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A 파트너스] 핸텍(기구설계)

 

‘핸텍’은 기구설계와 프로그래밍을 바탕으로 고객의 제품 개발을 도와주는 업체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의 기구설계 분야 파트너이자, 캐파를 통해 종종 외주 제조를 맡기는 주요 고객이다. 어떤 제품을 설계하든 이용하는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핸텍의 노진문 대표는 “어떤 제품을 개발하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모토”라고 말했다.

1970년대 경북 예천의 한 시골마을. 그 동네에 텔레비전은 딱 한 대였다. 흑백 텔레비전을 2시간 보려면 20원씩 내야 했다. 동네 아이들은 기꺼이 20원씩을 주머니에 챙겨서 모였다. 마당 넓은 집 마루 위에는 네모난 텔레비전이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곧, 텔레비전 화면에 ‘마징가 Z’가 나타났다.

△1975년 MBC에서 방영된 ‘마징가 Z’ (출처 : 유튜브 ‘onhobby’)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 Z는 로케트 주먹으로 악당을 무찔렀고 아이들은 환호했다. 당시 마당에서 함께 환호하던 아이들 중엔 ‘핸텍(HandTech)’의 노진문 대표도 있었다. 아이들이 마냥 환호성을 지를 때 어린 노 대표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내가 저 로봇을 만들어야지.’

아쉬운 대로 수수깡을 이어 붙여 로봇 인형을 만들었다. 로봇 팔과 로봇 다리를 손으로 움직였다.

‘마징가 Z의 무쇠 팔, 무쇠 다리는 스스로 움직이던데..’

당시 국민학교 3학년이었던 노 대표는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가 궁금해졌다. 학교가 끝나면 ‘쓰레기장’으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버려진 기계들을 줍기 위해서다. 꼬마에게 버려진 기계들은 쓰레기가 아니라 교과서였다. 버려진 라디오, 선풍기를 주워서 고사리 손으로 기계들을 분해하고 원상태로 조립했다. 가끔은 “재수가 좋아서” 마징가 Z가 나오던 텔레비전도 주웠다. 마징가 Z를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텔레비전은 특별히 구석구석 살폈다.

로봇과 기계를 좋아하던 소년은 현재 14년차 제조업체 대표로서, 또다른 로봇과 씨름하고 있다. 아래는 ‘핸텍’ 노진문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핸텍’에 대해 소개해달라

“’핸텍’은 제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전자 기기, 의료 기기, 자동화 기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기구 설계와 프로그래밍이다.”

△핸텍이 만든 피부 미용 기기(상)와 공장자동화에서 사용되는 스테커(적재기) 제어보드(하). (제품 관련 모든 사진은 ‘핸텍’ 제공)

Q> 주로 어떤 제품들을 만드나

설립 초기에는 의료기기를 주로 만들었다. 피부 미용기기로 진동 마사지 자극을 줘서 화장품이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하는 장비나 점을 빼는 레이저 장비 등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카메라의 프로그래밍 작업을 했다. 자율주행차가 인식하는 시각 데이터를 분석해 안전사고를 방지하게 돕는 기기다.

카메라는 도로의 굴곡, 장애물, 사람의 형태와 같은 데이터를 인식한다. 컴퓨터가 이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차량 속도를 조절하거나 차선을 변경하게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피부 미용 의료기기나 자율주행차나 공통점이 있다. 결국 이용하는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이다.”

Q>회사 영문 이름이 ‘HandTech’다. 어떤 의미인가

”핸텍(HandTech)이란 이름은 휴먼(Human) 앤(And)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어떤 제품을 개발하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게 제 모토다. 이런 모토를 설정한 지는 벌써 20년이 넘은 것 같다.”

핸텍 노진문 대표. (사진=핸텍 제공)

 

Q> 회사를 설립하기도 전인데, ‘사람 중심의 철학’이 생겨난 계기가 있나

”회사를 차리기 전에 자동화 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때는 회사원이었으니 회사가 만들라는 대로 만들었고, 회사가 원하는 대로 로봇을 만들었다. 문득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서 알았다. 회사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데, 사람의 손으로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로봇을 찍어내고 있었다. 내가 만든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직접 봤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로봇도, 사람도 잘못한 건 없었지만 결과가 그랬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살 방법을 그때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자신이 만든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보고 괴로워했던 노진문 대표. 그에게서 원자폭탄 개발의 주역이었지만 훗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러셀-아인슈타인 선언(The Russel-Einstein Manifesto)’을 통해 인류에게 ‘인간다움’을 당부했던 아인슈타인의 고뇌가 느껴졌다고 하면 너무 나간 것일까.

“We appeal as human beings to human beings: Remember your humanity, and forget the rest. If you can do so, the way lies open to a new Paradise; if you cannot, there lies before you the risk of universal death.”
(인류 구성원으로서 인류에게 호소합니다. 인간다움을 상기하십시오. 나머지는 잊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전인류가 멸종할 위험이 우리에게 닥칠 지 모릅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The Russel-Einstein Manifesto)’ 중에서 

원자폭탄의 개발의 주역이었던 아인슈타인은 훗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인류에게 인간다움을 당부했다. (출처 : 셔터스톡)

Q> 로봇을 개발하면서 인간다움을 말하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한계는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화 로봇 개발은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로봇이 언제나 사람을 (일방적으로) 대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 사람 대신 투입돼 생명을 지키는 로봇도 있고, 몸이 불편한 사람의 신체 일부가 되어 삶을 되살리는 로봇도 있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로봇도 얼마든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을 불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들을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로봇을 만들고싶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생각은 국민학교 3학년 때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아 일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해도 어쩌겠나. 가치관이다. 바꿀 수 없다.”

흑백 텔레비전 속 ‘마징가 Z’ 보며 품은 꿈···”사람 돕는 로봇 만들겠다”
20여년 매일 4시간씩 기술 공부, “로봇 연구하려면 4시간도 부족해요”

Q> 캐파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핸텍’은 기구 설계와 프로그래밍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서 제조·가공하는 작업을 (외주로) 맡길 업체가 필요하다. (외주) 업체를 찾던 중에 캐파(CAPA) 서비스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다양한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캐파의 장점이다.

특히 캐파는 제조 프로세스 상에 놓여 있는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구설계 같은) 특정 단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다음 단계를 진행할 파트너를 캐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캐파가 (고객은 물론) 파트너에게도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주는 셈이다. 캐파가 제조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캐파 생태계에서는 모두가 고객으로 ‘연결’됩니다. (출처 : 셔터스톡)

Q> 캐파(CAPA)를 통해 주문한 대표적인 제품엔 어떤 것이 있나 

”자율주행차의 차량용 CPU 케이스와 AP(Access point)다. CPU 케이스는 플라스틱 시사출로 만들었고 AP는 알루미늄 CNC 가공으로 만들었다. AP는 자율주행차가 수집한 정보를 정제해서 취합하는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차가 다루는 데이터는 거리와 온도, 움직임 등 다양한데, 이 데이터들이 서버로 옮겨져야 컴퓨터가 분석할 수 있다. 이때 불필요한 데이터까지 서버로 옮겨지면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AP가 데이터를 적절히 걸러냄으로써 서버의 과부하를 방지하고 컴퓨터의 작업을 용이하게 돕는 것이다.

케이스의 경우 사출 방식의 특성상 찍어낼 수 없는 구조가 있었고, 정확한 모양이 나오지 않는 구조도 있었는데, 파트너였던 ‘티어원’에서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불량 가능성이나 형상에 대해 꼼꼼히 상담하며 구조를 수정했고 결과적으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의뢰한 고객의) 납기가 촉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티어원에서 납기를 잘 맞춰주셨다.”

Q> 평소 까다로운 제품을 많이 수주하는 것 같다

”여러 업체에서 해결 못한 제품이 핸텍을 만나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많다.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지막에 ‘핸텍’을 찾아주시는 고객 분들이 처음에는 ‘마지막 업체’로 찾아주시다가 이후에는 ‘첫 번째 업체’로 찾아주시더라.”

XR 감각 인식 장치 초기 모델.

Q> 핸텍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평소 공부를 계속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때부터 20여 년이 넘도록, 지금도 하루에 4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 제조와 로봇, AI, 신기술, 트렌드까지 가리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공부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고객 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20년만 어림잡아도 매일 4시간이면 약 3만 시간에 이른다.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는 데 필요하다는 ‘1만시간’을 3번이나 채우는 시간이다. 묵묵히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온 노진문 대표의 근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그를 움직여 온 원동력을 물었다. 시간의 무게에 비해 그를 움직이는 원리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좋아하는 일이니까, 몸이 움직여서 책상 앞에 앉아요.
언젠가 만들어낼 로봇도 연구하려면 하루 4시간도 짧아요.
핸텍은 사람을 위해, 사람을 돕는 로봇을 위해 공부하고 연구할 겁니다. 지난 20여년 간 그래왔던 것처럼요.

 

누구나 가슴 속에 오래도록 품어온 꿈 하나씩은 있지요? (출처 : 셔터스톡)

‘마징가Z’를 보며 로봇 개발자의 꿈을 키웠다던 소년. 굳이 마징가Z가 아니었더라도 그는 제조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조를 좋아서 한다”는 노진문 대표. 그만의 필살 ‘로케트 펀치’는 다름 아닌 제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인 듯하다.

[제조 ‘알못’의 제조공법 탐험기] ‘헤어 드라이어’편

안녕하세요! 캐파(CAPA)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팀벤처스 콘텐츠팀의 엘라입니다. 
‘제조 알못의 제조공법 탐험기’는 제조 문외한인 제가 제조에 대해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랐던 일상 속 생활용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소개하는 제조공법 탐험기, 오늘은 일곱 번째 순서로 헤어 드라이어를 만드는 제조 공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오픈런' 대열에 합류한 헤어 드라이어, 어떻게 만들까

최근 평일, 주말 구분할 것 없이 아침마다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쇼핑몰 입구를 향해 부리나케 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처럼 말이죠. ‘오픈런’이란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주로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리나케 달려가더라도 대개 돌아오는 건 ‘품절’됐다거나 제품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니 대기 명단에 올려주겠다는 제안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픈런 경쟁이 치열한 제품 중에는 의외의 제품도 끼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헤어 드라이어’인데요, 저의 지인도 세간에 화제가 된 헤어 드라이어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불사했건만 매장 직원으로부터 ‘3개월 후에 입고 예정이니 대기 명단에 연락처를 적고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니고, 그깟 드라이어가 얼마나 대단하길래’하고 혀를 ‘쯧쯧’ 차다가 불현듯, ‘드라이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의 제조 ‘알못’ 레이더에 헤어 드라이어가 포착된 것이죠. 

외관은 금형사출, 재료는 ABS가 일반적

대부분의 헤어 드라이어 외형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집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대부분의 공산품이 그렇듯, 헤어 드라이어의 케이스 또한 사출성형 방식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전 제조 알못에서도 설명했듯이 사출성형은 고열에도 형태가 변형되지 않는 금형에, 가열을 통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를 투입해 형태를 만들어내는 제조 방식입니다. 헤어 드라이어 케이스의 경우 보통 사출성형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인 ABS 수지가 사용되는데요, ABS 수지는 투명하기 때문에 보통 후처리 작업을 통해 색을 입히게 됩니다. 
제가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헤어 드라이어도 그렇고 동네 목욕탕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헤어 드라이어 대부분이 대부분 플라스틱 사출성형 방식으로 외관을 만든 제품일 겁니다. 

드라이어의 3요소 팬, 모터, 바이메탈

헤어 드라이어는 부피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품이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수 부품을 꼽으라면 먼저 바람을 만들어내는 장치인 ‘팬’과 팬을 움직이는 장치인 ‘모터’, 그리고 고온부터 냉풍까지 다양한 바람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인 ‘바이메탈’ 등이 있습니다. 
헤어 드라이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부품들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드라이어 내부에 먼저 이러한 필수 장치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바람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송풍구와 전기 코드와 이어지는 각종 전선들이 모여있는 손잡이 부분을 조립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어의 모습이 갖춰집니다.

이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겨울에 젖은 머리를 찬공기에 내맡긴 채 출근하다 머리에 고드름이 생기는 불상사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 배선 등이 얽혀 있다 보니 헤어 드라이어는 대부분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조립한다고 합니다. 겉이 매끄럽다 보니 당연히 기계로 한번에 찍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헤어 드라이어의 내공을 알아보지 못한 점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헤어 드라이어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대개 내부에 장착된 ‘모터’를 어떤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고급 사양의 모터를 사용할수록 자연히 드라이어의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요즘 소위 ‘오픈런’을 뛰게 만드는 그 회사의 헤어 드라이어가 그토록 고가에 팔리는 것도, 특이한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든 최고급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헤어 드라이기의 금형 (사진 출처: 마츠우라 LUMEX AVANCE-25로 가공한 금형 홍보 사진)

아마 제조 ‘알못’ 시리즈를 기획하지 않았다면 매일같이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선풍기 날개 돌아가듯 안에서 모터가 돌아가나 보다 하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제가 손으로 집는 헤어 드라이어 외관이 사출성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생각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픈런까지 해가며 구입하려 해도 손에 넣기 힘든 고급 헤어 드라이어도 속을 뜯어보면 결국 드라이어의 기본 작동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비록 인터넷쇼핑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저희집 헤어 드라이어도 아직은 제법 쓸 만합니다. 오늘따라 저희집 헤어 드라이어가 더 짠하게 느껴지네요. 

[CAPA 프로젝트] ‘로보 키친’으로 음식 문화의 진보를 꿈꾼다

주방 운영 도와주는 조리 로봇 개발 ‘웨이브라이프’
“R&D 위해 꾸준히 ‘캐파’ 이용, 파트너풀 넓어 신뢰”

 

고든 램지 셰프가 만드는 14만 원짜리 햄버거는 어떤 맛일까? (출처 : www.gordonramsayrestaurants.com)

한우 2+등급 채끝살 패티와 트러플 페코리노 치즈, 12년산 발사믹 식초를 사용한 ‘14만 원짜리 햄버거’. 최근 서울 잠실에 상륙한 ‘고든 램지 버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먹방 유튜버와 연예인 할 것 없이 인증샷을 올리기 위해 레스토랑에 다녀가고 있는데요. 값비싼 가격에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파격적으로 비싼 가격이 호기심을 당기는 요인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건 유명 셰프 ‘고든 램지’의 레시피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의 음식을 서울에서 맛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치명적인 자극입니다.
사실 잠실 레스토랑에 고든 램지 셰프는 없습니다. ‘고든 램지 버거’ 관계자는 파(CAPA)와의 전화 통화에서 “셰프님께서 오셔서 레시피를 알려주신 기간이 있었다”면서도 “셰프님은 현재 (본국으로) 돌아가신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그의 레시피가 있기에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표준화된 레시피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운영의 핵심입니다.
1977년 대한민국 명동. 우리나라 최초의 외식 프랜차이즈 ‘림스치킨’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외식 문화가 낯설었던 시절,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하면 똑같은 맛의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음식 문화에 있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졌죠. 특정 지역의 음식을 그 지역 사람이 아니라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음식에 있어서도 지역적 ‘형평성’이 가능해졌다는 의미기 때문입니다.
림스치킨에 이어 1979년에는 국내 최초의 커피전문점 ‘난다랑’이 종로구 동숭동에 설립됐고, 1979년 최초의 해외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1984년 ‘버거킹’, 1985년 ‘피자헛’까지 프랜차이즈의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됐습니다.

2022년의 성수동. 약 반 세기 전 림스치킨이 가져다준 음식 문화의 혁신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반 세기의 시간이 흐른 만큼 스케일도 전국 단위를 넘어 전지구적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음식 문화의 진보를 꿈꾸는 로보키친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구  아보카도랩, 이하 웨이브라이프)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웨이브라이프는 로봇 기술을 이용해 전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어떻게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 웨이브라이프 사무실에서 김범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김범진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출처 : 원티드)

김범진 대표는 요샛말로 ‘먹깨비’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묻자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먹는 걸 좋아해서”라고 답합니다. 먹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쉑쉑버거’ 청담점에서 한동안 쉴 새없이 패티를 구워보기도 했다는 그입니다. 웨이브라이프에는 김 대표 외에도 “먹는 것에 정말 진심”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이력을 보면 KFC부터 치즈 공장, 떡 공장까지 아주 화려합니다.
쉑쉑버거 청담점에서 일하던 시절,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이 한바탕 폭풍처럼 몰아치고 나간 뒤 기름과 물아일체가 된 김범진 대표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음식 하나를 만들어내기까지 주방 일은 정말 고되다는 사실을 말이죠. 식재료 관리부터 직원관리까지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뭐 하나 쉬운 게 없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범진 대표는 “주방 관리에 기울일 노력을 아껴 음식 퀄리티 향상에 투자할 수 있는 요식업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며 회사를 세운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로봇을 주방에 도입하는 ‘로보 키친’에 대해 일각에서는 결국 ‘로봇이 인간 요리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웨이브라이프의 목적은 로봇이 주방 운영을 도와줘서 요리사가 음식을 연구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로봇의 기능을 주방 운영을 도와주는 역할에 국한시키자’ 는 것이죠.
실제로 주방 운영의 어려움에 골머리를 앓던 업계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김 대표는 “주변 식당 사장님부터 미쉐린 스타 셰프,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 먹방 여성 유튜버까지 웨이브라이프를 찾아주고 계신다”며 “고객 중에 주방 관리보다는 신메뉴 등 아이디어 개발에 힘을 쏟고 싶어하시는 분들,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는 젊은 요식업 사장님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김범진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로봇이 만드는 음식이 사람 ‘손맛’을 따라올 수 있을까요

“(로봇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을 수 있다는) 실제로 증명된 결과가 있습니다. 한때 샐러드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운영했었는데요. 이 브랜드는 배달 서비스만 제공했었고, 초기 3개월까지는 사람이 샐러드를 제조했어요. 이후에는 로봇을 샐러드를 만들었고 ‘로봇이 만드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오픈하지 않았죠. 배달 서비스니까 고객 분들은 모르시는 거에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로봇 도입 전후로 브랜드 별점을 비교해보면, 5점 만점에 3.5점에서 4.9점으로 대폭 상승했어요. 로봇 도입 전에는 ‘양이 적어졌다’는 리뷰가 종종 있었지만, 도입 후에는 양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고요. 로봇은 무게 센서를 이용해 정확한 양의 재료를 정확하게 조리하니까 당연한 결과였죠.”

샐러드 재료에 따라 모양이 다른 엔드 이펙터를 살펴보세요. (사진=웨이브라이프 제공)

Q> ‘조리 로봇’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음식을 다루는 조리 로봇들은 우선 깨끗해야 합니다. 재료가 담기는 플라스틱 컨테이너는 물이 새면 안 되죠. 재료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매장마다 손님 숫자에 따라 보관될 재료의 양이 달라져요. 손님이 적은 매장이라면 컨테이너 크기를 줄여야하기에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컨테이너 제작이 필요했어요.
가장 구현하기 힘들었던 건 청경채나 오리고기처럼 얇은 재료들을 뿌려주는 엔드 이펙터(음식재료를 집거나 배출하는등 마지막 단계의 작업을 하는 부품을 가리킴)였어요. 물레방아 모양으로 생긴 엔드 이펙터는 재료를 배출하면서도 재료를 짓이기지 않아야 했어요. 재료가 손상되지 않는 구조와 부품 재질을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식재료의 특성에 따라 스크류 타입, 피스톤 타입, 물레방아 타입 등 배출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데 10번 정도의 실패는 필수 과정이었습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리 로봇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 모든 걸 소규모 스타트업이 직접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도와줄 제조업체를 찾아 협업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웨이브라이프가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 서비스 런칭 초기부터 ‘단골’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캐파를 통해 제작 과정에 도움을 받은 로봇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김 대표는 “직접 보시는 게 이해하기 편할 거다”라며 동영상을 켰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샐러드볼은 천천히 움직였고, 샐러드 재료들이 정해진 양만큼 샐러드 볼로 낙하하며 샐러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김 대표는 “캐파 서비스에서는 샐러드 재료가 담기는 플라스틱 컨테이너와 재료를 배출하는 ‘엔드 이펙터’를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샐러드 제조 로봇 (사진=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제공)

Q> 캐파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품 개발을 위해) 여러 제조업체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제품에 대해 설명했지만, 다들 음식을 다루는 제품은 처음이라 디테일한 요구를 까다로워하셨어요. 다른 제조 플랫폼도 이용해보고, 제조업체 10곳 정도를 정해놓고 미팅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았어요.
캐파 서비스는 굉장히 파트너 풀이 넓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제품 R&D를 위해 꾸준히 캐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제품을 의뢰할 때마다 새로운 파트너들이 채팅을 요청했어요. 하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더 잘 만들 수 있는 파트너들이 계속 유입되는 것 같아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주로 거래를 많이 했던 HA엔지니어링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주셨어요. 경상남도 소재의 업체지만 급하다고 하니 고속버스 퀵으로 하루 만에 제품을 배송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캐파를 통해 ‘HA엔지니어링’과 추가 거래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Q> 음식의 조리법이 무궁무진한데, 그때마다 새로운 로봇을 개발해야 하나요

”웨이브라이프의 조리 로봇들은 특정 메뉴를 위한 로봇이 아니에요. ‘특정 재료’의 ‘특정 조리 작업’을 위한 로봇들이죠. 예를 들어 샐러드 제조에 주로 쓰이는 물레방아 휠 디스펜서 로봇은 샐러드뿐 아니라 채소부터 고기까지 다양한 식재료를 배분하는 조리 과정에 모두 사용될 수 있어요. 열판이 상하로 달린 스테이크를 굽는 로봇이라면 고기를 익혀서 만드는 다른 음식에 얼마든지 응용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샐러드를 만드는 조리 모듈로 피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위에 샐러드볼 대신 피자 도우를 올리고, 벨트가 이동하면서 피자 토핑들을 하나하나 배분하는 방식인 거죠. 지금까지 웨이브라이프가 만들기 위해 리스트업한 식재료만 1000가지에 달합니다. 이 중 300개는 이미 제조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어요. 조리 로봇의 유형도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해 확장해나갈 계획이에요. 새로운 재료와 조리 로봇들을 조합시켜 나가면 만들 수 있는 음식 메뉴는 무한대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가정용 로봇 앤드류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먹는 장면. (출처 : 유튜브 ‘잔잔한 블루’)

사실 영화 속에서는 로봇이 주방에 서는 장면이 낯설지 않습니다. 1999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ial Man)’에서는 가사 도우미 로봇 앤드류가 가족들에게 처음 요리를 선보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음식에서 약 맛이 난다”며 로봇이 만든 음식을 불신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로봇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인간의 편견을 드러내죠. 어찌 보면 이러한 편견이 웨이브라이프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샐러드 사례처럼 ‘편견’을 제거하고 음식 맛을 평가하면 오히려 로봇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로봇은 ‘배식’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지닙니다. 김 대표는 얘기입니다.
사실 로봇이 만드는 음식은 사람이 만드는 음식보다 판매 측면에서 유리해요. 완성된 음식의 편차가 적기 때문인데요. 로봇은 일정한 양을 일정한 조리 방식대로 만듭니다. 사장님 마음대로 어느 날은 기분이 좋아 고기를 많이 주고 어느 날은 고기를 적게 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죠. 같은 식당을 다시 방문했을때, ‘이전에는 고기가 더많았는데 줄었네’라고 느낄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스테이크 굽기 로봇(상)과 제조 장면(하). (사진=웨이브라이프 제공)

Q> 로봇으로 샐러드 이외에 보다 고차원적인 요리도 가능한가요

스테이크 요리까지 가능합니다. 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믿음 중에 ‘스테이크는 셰프들의 영역’이라는 숙제가 있었어요. 가장 큰 숙제니까 가장 먼저 해치우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스테이크는 굽기 정도에 따라 적절한 불 조절과 아로마 양, 적당한 뒤집기 등 매우 섬세한 조리가 중요한데요. 스테이크 역시 로봇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았어요. 더욱이 조리 직전의 생고기는 소프트한 물성이라서, 달궈진 팬의 위치에 정확한 모양으로 놓는 작업부터가 매우 어려웠어요.”

Q> 로봇이 말랑한 스테이크를 잡기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리퍼'(물체를 쥐거나 놓을 수 있는 장비) 대신 ‘디스펜서’로 문제를 해결했어요. 샐러드를 만들 때 사용했던 디스펜서 로봇을 연구하면서 잎채소, 다이스 고기, 스테이크 고기, 밥, 소스까지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넣고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었어요. 이 고민들을 바탕으로, 스테이크가 접히지 않으면서 정확한 팬의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하는 디스펜서를 개발해냈습니다. 디스펜서를 개발한 이후에도 최고의 맛을 낼 조리 방법을 고안하느라 6가지 고기 종류를 수백 번씩 구웠습니다.”

수백 번의 시도는 곧 수백 번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실패를 말하는 김범진 대표의 얼굴에는 실패를 맛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흘러 넘쳤습니다.
김범진 대표에게 웨이브라이프의 꿈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인터뷰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야기를 다시금 꺼냈는데요, 어쩐지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술이 혁신한 만큼, 음식 문화도 진보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방 노동이 완화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음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언젠가 미국에 있는 유명 셰프의 스테이크를 웨이브라이프의 로보 키친에서 만드는 날이,
미국 스테이크를 한국에서 맛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미 한 발자국 앞서 나간 기술의 빛이 아직 미치지 못한 음식 문화를 비춰주기까지. 웨이브라이프의 ‘이유 있는 실패’는 계속됩니다.

[캐파 스토리] 올해 CES에서 가장 ‘힙’했던 주인공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습니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하는 CES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입니다. 

CES는 매년 유명 대기업과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참가해 IT와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들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최신 기술과 미래 산업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지만 올해는 일정과 규모를 줄이되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매 행사마다 눈길을 잡아끄는 기술들이 쏟아져나오는 CES에서는 해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술이나 제품이 화제가 되곤 합니다. 올해 행사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소위 가장 ‘핫’하고 ‘힙’했던 제품은 단연 로봇입니다. 어찌 보면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로봇, 대체 어떤 로봇이기에 IT 마니아들을 매료시킨 것일까요. 

사람보다 더 실감나는 표정 연기 '아메카'

자신을 닮은, 인간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인간의 표정이나 행동을 닮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선 한 차원 높은 기술이 요구됐습니다. 이번 CES에 등장한 로봇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 <A.I.>나 <엑스마키나>에 등장하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나는 것이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CES에서 영국의 스타트업 ‘엔지니어드 아츠’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가 대표적입니다. 아메카는 오직 ‘인간과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기능’에 집중해 만든 로봇으로, AI(인공지능) 기술과 머신러닝 기능을 토대로 전시회에 참가한 관객들과 가벼운 농담까지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사진 출처: engineeredarts official brochure)

사실 아메카는 지난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먼저 공개되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머리 내부에는 17개의 개별 모터가 달려 있고, 이 개별 모터로 인해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제어하면서 약 50개의 동작과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개발사는 말합니다. 물론 아직 걸어다니거나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진정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질문에 센스있게 대답하는 아메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에서만 보던, 외모만으로는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움직임 가장 가깝게 구현한 '아틀라스'

올해 CES에서 선보인 또다른 화제의 로봇은 현대차그룹의 작품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로봇 제작 전문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번 CES 미디어 컨퍼런스에 로봇 개인 ‘스팟’을 데리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 개인 ‘스팟’을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창고 자동화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스트레치’도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중에 있는데, 바로 아래의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아틀라스’입니다. 아틀라스는 현존하는 로봇 가운데 가장 인간의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로봇입니다. 앞서 소개한 아메카가 인간과 가장 가깝게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기능에 집중한 로봇이라면 아틀라스는 ‘인간이 움직이는 것과 가깝게 역동적인 기능’에 집중한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파(CAPA)에도 로봇 관련 주문 잇따라

위에 소개한 최첨단 로봇들은 아직 실험실이나 특수한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삶에 더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로봇 팔이 바리스타 역할을 하는 카페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로봇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고 이런 로봇 시장은 오는 2025년쯤엔 193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의 고객 중에도 직접 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매일같이 새롭게 올라오는 고객들의 견적요청서(RFQ)를 살펴보면 로봇과 관련된 부품이나 시제품 등의 제작을 의뢰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캐파의 ‘단골’ 고객인 아보카도랩은 주방을 효율화하기 위해 식재료 준비, 조리 등을 도와주는 로봇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면서 캐파를 통해 시제품이나 부품 등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캐파에는 2,300여 곳(공정 합산 기준)의 제조 파트너가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CAPA 파트너스] 시제품 제작 ‘레인메이커’

시제품 제작 전문업체 찾을 땐 ‘캐파 파트너스’ 레인메이커
김성회 대표 “고객들 앞에선 대표 아닌 프로젝트 매니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 방울들. 그 사이 퍼지는 커피 향기는 꽤 치명적이다. (출처 : 셔터스톡)

1초에 한 방울씩. ‘똑, 똑’. 드립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초조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실. 하지만 서서히 퍼져가는 커피 향을 맡고 있노라면 ‘먼저 홀짝 마셔버릴까’하는 순간의 충동이 유혹한다. 고민하는 사이 또 몇 초가 지난다. 어느새 커피 방울들은 커피 한 잔을 채웠다. ‘이제 한 번 마셔볼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인고 끝에 마주한 커피의 빛깔이 심상치 않다. 어쩐지, 너무 연하다.

시제품 제작 전문업체 ‘레인메이커’의 김성회 대표는 어느날 아쉬운 커피 농도에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종이컵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직접 간이 ‘수제’ 드리퍼 제작에 나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역삼각형 모양이 아닌 바닥이 편평한 새로운 드리퍼가 개발(?)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커피 드리퍼의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보자. 1908년 독일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멜리타 벤츠는 양철통에 구멍을 낸 편평한 드리퍼를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밑 부분을 편평하게 만든 건 원두를 고르게 퍼뜨려서 커피 원액을 골고루 추출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진작에 편평한 드리퍼가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110여년 뒤 대한민국. 대략 한 세기 전의 멜리타 벤츠 여사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김성회 대표가 자체적으로 편평한 드리퍼 개발에 나섰다. 다른 사람의 시제품을 제작해주는 제조업자이면서 평소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하는 ‘메이커(Maker)’로서의 천성 때문이다. 지난 5일 부천의 레인메이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김성회 대표와의 일문일답.

 

유튜브 ‘레인메이커 TV’에서 종이컵에 구멍을 뚫어가며 드리퍼를 제작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유튜브 ‘레인메이커TV’ 캡처)

새로운 제품 만들며 겪는 고객의 고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 더 잘 압니다”

Q> 자체 제작도 하고 있다. 그런 점이 시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나

“일상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불편함들을 제품을 통해 해소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커피 드리퍼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데 역삼각형 모양의 기성품 드리퍼로는 커피가 덜 진하게 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바리스타의 문제일 수도 있었겠지만, 드리퍼의 구조상 윗부분에 쌓인 원두가 충분히 우려내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다가 아이디어가 떠올고, (그 자리에서) 종이컵을 자르고 구멍을 뚫어가며 새로운 드리퍼를 고안해냈다. 원두가 충분히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원두가 담기는 부분을 편평하게 하고, 물줄기도 고르게 퍼지며 떨어질 수 있도록 메쉬망을 만들었다.

제조의 세계에서는 직접 제품을 만들어봐야 알게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고객 분들이 겪는 고민들이 무엇인지를 안다. 제작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누구보다도 고객 분들과 공감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직접 만들면서 (고충을) 겪어봤기에 아는 것들이 있다. 레인메이커는 제품을 의뢰받은 제조업체지만 고객 분들 제품의 마케터를 자처해 시장조사까지 해가며, 최종 판매가 가능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충분히 상담하고 설득하는 작업까지 맡는다.

예를 들어 이미 6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기획한 고객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1개, 2개씩 기능을 추가하다보면 열 개, 스무 개가 금방이다. 기능이 추가될수록 완벽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제품이 복잡해지면 제품 단가는 높아지고 이것이 양산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제작자의 마음을 백 번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있다거나, 팔릴 만한 가격 수요 상한선 등을 고려한다면 제품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가짓 수로 제한하는 작업이 필수다. 공감을 바탕에 두지만 실질적인 생산, 제품 판매까지 함께 고민하며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

공작 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성회 대표. 기계 뒤로 잔여물이 수북하다. (이후 모든 사진=캐파)

Q> 직접 발로 뛰는 대표라고 들었다 

“대표를 맡고 있지만 항상 고객들에게는 ‘대표’가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책임감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사실 모든 제품에 대해 시장조사를 할 수는 없다. 제품이 흥미롭고, 고객 분들과 ‘케미’가 잘 맞는 때에는 나도 모르게 제품에 몰입하게 된다.

보통 제품을 만들 때 설계, 제작부터 어떤 재료로 만들지, 어떤 가공방식을 선택할지, 양산하게 되면 가격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 것인지까지 큰 그림을 먼저 그려 놓는다. 기획과 설계, 제작, 양산, 유통까지 제각각 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레인메이커에서는 최종적으로 양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구상해놓고 제작에 들어간다.”

Q> 양산까지 염두에 두면 정작 시제품 제작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꽤 걸렸지만, 노하우가 쌓이니 오히려 시간이 단축됐다. 한 번에 만들어지는 완제품은 없다는 게 제조업계의 정설 아닌가. 디자인 때문에 설계가 막혀 다시 디자인을 구상해야 하거나, 제작 과정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구조를 발견해 제품 설계로 회귀해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곤 하는데, 제품 디자인 단계부터 설계를 고려하고, 제품 구상부터 양산을 고민하면 공정 단계를 ‘역순’으로 회귀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목걸이형 살균기 제품을 2개월 만에 완제품 양산까지 완료했다.

레인메이커는 고객 분들이 그 제품을 양산하고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를 함께 고민하는 업체다.”

 

에어컨 동관 확관기(상)와 목걸이형 살균기(하).

제품에 대한 전문가는 ‘고객’···”고객 분들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아침 저녁으로 전화했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김성회 대표의 눈은 빛났다. 특히 제품에 대한 샘솟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놓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스토리를 말할 때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다면

“컬러테라피 스탠드가 기억에 남는다.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스탠드인데,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이 측정한 사용자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적절한 색깔의 불빛으로 스탠드를 밝혀주는 제품이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휴대폰과 스탠드가 블루투스로 연결됐을 때,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의 최신 정보가 곧바로 스탠드와 연동되어야 그 순간 사용자의 감정에 적절한 색깔의 불빛이 선택될 수 있었다. 블루투스의 연동 타이밍 문제, 자기장의 전파 방해 문제, 휴대폰과 스탠드의 거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이 문제들이 상당히 많았고 복잡했다.

원래 함께 일하던 개발자가 있었는데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개발자가 도망갔다”고 고객이 얘기하더라. 여러 업체를 전전하다 결국 레인메이커를 찾아왔다. 어떻게든 꿈을 이뤄드리고 싶었다. 제품 디자인부터 전장 파트까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초기 기획의 80% 정도를 달성하는 수준으로 완성품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객 분께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하더라. 너무 뿌듯했다.

Q> 회사명을 ‘레인메이커’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의미가 있다. 서양 문화권에서 레인메이커(rain maker)는 주술적인 의미로 비를 만들어주는 사람, 즉 주술사를 뜻한다고 한다. 자연현상을 인간이 컨트롤한다는 건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꿈 같은 일일 것이다.

모든 제조업체들은 하나하나가 레인메이커처럼, 현실에 없던 꿈과 아이디어들을 세상에 구현해내는 마법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제작자는 현실에 없던 새로운 꿈을꾸는 사람들이다. 레인메이커는 마치 주술사처럼 그 꿈들을 실현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꿈을 지키고 구현해내려면 고객의 제품이 내 제품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어야 한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작 기계, 최신 설비(MCT).(순서대로)

Q>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레인 메이커에서 고객과의 소통은 ‘상시체제’다. 충분히 듣는 것은 고객 분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반에는 일주일에 1~2번씩 정기적인 대면 미팅은 필수로 한다. 이후로는 제작과정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카톡, 전화, 줌 등 다양한 수단으로 소통한다. 이때 중요한 건 고객의 의견을 많이 듣고 이를 제작 과정에 실제로 반영하는 것이다.

한 번은 ‘자꾸 전화해서 귀찮게 하지 말라’는 고객도 있었다. 운동기구 제품 제작을 의뢰하셨는데,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씩 며칠을 전화했었다. 제품 아이디어를 스케치만 해오셔서 확인해야할 부분이 많았던 탓이다.

꼭 해결 방법을 몰라서 전화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의 주인은 제작자이고, 제작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야 만족하는 제품이 나온다. 고객 분들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생각을 확인할 수 없으니,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고, 결정하며 제작하는 과정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제품에 관한 한 전문가는 의뢰자, 고객이라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변함이 없다.”

Q> ‘제품에 대한 전문가는 결국 고객’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고객이 전문가라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레인메이커는 자체적으로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항상 새로운 제품을 고안할 때마다 해당 제품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일상 속에서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생각을 현실로 옮겨 놓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알아야’ 한다.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 공부의 밑그림을 그린 뒤에 유사한 제품군 레퍼런스를 파악해나간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수 차례 반복하면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고객 분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필라멘트 대신 황토 넣는 3D 프린터? 친환경 인공 어초 만들기 위해 프린터도 직접 제작

Q> 자체 제작의 경우 선호하는 제품 분야가 있나

“주력으로 만드는 제품군은 별도로 없다. 소형 가전부터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황토 인공 어초(3D프린팅), 에어컨 수리기사님들의 필수품인 동관 확관기(CNC)까지 환경과 공구, 가전을 넘나든다. 제품 스펙트럼이 넓다기보다 어떤 제품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황토 인공 어초 구조 모형. 모형 크기는 두 손바닥만한 사이즈지만 실물 크기는 4인용 테이블 크기에 이른다.

 

Q> 인공 어초는 어떤 제품인가

“인공 어초는 수조나 바다에 넣어 해초와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구조물을 말한다. 시멘트로 만드는 기존 인공 어초는 무겁기 때문에 바지선으로 옮겨서 바다 한 가운데서 떨어뜨린다. 만만치 않은 제작 비용엔 운반 비용도 한 몫 한다. 정확한 위치에 설치하기도 어렵고, 시멘트가 부식되면 환경 오염의 문제도 있다.

이러한 한계에 착안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비용효율적인 제품을 고안했다. 재료로 황토를 선택한 것도 황토는 부서져도 바닷속에서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멘트 인공 어초보다 훨씬 환경에 이로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했는데, 운반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립식으로 제작한 뒤 다이버들이 물 속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운반비용이 대폭 줄었고 당연히 설치 위치도 조정 가능해졌다.”

 

Q> 3D 프린팅에 황토를 사용할 수도 있나

“황토로 출력하는 3D 프린터를 자체 개발했다. 황토 인공 어초뿐 아니라, 정교한 3D 프린팅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형 3D 프린터도 만든 적이 있다. 정교한 제품 출력을 위해서는 노즐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LM가이드(직선 구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레일과 베어링 이송장치)의 성능이 중요한데, 중국 시장을 뒤져 7만원 수준의 부품을 사서 제작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프린터를 사용하면 3D 프린팅으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다듬지 않아도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팬톤 체어’ 사진 참고>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다이슨’이나 ‘발뮤다’ 같이 해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 브랜드를 갖고 싶다. 이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고민하고, 수없이 겪었던 수많은 실패들이 있었을 것이다. 레인메이커는 1년에 1개의 제품을 자체 개발하려는 목표가 있다. 직접 제품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고, 고객 분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려는 시도다.”

수없이 시도하고, 수없이 실패하면 또 수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객분들께도 그 믿음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스스로 꿈을 꿔봤기에 그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기업. 고객의 꿈을 자신의 꿈과 별개로 두지 않는 레인메이커의 ‘주술’은 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