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0

금요일이 되면 ‘오늘만 버티면 드디어 주말이다!’하는 해방감에 오전부터 마음이 살랑거리죠. 이런 금요일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어쿠스틱 라이프’입니다. 게으른 남편과 생활인 아내의 알콩달콩한 결혼 이야기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 ‘마조앤새디’, ‘결혼해도 똑같네’와 더불어 3대 결혼 권장 만화로 불리고 있죠.

두 달을 빌고 떼쓰고 어찌저찌해서 어쿠스틱 라이프의 한군님을 개발자 인터뷰에 모셔봤습니다. 참고로 저희 로켓펀치 디자이너분이 어쿠스틱 라이프의 열광적인 팬이라 책에 싸인을 받아달라는 둥 선물을 전달해달라는 둥 귀찮은 요구를 하셨는데요.

신림동 캐리: 저 이번 주에 한군님과 개발자 인터뷰합니다.
윤보화 디자이너: 저 캐리님….
신림동 캐리: 네?
윤보화 디자이너: 저 처음으로 캐리님이 대단해 보여요.

한군님을 섭외함으로써 신림동 캐리의 능력치가 1 올라갔다.

신림동 캐리: 한대훈님 캐릭터는 쌀이를 안고 게임하는 모습으로 부탁해요.
석지환 디자이너: 네.

나중에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신림동 캐리: 이게 뭐예요! 왜 갑자기 난다님이!
석지환 디자이너: 제가 난다님 팬이라서요.
신림동 캐리: 왜 난다님 얼굴만 색칠 안 해! 시체 같잖아!
윤보화 디자이너: 원래 난다님은 얼굴에 색깔 없어요.

어쿠스틱 라이프의 팬인 두 디자이너 앞에서 저는 닥치고 버로우했습니다. 아무튼 뼛속까지 게이머인 오타쿠 남편 한군님을 만나보시죠.

이름 혹은 닉네임: 한대훈/한군
위치: 서울
직업, 소속: 크레이브몹(Cravemob)
내 모바일 기기: 갤럭시 노트2, 아이패드2
블로그 주소: http:/g-hangun.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한대훈: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12월에 섭외 요청 드렸었는데 2월에야 드디어 뵙네요.
한대훈: 일부러 바쁜 척한 게 아니고 진짜 바빴습니다.
신림동 캐리: 누가 뭐래요…. 아무튼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한대훈: 모바일 게임 개발사 크레이브몹(Cravemob)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한대훈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군’이라고 불려요.
신림동 캐리: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어머니가 난다님에게 ‘우리 아들 살만 빼게 해다오.’를 결혼 조건으로 거셨을 정도라고 봤는데 실제로는 별로 뚱뚱하지 않으시다?
한대훈: 아니다. 만화에서 워낙 뚱뚱하다고 하니까 누가 ‘한군님은 정말 곰처럼 뚱뚱한가요?’라고 질문을 해놨더라. 그래서 내가 거기 ‘돼지처럼 뚱뚱합니다.’라고 답변을 달았지.
신림동 캐리: 그렇게 안 뚱뚱해!
한대훈: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한데, 요즘은 게임 발매 직전이라 야근하며 간식을 많이 먹어서 한창 물오른 상태다.

그 그렇다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게임 개발자로 알고 있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한대훈: 게임 개발 경력은 12년 정도 되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와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거치며 패키지 게임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까지 꽤 다양하게 만드는 중이다.
신림동 캐리: 게임 사랑이 정말 유별나신 걸로 만화에 묘사된다. 게임이 그렇게 좋은가?
한대훈: 마이 라이프다.
신림동 캐리: 그럼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 하나 던지겠다. 한군 인생의 게임은?
한대훈: 아, 이런 잔인한 질문을!

한군님은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시다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하셨습니다.

한대훈: 요즘은 워낙 좋은 게임이 많이 나와서 인생의 게임이라고 할만한 작품이 계속 변하는 편인데, 그래도 베스트를 뽑자면 바이오쇼크 1편(Bio Shock 1), 저니(Journey), 역전재판 1~3편 정도다. 바이오쇼크 1편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인데 스토리 전개라던가 아트라던가 모든 게 완벽했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역시 너무 와닿았다. 저니(Journey)는 플레이하다가 감성 터져서 눈물 나올뻔한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축소해놓은 느낌을 많이 받았고 게임이 예술이 된다면 이런 형태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신림동 캐리: 김용하님도 저니를 인생의 게임으로 꼽으셨지. 왠지 알아주는 게임 덕후 둘이 이러니까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충동이 든다.
한대훈: 정말 좋은 게임이다. 꼭 해봐라. 그리고 역전재판 1~3편은 그냥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임이다. 아마 각 편마다 10번은 클리어했을걸. 텍스트 게임인데도 할 때마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캐릭터 때문에 질리지가 않는다. 최신 시리즈인 5도 최근 구입해서 즐기고 있지만 1~3편의 포스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신림동 캐리: 좋아하는 게임사는?
한대훈: 플래티넘 게임즈의 액션 게임을 다 사랑한다. 특히 베요네타는 명작이지.

신림동 캐리: 스스로 ‘개발 육아 제너럴리스트’라고 칭하실 정도로 딸바보이신데 쌀이를 키우며 게임까지 할 여유가 되시나?
한대훈: 회사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라 오전에 쌀이와 놀다 애 봐주는 시터 아주머니가 오시면 바톤을 터치하고 게임 좀 플레이하다가 출근한다. 퇴근 후에도 쌀이 재우고 게임을 하는데, 최근에는 야근을 많이 하다 보니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느라 게임 시간이 많이 줄었다. 게임 발매가 코 앞이다 보니 이 기간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쌀이에게도 게임을 시킬 건가?
한대훈: 본인이 원한다면 당연히.
신림동 캐리: 그럼 쌀이에게 처음으로 추천할 게임은 뭔가?
한대훈: 그건 이미 정해놨다. 남극 탐험!
신림동 캐리: 나도 그거 어릴 때 패미컴으로 자주 했었는데!
한대훈: 요즘 스마트폰 시대라지만 패미컴을 구해서 쌀이에게 제대로 패드 잡고 플레이하게 해주고 싶다. 패드의 손맛이라는 건 핸드폰에서 터치하는 것과는 완전 다르거든. 그 손맛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 쌀이도 나중에는 자연스레 모바일 게임을 하겠지만 처음은 패드를 손에 쥐어주고 ‘이런 게임이 발전해서 지금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게임이 된 거야.’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
신림동 캐리: 게임 덕후 아빠의 로망이 막 절절하게 느껴진다.

쌀이는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첫 번째 게임 하니까 말인데 나도 패미컴으로 게임에 입문했지만 제대로 게임에 빠져든 건 PC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한대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신림동 캐리: 나도 이야기하면서 손노리의 추억 돋는다. 아무튼 그러다가 프린세스 메이커를 만나고 완전히 빠져들었는데 대체 프메 개발팀은 무슨 생각으로 3에서 무사수행을 없애고 Q라는 망작을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한대훈: 아, 프린세스 메이커 3부터는 디렉터가 바뀌었다고 들었다.
신림동 캐리: 역시! 3부터는 1, 2의 감성이 아니야.
한대훈: 프메2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이라 지금도 간간이 한다.
신림동 캐리: 프린세스 메이커는 역시 DD파일 지우는 맛…인데 아무튼 게임에서의 치트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대훈: 예전에 패키지 게임 만들 때는 치트 쓰는 유저 보면서 ‘아, 한 번은 자기 힘으로 엔딩을 보지….’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깨고 두 번째부터 치트를 써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치트 자체에 대해선 잘 쓰면 게임을 진짜 재밌게 즐길 방법일 수 있다고 게이머로서 이해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봐주신다는 건가?
한대훈: 근데 요즘은 온라인 게임을 만드니까 치트를 쓰면 영구블럭을 먹이지.

난다님과 쌀이에겐 따뜻하지만 치트 쓰는 플레이어에겐 냉정한 한군님, 너란 개발자 그런 개발자.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거 있나?
한대훈: 아무래도 그래픽 작업을 하니깐 3dsMax랑 PhotoShop이겠지? 프로그램은 언제나 최신 버전보다 한 단계 전 버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신 버전은 플러그인이나 안정성 면에서 많이 불안해서 안 쓰게 되더라. 그리고 작업물 백업하는 용도로 클라우드 저장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다. 회사에서 작업한 것을 그래도 집에서 이어서 작업할 수 있게 폴더를 동기화 해놓으면 엄청 편하다. 문제는 집에서도 회사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그건 정말 문제지. 나도 주말에 가끔 그러고 있다가 ‘내가 뭐하는 짓이야!’하면서 던진다.
한대훈: 로켓펀치의 개발자 인터뷰를 평소에도 읽는 편인데 보통 개발자분들이 키보드를 엄청 아끼더라. 나 같은 경우는 마우스를 아낀다. 마이크로 소프트 Intelli Mouse가 없으면 작업을 못 할 정도다. 근데 문제는 이 제품이 단종되어 중국산 벌크 제품밖에 남지 않았단 거다. 그래서 오래 쓰면 클릭이 두 번 되는 오류가 생긴다. 이럴 때 새 것으로 바꾸게 미리 여러 개 쟁인다.

신림동 캐리: 모델링 작업을 할 때 원화에 충실히 맞추면서 하는지 아니면 본인의 재해석이 들어가는지?
한대훈: 우선 그런 부분은 팀 스타일에 달려있을 것 같다. 각자 각자가 최선의 작업물을 만드는 스타일의 팀이 있다면, 정확한 프로세스대로 진행되는 팀도 있지.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두 스타일에 다 확실한 장단점이 존재하니까.
신림동 캐리: 그래도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을 거 아닌가?
한대훈: 나 같은 경우에는 원화가 있다면 당연히 원화에 맞춰서 충실히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원화 단계에서 AD와 컨셉 원화가의 의도와 노력이 들어가 있는데, 그걸 임의로 수정하거나 재해석을 하는 것은 개발론에서는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고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면 모델링이 들어가기 전에 원화 단계에서 그런 이야기가 미리 이루어져서 모든 것이 컨셉 원화에 담겨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델링하기에 애매하거나 예쁘게 나오기 힘든 디자인이 나올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원화가 중에는 3D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모델링 시에 어려운 디자인이나 피해야 할 디자인을 알고 있는 분도 계시지만 다른 영역이라 잘 모르시는 분도 많거든. 이럴 때 필요한 게 타 영역에 대한 배움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런 부분은 서로 이야기를 해서 다른 디자인으로 교체하거나 해야겠지.

신림동 캐리: 한군님을 모셨으니 아내분인 난다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군. 만화가와 개발자라는 직업 모두 창의성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예민한 기간에는 서로 어떤 배려를 하시는지?
한대훈: 서로 바쁜 시기에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딱히 뭔가를 하기보다도 부탁하는 걸 잔소리 없이 들어주는 쪽으로 배려한다. 쉽게 말해서 서로 나름대로 눈치를 본다고나 할까? 좋게 표현하자면 평소보다 더 챙기는 거지.
신림동 캐리: 구체적으로는?
한대훈: 나는 주변을 약간 시끄럽게 만들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음악을 틀거나 영상을 틀어놓고 말이다. 그와 반대로 와이프는 조용해야만 작업할 수 있다. 자기 말로는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하는 머리라고 표현한다. 아무튼, 그래서 둘이 동시에 작업을 할 때는 내가 영상이나 음악을 끄거나 거실로 나가서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자리를 비켜준다. 얼마 후 집중 시간이 끝나면 와이프가 춤을 추면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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