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완성은 얼굴, 최치선으로 알려진 정주영 0

신림동 캐리는 어떻게 개발자 인터뷰를 섭외할까요?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바로 섭외 같은 걸 끼얹습니다. 그리고는 부탁하고 빌고 애원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무튼 좋은 인터뷰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정주영님은 예전부터 뛰어난 개발 실력은 물론이고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엔 정말 경국지색이었다.’라거나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그가 건너오는데 가슴이 설렜다.’는 말로 늘 궁금증을 자아내던 분이었습니다.

근데 슬프게도 이런 말은 모두 남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럼 게임빌, J2M과 EA를 거쳐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PC버전을 개발하고 계신 정주영님을 소개합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정주영(최치선)
위치: 서울, 판교
소속: 카카오 개발자
내 모바일 기기: Motorola KRZR, Nexus 5, Nexus 7, IPhone5, iPad AIR, ASUS TAICHI 21 (notebook), Macbook Air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정주영: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판교는 언제나 참으로 멀고도 험하네요.
정주영: 지하철 타고 오기엔 좀 힘드셨죠?
신림동 캐리: 오라면 와야지…. 아무튼 최치선으로 알려져 정주영이라고 하면 오히려 모르시는 분이 더 많을 텐데, 자기 소개 부탁한다.


정주영: 닉네임은 최치선이고 본명은 정주영이다. 그냥 편한 대로 부르면 된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최치선인가? 닉네임치고는 왠지 현실 돋아서 난 몇 년이나 그게 본명이신 줄 알았다.
정주영: 중학교 때였나, PC통신을 막 시작하면서 채팅방이나 게시판에서 활동하며 쓸 닉네임으로 지었던 이름이다. 다들 어릴 땐 만화나 애니에 나오는 캐릭터가 멋있어 보이지 않나? 난 당시에 ‘굿모닝 티처’라는 만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동경했어서 그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게 됐다.
신림동 캐리: 그걸 지금까지 쓰고 있다니 인생에서 본명보다 닉네임으로 불린 시간이 더 길겠다.
정주영: 어릴 때부터 본명에 콤플렉스가 있어서….
신림동 캐리: 아, 회장님….
정주영: 아무튼 ‘최치선’이라는 닉네임이 실제 이름처럼 보이다 보니 해프닝이 좀 있었다. 퇴사하는 날에 동료로부터 ‘최치선이 본명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거나 말이지. 평소에도 주변에서 다 치선이로 불러서 누가 날 본명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이 ‘주영이가 누구야?’하고 반응할 때가 많다.

신림동 캐리: 어떤 계기로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정주영: 7살인가 어머니와 길을 걷다 컴퓨터 학원이 있길래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다들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더라. 그게 재미있어 보여서 어머니를 졸라 학원에 다니게 됐다. 거기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은 초록색 IQ2000에서 간단한 Basic 프로그램을 짜봤는데 그 뒤로 심심해서 Cobol, Fortran 등을 배웠다. 내가 생각한 것을 구체화해서 만들고 그게 작동한다는 데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국민학교 2학년 때 학교 대표로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가서 입상했다. 그때부터 컴퓨터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신림동 캐리: 요즘 사회가 워낙 암울하니 IT계도 개발자 스스로 자학하는 분위기가 있잖나.

평생 개발만 하다가 종칠래? 4년 하면 됐어. 나도 더이상 이렇게는 못 살아! – 앙큼한 돌싱녀 3화에서

신림동 캐리: 아무튼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 학원을 다시 들어가실 건가?
정주영: 물론이다. 나는 개발자라는 직업에 무척 만족한다.

신림동 캐리: 소문을 듣자 하니 정주영님은 소속 브레이커… 아니, 인수합병의 아이콘이시라고 들었다. 어떻게 생긴 별명인가?
정주영: 딱히 내가 의도한 건 아닌데… 일단 고등학교(부산과학고)가 갑자기 한국과학영재학교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새로 생긴 ICU라는 대학교에 갔는데 14학기쯤 다니고 졸업했더니 카이스트에 통합됐다. J2M에서 일하다 게임빌에서 병특하고 J2M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EA에 인수됐다. 그러다가 EA는 인수될 거 같지 않아서 ‘내가 차려서 인수시키겠다!’… 는 아니고 그냥 친구가 꼬시길래 대학교 동기와 Lotiple이란 회사를 창업했는데 서비스 시작하고 한 6개월 정도 만에 카카오에서 인수를 해가서 지금은 카카오에서 PC버전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게다가 올해는 여자친구와도 인수합병하셨지.
정주영: 하하하!
신림동 캐리: 하하하!

신림동 캐리: 내가 카카오톡 PC버전 베타테스터였다.
정주영: 오!
신림동 캐리: 처음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어서 마치 로또 3등 정도는 된 기분으로 좋아했는데 깔자마자 버그 잔치가….
정주영: 사내에서 QA 이외에는 Windows 개발자만이 PC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부분 개발자가 Mac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사내 리포팅이 별로 없어서 버그가 많았을 수 있었을 거다….
신림동 캐리: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정주영: 사실 베타 테스트를 오픈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신청해서 매우 놀랐다. 무슨 문제가 터질까 조마조마했는데 생각보다 무난하게 진행되더라. 일단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컴플레인이 ‘PC버전에서 로그아웃했을 때의 메세지를 PC버전에서 확인할 수 없다.’였는데 사실 이 부분을 고치기까지 무척 많은 노력이 있었다.
신림동 캐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인가….

이제 PC버전에서 메시지와 이모티콘이 제대로 작동해 환하게 웃으실 수 있는 정주영님이십니다.

정주영: 한 번은 여름휴가 및 컨퍼런스 참여로 미국을 가게 되었었다.
신림동 캐리: 우리 그때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날 뻔 했잖아….

정주영님과 저는 작년 5월에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 시기와 지인이 겹쳐 함께 식사할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정주영: 아, 그랬었지. 아무튼 당시에 ‘새 메시지가 있어도 PC버전이 로그아웃 상태일 때 받은 메시지는 볼 수 없는 패치’를 만든 적이 있는데 (http://playnexus.tistory.com/69 중간의 스크린샷 참고) 미국 다녀와서 모든 기능을 되돌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외에도 카카오톡 PC버전이 나오면 분명히 많은 사람이 코드를 분석하고 악용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베타 테스트 버전부터 보안에 꽤 신경을 썼다. PC버전이 뚫릴 경우 개인정보 및 스팸 이슈가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많은 부분을 고민한 덕분에 큰 사고는 여태까지 없었고, 주변에서도 취약점이 발견될 경우 바로 리포팅을 해줘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카카오가 2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가장 주목받는 벤처로 부상하고 있다. 어떻게 카카오에 들어가게 되셨고, 또 카카오를 다니며 느끼는 점은?
정주영: J2M, 게임빌을 거쳐 EA에 다니다 대학교 동기가 꼬셔서 창업하게 됐다. EA에서 의욕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개인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EA를 그만두고 나와 로티플에 창업 멤버로 들어갔는데,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님의 제안으로 로티플이 카카오에 피인수되어 카카오에 들어오게 됐다. 처음 입사했을 땐 100명 남짓한 회사였는데 예상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동료도 마음에 들었다.
신림동 캐리: 카카오에는 여러 가지 좀 특이한 문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주영: 그래서 입사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몇 가지 것이 있는데 일단 사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스레드 기반의 카카오 아지트밖에 없었다는 거다. 대화성 커뮤니케이션은 직접 찾아가거나 카톡으로 이야기해야 했는데 당시엔 PC버전이 없으니 긴 대화를 나누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왜 PC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찍으며 얘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림동 캐리: 미스릴 갑옷 입고 나무 칼을 휘두르는 느낌이었겠다.
정주영: 게다가 입사하면 회사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잖나. 시스템에 대해 질문할 게 산더미 같은데 그걸 일일이 자리까지 찾아가 물어보거나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직접 사내에 irc서버를 설치하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를 irc로 이동시키는 일을 했다.
신림동 캐리: 오, 회사에서 동료들이 좋아했겠다.
정주영: 카카오의 문화라고 하니까 말인데 가장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다들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는 거다. 어색하지 않냐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카카오에 다니는 사람으로서는 생각보다 메리트가 있더라. 한글 이름에서 오는 경어를 생략함으로써 얻는 수평적인 느낌은 우리의 예상보다 영향력이 크다. 만약 한글 이름으로 쓰는데 경어를 생략한다고 해보자.
신림동 캐리: 그래.
정주영: 캐리…는 영어구나…. 아무튼 그럼 상상에 맡긴다. 영어 이름을 쓰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에 비해 수직적 관계가 덜하고 회의나 게시판에 의견을 개진하는 데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여러모로 카카오는 개발자가 다니기 꽤 매력적인 회사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있으면 그만큼 대우를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개발자의 의견을 생각보다 많이 반영하는 회사다. 지금은 회사 규모도 커지고 직원도 많이 늘어나 어느 정도 성장통이 오는 것 같지만 여전히 자유롭고 괜찮은 회사라고 느낀다.

개발의 완성은 얼굴, 최치선으로 알려진 정주영 1에서 계속됩니다.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1

신림동 캐리: 보화님, 싸이월드 사진 보정 좀 해주세요.
윤보화 디자이너: 싸이월드 대표님이 이선균 닮으셨어요.
신림동 캐리: 아, 그런가? 엄청 동안이시긴 했어요.
윤보화 디자이너: 이 남자 직원분은 송중기 닮았어요.
신림동 캐리: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보정이나 빨리하란 말이야!

이선균과 송중기 닮은꼴이 다니는 싸이월드 인터뷰는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김동운 대표님은 싸이월드 전성기 시절에 전략본부장을 지내신 분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싸이월드의 흥망성쇠를 다 겪으신 분인데, 언제가 싸이월드의 변곡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김동운: 싸이월드에는 내적인 변곡점이 있었고 외적인 변곡점도 있었다. 내적인 변곡점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5년부터 유저의 활동이 위축되고 싸이월드 본연의 친밀한 네트워킹과 달리 카페 같은 페이스북이 더 선호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싸이월드는 작은 규모의 도시처럼 만들어진 서비스다. 내가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것처럼 그렇게 개인적이고 아기자기한 서비스로 기획되었다. 그렇기에 싸이월드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커졌을 때 백업 수단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든가 새로운 기술 환경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유저에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SK컴즈라는 대기업 자본력과 시스템 파워에 힘입어 크게 성장할 수 있었지. 근데 결국 그것도 2010년 이후로 한계를 겪고 외부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신림동 캐리: 31명의 직원을 이끌고 종업원 인수 방식으로 분사한다고 들었다. 대기업이라는 큰 시스템에 있다가 스타트업으로 변모하기가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텐데?
김동운: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예전 싸이월드 대표셨던 이동형님의 강연이 있었다. 그 분께 초심으로서의 각오 같은 걸 듣고 싶었다. 강연은 인상적이었고 도움이 되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중에서 ‘자유가 생각보다 달다’는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 32명은 대기업의 구조적인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다. 당연히 대기업에서 나온다는 망설임과 불안감이 있었다. 근데 막상 스타트업으로 주도적인 회사 생활을 해보니 생각보다 정말 달더라. 나는 좋다. 근데 옆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옆의 두 분은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요즘 미혼은 페이스북, 기혼은 카카오스토리를 쓰는 게 대세인 것 같다. 그럼 싸이월드는 어느 층을 공략하실 생각이신지?
허유경: 내 주변만 봐도 애 낳은 사람은 다 카카오스토리를 쓰더라.
신림동 캐리: 일단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되기 때문에 2014년 현재 가입자 수가 2,600만 명 정도다. 게다가 비교적 사용법이 간단해서 중년층에서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더라. 우리 부모님만 해도 골프 동호회, 산악 동호회 사람들과 친구 맺고 누가 오늘 어디 갔는지 체크하시던걸.
김동운:사실 싸이월드가 특별히 정한 타깃은 없다. 예전에 싸이월드가 가장 인기 있었을 때도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 썼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나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은 20대가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싸이월드는 20대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예전에 이런 연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원숭이 집단에 새로운 도구를 쥐여줬더니 젊은 암컷 원숭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그걸 받아들이더란 거였다. 실제로 한국은 20~30대 여성이 문화계를 다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고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내 페이스북 친구이신 청담동 B성형외과 원장님께서 ‘성형 후 흑역사 제거에 몰입한 회원들이 대거 탈퇴하거나 사진을 지우면서 싸이월드의 몰락이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 주셨다.
김동운: 그럴싸한데?
신림동 캐리: 정말 그런 것 같기도….
김동운: 이건 SK컴즈 때부터 싸이월드 원년멤버이자 여성인 유경씨가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허유경: 왜 내가… 아, 일단 나는 성형을 한 건 아닌데 내 과거 사진을 정말 싫어한다. 누가 본다면 더욱 싫다. 사실 여자 입장에서 2~3년 전 사진만 봐도 확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신림동 캐리: 나도 대학생 때 내 사진을 보면 ‘왜 이런 옷을 입고 다닌 거야!’라고 하면서 내 멱살을 잡고 싶어진다.
허유경: 근데 내 친구들을 보면 1년 전 사진을 보면서도 ‘이땐 참 꽃다웠는데….’라며 그리워하는 애들이 있고 여자의 마음은 참 복잡한 것 같다. 하지만 성형 후의 흑역사를 지우고 싶다는 심경은 여자로서 매우 동감한다.

신림동 캐리: 또 과거 사진 하니까 말인데, 갑자기 재작년인가 싸이월드에서 ‘몇 년 전 오늘’하면서 네이트온으로 과거 사진을 팝업 띄우는 기능이 생기지 않았었나. 내가 그 기능 때문에 진짜….
김동운: 왜?
신림동 캐리: 다 비공개로 돌려뒀던 구남친 사진을 맨날 네이트온으로 띄워주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다 급기야 최근 소식을 수소문해서 걔가 유학을 마치고 뒤늦게 군대 갔다는 사실을 알고 강원도 화천까지 면회 다녀왔다.
허유경: 맙소사…. 그게 원래도 있었던 기능인데, 회사가 트래픽에 욕심을 내고 갑자기 강제로 메신저에 띄워버리니까 어택 받으신 분들이 많다고는 들었다.
김준: 심지어 그 기능을 관리 하시는 분들도 자기 사진 다 비공개로 돌리시고
신림동 캐리: 지금도 내 주변에서는 10년 놀림감이라고 부르고 있다. 싸이월드가 책임져라.
김동운: 그래서 지금은 남자친구 있나?
신림동 캐리: 있다.
김동운: 그럼 딱히 우리가 해드릴 건 없군. 소개팅이라도 해드릴랬는데…. 농담이고 앞으로의 싸이월드는 트래픽 욕심을 부리기보다 주의 깊게 사용자 중심의 정책 기능을 펴나가겠다.

신림동 캐리: 싸이월드가 자신의 흑역사 상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 뉴욕 헤럴드 트리뷴을 외치다 전설이 된 연예인 J씨도 계시고 말이지. 아무튼 허세가 남이 보긴 웃길지 몰라도 SNS 채널 자체의 붐업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최근 페이스북 허세에 대응할만한 싸이월드만의 힙한 허세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
김동운: 이것도 마케팅 담당자인 유경씨가 대답하자.
허유경: 우리의 마케팅 포인트는 흑역사든 꽃역사든 어쨌든 그 사람의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툴로서 싸이월드가 이용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까 말씀하셨지만 몇 년 전 오늘하면서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걸 강제로 보여주거나 하는 건 지양하고 싶다. 방법적인 문제로서 사용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역사 모두를 포용하는 감성으로 마케팅하고 싶다. 어쨌든 좋건 싫건 나였으니까?
김준: 허세는 보는 사람이 있어야 제맛인데, 싸이월드는 남에게 많이 보여줄 수가 없으니까… 요즘 싸이월드 이용자의 대부분이 일기장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셔서 말이지. 아무튼 그런 이유로 허세글이 싸이에 올라오는 자체가 별로 없다. 그래서 쉽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사용자의 허세를 우리가 어떻게 의도하란 말인가!
김동운: 초기에 싸이월드가 막 성장할 때 동력이 피핑(peeping)이었다. 투데이 카운트나 파도타기 기능도 거기에 충실했었다. 앞으로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마케팅적으로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 싶다.

신림동 캐리: 아, 그러고보니 네이트도 싸이월드에서 관리하나?
김동운: 네이트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계속 관리한다.

신림동 캐리: 싸이월드의 자료를 책으로 만드는 기능이나 백업을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김준: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글이나 사진만이 아니라 덧글까지 합쳐져 싸이월드의 콘텐츠가 완성되는 건데 그 포맷을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려워 실제로 그것을 구현할 때의 허들이 있다. 게다가 예전에 사진 출력 기능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흥하지가 않았다.
허유경: 맞아. 지금의 카카오스토리도 사진 출력을 지원하지만 싸이월드에서부터 사진 출력 기능은 있었는데 사실 사용자가 그렇게 그걸 이용하지는 않더라. 게다가 백업 기능이 있다면 백업을 받고 탈퇴하겠지. 그래서 만들지 않는다.
신림동 캐리: 다들 백업만 받고 탈퇴할 걸 안다니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허유경: 하하하
김준: 하하하

다시 말하지만 이건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김동운: 백업은 사업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일단은 백업 기능을 지원하기보다 플랫폼을 개선해나가는 게 싸이월드의 우선 과제다.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에서 오픈형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겠다. 다른 SNS와 연동한다든가 하는 거 말이다. 사용자를 막고 제한하는 것보다 정말 자신들의 과거 시간을 기꺼이 우리 쪽에 담고 싶어지는 공간을 지향하고 싶다.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0

지금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분들 가운데 싸이월드에 관한 추억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서먹하고 낯선 사이에 일촌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던 것, 첫 연애를 시작하며 사진 폴더를 만들어 서로의 사진으로 가득 채웠던 것, 헤어지고 미니홈피 카테고리를 다 없애고 슬픈 노래를 BGM으로 해둔 것, 헤어지고 상대방은 어떻게 살까 슬쩍 보러 갔다가 방문자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다가도 이불을 뻥뻥 걷어차며 ‘아, 쪽팔려!’를 외쳤던 것 말이죠.

건축학개론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고 했는데요. 싸이월드는 아마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이었고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트업으로 변모한 싸이월드와의 인터뷰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에서 ‘미근동 개리’라는 캐릭터로 싸이월드의 변화를 소개한 것이죠. ‘다시 싸이월드, 인터뷰로 궁금증을 털어보자.‘를 본 로켓펀치는 이때다 하고 싸이월드에 인터뷰 요청을 했고, 이런 저런 메일이 오간 뒤에 신림동 캐리가 서대문역의 싸이월드 본사에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싸이월드에 들어서자 허유경 매니저께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습니다.

홀로 서는 싸이월드 “옛 명성 되찾겠다”
“싸이월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로 연결”
싸이월드, SK컴즈와 완전 분리
싸이월드가 왜 SK컴즈에서 분리되었나 어떤 각오로 새출발 하는가 하는 것은 워낙 많은 일간지에 소개되었으니 로켓펀치 인터뷰에서 묻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그런 걸 궁금해하시는 건 아닐 테니까요. 그럼 새로운 싸이월드의 진짜 모습을 만나보시죠.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김동운: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내 페이스북에 ‘스타트업으로 탈바꿈한 싸이월드 인터뷰 갑니다. 대신해줬으면 하는 질문 받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다른 어느 때보다 열렬한 반응이 나왔다.
김동운: 아, 그런가?
신림동 캐리: 한 번 보시겠는가?

제 페이스북에 달린 덧글을 보며 웃고 계신 쿨한 김동운 대표님이십니다.

신림동 캐리: 첫 번째 질문은… 김동운 대표님은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신가?
김동운: 계정은 있다.
신림동 캐리: 악, 대박 사건!
김동운: 계정이 있긴 한데 활동은 하지 않는다.
신림동 캐리: 그럼 왜 만든 건가? 벤치마킹 용도로?
김동운: 내가 아들이 둘 있는데 둘 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다. 그래서 아들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페이스북에 가서 봐야 하기 때문에 계정을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아들들은 페이스북을 쓰는구나….
김동운: 아들들이 전화할 때마다 싸이월드는 잘 되느냐고 꼭 묻긴 한다…. 왜냐하면 자기들 유학 자금 끊길까 봐….

김동운 대표님은 쿨하다 못해 추워질 정도의 오픈 마인드를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신림동 캐리를 당황하게 한 인터뷰이는 처음이야.

신림동 캐리: 그럼 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놓고 쓰진 않으시는가?
김동운: 페이스북의 이용 패턴이 나랑 안 맞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패턴에 익숙하다. 나 이전에도 싸이월드 대표분이 여러 분 계셨다. 그분들의 미니홈피는 본의 아니게 사용자의 요청이나 불만사항이 오가는 게시판 형식으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미니홈피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마치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느낌이다. 내 미니홈피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모르는 사람과도 친구를 맺고 글이 공유되고 하던데,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싸이월드에서 지인들과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때 미근동 개리님이 음료수를 들고 회의실에 등장하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김준: 안녕하세요. 미근동 개리 드립을 친 김준이다. 로켓펀치 인터뷰 잘 보고 있다.
신림동 캐리: 드디어 뵙는군. 근데 어쩌다가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에 패러디가 등장한 건지?
김준: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에서 싸이월드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유저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너무 딱딱하지 않게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평소 재미있게 보던 로켓펀치 인터뷰 방식을 써봤다.

신림동 캐리: 나한테 말도 없이 패러디하셨는데 뭐 없나?
김동운: 지금 마시고 계신 음료수도 공짜는 아니에요.
신림동 캐리: 네….

싸이월드 공식 블로그 패러디와 맞바꾼 주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김동운 대표님도 그렇고 매니저분들도 주변 지인에게 싸이월드를 쓰라고 강요하시는지?
김동운: 그렇지는 않다.
신림동 캐리: 강요 안 하신다고? 나만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인터뷰에 좋아요 누르라고 강요하는데….
김동운: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근데 우리 와이프는 싸이월드를 열심히 한다. 내가 싸이월드에 내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다 올리기 때문에 남편이라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 매우 열심히 쓰더라. 이런 게 일종의 네트워킹 효과인가?
김준: 나는 부인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무척 강요한다. 싸이월드 하라고!
신림동 캐리: 뭣? 미근동 개리님 결혼하셨다고? 완전 어려 보이시는데?
허유경: 아기도 계시다.
신림동 캐리: 아까 김동운 대표님이 40대시라는 것도 멘붕이었는데 이 회사 다들 쓸데없이 동안이시다.
김준: 싸이월드 내부는 결혼한 팀원이 많아 가족을 무척 배려하는 분위기다.
신림동 캐리: 예를 들면?
긴준: 일단 출근 시간이 10시라 아침에 가족과 식사도 하고 애도 유치원에 보내는 등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신림동 캐리: 따로 복지 같은 건 없나?
허유경: 4월 8일에 싸이월드가 SK컴즈로부터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지금 복지 제도도 새롭게 정비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1년에 얼마가 든 복지카드가 나왔었다. 이제는 인원도 적어지고 했으니 좀 재미있는 제도를 만들어볼까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생일인 팀원의 위시리스트를 받아서 그걸 실현해주는 거다. ‘남자를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소개팅을 무제한 시켜준다든가 그런 거?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복지를 한둘 구상해가고 있다.
김준: 생일인 주인공이 그날의 회사 드레스코드를 정한다든가 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는 생일인 멤버를 조기 퇴근하게 해주는데….
허유경: 싸이월드도 생일인 당사자가 그걸 위시리스트로 원하면 그렇게 해줄 생각이다.

신림동 캐리: 아까 내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싸이월드에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보셨을 거다. 이제부터 민감한 질문 좀 나가겠다.
김동운: 얼마든지.
신림동 캐리: 싸이월드가 문 닫으면 환불해줘야 하는 도토리 잔액이 싸이월드 시가 총액보다 높아 망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인지?
김동운: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다. 일단 싸이월드는 현재 시가 총액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내가 기억하기로 적어도 2,500억대 이상이라 도토리 잔액을 환불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게다가 도토리 환불은 구입 시 약관에 명시된 바에 의해 환불이 되어야 한다. 환불을 못 해줘서 싸이월드가 유지된다 그런 풍문은 그냥 우스갯소리라고 보시면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럼 현재 유저가 보유 중인 도토리를 다 모으면 얼마나 될까?
김동운: 계산해보지 않았다.
신림동 캐리: 그걸 안 계산해보다니 말이 되는가!
김동운: 우리에게 싸이월드 서비스는 양수가 되었는데 도토리는 전자화폐 사업이고 금융 관련이라 계속해서 SK컴즈에 소유되어 있으므로 우리랑 상관이 없다.

신림동 캐리: 인제 와서 말이지만… 왜 하필 도토리인가?
김동운: 응?
신림동 캐리: 전자화폐의 이름이 왜 도토리냔 말이다.
김동운: SK컴즈가 피플스퀘어닷컴에서 싸이월드를 인수할 때부터 이미 도토리였다.
신림동 캐리: 그럼 여기 도토리가 왜 도토리인지 아는 분은 아무도 없는가?
허유경: 그러게 왜 도토리지?
김준: 나도 궁금하다.
허유경: 나도 궁금하다.
신림동 캐리: 도토리라는 게 우리 일상에서 자주 보는 열매는 아니지 않은가. 그걸 화폐 단위의 이름으로 붙인다는 게 좀 신기하다.
김동운: 도토리라는 네이밍을 할 때 내가 옆에 있지는 않았는데, 예전에 전해 들은 바로는 도토리를 도토리로 붙인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들었다. 굳이 세상사가 필연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하나의 케이스가 아닐까.
신림동 캐리: 그렇게 말씀하시니 멋있기는 한데 왜 도토리가 도토리인지는 이렇게 미궁 속으로….

도토리가 왜 도토리인지 아시는 분은 sillimdongcarrie@pristones.com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싸이월드 무형문화재 지정’ 만우절 농담은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만우절 거짓말에 잘 안 속는 편인데도 그 기사는 심각하게 ‘싸이월드에서 사진을 지우면 무형문화재 훼손인가?’하고 고민했었다니까.

김준: 재미있게 보아주셔서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김동운: 허유경, 김준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김준: 그 기사를 올리는 것도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네이트에 그 기사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더니 허위기사라는 점에 부담을 가지고 기사 제목에 ‘만우절 농담’이라는 표시를 붙여달라는 거다. 그럼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잖아….
신림동 캐리: 그러면 재미없지!
김준: 그래서 한참을 조율하다 결국 카테고리를 ‘한정 보도’로 해서 내보낼 수 있었다.


관련기사 – 싸이월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고?

싸이월드의 진실 혹은 거짓, ‘우리의 흑역사이자 추억 그리고 현재진행형, 싸이월드 1’에서 계속됩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학교를 꿈꾸는 TNT Crowd

로켓펀치 기업 인터뷰는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돈을 받는 거냐, 조민희 사장님과 친해야 하는 거냐, 신림동 캐리에게 뇌물을 주고 부탁하면 되느냐 등등요. 정답은 그냥 ‘신림동 캐리 마음대로’입니다. 1회였던 레진코믹스는 레진님과 친분이 있어서 그냥 사무실 구경할 겸 갔었고요. 2회였던 가든하다는 로켓펀치 채용공고를 훑어보다가 홈페이지가 예쁘길래 무작정 ‘저희랑 인터뷰하실래요?’라고 들이댔죠.

이번 TNT Crowd는 주변의 추천으로 성사된 인터뷰였습니다. 사업 아이템이 독특하고 사장님의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평가가 있었죠. 실제로 가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상재: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대표님은 어디 계시죠?
이상재: 지금 종로에서 미팅하고 택시로 오고 있다고 하네요. 곧 올 거예요.

그렇게 신림동 캐리는 40분을 기다렸습니다.

나 집에 갈 거야! 성질 뻗쳐서!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 뻔했습니다만, 카드값을 떠올리며 참아봅니다.

이상재: 평소에 페이스북 잘 보고 있어요. 캐리님 팬이에요.
신림동 캐리: 그럼 좋아요 누르거나 덧글이라도 다셨어야죠. 말로만 팬인가요?
이상재: 다 달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필요 없어!
40분이 흐르고 박태영 TNT Crowd 대표님이 숨을 헐떡이며 오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박태영: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멱살 한 번 잡아도 되나?
박태영: 대신 밥을 사면 안 되나?

신림동 캐리는 분노를 가라앉혔습니다. 맛있는 것을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 람이니까요. 아무튼 간단하게 TNT Crowd를 설명하자면 2012년 8월에 꿈을 가진 젊은이 다섯명이 시작하여 전국실전창업리그에서 1,600팀 중 4위를 하고 성공적인 시드 펀딩과 상당한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유치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로켓펀치에 써놓으셨습니다. 2013년 6월에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오픈마켓형 온라인 교육 중개 플랫폼 ‘러니웨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매출과 트래픽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사전 조사로 박태영 대표님 페이스북을 훑어보니 ‘올해는 유명해지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써놓으셨더라.
박태영: 아, 그걸 보실 줄은 몰랐는데….
신림동 캐리: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런 건 일기장에 써라.
박태영: 다음부터 주의하겠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갑자기 유명해지고 싶다는 건가?
박태영: 예전에는 내가 일만 잘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서비스를 키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러니웨어 서비스가 꾸준히 성장하고 최근에 점차 안정세에 접어드는 중이다. 그런데도 밖에 나가면 TNT Crowd는 물론 러니웨어라는 이름도 생소해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며 ‘아, 이게 아닌데?’하고 이제는 좀 더 이름을 알리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말인데 신림동 캐리님께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 수 있는가?
신림동 캐리: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보통 서울대 나와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면 최근 기준으로는 이두희, 강의석 그리고 이정희 정도가 있지 않나?
박태영: 이두희, 강의석, 이정희….
신림동 캐리: 왜, 셋 다 유명하잖아….

저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박태영 대표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TED라든가 UDACITY라든가 COURSERA라든가 미국에서부터 트렌드가 전파되어 이제 한국에서도 여러 유형의 지식 공유 서비스의 플랫폼이 나오고 있다. 러니웨어만의 차별성은 뭐가 있는가?
박태영: 여러 가지가 있다.
신림동 캐리: 여러 가지가 있겠지.
박태영: 첫 번째는 콘텐츠 다양성이다. 러니웨어는 국내에서 개수로 최다 강좌를 보유하고 있다. 자격증이나 입시부터 시작해 플로리스트와 댄스 특강까지 있을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강좌와 비교하면 콘텐츠가 시간에 따라 소진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강사의 사용 편의성이다. 기존의 서비스와 달리 러니웨어는 강사가 강의를 제작부터 등록, 유통, 수익 분배까지 다 관여한다. 러니웨어는 전 과정을 완성도 높게 자동화함으로써 강사의 온라인 진출 초기 장벽 진입을 아주 낮추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개별 브랜딩이 가능토록 ‘아카데미 기능’을 지원하거나 태블릿을 이용하여 집에서 혼자 강의를 찍을 수 있는 ‘강의 제작툴’ 등을 제공한다.
신림동 캐리: 아까 위층에 보니 스튜디오가 있던데 일반인도 사용 가능한가?

박태영: 물론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끊임없는 기술적, 기능적 진화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 플랫폼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Next Step에 대해 확실한 그림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니웨어의 경우 수준급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형태를 넘어선 러니웨어 2.0과 3.0을 준비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어떤 건가?
박태영: 자세한 건 기밀이다.
신림동 캐리: 허세 부리는 걸로 알겠다.
박태영: 아니다. 정말 있다.

투명 드래곤 같은 러니웨어지만 믿어줍시다.

왼쪽부터 이상재 마케팅 담당, 김다훈 CTO, 박태영 CEO, 주현탁 개발자

신림동 캐리: 최근 러니웨어의 수강생 추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다는데 어떤 홍보와 마케팅을 하고 계신지?
박태영: 유료 강좌를 무료로 맛보기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 이후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러니웨어 콘텐츠의 우수성과 다양성이 소문났는지 급격하게 가입자가 증가하더라.
신림동 캐리: 무료 이벤트인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효과를 봤다는 건가?
박태영: 그렇다. 러니웨어는 처음 결제한 회원이 다른 강좌도 결제하여 수강하는 확률이 70%가 넘어갈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신림동 캐리: 70%라니 정말 엄청난데? 그럼 ‘내가 들어도 이 강의는 진짜 알차다!’하고 박태영 대표님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강의는?
박태영: 모니터링한다는 명목으로 재밌게 보고 있는 강좌가 무척 많은데,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동양 고전 읽기’ 강좌를 추천한다. 요즘 동양 고전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는 건 아실 거다. 하지만 논어부터 입문해 무작정 시작하면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함의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근데 이 강의로 들으면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동양 철학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애견훈련, 댄스, 스노우보딩, 어도비 툴 강좌 등이 흥미롭고 완성도도 높다.

신림동 캐리: 아, 여기서 제일 궁금한 게… 강사 모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박태영: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가 직접 찾았다. 서점에서 책을 뒤지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거나 해서 무작정 연락을 드렸었다. 100명에게 연락해 실제 강좌 업로드까지 연결된 경우는 1~2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 수강생이 1만 명을 넘어가면서 먼저 연락 주시는 강사나 학원이 많이 늘었고, 저희가 먼저 컨택하더라도 승낙받을 확률이 매우 커졌다. 러니웨어는 강사에게 수익의 70%를 분배하기 때문에 20% 이하인 기존 퍼블리셔에 비해 세 배 이상 금액이 큰 것도 큰 메리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70%나 드리고 나면 회사는 뭐 먹고 사나?
박태영: 그래서 내 월급이….

신림동 캐리: TNT Crowd는 출퇴근하기 힘든 사원을 위한 회사 숙소가 있다고 들었다. 전자기기 생산 공장도 아니고 스타트업계에서는 무척 드문 일이지 않나?
박태영: 처음에 친한 친구들과 동업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지인을 알음알음 영입했기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신림동 캐리: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업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 계속 보는 게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숙소 생활의 장단점은?
박태영: 숙소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가 오랜 시간을 보내니 생각을 맞추고 토론을 하고 업무와 일상을 서로 업데이트하는 데 매우 도움된다. 또한 숙소가 회사에서 1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야근하게 되더라도 출퇴근의 부담이 적다. 숙소의 단점이라면 일반적인 공동생활의 단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럿이서 살다 보니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워낙 가깝다 보니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랄까.
신림동 캐리: 사장님과 같이 사는 게 단점이라고 왜 아무도 말을 못 해!

저희는 숙소 생활이 만족스러워요. 정말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신림동 캐리: 아까 보니 회사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시던데?
박태영: 개 한 마리와 고양이 다섯 마리다.
신림동 캐리: 여기가 무슨 동물농장도 아니고… 어쩌다?
박태영: 예전에 대전 창업진흥원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근데 그 근처 애견카페에 푸들 한 마리가 있었는데 다른 강아지에 비해 나이가 많다 보니 몸집도 크고 귀염성도 덜한 거다. 그래서 더 안 팔리고…. 그 푸들의 간절한 눈빛이 왠지 잊히지 않아 결국 내가 데리고 왔다.


신림동 캐리: 무심한 듯 시크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이 많으시군.
박태영: 그냥 얼굴이 이렇게 생긴 것뿐이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 고양이의 경우는 길고양이들을 주워오게 됐다. 사무실에서 동물을 키우니 분위기가 정겨워지고 좋다. 단점이라면 조금 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겠지?

동물이 많아 정겨운 TNT Crowd 사무실의 모습입니다. 근데 푸들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네요.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표정입니다.

신림동 캐리: 베란다에 이상한 게 있던데 그건 뭔가?
박태영: 선베드다.
신림동 캐리: 뭐하는 용도인가?
박태영: 바람도 쐬고 태닝도 하고 그런다.
신림동 캐리: 맞은편 오피스텔에 민망하지 않나?
박태영: 가을까지만 해도 파라솔이 있었는데….
신림동 캐리: 있었는데?
박태영: 바람에 날아갔다….
신림동 캐리: 알았다….
박태영: 얼마 전에 투자자분이 오셔서 술을 드시고 저기서 주무시다가 동사하실 뻔하기도….

사연이 많은 선베드입니다.
신림동 캐리: 또 페이스북에서 본 건데, 올해 놀랄만한 제휴를 하실 계획이라고 자랑해놓으셨더라.
박태영: 레알이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사업 기밀이겠지만 간략히라도 좀 알려달라.
박태영: 일단 교육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사용자가 모여있기 힘든 성격이다. 그래서 사용자층을 크게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러니웨어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콘텐츠 면에서 유명인사를 모셔오는 작업을 계획 중이고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강연회사 합동으로 전국 투어를 준비 중에 있어 2014년에는 러니웨어가 크게 주목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신림동 캐리: 2014년 러니웨어의 비전은 뭔가?
박태영: 2014년은 러니웨어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교육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한국은 그 중에서도 현재 교육시스템에 대해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 나라다.
신림동 캐리: 오바마도 본받으려는 한국 교육인데… 물론 농담이다.
박태영: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고 그 다음이 교수자인데,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실질적 교육은 거대 자본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나는 이 사실에 질문을 던지고 러니웨어라는 하나의 솔루션뿐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한 해를 보내려고 한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면서 유명해질 좀 계획은 잡히셨나?
박태영: 믿기지 않겠지만 제가 그럭저럭 품위있고 고상한 편이다.
신림동 캐리: 말씀대로 믿기지 않는군.
박태영: 아무튼 그래서 화끈하게 유명해질만한 일은 찾지 못하겠고, 교육업체 종사자답게 대중이 많이 모이는 강연에 나가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 가수 바다씨와 함께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계획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머물고 있는데, 아무튼 올해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으로서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다.
신림동 캐리: 이두희, 강의석, 이정희보다 더 유명해지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