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A 파트너스] 시제품 제작 ‘레인메이커’

시제품 제작 전문업체 찾을 땐 ‘캐파 파트너스’ 레인메이커
김성회 대표 “고객들 앞에선 대표 아닌 프로젝트 매니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 방울들. 그 사이 퍼지는 커피 향기는 꽤 치명적이다. (출처 : 셔터스톡)

1초에 한 방울씩. ‘똑, 똑’. 드립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초조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실. 하지만 서서히 퍼져가는 커피 향을 맡고 있노라면 ‘먼저 홀짝 마셔버릴까’하는 순간의 충동이 유혹한다. 고민하는 사이 또 몇 초가 지난다. 어느새 커피 방울들은 커피 한 잔을 채웠다. ‘이제 한 번 마셔볼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인고 끝에 마주한 커피의 빛깔이 심상치 않다. 어쩐지, 너무 연하다.

시제품 제작 전문업체 ‘레인메이커’의 김성회 대표는 어느날 아쉬운 커피 농도에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종이컵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직접 간이 ‘수제’ 드리퍼 제작에 나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역삼각형 모양이 아닌 바닥이 편평한 새로운 드리퍼가 개발(?)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커피 드리퍼의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보자. 1908년 독일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멜리타 벤츠는 양철통에 구멍을 낸 편평한 드리퍼를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밑 부분을 편평하게 만든 건 원두를 고르게 퍼뜨려서 커피 원액을 골고루 추출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진작에 편평한 드리퍼가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110여년 뒤 대한민국. 대략 한 세기 전의 멜리타 벤츠 여사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김성회 대표가 자체적으로 편평한 드리퍼 개발에 나섰다. 다른 사람의 시제품을 제작해주는 제조업자이면서 평소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하는 ‘메이커(Maker)’로서의 천성 때문이다. 지난 5일 부천의 레인메이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김성회 대표와의 일문일답.

 

유튜브 ‘레인메이커 TV’에서 종이컵에 구멍을 뚫어가며 드리퍼를 제작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유튜브 ‘레인메이커TV’ 캡처)

새로운 제품 만들며 겪는 고객의 고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 더 잘 압니다”

Q> 자체 제작도 하고 있다. 그런 점이 시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나

“일상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불편함들을 제품을 통해 해소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커피 드리퍼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데 역삼각형 모양의 기성품 드리퍼로는 커피가 덜 진하게 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바리스타의 문제일 수도 있었겠지만, 드리퍼의 구조상 윗부분에 쌓인 원두가 충분히 우려내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다가 아이디어가 떠올고, (그 자리에서) 종이컵을 자르고 구멍을 뚫어가며 새로운 드리퍼를 고안해냈다. 원두가 충분히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원두가 담기는 부분을 편평하게 하고, 물줄기도 고르게 퍼지며 떨어질 수 있도록 메쉬망을 만들었다.

제조의 세계에서는 직접 제품을 만들어봐야 알게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고객 분들이 겪는 고민들이 무엇인지를 안다. 제작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누구보다도 고객 분들과 공감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직접 만들면서 (고충을) 겪어봤기에 아는 것들이 있다. 레인메이커는 제품을 의뢰받은 제조업체지만 고객 분들 제품의 마케터를 자처해 시장조사까지 해가며, 최종 판매가 가능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충분히 상담하고 설득하는 작업까지 맡는다.

예를 들어 이미 6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기획한 고객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1개, 2개씩 기능을 추가하다보면 열 개, 스무 개가 금방이다. 기능이 추가될수록 완벽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제품이 복잡해지면 제품 단가는 높아지고 이것이 양산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제작자의 마음을 백 번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있다거나, 팔릴 만한 가격 수요 상한선 등을 고려한다면 제품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가짓 수로 제한하는 작업이 필수다. 공감을 바탕에 두지만 실질적인 생산, 제품 판매까지 함께 고민하며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

공작 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성회 대표. 기계 뒤로 잔여물이 수북하다. (이후 모든 사진=캐파)

Q> 직접 발로 뛰는 대표라고 들었다 

“대표를 맡고 있지만 항상 고객들에게는 ‘대표’가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책임감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사실 모든 제품에 대해 시장조사를 할 수는 없다. 제품이 흥미롭고, 고객 분들과 ‘케미’가 잘 맞는 때에는 나도 모르게 제품에 몰입하게 된다.

보통 제품을 만들 때 설계, 제작부터 어떤 재료로 만들지, 어떤 가공방식을 선택할지, 양산하게 되면 가격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 것인지까지 큰 그림을 먼저 그려 놓는다. 기획과 설계, 제작, 양산, 유통까지 제각각 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레인메이커에서는 최종적으로 양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구상해놓고 제작에 들어간다.”

Q> 양산까지 염두에 두면 정작 시제품 제작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꽤 걸렸지만, 노하우가 쌓이니 오히려 시간이 단축됐다. 한 번에 만들어지는 완제품은 없다는 게 제조업계의 정설 아닌가. 디자인 때문에 설계가 막혀 다시 디자인을 구상해야 하거나, 제작 과정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구조를 발견해 제품 설계로 회귀해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곤 하는데, 제품 디자인 단계부터 설계를 고려하고, 제품 구상부터 양산을 고민하면 공정 단계를 ‘역순’으로 회귀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목걸이형 살균기 제품을 2개월 만에 완제품 양산까지 완료했다.

레인메이커는 고객 분들이 그 제품을 양산하고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를 함께 고민하는 업체다.”

 

에어컨 동관 확관기(상)와 목걸이형 살균기(하).

제품에 대한 전문가는 ‘고객’···”고객 분들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아침 저녁으로 전화했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김성회 대표의 눈은 빛났다. 특히 제품에 대한 샘솟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놓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스토리를 말할 때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다면

“컬러테라피 스탠드가 기억에 남는다.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스탠드인데,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이 측정한 사용자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적절한 색깔의 불빛으로 스탠드를 밝혀주는 제품이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휴대폰과 스탠드가 블루투스로 연결됐을 때,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의 최신 정보가 곧바로 스탠드와 연동되어야 그 순간 사용자의 감정에 적절한 색깔의 불빛이 선택될 수 있었다. 블루투스의 연동 타이밍 문제, 자기장의 전파 방해 문제, 휴대폰과 스탠드의 거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이 문제들이 상당히 많았고 복잡했다.

원래 함께 일하던 개발자가 있었는데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개발자가 도망갔다”고 고객이 얘기하더라. 여러 업체를 전전하다 결국 레인메이커를 찾아왔다. 어떻게든 꿈을 이뤄드리고 싶었다. 제품 디자인부터 전장 파트까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초기 기획의 80% 정도를 달성하는 수준으로 완성품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객 분께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하더라. 너무 뿌듯했다.

Q> 회사명을 ‘레인메이커’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의미가 있다. 서양 문화권에서 레인메이커(rain maker)는 주술적인 의미로 비를 만들어주는 사람, 즉 주술사를 뜻한다고 한다. 자연현상을 인간이 컨트롤한다는 건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꿈 같은 일일 것이다.

모든 제조업체들은 하나하나가 레인메이커처럼, 현실에 없던 꿈과 아이디어들을 세상에 구현해내는 마법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제작자는 현실에 없던 새로운 꿈을꾸는 사람들이다. 레인메이커는 마치 주술사처럼 그 꿈들을 실현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꿈을 지키고 구현해내려면 고객의 제품이 내 제품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어야 한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작 기계, 최신 설비(MCT).(순서대로)

Q>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레인 메이커에서 고객과의 소통은 ‘상시체제’다. 충분히 듣는 것은 고객 분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반에는 일주일에 1~2번씩 정기적인 대면 미팅은 필수로 한다. 이후로는 제작과정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카톡, 전화, 줌 등 다양한 수단으로 소통한다. 이때 중요한 건 고객의 의견을 많이 듣고 이를 제작 과정에 실제로 반영하는 것이다.

한 번은 ‘자꾸 전화해서 귀찮게 하지 말라’는 고객도 있었다. 운동기구 제품 제작을 의뢰하셨는데,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씩 며칠을 전화했었다. 제품 아이디어를 스케치만 해오셔서 확인해야할 부분이 많았던 탓이다.

꼭 해결 방법을 몰라서 전화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의 주인은 제작자이고, 제작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야 만족하는 제품이 나온다. 고객 분들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생각을 확인할 수 없으니,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고, 결정하며 제작하는 과정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제품에 관한 한 전문가는 의뢰자, 고객이라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변함이 없다.”

Q> ‘제품에 대한 전문가는 결국 고객’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고객이 전문가라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레인메이커는 자체적으로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항상 새로운 제품을 고안할 때마다 해당 제품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일상 속에서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생각을 현실로 옮겨 놓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알아야’ 한다.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 공부의 밑그림을 그린 뒤에 유사한 제품군 레퍼런스를 파악해나간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수 차례 반복하면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고객 분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필라멘트 대신 황토 넣는 3D 프린터? 친환경 인공 어초 만들기 위해 프린터도 직접 제작

Q> 자체 제작의 경우 선호하는 제품 분야가 있나

“주력으로 만드는 제품군은 별도로 없다. 소형 가전부터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황토 인공 어초(3D프린팅), 에어컨 수리기사님들의 필수품인 동관 확관기(CNC)까지 환경과 공구, 가전을 넘나든다. 제품 스펙트럼이 넓다기보다 어떤 제품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황토 인공 어초 구조 모형. 모형 크기는 두 손바닥만한 사이즈지만 실물 크기는 4인용 테이블 크기에 이른다.

 

Q> 인공 어초는 어떤 제품인가

“인공 어초는 수조나 바다에 넣어 해초와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구조물을 말한다. 시멘트로 만드는 기존 인공 어초는 무겁기 때문에 바지선으로 옮겨서 바다 한 가운데서 떨어뜨린다. 만만치 않은 제작 비용엔 운반 비용도 한 몫 한다. 정확한 위치에 설치하기도 어렵고, 시멘트가 부식되면 환경 오염의 문제도 있다.

이러한 한계에 착안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비용효율적인 제품을 고안했다. 재료로 황토를 선택한 것도 황토는 부서져도 바닷속에서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멘트 인공 어초보다 훨씬 환경에 이로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했는데, 운반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립식으로 제작한 뒤 다이버들이 물 속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운반비용이 대폭 줄었고 당연히 설치 위치도 조정 가능해졌다.”

 

Q> 3D 프린팅에 황토를 사용할 수도 있나

“황토로 출력하는 3D 프린터를 자체 개발했다. 황토 인공 어초뿐 아니라, 정교한 3D 프린팅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형 3D 프린터도 만든 적이 있다. 정교한 제품 출력을 위해서는 노즐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LM가이드(직선 구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레일과 베어링 이송장치)의 성능이 중요한데, 중국 시장을 뒤져 7만원 수준의 부품을 사서 제작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프린터를 사용하면 3D 프린팅으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다듬지 않아도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팬톤 체어’ 사진 참고>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다이슨’이나 ‘발뮤다’ 같이 해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 브랜드를 갖고 싶다. 이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고민하고, 수없이 겪었던 수많은 실패들이 있었을 것이다. 레인메이커는 1년에 1개의 제품을 자체 개발하려는 목표가 있다. 직접 제품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고, 고객 분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려는 시도다.”

수없이 시도하고, 수없이 실패하면 또 수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객분들께도 그 믿음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스스로 꿈을 꿔봤기에 그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기업. 고객의 꿈을 자신의 꿈과 별개로 두지 않는 레인메이커의 ‘주술’은 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CAPA 스토리] 넷플릭스가 들려주는 3D프린터 뒷얘기

지난해 <오징어 게임> <지옥> 같은 국산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덕분에 제작사인 넷플릭스는 드라마 맛집으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열광하는 것은 비단 드라마때문만이 아닙니다. 마이클 조던의 선수 생활 일대기를 다룬 <라스트 댄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나의 문어선생님> 등 빼어난 다큐멘터리 때문에 넷플릭스를 구독한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보유한 다큐멘터리 리스트를 살펴보면 ‘이런 작품도 있었어’ 싶은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늘은 제조, 그 중에서도 3D 프린팅을 소재로 한 숨겨진 명작 다큐멘터리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전설을 만들다(Print the Legend)>란 작품입니다. 작품은 3D 프린터 제조업체 가운데서도 초기 3D 프린터의 대중화를 이끈 두 회사 메이커봇(MakerBot) [21세기 제조업 혁명-②] 제조의 디지털화, DIY를 ‘메이커스’로 참조 과 폼랩스(Formlabs)를 중심으로 3D 프린팅 산업의 변화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3D 프린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두 회사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영화는 지난 2014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다큐멘터리 장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 언급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판권을 사들이면서 지금은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습니다. 

공식 포스터 (출처: Print the Legend Official Presskit)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두 3D프린터 회사의 창업연대기

오픈소스의 명암··· 총기 제작 등 윤리적인 화두도 던져

<전설을 만들다>는 3D 프린팅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거라고 확신하는 두 회사의 창업 연대기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앞서 소개해드린 메이커봇과 폼랩스, 그 중에서도 주연은 이들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들입니다. 실제로 영화에는 메이커봇의 공동 창업자인 ‘브레 페티스’와 폼랩스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로보브스키’가 직접 출연해 창업 과정을 둘러싼 뒷얘기를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영화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성원간의 의견 충돌, 기술 특허를 둘러싸고 벌어진 법적 소송, 대기업의 인수합병 시도 등 복잡다단한 현실 속 갈등 요소들은 꾸며낸 이야기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3D 프린팅 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어떤 분야든,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영화는 3D 프린팅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누구든지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이 모이면서 성장이 가속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의족, 의수 등을 손쉽게 만들어 냄으로써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사례들도 소개됩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기반의 이같은 성장에는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악용하는 위험한 사례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3D 프린팅을 이용한 총기 제작 시도입니다. 

영화에는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코디 윌슨’이란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최초로 3D 프린터로 총기를 출력해 실제 발사에 성공한 뒤 해당 3D 도면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개한 인물입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을 모든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겠다며 오픈소스 총기 도면 공유 단체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를 설립합니다. 영화는 3D 프린팅 업계가 짐짓 모른 체하고 싶어하는 3D 프린팅과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를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2022년은 3D프린팅 대중화 원년?

실리콘 밸리의 지성으로 존경 받는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술은 초기에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기술에 대한 실망이 쏟아지다가 갑자기 돌파구가 마련돼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에 가장 급속도로 발전하게 될 기술은 ‘3D 프린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3D 프린터로 집을 만들거나 고기를 생산해낸다는 소식이 아직은 먼 나라 얘기처럼 화제성 뉴스로 다뤄졌지만, 이제는 이러한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실제 시장에서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과연 2022년은 3D 프린팅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파고드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3D 프린팅 기술은 실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요? 3D 프린팅 산업 대중화의 초기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전설을 만들다>에서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3D 프린팅을 비롯한 최고의 제조 전문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CAPA에 접속하세요!

[CAPA 스토리] CNC로 어디까지 만들어봤니?

‘딱딱한, 은빛의, 기계 부속품…’ CNC 공작기계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들입니다. 비단 CNC뿐만 아니라 각각의 제조 방식마다 연상되는 정형화된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특히 CNC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정교한 제품의 이미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CNC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크기’에 있어 CNC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CNC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크기는 어느 정도까지일까요. CNC가 만드는 크고 작은 세상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인셉션’의 멈추지 않는 팽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출처 : 셔터스톡)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주인공이 밟고 있던 땅이 갑자기 하늘로 연결되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3차원에 대한 상식이 깨집니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도로가 뒤집히던 당시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땅과 하늘이 연결되는 인셉션에 대한 ‘오마주’를 이후 헐리우드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땅과 맞닿은 하늘이 ‘강렬한’ 충격이었다면, 영화 속에서 잔잔한 충격을 안겨준 것은 단연 ‘팽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혼자 돌고 있던 팽이는 지금쯤 멈췄을까요? 흔들림 없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팽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합니다. 한 쪽으로 넘어지지 않으려면 정확한 대칭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정교하게 팽이를 가공하려면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CNC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CNC는 ‘컴퓨터 수치제어(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의 약자죠. 이름처럼 CNC 기계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제어합니다. 컴퓨터가 입력한 위치대로 정확하게 움직이면서 재료를 깎아냅니다. 이처럼 정확한 대칭을 이루도록 설계한 특수한 목적의 팽이를 만든다면 그 방법은 CNC가 제격일 겁니다.

팽이가 멈추지 않게 하려면 정교하게 대칭을 이루는 팽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출처 : 셔터스톡)

허용공차 지키려면 피드값을 줄여라

소형 제품은 대형 제품보다 가공 시 더 많은 주의를 요합니다. 세밀한 가공일수록 더 많은 정확성이 요구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기준도 보다 엄격해 집니다. 캐파(CAPA) 파트너로서 CNC 가공 등에 특화된 티어원의 정상신 기술이사는 “소형 제품을 제작할 때에는 반드시 ‘허용 공차’를 표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별히 정교함이 요구되는 제품이 아니라면 가공시 지켜야 오차범위인 공차(tolerance)를 별도로 표기하지 않습니다. 이때의 공차는 일반 공차라 하며, 보통 허용 범위는 0.05mm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세한 작업이 필요한 부분에는 별도로 ‘허용 공차’를 표시해 둡니다. 보통 일반 공차의 5분의 1 수준인 0.01mm 단위로 오차 범위를 기입합니다. 정상신 이사는 “허용 공차를 표기할 때 반드시 기준점을 잡아야 한다”며 기준점을 잡지 않으면 가공 작업 과정에서 임의로 기준점을 잡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제품이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3D 펜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보세요! (사진은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출처=셔터스톡)

티어원의 경우 3D 펜에 들어가는 크기 10mm 수준의 노즐 부품을 제작한 사례가 있습니다. 티어원에서 만든 제품 중 가장 작은 제품이라고 하는데요. 이 노즐은 3D 펜에서 필라멘트가 나오는 부분에 사용되는 부품이었습니다. 일반 볼펜으로 따지면 잉크를 가 나오기 위해 거쳐야하는 볼펜 끝 부분인 셈이죠. 노즐의 크기가 워낙 작아서 평소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구체적으로 공구가 움직이는 속도(피드값)를 줄이고 선반의 회전수를 조정하며 미세한 가공 작업을 했습니다.

제품의 소재나 크기에 따라 공구가 움직이는 속도나 선반 회전수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제품을 가공할 때 피드값은 100~150 정도, 회전수는 2000~3000rpm 수준입니다. 3D펜 노즐의 소재는 황동이었는데, 선반의 회전수는 3000rpm 정도로 유지하되 피드값을 80 수준까지 낮춰 제작했다고 합니다. 알루미늄과 다른 소재를 사용하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노즐을 정밀하게 가공하기 위해 피드값을 낮춰 조심스럽게 가공한 것이죠.

이처럼 크기가 작은 미세한 제품을 CNC로 가공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정상신 이사는 “선반이 돌아가는 속도를 느리게 설정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공해야 할 제품 크기 자체가 작다면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며 “업체마다 (얼마나 정교한 가공이 가능한 지는) 차이가 있지만 티어원에서는 아무리 작은 제품이라도 만들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CNC로 대형 선박을 만든다고?

‘Tamsen maritim’은 독일의 선박회사입니다. 회사의 기원을 따져보면 100년을 훌쩍 지난 지난 185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록적인 역사 외에도 이 회사는 여러 주목할 만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NC 가공으로 대형 고래의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선박 주형을 만든 것인데요. 아마도 CNC 가공으로 만든 제품 중에 크기로는 세계적인 순위에 들지 않을까 합니다.

대형 선박 주형을 만든 CNC 기계의 이름은 HSM-Modal입니다. 이 기계는 X축 80m, Y축 14m, Z축 9m에 달하는 범위에서 작업할 수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나지요. HSM-Modal을 활용하면 가로 축으로 최대 151미터 길이의 부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CNC 기계, 보신 적 있나요? (출처 : eew-protec.de )

그렇다면 CNC 기계가 생산할 수 있는 최대 크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품의 최대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인클로저(enclosure)의 크기와 공구의 이동 거리입니다. 인클로저는 CNC 기계가 작동되는 동안 가공물과 기계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작업 공간을 감싸는 공간을 말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면 커다란 만년필처럼 생긴 CNC 기계가 들어있는 대형 철제 구조물이 인클로저에 해당하겠죠. CNC 기계가 충분히 먼 거리까지 움직이면서 작업하려면 당연히 인클로저의 크기가 넉넉해야 할 겁니다. 저 정도 크기의 CNC 기계라면 사진 속 사람보다 큰 크기의 팽이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정교한 품질을 담보할 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제품 생산까지 가능한 CNC.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고객의 세밀한 요구까지 충족시켜주는 약 600곳의 CNC 전문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래 캐파(CAPA) 배너를 클릭해보세요.

‘토르’의 망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최근에 개봉되는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관람하다 보면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압도 당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실제로 촬영되는 현장을 보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배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면이 촬영 이후에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덧입혀지다 보니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주연 배우를 비롯한 몇몇이 초록색 대형스크린을 배경으로 볼품없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 속에서 CG로 대체해 넣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우(물론 군중처럼 배경으로 사용되는 인물들은 CG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가 그렇고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최근엔 영화에 사용되는 소품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촬영에 사용되는 소품은 굳이 여러 개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생산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들 중에서도 3D 프린팅 기술로 소품을 제작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유명 영화 속 3D 프린팅 제품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난 후에는 영화 속 장면을 복기하면서 ‘와~ 이 소품들이 CG가 아니고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어졌다고?’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① 토르: 다크 월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마블 시리즈 중 하나인 <토르>에는 천둥의 신인 토르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망치 ‘묠니르’가 등장합니다. 영화 속 묠니르는 신이 사용하는 도구답게 그 제작과정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에 사용된 실제 묠니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정답은 ‘3D 프린팅’, 그 중에서도 ‘결합제분사(Binder Jetting) 방식의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입니다. 결합제분사 방식 3D 프린팅은 잉크젯 헤드를 통해 액체상태의 접착제를 선택적으로 분사해 금속을 비롯한 분말 형태의 재료를 한층한층 쌓아 나가며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묠니르는 금속을 원료로 출력 해야했기 때문에 이 방식을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독일의 Voxeljet 이라는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제작 과정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묠니르의 탄생 과정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② 토르: 라그나로크

‘또 토르야?’ 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번 사례 역시 이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와 관련이 있는 만큼,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혹시 토르의 누나인 헬라가 멋지게 쓰고 있던 헬멧을 기억하시나요? 사슴뿔 혹은 거미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헬라의 헬멧은 실제 헬라 역할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머리를 스캔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 의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인 ‘Ironhead Studio’에서 제작했는데요, 구체적으로 3D 프린팅 기법 가운데서도 SLS(선택적 레이저 소결)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재료가 되는 미세한 분말을 바닥에 깔아놓은 뒤 필요한 부분에만 레이저를 쏘아 굳혀가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3D 프린팅 기술 중에서 상대적으로 제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 2kg의 무게가 나가는 헬멧은 여러 부분을 출력한 뒤 조립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헬라의 헬멧 (출처: Ironhead Studio)

③ 블랙팬서

헬라의 헬멧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코스튬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해 눈길을 끈 사례가 있습니다. 영화 <블랙팬서>에서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가 입고 나오는 드레스입니다. 영화 속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인 와칸다 특유의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드레스 디자인에 복잡한 문양이 많아졌고 그만큼 정밀함이 요구되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라몬다가 쓰고 있는 모자 장신구와 어깨에 두른 망토가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된 제품입니다. 위 헬라의 헬멧을 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SLS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D 형태의 디자인 패턴을 3D 프린팅 기술로 표현했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와칸다 여왕인 라몬다의 드레스 (출처: Matt Kenneda/Marvel Studios 2018)

④ ‘100%’ 3D프린터로 만든 ‘Chase Me’

위에서 소개해드린 사례들은 영화 속 일부 소품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활용한 사례입니다. 이에 반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사물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인 <Chase Me>입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인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배경이 100% 3D 프린터 출력물로 제작됐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조각 수는 대략 2,500개에 달하며 출력된 제품 하나하나에 색을 칠하고 조립을 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조각들을 만드는 데에는 3D 프린팅 기술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인 SLA(Stereo Lithography Appartus)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SLA 방식은 고가(高價)이지만 상대적으로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SLA 3D 프린터 제작에 특화된 ‘Formlabs’ 사의 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했고, 최종 완성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은 실제 영화의 메이킹 영상인데요, 아주 짧은 단편영화임에도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의 정성과 인내가 담긴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영화 산업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고, 창작자들의 머릿속에 있던 장면들은 전보다 더 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어벤저스처럼 유명한 영화들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3D 프린팅 기술이 쓰였다는 점! 현실에서 3D 프린팅 제품이 일상화 되는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최고의 3D 프린팅 전문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캐파에서 3D 프린팅 전문가를 찾아보세요!

 

[CAPA 파트너스] 홍스웍스(금속 3D 프린팅)

CNC 설계하다 금속 3D프린팅 잠재력에 업종전환

수소전지부품 이어 항공·우주 분야 ISO 인증 도전

“첫인상이요? ‘밥줄 끊기겠구나’ 싶었죠.”

정지홍 홍스웍스 대표는 금속 3D 프린팅과의 첫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한때 CNC 공작기계를 설계하는 연구소에서 일했던 그에게 금속 3D 프린팅이란 신기술은 머지 않아 자신의 밥줄을 끊어놓을지 모를 위협적인 존재였다. 무엇보다 CNC 업계에서 일하면서 설계도를 받아들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말이 ‘이런 건 CNC로는 못 만든다’,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는데, 금속 3D 프린팅의 세계에서는 ‘Why not(안될 게 뭐야)?’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위협을 맞닥뜨렸을 때 거기에 대응해 싸워 이기려고 애쓴다. 긴 시간 함께한, 손에 익은 것들을 하루아침에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지홍 대표는 자신이 맞닥뜨린 위협에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위협을 적으로 규정해 정면승부하는 대신, 자신의 그 위협의 일환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보기에 금속 3D 프린팅은 제조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해 앞서 나가자.’ 그렇게 정지홍 대표의 세계는 CNC에서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금속 3D프린팅)로 옮겨갔다. 그 결과 지금은 금속 3D 프린팅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어엿한 금속 3D 프린팅 전문업체 대표 명함을 갖게 됐다. 정지홍 홍스웍스 대표를 지난 17일 인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정지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회사 조각품 들고 찍을게요.” 지난 17일 인천의 사무실에서 정지홍 대표가 ‘H’가 돋보이는 회사 상징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캐파)

Q) CNC를 오래 다루다가 업종을 전환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시간이 꽤 걸렸다.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조 산업 전시회에서 금속 3D 프린팅을 처음 봤던 날 충격이 굉장히 컸다. 당시 CNC 공작기계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회사가 망할 것 같았다.

2019년 7월부터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금속 3D 프린팅 전문가 교육을 수료하고 1년 정도 공부를 했다. 다음 해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금속 3D 프린팅을 활용한 사업 구상안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7000만원 정도의 창업 지원비를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금속 3D 프린팅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직감을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 같았다.”

Q)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금속 3D 프린팅 전문가가 될 수 있나

“물론 그렇지 않다. 프린터를 작동하는 것은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공정 검증’을 통해서 금속 3D 프린팅의 실패를 줄이는 노하우는 홍스웍스에만 있다. 공정 검증은 최적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미래에 발생가능한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정 검증을 돌린다면 제품에 열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제조 과정에 돌입하기 전에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뾰족한 모서리나 얇은 판 같은 구조는 열변형에 취약하다. 이런 구조를 수정해서 열변형의 취약도를 낮추는 작업을 한 뒤 실제 제작 공정에 들어가면 된다. 결과적으로 열변형으로 인한 제품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금속 3D 프린팅으로 만든 샘플 제품들. 복잡한 것부터 섬세한 것까지 다양하다. (사진=캐파)

Q) 열변형도 문제지만, 금속의 무게 조절도 중요할 것 같다

”금속 재료 자체의 무게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위상최적화’를 통해 같은 재료로 같은 강도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제품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례로 공구교환장치를 만드는 부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원래 이 부품의 무게는 4.5kg이었지만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면서 무게를 절반 이상 (55% 감소한 1.92 kg 수준으로) 줄였다. 강도는 이전과 다름 없었다. 위상최적화 기술을 항공,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면 강도를 유지하면서 항공기나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항공 분야에서는 1~2kg도 매우 큰 차이여서 각광을 받고 있다.”

위상최적화에 대해 설명하는 정지홍 대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바삐 움직였다. 그동안 작업했던 위상최적화 제품들을 직접 가져오느라 몇 번이나 자리를 옮겨다녔고, 직접 작성한 PPT 화면을 띄워가며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직접 만든 공구교환장치를 들어보일 때는 스스로 뿌듯한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 위상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는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만 적용되는 기술은 아니다. 1960년대 독일에서 로즈버니 교수와 프래거 교수가 함께 ‘레이아웃 최적 설계(layout optimization)’라는 이름으로 처음 연구했다. 위상최적화 작업을 할 때는 제품 설계도를 보며 특정 위치에 압력을 가했을 때 반응하는 정도를 따진다. 이 작업을 구조해석이라고 하는데, 이때 약한 구조는 보강하고 강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불필요한 구조는 과감하게 제거한다. 실제로 무게가 중요한 자동차 산업 분야 등에서는 위상최적화 기술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BMW는 엔진 피스톤을 위상최적화 방식으로 설계해 제조함으로써 자동차 무게를 줄이면서도 품질을 향상시킨 바 있다.

위상최적화를 통해 만든 유사한 형태의 제품들(좌)과 공구교환장치(우)

Q) 금속 3D프린팅의 제작 비용은 보통 어느 수준인가

빌드 플레이트(프린팅 작업 시 금속 가루가 깔리는 판) 한 판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작은 판(손바닥 만한 크기) 기준으로 150만~200만원 정도 든다. 물론 (일반적인 3D 프린터처럼) Z축 높이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고, 빌드 플레이트의 소재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큰 판(두 손바닥 크기)의 경우는 1000만원 단위다.”

Q)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주로 생산한다고 들었다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도 어찌보면 DMLS에 발을 들인 것과 유사하다. 미래에 필요해질 제품 분야가 어디 있을까 고민하면서 트렌드를 좇았다. 답은 엔진에 있었다. 지금은 배터리가 주된 동력원이지만, 항상 에너지를 저장해서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드론이나 항공기를 띄울 때 배터리의 효율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동력원의 필요성, 기존 엔진의 대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수소연료전지가 새로운 필수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젝터 양산 제품. 원통형 관 하나에 이젝터가 여러 개 붙어있다. 관 속의 복잡한 경로로 기체를 이동시킨다. (사진=캐파)

 

Q)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금속 3D프린팅으로 제작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수소연료전지의 ‘이젝터’를 개발하려면 DMLS가 필수적이다. 이젝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젝터 내부 노즐 부분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는 작업이 금속 3D 프린팅으로 진행된다. 3D 프린팅으로는 0.03mm 수준까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금속 3D 프린팅 소재로는 알루미늄 가루를 많이 쓰는데, 이 가루는 45마이크로미터(µ)크기다.”

정지홍 대표가 병 안에 든 알루미늄 가루를 이리저리 움직이자, 입자가 고운 가루가 마치 물처럼 움직였다. 알루미늄 가루가 든 병을 내려놓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젝터의 구조를 개선해서 결과적으로 분출되는 기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기체를 100 주입해 60이 분출되고 40은 이젝터 내부에 남아있었다면, 효율은 60%가 된다. 하지만 개선된 이젝터를 사용함으로서 남아있는 40까지 모두 분출할 수 있게 한다면, 2회차 분출 시에는 기체를 100이 아니라 20만 투입해도 기존 이젝터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지홍 대표의 말끝에서 확신이 전해졌다. 뛰어난 말솜씨도 거창한 포장도 없었지만 농담을 섞어가며 담백하게 말을 잇는 그에게서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처음 DMLS(금속 3D프린팅) 세계로 뛰어들었을 때부터,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는 재미가 항상 그의 곁을 따라다닌 듯했다.

금속 3D 프린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플레이트에 깔린 금속 가루들이 한 층씩 쌓이며 제품 형상을 만든다. (동영상=홍스웍스 제공)

 

Q)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 

“아직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서 자세하기 말하긴 어렵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업을 가진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제품 상담을 할 때 고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편인데, 한 번은 처음 보는 제품을 만들게 된 적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제품인 데다, 디자인 형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계에 봉착했다.

해결할 방법을 찾느라 고객과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제품이었지만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툭 던졌다. 의외로 그 아이디어가 해결책이 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아이디어의 교집합을 찾아냈던 순간은 언제나 새롭고 재밌다.”

홍스웍스의 새로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홍스웍스는 미국연방항공국(FAA)이 인증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2억~3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장비지만 제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했다. 항공 부품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현재 항공우주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인 AS9100 취득도 준비하고 있다. AS9100은 ISO(국제표준화기구)의 대표적인 경영시스템 분야 인증인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 우주 분야의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이다.

마지막으로 정지홍 대표에게 캐파를 통해 만나게 될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묻자 이렇게 남겼다.

금속 3D 프린팅 기계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정지홍 대표. (사진=캐파)

한 번 인연이 맺어지면 그만큼 소중한 것이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보고 스칠 인연이 아니라 한 번을 계기로 자주 보는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소중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홍스웍스는 계속해서 성장하겠습니다.

새로운 분야로 거침없이 뛰어들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기업. 고객과 함께 성장할 홍스웍스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