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 가이드]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M&A(Merger & Acquisition, 기업 인수 합병)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인수하는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경우도 있고,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tvN 드라마 <스타트업> 11회와 12회에서는 애크하이어(acqhire, acqui-hire)라는 다소 생소한 M&A용어와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애크하이어 M&A와 M&A에서 주의할 사항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ASE: 삼산텍의 애크하이어

놀라운 기술력으로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달미(배수지)와 도산(남주혁)의 삼산텍은 세계적인 대기업 투스토로부터 주식 100% 인수 제안을 받습니다.

​투스토가 내건 조건은 회사 가치(valuation)은 30억원으로 하고, 팀원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투스토 본사에서 근무하며, 삼산텍의 ‘눈길’ 서비스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스토가 삼산텍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삼산텍을 인수하는 것이란 소식을 들은 지평(김선호)은 계약서 체결 당일에 삼산텍 사무실에 찾아와 계약서를 살펴봅니다. 변호사 출신 사하(스테파니 리)가 계약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지평은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것은 전형적이 애크하이어고, 투스토는 삼산텍의 가치를 보고 인수하는 것이 아니고,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것이며, 삼산텍은 곧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평 때문에 형이 자살했다고 믿는 용산(김도완)이 지평이 달미와 도산에게 연락하는 것을 가로막고, 도산과 달미는 인수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나 투스토는 계약이 체결되자, 곧 말을 바꾸어 지평의 경고처럼 달미와 사하를 해고하고, 엔지니어 3명만 실리콘밸리로 데리고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삼산텍 창업자들이 반발하며 인수 계약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지만, 투스토의 알렉스(조태관)는 위약금이 60억원이라고 답합니다.

​도산은 소송을 통해서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고 나서지만, 달미는 도산에게 투스토로 떠나라고 하고, 도산과 결별을 택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애크하이어는 무엇이고, 정말 지평의 말처럼 나쁜 것일까요?

지평은 애크하이어가 뭔가 거대한 음모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애크하이어는 기업 인수(acquire)와 인재 채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를 의미합니다.

최근 정부 기관에서 개최한 IT 기업 M&A활성화 방안 회의에 패널로 참석하였습니다. 회의 중 ‘미국에서는 소규모 M&A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은 창업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 인재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아직 공채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M&A가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사실 인수조건만 정당하다면,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인수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더욱이 창업 생태계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오히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M&A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크하이어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크하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회사를 더 키워서 일반적인 M&A나 IPO(기업공개)로 엑시트(exit)를 하는 방법을 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수익 창출이 계속 어려울 것 같다면? 애크하이어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정말 문제가 없었을까요?

사하와 지평 모두 인수 계약서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었지요. 그러나 삼산텍의 입장에서 투스토 인수 계약서는 완전히 잘못 작성된 인수 계약서입니다.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1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인재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애크하이어 계약서에서는 주식매매에 관한 사항 외에도 창업자들이 인수기업(투스토)에 고용되는 조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합니다.

​누가 투스토에 고용될 것이고, 누구는 떠날 것인지, 고용 보장기간은 얼마인지, 의무 재직기간은 얼마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직급은 무엇인지, 인수 이후에도 창업팀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등이 계약서에 전부 상세하게 적혀 있었어야 합니다.

만약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팀원 전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인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그 조건을 인수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였어야 합니다. 물론, 그 조건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M&A 딜(deal) 자체가 깨질 수도 있지만, 정말 3명의 엔지니어가 마음에 든다면, 투스토가 양보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딜이 깨졌다고 해도, 60억원의 위약금을 물지 않고도 자유롭게 계속 삼산텍을 운영해도 되니, 원하지 않는 계약을 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모두 빠진 투스토 인수 계약서를 두고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투스토의 알렉스가 구두로 약속한 내용을 실제 계약서에는 반영하지 않아 얄밉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악당은 아닙니다. 지평의 말처럼 계약을 다르게 이해하고 체결한 삼산텍의 잘못이고, 그 책임도 삼산텍의 창업자들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들도 각자 전문적인 분야가 있습니다. 극 중 사하가 변호사였지만, M&A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다면 이런 실수를 충분히 저지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업 생태계나 업계를 고려하지 않고 계약서 내용 자체를 법리적인 측면에서만 검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삼산텍 입장에서는 내부에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팀원이 있으니 굳이 외부 자문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리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M&A 업무 경험이 없는 변호사(보통 창업자의 지인이죠)가 창업자들에게 불리한 계약서의 내용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M&A가 될 때, 대부분의 창업자는 M&A가 처음입니다. M&A를 여러 번 경험한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이라 해도 3번 정도면 정말 많이 경험해 본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대방인 대기업 투자(인수)팀이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는 M&A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런 전문가들도 변호사의 자문과 지원을 받습니다.

​스타트업 M&A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없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M&A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M&A 자문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blog.naver.com/seumlaw/222155034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