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금(板金). 많은 분들에게 판금이란 단어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판금이란 단어를 꽤나 자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차량의 외판이 사고로 찌그러지거나 상처가 생기면 ‘판금 도장을 한다’고 하죠.
판금이란, 얇은 판재 형태의 금속을 인위로 구부리거나 자르는 과정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금속 가공 기술의 한 가지 종류입니다. 판재를 구부리는 것이 아니라 구부려진 판재를 편다는 점만이 다를 뿐 차량 수리에 사용되는 가공 기술 또한 판금입니다.
그렇다면 “일상 생활에서 판금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나요?”라고 묻는 분도 있을 겁니다.
대답은 “네, 그렇습니다”입니다. 우리는 일상속에서 판금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마주하고 있답니다. 횡단보도에서 마주하는 신호등을 예로 들어볼까요? ‘불이 들어오는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품이 판금 가공을 통해 제작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횡단보도 옆에 세워진 ‘교통신호제어기’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전자장비 부분을 제외하고는 판금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죠. 그럼 다른 제품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요즘 음식점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입니다. 키오스크는 필요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하기 때문에 소량으로 생산되는 판금 제품입니다.
집 안을 들여다볼까요? 집 안에도 판금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많이 있습니다.
천정에 부착된 조명을 봅시다. 조명은 제품 특성상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양산’이 어려운 제품군입니다. 조명의 유리 부분을 제외한 (형광등이나 안정기 등을 조립할 수 있는) 조명 몸체가 판금으로 제작됩니다. 주방으로 이동하면 냉장고, 다용도실의 세탁기, 안방의 스타일러도 모두 판금으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다만, 냉장고나 세탁기, 스타일러와 같은 가전 제품의 경우, 대량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명과는 다르게 양산형으로 제작됩니다. 또한 외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려한 곡선이 잘 드러나도록 가공하며, 육안으로 제조 과정의 흠집이나 이음매가 보이지 않게 처리합니다.
판금 가공 제품은 다른 가공방식과 비교할 때 확실히 무겁습니다. 그런데도 판금으로 가전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기가 큰 데다 사용자가 수시로 만지는 가전 제품의 특성상 강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판금 가공을 통해 생산하는 제품의 사례는 무궁무진하지만, 오늘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 위주로 살펴보았습니다.
소량 생산 VS 양산, 제조 방식도 달라질까?
여기까지 읽고 나서 새로운 의문이 생기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소량 제작 판금은 무엇이고, 양산형 판금은 무엇일까?’
‘동일한 제조 방식으로 소량 생산과 양산이 모두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각각에 대해 서로 다른 판금 가공방식을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
판금을 이용한 제품 제작 과정을 간추리자면, 먼저 ① 얇은 판재 형태의 금속을 자르는 과정과 ② 잘라낸 금속을 구부리는 과정, 그리고 (구부리기가 끝난 부품을 제품의 형태로 완성하기 위해) ③ 조립 또는 용접이 동반되는 마무리 과정 등으로 정리됩니다.
그렇다면 이상의 제품 제작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양산과 소량제작의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정답은 ‘모든 단계’입니다. 일단 오늘은 자르는 과정, 즉 절단 과정을 위주로 ‘양산’과 ‘소량 제작’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양산엔 동일한 제품 단번에 찍어내는 ‘프레스’가 적합
양산(量産)은 동일한 제품을 많이 생산한다는 뜻입니다. 동일한 제품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① 판재를 자르는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도넛 수천 개를 만들 때 ‘가위’나 ‘칼’을 이용해서 반죽을 도넛 모양으로 하나하나 오려낸다면 과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달고나 수천 개를 찍어내야 하는데 일일이 달고나를 바늘로 콕콕 찍어낸다면요? 결과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늘어난 시간은 결국 비용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진정한 양산이 가능하려면 틀을 이용해 한번에 찍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양의 제품을 빠르게 찍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일한 결과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결과물의 균일성을 담보할 수 있으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얇은 판재 형태의 금속을 빠르게 잘라 내야 합니다.
이 ‘틀’에 미세한 기능을 가미하면 ②구부리는 과정까지 한번에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정을 이용하면 찌그러진 자국이 없는 매끄러운 표면의 냉장고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틀을 이용해 판재 형태의 금속을 자르고 구부리는 가공법’이 바로 판금의 여러 공법 중 하나인 프레스 공법입니다. 프레스 공법의 단점이자 특징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틀을 만드는 비용이 굉장히 비싸다는 점입니다. 만약 생산 과정 중간에 제품의 설계를 변경하게 되면, 틀을 다시 만들어야만 합니다. 단일(單一)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데 적합한 공법인 것이죠.
소량 생산엔 ‘칼’처럼 쓰이는 ‘레이저-워터젯’ 유리
소량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① 자르는 단계에서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레이저 가공과 워터젯(WaterJet) 가공이 등장합니다. 레이저 가공은 가늘고 강력한 레이저 빔으로 판재 형태의 금속을 절단을 하는 공법이며, 워터젯가공은 강력한 수압의 물줄기로 금속을 절단하는 공법입니다.
레이저 가공은 열을 이용해 재료를 녹여서 절단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열에 녹는 재료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열에 녹거나 열에 타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재료를 자를 수는 없겠죠.
워터젯은 고속으로 분사되는 물줄기의 마찰로 재료를 절단하기 때문에 열과 크게 상관이 없으며, 유리나 돌과 같은 소재도 절단이 가능합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레이저 가공의 상위 호환이 워터젯 가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식에 취약한 금속 소재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제 레이저 가공이나 워터젯 가공이 왜 소량생산에 사용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작 틀로 여러 개의 제품을 한번에 절단하는 프레스 가공과는 다르게 레이저 가공이나 워터젯 가공은 절단 작업이 필요한 모든 구간을 ‘칼’ 역할을 하는 레이저나 물줄기가 직접 잘라야만 합니다. 이 시간이 전부 생산 시간 혹은 리드 타임에 포함되지요.
이러한 시간 비용의 측면에서 레이저 가공이나 워터젯 가공은 소량 생산에 적합합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 틀을 만든 프레스 공법과는 다르게 중도에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상품을 개선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초기 생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처음 판금 제작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추천하는 공정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절단 방식 | |
소량 생산 | 레이저 가공/워터젯 가공 |
대량 생산 (양산) |
프레스 가공 |
판금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셨나요?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나아가 제품을 개발하시려는 분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카파(CAPA) 파트너인 판금 전문 제조업체 ‘ECS’의 이준혁 과장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카파(CAPA)에서는 ECS를 비롯해 판금을 통한 제품 생산을 도와드릴 국내 최고 수준의 판금 가공업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조 방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도면이 없더라고 걱정하지 마세요. 카파 파트너스(제조업체)가 초보 고객도 쉽게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품 디자인부터 기구설계, 실제 제품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지원해 드립니다. 지금 카파(CAPA)를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