렬한 반응이 나왔다.
김동운: 아, 그런가?
신림동 캐리: 한 번 보시겠는가?

제 페이스북에 달린 덧글을 보며 웃고 계신 쿨한 김동운 대표님이십니다.

신림동 캐리: 첫 번째 질문은… 김동운 대표님은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신가?
김동운: 계정은 있다.
신림동 캐리: 악, 대박 사건!
김동운: 계정이 있긴 한데 활동은 하지 않는다.
신림동 캐리: 그럼 왜 만든 건가? 벤치마킹 용도로?
김동운: 내가 아들이 둘 있는데 둘 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다. 그래서 아들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페이스북에 가서 봐야 하기 때문에 계정을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아들들은 페이스북을 쓰는구나….
김동운: 아들들이 전화할 때마다 싸이월드는 잘 되느냐고 꼭 묻긴 한다…. 왜냐하면 자기들 유학 자금 끊길까 봐….

김동운 대표님은 쿨하다 못해 추워질 정도의 오픈 마인드를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신림동 캐리를 당황하게 한 인터뷰이는 처음이야.

신림동 캐리: 그럼 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놓고 쓰진 않으시는가?
김동운: 페이스북의 이용 패턴이 나랑 안 맞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패턴에 익숙하다. 나 이전에도 싸이월드 대표분이 여러 분 계셨다. 그분들의 미니홈피는 본의 아니게 사용자의 요청이나 불만사항이 오가는 게시판 형식으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미니홈피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마치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느낌이다. 내 미니홈피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모르는 사람과도 친구를 맺고 글이 공유되고 하던데,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싸이월드에서 지인들과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때 미근동 개리님이 음료수를 들고 회의실에 등장하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김준: 안녕하세요. 미근동 개리 드립을 친 김준이다. 로켓펀치 인터뷰 잘 보고 있다.
신림동 캐리: 드디어 뵙는군. 근데 어쩌다가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에 패러디가 등장한 건지?
김준: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에서 싸이월드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유저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너무 딱딱하지 않게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평소 재미있게 보던 로켓펀치 인터뷰 방식을 써봤다.

신림동 캐리: 나한테 말도 없이 패러디하셨는데 뭐 없나?
김동운: 지금 마시고 계신 음료수도 공짜는 아니에요.
신림동 캐리: 네….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 패러디와 맞바꾼 주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김동운 대표님도 그렇고 매니저분들도 주변 지인에게 싸이월드를 쓰라고 강요하시는지?
김동운: 그렇지는 않다.
신림동 캐리: 강요 안 하신다고? 나만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인터뷰에 좋아요 누르라고 강요하는데….
김동운: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근데 우리 와이프는 싸이월드를 열심히 한다. 내가 싸이월드에 내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다 올리기 때문에 남편이라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 매우 열심히 쓰더라. 이런 게 일종의 네트워킹 효과인가?
김준: 나는 부인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무척 강요한다. 싸이월드 하라고!
신림동 캐리: 뭣? 미근동 개리님 결혼하셨다고? 완전 어려 보이시는데?
허유경: 아기도 계시다.
신림동 캐리: 아까 김동운 대표님이 40대시라는 것도 멘붕이었는데 이 회사 다들 쓸데없이 동안이시다.
김준: 싸이월드 내부는 결혼한 팀원이 많아 가족을 무척 배려하는 분위기다.
신림동 캐리: 예를 들면?
긴준: 일단 출근 시간이 10시라 아침에 가족과 식사도 하고 애도 유치원에 보내는 등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신림동 캐리: 따로 복지 같은 건 없나?
허유경: 4월 8일에 싸이월드가 SK컴즈로부터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지금 복지 제도도 새롭게 정비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1년에 얼마가 든 복지카드가 나왔었다. 이제는 인원도 적어지고 했으니 좀 재미있는 제도를 만들어볼까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생일인 팀원의 위시리스트를 받아서 그걸 실현해주는 거다. ‘남자를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소개팅을 무제한 시켜준다든가 그런 거?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복지를 한둘 구상해가고 있다.
김준: 생일인 주인공이 그날의 회사 드레스코드를 정한다든가 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는 생일인 멤버를 조기 퇴근하게 해주는데….
허유경: 싸이월드도 생일인 당사자가 그걸 위시리스트로 원하면 그렇게 해줄 생각이다.

신림동 캐리: 아까 내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싸이월드에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보셨을 거다. 이제부터 민감한 질문 좀 나가겠다.
김동운: 얼마든지.
신림동 캐리: 싸이월드가 문 닫으면 환불해줘야 하는 도토리 잔액이 싸이월드 시가 총액보다 높아 망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인지?
김동운: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다. 일단 싸이월드는 현재 시가 총액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내가 기억하기로 적어도 2,500억대 이상이라 도토리 잔액을 환불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게다가 도토리 환불은 구입 시 약관에 명시된 바에 의해 환불이 되어야 한다. 환불을 못 해줘서 싸이월드가 유지된다 그런 풍문은 그냥 우스갯소리라고 보시면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럼 현재 유저가 보유 중인 도토리를 다 모으면 얼마나 될까?
김동운: 계산해보지 않았다.
신림동 캐리: 그걸 안 계산해보다니 말이 되는가!
김동운: 우리에게 싸이월드 서비스는 양수가 되었는데 도토리는 전자화폐 사업이고 금융 관련이라 계속해서 SK컴즈에 소유되어 있으므로 우리랑 상관이 없다.

신림동 캐리: 인제 와서 말이지만… 왜 하필 도토리인가?
김동운: 응?
신림동 캐리: 전자화폐의 이름이 왜 도토리냔 말이다.
김동운: SK컴즈가 피플스퀘어닷컴에서 싸이월드를 인수할 때부터 이미 도토리였다.
신림동 캐리: 그럼 여기 도토리가 왜 도토리인지 아는 분은 아무도 없는가?
허유경: 그러게 왜 도토리지?
김준: 나도 궁금하다.
허유경: 나도 궁금하다.
신림동 캐리: 도토리라는 게 우리 일상에서 자주 보는 열매는 아니지 않은가. 그걸 화폐 단위의 이름으로 붙인다는 게 좀 신기하다.
김동운: 도토리라는 네이밍을 할 때 내가 옆에 있지는 않았는데, 예전에 전해 들은 바로는 도토리를 도토리로 붙인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들었다. 굳이 세상사가 필연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하나의 케이스가 아닐까.
신림동 캐리: 그렇게 말씀하시니 멋있기는 한데 왜 도토리가 도토리인지는 이렇게 미궁 속으로….

도토리가 왜 도토리인지 아시는 분은 sillimdongcarrie@pristones.com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싸이월드 무형문화재 지정’ 만우절 농담은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만우절 거짓말에 잘 안 속는 편인데도 그 기사는 심각하게 ‘싸이월드에서 사진을 지우면 무형문화재 훼손인가?’하고 고민했었다니까.

김준: 재미있게 보아주셔서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김동운: 허유경, 김준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김준: 그 기사를 올리는 것도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네이트에 그 기사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더니 허위기사라는 점에 부담을 가지고 기사 제목에 ‘만우절 농담’이라는 표시를 붙여달라는 거다. 그럼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잖아….
신림동 캐리: 그러면 재미없지!
김준: 그래서 한참을 조율하다 결국 카테고리를 ‘한정 보도’로 해서 내보낼 수 있었다.


관련기사 – 싸이월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고?

싸이월드의 진실 혹은 거짓,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1’에서 계속됩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학교를 꿈꾸는 TNT Crowd

로켓펀치 기업 인터뷰는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돈을 받는 거냐, 조민희 사장님과 친해야 하는 거냐, 신림동 캐리에게 뇌물을 주고 부탁하면 되느냐 등등요. 정답은 그냥 ‘신림동 캐리 마음대로’입니다. 1회였던 레진코믹스는 레진님과 친분이 있어서 그냥 사무실 구경할 겸 갔었고요. 2회였던 가든하다는 로켓펀치 채용공고를 훑어보다가 홈페이지가 예쁘길래 무작정 ‘저희랑 인터뷰하실래요?’라고 들이댔죠.

이번 TNT Crowd는 주변의 추천으로 성사된 인터뷰였습니다. 사업 아이템이 독특하고 사장님의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평가가 있었죠. 실제로 가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상재: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대표님은 어디 계시죠?
이상재: 지금 종로에서 미팅하고 택시로 오고 있다고 하네요. 곧 올 거예요.

그렇게 신림동 캐리는 40분을 기다렸습니다.

나 집에 갈 거야! 성질 뻗쳐서!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 뻔했습니다만, 카드값을 떠올리며 참아봅니다.

이상재: 평소에 페이스북 잘 보고 있어요. 캐리님 팬이에요.
신림동 캐리: 그럼 좋아요 누르거나 덧글이라도 다셨어야죠. 말로만 팬인가요?
이상재: 다 달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필요 없어!
40분이 흐르고 박태영 TNT Crowd 대표님이 숨을 헐떡이며 오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박태영: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멱살 한 번 잡아도 되나?
박태영: 대신 밥을 사면 안 되나?

신림동 캐리는 분노를 가라앉혔습니다. 맛있는 것을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 람이니까요. 아무튼 간단하게 TNT Crowd를 설명하자면 2012년 8월에 꿈을 가진 젊은이 다섯명이 시작하여 전국실전창업리그에서 1,600팀 중 4위를 하고 성공적인 시드 펀딩과 상당한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유치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로켓펀치에 써놓으셨습니다. 2013년 6월에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오픈마켓형 온라인 교육 중개 플랫폼 ‘러니웨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매출과 트래픽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사전 조사로 박태영 대표님 페이스북을 훑어보니 ‘올해는 유명해지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써놓으셨더라.
박태영: 아, 그걸 보실 줄은 몰랐는데….
신림동 캐리: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런 건 일기장에 써라.
박태영: 다음부터 주의하겠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갑자기 유명해지고 싶다는 건가?
박태영: 예전에는 내가 일만 잘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서비스를 키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러니웨어 서비스가 꾸준히 성장하고 최근에 점차 안정세에 접어드는 중이다. 그런데도 밖에 나가면 TNT Crowd는 물론 러니웨어라는 이름도 생소해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며 ‘아, 이게 아닌데?’하고 이제는 좀 더 이름을 알리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말인데 신림동 캐리님께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 수 있는가?
신림동 캐리: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보통 서울대 나와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면 최근 기준으로는 이두희, 강의석 그리고 이정희 정도가 있지 않나?
박태영: 이두희, 강의석, 이정희….
신림동 캐리: 왜, 셋 다 유명하잖아….

저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박태영 대표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TED라든가 UDACITY라든가 COURSERA라든가 미국에서부터 트렌드가 전파되어 이제 한국에서도 여러 유형의 지식 공유 서비스의 플랫폼이 나오고 있다. 러니웨어만의 차별성은 뭐가 있는가?
박태영: 여러 가지가 있다.
신림동 캐리: 여러 가지가 있겠지.
박태영: 첫 번째는 콘텐츠 다양성이다. 러니웨어는 국내에서 개수로 최다 강좌를 보유하고 있다. 자격증이나 입시부터 시작해 플로리스트와 댄스 특강까지 있을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강좌와 비교하면 콘텐츠가 시간에 따라 소진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강사의 사용 편의성이다. 기존의 서비스와 달리 러니웨어는 강사가 강의를 제작부터 등록, 유통, 수익 분배까지 다 관여한다. 러니웨어는 전 과정을 완성도 높게 자동화함으로써 강사의 온라인 진출 초기 장벽 진입을 아주 낮추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개별 브랜딩이 가능토록 ‘아카데미 기능’을 지원하거나 태블릿을 이용하여 집에서 혼자 강의를 찍을 수 있는 ‘강의 제작툴’ 등을 제공한다.
신림동 캐리: 아까 위층에 보니 스튜디오가 있던데 일반인도 사용 가능한가?

박태영: 물론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끊임없는 기술적, 기능적 진화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 플랫폼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Next Step에 대해 확실한 그림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니웨어의 경우 수준급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형태를 넘어선 러니웨어 2.0과 3.0을 준비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어떤 건가?
박태영: 자세한 건 기밀이다.
신림동 캐리: 허세 부리는 걸로 알겠다.
박태영: 아니다. 정말 있다.

투명 드래곤 같은 러니웨어지만 믿어줍시다.

왼쪽부터 이상재 마케팅 담당, 김다훈 CTO, 박태영 CEO, 주현탁 개발자

신림동 캐리: 최근 러니웨어의 수강생 추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다는데 어떤 홍보와 마케팅을 하고 계신지?
박태영: 유료 강좌를 무료로 맛보기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 이후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러니웨어 콘텐츠의 우수성과 다양성이 소문났는지 급격하게 가입자가 증가하더라.
신림동 캐리: 무료 이벤트인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효과를 봤다는 건가?
박태영: 그렇다. 러니웨어는 처음 결제한 회원이 다른 강좌도 결제하여 수강하는 확률이 70%가 넘어갈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신림동 캐리: 70%라니 정말 엄청난데? 그럼 ‘내가 들어도 이 강의는 진짜 알차다!’하고 박태영 대표님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강의는?
박태영: 모니터링한다는 명목으로 재밌게 보고 있는 강좌가 무척 많은데,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동양 고전 읽기’ 강좌를 추천한다. 요즘 동양 고전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는 건 아실 거다. 하지만 논어부터 입문해 무작정 시작하면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함의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근데 이 강의로 들으면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동양 철학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애견훈련, 댄스, 스노우보딩, 어도비 툴 강좌 등이 흥미롭고 완성도도 높다.

신림동 캐리: 아, 여기서 제일 궁금한 게… 강사 모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박태영: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가 직접 찾았다. 서점에서 책을 뒤지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거나 해서 무작정 연락을 드렸었다. 100명에게 연락해 실제 강좌 업로드까지 연결된 경우는 1~2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 수강생이 1만 명을 넘어가면서 먼저 연락 주시는 강사나 학원이 많이 늘었고, 저희가 먼저 컨택하더라도 승낙받을 확률이 매우 커졌다. 러니웨어는 강사에게 수익의 70%를 분배하기 때문에 20% 이하인 기존 퍼블리셔에 비해 세 배 이상 금액이 큰 것도 큰 메리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70%나 드리고 나면 회사는 뭐 먹고 사나?
박태영: 그래서 내 월급이….

신림동 캐리: TNT Crowd는 출퇴근하기 힘든 사원을 위한 회사 숙소가 있다고 들었다. 전자기기 생산 공장도 아니고 스타트업계에서는 무척 드문 일이지 않나?
박태영: 처음에 친한 친구들과 동업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지인을 알음알음 영입했기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신림동 캐리: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업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 계속 보는 게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숙소 생활의 장단점은?
박태영: 숙소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가 오랜 시간을 보내니 생각을 맞추고 토론을 하고 업무와 일상을 서로 업데이트하는 데 매우 도움된다. 또한 숙소가 회사에서 1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야근하게 되더라도 출퇴근의 부담이 적다. 숙소의 단점이라면 일반적인 공동생활의 단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럿이서 살다 보니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워낙 가깝다 보니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랄까.
신림동 캐리: 사장님과 같이 사는 게 단점이라고 왜 아무도 말을 못 해!

저희는 숙소 생활이 만족스러워요. 정말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신림동 캐리: 아까 보니 회사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시던데?
박태영: 개 한 마리와 고양이 다섯 마리다.
신림동 캐리: 여기가 무슨 동물농장도 아니고… 어쩌다?
박태영: 예전에 대전 창업진흥원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근데 그 근처 애견카페에 푸들 한 마리가 있었는데 다른 강아지에 비해 나이가 많다 보니 몸집도 크고 귀염성도 덜한 거다. 그래서 더 안 팔리고…. 그 푸들의 간절한 눈빛이 왠지 잊히지 않아 결국 내가 데리고 왔다.


신림동 캐리: 무심한 듯 시크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이 많으시군.
박태영: 그냥 얼굴이 이렇게 생긴 것뿐이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 고양이의 경우는 길고양이들을 주워오게 됐다. 사무실에서 동물을 키우니 분위기가 정겨워지고 좋다. 단점이라면 조금 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겠지?

동물이 많아 정겨운 TNT Crowd 사무실의 모습입니다. 근데 푸들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네요.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표정입니다.

신림동 캐리: 베란다에 이상한 게 있던데 그건 뭔가?
박태영: 선베드다.
신림동 캐리: 뭐하는 용도인가?
박태영: 바람도 쐬고 태닝도 하고 그런다.
신림동 캐리: 맞은편 오피스텔에 민망하지 않나?
박태영: 가을까지만 해도 파라솔이 있었는데….
신림동 캐리: 있었는데?
박태영: 바람에 날아갔다….
신림동 캐리: 알았다….
박태영: 얼마 전에 투자자분이 오셔서 술을 드시고 저기서 주무시다가 동사하실 뻔하기도….

사연이 많은 선베드입니다.
신림동 캐리: 또 페이스북에서 본 건데, 올해 놀랄만한 제휴를 하실 계획이라고 자랑해놓으셨더라.
박태영: 레알이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사업 기밀이겠지만 간략히라도 좀 알려달라.
박태영: 일단 교육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사용자가 모여있기 힘든 성격이다. 그래서 사용자층을 크게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러니웨어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콘텐츠 면에서 유명인사를 모셔오는 작업을 계획 중이고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강연회사 합동으로 전국 투어를 준비 중에 있어 2014년에는 러니웨어가 크게 주목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신림동 캐리: 2014년 러니웨어의 비전은 뭔가?
박태영: 2014년은 러니웨어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교육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한국은 그 중에서도 현재 교육시스템에 대해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 나라다.
신림동 캐리: 오바마도 본받으려는 한국 교육인데… 물론 농담이다.
박태영: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고 그 다음이 교수자인데,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실질적 교육은 거대 자본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나는 이 사실에 질문을 던지고 러니웨어라는 하나의 솔루션뿐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한 해를 보내려고 한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면서 유명해질 좀 계획은 잡히셨나?
박태영: 믿기지 않겠지만 제가 그럭저럭 품위있고 고상한 편이다.
신림동 캐리: 말씀대로 믿기지 않는군.
박태영: 아무튼 그래서 화끈하게 유명해질만한 일은 찾지 못하겠고, 교육업체 종사자답게 대중이 많이 모이는 강연에 나가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 가수 바다씨와 함께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계획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머물고 있는데, 아무튼 올해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으로서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다.
신림동 캐리: 이두희, 강의석, 이정희보다 더 유명해지세요. 화이팅!

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1

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치나?
한대훈: 나 같은 경우에는 현재의 와이프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고 비교적 일찍 결혼한 편이라 개발자로서의 연애라는 걸 느낄 새가 없었다. 하지만 게임회사에 다니며 동료나 친구가 연애하는 걸 보니 개발자와 연애하는 건 개발자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고 취향을 참 많이 탄달까. 어느 정도 오타쿠 기질이 없으면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한군님이 난다님에게 던진 프로포즈 대사가 참 많은 여성의 주먹을 쥐게 했지….


한대훈: 그게 나름대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신림동 캐리: 그래 비하인드 스토리라 쓰고 변명이라고 읽히는 그 사연 좀 들어보자.
한대훈: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 있는 게임회사에 다니며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와이프와 부산에서 연애하고 있었다. 근데 어쩌다 보니 서울에 있는 게임회사로 이직할 기회가 생긴 거다. 근데 태어나서 20년 넘게 부모님 아래서만 살았는데 날 혼자 서울에 보내놓으면 거러지(‘거지’의 부산 사투리)처럼 살 게 너무 뻔했던 거다. 그래서 부모님이 지금 여자친구와 오래 사귀기도 했고 잘 지내니 결혼해서 같이 올라가면 어떻겠냐 그렇게 권유하셨다.
신림동 캐리: 그래, 변명… 아니 비하인드 스토리 잘 들었는데 그래도 그 멘트는 너무 뽄(‘모양새’의 경남 사투리)이 없잖아!

그렇습니다. 신림동 캐리도 한군님도 경상디언이었던 것입니다.

한대훈: 나라고 멋진 프로포즈 하기 싫었겠냐. 근데 이직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 와이프는 ‘언제 프로포즈 할 거야? 응? 응?’ 이런 눈빛을 매일 하고 있으니까 도리어 정신을 잃게 되었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널 허락하니 결혼하자는 건 너무 정신줄 놔버렸잖아….
한대훈: 내 나름대로는 ‘우리 부모님이 널 마음에 들어 하시니 우린 이제 아무 문제가 없어!’라는 희망에 찬 대사였던 거지.
신림동 캐리: 하긴 엄마가 하라는데 더 이상 뭔 장애물이 있겠어. 예전에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이 F=ma 공식을 가르치시며 ‘힘은 엄마에게서 나오죠!’라고 하시던 게 생각난다.
한대훈: 짱인데?
신림동 캐리: 집안 대소사의 최종 보스는 늘 엄마인 거야.
한대훈: 그래도 결혼식 며칠 전에 작은 케이크랑 반지를 사서 정식으로 프로포즈하긴 했다. 정말 싼 반지였는데 지금도 와이프가 그걸 끼고 있는 걸 보면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텔레파시로 보내는 한군님이십니다.
신림동 캐리: 일하지 않을 때는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한대훈: 보통 게임을 하거나 애를 보거나 와이프와 이야기를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그렇게 평범하게 여가를 즐긴다. 별로 특별할 건 없다.
신림동 캐리: 평범하다기엔 굉장히 바람직한 오타쿠 남편 같은데….
한대훈: 오타쿠라고 하니까 말인데, 나도 약간은 워커홀릭 스타일이라 일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대부분 뭔가를 만들고 있더라. 그게 회사 일일 때도 있고 취미로 하는 개인 프로젝트일 때도 있는데 아무튼 뭔가를 계속 만드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편이다.
신림동 캐리: 나도 글 쓰다가 쉰다고 누워서 다른 생각 하다가 ‘이건 페이스북에 써야지!’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일단 창작계에 발을 들이면 쉴 수가 없는 것 같다. 영원히 고통받는 오타쿠랄까….
한대훈: 그렇지. 쉰다고 쉬면서도 리프레시하고는 거리가 먼 짓만 하고 있어서 요즘은 게임이나 개발 이외의 취미를 만드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최근에 ‘번 아웃을 막는 방법’이라는 글을 보고 충격받아서 일과 휴식을 구분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번 아웃을 막는 방법이란?

원문 링크 http://blog.kissmetrics.com/prevent-employee-burnout/
번역 링크 http://subokim.wordpress.com/2013/04/12/prevent-burnout/

신림동 캐리: 휴식 이야기하다가 일 이야기해서 좀 이상하지만 페이스북을 보니 오늘(2014년 3월 26일) 한군님이 만드시던 게임이 드디어 공개된다고 쓰셨더라. 로켓펀치에 어필할 기회 드릴 테니 홍보 한 번 해봐라.
한대훈: 레알?
신림동 캐리: 레알.
한대훈: 지금 저희 팀이 고맙다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림동 캐리: 제목이 뭔가?
한대훈: ‘무적의 용병단‘이다.
신림동 캐리: 뭐야, 왜 이렇게 유치해!
한대훈: 유치하다니 Orz
신림동 캐리: 누가 지었나?
한대훈: 모두가 합심해서 지었다.
신림동 캐리: 저한테도 한 번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한대훈: 그러게요. 아무튼 무적의 용병단은 저희 크레이브몹에서 열심히 만든 RPG 게임이다. 다른 RPG들과는 차이점이라 한다면 전술에 따른 결과가 확실히 달라진다는 것과 대규모 군단 전투라는 거다. 그래서 같은 전투라도 전술에 따라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도 있고 압도적으로 지기도 한다. 이것저것 파보는 재미가 있으실 거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한가? 소리 없이 강한 게 컨셉인가?
한대훈: KAKAO라든가 퍼블리셔도 없이 저희가 직접 서비스 준비 중이다. 그래서 영상 편집과 홍보용 이미지도 개발팀에서 다 작업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가내수공업이세요?
한대훈: 말하자면 그런 건데 서버랑 서비스, 그 밖의 모든 걸 자체 준비하다 보니 재미난 경험도 많다.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컨셉으로 진짜 진짜 노력한 작품이니까 잘되었으면 좋겠다. 3월 27일부터 누구나 참여 가능한 방식으로 클베 준비 중인데 캐리님도 꼭 좀….
신림동 캐리: 내가 쌀이를 봐서 깔겠다….

쌀이를 보니 안 깔 수가 없네요.

신림동 캐리: 쌀이가 커서 개발자 혹은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한대훈: 나나 와이프 모두 쌀이에게 계속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이런 쪽으로 장래희망을 정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쌀이가 개발자를 하겠다면 대찬성인데 와이프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쌀이가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아티스트가 되어 나중에 같이 게임을 만드는 게 로망이긴 하다. 아버지와 딸이 만든 인디 게임이라니 엄청 멋질 것 같거든.
신림동 캐리: 저번에 넥스트플로어의 이성우님도 루미가 미소녀 개발자로 성장해 같이 프로젝트 하는 걸 꿈꾸시던데 개발자에게는 딸과 같이 작업하는 게 그 동네 로망인가 보다. 참고로 우리 아빠는 건축가이신데 내가 어릴 때부터 ‘캐리야, 나중에 주택을 지어서 1층엔 나랑 엄마가 살고 2층엔 너랑 남편이 살고 3층엔 니 동생 부부가 살고….’라는 말을 자주 하셨지. 근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농담이 아니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내가 악착같이 공부해서 서울로 도망왔잖아. 아빠를 사랑하지만 같은 집에 살고 싶진 않아요!

신림동 캐리: 지금은 스타트업에 계시지만 엔씨나 넥슨 같은 대기업도 다녀보셨는데 비교하자면 어떤가?
한대훈: 대기업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스타트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대기업은 안정적인 느낌이 크다. 그리고 작업 역시 익숙해지면 회사 자체도 편하게 다닐 수 있지. 하지만 대기업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있으면 그만큼 한가지 작업만 하게 되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분야의 스페셜 리스트를 꿈꾼다면 좋지만, 나중에 자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은 대기업에서 많이 배우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지. 대기업을 다니면 많은 시간과 자기 성과를 보여야 하니까. 반대로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이 좀 더 가깝게 일한다는 기분이다. 회사 규칙도 대기업보다는 훨씬 느슨한 편이라서 자기 스타일에 맞게 일할 수 있다. 지금 나 역시 현재의 회사가 그런 부분의 편의를 봐주셔서 17개월 된 아기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 하지만 인원이 적기 때문에 한명 한명에 책임감이 많이 요구되고 그로 인해 어깨가 무거운 느낌은 있다. 게다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많지. 근데 또 실력만 좋다면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높다는 장점도 있다.

신림동 캐리: 저번에 모델링 작업을 할 때 가끔 본인의 재해석을 넣는다고 하셨는데 그런 작업물 중에 괜찮았던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
한대훈: 예전에 여자의 얼굴을 모델링 할 때인데, 원화의 인상이 조금 어색해서 원화에 따른 얼굴을 하나 놔두고 약간 더 손을 본 후 제가 생각하는 귀여운 여자의 얼굴로 수정했었다. 근데 그게 주변으로부터 반응이 좋았다. 사실 여성의 얼굴이라는 게 워낙 개인의 취향 문제라서 내가 느끼기에 별로라 해서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신림동 캐리: 사람의 얼굴이야말로 정말 취향의 문제지.
한대훈: 그래서 원본을 만들고 내 나름의 수정본을 만드는 이중의 작업을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보람 있었다. 게다가 이 일 이후에는 여성 얼굴 관련해서 내 임의로 수정해도 좋다는 지시가 와서 작업의 범위가 넓어져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신림동 캐리: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업물이랄까 애착이 있는 작업물은?
한대훈: ‘일루미’라고 이름 붙인 캐릭터가 있는데 가장 애정이 간다.

신림동 캐리: 힘세고 강한… 여자 같다.

한대훈: 도미넨스워5 때 본선을 하기 전에 전야제 같은 느낌으로 하는 Pre-Dominance War라는 대회가 있다. 그때 아는 동생이랑 같이 뭔가 멋지게 해보자고 파이팅하면서 작업했었는데 굉장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회사가 야근이 잦은 스타일이라서 개인 작업할 시간이 엄청 부족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나름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서 자신에게 대견했었기도 하고 말이지. 아무튼 평소에 하고 싶었던 아트 스타일과 컨셉으로 자유롭게 작업했는데 결과적으로 Pre-Dominance War5에서는 5위를 했다. 잘하시는 분이 워낙 많아 배울 점도 많았고, 작업 도중에 내 부족함을 많이 느끼면서 개인적으로 작업에 관한 마인드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신림동 캐리: 아트 관련해서 최근에 읽은 인상적인 책은?
한대훈: 요즘은 한창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라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내게 감명을 준 콘텐츠를 추천하겠다. 라는 3DS용 게임, <브레이브리 디폴트>라는 아트북을 아주 감명 깊게 봤다. 아티스트에게 언제나 레퍼런스가 되어주시는 요시다 아키히코님의 최신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건 물론 서양과 동양을 아우를 수 있는 스타일이란 무엇인지 귀감이 되어주신다. 그리고 이것 역시 책은 아니지만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디렉터셨던 미카미 신지님의 인터뷰인 ‘미카미 신지와 젊음의 샘’ 이라는 인터뷰를 인상 깊게 읽었다. 업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식견과 개발자로서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다. 원문 링크와 번역 링크가 있다.
신림동 캐리: 아트 디렉터에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한대훈: 자기가 가진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겠지? 멋진 프로젝트를 자신의 타이틀로 달고 싶은 사람이 있고 자기의 그림이 메인으로 걸려야 행복한 사람이 있다. 각자의 욕망에 따라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이 욕망에 자기 자신이 솔직하지 못하거나 그 욕망을 누르면 그게 스트레스가 되고 회사 생활에 불만이 생기게 된다. 지금 나에게는 내 게임을 만들 기회가 있는 회사가 제일 좋은 회사다. 돈을 많이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
신림동 캐리: 그럼 아트 디렉터에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건?
한대훈: 표절.
신림동 캐리: 단호박 드셨다?
한대훈: 요즘 게임계의 표절이 정말 심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어느 선까지 표절을 용인하고 허가하는진 모르겠지만, ‘저거 좀 베껴.’라는 말은 개발자를 정말 힘 빠지게 한다. 특히 모바일 쪽은 한 달에도 몇 개나 표절 의심이 나오는데 이렇게 되다 ‘모바일 게임 = 표절’이라고 인식이 유저에게 박힐까 걱정스럽다. 계속 모바일 시장을 키워 나가야 하는 시기인데, 표절은 장기적으로 그 시장을 죽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 모바일 붐과 함께 게임이 쇠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에는 표절이나 퀄리티 미달의 게임이 범람하고 있는 부분이 크거든. 이 부분은 개발자가 자기 게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파이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업계가 자정 작용을 해야 할 거다.

신림동 캐리: 본인이 직업적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한대훈: 다들 알다시피 다른 게임 많이 해보고 머릿속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 상상 많이 하고 따로 개인 작업을 많이 하는 거지. 게임은 프로그램만으로 또는 아트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합쳐지는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도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한 부분만 열심히 해서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괜히 게임을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야.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한대훈: 내 경험상 게임 개발에서 재능은 큰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능과 실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가득한 팀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는 것을 몇 번 봤거든. 개인적으로는 재능보다 열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열정을 유지할 수 있으면 자신의 욕망을 이룰 기회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 역시 재능이 넘치는 사람보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 더 일하고 싶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집착이 게임을 완성하고 게임을 성공하게 하지 않을까?

모니터는 아티스트에게 가성비로 가장 인기 있지 않을까 하는 Dell 27인치 모델 사용 중이고 서브 모니터는 삼성 체험단으로 우연찮게 획득한 23인치(애매한 사이즈) 삼성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다. 서브 모니터는 작업할때 영상 띄우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작업용으로는 스펙이 좀 애매하니까.

타블렛은 와콤 인튜오스3, 마우스는 단종된 Microsoft Intelli Mouse를 사용 중이다. 최고의 마우스이지만 단종이라 비싼 가격으로밖에 못 구하는 게 슬프다. 빌드할 때 시간을 보낼 만화책이나 휴대용 게임기를 언제나 옆에 두고 있다. PS VITA나 Nintendo 3DS가 항상 함께다. 옆에 이미지를 보고 무슨 만화책인지 맞추시는 분은!

게임 환경은 최근에 세팅하게 되었는데, LG 42la6580 TV를 사용하고 있고 나름 만족한다. 게임 기기는 플레이 스테이션 3, 4와 엑스박스360을 사용하고 있다. 플스4가 나와서 차세대 게임을 한껏 즐기니 게임 할 맛 나는 요즘이다. 플스4용 카메라도 샀지만 대부분 집에서 게임할 때는 팬티 차림이라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한다든가 그런 건 못하겠다.

사진만 보면 나만의 공간 같지만 바로 옆에 와이프 책상이 있어서 조용히 플레이하고 있어요.

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0

금요일이 되면 ‘오늘만 버티면 드디어 주말이다!’하는 해방감에 오전부터 마음이 살랑거리죠. 이런 금요일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어쿠스틱 라이프’입니다. 게으른 남편과 생활인 아내의 알콩달콩한 결혼 이야기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 ‘마조앤새디’, ‘결혼해도 똑같네’와 더불어 3대 결혼 권장 만화로 불리고 있죠.

두 달을 빌고 떼쓰고 어찌저찌해서 어쿠스틱 라이프의 한군님을 개발자 인터뷰에 모셔봤습니다. 참고로 저희 로켓펀치 디자이너분이 어쿠스틱 라이프의 열광적인 팬이라 책에 싸인을 받아달라는 둥 선물을 전달해달라는 둥 귀찮은 요구를 하셨는데요.

신림동 캐리: 저 이번 주에 한군님과 개발자 인터뷰합니다.
윤보화 디자이너: 저 캐리님….
신림동 캐리: 네?
윤보화 디자이너: 저 처음으로 캐리님이 대단해 보여요.

한군님을 섭외함으로써 신림동 캐리의 능력치가 1 올라갔다.

신림동 캐리: 한대훈님 캐릭터는 쌀이를 안고 게임하는 모습으로 부탁해요.
석지환 디자이너: 네.

나중에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신림동 캐리: 이게 뭐예요! 왜 갑자기 난다님이!
석지환 디자이너: 제가 난다님 팬이라서요.
신림동 캐리: 왜 난다님 얼굴만 색칠 안 해! 시체 같잖아!
윤보화 디자이너: 원래 난다님은 얼굴에 색깔 없어요.

어쿠스틱 라이프의 팬인 두 디자이너 앞에서 저는 닥치고 버로우했습니다. 아무튼 뼛속까지 게이머인 오타쿠 남편 한군님을 만나보시죠.

이름 혹은 닉네임: 한대훈/한군
위치: 서울
직업, 소속: 크레이브몹(Cravemob)
내 모바일 기기: 갤럭시 노트2, 아이패드2
블로그 주소: http:/g-hangun.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한대훈: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12월에 섭외 요청 드렸었는데 2월에야 드디어 뵙네요.
한대훈: 일부러 바쁜 척한 게 아니고 진짜 바빴습니다.
신림동 캐리: 누가 뭐래요…. 아무튼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한대훈: 모바일 게임 개발사 크레이브몹(Cravemob)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한대훈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군’이라고 불려요.
신림동 캐리: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어머니가 난다님에게 ‘우리 아들 살만 빼게 해다오.’를 결혼 조건으로 거셨을 정도라고 봤는데 실제로는 별로 뚱뚱하지 않으시다?
한대훈: 아니다. 만화에서 워낙 뚱뚱하다고 하니까 누가 ‘한군님은 정말 곰처럼 뚱뚱한가요?’라고 질문을 해놨더라. 그래서 내가 거기 ‘돼지처럼 뚱뚱합니다.’라고 답변을 달았지.
신림동 캐리: 그렇게 안 뚱뚱해!
한대훈: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한데, 요즘은 게임 발매 직전이라 야근하며 간식을 많이 먹어서 한창 물오른 상태다.

그 그렇다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게임 개발자로 알고 있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한대훈: 게임 개발 경력은 12년 정도 되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와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거치며 패키지 게임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까지 꽤 다양하게 만드는 중이다.
신림동 캐리: 게임 사랑이 정말 유별나신 걸로 만화에 묘사된다. 게임이 그렇게 좋은가?
한대훈: 마이 라이프다.
신림동 캐리: 그럼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 하나 던지겠다. 한군 인생의 게임은?
한대훈: 아, 이런 잔인한 질문을!

한군님은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시다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하셨습니다.

한대훈: 요즘은 워낙 좋은 게임이 많이 나와서 인생의 게임이라고 할만한 작품이 계속 변하는 편인데, 그래도 베스트를 뽑자면 바이오쇼크 1편(Bio Shock 1), 저니(Journey), 역전재판 1~3편 정도다. 바이오쇼크 1편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인데 스토리 전개라던가 아트라던가 모든 게 완벽했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역시 너무 와닿았다. 저니(Journey)는 플레이하다가 감성 터져서 눈물 나올뻔한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축소해놓은 느낌을 많이 받았고 게임이 예술이 된다면 이런 형태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신림동 캐리: 김용하님도 저니를 인생의 게임으로 꼽으셨지. 왠지 알아주는 게임 덕후 둘이 이러니까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충동이 든다.
한대훈: 정말 좋은 게임이다. 꼭 해봐라. 그리고 역전재판 1~3편은 그냥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임이다. 아마 각 편마다 10번은 클리어했을걸. 텍스트 게임인데도 할 때마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캐릭터 때문에 질리지가 않는다. 최신 시리즈인 5도 최근 구입해서 즐기고 있지만 1~3편의 포스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신림동 캐리: 좋아하는 게임사는?
한대훈: 플래티넘 게임즈의 액션 게임을 다 사랑한다. 특히 베요네타는 명작이지.

신림동 캐리: 스스로 ‘개발 육아 제너럴리스트’라고 칭하실 정도로 딸바보이신데 쌀이를 키우며 게임까지 할 여유가 되시나?
한대훈: 회사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라 오전에 쌀이와 놀다 애 봐주는 시터 아주머니가 오시면 바톤을 터치하고 게임 좀 플레이하다가 출근한다. 퇴근 후에도 쌀이 재우고 게임을 하는데, 최근에는 야근을 많이 하다 보니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느라 게임 시간이 많이 줄었다. 게임 발매가 코 앞이다 보니 이 기간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쌀이에게도 게임을 시킬 건가?
한대훈: 본인이 원한다면 당연히.
신림동 캐리: 그럼 쌀이에게 처음으로 추천할 게임은 뭔가?
한대훈: 그건 이미 정해놨다. 남극 탐험!
신림동 캐리: 나도 그거 어릴 때 패미컴으로 자주 했었는데!
한대훈: 요즘 스마트폰 시대라지만 패미컴을 구해서 쌀이에게 제대로 패드 잡고 플레이하게 해주고 싶다. 패드의 손맛이라는 건 핸드폰에서 터치하는 것과는 완전 다르거든. 그 손맛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 쌀이도 나중에는 자연스레 모바일 게임을 하겠지만 처음은 패드를 손에 쥐어주고 ‘이런 게임이 발전해서 지금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게임이 된 거야.’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
신림동 캐리: 게임 덕후 아빠의 로망이 막 절절하게 느껴진다.

쌀이는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첫 번째 게임 하니까 말인데 나도 패미컴으로 게임에 입문했지만 제대로 게임에 빠져든 건 PC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한대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신림동 캐리: 나도 이야기하면서 손노리의 추억 돋는다. 아무튼 그러다가 프린세스 메이커를 만나고 완전히 빠져들었는데 대체 프메 개발팀은 무슨 생각으로 3에서 무사수행을 없애고 Q라는 망작을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한대훈: 아, 프린세스 메이커 3부터는 디렉터가 바뀌었다고 들었다.
신림동 캐리: 역시! 3부터는 1, 2의 감성이 아니야.
한대훈: 프메2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이라 지금도 간간이 한다.
신림동 캐리: 프린세스 메이커는 역시 DD파일 지우는 맛…인데 아무튼 게임에서의 치트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대훈: 예전에 패키지 게임 만들 때는 치트 쓰는 유저 보면서 ‘아, 한 번은 자기 힘으로 엔딩을 보지….’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깨고 두 번째부터 치트를 써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치트 자체에 대해선 잘 쓰면 게임을 진짜 재밌게 즐길 방법일 수 있다고 게이머로서 이해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봐주신다는 건가?
한대훈: 근데 요즘은 온라인 게임을 만드니까 치트를 쓰면 영구블럭을 먹이지.

난다님과 쌀이에겐 따뜻하지만 치트 쓰는 플레이어에겐 냉정한 한군님, 너란 개발자 그런 개발자.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거 있나?
한대훈: 아무래도 그래픽 작업을 하니깐 3dsMax랑 PhotoShop이겠지? 프로그램은 언제나 최신 버전보다 한 단계 전 버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신 버전은 플러그인이나 안정성 면에서 많이 불안해서 안 쓰게 되더라. 그리고 작업물 백업하는 용도로 클라우드 저장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다. 회사에서 작업한 것을 그래도 집에서 이어서 작업할 수 있게 폴더를 동기화 해놓으면 엄청 편하다. 문제는 집에서도 회사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그건 정말 문제지. 나도 주말에 가끔 그러고 있다가 ‘내가 뭐하는 짓이야!’하면서 던진다.
한대훈: 로켓펀치의 개발자 인터뷰를 평소에도 읽는 편인데 보통 개발자분들이 키보드를 엄청 아끼더라. 나 같은 경우는 마우스를 아낀다. 마이크로 소프트 Intelli Mouse가 없으면 작업을 못 할 정도다. 근데 문제는 이 제품이 단종되어 중국산 벌크 제품밖에 남지 않았단 거다. 그래서 오래 쓰면 클릭이 두 번 되는 오류가 생긴다. 이럴 때 새 것으로 바꾸게 미리 여러 개 쟁인다.

신림동 캐리: 모델링 작업을 할 때 원화에 충실히 맞추면서 하는지 아니면 본인의 재해석이 들어가는지?
한대훈: 우선 그런 부분은 팀 스타일에 달려있을 것 같다. 각자 각자가 최선의 작업물을 만드는 스타일의 팀이 있다면, 정확한 프로세스대로 진행되는 팀도 있지.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두 스타일에 다 확실한 장단점이 존재하니까.
신림동 캐리: 그래도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을 거 아닌가?
한대훈: 나 같은 경우에는 원화가 있다면 당연히 원화에 맞춰서 충실히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원화 단계에서 AD와 컨셉 원화가의 의도와 노력이 들어가 있는데, 그걸 임의로 수정하거나 재해석을 하는 것은 개발론에서는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고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면 모델링이 들어가기 전에 원화 단계에서 그런 이야기가 미리 이루어져서 모든 것이 컨셉 원화에 담겨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델링하기에 애매하거나 예쁘게 나오기 힘든 디자인이 나올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원화가 중에는 3D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모델링 시에 어려운 디자인이나 피해야 할 디자인을 알고 있는 분도 계시지만 다른 영역이라 잘 모르시는 분도 많거든. 이럴 때 필요한 게 타 영역에 대한 배움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런 부분은 서로 이야기를 해서 다른 디자인으로 교체하거나 해야겠지.

신림동 캐리: 한군님을 모셨으니 아내분인 난다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군. 만화가와 개발자라는 직업 모두 창의성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예민한 기간에는 서로 어떤 배려를 하시는지?
한대훈: 서로 바쁜 시기에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딱히 뭔가를 하기보다도 부탁하는 걸 잔소리 없이 들어주는 쪽으로 배려한다. 쉽게 말해서 서로 나름대로 눈치를 본다고나 할까? 좋게 표현하자면 평소보다 더 챙기는 거지.
신림동 캐리: 구체적으로는?
한대훈: 나는 주변을 약간 시끄럽게 만들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음악을 틀거나 영상을 틀어놓고 말이다. 그와 반대로 와이프는 조용해야만 작업할 수 있다. 자기 말로는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하는 머리라고 표현한다. 아무튼, 그래서 둘이 동시에 작업을 할 때는 내가 영상이나 음악을 끄거나 거실로 나가서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자리를 비켜준다. 얼마 후 집중 시간이 끝나면 와이프가 춤을 추면서 나온다.

한군님의 어쿠스틱한 라이프는 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1에서 계속됩니다.

난 누군가 이 코드는 어딘가, 고민을 멈추지 않는 개발자 구종만 1

신림동 캐리:어릴 적부터 많은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상을 휩쓰셨는데 언제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계기로 그리되셨는지?
구종만: 어릴 적부터 휩쓸다니 오해입니다. 대학교 온 후에나 좀 성적이 좋았지, 그 이전에는 대회에서 큰 상을 타본 적이 없다.
신림동 캐리: 대기만성 타입!
구종만: 그 그런가…. 프로그래밍은 열 살에 컴퓨터가 생기면서부터 시작했다. 그때는 컴퓨터 사면 무조건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컴퓨터 사면 깔려 있는 게 게임 두 개랑 베이직 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이걸 제대로 가지고 놀기 위해 프로그래밍 하다가, 프로그래밍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여기까지….
신림동 캐리: 참여한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하나만 들려달라.
구종만: 2007년 라스베가스에서 탑코더 오픈 와일드카드전을 앞두고, 한국에서 참가한 다른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탑코더 오픈은 대회 15분 전부터 자리에 앉아서 코드를 미리 짜 둘 수 있어서, 이 코드를 뭘 짤까 두런두런거리다가 마지막에 말이 나온 유리수 구현을 미리 작성해 뒀다. 그런데 그게 1번 문제로 나왔다! 으아, 내가 결승 가라는 신의 뜻이구나 생각했다. 결국은 와일드카드 1등으로 결승 진출했다.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에 취업하셨는데 왜 해외 취업을 결심하셨는가?
구종만: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기로 했을 때부터 쭉 대학원 갈 계획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취업은 생각도 안 해봤었다. 미국에서 일하게 된 것은 우연에 더 가깝다.
신림동 캐리: 우연이라고?
구종만: 2007년에 탑코더 오픈 참가하러 라스베가스에 갔는데, 당시 스폰서 중에 트레이딩 회사가 하나 있었다. 각종 기계학습이나 데이터 마이닝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써서 어렵고 재미있는 문제를 푼다고 광고하더라. 당시 NHN에서 병특하면서 데이터 마이닝 업무를 배우고 있기도 했고, 원래부터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고 그 회사 인턴쉽에 한 번 지원해 봤다. 그랬는데 전화 면접 보고 그 인턴쉽이 덜컥 붙은 거다. 그래서 복학하고 여름방학에 시카고에서 인턴쉽을 했는데, 회사 환경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마침 그때 인턴 프로젝트도 굉장히 결과가 좋아서 정규직으로 돌아오라는 제안을 받았기에 반쯤 홀려서 덥석 물었다.
신림동 캐리: 그럼 대학원은 포기하신 건가?
구종만: 처음 미국 갈 때만 해도 언젠가 대학원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회사에 다니다 대학원 가려면 정말 강철같은 의지가 있어야 하더라. 난 안될 거야.

신림동 캐리: 병특하니까 말인데 최근 학사 병특이 없어져 많은 이들이 절규하고 있다. 이노티브와 NHN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병특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병특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종만: 나는 운이 좋아서 병특 시절을 아주 즐겁고 보람차게 보냈다. 배운 것도 엄청나게 많고, 회사 생활도 즐거웠다. 병특은 개발자의 몸값을 낮춘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막상 병특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경험도 쌓고, 병역도 해결하고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은 넓어서 군대보다 못한 병특도 존재한다고 들었지만 뭐 그건 예외라고 생각하겠다. 주변에 훌륭한 후배들이 병특을 미루다 이번에 병특 없어진 것 때문에 군대 가거나 자의 반 타의 반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되는 경우를 좀 봤는데 그저 눈물만….
신림동 캐리: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신림동 캐리: 또 타이밍 하니까 말인데 재하를 미국에서 낳으셨잖나. 무시무시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의료비용을 어떻게 커버하셨는지?
구종만: 미국 의료 시장이 사람들 말대로 정말 막장이긴 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신림동 캐리: 나도 미국에서 신종플루에 걸렸었는데 의료보험이 없어서 그냥 자가치유했다.
구종만: 다행히 미국의 IT회사는 개발자가 없어서 난리이기 때문에, 회사복지의 하나로 의료보험을 많이 지원해준다. 게다가 이게 비싸고 좋은 플랜인 경우가 많아서 재하를 낳는데 회사 의료보험을 썼더니 내 돈은 거의 안 들었다.

신림동 캐리: 한국에서 애 낳는 것에 비교하면?
구종만: 한국에서 애를 낳아본 적이 없어….
신림동 캐리: 미안하다. 내가 이상한 질문을 했어….
구종만: 근데 미국 보험이 비싸긴 정말 비싸다. 회사에서 안 대주면 정말 피눈물 난다. 이직금지 기간 동안 쉬면서 내가 보험비 냈는데, 한 달에 백만 원 넘게 나갔다.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거 있나?
구종만: 대부분의 시간을 터미널에서 보내기 때문에 대부분 터미널에 관련된 도구들이다. 여기에 대한 글(http://www.theyearlyprophet.com/love-your-terminal.html)도 썼다. 여기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은 xmonad랑 ipython, lyx이다. xmonad는 타일링 윈도우 매니저로, 윈도우 위치/크기를 직접 조정할 필요 없이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화면을 꽉 채우도록 윈도우를 배열해 준다. 터미널을 여러 개 빠르게 열고 닫으면서 일하는 스타일이라 아주 유용하게 쓴다. 얼마 전에 맥북 에어를 사면서 포기하려고 해 봤는데, 결국 포기하고 우분투 깔았다. ipython은 뭐 말할 것 없는 파이썬 쉘인데, 여기의 노트북 모드(http://ipython.org/notebook.html)가 아주 훌륭하다. numpy, matplotlib 등을 이용해 파이썬으로 리서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써라. 두 번 써라.
신림동 캐리: 이게 전부인가?
구종만: lyx도 있다. 이건 LaTeX를 백엔드로 하는 워드프로세서다. LaTeX의 수많은 기능을 지원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위지윅이라 수식 조판하기가 엄청 편하다. 이번에 책 쓸 때도 이걸로 썼다. 라텍을 매번 셋업하기 귀찮고, 불편한 점도 꽤 많아서 마크다운이나 기타 마크업 언어를 쓰려고 해보는데 결국 이걸로 돌아오고 있다.
신림동 캐리: 예전에 구종만님이 나와 H에게 mint.com을 추천해주신 게 기억나는데,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구종만: 아, 저번에 그랬었지. 근데 사실 나는 민트 안 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왜 우리에게 민트를 줬….
구종만: 민트는 훌륭한 가계부 어플이다. 다만 내가 너무 게을러서 가계 관리를 아예 안 하거든. 개인적으로는 workflowy.com을 좋아한다. 단순한 할 일 목록 같은데, 목록을 중첩할 수도 있고, 목록을 접고 펴거나 특정한 할 일에 줌인할 수 있는 툴이다.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아이디어들을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훌륭하게 담아냈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은?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구종만: 사실 최근에 딱히 읽은 책이 없다.
신림동 캐리: 육아는 힘들죠.

그래도 재하는 긔엽긔!

신림동 캐리: 아참, 2007년부터 알고스팟의 운영에 참여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느끼는 점이나 도움이 된 점은?
구종만: 음…. 별건 없는데, 커뮤니티 하나가 굴러가는 데에는 정말 많은 이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다들 생업이 있고 유부남도 늘어가다 보니 새로운 일을 못 하고 있다. 옛날에 모의고사라도 한번 할라치면 운영진을 일주일 갈아 넣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끼리는 운영진을 노예라고 부른다. 기회가 될 때마다 노예진의 확충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신림동 캐리: 세상엔 ‘내가 왜 이런 노예질을 하지!’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훌륭한 매저키스트가 많으니 희망을 버리지 마라.


알고스팟에서 일할 매저키스트, 아니 노예, 아니 운영자를 찾습니다.

구종만님의 선량한 미소를 믿으세요.
신림동 캐리: 그럼 알고스팟을 운영하며 좋았던 건 뭔가?
구종만: 내게 도움이 된 점이라면 글쎄…. 진부하지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점이랄까?
신림동 캐리: 진부해….
구종만: 근데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신림동 캐리: 근데 이 개발자 인터뷰가 개발자분들 입장에선 ‘내 사적인 이야기인데 이걸 왜 읽을까?’ 싶은데,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나 현직 개발자에게는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 나도 처음엔 내가 이걸 하면서도 내 업무를 이해 못 했는데 주변에서 좋은 반응이나 감사 메시지가 가끔 들어오는 걸 보면서 점차 사명감까지 느끼고 있다.
구종만: 그렇군.
신림동 캐리: 내가 네이버 메인에서 연예인 공항패션 기사를 클릭해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구종만: 뭔가 이상한데 무슨 뜻인지는 확 와닿는군.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아무튼 계속해서 인터뷰 진행한다.
신림동 캐리: 후배에게 개발에 대해 추천해주는 사이트는?
구종만: 뭐가 됐든지 많은 것을 접해보고 지평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서 주워들은 게 많다고 훌륭한 개발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개발자치고 지평이 좁은 사람은 또 별로 없더라. 그래서 계속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 분들도 언급했지만, 해커 뉴스같은 뉴스 사이트와 자기가 관심가지는 기술에 관한 포럼을 읽는 것이 좋다. 아 그리고, 당연하지만 algospot.com!
신림동 캐리: 하하하!
구종만: 하하하!
신림동 캐리: 최근에 쉬면서 공부하고 계시는 건?
구종만: 내가 하는 일이 퀀트 개발자다. 개발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만 퀀트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개발의 수준이 그다지 높진 않다. 뭘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 지금 이 업무에서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은 수학이랑 계량 금융 기초라서 교과서까지 펼쳐놓고 열심히 혼자 공부하고 있다. 다행히 백수라서 공부할 시간은 많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다닐 때나 수학을 정말 싫어했는데, 내가 이러고 있을 줄 몰랐다. 이렇게 필요할 줄 알았나.
신림동 캐리: 난 타이핑에 검지만 사용하는 완벽한 독수리 타법을 고수하는데 이런 내가 IT계에서 일할 줄은 몰랐다.

신림동 캐리: 그럼 구종만님은 스스로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는지?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구종만: 고민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수행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런데 좋은 계획을 세우려면 항상 고민해야 한다. 뭘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저런 방법 중 뭐가 제일 좋은가? 이런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구종만: 개발자로서는 한 70점 정도? 특정 분야에 특기가 있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 점수를 주긴 힘들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아이고, 겸손도 하셔라.
신림동 캐리: 한국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라고 한다. 요즘은 카페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구종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겠지만, 꾸준하게 자기 계발을 하고 성장한 개발자라면 그럴 필요가 없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 이전에 일하던 회사에 정말로 호호백발 개발자가 있었다. 61학번이셨다. 61년생이 아니다. 이 분이 그렇다고 뭐 코볼 레거시 시스템 유지보수 하시냐면 그것도 아니고, C++11로 작성하는 최신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65살이 된 기념으로 2년 동안 푹 쉬면서 C++ 새 표준과 부스트, 템플릿 메타프로그래밍 등을 진득하게 공부해서 우리 회사에 오셨더라. 이건 좀 극단적인 예지만 한국에서도 앞으로 점점 이런 환경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구종만: 타고난 재능은 당연히 중요하다. 열심히 하는 천재를 어떻게 이기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넓어서 열심히 하는 천재가 배터지게 먹어도 항상 남는 파이가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자기에게 재능이 있는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일단 열심히 하시라.

말했다시피 1년 동안 백수라서 동네 스타벅스를 전전하면서 공부하는 신세다. 노트북이랑 핸드폰, 책 한두 권 들고 다니고 있다. 이것은 2014년 3월 12일 점심에 갓 찍은 따끈한 사진이다. 현재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