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 자신이 행복하다 느낄까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행복’이란 단어를 듣게 됩니다. 그 정도로 행복은 모두의 관심사죠. 언제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해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이 제각각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행복은 크게 보자면 ‘인정’과 ‘가치’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인정은 외부로부터 오는 행복이고 가치는 내가 느끼는 행복이라고 하죠. 이 둘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면 사람은 만족스럽고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직장이나 학교에서 보냅니다. 그렇기에 직업은 이 인정과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죠. 업무 환경이나 프로젝트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저 사람은 개발하고 있을 때 정말 행복해 보여.’
주변으로부터 행복한 개발자라 불리는 엔써즈의 이강산 님이 일하는 법을 살펴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이강산, D군
위치: 서울시 관악구
직업, 소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nswers Inc.
내 모바일 기기: 아이폰 4S
블로그: wiki.dgoon.net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강산: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예전부터 개발자에게 궁금했던 게 하나 있다.
이강산: 물어봐라.
신림동 캐리: IE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강산: 생각이 없다. 그 정도로 존재를 잊고 산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결제할 때는 IE창 쓰지 않나?
이강산: 아이폰만 있으면 인터넷뱅킹하기에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이로써 ‘개발자는 IE를 싫어한다.’는 내 편견이 더 굳어졌군.
이강산: 그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존재를 잊고 살 뿐이다.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이강산: 알프레드와 드랍존, Autossh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에버노트는 안 쓰나?
이강산: 아, 에버노트를 빼놓다니! 에버노트는 이미 분신과도 같아서 존재 자체를 망각한 것 같다. 일단 개인 스케쥴이건 회사 일이건 다 에버노트에 때려 넣는다. 이렇게 업무를 기록해놓으면 연말에 인사평가 받을 때 편하더라.
신림동 캐리: 주로 어디서 작업하나?
이강산: 주로 회사다. 아니면 낙성대역 ‘재쿠와 콩나무‘ 카페에 죽치고 있다. 주변의 왁자지껄한 화이트 노이즈가 집중도를 올려주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일하면서 음악은 안 듣는가?
이강산: 화이트 노이즈면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조용한 게 더 좋지 않나?
이강산: 적당한 소음을 더 선호해서 주변이 너무 조용할 때는 ‘rainymood‘라거나 홍대 카페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켜놓을 정도다. 중요한 건 주변이 시끄럽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이강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책상에 별거 없고 그냥 터미널에 키보드뿐이다.
신림동 캐리: 잠은 얼마만큼 자고 주로 언제 일하나?
이강산: 자는 시간은 대중없지만 대충 하루에 6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한 번에 몰아서 잔다기보다는 틈틈이 낮잠을 자서 피로를 푸는 편이다. 일하는 시간 역시 딱히 정해진 게 없다. 잘 되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는데 새벽에 아무래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주로 그때 일하게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하지 않을 때 하는 일은? ‘확산성 밀리언 아서’ 마니아시라고 들었다.
이강산: 확밀아는 접었다. 요즘은 주로 두 가지 덕질을 한다. 하나는 개인적인 취미 코딩을 하는 거고, 하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감상이다.
신림동 캐리: 진짜 코딩이 좋은가보다. 애니는 하루에 몇 쿨이나 보는가?
이강산: 몰아서 보는 타입이 아니고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본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좋아하는 애니는?
이강산: 안알랴줌.
그때 옆에서 ‘바케모노가타리!’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강산: 센죠가하라 히타기가 좋다.
신림동 캐리: 애니 좋아하시면 굿즈 같은 건 사나?
이강산: 2D는 모니터 속에 있을 때 의미가 있으므로 3D에는 관심 없다.
신림동 캐리: 그런데 여자친구는 있잖나.
이강산: 그럴 수도 있지.
신림동 캐리: 그럼 연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프라이스톤스 조민희 대표님이 ‘강산이 형은 종종 연애한다.’고 말씀하셨다.
이강산: 종종보다는 좀 더 자주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로서 연애의 어려움은 없나?
이강산: 직업이 개발자인 건 연애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는 야근이 많다거나 감정 전달 면에서 서툴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이강산: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야근이 거의 없다. 5년 전부터 해온 스터디 모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평일 저녁에도 종종 만난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 관련한 책은?
이강산: 스터디에서 <SICP> (Structure and Interpretation of Computer Programs / Harold Abelson, Gerald Jay Sussman, Julie Sussman 저 / MITPress)를 3년 동안 공부했다. 사람이 공부할 때 보통 계단식 학습 곡선을 따라가지 않나.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같은 업계에서 있는 선후배가 많은데 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비슷한 상황이나 한계에 부딪힌 경험이 있더라. 그런데 <SICP>를 읽으면서 ‘그 벽을 이런 방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세상에 이런 미친놈도 있구나’ 싶더라. 저런 경지가 있고 저기까지 가려면 이렇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준 책이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숫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본 기분이었다.
신림동 캐리: 이 책을 3년간 봤다고 하는데 그럼 몇 명이나 완수했는가?
이강산: 처음에 30명에서 시작해 결국 3명 남았다. ‘화요일 공부 모임’으로 바꿔 계속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 내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임이다.
신림동 캐리: 스터디 모임이 있는 화요일은 데이트를 잡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럼 여자친구와의 기념일보다 우선순위가 높은가?
이강산: 기념일이 있으면 하루 정도는 여자친구 먼저로 해야지.
신림동 캐리: 잠깐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단답형 질문을 하겠다.
이강산: 해봐라.
신림동 캐리: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시리즈 중에서?
이강산: 둘 다 별로고 닌텐도DS!
신림동 캐리: ‘내 인생의 게임’이라 부를만한 것이 있다면?
이강산: 파이널 판타지 3!
신림동 캐리: ‘내 인생의 히로인’은?
이강산: 그런 거 없다.
신림동 캐리: 거짓말인 거 다 안다. 그냥 말해라.
이강산: 호무라!
신림동 캐리: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 중에서는?
이강산: 커피! 더치 커피와 아메리카노!
신림동 캐리: 즐겨듣는 팟캐스트는?
이강산: 작년에 벤처야설, 요즘은 짬날 때마다 TED Talk 비디오 하나씩.
신림동 캐리: 호감이 가는 IT 회사는?
이강산: 내가 쓰는 툴을 만든 회사지. 일단은 드롭박스와 에버노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나도 남이 유용하게 쓸만한 툴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신림동 캐리: 그럼 구글이 없으면?
이강산: 없어도 된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 엔써즈는 이런 점이 좋다?
이강산: 출퇴근 시간이 딱히 없고 훌륭한 엔지니어가 많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이강산: dgoon.net의 도메인.
신림동 캐리: 하드웨어는 어떻게 갖추고 있나?
이강산: 회사가 24시간 돌아가는 서비스를 하다 보니 비상 상황을 대비해 언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노트북은 무거우니까 아이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신림동 캐리: 브라우저 플러그인은 어떤 걸 쓰고 있나? 혹은 다른 개발자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이강산: 순서대로 Imideo, Clearly, Vimium, SwitchSharp.
이미디오 빼고는 크롬 앱스토어에서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POSTMAN은 정말 최고다. 개발자라면 쓰세요. 두 번 쓰세요!
신림동 캐리: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이강산: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세트> (구종만 저, 인사이트)를 스터디에서 함께 읽고 있다.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이강산: 7이 두 개라서 77점. 너무 후한가?
신림동 캐리: 77점이면 C 학점이다.
이강산: 반올림하면 100점인데?
신림동 캐리: 그런 반올림이라니 사사오입이 좀 심한데!
이강산 님이 말하는 좋은 개발자의 조건과 포괄적인 개발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1‘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