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가 첫 기관 투자를 받은 지 일 년이 되었다. 이 글은 투자 유치 과정과 그 이후의 사업 진행을 돌아보는 글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는 다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로켓펀치의 첫 투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배인식 대표님과, 이 글을 검토해준 우아한형제들 주종호 수석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가 첫 기관 투자를 받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네 가지>
(1)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2)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4) 투자 계약서는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3)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만 수천 년 동안 전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멋진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영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부실하면, 흥행에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좋은 사업계획서의 뼈대로 흔히 ‘세쿼이아 벤처캐피털의 사업계획서 양식’을 이야기한다. (참고 – 내가 첫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다섯 가지 : (4) 진짜 사업계획서와 진짜 프레젠테이션)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는 그 뼈대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움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다면 사업계획서를 채우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100만 다운로드의 내차 팔기 서비스 ‘헤이딜러’를 만든 피알앤디컴퍼니의 창업자들은 중고차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대학생 신분으로 직접 중고차 딜러가 되어 수백 대의 중고차를 거래해 본 후 회사를 창업했다.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을 만든 김윤환 대표님은 본인이 직접 피트니스를 지도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를 창업했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도 모든 구성원에게 탈잉에서 수업을 듣거나, 수업을 지도하도록 한다.
이런 이야기가 사업계획서에 담겨 있다면, 그 사업계획서를 읽는 투자자는,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회사’라는 평범한 방식 대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재미있는 사업’으로 그 회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외에도 고객이 실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은 일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에는 쉽게 기억되는 숫자가 들어있다
사업계획서에 작성되는 모든 숫자는 정확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누적 회원 숫자, 월간 매출 추이, 주간 다운로드 숫자 같은 사업적 성과를 나타내는 숫자들은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진실한 숫자’가 ‘평범한 표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아래 내용은 로켓펀치의 시리즈 A 사업계획서에 실제로 들어가 있던 2017년 데이터다.
표현 방식 A | 표현 방식 B |
연간 서비스 방문자 130만 명 이상 | IT 업계 종사자들은 적어도 1년에 한번은 로켓펀치에 방문 (IT 업계 종사자 약 100만 명) |
로켓펀치에 등록된 기업 2만 개 이상 | 거의 모든 IT 기업의 정보가 로켓펀치에 등록되어 있음 (IT 분야 기업수 약 2만 개) |
A, B 방식 둘 다 같은 진실한 데이터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둘 중에 무엇이 더 기억에 남는가? 당연히 B 방식이다.
똑같은 데이터라도 사람들 머릿속에 더 잘 남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야구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선수 소개에 정말 능통하다. 그들은 어떤 타자를 소개할 때 ‘타율 0.289’라 이야기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내셔널리그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좌타자’라고 소개하곤 한다.
적절한 ‘기준점’만 잡을 수 있다면, 아직 미미한 성과라도 그것을 확인하는 투자자의 머릿속에 의미 있는 숫자로 기억될 수 있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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