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는 ‘기계의 어머니’로 불립니다. 금속을 가공하는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수작업으로 작동하는 단순한 선반, 밀링기 등을 시작으로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 공작기계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이제는 지능형 공작기계를 생산할 정도로 산업적 역량이 강화됐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공작기계 생산업체들의 면면을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가 짚어봅니다.
두산공작기계는 국내 대표 공작기계 업체입니다. 산업용 공작기계를 제조, 판매하고 있습니다. 본사와 공장은 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창원국가산업단지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 1976년 설립 후 50년 가까이 머시닝센터, 터닝센터 등 자동화 공작기계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1976년 설립된 국내 공작기계 ‘맏형’, 3차례 주인 바뀌어
두산공작기계의 전신은 대우중공업(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입니다. 1976년 대우중공업 공작기계사업부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대우그룹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해체되면서 한동안 혼란을 겪다가 지난 2005년 두산그룹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러나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지난 2016년 자금난에 휩싸였던 두산인프라코어가 1조1300억원의 매각대금을 받고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넘긴 것입니다.
출처 두산공작기계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는 MBK파트너스를 주인으로 만난 뒤 두산공작기계로 재탄생했습니다. 사업부에서 독립적인 사업회사가 된 셈입니다.
이후 2021년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았습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자동차배터리 업체인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한 것입니다. 인수금액이 2조946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습니다. 비록 주인은 바뀌었지만 상표권자인 ㈜두산에 상표권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두산’이란 타이틀을 여전히 유지 중입니다.
사업부문은 공작기계사업부로 단일 사업부입니다. 창원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 및 판매 거점을 갖고 있습니다. 산하에 Doosan Machine Tools America Corporation(미국), Doosan Machine Tools China Co.,Ltd.(중국), Doosan Machine Tools Europe GmbH.(독일), Doosan Machine Tools India Private Limited(인도) 등 총 4개의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생산기종 다양해 ‘CNC백화점’ 별칭, 자동차 비중 높아
두산공작기계의 주력 제품은 각종 CNC 설비입니다. 구체적으로 △터닝센터 △머시닝센터 △스위스 턴 △NC 보링 △문형 머시닝센터 △자동화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등으로 나뉩니다. ‘CNC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설비를 생산합니다. 이들 설비는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항공산업, 정보통신(IT)산업, 에너지산업 등에 주로 쓰입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출처 두산공작기계
터닝센터의 제품군이 가장 다채롭습니다. 2축 수평형, 밀링·서브스핀들 수평형, Y축·서브스핀들 수평형, 다축 터렛 수평형, 알루미늄 휠 가공, 멀티태스킹, 수직형, 트윈 터렛 수직형, 램타입 수직형, 쿼츠 그라인딩 수평형 등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합니다.
터닝센터 다음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거느린 부문은 머시닝센터입니다. 탭핑센터, 수직형, 2 스핀들, 금형, 5축 가공, 수평형, 5축 가공 수평형, 5축 가공 프로파일러, 갠트리타입 등 다양한 기종을 보유 중입니다. 이 밖에 각종 자동화 기기는 물론 공정을 간편하게 해주는 다양한 소프트웨어(SW) 등을 판매합니다.
터닝·머시닝센터 등 신제품 잇달아 출시
두산공작기계는 최근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먼저 3축 문형 머시닝센터 ‘DBM 1525s’를 선보였습니다. DBM-s 시리즈는 중대형 부품과 고품질의 금형을 가공하는 데 적합한 구조로, 대칭형 문형구조와 RAM 스핀들의 강력한 절삭을 위해 Z축 박스가이드웨이를 적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고강성 유지는 물론 가공 정밀도를 향상시켰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출시한 Y축이 적용된 컴팩트 터닝센터 ‘Lynx Y 시리즈'(출처 두산공작기계)
가공영역이 넓고 ATC 옵션이 적용되는 고생산성 터닝센터인 ‘PUMA V9300’ 시리즈도 공개했습니다. 이번 제품은 24인치급 척(chuck, 물림쇠) 사이즈의 고생산성 수직형 터닝센터로, 기존 기종과 비교해 가공 캐파(생산능력)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산성 및 정밀도가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자동공구교환장치 옵션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 또한 개선했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5~6년 사이에만 두 차례 주인이 바뀌는 등 경영 불안을 겪었던 두산공작기계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산업계 전반으로 정밀화,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급부상하면서 최신 공작기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공작기계를 CNC 머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업계 1위업체로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해외의존도 큰 사업구조, 글로벌 업황 호조로 ‘파란불’
두산공작기계의 2020년 매출액은 1조2210억원, 영업이익은 10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매출 1조492억원, 영업익 1777억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다소 뒷걸음질 쳤지만 꾸준히 1조원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년과 달리 매출이 줄어든 배경에는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업황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두산공작기계는 기본적으로 국내 보다 해외 의존도가 큰 편입니다. 권역별 매출 비중은 국내 2731억원, 중국 3091억원, 북미 3010억원, 유럽 2685억원, 기타 694억원 순입니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사업 구조가 실제 매출 비중을 통해 확인됩니다. 특히 가장 매출 비중이 큰 중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공작기계 업황은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공작기계시장 규모는 2017년 990억달러(약 116조원)에서 연평균 7.1% 성장해 올해에는 1395억달러(약 1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황이 개선되면 업계 1위 업체인 두산공작기계의 매출 또한 다시금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는 4차산업 혁명, 제조업 혁신 등을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주요 키워드입니다. 공장 내 설비와 기계에 사물인터넷(IoT)을 설치해 작업 공정과 관련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목적한 바에 따라 공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유연한 생산체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스마트팩토리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사실 스마트팩토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마침 전자신문이 최근 주최한 웨비나 ‘스마트 제조혁신 & 디지털 트윈 그랜드 서밋 2022′에서 스마트팩토리와 디지털 트윈의 개념에 대해 잘 설명해준 강연이 있어 캐파(CAPA)가 소개합니다.
‘초’연결·융합·지능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
노상도 성균관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이번 웨비나에서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팩토리 설계, 운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노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기존 스마트팩토리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결·융합·지능을 통한 데이터 기반 지능형 생산시스템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전자신문인터넷
스마트팩토리의 핵심은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노 교수는 “시행착오 없는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연결해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며 “공유 데이터를 통해 과거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기존 연결·융합·지능 앞에 ‘초(hyper)’를 붙여야 한다”며 “융합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모든 생산 공정, 조달 및 물류, 서비스까지 통합 관리하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지난 2011년 독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위 ‘인더스트리 4.0‘입니다. 당시 독일은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생산부터 물류,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계획을 구상했고, 이러한 구상을 바탕으로 독일의 제조업 생태계는 매년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인더스트리 4.0 이어 ‘사람중심’ 5.0 등장
인더스트리 4.0에 이어 최근엔 ‘인더스트리 5.0’도 등장했습니다. 노 교수는 “지난해 초엔 유럽연합(EU)에서 인더스트리 5.0을 발표했다”며 “코로나19 유행 후 제조업은 극심한 변동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더스트리 5.0에 추가된 키워드는 사람중심, 지속가능성, 탄력성”이라며 “결국 극심한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더스트리 5.0의 키워드에 ‘사람중심’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띕니다. 노 교수는 “인더스트리 4.0 등장 이후 스마트팩토리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스마트공장과 사람을 없애는 무인화와 혼동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기계에 비해 유연하고,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며 “사람이 잘 하는 업무는 사람에게,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이런 조화로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노 교수는 인더스트리 5.0과 함께 디지털트윈을 소개했습니다. 제조업은 기존 대량생산 체제를 탈피하면서도 비용은 적게, 품질은 더 좋게 만들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개인화와 복잡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품종 적시, 적량 생산의 실현을 위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현재·미래 ‘타임머신 모델’
디지털 트윈은 쉽게 말해 실제 공정에 들어가기 전에 디지털로 공정 전 과정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장 자동화를 이루는 동시에 가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률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노 교수는 디지털트윈에 대해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된 방향을 찾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트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서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 필요합니다. CPS는 가상과 실제를 연결합니다. 제조 현장에 있는 설비 등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연결해 가상 공간에 현실과 똑같은 상황을 구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모델은 제조 현장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직접 해보지 않고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제조시 나타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미리 판단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가 실제 제조를 하지도 않고 성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는 디지털 트윈과 결합하면 더욱 똑똑해집니다.
노 교수는 “CPS가 스마트팩토리 지능화의 핵심 개념”이라며 “기계에 이상이 있다면 왜 그런지 문제를 판단하고 제조 현장을 바로 제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다만 오로지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런 수행 관련 모델을 만들어 운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교수는 이상의 개념들을 “가야 할 길을 미리 알려주고, 전방 사고 등 변수에 대한 알림을 주고, 목적지까지 예측하고 최적화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장에 내비게이션을 달면 여러 대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대감을 갖고 3D 프린팅으로 제조한 결과물을 받아 든 순간, 눈에 거슬릴 정도로 줄이 가있는 표면 상태 때문에 실망하신 적 있으신가요?
3D 프린팅은 컴퓨터를 통해 대부분의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딱히 손을 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람 손을 덜 탄다고 해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표면의 매끄러움(Smoothness)은 완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약 제품을 재출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매끄럽지 않은 표면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재출력이 어렵거나 재출력만으로 상황이 나아지긴 어렵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후가공 공정을 통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두 가지 해법 가운데 먼저 오늘은 3D 프린터 결과물의 표면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현상에 따라 분류해보고, 3D 프린팅 과정에서의 문제점 및 해결 방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번 콘텐츠에 이어 3D 프린팅 결과물의 표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후가공 공정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입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마스터하신다면, 3D 프린팅 출력물의 품질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겁니다.
표면이 왜 이럴까??··· 고스팅·링잉·에코잉·리플링이 뭐지?
고스팅(ghosting)은 압출기의 급격한 방향·속도 전환으로 인해 생기는 3D 프린터의 진동(vibration)이 출력물 벽에 결함을 만드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3D 프린팅의 ‘적층 가공(Additive Manufacturing)’ 원리를 생각해보면 이 같은 현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3D 프린팅 방식인 FDM을 예로 들면, 가열된 재료가 노즐을 통해 ‘젤과 비슷한 제형’으로 사출됩니다. 이때 노즐이 장착된 압출기(extruder)가 움직이거나 사출된 결과물이 위치한 베드(hotbed)가 움직이면서 사출물이 한 층씩 쌓여 하나의 출력물이 완성됩니다.
좌측 하단의 파란색 출력물을 보세요. 레이어가 쌓이면서 만들어내는 제품 벽의 독특한 질감(texture)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 층씩 쌓아갈 때마다 레이어가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D 프린팅 출력 중인 모습. 출처 셔터스톡.
하지만 이러한 레이어의 돌출 정도가 심하게 되면 이는 출력물의 ‘완성도’를 크게 저하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이른바 ‘고스팅’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는 것이죠. 고스팅 외에도 링잉(ringing), 에코잉(echoing), 리플링(rippling), 웨이브(wave) 같은 용어를 들어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각각 이름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고스팅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피하고픈 ‘고스팅’, 원인을 알면 해결 가능
출력물 벽면에 생기는 잔물결, 즉 고스팅을 경험하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우선 3D 프린터가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진동(Vibration)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고스팅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스팅 현상. 출처: simplify3d.
º 프린팅의 최대 속도(top speeds)를 넘어섬.
º 가속도 및 저크(acceleration and jerk)를 높게 설정함.
º 베드의 강성(rigidity)이 불충분함.
º 각도 변화(angle changes)가 급격함.
º 빠른 움직임으로 인한 공명 주파수(resonant frequencies) 발생.
위와 같은 원인들의 원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D 프린터를 구성하는 압출기, 금속 부품, 팬 등은 일정한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부품들에 속도가 가해지면 빠르게 움직이면서 소위 관성 모멘트(moments of inertia, 물체가 자신의 회전 운동을 유지하려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가 발생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노즐의 움직임이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느슨한 움직임(loose movements)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3D 프린터가 급격히 방향 전환(directional change)을 하는 경우엔 사출물의 골격이 구부러지거나 휘어질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인쇄 표면에 결함이나 고스팅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고스팅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해결 방법
해결 방법의 원리
인쇄 속도 줄이기
– 가장 손쉽고 안전한 솔루션입니다. 인쇄 속도가 낮다는 것은 ‘관성 모멘트’가 낮다는 것을 뜻합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속도를 유지하려는 정도가 서행하는 자동차의 경우보다 당연히 높을 것입니다.
– 따라서 3D 프린터의 인쇄 속도가 낮아지게 되면, 관성 모멘트가 낮아짐과 동시에 프린터 본체의 진동(vibration)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프레임 및 베드의 강성을 강화하기
– 3D 프린터 본체와 본체를 구성하는 부품들을 하나씩 만져보고 흔들리는지 확인해보세요.
– 만약 흔들림이 느껴진다면 3D 프린터 주변에 고무 재질로 된 완충재 등을 집어넣어 프린팅의 충격을 완화해줍니다.
– 3D 프린터를 올려두는 테이블이나 카운터, 책상 등에 흔들림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 만약 흔들림이 느껴진다면 3D 프린터 아래에 진동 방지 패드를 놓습니다.
– 핫엔드(hot-end)가 캐리지(carriage, XY축을 담당하는 부품)에 단단히 고정되었는지 확인합니다.
프린터 무게 가볍게 하기
– 3D 프린터에서 움직이는 부분의 부품을 가볍게 만들면, 이동시 발생하는 진동이 줄어듭니다. 비슷한 원리로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부품의 경우엔 무겁게 만들면 흔들림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 필라멘트가 감겨있는 스풀을 (프린터 본체에 장착하지 않고) 별도의 스풀(spool)에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 이중 압출기 프린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 사용하지 않는 압출기를 제거하면 이동하는 부품의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 로드(rod)를 변경하고 고스팅 현상을 테스트해볼 수도 있습니다.
가속 및 저크 설정 조정하기
– 가속 설정(acceleration setting, 프린트 헤드의 속도가 빨리 변하는 정도)을 조절하면 속도가 줄어들어 관성과 진동이 줄어듭니다.
– 저크 설정(jerk setting, 프린트 헤드가 다른 방향으로 속도를 내기 전에 감속하는 최소 속도)에서 수치를 낮추면 프린트 헤드가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관성과 진동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느슨한 벨트 조이기
– 헐거워진 벨트를 조입니다. 벨트가 헐거워지면 프린터 헤드의 움직임 또한 커지게 되므로 정밀도에 영향을 줍니다.
부품에 윤활유 바르기
– 프린터의 베어링 및 기타 부품이 흔들림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문제가 되는 부품에 윤활유를 발라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과압출과 과소압출, 어떻게 해결할까?
3D 프린팅의 정밀도와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압출 속도(Extrusion Rate)입니다. 결과물이 매끄럽게 보이려면 노즐로부터 딱 필요한 만큼만 재료가 배출되어야 합니다. 과압출(Over Extrusion)은 말그대로 필요 이상의 재료가 배출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와 반대로 과소압출(Under Extrusion)은 재료가 적게 나오는 현상을 뜻합니다.
과소압출(좌) 적당한 압출(가운데), 과압출(우) 사례. 출처 Frank’s 3D shop의 영상 캡처, 하단 동영상 참고.
출처 Frank’s 3D shop.
3D 프린팅의 과압출과 과소압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소 직관적입니다. 몇번의 시행착오 혹은 테스트를 거칠 수는 있겠지만 적정한 압출량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해결 방법
해결 방법의 원리
압출 배율(Extrusion Multiplier) 조정하기
–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상에서 압출 속도를 결정하는 매개변수인 압출 배율(Extrusion Multiplier)을 낮추면 과압출 문제가 해결됩니다.
압출 온도(Extrusion Multiplier) 조정하기
– 압출 배율(Extrusion Multiplier)을 낮추어도 문제가 지속된다면, 압출 온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압출 온도가 너무 높으면 재료의 점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그릭 요거트가 아닌 마시는 요거트 드링크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경우에도 과압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직경을 가진 필라멘트 사용하기
– 직경이 맞지 않는 필라멘트를 사용했을 경우 과소압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프린터에 공급되는 필라멘트의 직경이 예상값보다 작으면 적정한 양의 재료가 배출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열 받은’ 재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라
노즐에서 압출되는 재료의 온도와 냉각 속도 또한 3D 프린팅 결과물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입니다.
이제 막 노즐을 통과해 나온 재료는 매우 뜨거운 상태이기 때문에 냉각되기 직전까지는 형태가 변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즐의 가열 온도가 너무 높은 경우 냉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특히 뜨거운 상태의 플라스틱은 액체처럼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적절한 냉각 과정이 없다면, 경화 시간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변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표면이 고르지 않게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모델을 프린팅할 때 더욱 두드러집니다. 크기가 작을수록 각각의 층(layer)을 인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아직 경화되지 않은 층(layer) 위에 새로운 층(layer)이 인쇄된다는 뜻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위 사진<출처: simplify3d.>처럼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사례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해결 방법
해결 방법의 원리
인쇄 온도 낮추기
– 소프트웨어에서 인쇄 온도를 조정합니다.
냉각 속도 높이기
– 냉각을 돕는 팬(fan)의 속도를 높입니다.
인쇄 속도 낮추기
– 인쇄 속도를 낮추면, 각 층(layer)이 충분히 경화될 시간을 주게 됩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부품 인쇄하기
– 위의 변수를 조정한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번에 여러 개의 부품을 인쇄하는 겁니다. 한 부품이 인쇄되는 동안 다른 부품이 충분히 냉각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발진’ 혹은 ‘얼룩’이 생겼는데, 어찌 하나요?
3D 프린팅 결과물에 생기는 발진과 얼룩(zits and blobs). 출처 simplify3d.
3D 프린팅의 압출기는 출력 중에 빌드 플랫폼 위를 이동하면서 압출을 지속적으로 중지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특히 압출기를 껐다가 다시 켜는 경우에는 추가 변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 출력물의 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압출기가 재료를 배출하기 시작한 위치를 나타내는 표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시를 일반적으로 표면 발진(zits, 지트) 혹은 표면 얼룩(blobs)이라고 합니다. 압출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유속(流速)이 발생해 불규칙적인 구조가 생겨나는 겁니다.
출력물에서 지트 혹은 얼룩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프린팅 과정을 지켜보는 겁니다. 압출기가 층(layer)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압출기는 한 층을 쌓고 나면 잠시 정지한 뒤, 다시 작동합니다.
대개의 경우 결함은 ① 압출기가 다음 층(layer) 출력을 시작할 때, 혹은 ② 압출기가 한 층(layer)의 작업을 마치고 잠시 정지할 때 나타납니다.
전자의 경우엔 리트랙션 설정(Retraction Setting)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후자의 경우엔 코스팅 설정(Coasting Setting)을 변경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리트랙션(Retraction) 설정은 압출기가 정지할 때마다 재료가 압출기 내부에서 안쪽으로 밀려나는 거리(retraction distance)와 압출기가 재시작할 때마다 프라이밍을 하는 거리(priming distance)를 결정하는 설정 요소입니다. 둘레(perimeter)의 시작 지점에서 결함을 발견했다면 압출기가 재료를 너무 과하게 프라이밍(본격적으로 사출을 시작하기 전에 재료를 분사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이때, 리트랙션 거리에 음수 값을 입력하면 프라이밍 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트랙션을 1.0mm로, 재시작 거리(extra restart distance)를 -0.2.mm(마이너스 표기는 필수입니다)로 설정했다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 압출기는 멈출 때마다 1.0mm만큼 재료를 뒤로 밀어냅니다. 작동을 재시작할 때는 노즐에 재료를 0.8mm만큼만 다시 밀어넣습니다. 이와 같은 설정을 반복해 나가면서 자신의 프린팅 환경에 가장 적합한 수치를 찾아내면 됩니다.
코스팅(Coasting)은 노즐 내부에 축적되는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둘레 작업이 끝나기 직전에 압출기를 끄는 것을 말합니다. 이 옵션을 활성화하면 경계의 끝부분에서 결함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입력값을 0.2-0.5mm 사이 수준에 맞추면 눈에 띄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를 참고하세요.
해결 방법
구체적인 실행 방법
리트랙션 설정 조정하기
– [리트랙션 설정]의 하위 설정 메뉴인 [재시작 거리 설정]에 음수 값을 입력한다.
코스팅 설정 조정하기
– [코스팅 설정]을 활성화하고 양수 값을 입력한다. 통상적으로 0.2-0.5mm 사이의 값이면 눈에 띄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3D 프린팅 결과물의 표면이 품질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현상과 현상의 원인을 알아보고,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해결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제품을 재출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에는 후가공 공정을 통해 제품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이팀벤처스는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해 나갑니다. ‘제조를 잇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
‘일본’은 제조업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세계 초강국으로 부상했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장인들을 배출했습니다. 여전히 제조업에 대한 명성이 자자한 일본에서 최근 일본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전시회인 ‘매뉴팩처링 월드 재팬(Manufacturing World Japan) 2022’가 개최됐습니다. 이번 행사는 웨비나를 통해서도 공개됐습니다. 올해로 33주년을 맞이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의 면면을 카파(CAPA)가 살펴봤습니다.
기계 전용부품·가공 기술 및 장비
출처: 매뉴팩처링 월드 재팬
히로세 인더스트리(HIROSE INDUSTRY CO.,LTD)
히로세 인더스트리는 소형 절삭 전문업체입니다. 공작기계를 이용해 소형 가공물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정교하게 깎아낸 독특한 디자인의 체스 말을 선보였습니다. 장인의 손길을 거친 체스 말은 금, 은, 백금이 함께 사용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히로세 인더스트리는 장인의 손기술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출처:매뉴팩처링 월드 재팬
무수미기켄(MUTSUMI GIKEN CO.,LTD.)
무수미기켄은 고성능 도금 및 코팅전문업체입니다. 특히 ‘크롬’ 도금에 특화돼 있습니다. 이 회사의 후가공을 거친 제품들은 섭씨 600도를 넘나드는 온도에서도 끄떡없는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경쟁사와 달리 다양한 첨가제를 넣으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기계 부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인테리어, 악세사리 등 소비재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들어 일본 대기업, 완성차업계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 많은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매뉴팩처링 월드 재팬
리코 일렉트릭(RIKOH ELECTRIC CO., LTD.)
리코 일렉트릭은 정밀·전자동기계 로봇제어 역량을 갖춘 업체입니다. 매출 대부분은 방위산업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미국 국방부에서 제정한 하드웨어 환경 조건 규격에 따른 커넥터(MIL 규격 커넥터) 생산에 있어 최대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방위산업뿐만 아니라 일본 내 공작기계 업체들의 제어판을 비롯해 본체를 연결하는 부분들 대부분 리코 일렉트릭의 밀 규격 커넥터를 사용 중입니다. 수출은 한국과 대만 두 곳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무네카타 인더스트리얼 머시너리는 첨단수지 용접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경쟁력은 작업 과정에서 먼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음파 마찰을 이용해 온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작업할 수 있고, 진동을 최대한 낮추면서 먼지 발생률을 최소한으로 낮춥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많은 수요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북미, 유럽,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영업지점을 두고 해외 판로를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매뉴팩처링 월드 재팬
히비키 세이키(Hibiki Seiki Co., Ltd.)
히비키 세이키는 반도체 제조장치관련 부품을 생산합니다. 과거 항공우주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얇은 링 형태의 제품이 인기입니다. 금속은 깎을수록 왜곡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히비키 세이키는 금속을 얇게 깎아도 왜곡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문에 부품 경량화에 대한 니즈가 있는 항공우주 분야 수요가 높다고 합니다.
얇으면서도 정밀한 가공을 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엔 의료계에서도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쟁력의 바탕에는 ‘젊은 조직’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이 회사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24세에 불과합니다. 젊음을 앞세워 젊지만 실력 있는 장인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출처 매뉴팩처링 월드 재팬
토요 요자이(Toyo Yozai Co., Ltd)
토요 요자이는 비철금속 표면처리제 생산업체입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각종 배관의 내부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산화방지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제품엔 스프링파이프가 부착돼 있어 소지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냉동·냉장 기계, 냉매 배관, 냉난방 관련 업체들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에서 제품에 대한 문의가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캐파 파트너 업체인 ‘씨오지’는 과거 베가폰을 디자인했던 최용우 대표가 설립한 제품 디자인 전문회사입니다. 최 대표는 각 제품에는 고유의 ‘목적’이 있고, 이는 제품의 기능과 역할을 통해 구현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품 디자인은 소비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나보다 남을 앞에 둬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하철 1호선 인천역은 인천국제공항의 정남쪽에 있다?
지난 2014년까지 발행된 지하철 노선도<아래 왼쪽 사진 참고>를 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인천역은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공항의 북동쪽에 있다. <아래 오른쪽 사진 참고>
과거 지하철 노선도는 실제 지리와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노선’을 순차적으로 표시해주는 종이에 가까웠다. 지하철 노선도는 ‘으레’ 그렇게 만들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육 체로비츠(Jug Cerovic)가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실제 지리적 위치에 맞게 다시 만든 노선도가 ‘외국인이 만든 더 정확한 지하철 노선도’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이같은 고정관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도 육 체로비츠의 노선도를 바탕으로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다시 만들었다.
‘디자인은 추상적인 거니까, 현실이랑 좀 동떨어져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고정관념이었다.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인 디자인도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이다.
2014년 서울 메트로의 지하철 노선도(좌)와 2022년 현재 네이버 지하철 노선도. (출처=서울메트로, 네이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지하철 노선도 논쟁의 기원은 20세기 미국 뉴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2년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는 당시 실제 지리적 위치는 고려하지 않은 채 90도와 45도의 정형화된 각도로 배치돼 있던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를 지도의 본래 목적에 맞게 바꿔놨다.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주창하며 디자인과 실용성의 밸런스를 고민한 그가 만든 뉴욕 지하철 노선도는 현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컬렉션으로 포함됐다.
디자인에 실용의 가치를 담는 것. 18년 째 디자인 업계에 몸담으며 자신의 디자인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용우 씨오지 대표<아래 사진>에게 50년 전 마시모 비넬리가 했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적인 감각과 실용성의 밸런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머리 아픈 고민을 하는 최용우 대표를 지난 4일 캐파(CAPA)가 만났다.
씨오지 최용우 대표. (아래 모든 사진=씨오지 제공)
Q>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실용성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제품은 제품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목적성이 있다. 저는 이 목적성을 ‘제품의 언어’라고 부른다. 기능과 역할이라는 내용이 언어인 것이다. 제품이 본래 가지고 있는 언어와 어긋나게 디자인 된다면 어떻겠나. 제품의 목적성을 상실하게 된다.
가령, ‘디자인 소화기’ 사례를 보자. 최근 가정용 소화기가 많이 보급되면서 오브제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소화기들이 시중에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문법을 과도하게 깨뜨린 소화기들이 많이 보인다. 노란색, 초록색 소화기들이 그 예다.
불이 났을 때 소화기를 찾는 사람은 빨간색 소화기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색감이 예쁘다고 노란색, 초록색 소화기를 구비해놓는다면, 위급 상황에서 쉽게 소화기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씨오지는 제품 디자인 업체지만 디자인의 마지노선을 항상 고민한다. 제품이 목적성을 상실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씨오지가 만든 디자인 소화기. (아래 모든 사진=씨오지 제공)
Q> 실용성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있나
“과거 휴대폰 회사에서 일했었다. 배우 이병헌이 “단언컨대”라며 광고하는 ‘SKY 베가 아이언’ 제품을 기억하시나. SKY 핸드폰 디자인만 11년 했다.
한창 변신로봇 같은 휴대폰이 유행이었다. ‘가로본능’처럼 화면이 90도로 돌아가는 휴대폰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유행에 즈음해서 회사에서 이탈리아로 연수 겸 워크샵을 갔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마지스’라는 디자인 업체의 70세가 넘는 대표를 만났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변신로봇 디자인을 소개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날카로웠다. ‘왜 필요한가.’
눈에 띄는 획기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서 무조건적인 양산을 하기 위한 디자인은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양산이 성공의 척도이던 시절, 디자인 하나하나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Q> 휴대폰 디자인을 하는 것도 충분히 보람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나
“길거리를 지나다니다가 SKY 베가 아이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뿌듯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한정적이었다. 휴대폰 이외의 모든 사물까지도, 사소한 불편함들을 발견하면 먼저 디자인적으로 해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었다. 디자인할 수 있는 제품 스펙트럼도 확장하고, 디자인 업무에 전면에 나서고 싶어 회사를 세웠다.”
Q> 산업디자이너로서 철학이 있다면
“산업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철학보다는 사용자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휴대폰 하단의 굴곡을 어느 정도 각도로 둥글게 만들지는 오롯이 사용자의 편리성, 그립감에 달려있다. 제품의 목적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합리적이면서 보다 대중적인 디자인을 찾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다. 결국 디자이너 개인의 미적 취향보다 제품을 사용할 사용자의 편의성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나보다 남이 중심이 돼야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숙명이다.”
씨오지가 디자인한 카카오프렌즈 디자인 제품(상), 런닝화(좌측 하단), 고양이 집(우측 하단).
Q> 캐파를 통해 의뢰 받은 디자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다면
“자전거 헬멧이었다. 공유 킥보드에 함께 제공되는 헬멧이었는데, ‘폴딩(folding)이 되는 헬멧이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주문의 핵심이었다. 고객이 접혀지는 자전거 헬멧에 대한 특허만 보유한 상태였고, (구체적인) 제조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Q>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디자인 포인트가 있었나
“헬멧 역시 실용성이 최우선 목적이었다. 디자인적으로만 예쁜 헬멧보다는 착용했을 때 편리하고 실제 머리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충족돼야 했다. 당장 ‘휴먼 스케일(human scale)’부터 공부했다. 서양인의 두상과 동양인의 두상은 어떻게 다르고, 국내에서 주로 활용되는 헬멧 사이즈까지 조사해 파악했다. 단순히 디자인만 예쁜 헬멧 시안도 나왔지만, 그 정도로는 스스로 용납이 안 됐다. 디자인만 예쁜 헬멧은 ‘크몽’이나 ‘숨고’같은 프리랜서 마켓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나. 하나하나 공부한 내용을 고객 분께 설명드리고, 헬멧의 곡선 각도부터 완충재의 정도까지 하나하나 이유를 설명드렸다.”
Q> 고객의 반응은 어땠나
“흡족해하셨다. 보통 씨오지에 찾아오시는 고객 분들은 대부분 만족하고 돌아가신다(웃음). 처음 씨오지를 찾아오셨다가, 연(年) 단위로 3년 동안 디자인을 맡겨주신 고객 분도 있다. 모르는 부분까지 공부해가며 디자인의 이유를 설명해드리고, 제조 공정 상 디자인 이후의 단계인 ‘양산’까지도 컨설팅해드리기 때문에 씨오지를 다시 찾는 단골 고객 분들이 많다.”
YG 엔터테인먼트의 피규어 겸 USB.
Q> 디자인 회사에서 양산 컨설팅도 해준다는 건가?
“‘제품’을 만드는 일은 디자인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11년 동안 휴대폰 제조업계에서 몸담았기 때문에 양산을 위한 네트워킹이 자연스레 구축돼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양산을 위한 컨설팅을 무료로 진행하기도 한다. 기구 설계에 대한 리소스도 확보돼있다. 제품의 실질적인 기능을 반영한 디자인이 씨오지에서 가능한 이유다. 디자인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시사출 단계, 컬러 선택 단계 등 꾸준히 제품에 대한 컨설팅을 지속하고 있다. 디자인 기획부터, 브랜딩, 양산, 패키징까지 씨오지에서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다. ”
Q> 어떤 제품까지 디자인할 수 있나
“제가 공부할 수 있는 분야면 제한이 없다(웃음). 표면적으로 디자인만 하는 것이라면 사실상 제품군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내적인 기능들까지 함께 이해한 디자인이 가능하려면 제품 자체에 상당한 시간을 쏟아붓는 공부가 필요하다.”
Q> 디자인하려고 ‘이런 것까지 공부해봤다’?
“형광 양자전 분석기까지 공부해봤다(웃음). SK하이닉스에서 의뢰받은 제품이었는데, 빛을 투과해서 세포를 스캐닝해 균이 포집해있는 정도를 분석할 수 있는 기기였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문과 출신이지만, 의료계의 기전부터 물리학까지 공부해서 디자인했다.
그렇다고 꼭 전문적인 제품만 디자인하는 것은 아니다. ‘한샘’의 진공블렌더부터 ‘한솔교육’의 층간소음 매트, ‘일광전구’의 조명까지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제품들도 디자인하고 있다.”
‘한솔교육’의 소음 방지 가구(좌)와 ‘한샘’의 진공 블렌더.
Q>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건 자기 이름을 건 디자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 아닌가
“아니다. 디자인에 있어 ‘나의 것’이란 없다. 제품은 제작자가 만드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제작자보다 앞설 수 없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보다 앞설 수 없다. (디자이너가) 전면에 나서는 디자인보다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이 제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것이 씨오지의 역할인 것 같다.”
Q>앞으로의 계획은
“꾸준히, 트렌드를 치고 나갈 수 있는 디자인 업체로 남고 싶다. 제가 디자이너치고는 나이가 꽤 많다. 젊은 디자이너 친구들이 만든 제품들을 보며 ‘젊은 센스’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흔히 ‘슥’ 보기만 해도 올드한 디자인은 구분된다.
디자인도 지적 노동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 트렌드를 머리에 집어넣어야 감을 잃지 않는다. 젊은 감각을 뒤쫓아가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젊은 감각을 씨오지의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는 회사가 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할 계획이다.”
최용우 대표의 스케치에 담긴 고민의 흔적들.
서두에 소개한 모더니즘 디자인의 선구자인 마시모 비넬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스타일은 유행이 있다. 좋은 디자인이란 언어이지 스타일이 아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제품 사용자와 제작자를 먼저 생각하는 디자인을 만드는 업체. 나아가 디자인 트렌드를 쉼없이 공부하는 업체. 최용우 대표에게서 30년 전 뉴욕 지하철 노선도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의 철학이 비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