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파 파트너스] 큐네스글로벌(초소형 사출)

배움에 나이가 중요할까? (사진=셔터스톡)

 

강진환 큐네스글로벌 대표는 금형사출업에 지난 24년간 몸담으며 늘 금형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며 사는 ‘찐’ 제조인입니다. 대학에서도 기계설계와 금형공학을 각각 전공했습니다. 이제는 그간의 경력과 경험에 의존해 편하게 갈 법도 한데, 강 대표는 최근 대학원에 등록했습니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또다시 책과 씨름하기로 작정한 것이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배움에 있어 주저함이 없는 강진환 대표를 캐파(CAPA)가 지난 25일 큐네스글로벌 사무실에서 만나봤습니다. 아래는 강진환 대표와의 일문일답.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진환 대표. (사진=에이팀벤처스)

Q> 학위가 3개라고 들었다

”1992년에 인하공전 기계설계과 학사 졸업을 하고, 2020년 폴리텍대학교에서 금형공학과 학사 과정을 졸업했다. 올해 인하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는데 2024년에 학위 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되면 비로소 3개가 된다.”

Q> 금형설계 현장에 20여 년 넘게 몸담았는데, 또다시 학교를 찾은 이유는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이론적인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오래 일했지만 스스로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주저함은 없었다.”

Q> 엔지니어 출신인데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이유가 뭔가

”지난 2020년 초소형 사출에 특화된 큐네스글로벌을 설립한 지 2년 만에 직원이 13명으로 늘었다. 기계설계를 전공한 저로서는 단순히 회사에서 주력하는 ‘초소형 사출기’ 기술 개발만 잘 되면 회사가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더라. 인사 업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직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졌다. 그래서 또 다시 선택한 게 학교였다. 올해로 나이 50살에 경영대학원생이 됐다.”

 

이렇게 작은 금형 보셨나요? (사진=에이팀벤처스)

 

강 대표는 잠시 동안 3D 프린팅을 곁눈질한 1~2년 정도를 제외하면 20년 이상 줄곧 금형 사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런 강 대표에게도 초소형 사출은 낯선 분야였다. 초소형 사출의 어떤 점에 끌렸던 것일까.

Q> 어떻게 초소형 사출기와 인연을 맺었나

”큐네스 글로벌을 설립하기 2년쯤 전 잠시 3D 프린팅 사업을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3D 프린터를 판매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한 영업사원 분이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더라. 일본에서 나온 초소형사출기가 작동하는 모습이었는데, 사람의 힘으로 작동하는 초소형 사출기가 정교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영상이었다. 이전에도 초소형 사출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동영상을 보니 달랐다. ‘저거다!’ 싶었다.”

Q> ‘초소형 사출’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3m짜리 크기의 일반사출기를 30cm로 줄인, 말 그대로 ‘초소형’ 사출기다. 일반 사출기는 작동이 복잡하고 어려워 전문가만 작동할 수 있었고 비용이 비쌌다. 이 때문에 소량 생산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았던 셈이다.

하지만 초소형사출은 다르다. 사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고객들도 사무실에 와서 15분 정도 안내를 받고서 직접 다룰 수 있다. 쉽고, 편하고, 비용도 저렴하고, 소량 생산도 가능하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일반 사출과 비교하면 금형 제작 비용이 50% 정도 절감된다. MOQ(minimum order quantity : 수익을 내기 위해 최소로 생산해야 하는 수량)에 대한 제약도 없다. 제품 용량은 10g, 18g, 25g으로 다양하다. 

사출 비용도 저렴하다. 특히 재료 자체가 비싼 경우 초소형 사출로 작업하면 유리하다. 가령 ‘의료용 PLA’는 한 주먹에 25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하는데, 고비용 재료를 사용할 경우에 초소형 사출이 더욱 유리하다. 제품 스펙트럼은 바늘부터 인공위성 부품까지 다양하다.”

 

큐네스 글로벌이 만든 제품들. (사진=큐네스글로벌)

 

Q> 의료기기 제품도 초소형 사출로 생산한다고 하던데

”시약통, 주사 바늘에 들어가는 석션, 피부나 인체 조직을 접합하는 나사 등 소형 제품은 거의 다 다룬다. 의료용 재료는 피부에 닿기만 하는지, 입안에 들어가야하는지, 몸 속에 들어가는지 등 단계별로 재료의 급수가 나뉘는데, 소재 자체의 비용이 높은 경우가 많다. 또 사람 몸에 직접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본제품을 만들기 전에 300~400개 정도 테스트 제품이 통과돼야 양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초소형 사출로 제작하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링겔에 연결하는 관. 관을 통해 유입된 수액은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특수 소재인 ‘의료용 PLA’를 쓴다. (사진=에이팀벤처스)

 

Q> 처음 ‘초소형 사출’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당시에도) 전혀 대중적이지 않았다. 초소형 사출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절반은 ‘하지 말라’ ‘그건 애들 장난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 저렇게 작은 사출기로도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초소형 사출기를 시작으로 더 편리하고 더 정교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언제나 기존의 방식으로만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기존의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금형 사출업계의 진입 장벽을 낮출 새로운 방식, 바로 초소형 사출기였다.”

Q> 금형 사출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하는 이유는?

”20여 년 넘게 몸 담아온 생업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금형은 ‘제조업의 제조’라 불린다. 금형 틀이 있어야 그 안에 재료를 넣어서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 하지만 금형사출의 문턱이 너무 높아 고객도, 근로자도 발길이 끊어지고 있다. 제조도 쉽지 않고, 금형설계부터 제작, 사출까지 노동 강도는 고되다. 현재 상태라면 20년 쯤 뒤엔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더 이상 만들수 없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 20년 넘게 몸 담아온 업(業)이 사라진다면 너무 슬플 것이다.

금형사출 산업의 허들을 낮춰서 고객들이 쉽게 찾고 젊은 근로자들의 발길을 유인할 방법. 그것이 ‘초소형 사출기’라고 생각했다. 사업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초소형 사출기’를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20여 년 넘게 몸 담아온 금형사출업계가 후세대에도 건강한 생태계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강 대표는 돈을 버는 것만이 사업의 목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빈말이 아니다. 강 대표는 고객들이 금형사출 산업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게끔 사내에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만들었다. 메어커 스페이스를 만드는 데 돈은 들지만 ‘돈 되는’ 일은 아니다.

 

사내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초소형 사출 작업하는 큐네스글로벌 직원들의 모습. (사진=에이팀벤처스)

 

Q> 초소형 사출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사내에 설치했다

“큐네스글로벌에 제품을 의뢰한 모든 고객 분들은 누구라도 메이커 스페이스에 와서 초소형사출기로 제품을 직접 뽑아볼 수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 역시 금형 사출업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메이커 운동(Maker’s Movement)’도 그렇고 3D 프린팅같은 경우는 교육, 놀이 문화가 비교적 잘 정착돼있다. 하지만 금형사출의 경우에는 쉽지 않다. 작업의 전문성과 복잡성이 높기 때문이다. 초소형 사출의 경우에는 접근성이 좀 더 높다. 고객 분들이 직접 오셔서 교육을 받으시고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보시면서, 금형사출에 대한 흥미를 발견하실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초소형사출기의 장점 비교 (사진=큐네스글로벌)

 

Q>초소형 사출기는 수동으로 작동한다. 제품이 잘 나올 만큼 압력이 충분한가

”충분하다. 압력뿐 아니라 중요한 것이 금형 설계다. 일정 수준의 압력이 가해졌을 때 금형 안에서 재료가 골고루 퍼지게 하려면 재료의 흐름, 유체 특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큐네스 글로벌에서는 ‘유동해석(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프로그램을 도입한 금형 설계를 하고 있다.

유동해석이란 유체의 움직임에 따른 압력, 속도, 온도 등 유동 현상을 예측하는 것이다. 유동해석 결과에 따라 금형 게이트(금형 안에서 재료가 유입되는 경로)의 모양을 바꾸는 등 개선 작업을 이행하며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재료가 유입되는 게이트가 네 곳으로 나누어져있는데, 처음에는 게이트가 한 곳 뿐이었다. 텀블러 제품의 원통형 구조가 게이트 한 개로는 재료 유입이 잘 안 되었다. 유동해석 프로그램을 통해 재설계한 결과, 게이트를 4개로 추가해 재료가 잘 유입되도록 했다.”

 

텀블러 설계도. 파란색(하늘색) 부분이 게이트다. (사진=큐네스 글로벌)

 

강 대표는 약 10년 전 폴리텍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유동해석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유동해석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해서 관련 소프트웨어를 접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호기심이 생겼고 학부 교수님 중에 해당 소프트웨어를 갖고 계신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무작정 찾아가 프로그램을 써보게 해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당시 남들은 쓸 데 없다고 생각했던 그의 호기심이 큐네스글로벌이 초소형 사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강 대표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누군가가 이미 갔던 길을 뒤쫓아 가는 것보다 미지의 새로운 길을 먼저 걸어가는 일은 언제나 짜릿하다”고 말했다.

Q> 주변 동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어떤 목적인가 

”따로, 또 같이 하자는 개념이다. 큰 틀에서 △제품 개발 △금형 설계 △금형 제작 및 가공 △제품 양산 △도장, 도금에 이르는 전 공정을 분담하는 6개의 회사가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큐네스 글로벌에서 금형 사출 전(全) 공정의 ‘솔루션’이 가능한 이유다. 제이디테크, 케이엠정밀, 마루, 진테크, 비엘테크까지 5인 이하의 영세업체 5개사가 함께하고 있다. 협동조합 멤버들은 업계에서 20~30년동안 함께한 친구들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사람들이라기보다, 각자 앞에 놓인 먹고 사는 걱정이 우선인 사람 냄새 나는 식구들이다. 오랜 세월 이바닥에 있다보니, 각자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마케팅을 모르는 친구들, 형, 동생 하는 친구들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같이 만드는 가치를 꿈꿔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글로벌 협동조합 공동 공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강진환 대표(위), 공장에서 작업 중인 진테크 직원(아래). (사진=에이팀벤처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작년에 거래한 ‘코스텍코리아’라는 업체가 있다. 대류난방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온돌을 이용해 에어컨과 난방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제품을 의뢰했었다. 일반 사출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지만, 막상 보니 불가능한 구조였다. 초소형 사출 방식을 제안드리자 곧바로 수용하시고 또 다른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냐는 제안을 주셨다. 개선점을 제안드리자 또 다시 피드백을 주시고 새로운 제안을 주셨다. 의견을 주고 받는 ‘핑퐁’이 잘됐다.

지금도 안부를 묻고 지내며 종종 거래를 하고 지낸다. 최근에는 오히려 우리 사업 걱정을 하더니, 마케팅을 잘하는 유튜버를 소개시켜주겠다고도 하더라.(웃음)”

 

△대류난방 온돌에 온수와 냉수를 골고루 뿌려주는 펌프 제품. (사진=에이팀벤처스)

△강진환 대표가 국민대 학생들로부터 의뢰 받은 제품

           △강진환 대표가 국민대 학생들로부터 받은 감사패(왼쪽 아래)
강 대표는 “학생들이 돈이 어디 있겠나. 1000만원 미만으로 제품을 만들어줬더니, 감사패를 주고 고맙다고 메일을 보내주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에이팀벤처스)

 

Q> 기억에 남는 제품은 어떤 게 있나

”엊그제 제작을 마친 제품인데, ‘파카 코리아’라는 업체의 제품이다. 상세한 제품 기능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플라스틱 구조의 제품을 포일로 감싸야하는 제품이었다. 예전에는 주형을 부어서 6시간만에 만들었다고 하더라. 제품 구조 상 쉽게 만들기 어려운 제품이었다.

처음 사출을 시도했을 때 제품이 제대로 안 나왔다. 플라스틱 인서트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방법을 고민하다가 제품을 절반씩 사출해보자고 제안했다. 인서트가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정시켜서 반 쪽을 먼저 사출한 뒤 나머지 반 쪽을 사출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결국 성공해냈다.

(일반적인 해결 방식인가?) 아니다. 그저 손에 익은 ‘감’이다. 20여 년 넘게 사출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보면 그런 ‘촉’이 생긴다.(웃음)”

강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안정보다는 성장을 선택했고, 아는 길보다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길을 선택해 살아왔다”며 “인생의 마지막까지 정의롭게 성장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꿈인 정의롭게 성장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는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나를 위해 누군가의 피해를 외면하고 사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성장이 아니지 않겠나”라며 “정의롭게 성장하며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치를 만드는 것.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 꽤 많이 살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열정을 갖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형 협동조합 공장 앞에서 환하게 웃는 강진환 대표.(사진=에이팀벤처스)

 

조곤조곤한 말씨였지만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는 강진환 대표의 눈이 빛났다. 순간 그에게서 10년 전 불혹의 나이에 두 번째로 대학에 입학하던 모습이 스쳐보였다. 동시에 10년 뒤 강진환 대표의 모습도 그려졌다.

그는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며 도전할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했지만 어쩐지 10년 뒤, 20년 뒤에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지금처럼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을 것 같은 그를 응원하며 미리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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