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3호 1

이 인터뷰는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3호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편이라 생겼던 황당한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해주세요.
여자 3호: 결혼하고 맞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였어요. 여느 신혼부부처럼 저희도 사람 많고 정신없는 바깥보다는 신혼집에서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죠. 음식을 준비하고 양초 켜고 와인잔을 세팅하고 여기까지는 평범했어요. 근데 와인을 마시면서 보려고 영화를 다운로드 받았는데요. 다운로드하는 몇 분 동안 잠깐 휴대폰으로 게임을 했어요. 근데 정신 차려보니 새벽 2시더라고요. 결국 그때 받은 영화는 아직도 못 보고 있어요.

여자 3호의 남편분은 국내 굴지의 게임 스타트업 회사 개발자이십니다. 신상 정보는 여기까지!

신림동 캐리: 개발자 남편과는 어떤 부분 때문에 많이 싸우세요?
여자 3호: 제 남편은 어떤 결정에도 논리와 근거가 타당해야 납득하는 것 같아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이과 남자는 논리와 근거로 움직여요. 특히 명분에 약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자 3호: 부부 사이의 문제에 있어 본인이 납득하면 쉽게 승낙하는데,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면 끝까지 파고들어서 따져요. 평소엔 둘 사이에 거의 트러블이 없는데 가끔 의견이 서로 달라 다투게 되면 아주 끝까지 가요.
신림동 캐리: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만약에 예를 들어서 제가 가방을 사겠다고 하면 ‘가방이 있는데 왜 또 사?’라고 하거든요. 그때 ‘그 가방은 예쁘니까 사고 싶어.’라고 하면 말리죠. 하지만 ‘여행을 가야 하는데 적당한 사이즈의 가방이 없어. 게다가 그 가방은 방수 처리가 되어 있어서 우기인 그 지역에서도 내 물건을 지켜줘.’라고 하면 넘어가요.
여자 3호: 그쵸. 개발자가 모든 일에 논리와 근거를 들이대는 건 ActiveX와 익스플로러를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신림동 캐리: 그런 주제에 자긴 필요없는 물건을 뽐뿌에서 막 충동구매하면서!

신림동 캐리: 근데 여자 입장에서 남자 개발자가 연애 대상으로 좋은 점이 있을까요?
여자 3호: 딱히….
신림동 캐리: 굳이 찾으면요?
여자 3호: 내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
신림동 캐리: 그건 아예 안 사귀면 더 많잖아요!
여자 3호: 아, 코딩과 덕질의 대상 외에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것 정도네요.
신림동 캐리: 그러면 왜 남자 개발자가 연애를 못 한다고 생각하세요?
여자 3호: 코딩과 덕질의 대상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영원히 고통받는 개발자의 연애입니다.

신림동 캐리: 아무튼 그래서인지 개발자는 직업 성비로나 주변 환경으로나 본인 성격으로나 연애하기 어려운가봐요.
여자 3호: 제 주변만 봐도 연애가 쉽지는 않아보이더라고요.
신림동 캐리: 결혼한 위너 입장에서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에게 연애 조언을 해준다면?
여자 3호: 무엇보다도 여자친구를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여자 3호: 자주 못 본다고 해서 외로운 게 아니고 주구장창 붙어 있다고 해서 안 외로운 게 아니거든요.

여자 3호가 가르쳐주는 이렇게 하면 당신의 여자친구가 덜 외롭다!

1. 우선순위가 높다고 느끼게 해주세요. 데이트하다 회사에 불려가더라도, 약속 있었는데 붙잡혀 야근하더라도, 실제로 물리적인 우선순위는 일이 훨씬 높더라도, 마음의 우선순위는 여자친구가 0순위라고 느낄 수 있게 말해주세요.

2. 그걸 여자친구에게 표현하세요. 표현해서 이해시키세요. 나는 너를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네가 나한테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고 말하세요.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고도요. 그걸 잘 표현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마음을 말로 전달하지 않으면 상대는 절대 알지 못해요. 다시 말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3. 표현하고 또 표현하세요. 표현이 주는 감동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아요.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갱신해줘야 해요. 뭐가 이렇게 번거롭나 하실 텐데 꼭 닭살 돋는 애정표현을 하라는 게 아니고요. 담배 피우러 나갈 때, 화장실 갈 때, 틈틈이 문자나 전화 한 통씩이라도 넣으면 돼요. 일상 속에서 사소하게 하는 것들이 상대방에겐 큰 의미를 가집니다. 물론 닭살 돋는 표현은 더더욱 좋죠.

4.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여자친구의 말에 공감을 많이 해주세요. 상대방의 마음으로 많이 생각해보세요. 본인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선 가능할 수 있어요. 머리론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마음으론 가능할 수 있죠. 연애는 수학 문제가 아니라서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해 주세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건 내 마음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거예요.

신림동 캐리: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네요. 물론 살은 되면 안 돼.
여자 3호: 저는 예전에 신림동 캐리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너의 계산에는 마음이 없어!’ 짤방을 정말 좋아해요.

신림동 캐리: 이 짤방 말인가요?

여자 3호: 네, 대부분의 세상살이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잖아요. 근데 왜 연애에 논리를 갖다 대나요.

신림동 캐리: 그러니까 개발자 여러분은 ‘논리야 놀자’를 멀리하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가까이하세요.

여자 3호: 제가 개발자를 옆에서 보며 느끼는 게 본인이 흥미 있는 것과 아닌 것에 대한 차이가 좀 극단적인 편이라는 거예요.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타인이 같이 좋아해주고, 내가 싫어하는 것을 같이 싫어해주는 걸 원하거든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오죠.
여자 3호: 그러니까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남자친구가 관심 없을 때, ‘이 남자는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나 보다.’하고 오해할 수 있어요. 비싼 선물요? 당연히 좋아하죠.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성의에요. 명품백을 사주는 것보다 이쪽의 가성비가 훨씬 좋습니다.
신림동 캐리: 저도 어릴 때 한참 연상의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는데 잘 나가는 직업군이고 늘 바빴어요. 본인도 그게 미안했는지 계속 만날 때마다 고가의 선물을 떠안기더라고요. 특히 금붙이를요. 근데 아무리 그렇게 해줘도 1주일에 세 시간 만날까 말까 하고 전화도 잘 안 받고 기념일은 얼굴도 볼 수 없으니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래서 헤어졌어요.
여자 3호: 맞아요. 대부분 여자는 선물보다 마음을 중요시하죠.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에요. 근데 헤어지고 그 금붙이 어떻게 하셨어요?
신림동 캐리: 팔아서 쇠고기 사먹었어요.

신림동 캐리: 결론적으로 개발자와 사는 건 어떤가요?
여자 3호: 제가 다른 남자와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주변 유부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는 다 똑같아요. 남자는 애 아니면 개라고 하죠. 그래도 개발자는 확률적으로 개보다 애가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 이게 개발자와 연애하면 좋은 점이네요! 유레카!
신림동 캐리: 그렇죠. 남자가 개 같으면 곤란하거든요. 하지만 개보다 못해도 곤란하고 개보다 더해도 곤란하죠.

신림동 캐리: 마지막으로, 개발자와 사귀고 싶다거나 사귀는 여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여자 3호: 개발자 남자에게는 절대 돌려서 말하지 마세요. 대놓고 말해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게 개발자의 특성입니다. ‘둘러서 말했지만, 이 정도로 티 냈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챘겠지?’하고 여기시면 분명히 낭패를 봅니다.
신림동 캐리: 맞아요. 개발자에게는 돌직구를 날리세요!

신림동 캐리가 알려주는 개발자 남자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하세요.

니가 그렇게 잘났니?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X)
너 못생겼어. (O)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X)
한 번만 더 이러면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O)

여자 3호: 개발자는 코딩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그러니 개발자와 사귀려면 많이 이해하고 노력해야 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가르치면 배우는 속도가 빠를 거예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키우는 보람이 있죠.
여자 3호: 연애는 문과생이랑 하더라도, 결혼은 공돌이랑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왕 노력해서 키워놨으면, 남 좋은 일 시키지 말고 직접 거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자 3호의 이과남 편애는 본 사이트의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3호 0

안녕하세요.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3호입니다. 12월 한정으로 한다더니 왜 1월에도 하냐고요? ‘개발자와 연애하기 힘들어요.’라는 제보가 너무 많이 와서입니다. 개발자와 연애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개친연을 더 연재할 계획입니다. 개친연을 재미있게 읽고 계신 분은 기쁘시겠지만, 저는 스타트업 인터뷰와 개발자 인터뷰를 동시에 해야 해니까 좀 힘드네요. 제가 이렇게 힘든 걸 프라이스톤스 사장님은 알아주실까요?

개발자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개친연은 계속되죠. 아무튼 개친연 3호 카와이이하게 시작할게요.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여자 3호: 안녕하세요. 저는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기획자고요. 제 남편은 게임회사 개발자입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개발자 부부 다음으로 귀하다는 기획자-개발자 부부시군요!

레어템이다!

신림동 캐리: 남편분은 언제, 어디서 만났셨어요?
여자 3호: 회사 직원분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어요.
신림동 캐리: 그럼 처음부터 개발자라는 건 알고 만나셨겠네요.
여자 3호: 네, 주선자를 통해 기본적인 정보는 다 듣고 만났어요.
신림동 캐리: 소개팅은 어땠나요?
여자 3호: 일단 대화가 잘 통해서 좋았어요. 아무래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처음 만나도 공통의 화젯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죠. 제 주변에선 IT업계에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도 잘 모르거든요.
신림동 캐리: 소개팅은 남자가 말하고 여자는 웃으면서 ‘아, 그러시구나.’라거나 ‘정말 대단하세요.’라고 맞장구 쳐줘야 잘 된다던데….

역시 될 사람은 어떻게 해도 잘 되는 겁니다.
여자 3호: 그리고 저희 집 공돌이는 일반적인 개발자와 좀 달랐어요. 제가 예전부터 ‘내 이상형은 감성적인 공돌이야!’라고 말하고 다녔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니가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라거나 ‘넌 안될 거야. 아마….’하고 비웃곤 했어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저도 수학 잘하는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하면 미친 여자 취급 받아요!
여자 3호: 이과남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전국의 이과 출신 여러분 희망을 가지십시오. 공대 페티쉬는 뜻밖에 흔한 취향입니다.

여자 3호: 아무튼 근데 이 소개팅에 나온 개발자가 여느 공돌이들이랑은 좀 다른 거예요. 일단 헐렁한 체크 남방이 아니라 몸매가 드러나는 흰 티셔츠를 입었고요.
신림동 캐리: 그래, 체크 남방 입지 마!
여자 3호: 바람막이 등산복이 아니라 캐주얼한 재킷을 입고 나왔죠.
신림동 캐리: 전 바람막이랑 백팩 조합 되게 좋아하는데….
여자 3호: 전 싫어해요. 아무튼 그래서 스타일에선 일단 합격점이었죠. 게다가 인디 음악을 즐겨듣고 이소라를 좋아한다는 감수성 넘치는 부분에 가산점!
신림동 캐리: 실제로 즐겨 듣는 음악이 Baba Yetu라고 해도 소개팅 나가선 제프 베넷이나 어반 자카파라고 해야죠.

근데 TOY는 안돼요. 찌질한 구남친st이거든요.

여자 3호: 무엇보다도 맘에 들었던 건 그동안 너무 일만 하고 살았다며 앞으로 일은 적당히 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겠다는 선언이었죠. 제가 그 말에 속아서 만났는데….
신림동 캐리: 그런 말 믿으면 안 돼요!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다 워커 홀릭에 매저키스트예요! 힘들다 힘들다 앓는 소리 하면서 버그 해결하면 막 코르가즘 느끼고!

아, 너무 격분했네요. 릴렉스하겠습니다.

여자 3호: 그렇게 소개팅으로 시작해 몇 번 만나다 보니 공돌이답잖게 애교도 많고 센스도 있었어요.
신림동 캐리: 공돌이가 애교와 센스를 갖췄다니 흔치 않은 능력치네요.
여자 3호: 연애 초기의 일인데요. 토요일 아침에 영화를 보기로 했어요. 영화관 앞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남자가 조금 늦는 거예요. 약간 괘씸했죠. 근데 멀리서 걸어오는 남자의 손에 커피가 들려 있었어요. 아침이라 모닝커피를 샀는데 뭘 좋아할지 몰라서 두 개를 샀다고, 아메리카노랑 카푸치노 둘 중에 고르라는 거예요. 사실은 일찍 나왔는데 커피를 미리 사놓으면 식을까 시간 맞춰 사느라 늦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고요. 그때 완전히 감동 받았죠. 이 남자는 내가 찾던 감성적인 공돌이다!
신림동 캐리: 저까지 막 눈물 나려고 그래요. 거기 티슈 좀 뽑아주세요.
여자 3호: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런 센스는 찾을 수가 없었죠…. 인제 와서 그 센스 어디 갔냐고 물으면 그때 다 넘쳐서 없어졌다고….

신림동 캐리: 개발자와 연애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있으신가요?
여자 3호: 저희 집 공돌이는 일하면 연락이 잘 안 돼요.
신림동 캐리: 개발자가 그렇죠.
여자 3호: 연애 초기엔 문자에 재깍 재깍 답장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10개 보내면 1~2개 답장하더라고요. 여러 개 보내면 한꺼 번에 건성으로 읽고 몇 개는 빼먹고 읽어서 몇 개는 답이 없기도 하고요. 처음엔 ‘뭔가 바쁜 일이 있겠지.’하고 넘어갔는데, 그런 바쁜 일이 몇 달째 계속되는 거예요.
신림동 캐리: 인생은 짧고 코딩은 기니까요.
여자 3호: 여자는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죠. 혹시 다른 여자와 있는 거 아닌가, 나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게 아닌가 그런 거요. 근데 또 전화하면 받아요. 정신없이 일하면서 건성으로 받죠.
신림동 캐리: 아무래도 코딩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죠.
여자 3호: 일 끝나면 제정신이 돌아와서 막 애정표현을 해요.
신림동 캐리: 맞아요. 개발자는 일할 때와 일을 안 할 때의 스위치 온오프가 확실한 직업 같아요. 그런 게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여자 3호: 한 번은 기념일이었는데 서버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것도 새벽에요. 언제 복구가 될지 몰라서 그날 일정 다 취소하고 저는 하염없이 기다렸죠. 밤까지 해결이 안 되는 거에요.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것 같길래 제가 먹을 것을 사서 회사에 갖다 주고 왔어요. 화가 나다가도 그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불쌍하고 그래요. 힘들 텐데 나까지 괴롭히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으로 참는 거죠.
신림동 캐리: 개발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아내시네요. 저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됩니다.
여자 3호: 저도 그래서 맨날 남편한테 ‘나 같은 여자가 세상에 어딨어? 응?’하고 수시로 교육하고 있어요.
신림동 캐리: 저도 개발자와 사귈 때 그렇게 ‘나 같은 여자는 없다. 넌 날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라고 무한히 세뇌하곤 했죠. 그러면 조용히 하라더군요.
여자 3호: 근데 개발자 남자는 왜 그런 거 싫어하죠?
신림동 캐리: 그러게요. 저도 자꾸 그러니까 답정너 같다고 하더라고요. ‘다 아니까 굳이 말 안 해도 된다.’라면서요.

신림동 캐리: 남편분께서 공대 농담을 하시나요?
여자 3호: 저희 집 공돌이는 공대 농담을 거의 안 해요. 근데 공대 농담만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을 잘 안 해요. 주로 저 혼자 떠들죠. 어떤 때는 벽에다 대고 얘기하고 있는 느낌도 들어요. 뭘 물어봐도 거의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모른다고 답하죠.
신림동 캐리: 맞아요! 뭘 물어봐도 반 이상의 대답이 ‘몰라.’예요. 그래서 왜 그렇게 성의 없게 대답하냐고 하면 모르겠는데 어쩌라고 그래요.
여자 3호: 제 남편도 제가 하는 질문에 80%는 ‘몰라.’예요.
신림동 캐리: 그럼 어떻게 하세요?
여자 3호: 그래서 그냥 제 맘대로 해요. 제 마음대로 집 꾸미고, 물건 사고, 메뉴 고르고, 여행 장소 정해요.
신림동 캐리: 아, 그런 해결 방법이 있구나….
여자 3호: 결혼생활에 대한 모든 걸 거의 제 맘대로 할 수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얘기하면 대부분 그러라고 해요.

신림동 캐리: 그럼 남편이 개발자라 좋은 점은요?
여자 3호: 제가 기획자라 업무 관련된 것을 남편에게 많이 물어봐요. 이런 기능은 구현이 가능하냐, 이런 건 구현이 어떻게 되는 거냐, 난이도가 어느 정도냐 그런 거요. 그런 걸 알고 있으면 개발자와 협업할 때 무척 도움이 되거든요.

신림동 캐리: 다른 남편과 개발자 남편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자 3호: 한집에 살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기 힘든 날이 많아요. 제가 잘 때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고 제가 출근할 때는 남편이 자고 있거든요.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늦게까지 일하고 가끔은 외박도 하고요.
신림동 캐리: 아까 소개팅할 때 남편분이 적당히 일하고 즐기며 살겠다고 하셨다지 않았어요?
여자 3호: 네, 그 말을 믿은 제가 바보였어요….
신림동 캐리: 그래도 연애할 때보다는 결혼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지 않나요? 아무래도 한집에 사니까요.
여자 3호: 그쵸. 그래도 요새는 12시 전에 들어와 집에서 일해요. 저희 집 공돌이가 침대에서 노트북으로 코딩하고 있으면 전 남편 팔뚝에 기대어 키보드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듭니다.
신림동 캐리: BGM으로 ‘섬집 아기’를 깔아줘야 할 것 같네요. 남편이 서버에 버그 따러 가면 아내는 홀로 남아 집을 보다가….

신림동 캐리: 부모님 세대에선 개발자라는 직업이 생소할 텐데 친정에선 사위가 개발자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은 업무를 이해하시나요?
여자 3호: 저희 부모님은 개발자가 뭐 하는 직업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저희 집 공돌이는 모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는데 처음에 결혼한다 했을 때 저희 아빠가 사업하는 놈이라며 불안해하셨어요. 그리고 지금도 사위 만나면 맨날 주식 이야기만 하세요.

신림동 캐리: 공대 출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꼭 ‘닭튀김 수렴공식‘으로 빠지는데요. 코딩하다 막혔을 때 동네 통닭집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면 알려주신다더라 그런 농담을 하곤 하죠.

이 레어템 부부의 이야기는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3호 1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