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는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키보드는 무엇을 쓰는가?
이강산: 회사에선 리얼포스, 집에선 HHK2PRO.
신림동 캐리: 크롬과 파이어폭스 중에선?
이강산: 당연히 크롬!
신림동 캐리: 그럼 VIM과 EMACS 중에선?
이강산: VIM!
개발자에게 VIM은 사랑인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을 잘하기 위해 하는 개인적인 노력은?
이강산: 특별히 없는데,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한다든가 알고스팟에서 문제를 풀어본다든가 일에 관련된 논문을 읽어본다든가 페이스북에서 새로 만든 API를 까본다든가 생산성과 관련한 툴을 익혀보는 정도다.
신림동 캐리: 충분히 많다.
이강산: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걸거다.
신림동 캐리: 그럼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는?
이강산: irccloud.com, github.com에 주로 들어가고 잉여 시간에는 스택오버플로우나 알고스팟.
신림동 캐리: 개발하는 후배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이트는?
이강산: irccloud.com가 레알이다. 멘토를 찾는 개발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일단 IRC에 들어오시라구요.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이강산: 터치 많이 안 하는 회사? 아니 그거보단 좋은 엔지니어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는 회사!
신림동 캐리: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해달라.
이강산: 개발자에게 회사가 비싼 키보드와 편한 의자를 주는 이유가 뭐겠는가?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겠지? 이거 저거 사내 복지를 많이 해주는 것도 좋지만, 개발자 입장에선 어떻게 일하는 게 최고 효율을 낼 것인가 잘 파악하고 있는 회사가 최고다. 개발자를 쥐어짜내봤자 결과물이 잘 나올 리가 없다. 엔지니어를 리소스로 본다면 제대로 못쓰고 있는 거다.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인구도 없는데 징병 찍고 있는 거지.
신림동 캐리: 같이 일하는 동료 면에선?
이강산: 개발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울 게 많은 환경이다. 내가 언제나 자극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고 나보다 뛰어난 개발자가 많은 거. 그래서 개발자 채용이라든가 면접에서 항상 화두가 되는 게 ‘어떻게 하면 개발자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보이고 좋은 개발자를 뽑느냐?’다.
신림동 캐리: 엔써즈에서 면접도 보시는 걸로 아는데, 어떤 기준으로 개발자를 뽑으시는가?
이강산: 개발자의 실력을 줄 세우기는 어렵다. 코딩 전혀 못하는 개발자를 걸러내는 것이 서류만으로는 잘 안되더라.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하는 건 사실 개발자의 실력과 크게 상관이 있지 않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개발자 한 명을 면접 보느라 3~4시간이 걸렸다. 키보드를 주고 코드를 만들게 한다거나, 함께 페어 프로그래밍을 한다거나 하면서 말이지. 근데 면접을 계속 보다 보니 기준이 완화된 것도 있고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 요즘은 자료 구조나 알고리즘 등을 중심으로 물어본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거 있나?
이강산: 회사에서 인터넷이라든가 휴대폰을 팔아오라고 영업시키는 건 진짜 별로다. 개발자는 개발을 해야 가장 적합하지. 만약에 개발자 중에 한 명이 생수통을 옮기는데 엄청난 소질이 있어서 그걸로 돈이 한 1억 벌리면 그거 해야지. 근데 그거 아니고서야 개발자에게 괜히 딴 일을 시킬 필요가 있나 싶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이강산: 예전에 S군이 술 마시면서 같은 질문을 하길래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때도 그렇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걸 알면 내가 이미 좋은 개발자가 됐겠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 ‘최후의 질문’ 아나?
신림동 캐리: 읽었다.
이강산: 오, 그러면 말이 통하겠군. 그 소설과 비슷하다. 좋은 개발자가 뭔지 앞으로도 영원히 질문만 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지향하는 게 있지 않나?
이강산: ‘일신우일신’을 실천하는 거다. 개발자로서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신림동 캐리: 그런 의미에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이강산: 떠넘기는?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인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이강산: 글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열정이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그놈의 열정. 그럼 자신이 스타트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이강산: 개발자를 재교육하는 기관이랄까. 훌륭한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따라갈 길을 보여주고 싶다. 돈을 아주 많이 번다면 장학 재단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신림동 캐리: 다른 개발자에게 궁금한 거 있나?
이강산: 공부하는 걸 뭘로 정리하는지 일단 궁금하고, 비트코인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신림동 캐리: 개인적으로 궁금한 개발자가 있다면?
이강산: 홍민희 씨가 궁금하다.
신림동 캐리: 마지막으로 할 말은?
이강산: 알프레드군 사랑해!
작업은 주로 서비스 백엔드에 사용하는 라이브러리/서비스 작성, API 서버 만들기, 장치에서 직접 신호 뽑아내서 이것저것 계산하기 등을 한다. 작업 머신은 회사, 집, 까페를 돌아가며 윈도, 리눅스, 맥을 섞어서 쓰며 코드를 만지는 작업은 모두 리눅스 서버에서 작업한다.
각 환경에서 ssh-client로 putty(Windows, gnome-terminal(Linux), iTerm2(Mac)를 사용하며 에디터는 vim(the ultimate editor!)를 사용한다. 원격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서버 간에 혹은 머신-서버 사이에 작은 파일을 주고 받는일이 많은데 매번 scp로 복사하다보니 손이 많이 가서 파일 전송은 환경 영향이 없는 dropbox를 사용한다.
아이디어 메모, 작업일지, 개인적인 번역, 읽어야 할 문서, 작성 중인 문서, 그 외 뭐든지 Evernote에 때려 넣고 있다.
코드웍은 원격으로 하고, dropbox, Evernote는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동작해서 환경 영향은 별로 없다. 그래도 카페에서 맥북 펼쳐놓고 작업할 때가 제일 편하고 능률도 높은 것 같다. 회사 컴퓨터도 맥으로 바꿀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