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 가이드] ‘꽃게 판결’에 얽힌 이야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움의 천준범 변호사입니다.

어느덧 추석 명절이 다음 달로 다가왔습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벌써 추석 명절 고마운 분들,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선물을 전하고자 준비하고 계실걸로 압니다.

김영란법 이후 수많은 농민들께서 걱정한 것처럼, 조금 선물에 신경을 쓰다보면 한우 세트와 같은 농축산물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신선한 농축산물은 상하기 쉽기 때문에 보관과 배송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배송 과정에서 조금 잘못하면 바로 상할 수 있고, 오히려 선물 받은 분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겠죠.

요즘은 이런 명절 선물도 많이들 이커머스로 주문합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선물을 골라서 배송시키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선물은 한꺼번에 여러 분에게 보내 드려야 하니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커머스로 주문, 배송 시킨 한우나 꽃게와 같은 신선식품을 먹고 배탈이 났다면, 이커머스는 어떤 책임을 부담할까요?

​2017년, 여기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금 이례적인 판결을 내어 놓았습니다. 제가 이커머스 회사에서 법무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시기여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판결인데요. 이 판결을 저희는 이후 이렇게 부르게 되었습니다.

꽃게 판결

어쩌면 당연한 작명의 이유는, 당시 판매되었던 물건이 꽃게였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이커머스로 주문한 후 배송된 꽃게를 먹고 심한 배탈이 났고, 이 복통에 대한 이유가 꽃게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병원비와 위자료의 배상을 꽃게 판매자와 이커머스 모두에게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그 꽃게를 주문 받아 배송한 판매자 뿐만 아니라 판매자가 입점해 있던 이커머스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좀 특이했습니다. 당시 피고가 된 이커머스 회사는 여러 이유로 통신판매업 신고만 하고 통신판매중개업에 관한 조치는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경우 법적으로 이커머스 회사에서 판매되는 물건의 하자에 대한 책임을 그 이커머스 회사가 모두 부담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통신판매중개업이 아닌 회사의 법무팀은 항상 ‘우리는 통신판매업자이긴 하지만 실제로 하는 업무는 중개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중개자로서 최선을 다해 하자 있는 물건이 판매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서 저희에게 책임을 부담시키면 안됩니다.’라고 열심히 주장하기 마련입니다. 법적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에 필요한 ‘과실(주의의무 위반)’이 없다는 주장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당신들 이커머스가 주장하는 것 보니 ‘통신판매중개업자’가 맞다. 다만, 전자상거래법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이러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같이 책임이 있다.”라는 이유로 이커머스의 연대책임을 인정했던 것입니다.

법원이 너무 쿨하게 아무도 인정해주려 하지 않던 감투를 ‘인정’해 줬다라고 할까요. 어쨌든, 이 사건은 이커머스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을 알게 해 준 작지만 중요한 판결이 되었습니다. 중개자라면 반드시 진짜 판매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게 해야 하고 그 판매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책임 문제에 관해서 가장 본질적인 쟁점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소비자는 이커머스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 누구를 믿고 구입하는 것일까요?

잠깐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눈을 옮겨 보면 조금 쉽습니다.

소비자는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삽니다. 시장에 들어가려면 입구에 “OO시장 – 어서오세요!” 이런 커다란 간판이 있고, 백화점 1층으로 들어갈 때도 “OO백화점”이런 간판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또 많은 매장이 있고 각각 가게 이름이 있습니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거대한 동대문의 의류 쇼핑몰에 가도 가게마다 호수와 함께 모두 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에 가도 잘 보면 모두 가게 위에는 저마다의 상호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믿고 상품을 구입하시나요? 유명 백화점의 이름값을 믿기도 하고, 시장에서는 그 가게의 이름값을 믿기도 합니다. 나중에 상품에 문제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유명 백화점이라면 보통 그 백화점의 고객센터로 갈 것이고, 재래시장이라면 직접 그 가게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할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합니다. 소비자들은 오픈마켓인지, 소셜커머스인지, 아니면 종합몰인지 업태의 구별은 모릅니다. 그냥 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쇼핑앱일 뿐이지요. 나에게 익숙한 이름도 G마켓, 위메프와 같이 광고를 많이 해서 그저 익숙한 이커머스 플랫폼(회사)의 이름이지, 그 안에서 실제로 상품을 공급하는 회사(사람)의 이름은 모릅니다. 뭔가 문제가 있을 때도 그 쇼핑앱에서 환불 신청을 하거나 거기에 적힌 고객센터에 전화를 합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은 아무리 중개의 역할만 하는 이커머스라도 소비자에 대한 여러 가지를 부담하도록 점점 강한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개정될 전자상거래법 역시 플랫폼(이커머스 회사)에 보다 강한 책임을 부담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주문을 결정하는 이커머스의 특성 상 ‘꽃게 판결’과 같이 이커머스 회사(플랫폼)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경향에 미리 대비하여 많은 이커머스 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쑥쑥 성장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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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무법인 세움 천준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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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법무법인 세움 / https://seumlaw.blog.me/221366405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