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1

이 인터뷰는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요즘 개발자가 외국에 많이 나가는 추세다. 송창규님은 외국으로 나갈 생각해본 적 없으신지?
송창규: 왜 없겠나. 근데 한국에서는 일 못 해먹겠다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좀 더 큰물인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은 막연한 로망이 조금 있어서 한때 미국취업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근데 마침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주식을 주는 바람에 진행 중이던 걸 취소하고 남았다.
신림동 캐리: 오, 스톱옥션. 그 이후로 주식은 어떻게 됐나?
송창규: 폭락한 주가 엔화와 함께 쪽박진행형이다.

신림동 캐리: 한스타에 블리자드는 반응이 없었나?
송창규: 있었다.
신림동 캐리: 오, 스카웃인가 아니면 소송 협박인가?
송창규: 일단 당시 스타크래프트 배급사였던 한빛소프트에서 내게 “다른 게임도 한글화해보지 않겠느냐?” 하고 연락해왔다. 배울 게 많겠다 싶어서 알바로 GK3, Worms World Party 3 등의 게임을 한글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림동 캐리: 오, 흥미진진한데?
송창규: 회사 담당자가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신림동 캐리: 오, 더 흥미진진한데?
송창규: 한빛소프트가 블리자드와 연락하다 한스타 이야기가 나왔는데, 블리자드 측에서 한스타 개발자 연락처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빛소프트가 회사 체면도 있고 혹시 널 데려가려는 것일 수 있으니, 우리 회사 소속 프로그래머인 것처럼 말하고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을 건데 괜찮겠냐는 거다.
신림동 캐리: 뭐 이래?
송창규: 지금 생각하면 좀 황당한데 적어도 내게 말해주긴 했으니 무척 솔직하긴 했던 것 같다. 그땐 나도 별 생각 없이 순진하던 때라 그러시라 했었다.
신림동 캐리: 좀 아쉽겠다.
송창규: 지금도 가끔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신림동 캐리: 내가 요즘 ‘응답하라 1994’를 보고 있는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더라.

송창규님이 뒤늦게 정신 차리셨다고 하니 블리자드 본사는 이 인터뷰를 보시면 미워도 다시 한 번 연락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한스타 만들었다고 하면 남자들은 다들 ‘오!’ 하면서 보는 눈이 달라질 텐데, 개발자라는 게 여자한테 쓸모있는 경우도 있던가?
송창규: 의외로 있다.
신림동 캐리: 정말 의외다.
송창규: 하이텔 나우누리 시절에 고등학교에서 Multi-user BBS를 운영했었다. 당시 빠져있던 머드게임을 모티브 삼아 대화방에서 ‘/던져’라거나 ‘/공격’ 같은 액션 기능을 만들었는데, 그러다 ‘/영희’ 같은 커맨드로 사람마다 개성 있는 액션도 만들었다. 운영자의 권력을 과시하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비기였다.
신림동 캐리: 권력의 꿀맛은 달콤하지.
송창규: 또 내가 키보드 단축키만 쓰는 편이라 컴퓨터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조작 화면이 빠르고 현란한 편인데, 여자가 노트북이나 컴퓨터 느리다고 투덜댈 때 원격으로 접속해서 현란하게 최적화해주면 눈빛이 바뀌곤 했다.
신림동 캐리: 나도 요즘 노트북이 느린데 포맷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송창규: 남자친구분이 개발자 아니신가?
신림동 캐리: 맞는데 내 노트북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다. 거긴 소돔과 고모라여. 아무튼, 또 없나?
송창규: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짝사랑하는 아이의 생일이 궁금해서 싸이 프로필 페이지를 보려고 하는데 생일이 비공개였다. 그래서 생일을 보자! 하고 뜯어봤는데 비밀번호가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게 뭐여!
송창규: 믿지 않겠지만, 그 비밀번호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신림동 캐리: 그걸 누가 믿나!
송창규: 정말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그 외에 넥슨에서 일하며 게임 캐시 3만 원이 나오는 계정을 마비노기 하는 친구에게 쓰라고 주고, 쿠폰이 나올 때마다 주변에 뿌렸지만 다들 남자였다고 하십니다. 아마도 여자에게 작업걸 때 유용하게 썼겠죠.

신림동 캐리: 넥슨에서만 15년 계셨다고 들었다. 아까 외국 나가려는 계획도 있으셨다는데 마음에 드는 실리콘밸리 회사는?
송창규: 미국 회사라고 한다면 Google, Amazon, Apple, Blizzard, Netflix다. 양보하지 않는 퀄리티, 뛰어난 인재 확보력, 자신들만의 가치와 철학을 갈고 닦아 빛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한국에서 호감 가는 IT 회사는?
송창규: 돈벌이가 당연히 베이스가 되어야겠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가치로 prioritized 되고 align 된 회사들이 좋다. 예를 들면 우아한형제들, 프로그램스, 카카오 같은?

신림동 캐리: 요즘 후배 개발자들의 역량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
송창규: 게임업계의 개발자 후배들을 보면 개발자로서의 역량에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낀다. 이런 아쉬움은 세대 간 다르게 겪은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없이 개발하던 우리 때와는 환경 자체가 많이 다르기도 하고. 주어지는 것 이상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며 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아쉬움과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데, 이건 스스로 무언가 할 여지를 없애버리고 쥐여주기만 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몇 점인가?
송창규: 10년쯤 전에 이 질문을 들었다면 90점이라고 대답했을 거다. 근데 어느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고 나서는 절대적인 코딩량이 많이 줄어 개발자로서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떨어졌다. 지금은 50점?

신림동 캐리: 그렇다면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송창규: 글쎄다. 요즘은 개발자라도 Technical Director/Architect 같은 역할에서부터 하드코어 엔지니어링까지 그 역할과 영역이 아주 넓어졌다. 그래서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포지션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고 본다. 그래도 공통적인 조건을 든다면, 늘 프로그래밍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본인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개발자 아닐까? 그리고 본인이 맡고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송창규: 자극이 되고 발전적인 환경을 가진 회사.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 장기적으로 보면 밸런스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일단 Work-Life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하며, 그리고 Production-R&D 밸런스도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와 조직은 이런 균형을 이루도록 늘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이런 밸런스에 대한 안목과 고민이 적은 편인 것 같아서 아쉽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건?
송창규: 가족 같은 분위기!
신림동 캐리: 아, 그거 진짜 싫지. 난 회식 때 단합 어쩌고 하면서 같은 잔으로 30명 돌리는 회사도 다녔다니까.
송창규: 강요된 팀워크는 좋을 게 없다고 본다.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개발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되 못하는 상태에서 커뮤니케이션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납득하지 않는데 해야 하는 거 시키지 말았으면 하고 개인적으로 바란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 재능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송창규: 이 질문은 마치 인격 형성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하는 것과 비슷한데? 기본적으로 개발자의 그 얼개는 음악이나 스포츠에서의 재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에 굳이 맞춰서 말하자면 음악과 스포츠보다는 시작하는 나이가 좀 늦어도 되지만 청소년기까지는 개발자로서의 논리적 사고 틀이 갖춰져야 하는 것 같다. 근데 스포츠는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건이 점차 쇠퇴하지만, 개발자는 그에 비해 나이 들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

신림동 캐리: 개발 잘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방법은?
송창규: 개발을 잘하려면 늘 배우고 코딩해야 한다. 늘 생각하고 코딩에 ‘절대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절대시간이 뭔가?
송창규: 음악이나 스포츠나 언어나 어느 분야를 불문하고 10,00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은 기본이다.
신림동 캐리: 10,000시간을 그냥 존나 하면 존잘 개발자 되나? 카우방에서 소를 패는 것처럼?
송창규: 말 그대로 개발에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때려 박아야 한다는 거다. 분야를 불문하고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전문가들을 살펴보니 연습량이 10,000시간 이상이 되더라,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졸라 연습하라는 얘기다. 생각 없이 무턱대고 10,000시간 해서 되는 거면 회사에서 몇 년 일한 사람들이 다들 진정한 전문가 됐겠지. 10,000시간 연습하면 잘한다는 게 아니고 진정한 전문가들은 적어도 10,000시간의 연습 시간이 뒷받침되더라라는 얘기다. 일단 많이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단거지.
신림동 캐리: 그 ‘어떻게’가 뭔데!
송창규: 전문적이지 않은 단계에서 배울 때는 무언가 똑같이 따라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코드를 무작정 따라 적지 말고 적당한 프로그램을 코드 없이 똑같이 만들어보되, 이때 ‘어떤 걸 가져다 쓰지?’가 아니라 ‘이 부분은 어떻게 만들지?’라는 포인트가 하나쯤 있는 과제에 도전하는 게 좋다. 그리고 만든 걸 버리고 바닥부터 처음부터 만들어보는 게 개발자로서는 큰 경험이 된다.
신림동 캐리: 이미 만든 걸 다 버린다고?
송창규: 그렇다. 싹 버리고 바닥부터 다시 만드는 거다. 이게 프로그래머의 경험 중에서 정말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살려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만든 게 아까워서 혹은 귀찮거나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해서 바닥부터 다시 만드는 경험을 못한 프로그래머들을 자주 본다.
신림동 캐리: 나 같아도 여태 공들여 만든 걸 다 버리고 싹 새로 만들라고 하면 멘붕이 올 것 같다.
송창규: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오면 다 비우고 바닥부터 다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프로그래머로서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현재의 뼈대나 설계에 천착하지 않고 어느 시점에 설계 변경이 필요한지, 어떤 규모로 변경할 수 있을지의 감각이 생긴다. 실제로 내가 만드는 제품과 모듈의 퀄리티도 크게 올라간다.
신림동 캐리: 초심자를 위한 얘기 같진 않군.
송창규: 그렇다. 저건 어느 정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초심자들은 기본을 잘 쌓으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요새처럼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현란한 기술과 정보가 범람할수록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쌓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어쩌란 말인가?
송창규: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쌓기 위해선 알고리즘 공부와 문제풀이를 해보기를 권한다. 책으로는 구종만의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이란 책을 추천하고, 사이트로는 알고스팟을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저자 구종만님과 절친한 사이라 추천하시는 건 아닌지?
송창규: 친분을 빼고 보더라도 훌륭한 책이다. 종만아, 네 책 광고 열심히 하고 있어.
신림동 캐리: 여담이지만 구종만님과 꼭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한국 잠깐 오시는 것도 알고 있어요.

매의 눈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노리고 있는 신림동 캐리입니다.

송창규: 아무튼 개발을 잘하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그 외의 CS 전공 내용도 충실히 익히길 권한다. www.coursera.org에서도 많은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OpenCourseWare’을 검색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인 전공 공부에는 영문 Wikipedia가 가장 좋은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en.wikipedia.org/wiki/Outline_of_computer_science를 지도 삼아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글을 다양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개발에 관한 영어 지식을 접할 수 있으면 지식의 양과 퀄리티 모두 퀀텀 점프할 수 있다. 이 때문에라도 개발자는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하면서 이런 건 피해야 한다 싶은 건?
송창규: 대충 얼버무리지 마라. 명확하게 아는 것과 대충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치밀하게 구분해서 내가 이해하는 영역의 경계를 인식하고 넓혀나가는 게 중요하다. 방향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이건 개인차가 크고 스스로 잘하기 힘들다 보니 괜찮은 멘토를 만나는 방법을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 멘토가 필요하다고?
송창규: 스포츠맨에게 코치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라 본다.
신림동 캐리: 근데 알다시피 개발자 중에서는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평균 이하인 자가 많은데 멘토는 어디서 만나야 하지? 그리고 만난대도 어떻게 꼬셔야 하지?
송창규: 어차피 끼리끼리 놀기 때문에 만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둘러보면 어차피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 숱할 텐데 그 중의 한 명을 멘토로 삼으면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만났다고 쳐도 어떻게 멘토로 삼나? 밥을 사주나? 치킨을 사주나? 애원하나? 비나?
송창규: 그냥 존잘님에게 가서 ‘제가 이걸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공돌이는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신림동 캐리: 그런 특성 때문에 많은 공돌이가 여자의 숙제 셔틀이 되는구나.


신림동 캐리: 몇 살까지 개발하실 건지?
송창규: 개발은 평생 하지 싶다.
신림동 캐리: 개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솟아나는 대답이다. 그럼 개발자로서 꿈꾸는 노후는?
송창규: 돈 많은 백수?
신림동 캐리: 백수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돈 많은 백수는 삼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어떻게 돈 많은 백수가 될 건데?
송창규: 살다 보면 될 거라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아무튼 경제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늙어서도 늘 새로운 걸 찾아 즐기며 개발하는 가운데, 여유 있게 인생과 음악을 즐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롤모델이라면 에 나오는 파인만 같은 느낌?
신림동 캐리: 부디 돈 많은 백수 할아버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컴퓨터를 다룰 때는 거의 마우스를 쓰지 않고 키보드로만 조작하는 편인데 정작 키보드 디바이스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106키 삼성 벌크 키보드가 가장 최적화 모드고 집에서는 선물 받은 적축 기계식을 사용한다.

컴퓨터는 잠잘 때도 켜놓는 편이고 간단한 홈레코딩에도 욕심이 있어 저소음으로 맞췄다. 굳이 고사양은 필요 없어서 5년 전에 맞춘 컴퓨터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개인데이터는 NAS에 보관한다. 여느 공돌이처럼 처음엔 RAID5 썼지만 말 안 듣는 블랙박스 NAS에서 고생한 후 노선을 바꿨다. 단순한 게 최고다. 클라우드 활용하고 RAID1+0 써라.

회사에서는 Windows에 C++/python/C#을 쓰고 개인 작업에는 python와 함께 js를 조금 깨작거리고, Windows, Mac, Linux 옮겨가며 쓴다. 개발툴은 손에 잡히는 대로 쓴다. 윈도우에서는 Visual Studio, 윈도우 외에서는 vim을 주로 쓰고 python 개발시 interactive debugging 이 필요할 때는 PyScripter, 맥에서는 IEP를 쓴다. PyScripter는 Complete as type옵션을 꺼야 쓸만하다. ipython에 notebook도 조금씩 사용해보고 있다. 주로 게임개발과 윈도우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Win32, 3D, 서버 프로그래밍 쪽을 많이 봤었는데 최근에는 웹서비스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틈날 때 관심 갖고 보고 있다.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사이트는 스택오버플로우, 위키피디아, 알고스팟, 코세라, Y Combinator다. 개발에 참고하는 사이트는 구글, 스택오버플로우, 깃허브가 진리.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0

스타크래프트의 비공식 한글 패치인 ‘한스타‘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블리자드에서 한글 채팅과 유즈맵 한글화를 지원하기 전까지 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스타 유저의 집에 한스타가 깔렸었는데요. 실행할 때마다 뜨던 송창규, 황민재, 임중근이라는 세 사람의 이름이 나중엔 친숙하기까지 하셨을 겁니다. 뭐하는 사람이라 아마추어로서 이런 걸 만들었는지 궁금하셨죠?

그래서 제가 한스타 개발자이자 넥슨 개발자이신 송창규님을 만나봤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송창규: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송창규: 네? 어디서?
신림동 캐리: P에 있는 H씨 아시죠?
송창규: 네, 아는 사이죠.
신림동 캐리: 제 구남친입니다.
송창규: 아, H와….

요즘 섭외에 많은 도움 되고 있는 H오빠, 빨리 논문 통과하시길 바다 건너에서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제 졸업할 때도 됐잖아요.

신림동 캐리: 많은 사람이 송창규님을 한스타 개발자라고 알고 있는데, 그 이후의 커리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송창규: 베일에 싸여 있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는 거 아닌가?
신림동 캐리: 세상은 30대 남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아무튼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송창규: 1999년에 한스타를 개발하고 2002년 넥슨에 입사해 CA BnB, CA 테트리스, 디지팡, 빅샷, 버블파이터, M2 등의 개발을 했다.
신림동 캐리: 자, 그럼 본격적인 인터뷰로 가보겠다.
송창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무척 기대된다.
신림동 캐리: 충격적이고 예민한 질문을 던지고 싶긴 한데 아무튼 못 먹어도 고.

신림동 캐리: 어떤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송창규: 예전에는 나에게 맞는 도구와 설정을 깐깐하게 맞추었는데 요새는 머신을 어떤 걸로 바꾸어도 부담 없이 잘 쓸 수 있도록 적응했다. 막 OS를 설치한 컴퓨터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그건 너무 무던한 게 아닌가! 그럼 작업 장소도 구애받지 않나?
송창규: 회사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편이다. 회사 업무가 아니면 집에서 작업하거나 주말엔 카페로 맥북에어 들고 나가서 개인 작업을 하곤 한다.

신림동 캐리: 작업하는 동안 음악 듣나? 듣는다면 어떤 음악을?
송창규: 당연히 일할 때는 노동요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비트가 강한 하나의 음악을 반복해서 트는 걸 제외하곤 작업할
땐 음악을 듣지 않는 편이었는데, 요샌 화이트 노이즈(rainymood.com이나 coffitivity.com)를 깔아두고 클래식이나 멜로디가 약한 음악을 작은 볼륨으로 튼다. 숙면할 때도 좋다.

신림동 캐리: 일하지 않을 때는 뭐하나?
송창규: 혼자 개인 취미로 코딩하거나,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술판을 벌이거나, 음악에 관련된 활동을 한다.
신림동 캐리: 여자친구 없으신가 보다.
송창규: 있었는데 얼마 전에 그렇게 됐다.
신림동 캐리: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건넨다.
송창규: 마침 신림동 캐리님이 인터뷰하자고 하셨을 때라, 웁스랩 인터뷰를 읽으며 ‘신림동 캐리님은 커플 브레이커인가?’ 싶었다.
신림동 캐리: 아니거든! 그 분이랑 송창규님 말고는 이런 일 없었거든!

이 분이 큰일 날 말씀을 하시네요. 신림동 캐리는 당신의 연애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제 섭외에 응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송창규님을 인터뷰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것 저것 물어보더라. 일단 결혼은 하셨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다.
송창규: 내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다!
신림동 캐리: 아무래도 일찍부터 개발에 이름을 알리시다 보니 ‘원로 개발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네이버 지식iN을 보면 98년도에 컴퓨터 관련 회사원이고 취미 생활로 제작했다는 답변이 있다.
송창규: 아니다. 한스타를 만들 무렵에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 같은 한스타팀이었던 민재와 중근이는 각각 고등학생과 중학생이었다.
신림동 캐리: 그렇구나. 아직 이 자리를 빌려서 송창규님은 아직 젊으며 여자친구도 없다는 걸 어필해라.
송창규: 그러게, 결혼은 무슨요.

솔로입니다.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송창규: 연애 성향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오, 여태까지 인터뷰한 다른 개발자분들은 거의 다 별로 상관없다고 약을 팔… 아니 주장하셨는데 이런 의견을 들으니 신선하군. 계속 말해봐라.
송창규: 일단 개발자 사이에서 A라고 말하면 A는 A다. 그렇기 때문에 ‘뭐 먹을까? 햄버거 먹을래?’ 라는 질문에 여자가 ‘햄버거도 괜찮은데….’라고 하면 햄버거 먹으러 가는 게 공돌이고, ‘화 안 났어?’ 물었을 때 여자가 ‘화 안 났어. 괜찮아….’라고 하면 ‘화 안 났구나. 괜찮구나.’ 하는 게 공돌이고, 여자가 ‘나 그냥 집에 갈래….’라고 하면 ‘집에 갈 거야? 잘 가!’ 하는 게 공돌이다.
신림동 캐리: 내가 공대생과 사귀며 겪었던 많은 시대와의 불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송창규: 한마디로 개발자는 여자 사람과 프로토콜 미스매치 에러가 잘 난다.
신림동 캐리: 왜 그럴까?
송창규: 난 오랜 블랙박스 디버깅을 통해 사회화가 그나마 되긴 했지만, 여전히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건 좀 불편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편하다. 다른 개발자도 그럴 거다. 현상이 있으면 이유와 원인을 알아야 하고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게 공돌이다 보니 ‘왜 그렇게 되는데?’와 ‘그건 그게 아니라….’로 얘기를 하다 보면 여자 사람의 ‘그래서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에 불을 붙이기 쉽다.
신림동 캐리: 맞아. 공돌이와 사귀면서 돌려 말하면 안 된다. 괜찮다고 하면 진짜 괜찮은 줄 알거든!
송창규: 난 눈물이 참 없는 사람인데 과거에 삽질한 기억들이 떠올라서 갑자기 눈물이 나네. 그래도 공돌이가 참 착하고 편리하고 좋아요. 여자 사람님들, 원석 같은 숨은 공돌이를 잘 발굴하세요!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요즘 제가 모태솔로였던 공돌이를 사귀고 있는데요.
송창규: 오, 축하드린다.
신림동 캐리: 축하할 일이 아니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지?

말하자면 공대생을 사귀는 건 이런 기분입니다.

신림동 캐리: 아, 그러고 보면 아까 말한 H오빠 말이다. 왜 내가 차였는데 H오빠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지? 굳이 말하자면 불쌍한 건 나잖아! 그리고 H오빠와 나는 오히려 지금도 잘 지낸다고!
송창규: 그래도 주변 사람들 입장에선 헤어지면 다 그런 거지.
신림동 캐리: 헤어지면 다 쌍년, 쌍놈이라지만 그래도 내가 모태솔로 하나 구원했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신림동 캐리: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송창규: simplenotedropbox 정도?
신림동 캐리: 역시 드롭박스는 사랑이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을 든다면?
송창규: 요새 읽은 책 중에는 인상적인 게 없는 편이고, 개발에 관해서 읽은 것들 중에선 ‘rust‘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기술하는 데 있어서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뻔한 내용을 일일이 기술하지 않아도 되고, 실수하기 쉽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안정성을 수준별로 담보할 수 있고, 그러면서 성능을 크게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 지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Haskell STM을 보면서 그 가능성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Haskell과는 조금 다르지만, rust 또한 그런 방향성과 철학을 잘 발전시키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프로그래머가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기술하게 하는 덴 아직 부족한 것 같지만.

신림동 캐리: 밤을 새워야 한다면 커피가 좋은가, 에너지 드링크가 좋은가?
송창규: 둘 다 좋다. 하지만 새벽에는 커피전문점이 문을 닫으므로 에너지 드링크를 더 마시게 된다.
신림동 캐리: 소문에 의하면 송창규님의 인생에서 콜라를 빼놓을 수 없다던데? 물 대신 콜라를 마신다던데?
송창규: 콜라를 많이 좋아한다. 회사에서도 책상을 온통 콜라가 뒤덮고 있다.

신림동 캐리: 송창규에게 콜라란?
송창규: 넥타(신의 음료)!
신림동 캐리: 그 정도인가?
송창규: 제일 좋아하는 음료긴 하지만 요새는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 물론 내 기준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콜라를 좋아한다고 외국 나갔다오는 지인들이 외국 콜라를 사다 주는 게 모이다 보니 나라별 콜라 콜렉션이 생겼다. 사우디아라비아, 남아메리카공화국, 유기농 콜라, 장 폴 고띠에 한정판, 콜렉션 립밤까지 있다. 작년에는 친구들이 콜라를 담아둘 전용 냉장고와 콜라 네 박스를 사줬다.
신림동 캐리: 콜라를 보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되셨군.
송창규: 그렇다. 이제는 주위 사람들이 콜라만 보면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신림동 캐리: 구여친들 불쌍하다. 콜라만 보면 화날 거 아니야.

신림동 캐리: 이 정도면 콜라 성애자 아닌가?
송창규: 부정할 수가 없군.

신림동 캐리: 저 콜라 그림이 들어있는 시계는 뭔가?
송창규: 스마트폰이랑 연결되는 ‘pebble‘이라는 스마트워치다. 전화나 문자 알림은 물론 Nike+ Running이나 만보기, 손목 네비게이션, 폰카 셔터 기능, 홈오토메이션으로 집안 전등이나 문 조작도 가능하다. 페북 댓글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화기를 꺼내보지 않고 확인해도 되는 게 정말 편하다.
신림동 캐리: 오오, 신기하다!
송창규: 킥스타터에 처음 소개됐을 때 뽐뿌가 왔다가 한글 지원이 안 된다고 해서 뽐뿌신이 물러가셨는데, 최근 뒷자리에 있는 하재승이란 친구가 ARM 계열로 된 펌웨어를 디스어셈블해서 코딱지만한 메모리에 조합형 한글을 우겨 넣는 한스타같은 짓을 해줬다. 한글을 지원하는 핵펌 덕분에 마음 놓고 질렀다. 새 SDK가 뜨면 지하철/버스 도착 정보가 뜨는 앱을 개발해보려 한다.

신림동 캐리: 카페인 하니까 말인데, 마감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일해봤다 하는 에피소드 있나?
송창규: 빅샷이라는 게임을 2년여간 개발하다 처음 클로즈드 베타를 열 때였다. 처음으로 수많은 유저를 받아본 멀티쓰레디드 서버가 오픈하자마자 마구 터져나가서 잠도 못 자고 밤샜다. 크래시하면 덤프 확인하고 수정하고 빌드해서 디플로이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신림동 캐리: 개발팀은 죽을 맛이었겠다.
송창규: 그러다가 나중엔 아예 IDC 서버에 비주얼 스튜디오를 깔아서 Edit and Continue를 켠 디버그 모드로 실행했다. 당시 유저들은 서버가 시도때도없이 죽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안정되다 가끔 한 번씩 5~20초간 서버응답이 없는 현상을 겪으며 “응? 렉이 좀 있네?” 했을 거다. P2P 라서 게임플레이는 멈추지 않았으니까. 그때 개발팀 한켠에는 “서버 Access violation 떴다! 빨리 고쳐! 유저 떨어져 나가기 전에!”라고 외치며 신의 손놀림으로 5초~10초 만에 스택 프레임을 돌려가며 Null checking/예외조건 처리를 코딩해 넣은 뒤에 Edit and Continue 신공을 하는 피폐한 나와 또 한 명의 서버개발자가 있었다. 그땐 정말 힘들었지.

신림동 캐리: 한스타가 그야말로 피씨방마다 다 깔리던 시절이 있었다. 블리자드에선 반응 없었나?
송창규: 아, 있었다. 심지어 메일도 왔다!

송창규님이 말씀하시는 한스타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는 송창규-개발=0이라 쓰고 평생 개발자라고 읽는다, 송창규 1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