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A 제조길잡이] 사출성형 설계시 알아둬야 할 팁 5가지!

금형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출성형은 주형에 쇳물을 부어 제품을 만드는 주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기원전 32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청동개구리를 금형 사출의 원조로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사출 성형(Injection molding)은 현재 제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제조 공정으로 꼽힙니다.

청동개구리. 출처 셔터스톡.

텔레비전, 완구, 자동차, 스마트폰, 미니어처, 헬스케어 등의 다양한 현대 제조 분야에 적용되는 사출 성형(Injection molding)은 일단 금형을 제작하면 동일한 제품을 빠르게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산품 생산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가공방식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출성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려면 복잡다단한 공정이 뒤따릅니다. 이러한 공정을 이해해야만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출성형 프로세스 가운데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사출 성형 설계(Injection Molding Design)에서의 주요 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출 성형 과정에서 설계란 단순히 ‘잘 팔릴 법한 멋진 디자인’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이상이죠. 몇 분만 투자하셔서 다음의 5가지 팁을 숙지하신다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비용 출혈(Massive Cost Bleeding)을 막고 고품질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① 단계별 절차를 고려해 설계하라 

사출성형 공정은 재료의 주입부터 추출까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이뤄집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는 이러한 절차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먼저 사출성형의 절차를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출 과정을 잘 설명해주는 이미지. 출처 CDN.

사출 성형(Injection Molding)이란, 열을 가해 액체 상태로 만든(유동화) 재료를 속이 비어있는 금형에 주입해 제품을 얻어내는 가공 방식입니다. 붕어빵 틀에 재료를 부어 붕어빵을 만들어내는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양산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사출 성형 단계(Injection Molding Process)

하나의 사출물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보통 한 쌍(혹은 한 벌)의 사출금형이 필요합니다. 쌍을 이루는 AB 혹은 상하 금형의 내부는 생산하고자하는 사출물의 모양대로 비어 있습니다. 닫혀있는 금형의 빈 공간에 고온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을 주입하면 플라스틱이 금형틀에 맞게 모양을 형성하게 됩니다. 잠시 냉각 시간을 가진 뒤 금형을 열어 사출물을 꺼내면 됩니다.

두 개의 금형과 사출물. 출처 CDN.

사출성형으로 만들 제품을 설계할 때는 단계별로 아래와 같은 점들에 유의해야 합니다.

A. 주입시

사출성형의 재료인 플라스틱 등을 금형에 주입하기 위해선 입구, 즉 게이트(gate)가 있어야 합니다. 주입 단계에서는 게이트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게이트를 설계할 때는 ① (완성된 사출물의) 구조적 결합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② 쉽게 제거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③ 게이트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사출 성형 설계에서 게이트의 위치는 아주 중요합니다. 게이트는 일반적으로 사출물의 가장 두꺼운 교차부(intersectional area)에 위치하게 됩니다.

B. 냉각시

고온의 액체 상태였던 플라스틱이나 고무는 냉각을 통해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수축하게 됩니다. 설계시에는 반드시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즉, 사출물뿐만 아니라 사출물의 세세한 요소, 즉 코너의 반경이나 벽의 두께 등을 설계할 때도 냉각 단계를 기억해야 합니다.

C. 취출시

사출성형으로 완성된 제품은 냉각 후 금형을 열어 꺼내야 합니다. 즉, 금형을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금형과 금형이 맞닿는 부분에 소위 ‘파팅 라인’이 생기게 됩니다. 설계 시에는 이와 같은 파팅 라인의 위치를 사전에 감안해 반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② 벽의 두께를 고려하라 

‘금형은 균일한 벽 두께를 가져야만 한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100%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금형을 설계할 때 균일한 벽 두께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생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벽 두께가 균일하지 않으면, 냉각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두꺼운 영역은 필연적으로 얇은 영역보다 느리게 냉각됩니다. 이는 일부 영역의 응고가 늦어진다는 얘기로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엔 아직 굳지 않은 상태의 플라스틱 재료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금형을 설계할 때는 이러한 특성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균일한 벽 두께의 중요성. 출처 Texasinjectionmolding.

만약 제품의 특성상 두꺼운 영역을 포기할 수 없다면, 두꺼운 영역을 어디에 위치시키면 좋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금형에서 되도록 낮은 위치에 위치시키면 됩니다. 이 경우 냉각이 비교적 느리게 진행되는 ‘두꺼운’ 영역의 액화 수지가 ‘이미 냉각이 완료된 다른 영역’에 흘러들어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③ 구배를 설계에 포함하라

얼음 트레이에서 얼음을 꺼내보면 정사각형인 듯 보이는 얼음도 실제로는 살짝 각이 진 사다리꼴 모양이라는 것을 알 수있습니다. 이는 얼음통에서 얼음을 꺼내는 것을 쉽게 해주기 위해 테이퍼링(tapering, 각도를 가해 좁아지거나 넓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을 뜻합니다) 작업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트레이로부터 각얼음을 억지로 꺼내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게 도와주는 것이죠.

금형사출 제품을 디자인할 때도 제품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구배(기울기)를 넣어줍니다. 몇 도의 경사를 더하면 사출물이 금형으로부터 훨씬 쉽게 취출될 것입니다. 이처럼 설계 단계에서부터 각도를 설정해주면 최종 사출물의 표면이 손상되지 않고, 제작 과정이 더뎌지지 않아 전체 공정이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구배 각도는 우측에 있는 모델입니다. 출처 rapiddirect.com

④ 패턴 혹은 텍스처를 함께 설계하라

제품에 따라서는 밋밋한 표면보다 특정한 패턴이나 텍스처(질감)를 가미해 독특한 멋을 살리고자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제품을 1차적으로 완성한 뒤 후가공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지만, 사출 성형을 고려한다면 애초 설계 단계에서 원하는 텍스처를 설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붕어빵 금형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붕어빵의 울룩불룩한 비늘 패턴을 함께 디자인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구체적으로 금형을 설계할 때 원하는 텍스처나 패턴을 함께 설계하고, 실제 금형에 에칭이나 몰딩 작업을 하게 되면 표면 마감에 추가적인 비용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이럴 경우 표면 텍스처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⑤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숙지하라

재료에 대한 이해는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재료는 사출성형 공정의 여러 측면― 수축률, 냉각 시간, 유연성 등 ―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재료마다 요구되는 벽 두께의 최소 수치와 최대 수치, 구배 각도 등도 다릅니다. 아래 표는 각 재료별 특성을 정리해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재료의 특성에 맞게 제품을 설계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형 재료(Moulding Materials) 최고 온도(Max Temp) 화학적 내성(Chemical resistance) 인장 강도(Tensile strength) 굴곡 강도(Flexural strength) 충격 강도(Impact strength)
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ABS) 60 – 93℃ Poor to fair 6,600 psi 270,000 – 380,000 psi 3.0 – 7.5 ft-lb/in
Nylon  93 – 177℃ Good to excellent 6,000 – 24,000 psi 390,000 – 1,100,000 psi 2 – 8 ft-lb/in
High density Polyethylene (HDPE) 120℃ Good to excellent 3,200 – 4,500 psi 145,000 – 225,000 psi 0.4 – 4 ft-lb/in
Low density Polyethylene (LDPE) 65 – 90℃ Good to excellent 1,200 – 4,000 psi 35,000 – 48,000 psi Not breakable ft-lb/ in
Polycarbonate (PC) 288 – 316℃ Poor to fail 8,500 psi 13,500 psi 2 – 18 ft-lb/in
Polyoxymethylene (POM) 180 – 230℃ Excellent 6,000 – 22,000 psi 120,000 – 170,000 psi 0.8 – 2 ft-lb/in
Acrylic (PMMA) 130℃ Excellent 2,800 – 10,900 psi 13,000 psi 0.22 – 1.1 ft-lb/in
Thermoplastic Polyurethane (TPU) 71-121℃ Fair to good 6,960 – 12,000 psi 0.8 – 10.1 ft-lb/in
Thermoplastic Rubber (TPR) 170℃ Fair to good 1,000 – 7,000 psi 5,000 – 800,000 psi 2.5 – no break ft-lb/in
Polypropylene (PP) 65 – 148℃ Excellent 4,500 – 18,500 psi 210,000 – 1,500,000 psi 1.4 – 5.5 ft-lb/in

사출 성형 재료의 특성. 출처 adrecoplastics.co.uk

이상으로 사출성형 제품을 설계할 때 각각의 단계별로 잊지 말아야 할 5가지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제조업의 수요와 공급을 잇는 캐파(CAPA), 캐파는 제조업 생태계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갑니다.

 

[초보 제작자 가이드북] 제조 파트너와 상담시 알아두면 좋은 제조용어 10가지

 

어느 분야든 초보자를 가장 먼저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소위 업계 사람들끼리만 사용하는 해당 분야의 용어입니다. 분명히 같은 한국말인데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어 소통에 애를 먹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제조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생소한 용어들이 워낙 많아 초보자들에게 장벽으로 느껴집니다.

이에 초보 제작자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제조 용어를 선별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특히 일부 용어는 실제 현장에서는 사전적인 정의와 다른 의미로 통용되기 때문에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는 알기 힘든 그야말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는 앞으로도 초보 제작자들을 위한 가이드 형식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제조 용어에 대한 설명은 캐파 파트너 ‘레인메이커 김성회 대표‘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레인메이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링크를 클릭해 보세요.

기구설계, 시제품 제작

① 캐드 도면 VS 모델링 도면 

잘 알려졌듯이 원래 캐드(CAD)는 ‘컴퓨터 지원 설계'(Computer-Aided Design)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손이 아닌,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도면은 ‘캐드 도면’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실제 제조 현장에서 캐드 도면은 보다 지엽적인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즉, 2D 도면을 가리킬 때 보통 캐드 도면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3D 도면은 어떻게 부를까요? 흔히 현장에서는 ‘모델링 도면’이라고 부릅니다.

제조업계에서 ‘캐드 도면’은 ‘오토캐드’ 프로그램에서 읽을 수 있는 도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캐드 도면은 파일 형식이 DWGDFX 등인 파일을, 모델링 도면은 파일 형식이 STPSTEP 등인 3D 파일을 의미합니다.

실제 외주 제조 경험이 있다면 제조업체측으로부터 한 번쯤 “캐드 도면으로 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아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밀링이나 선반 가공을 할 때 3D 모델링 도면만 봐서는 제품 구조가 일부 가려지거나 부정확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제품 구조에 따라선 2D ‘캐드 도면’이 제품의 구조를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측에서 별도로 캐드 도면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② RP, 디자인 목업, 워킹 목업

사전적 의미만 놓고 본다면 시제품, 목업(mock-up), 프로토타입(Prototype)은 같은 용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 현장에서 이 단어들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우선 현장에서는 시제품을 빠르게 생산해낸다는 의미의 RP(Rapid Prototype)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요, RP는 시제품 중에서도 제품의 외형만 가늠하기 위해 신속히 만들어내는 시제품을 말합니다. 주로 3D 프린팅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으로 디자인 목업은 제품의 디자인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의 시제품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 워킹목업은 디자인 목업을 기본으로 하되, 전장 기구나 동작까지 구현이 가능하도록 만든 목업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같은 설계도라도 목업의 종류에 따라 작업 방식, 시간, 비용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세탁기 제품을 만들 때 누군가 디자인 목업을 의뢰한다고 하면 이는 세탁기의 ‘껍데기’만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에 비해 워킹 목업이라면 어떨까요? 세탁기가 실제로 잘 작동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연히 워킹 목업의 비용이 디자인 목업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 가공

③ 공차

흔히 공차(tolerance)는 제품을 만들 때 허용되는 오차 범위를 말합니다. 공차는 일반공차와 특별공차로 구분되는데, 특별히 더 정교함이 요구되는 제품을 만들 때는 특별공차를 명시해 둡니다.

공차는 조립품을 만들 때 중요합니다. 도면에 나와있는 대로라면 각각 분할 생산된 부품들은 완벽하게 조립이 되어야 하지만, 기계 가공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오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제하되, 오차의 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제품을 다 만들어놓고 제대로 조립이 되지 않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취미로 만든 피규어 제품의 조립도 중요하지만, 특정한 작업을 작동시켜야 하는 대형 기계를 조립해야한다면 공차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④ 밀링과 선반

밀링 가공에서는 절삭 공구를 부착한 기계가 움직입니다. 선반 가공은 재료가 회전합니다. 기계와 재료 가운데 어떤 것이 움직이느냐에 따라 가공 방식의 특장점, 만들 수 있는 제품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밀링 가공은 기계가 움직이기 때문에, 정밀한 공차로 맞춤형 부품을 가공하는 데에 많이 사용됩니다. 또 사각형 형태의 제품 모양을 만들기에 유리하죠. 이에 비해 선반 가공은 재료가 회전을 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원기둥이나 원통형 형태의 제품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됩니다.

⑤ 탭 작업

 

 

나사선(螺絲線) 가공(제조업계에서는 흔히 ‘나사산(螺絲山) 가공’이라고 칭합니다)을 말합니다. 탭<왼쪽 사진 참고>을 정방향으로 넣었다가 역방향으로 빼면 재료 내부에 나사선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보통 탭 작업을 할 때는 직경을 가리키는 단위로 M을 사용합니다. M10이라고 하면 직경이 10mm인 탭을 의미합니다. 나사선을 만들어 조립이 필요한 제품을 만들 때 제조업체측에서는 보통 ‘사이즈’와 ‘깊이’를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이때 ‘M4에 15mm로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지름이 4mm, 구멍의 깊이는 15mm 수준으로 가공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⑥ 통가공

제품 전체를 통째로 가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제품의 크기나 구조에 따라 종종 분할 가공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죠. 제품이 너무 크거나 구조상 가공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 제품을 분할해서 가공한 뒤 접합해야 합니다.

금형사출

⑦ 리브(rib)

 

 

사출성형에서는 재료에 해당하는 고열 상태의 액체 플라스틱을 금형에 부은 뒤 재료를 식혀서 최종 제품을 얻어냅니다. 이 때 제품의 벽면을 너무 두껍게 설계하면 재료가 식는 과정에서 뒤틀림이 발생해 제품의 모양이 변형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이럴 대는 벽면을 두껍게 채우는 대신 바퀴살과 같은 리브<왼쪽 사진 참고>를 설치하면 벽의 뒤틀림을 방지하면서 제품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리브가 일종의 보강대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⑧ 코어와 캐비티

사출 성형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틀을 금형이라고 하죠. 금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품 모양을 만들어주도록 튀어나온 부분과 재료가 채워지는 빈 부분이 있습니다. 이때 금형에서 튀어나온 부분을 코어재료가 흘러들어가는 빈 공간을 캐비티라고 합니다. 코어와 캐비티가 한쌍을 이뤄 금형을 형성하게 됩니다.

캐비티는 제품의 수량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1X2 캐비티’라고 하면 베이스 1개에 똑같은 제품을 2개 찍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1X3X1 패밀리 금형’이라고 하면 베이스 1개에 A 제품 3개, B 제품 1개를 동시에 찍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용 측면에서는 하나의 금형에 들어가는 캐비티 수를 줄이면 금형의 가격이 싸집니다. 대신 캐비티를 늘리면 한 번에 여러 개의 제품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사출에 드는 비용이 낮아집니다. 제품의 종류에 따라 캐비티의 갯수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⑨ 단골 소재 이름

PC(polycarbonate)
폴리카보네이트는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저렴한 플라스틱입니다. PC가 사용되는 제품으로는 리모컨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무난하게, 싼 가격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PP(Polypropylene), PE(Polyethylene)
얇은 형태의 가벼운 플라스틱 제품에 주로 활용되는 소재입니다. 페트병을 떠올리면 됩니다.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copolymer)
튼튼하고 내열성 있어서 열에 강한 제품에 적합합니다. 열을 받는 제품들, 온열기에 많이 사용됩니다.

⑩ 쇼어값

쇼어값은 ‘일정한 높이에서 물체를 낙하시켰을 때 튀어 올라오는 높이를 측정한 값’을 말합니다. 물체가 말랑말랑하다면 더 높게 튀어오르겠죠.

재료를 선택할 때 이러한 쇼어값이 필요합니다. 쇼어값의 스케일이 높으면 높을수록 단단하고, 낮을수록 말랑말랑합니다. 같은 재료라도 쇼어값이 다 다르게 제조돼서 나오기 때문에, 재료를 선택하고 쇼어값까지 정해줘야 재료를 완전히 선택한 것이나 다름 없죠. 고무나 우레탄 같은 재료를 선택할 때 꼭 참고하세요!

[캐파X무역협회] ‘캐파-커넥트’ 설명회를 놓치셨다고요?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를 운영하는 에이팀벤처스와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주최한 <온라인 제조를 한 눈에, ‘캐파-커넥트’ 설명회>가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설명회는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부득이 현장 참석자 수를 제한하는 대신, 무역협회(KITA) TV를 통해 현장에서 유튜브로 생중계되었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행사를 놓친 분들을 위해 이번 설명회 현장을 캐파 블로그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신규 출시 앞둔 ‘캐파 커넥트’, 서비스 로드맵 등 소개

이날 행사에 앞서 온라인을 통해 사전 신청(선착순 45명)을 받았습니다. 일찌감치 사전 신청인원을 채웠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영향 때문인지 실제 행사장에는 신청자 가운데 30분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대신 이날 현장중계가 이뤄진 KITA TV에도 많은 분들이 접속해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공유했습니다.

이날 설명회에는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직접 연자로 나서 △전세계 제조업 플랫폼 동향 △캐파 플랫폼 이용방법 △캐파 커넥트 소개 △캐파 R&D(연구개발) 현황 △과금 방식을 비롯한 향후 캐파 로드맵 등에 대해 차례차례 설명했습니다.

특히 기존 캐파 플랫폼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1부에 이어 2부 순서에서는 조만간 베타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에이팀벤처스의 새로운 서비스 ‘캐파 커넥트’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습니다.

도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협업 툴인 ‘캐파 커넥트’는 온라인에서 그룹을 만들어 3D 도면을 함께 공유하고 채팅하는 것을 비롯해, 도면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 도면의 특정 지점에 콕 찍어 주석을 달 수 있는 기능 등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이메일이나 그림판 등을 이용해 도면을 공유하고 수정하며 공동작업을 하느라 불편을 겪었던 제조업 관계자들의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도면을 한 눈에 정리할 수도 있고, 온라인 거래 내역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고객과 제조업체간 분쟁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사전에 공지한 대로 캐파 커넥트 베타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정식 서비스 런칭 이후에도 1년간 캐파 커넥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고산 대표는 이날 향후 캐파의 제조 서비스를 △PCB, 턴키, OEM & ODM, 후처리, 조립 & 포장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전문가가 참여해 제조 지식을 공유하는 ‘캐파 커뮤니티’ 등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겠다는 로드맵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고산 대표는 “최근 제조와 IT가 융합해서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제조 생태계가 새로 업그레이드돼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캐파(CAPA)가 앞장서겠다”며 “함께 제조의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성장전략, 과금방식 등에 대한 질문 이어져

약 1시간의 서비스 및 로드맵 설명을 마친 뒤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애초 30분을 배정했던 질의응답 세션은 현장 참석자들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애초 정해진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질문에 대해 고산 대표가 답변한 내용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Q> 고객과 파트너를 키워나가기 위해 캐파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새로운) 파트너를 모집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밀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콘텐츠를 활용한 전략을 세워 실행 중입니다. 캐파 고객 분들은 제조업체를 찾고 싶을 때, 검색부터 하기 때문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검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캐파를 제조 전문 ‘검색엔진’으로 활용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수수료는 계속 무료인가

“고객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매칭 수수료는 받지  않습니다. 파트너들에 대해서는 구독료 등 단계적으로 과금 모델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향후 안전결제를 도입하게 되면 그에 대한 최소한의 수수료만 받을 예정입니다. ”

Q> 고객과 파트너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나

“보통 고객과 파트너 사이의 문제로는 ‘커뮤니케이션이 명확치 않았다’는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는 정도입니다. 상황에 따라선 사내 대응팀이 개입하기도 합니다. 채팅 내용을 분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파트너들이 자체적으로 고객 대응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1년에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Q> 가구업체를 운영 중인데, 제조업체를 찾는 데에 1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이미 탄탄한 거래 네트워크를 형성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업체는 맘에 맞는 제조업체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B2B 영역에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헤맨 이유는  IT 기반의 적절한 제조 매칭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캐파는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많이 듣고, 소중한 의견들을 잘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겠습니다.”

 

[제조 뉴스] 원자 크기 수준의 ‘3D프린팅’ 시대 오나

고효율 태양광 전지 생산 위해 나노급 3D프린팅 연구 착수

독일 연구팀 “처음부터 필요한 모양으로 반도체 적층 제조”

모든 물질은 원자(原子, atom)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고,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고 말할 수 있죠. 이와 같이 가장 기초적이고 작은 단위인 원자 크기 수준에서 3D 프린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실제로 독일의 한 대학에서 이러한 원자 단위 3D 프린팅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원자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독일 뉘른베르크 소재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교(Friedrich Alexander Universität)에 따르면 이 대학의 줄리엔 바흐만(Julien Bachmann) 교수 연구팀은 고도로 효율화된 태양광 전지 생산을 위해 ‘원자’ 크기 수준인 나노미터 단위의 3D 프린팅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이를 수치로 나타내면 정밀도가 0.000001mm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데스크톱 3D 프린터의 일반적인 레이어[층 높이] 크기보다 1만 배나 작은 크기로 레이어를 쌓아 나간다고 하니 그 정밀도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바흐만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산출해내는 프로세스 전반을 ALAM(Atomic Level Additive Manufacturing)이라고 부릅니다. 3D 프린팅을 의미하는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가 원자 단위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로, 원자 단위의 3D 프린팅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한 3D 프린팅의 기본 원리는 [캐파-제조 길잡이] 3D프린터 VS CNC, 누구를 선택하오리까 (capa.ai)를 참고.)

쉽게 말하자면, 바흐만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ALAM은 3D 프린팅의 기본 원리인 ‘더하기’를 그대로 적용하는 프로세스인 것입니다. 단지 상상하기 힘든 정도로 작은 단위인 원자 수준의 레이어를 쌓아나간다는 점이 다른 것이죠.

줄리엔 바흐만 교수. 출처 FAU.                                                태양광 에너지. 출처 셔터스톡.

바흐만 교수의 ALAM 연구는 현재 상용화된 태양광 전지보다 효율적이고 값싼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태양 전지의 주요 재료는 실리콘입니다. 실리콘 태양 전지는 안정적이고 효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그러다 보니 비용도 비쌉니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차세대 태양 전지’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어 왔습니다. 실리콘보다 제조 비용이 훨씬 싸고 양산에 적합한 화합물 태양 전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화합물 태양 전지는 실리콘 태양 전지에 비해 효율이 낮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힙니다.

장점 단점
실리콘 태양 전지 안정적, 고효율 고가, 복잡한 제조 공정
화합물 태양 전지 저가, 양산에 적합함 효율이 낮음.

줄리엔 바흐만 교수는 새로운 태양 전지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대부분 ‘비효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이러한 비효율이 나타나는 이유가 미세한 표면 구조 때문임을 입증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이 뿜어내는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전지는 빛의 반사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습니다. 빛을 많이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전기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생산할 때는 다음의 그림처럼 재료의 표면을 다듬고 코팅하는 여러 공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태양 전지 생산의 8단계. 출처 DS New Energy.

바흐만 교수는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여 모양과 구조를 제조하는 기존의 실리콘 기반 공법과는 다르게 3D 프린팅 태양 전지 제조법은 처음부터 필요한 모양으로 반도체를 직접 쌓아나갈 수 있어”(출처: Fabbaloo)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CNC 가공 방식과 3D 프린팅의 차이를 떠오르게 합니다. CNC 가공 방식은 조각하기와 비슷합니다. 대상 재료를 깎아내어 결과물을 얻습니다. 따라서 버려지는 재료도 많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현재의 태양광 전지 제조법이 CNC 가공 방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이죠.

CNC로 대표되는 절삭가공(좌)과 3D 프린팅으로 대표되는 적층가공(우) 방식의 차이. 출처: 3D Hubs.

반면에 3D 프린팅은 대상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기 때문에 재료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노 단위에서 생산되는 3D 프린팅이 활성화되면 제조 과정에서 낭비되는 실리콘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될 겁니다. 이는 고도로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태양 전지의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과연 그뿐일까요? 고성능 태양 전지의 생산은 시작일 뿐입니다. 바흐만 연구소의 ALAM, 즉 ‘원자 단위 3D 프린팅’이 태양 전지 이외에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면 향후 제조업 전반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가져올 것입니다. 3D 프린팅 기술이 원자 하나하나를 쌓을 수 있는 기술(ability to deposit individual atoms) 수준으로 발전해 활용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바흐만 연구소의 ALAM 프로세스가 고도화되는 날이 오면, 3D 프린팅은 의학 및 생명공학을 포함한 바이오 테크 분야를 넘어서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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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A 파트너스] 프로컴정보기술(3D 프린팅)

 

IMF 외환위기 직후 프린터 유지보수 업체로 출발해 멀티젯퓨전(Multi Jet Fusion, MJF) 방식의 3D 프린팅 업체로 업종 전환. FDM(Fused Deposition Modeling)보다 출력 속도가 빠르고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보다 저렴한 장점 앞세워 국내 HP MJF 프린터 가동률 1위 기록.

영화 ‘국가부도의 날’ 中 (사진=유튜브 ‘케이무비’ 캡처)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1주일입니다.”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서늘한 표정으로 내뱉는 대사엔 당시 상황에 대한 충격이 묻어나는 듯하다. 하지만 명배우의 리얼한 연기도 지난 1997년 당시 우리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겪었던 그날의 충격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가 선언됐을 때 일부 국민들은 “나라가 망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선진국 진입의 관문으로 여겨지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이 된지 1년 만에 겪은 참화여서 충격은 배가됐다. 국내 30대 재벌 기업 가운데 13곳만 살아남았고, 26곳의 시중은행은 10곳으로 줄었다. 경제 피라미드의 위부터 아래까지 서서히,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혼란의 소용돌이가 몸집을 불리는 와중에 홀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외친 이가 있었다. 조영환 대표가 이끄는 프로컴정보기술은 IMF 외환위기가 터진 지 1년 뒤인 1998년에 설립됐다. 굴지의 기업들도 IMF의 여파를 버티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지던 시기에 새롭게 탄생한 프로컴정보기술은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나는 동안 업종을 바꿔가며 살아남아 이제는 3D 프린팅 업계에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다. 위기 시절에 창업을 감행한 창업자의 배짱, 혹은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창업자인 조영환 대표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아래는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MJF 방식 3D 프린팅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조영환 프로컴정보기술 대표. (이하 사진=캐파)

Q> IMF 시기에 어떻게 회사를 설립할 생각을 했나

“프로컴정보기술은 1998년도에 처음 창업할 때 HP 프린터를 유지 보수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IMF 직후라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림수가 있었다.

당시 ‘가정용 PC’와 ‘프린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주연테크 사에서 1990년대에 ‘국민 PC’가 처음 나왔다. 100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어려운 와중에도 ‘뚱뚱한 모니터’와 ‘잉크 프린터’가 집집마다 번지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틈새를 노렸다. 고장난 프린터를 수리해주고 잉크도 판매했다. 가정마다 들어선 프린터 수만큼 사업은 번창했다. IMF에도 불황을 몰랐다.”

Q> 그렇게 잘 나가던 프린터 사업을 접고 지금의 3D 프린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2013년쯤 프린터 시장이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종이 없는 문서’ 시대가 시작된 거다. 휴대폰, PDA가 나오면서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이 늘었고 (반대로) 인쇄량이 줄었다. 프린터 사업 환경이 안 좋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의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15년 정도 함께한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자) 식구 같은 직원들의 밥벌이가 걱정됐다. 직원들과 함께 가려면 우선 회사가 살아야겠다 생각했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나섰다.”

Q> 새로운 아이템으로 3D 프린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HP 본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접한 게 컸다. 2013년에 HP 본사에서 실적발표를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당시 HP CEO(최고경영자)였던 멕 휘트먼이 이 컨퍼런스에서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었다. 3D 프린팅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한 건데, ‘저거다!’ 싶었다. 앞으로 3D 프린팅이 프린터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 것 같았다. 세계적인 기업이 움직일 때 프로컴정보기술도 발맞춰 움직인 것이다.”

조영환 대표는 차분하게, 수줍은 웃음을 섞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표정과 달리 말에서는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IMF 위기 직후 프린터 사업을 시작할 때도, 3D 프린팅으로 업종을 전환할 때도 그에게는 ‘흐름을 읽는 촉’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2013년 즈음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해 2월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을 가리키며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추듯 HP의 CEO였던 멕 휘트먼도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휘트먼 CEO는 그해 10월 ‘카날리스 채널 포럼’에서는 3D 프린팅 산업을 두고 “큰 기회”라고 말했다.

또다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조영환 대표. 일단 방향은 3D 프린팅으로 잡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결국 프로컴정보기술은 3D 프린팅 방식 가운데 상대적으로 드문 MJF 방식을 선택했다.

Q> MJF는 3D 프린팅 가운데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분류된다

“사업성을 비교하다 보니 멀티젯 퓨전(Multi Jet Fusion, 이하 MJF) 방식이 최적이었다. 출력 속도도 빠르고, 가격도 저렴했다. MJF를 찾기까지의 과정은 짧지 않았다. 먼저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3D 프린팅을 선택한 뒤 공부를 많이 했다. 2016년에 가산디지털단지에서 6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하루 4시간씩 교육을 받았다.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하려니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필사적으로 했다. 6개월의 교육 기간이 끝난 뒤에는 3D 프린팅 출력을 하는 업체에서 2개월 동안 추가 교육을 받기도 했다. 다른 3D 프린팅 방식에 비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견하고 MJF를 선택했다.”

MJF 프린팅 ①파우더 소재를 출력 영역에 바르고 ②프린터 헤드가 특수 용액(에이전트)을 분사 ③적외선 램프가 소재와 에이전트 영역을 녹이고 응고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사진=프로컴정보기술 제공)
MJF 프린터가 출력하는 과정 (동영상=캐파)

조영환 대표 “직원들 밥벌이 걱정, 새로운 사업아이템 찾아나서”

MJF 방식, 불필요한 설계 줄여 제품 경량화··· 양산도 문제 없어 

 

Q> MJF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빠른 출력 속도와 저렴한 가격이다.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보다 출력 속도는 빠르고, (가루를 재료로 사용하는) 메탈 3D 프린팅으로 알려진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방식보다는 재료 측면에서 가격이 싸다. 재료가 가루 소재이다보니 두께 0.5mm 수준의 종잇장처럼 얇은 제품도 제조가 가능하고, 그러면서도 강도는 높다. 또한 FDM 방식과 달리 서포터가 없이도 제조할 수 있어 제품의 완성도도 높다. 경량화 제품에도 유리하다.”

Q> MJF는 제품을 경량화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MJF 방식으로는 불필요한 설계를 줄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낡은 설계 방식에서는 불가능했던 설계 구조도 MJF로는 구현이 가능하다. 드론 같은 제품의 경우 경량화뿐 아니라 충격에 강해야 하고 인장 강도도 중요하다. 나일론 pa-12 계열들을 주 소재로 사용하는데, 생산성은 높고 가격은 낮다.

카본 소재도 생산성으로 따지면 좋다고는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DMLS로는 몇 천만 원 대가 금방이다. 만약 MJF로 노트북 크기만한 드론을 만든다면 PA12 소재로 120만 원 선에서 가능하다. 출력 시간은 7시간 정도로, 훨씬 경제적이다.”

MJF 프린팅 방식으로는 얇은 카드부터 사슬 고리까지 한 번에 출력할 수 있다.
MJF로 출력한 각종 부품(좌)과 매연저감장치(우).

Q> MJF로 양산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실제로 양산 거래를 해왔다. 미국 브랜드 L사의 리클라이너 부품을 양산했었다. 해당 리클라이너는 270만원을 호가한다.

당시 제품의 크랭크축이 문제였다. 크랭크축은 리클라이너에 사람이 누웠을 때, 발판과 등판이 펼쳐지면 이를 연결해주는 부품으로 리클라이너의 핵심 부품이다. 제품의 회전 방향을 바꿀 때 크랭크축이 힘을 많이 받는데, 파손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그만큼 핵심부품인데, (해당 제품의)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 부품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듣고) 우리 회사에서 MJF 프린팅으로 위상최적화(제품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설계 구조를 바꾸는 기술)를 적용해 자체적으로 부품을 생산했다. 업체측에서 미국 본사에서 만든 부품보다 프로컴정보기술 부품을 더 선호하더라. 2개월에 100개 정도씩 꾸준히 양산해 거래했었다.”

Q> 제품 양산 측면에서 전통적인 사출 방식과 비교할 때 어떤 이점이 있나

”MJF 프린팅은 금형사출에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형태의 부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사출 방식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금형을 만들어야 하지만, MJF는 금형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에 강점이 있다. 금형제작 시 지나치게 고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금형 제작에 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MJF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출력할 수도 있다.”

MJF 프린팅은 설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출력할 수도 있다. (사진=프로컴정보기술 제공)

프로컴정보기술은 HP 본사에서 집계한 데이터 기준으로, 국내 HP MJF 프린터 가동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남보다 한발 앞서 MJF 방식의 3D 프린팅 시장에 뛰어들어 입지를 다진 것이다. 혹시 또다른 계획이 있는지 조영환 대표의 다음 발걸음이 궁금해졌다.

Q>프로컴정보기술의 다음 스텝은 어디로 향하나

”탑(TOP)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동률뿐 아니라 매출, 기술력까지 1등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트렌드를 읽어가며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프로컴정보기술 회의실 테이블에서 본 붓글씨로 커다랗게 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누군가의 뒤를 쫓아가기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는 프로컴정보기술.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도 여전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회사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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