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는 ‘기계의 어머니’로 불립니다. 금속을 가공하는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수작업으로 작동하는 단순한 선반, 밀링기 등을 시작으로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 공작기계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이제는 지능형 공작기계를 생산할 정도로 산업적 역량이 강화됐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공작기계 생산업체들의 면면을 캐파(CAPA)가 짚어봅니다.
현대위아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입니다.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와 함께 자동차 부품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공작기계를 제작하는 업체이기도 합니다. 1976년 설립 이래 수십년 간 터닝센터, 머시닝센터 등 자동화 공작기계를 만들어왔습니다. 연간 7000대 이상의 공작기계를 전세계 제조업체에 공급하며 공작기계 업계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 계열 ‘삼원제작소’가 모태
현대위아의 전신은 1976년 기아산업(기아자동차 전신) 자회사 ‘삼원제작소’입니다. 이듬해 ‘기아기공’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군수업체로 지정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작기계를 생산했습니다. 이후 1996년 기아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로 기아그룹이 부도를 맞으면서 1999년 현대그룹의 품에 안겼고 계열 분리를 거쳐 ‘위아’로 재탄생했습니다.
삼원제작소→기아기공→기아중공업→현대위아
2002년에는 현대차그룹에 넘어가면서 서일정밀공업과 합병했습니다. 2004년엔 이에이치디닷컴을 합병하고 이듬해인 2005년 자동차 엔진사업을 개시하는 동시에 현대차로부터 공작기계 부문 자산을 넘겨 받았습니다. 2009년부터는 현대위아로 간판을 또 다시 바꿨고 2011년 코스피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이후 종합기계 산업분야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대차가 최대주주, 국내 공작기계 3대 업체 꼽혀
현대위아의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25.35%를 보유한 현대차입니다. 이어 기아가 13.44%를 보유 중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율을 1.95%입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외에는 국민연금이 12.56%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의 포트폴리오로 편입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이 안정적이라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업부문은 크게 차량부품과 기계로 나뉩니다. 차량부품사업부는 말 그대로 차량 관련 부품을 다룹니다.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 중 유일하게 자동차 엔진을 생산합니다. 자동차 모듈, 변속기(4WD), 등속조인트(C.V.Joint), 소재 부품 등을 만듭니다. 기계사업부는 공작기계, 공장자동화설비(가공 자동화·조립자동화·로보트&지그시스템) 및 방위산업 제품, 항공기 부품 등을 담당합니다.
경쟁사인 두산공작기계가 공작기계업을 단일사업부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사업부를 나눠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태생은 공작기계지만 완성차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자연스레 자동차 부품이 우선순위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액에서 공작기계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차량부품사업은 매출의 약 90%, 기계사업부는 나머지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기계사업부 내에서도 구체적인 사업은 스마트솔루션(공작기계·공장자동화 설비 등)과 특수(방산제품 등)로 나뉩니다. 이를 고려하면 공작기계 부문의 매출 비중은 대략 7% 수준입니다. 이처럼 회사 내에서 기계사업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시장에서의 위상은 체감온도가 전혀 다릅니다. 현대위아 기계사업부는 두산공작기계, 화천기공과 함께 국내 공작기계 시장의 3대 업체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에 본사, 선반·머시닝센터 주력
현대위아 기계사업부의 사업장은 경남 창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현재 1, 2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해외에도 제조 및 판매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1개의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계사업부 관련 종속기업은 △Hyundai-Wia Machine America Corp(미국 공작기계 판매법인) △Hyundai-Wia Europe GmbH(독일 판매법인) △현대위아공작기계유한공사(중국 판매법인) 등입니다.
수평 컴팩트 선반 ‘KIT4500′(좌) 수평형 머시닝센터 ‘KH63G'(우). 출처 현대위아
기계사업부의 핵심은 공작기계, 공장자동화(FA), 스마트팩토리입니다. 우선 공작기계는 선반과 머시닝센터로 나뉩니다. 선반은 수평 컴팩트, 수평 고성능, 정면, 수직, 복합다축, 알루미늄 휠 가공 등 다양합니다. 머시닝센터는 탭핑센터, 표준고속, 중절삭 가공, 고속 금형가공, 고성능 5축 가공, 보링머신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이중에서도 매출 효자 품목으로 수평 컴팩트 선반 ‘KIT4500’와 수평형 머시닝센터 ‘KH63G’가 꼽힙니다. 이 두 모델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가격은 KIT4500가 약 3690만원, KH63G는 약 2억3830만원입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모델들을 살펴보면, 선반의 경우 Y축 CNC 선반 ‘SE-SY Series’, ‘HD-Y Series’와 중절삭 가공용 CNC 선반 ‘HD2600/3100’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머시닝센터는 최첨단 수직형 ‘KF-B Series’, 소형 5축 ‘XF2000’, 중대형급 5축 ‘XF8500’이 대표적입니다. 현대위아는 꾸준히 선반과 머시닝센터 기능을 확대하는 동시에 각종 스마트솔루션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계사업 부문 적자 지속에 체질개선 박차
현대위아는 2021년 매출 7조5277억원, 영업이익 10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2%, 영업이익은 42.8% 증가했습니다. 이 중 차량 부품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7760억원, 14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기계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지난해 매출 9582억원, 영업적자 4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기계사업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올랐지만 수익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5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다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바꾸면서 자연스레 생산설비 수요가 줄어든 탓입니다. 이에 따라 스마트팩토리 관련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현대위아의 권역별 매출을 보면 자동차산업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만 5조7977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주로 현대차, 기아와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이어 중국 7751억원, 북미 7197억원, 유럽 1264억원, 인도 1088억원 순입니다. 이중 유럽의 경우 영업적자 폭이 전년 대비 더욱 커졌습니다.
재무상태는 안정적인 편입니다.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7조7495억원입니다. 이중 자본은 3조6953억원, 부채는 4조1565억원입니다. 최근 수년간 흐름을 보면 자본은 늘고 부채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1조6472억원 규모입니다. 매년 큰 폭의 변화 없이 사업적 체력을 유지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