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신림동 캐리님과 인터뷰하면 솔로가 된다면서요?
신림동 캐리: 아니 웬? 처음 듣는 소린데요?
조승연: 저는 뭐 솔로니까 괜찮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에 강력하게 대응하고자 페이스북에 이 대화를 올렸더니 아래에 ‘그러고 보니 저 신림동 캐리님과 인터뷰하고 솔로가 됐어요.’라는 개발자분들의 덧글이 줄줄이 달려 오히려 역공을 당했는데요. 나의 신림동 캐리는 그렇지 않아!
아무튼 스마트폰 가진 분이라면 ‘내가그린 기린그림’이라는 게임을 해보셨거나 들어보셨을 겁니다. 스마트폰에 그림을 그려 친구가 알아맞히게 한다는 신개념 퀴즈로 2천만 다운로드를 넘긴 국민게임이죠. 어썸한 사람들이 어썸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인 어썸피스에 찾아가봤습니다. 어썸피스 사무실이 낙성대역이라 집에서 가까워 좋더군요.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어썸피플: 안녕하세요.
왼쪽에서부터 정구승 사업기획, 송해연 UI 디자이너, 김원배 개발 팀장, 권태현 COO
대표님이 찍어서 보내주신 사진인데 왠지 다들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사진이 다시 쓰이는 일은 없었다.’는 명대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 일이 로켓펀치 블로그에서도 일어날 뻔했는데요. 긴장을 놓지 말고 계속해서 인터뷰를 읽어주시죠.
신림동 캐리: 어썸피스가 낙성대역에 있어 출근하다 들렀다.
어썸피플: 환영한다.
신림동 캐리: 바로 위층이 저번에 인터뷰한 ‘부탁해‘인데 서로 알고 지내나?
어썸피플: 아니….
신림동 캐리: 이웃사촌인데 떡도 돌리고 인사도 하고 그래라….
신림동 캐리: 소문을 듣자하니 김재우 CEO님이 스카웃의 달인이라 하시더라.
김재우: 스카웃이라고 하긴 거창하고 그냥 줄기차게 쫓아다녔다.
신림동 캐리: 눈에 포착한 인재는 꼬드기고 붙잡고 납치를 해서라도 반드시 어썸피스로 데리고 오신다던데 다들 어떻게 여기 오게 되셨나?
권태현: 대학생 때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 소속이었는데 거기서 알게 된 지인이 재우 형을 소개해줬다. 재우 형은 첫 만남에서부터 어썸피스의 비전,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모습, 회사가 하려는 것 등을 제시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을 가지게 되어 어썸피스에 들어오게 되었다.
김원배: 대학교에 들어가서 ‘컴퓨터 공학부에 왔으니 게임 한 번 만들어봐야지!’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들어간 동아리가 서울대 게임 개발 동아리(SNUGDC)였고 거기서 재우 형을 만났다. 당시에 재우 형은 네오플에서 던파2를 만들다가 학교를 마치기 위해 복학한 상태였고, 창업을 생각하고 계셨다. 그래서 게임 개발 동아리 내에서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찾고 계셨는데, 재우 형의 창업 아이디어에 꽂혀서 함께 일하게 됐다.
신림동 캐리: 아이디어가 어썸하던가?
김원배: 회사의 비전을 보고 같이 일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재우 형이 ‘그림으로 말해요’라는 실시간 그림 게임의 시안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 ‘아….’하고 탄식했다. 스마트폰에 무슨 해골 그림을 그려놓고, 이걸 앱 공모전 기획서에 넣는다고 했는데 그때만 해도 미래가 안 보였다. 그래서 망하겠구나 했는데 나중에 그게 ‘내가그린 기린그림’이 되어서 나름대로 잘 됐다.
신림동 캐리: 인생과 시장은 알 수가 없는 거야….
송해연: 나는 대학교 동기의 추천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 친구가 원배님이 말씀하신 서울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에서 소속이었거든. 내가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서 합류하게 됐다.
정구승: 나는 개발 팀장인 원배와 기숙사 룸메였다. 그것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원배가 SNS/플랫폼을 만들어보자고 꼬셔서 들어왔는데 그 프로젝트가 뒤집어졌다.
신림동 캐리: 나쁜 친구네.
정구승: 그리고 내가그린 기린그림 사업기획 총괄을 맡았는데 그건 또 잘됐다.
신림동 캐리: 좋은 친구네.
정구승: 그렇게 지금은 신규작인 궁디팡팡 사업 운영 담당을 맡고 있다.
정리하자면 어썸피스는 서울대 게임 개발 동아리(SNUGDC)와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 멤버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스타트업입니다. 김재우 CEO님은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 네오위즈에서는 병역 특례를 하며 운 좋게 실력 있는 분들을 만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나이브하게 말씀하셨지만 스카웃 내공이 장난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회사 이름이 ‘어썸피스’다. 어떻게 보면 참 패기 넘치는 이름인데 어썸피스의 어떤 부분이 어썸한가?
김원배: 어썸피스는 새로운 툴과 라이브러리에 대한 전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떤 툴 보다 더 좋은 툴이 있고, 대체 가능하다면 항상 시험해본다. 예를 들어 DB면에서 RDB의 어떤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좋은 NoSQL이나 In Memory Cache를 보면 구글링이나 벤치마킹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찾아보고 대체한다. 지금 같은 빠른 기술 전환의 시대에서는 개발자도 컨텍스트 스위칭이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기술과 스킬을 3년 뒤에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새로운 것을 앞서 적용하는 진보적인 특색이 어썸피스의 어썸한 면이 아닐까 싶다.
권태현: 편안한 자리와 좋은 장비 제공 같은 건 기본적인 거니까 제쳐두고서라도 어썸피스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영혼 있는 코딩을 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또한, 뛰어난 개발자가 많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개발적인 면에서 성장할 수 있다. 하나의 코드를 짜더라도 영혼이 담겨있기 때문에 결과에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신림동 캐리: 아까부터 영혼을 자꾸 강조하시는데 다른 회사는 영혼less하다는 것인가? 이상한 수식어 붙이지 말고 돌직구로 어썸피스의 어썸한 면을 말해달라.
권태현: 아, 이건 비밀인데… 놀 줄 아는 개발자가 많아서 개발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어썸피스 인터뷰 전에 개인 프로필을 받았는데 권태현 COO님은 ‘여자친구가 많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사실인가?
권태현: 오해다. 지금은 한 사람에게 올인하고 있다.
그리고 권태현 COO님은 이 인터뷰 이후 풀베팅한 그녀와 헤어지셨다고 합니다만 저와 인터뷰했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신림동 캐리: 어썸피스는 디자이너에게 이런 어썸한 도구를 제공한다!
송해연: UI 작업을 개발팀에 전달할 때 이미지 위치를 잡거나 애니메이션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팀에서 뚝딱 만들어주어서 감탄했던 적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건 정말 어썸한데?
신림동 캐리: 내가그린 기린그림은 AWS(Amazon Web Services)를 통해 개발하신 걸로 알고 있다. 어썸피스에게… 아마존이란?
김원배: 내가그린 기린그림을 출시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이 게임을 많이 좋아해주실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카카오톡 게임도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모든 게 불확실했다. 이 변수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구글 검색을 했는데 AWS 클라우드란 걸 이용하면 수많은 트래픽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Zynga나 Dropbox 같은 기업도 아마존을 활용한다더라. 그래서 AWS를 통해 게임을 런칭했는데 내가그린 기린그림에 하루 최대 DAU가 100만 명까지 몰려도 서버는 별 무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AWS는 어썸피스에게 은혜로운 구세주 같은 역할이었다.
신림동 캐리: 내게 강 같은 아마존!
김원배: 내가 만약 보수적인 개발자라 IDC로 서비스를 시작했었다면, 아마 지금 더 못생겨졌거나 늙었을 거다.
신림동 캐리: 나는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 사람이니 노코멘트하겠다.
AWS가 우리 원배님의 미모를 지켜줬어요.
신림동 캐리: 아, 내가그린 기린그림에 원배님이 사고 하나 치셨다던데?
김원배: 내가그린 기린그림 기능 중에서 ‘인기 그림’이라고 사람들에게 친구의 그림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서버를 점검하던 중에 로직을 수정하다 약간의 버그가 있는 상태로 서비스를 재개했는데, 그때 게임에 접속 중인 유저들에게 내 샘플 그림을 전송해버린 거다.
신림동 캐리: 뭐 버그는 언제나 있는 일 아닌가?
김원배: 문제는 내가 평소 주변이 인정할 만큼의 악필에 그림도 엄청나게 못 그리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래서 내 그림에 욕설이 난무하고, 게임 고객센터에 항의 메일이 엄청나게 쏟아지게 되었다.
신림동 캐리: 사용자들이 욕하고 항의할 정도의 그림 실력이라니….
김원배: 더 웃긴 건 그 이후로 네이버에 내가그린 기린그림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기린그림 김원배’가 떴다. 그때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림을 안 그리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어썸피스에 자기계발비 있으면 원배님 미술학원에 좀 보내주세요.
신림동 캐리: 개발 팀장인 원배님이 이상한 프로그램으로 유명하시다고 들었다.
권태현: 원배가 한국 동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신림동 캐리: 막 서코 가면 존잘로 칭송받는다던데?
원배님은 수능 보기 전인 고3 여름방학 때 심심하다는 이유로 비주얼 노벨/텍스트 어드벤처용 게임 엔진 ‘네코노벨‘을 개발하셨습니다. 만든 목적은 뭔지 모르겠지만 결국 이 네코노벨은 미연시 등의 동인게임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는데 당시 배포한 닉네임이 ‘하앙’이었다니 그렇게 될 운명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합니다.
신림동 캐리: 디자인 UI의 컨셉은 어떻게 잡나?
송해연: 관련된 서비스나 필요한 컨셉의 이미지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 그중에서 게임의 컨셉에 어울릴 만한 요소를 뽑아낸다. 그리고 게임에 맞게 요소를 다시 재구성한다. 주로 다른 앱이나 모바일 게임 UI를 많이 참고하지만, 그 외에도 이미지 연상에 도움이 될 만한 컨셉의 사진이나 디자인에서 도움을 받는다.
신림동 캐리: 나는 인터뷰 발행할 때마다 친구들이 메시지로 ‘야, 만나보니 어때?’하고 물어보고 덧글로 바로 피드백이 온다. 어썸피스분들은 자신이 만든 게임을 대중교통에서 누군가 하는 걸 볼 때 어떤 기분을 느끼시는지?
권태현: 소름 끼치게 행복하다. 내가 지향하는 게임이 간단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거든. 그래서 대중교통에서 잠깐이라도 짧은 시간을 즐기고 계신 분들을 보면 내가 원하던 바를 이루고 있구나 싶어 뿌듯하다.
송해연: 예전에 지하철에서 내가그린 기린그림을 같이 즐기는 커플을 봤는데 어떤 그림을 그리시는지 궁금해서 계속 흘끔흘끔 쳐다보게 되더라. 그리고 게임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실까 궁금해 마음 졸이며 계속 귀 기울였다.
정구승: 당연히 기쁘고 뿌듯한데 난 사업기획 담당이니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재미있으시냐, 어렵진 않냐, 결제는 하셨냐 등등이 궁금하다. 하지만 당연히 참는다.
신림동 캐리: ‘결제는 하셨냐?’에 볼드 넣어드려야 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아까 어썸피스 게임은 개성이 있다 하셨는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정구승: 내가그린 기린그림의 네이밍을 예로 들자면 처음에는 평범한 가제였는데 2% 부족한 것 같아 회사 사람들이 모여 드립을 치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대로 굳어졌다. 이후에는 이런 식으로 브레인 스토밍을 해서 네이밍을 한 다음에 디자인을 잡는 등으로 컨셉을 정한다. 이름을 지은 사람에게는 최종 채택 상금이 있어서 다들 의욕적으로 드립을 친다.
신림동 캐리: 상금이라니… 외부인이지만 나도 참여하면 안 되나?
김재우: 온라인 게임에서는 재미있지만 모바일 게임 쪽에서는 구현되지 않았던 부분을 많이 찾아본다. 게임도 시대에 따른 흐름을 살펴보면 유저가 좋아하는 코드가 있고 그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더라. 우리는 아직 스타트업이라 대규모 게임회사가 만드는 블록버스터급 게임과는 대결이 안 된다. 그래서 틈새를 노리는데 어떻게 보면 그 부분이 우리의 개성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대규모 게임회사라고 하시니까 말인데 김재우 대표님은 네오플에서 병역특례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그게 지금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김재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네오위즈에서 병특을 했었는데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네오위즈가 한참 잘 되고 있을 때라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었거든. 뭔가 사내에도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고 모두들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는 느낌이 정말 좋았었다. 그곳에서 같이 일했던 몇명과 지금의 어썸피스를 같이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신림동 캐리: 만약 게임회사에서 병특하지 않고 군대를 가거나 대학원을 갔다면 어땠을까?
김재우: 경험 면으로나 기회 면으로나 병특을 안 했다면 지금처럼 창업할 생각은 못 했을 것 같다. 정부에서 2014년부터 학사병특을 없앴는데 그 여파로 IT와 게임업계에 창업 기회가 많이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다.
신림동 캐리: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 건가?
김재우: 어썸피스가 만든 게임인 ‘그림으로 말해요’라든가 ‘내가그린 기린그림’, ‘궁디팡팡’, ‘펠리컨폴’, ‘퍼즐앤두더지’ 모두 시장에서 처음 도전하는 장르다. 요즘 모바일 게임계에서 표절 논란이 많은데 우리는 어썸피스만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 어떤 분으로부터 ‘어썸피스에서 만든 게임은 뭔가 개성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아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내가 느낀 최대의 찬사였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썸피스만이 만들 수 있는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가고 싶다. 아, 그리고 어썸피스는 병특 이직도 받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SNS@awesomepiece.com로 연락 달라.
김원배: 2014년은 네트워크가 화두가 되지 않을까 한다. 손에 있는 LTE 스마트폰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의 게임을 제작해 혼자서 노는 게임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게임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리고 다들 주류 장르를 따라 만들 때, 어썸피스는 더욱 남들과는 색다르게 리듬을 타는 참신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어썸피스 인터뷰를 마치고 1주일 뒤에 김재우 대표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어제 저희 사무실 실외기가 폭발해서 일하다 팀원들은 탈출하고 소방차가 와서 겨우 불을 껐습니다.
빠르게 불이 잡혀서 다행이었지만, 자칫 건물을 홀라당 태워버릴 뻔했습니다.
불이 나면 대박이 난다던데 로켓펀치와 인터뷰하고 올해가 기대되네요.
어썸피스 직원분들 모두 신속히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만, 자칫하면 이 인터뷰는 슬램덩크의 단체 사진처럼 ‘이 사진이 다시 쓰이는 일은 없었다.’가 될 뻔했네요. 과연 이것은 신림동 캐리의 저주일까요. 아무튼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원배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