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큰 학교를 꿈꾸는 TNT Crowd

로켓펀치 기업 인터뷰는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돈을 받는 거냐, 조민희 사장님과 친해야 하는 거냐, 신림동 캐리에게 뇌물을 주고 부탁하면 되느냐 등등요. 정답은 그냥 ‘신림동 캐리 마음대로’입니다. 1회였던 레진코믹스는 레진님과 친분이 있어서 그냥 사무실 구경할 겸 갔었고요. 2회였던 가든하다는 로켓펀치 채용공고를 훑어보다가 홈페이지가 예쁘길래 무작정 ‘저희랑 인터뷰하실래요?’라고 들이댔죠.

이번 TNT Crowd는 주변의 추천으로 성사된 인터뷰였습니다. 사업 아이템이 독특하고 사장님의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평가가 있었죠. 실제로 가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상재: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대표님은 어디 계시죠?
이상재: 지금 종로에서 미팅하고 택시로 오고 있다고 하네요. 곧 올 거예요.

그렇게 신림동 캐리는 40분을 기다렸습니다.

나 집에 갈 거야! 성질 뻗쳐서!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 뻔했습니다만, 카드값을 떠올리며 참아봅니다.

이상재: 평소에 페이스북 잘 보고 있어요. 캐리님 팬이에요.
신림동 캐리: 그럼 좋아요 누르거나 덧글이라도 다셨어야죠. 말로만 팬인가요?
이상재: 다 달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필요 없어!
40분이 흐르고 박태영 TNT Crowd 대표님이 숨을 헐떡이며 오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박태영: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멱살 한 번 잡아도 되나?
박태영: 대신 밥을 사면 안 되나?

신림동 캐리는 분노를 가라앉혔습니다. 맛있는 것을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 람이니까요. 아무튼 간단하게 TNT Crowd를 설명하자면 2012년 8월에 꿈을 가진 젊은이 다섯명이 시작하여 전국실전창업리그에서 1,600팀 중 4위를 하고 성공적인 시드 펀딩과 상당한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유치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로켓펀치에 써놓으셨습니다. 2013년 6월에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오픈마켓형 온라인 교육 중개 플랫폼 ‘러니웨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매출과 트래픽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사전 조사로 박태영 대표님 페이스북을 훑어보니 ‘올해는 유명해지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써놓으셨더라.
박태영: 아, 그걸 보실 줄은 몰랐는데….
신림동 캐리: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런 건 일기장에 써라.
박태영: 다음부터 주의하겠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갑자기 유명해지고 싶다는 건가?
박태영: 예전에는 내가 일만 잘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서비스를 키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러니웨어 서비스가 꾸준히 성장하고 최근에 점차 안정세에 접어드는 중이다. 그런데도 밖에 나가면 TNT Crowd는 물론 러니웨어라는 이름도 생소해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며 ‘아, 이게 아닌데?’하고 이제는 좀 더 이름을 알리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말인데 신림동 캐리님께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 수 있는가?
신림동 캐리: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보통 서울대 나와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면 최근 기준으로는 이두희, 강의석 그리고 이정희 정도가 있지 않나?
박태영: 이두희, 강의석, 이정희….
신림동 캐리: 왜, 셋 다 유명하잖아….

저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박태영 대표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TED라든가 UDACITY라든가 COURSERA라든가 미국에서부터 트렌드가 전파되어 이제 한국에서도 여러 유형의 지식 공유 서비스의 플랫폼이 나오고 있다. 러니웨어만의 차별성은 뭐가 있는가?
박태영: 여러 가지가 있다.
신림동 캐리: 여러 가지가 있겠지.
박태영: 첫 번째는 콘텐츠 다양성이다. 러니웨어는 국내에서 개수로 최다 강좌를 보유하고 있다. 자격증이나 입시부터 시작해 플로리스트와 댄스 특강까지 있을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강좌와 비교하면 콘텐츠가 시간에 따라 소진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강사의 사용 편의성이다. 기존의 서비스와 달리 러니웨어는 강사가 강의를 제작부터 등록, 유통, 수익 분배까지 다 관여한다. 러니웨어는 전 과정을 완성도 높게 자동화함으로써 강사의 온라인 진출 초기 장벽 진입을 아주 낮추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개별 브랜딩이 가능토록 ‘아카데미 기능’을 지원하거나 태블릿을 이용하여 집에서 혼자 강의를 찍을 수 있는 ‘강의 제작툴’ 등을 제공한다.
신림동 캐리: 아까 위층에 보니 스튜디오가 있던데 일반인도 사용 가능한가?

박태영: 물론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끊임없는 기술적, 기능적 진화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 플랫폼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Next Step에 대해 확실한 그림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니웨어의 경우 수준급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형태를 넘어선 러니웨어 2.0과 3.0을 준비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어떤 건가?
박태영: 자세한 건 기밀이다.
신림동 캐리: 허세 부리는 걸로 알겠다.
박태영: 아니다. 정말 있다.

투명 드래곤 같은 러니웨어지만 믿어줍시다.

왼쪽부터 이상재 마케팅 담당, 김다훈 CTO, 박태영 CEO, 주현탁 개발자

신림동 캐리: 최근 러니웨어의 수강생 추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다는데 어떤 홍보와 마케팅을 하고 계신지?
박태영: 유료 강좌를 무료로 맛보기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 이후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러니웨어 콘텐츠의 우수성과 다양성이 소문났는지 급격하게 가입자가 증가하더라.
신림동 캐리: 무료 이벤트인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효과를 봤다는 건가?
박태영: 그렇다. 러니웨어는 처음 결제한 회원이 다른 강좌도 결제하여 수강하는 확률이 70%가 넘어갈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신림동 캐리: 70%라니 정말 엄청난데? 그럼 ‘내가 들어도 이 강의는 진짜 알차다!’하고 박태영 대표님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강의는?
박태영: 모니터링한다는 명목으로 재밌게 보고 있는 강좌가 무척 많은데,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동양 고전 읽기’ 강좌를 추천한다. 요즘 동양 고전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는 건 아실 거다. 하지만 논어부터 입문해 무작정 시작하면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함의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근데 이 강의로 들으면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동양 철학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애견훈련, 댄스, 스노우보딩, 어도비 툴 강좌 등이 흥미롭고 완성도도 높다.

신림동 캐리: 아, 여기서 제일 궁금한 게… 강사 모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박태영: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가 직접 찾았다. 서점에서 책을 뒤지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거나 해서 무작정 연락을 드렸었다. 100명에게 연락해 실제 강좌 업로드까지 연결된 경우는 1~2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 수강생이 1만 명을 넘어가면서 먼저 연락 주시는 강사나 학원이 많이 늘었고, 저희가 먼저 컨택하더라도 승낙받을 확률이 매우 커졌다. 러니웨어는 강사에게 수익의 70%를 분배하기 때문에 20% 이하인 기존 퍼블리셔에 비해 세 배 이상 금액이 큰 것도 큰 메리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70%나 드리고 나면 회사는 뭐 먹고 사나?
박태영: 그래서 내 월급이….

신림동 캐리: TNT Crowd는 출퇴근하기 힘든 사원을 위한 회사 숙소가 있다고 들었다. 전자기기 생산 공장도 아니고 스타트업계에서는 무척 드문 일이지 않나?
박태영: 처음에 친한 친구들과 동업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지인을 알음알음 영입했기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신림동 캐리: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업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 계속 보는 게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숙소 생활의 장단점은?
박태영: 숙소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가 오랜 시간을 보내니 생각을 맞추고 토론을 하고 업무와 일상을 서로 업데이트하는 데 매우 도움된다. 또한 숙소가 회사에서 1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야근하게 되더라도 출퇴근의 부담이 적다. 숙소의 단점이라면 일반적인 공동생활의 단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럿이서 살다 보니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워낙 가깝다 보니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랄까.
신림동 캐리: 사장님과 같이 사는 게 단점이라고 왜 아무도 말을 못 해!

저희는 숙소 생활이 만족스러워요. 정말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신림동 캐리: 아까 보니 회사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시던데?
박태영: 개 한 마리와 고양이 다섯 마리다.
신림동 캐리: 여기가 무슨 동물농장도 아니고… 어쩌다?
박태영: 예전에 대전 창업진흥원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근데 그 근처 애견카페에 푸들 한 마리가 있었는데 다른 강아지에 비해 나이가 많다 보니 몸집도 크고 귀염성도 덜한 거다. 그래서 더 안 팔리고…. 그 푸들의 간절한 눈빛이 왠지 잊히지 않아 결국 내가 데리고 왔다.


신림동 캐리: 무심한 듯 시크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이 많으시군.
박태영: 그냥 얼굴이 이렇게 생긴 것뿐이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 고양이의 경우는 길고양이들을 주워오게 됐다. 사무실에서 동물을 키우니 분위기가 정겨워지고 좋다. 단점이라면 조금 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겠지?

동물이 많아 정겨운 TNT Crowd 사무실의 모습입니다. 근데 푸들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네요.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표정입니다.

신림동 캐리: 베란다에 이상한 게 있던데 그건 뭔가?
박태영: 선베드다.
신림동 캐리: 뭐하는 용도인가?
박태영: 바람도 쐬고 태닝도 하고 그런다.
신림동 캐리: 맞은편 오피스텔에 민망하지 않나?
박태영: 가을까지만 해도 파라솔이 있었는데….
신림동 캐리: 있었는데?
박태영: 바람에 날아갔다….
신림동 캐리: 알았다….
박태영: 얼마 전에 투자자분이 오셔서 술을 드시고 저기서 주무시다가 동사하실 뻔하기도….

사연이 많은 선베드입니다.
신림동 캐리: 또 페이스북에서 본 건데, 올해 놀랄만한 제휴를 하실 계획이라고 자랑해놓으셨더라.
박태영: 레알이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사업 기밀이겠지만 간략히라도 좀 알려달라.
박태영: 일단 교육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사용자가 모여있기 힘든 성격이다. 그래서 사용자층을 크게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러니웨어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콘텐츠 면에서 유명인사를 모셔오는 작업을 계획 중이고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강연회사 합동으로 전국 투어를 준비 중에 있어 2014년에는 러니웨어가 크게 주목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신림동 캐리: 2014년 러니웨어의 비전은 뭔가?
박태영: 2014년은 러니웨어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교육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한국은 그 중에서도 현재 교육시스템에 대해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 나라다.
신림동 캐리: 오바마도 본받으려는 한국 교육인데… 물론 농담이다.
박태영: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고 그 다음이 교수자인데,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실질적 교육은 거대 자본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나는 이 사실에 질문을 던지고 러니웨어라는 하나의 솔루션뿐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한 해를 보내려고 한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면서 유명해질 좀 계획은 잡히셨나?
박태영: 믿기지 않겠지만 제가 그럭저럭 품위있고 고상한 편이다.
신림동 캐리: 말씀대로 믿기지 않는군.
박태영: 아무튼 그래서 화끈하게 유명해질만한 일은 찾지 못하겠고, 교육업체 종사자답게 대중이 많이 모이는 강연에 나가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 가수 바다씨와 함께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계획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머물고 있는데, 아무튼 올해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으로서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다.
신림동 캐리: 이두희, 강의석, 이정희보다 더 유명해지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