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만드는 좀 더 편한 세상, 웁스랩

제4회 프라이머 데모데이 2013에 가셨던 분들이라면 이 얼굴을 기억하실 겁니다. 범상치 않은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신개념 교통문화에 대한 유머러스한 PT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죠.

2013년 9월 26일, 신림동 캐리가 웁스랩이 있는 D.CAMP에 방문했습니다.

신림동 캐리: 여기가 웁스랩인가요?
권영인: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권영인 대표님이시죠?
권영인: 근데 잠시만 좀 기다려주실래요?
신림동 캐리: 바쁜 업무가 있으신가요?
권영인: 그건 아닌데 지금 여자친구로부터 헤어지자는 문자가 와서요.

인터뷰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권영인: 아, 이제 다 됐습니다. 인터뷰하시죠.
신림동 캐리: 잘 달래셨어요?
권영인: 아뇨, 헤어졌습니다.

인터뷰 시작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어진 적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월급을 떠올려봅니다. 1원까지 긁어가는 카드값과 부모님께 뜯긴 추석 용돈도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신림동 캐리: 왜 회사 이름이 ‘웁스랩’인가?
권영인: 서양에서 놀라거나 실수하면 ‘OOPS!’라고 말하잖나.
신림동 캐리: 그렇지.
권영인: 보통은 실수를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지만, 인류사를 쭉 보면 실수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일이 많더라. 그래서 우리도 우연이나 실수를 통해 세상이 바뀐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신림동 캐리: 아하, 세렌디피티 같은 거군.
권영인: 그렇다.

신림동 캐리: 웁스랩 이전에 또라이들이라는 회사를 하셨다고 아는데 대체 그 이상한 이름의 회사는 뭔가?
권영인: 생방송 토크쇼였다.
신림동 캐리: 이름이 범상치 않은데 라디오에서 뭔 이야기를 했나?
권영인: 이름처럼 또라이 같은 이야기였다. 또라이라는 어감이 이상한 거 안다. 근데 ‘이 또라이는 뭐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고 앞으로도 바꿀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에 흩어져있는 또라이들을 찾아 그들의 인생이나 이야기를 영상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는 게 또라이들의 목표였다. 우선 모집 홍보영상을 만들어 배포했고 그걸 보고 전국에서 모인 12명이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신림동 캐리: 오, 흥미진진하다. 결과는 어땠나?
권영인: 생방송으로 하는 토크쇼 형태의 또라이TV를 진행하다 망했다.
신림동 캐리: 아직 한국 정서가 그런 게 아니다.

신림동 캐리: 그래서 어쩌다 IT계에서 사업을 하게 되신 건가?
권영인: 솔직히는 그냥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다. IT업계에서 사업한다고 하면 스마트해 보이고 혁신가 같지 않나?
신림동 캐리: 나에게 IT업계란 어릴 적부터 음침하게 컴퓨터 많이 하던 애들이 커서 야근하다가 허리 디스크 걸리는 느낌인데?
권영인: 그건 업계 사람이니까 그렇고 겉으로 보면 그렇잖아.
신림동 캐리: 여전히 모르겠다.
권영인: 말이 안 통하는군. 아무튼 20대 초반에 공익 근무를 하면서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익이 끝나면 여태까지 모은 돈으로 세상을 유랑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막상 자유의 몸이 되고 나니 내 젊음으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사람을 모아 ‘홍대 뽀개기‘라는 안드로이드앱을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어떤 앱인가?
권영인: 이상형 월드컵 형식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수집해 홍대 맛집이나 클럽을 추천하는 거다. 꽤 잘 되어서 엔젤 투자도 받았었다. 그러다 멤버 간의 운영 방향이 맞지 않아서 사업을 접었다.

신림동 캐리: 나이에 비해서 사업 경험이 많으신 편이다. 무슨 계기라도 있었나?
권영인: 어릴 적에 한국청소년벤처포럼에서 활동했었는데 그때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님을 보고 저렇게 되어야지 생각했었다.
신림동 캐리: 표철민 대표님 멋있으시지. 서울벤처인큐베이터의 ‘닮고 싶은 창업가 롤모델 20’에도 뽑히셨고!
권영인: 나중에 그분을 동경해서 위자드웍스에 이력서 썼는데 떨어졌다.
신림동 캐리: 아아!
권영인: 근데 나중에 개인적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오셨더라.
신림동 캐리: 훈남인데 심지어 상냥해.
권영인: 아무튼 그렇게 지원한 몇 군데 회사에 다 불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창업과 관련한 세미나, 모임 등을 닥치는 대로 시도했다. 몇 달 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내가 직접 사업을 하자는 거였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머 데모데이 2013에서 히쳐 PT 잘 봤다. 이 인터뷰를 읽으실 독자들을 위해 히쳐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권영인: 대한민국은 ‘교통의 비효율’이 심각하다. 그래서 웁스랩은 자가용을 통해 혼자 이동하고 있는 운전자와 자동차 없이 이동하는 탑승객을 연결하는 걸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히쳐는 LBS를 이용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히치하이킹에서 모티브를 딴 실시간 라이딩쉐어 서비스로 지금 나에게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운전자와 탑승객을 이어준다.
신림동 캐리: 히치하이킹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권영인: 우리 집이 수원이다. 서울에 올 때마다 지하철은 지옥철이고 버스는 만원이었다. 그래서 짜증이 나는 거다. 길거리에는 저렇게 쌩쌩 가는 차가 많은데 그걸 잡아타고 싶었다. 근데 탈 용기가 없었다.
신림동 캐리: 그건 용기 문제가 아니다. 갑자기 남의 차에 타면 범죄다.
권영인: 아무튼 그래서 운전자의 신상과 이동 정보를 알고 근처 탑승객의 정보를 안다면 함께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림동 캐리: 뭔가 나이트클럽의 즉석 만남 같은 느낌인데?
권영인: 처음엔 가상의 돈을 내면 다른 사람의 차량을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근데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신림동 캐리: 그렇지. 돈을 받으면 그게 택시지 히치하이킹이 아니지.
권영인: 그래서 무료로 차를 태워주는 방식으로 바꾸고 다른 곳에서 수익을 내는 모델을 찾았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운전자가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태울까? 난 차가 없지만 내 차가 생긴다면 남 태우기 싫을 것 같다.
권영인: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차를 가진 운전자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 각각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운전자에게 ‘운전을 하면서 기름값이 얼마나 부담스러운가?’하는 질문을 던졌더니 의외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답하시더라.
신림동 캐리: 설문 대상이 페라리 동호회인가?
권영인: 나는 그게 굉장히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했는데, 차를 가질 정도로 여유 있으신 분들은 의외로 그렇지 않은가 보더라.
신림동 캐리: 난 계절 바뀔 때마다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 맡기는 돈도 아까운데!
권영인: 아이템을 기획할 때는 얼리어답터와 이노베이터를 타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통하면 대중에게 퍼질 수 있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소유의 개념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누리는 커뮤니티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그런 쿨한 운전자가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능적으로 신뢰도를 주는 앱을 만든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타인과 관심사를 나누고 소통하는 니즈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신림동 캐리: 그럼 수익은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권영인: 운전자가 사람을 태워주면서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의 운영자가 되는 거다. 많이 태워줄수록 그 커뮤니티는 확장되겠지. 그렇게 모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반영한 모임을 열 수 있다.
신림동 캐리: 모임이라고?
권영인: 맛집 투어가 될 수도 있고 여행 모임이 될 수도 있다. 운전자가 모임을 여행사 패키지처럼 판매하고, 웁스랩은 그 패키지 판매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반대로 왜 승객이 처음 보는 사람 차에 탈까? 2009년 강호순 사건도 있고 한데 여성분들이 모르는 사람 차에 탈까 의문이다.
권영인: 하지만 카우치 서핑이 세계적으로 퍼졌잖는가. 모르는 사람의 집에 가서 자기도 하는데 차라고 다를 거 있을까?
신림동 캐리: 그렇게 말하니 그럴싸한데?
권영인: 히쳐는 그런 범죄에서 운전자와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운전자 등록 인증 및 본인 인증, 휴대폰 인증 등 신뢰도 형성 시스템에 가장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신림동 캐리: 웁스랩의 멤버는 어떻게 모였는가?
권영인: 내가 블로그에 웁스랩 사업에 대한 글을 썼고, 그걸 공유해서 사람을 모았다.
신림동 캐리: 원래는 모르는 사이였나?
권영인: 전혀 안면이 없던 사이다.
신림동 캐리: 오, 이것이 바로 SNS의 힘!

신림동 캐리: 저기 구석에서 일하는 척하고 계신 미모의 기획자분께 묻겠다. 자신이 생각하는 웁스랩의 장점은?
하예영: 분위기가 편하다?
신림동 캐리: 진짜 편한가?
하예영: 가족처럼 친하다.
신림동 캐리: 그럼 왜 권영인 대표님이 여자친구와 헤어졌을까?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신림동 캐리: 월급을 밀린 적 있나?
하예영: 그럴 수가 없다.
신림동 캐리: 응?
하예영: 우린 월급이 없으니까.
신림동 캐리: 뭐라고!

카드값의 노예인 신림동 캐리는 웁스랩의 월급이 없다는 사실에 엄청난 멘붕을 느꼈습니다.

신림동 캐리: 월급 안 받고 왜 일하나?
하예영: 원래 다른 회사에 다녔었다. 근데 매일 같은 일상에 지치고 월요일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일요일 밤이 되면 눈물이 나려고 했다. 반복되는 나날이 싫었다.
신림동 캐리: 근데 반복되는 월급이 나왔을 거 아닌가.
하예영: 지금 웁스랩은 프로젝트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과 일하는 회사다. 그래서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분위기가 참 좋다. 예전에 월급 받으며 회사 다닐 때보다 삶의 질이 올라간 느낌이다.
권영인: 예전에 사업을 몇 번 정리하면서 느낀 게 있었다.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단 거다. 그래서 직원을 구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고 지금도 멤버들과 많은 생각을 공유한다. 직원과 삶을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신림동 캐리: 나는 일 끝나면 남 같은 프라이스톤스에 다니고 있는데, 그렇게 친하면 일하는 데에 방해되지 않나?
권영인: 그게 모순적으로 일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내가 지금 여자친구와 헤어졌잖아. 그러면 일에 집중이 안 되겠지. 근데 멤버들과 그런 슬픔을 나누면 빨리 극복해서 일의 능률이 올라가는 거지.

지금쯤 권영인 대표님의 상처가 아물었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신림동 캐리: 히쳐라는 서비스에 대해서 모두 필요성을 느끼나?
하예영: 웁스랩 직원이 현재 네 명인데 각각 수원, 의정부, 성남에 살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서비스를 간절하게 추진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D.CAMP가 선릉역에 있어서 출근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권영인: 그래서 격일로 출근한다. 토요일에 전체 미팅을 하고 밥을 같이 먹는다.
신림동 캐리: 월급은 없는데 사내복지제도는 있나?
권영인: 일단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있고, 출근하면 밥을 사준다.
신림동 캐리: 밥 사주는 돈은 어디서 나는가?
권영인: 중소기업청에서 진행하는 앱 창작터 사업자로 선정되어 시드머니를 확보했다.

신림동 캐리: 웁스랩을 비롯해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면서 일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가?
하예영: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를 우리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같은 목표를 향해 모인 사람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코워킹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영인: 넉넉한 상황은 아닌데 막 부족한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UKOV 대학생벤처기사단 멤버 덕분에 D.CAMP에서 사무실을 쓰고 있고, 우리끼리 모여서 밥 먹을 정도의 돈은 있으니까.

신림동 캐리: 서비스는 언제부터 시작인가?
권영인: 11월에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온다. 회사가 많지만 비교적 교통이 불편한 판교 테크노밸리, 파주 출판단지, 서울대입구 부근에서 시작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히쳐를 통해 한국의 교통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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