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 잡고 벌레 잡는 개발자, 이준행 1

어제도 일간워스트 서버에는 DDoS 공격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버그 잡고 벌레 잡는 개발자 이준행님과의 인터뷰는 계속됩니다.

신림동 캐리: 지금도 일간워스트 어찌저찌 버티고 있는가?
이준행: 2월 초인가 새벽에 디도스가 들어와서 네트워크망이 뻗은 적이 있다. 어지간한 서버 공격은 다 방어가 되었는데 이건 서버가 있던 IDC를 통째로 공격했더라. 재작년에 난리 났던 한나라당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때 트래픽이 280메가 가량이었는데 일간워스트에는 500메가짜리가 오더니 곧 5기가가 들어와서 다 작살냈다. 220V 끼워야 할 다리미에 500V를 꽂아서 펑 터진 꼴이었달까. 뭐 여튼 어떻게든 복구했는데 계속 디도스가 들어오니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공격해대나 싶더라.
신림동 캐리: 이제 디도스 방어 컨설팅하고 다녀도 되겠다.
이준행: 안 그래도 농담 삼아 그런 광고 트윗도 하나 했다. 여러분,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디도스 걱정되시죠. 자식 걱정시키지 말고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선관위 공격 때보다 더 큰 것도 맞아본 경험자가 꼼꼼히 돌보아드립니다.
신림동 캐리: 아버님댁에 서버 하나 놔드려야겠군.
이준행: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난 프론트앤드 개발자인가 서버사이드개발자인가 서버엔지니어인가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더라.

3n살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준행님이십니다.

참고로 오늘은 이준행님의 생일입니다. 모두들 축하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이준행: 터미널과 vi. 개발자가 흔히 쓰는 까만 화면 그거다. 더 좋은 도구가 많긴 한데 처음을 vi 에디터로 시작해서 여전히 vi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조강지처 같은 느낌인가. 그럼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이준행: 모바일 어플이라면… Todo 어플로 Clear를 쓰고 있다. 이거 없으면 아침마다 ‘오늘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하고 한참 떠올려야 한다. 에버노트에 써놓아도 다른 메모에 파묻히고 결국 Clear로 돌아온다. 이만한 게 없다. 그리고 Tunein Radio. BBC Radio1이나 호주 ABC TripleJ를 틀어놓고 코딩하기 때문이다. 가끔 조용히 있고 싶을 땐 Jazz나 컨츄리를 틀어놓고 멍 때리곤 한다. iTunes Radio보다 선곡이 좋다. 가끔 실없는 농담 따먹기 토크쇼도 나오는데 그것도 좋다.
신림동 캐리: 영어 농담을 알아듣는다고?
이준행: 조 조금?
신림동 캐리: 내 유학생 친구들은 원어민 동기들이 무슨 농담만 하면 알아듣는 척 같이 웃느라 얼굴이 밝아지던데….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 있나?
이준행: 솔직히 요즘 개발 서적은 거의 안 읽었다. ‘코딩 호러 시리즈’가 요즘 인기라길래 사서 볼까 생각은 했었다. 책은 문학이나 인문사회 서적을 더 많이 읽는다. 딱히 취향이 있는 건 아니고 호불호만 있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기억나는 건 김연수와 오쿠다 히데오 소설, 줄리언 어선지 자서전이다.
신림동 캐리: 김연수 좋지. 나도 좋아해.

신림동 캐리: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
이준행: 회사에서라면 괜히 편의점 가서 먹을 거 사오고 돌아다니고 바람 쐬고 사람들과 커피 마시고 그랬었다. 뭐 나름대로 업무의 연장선이랄까. 지금은 집에서 일하다 코딩이 잘 안 되거나 구조가 잘 안 떠오르면 일단 책상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린다.
신림동 캐리: 완전 생산적인데?
이준행: 아니다. 이 습관 때문에 수도세와 가스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안 씻고 안 치우는 것보단 낫잖아.
이준행: 아무튼 씻고 나오거나 청소 한바탕 하고 나면 다시 머리가 돌아간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이준행: 홍대 Object에서 비행기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오르골을 샀다.
신림동 캐리: 나도 거기 자주 간다!
이준행: 매장 이름이 어쩐지 개발자틱하지 않나? 아무튼 가끔 머리가 안 돌아갈 때 오르골 태엽을 돌리고 멍하니 보고 있으면 충전되는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어쩌다 보니 태엽 인형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는데 오사카에서 산 제비 돌기 하는 펭귄이 애장품이다. 물건 말고는 지난 여름에 41도 폭염을 감수하며 오사카 섬머소닉 페스티벌 가서 MUSE랑 Linkin Park이랑 Metallica를 보고 왔다. 사실 MEW를 보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아무튼 즐거웠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이준행: 서버 엔지니어링이라고 해야 할까. 원래 NHN과 SK플래닛에서 Front-End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커뮤니티 사이트 서버를 관리하게 되어서 요즘은 서버 관리 요령을 급하게 배우는 중이다. 관심사가 다양한데 그때그때 필요한 걸 최우선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신림동 캐리: 페이스북을 보니 최근에 중고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사서 재미있는 걸 하시던데?
이준행: 아, 그거 원래는 라즈베리파이를 사서 비디오 플레이어로 쓰려고 했었다. 라즈베리파이는 아시겠지만 쪼그만 기판이 컴퓨터 역할 하는 거다. 내가 스누피를 좋아하는데 1960~80년대에 만들어진 스누피 TV판 비디오를 구했거든. 근데 4:3으로 만들어진 옛날 비디오라서 LCD 모니터로 틀었더니 영 안 예쁜 거다. 그래서 일단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중고로 샀다.

이준행: 근데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니 여기 옛날 게임기를 갖다 끼워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신림동 캐리: 역시 개발자에게 기계는 가장 좋은 장난감이지.

이준행: 그래서 또 보니까 라즈베리파이로 간단한 게임기를 만들 수 있더라고? 그래서 요즘 고전 게임을 즐기고 있다.

신림동 캐리: 남극탐험! 추억 돋는다!

남극탐험하면 이 짤방이 빠질 수 없죠.

PSP 유저였던 신림동 캐리는 20살에 게임 사러 용산 갔다가 악마를 봤습니다.

괜히 용산을 던전 오브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더라고요.

신림동 캐리: 중고교시절 정보올림피아드로 시작해 아이두 운영진과 고로케 시리즈를 거쳐 일워까지 개발자로서의 좌우명이나 철학이 있다면?
이준행: 도대체 정보올림피아드와 아이두는 어떻게 알았냐!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조사한다니까.
이준행: 내 흑역사인데 넘어가면 안 되나?
신림동 캐리: 난 이럴수록 더 집요하게 묻는다.
이준행: 딱히 철학이나 좌우명 같은 거 갖고 살지 않는다. 다만 ‘이거 만들면 재밌겠다!’라거나 ‘아, 이거 한 번 만들어볼까?’ 싶으면, 하루 안에 다 만들 수 있는가와 만들고 나서 좀 재밌을까를 스스로 물어본 다음에 괜찮겠다 싶으면 그냥 만들어버린다.
신림동 캐리: 한마디로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군.
이준행: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렇게 살아서 별문제 생긴 적 없다.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이준행: 아이구, 이런 어려운 질문을!
신림동 캐리: 왜 아직 연초인데 자기반성도 하고 좋지 뭐.
이준행: 나는 야매 개발자라서, 10점 만점에 5점도 안 될 듯싶다.
신림동 캐리: 에이, 야박하게 왜 그래.
이준행: 진심이다.
신림동 캐리: 인생은 자기와의 싸움이라지만 지는 것도 나고 이기는 것도 나니까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신림동 캐리: 그럼 후배들에게 추천해주는 사이트는?
이준행: Outsider님 블로그 blog.outsider.ne.kr와 홍민희님 블로그 blog.dahlia.kr를 추천한다.
신림동 캐리: 파이썬의 아이돌 홍민희님을 인터뷰하고 싶은데 두 번이나 거절하셨다. 홍민희님, 저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인터뷰 좀 해주세요. 아무튼 여기를 추천하는 이유가 뭔가?
이준행: 꾸준히 무언가 새로이 만들고 그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시는 분들이라 늘 배우고 있다. 무심결에 구글에서 검색해서 문제해법을 찾으려고 해도 검색이 두 분 블로그는 항상 잡힌다. 개발자 블로그 글쓰기의 정석 또는 교재 같기도 하다. 그리고 기획 관련이라면 dribbble.com. 상상하는 서비스의 대략적인 모습, 디자인, 동선 등 모두 그때그때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사실 사이트를 만들려면 IT보다는 사회과학책이나 시사전문지에서 아이디어를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 기획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좀 더 괜찮은 기획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신림동 캐리: 스스로 나는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는지?

이준행님은 한참을 생각하셨습니다.

이준행: 이상한 개발자?
신림동 캐리: 이상한 것 같긴 한데 왜 본인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상한 짓을 하는지?
이준행: 첫 회사(NCSOFT 오픈마루)에선 개발자가 아니라 기획자였다. 그때도 사내에선 내가 개발용어 쓰는 ‘이상한 기획자’로 여겨졌었다. 그리고 그냥 자꾸 이상한 사이트를 만들고 이상한 짓을 하니까 이상한 개발자 같다.
신림동 캐리: 그래, 그런 것 같다….

역시나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타고난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이준행: 이거 참 어려운 질문인데!
신림동 캐리: 뭐 다른 질문은 쉬웠나?
이준행: 그래도 이건 뭐라 말하든 다 답일 것 같고 또 다 답이 아닐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신림동 캐리: 기분 탓이다. 그냥 본인의 생각을 말씀하시면 된다.
이준행: ‘저분은 내공이 어마어마하시다!’라고 제가 생각해온 분들을 보면 결국 그 실력은 꾸준한 경험이 쌓여온 결과더라. 근데 사실 타인의 재능을 가져오기 무척 쉬운 분야가 개발분야이기도 하다. 영어로 조금만 검색해보면 전 세계 각지의 개발자가 삽질한 경험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타고난 재능보다는 꾸준함과 경험치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꾸준 질문인데 한국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라고 생각하시나?
이준행: 아니, 난 고로케집…이 아니라 개발자끼리 자조적으로 우린 나중에 치킨이나 튀기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한국 개발자의 끝이 치킨집이라는 이야기는 사실 한국 모든 20~30대 직장인들의 끝이 프렌차이즈로 귀결된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사실 치킨 이야기 나올 때마다 나는 비단 개발 분야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의 미래가 암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고로케집…이 아니라 그래도 개발자의 끝을 뭐라고 단정 짓기엔 한국에서 ‘개발자’라는 직업군이 생겨난 역사도 한 세기가 아직 안 지났기에 뭐라 말은 못하겠다. 설마 끝이 하나일까. 뭔가 다른 게 있겠지. 최근의 우크라이나는 개발자들이 갑자기 회사 밖으로 나가 화염병 들고서 ‘혁명’에 가담하기도 했고 말이지.
신림동 캐리: 기승전고로케군. 근데 호호백발 개발자가 한국에서 가능할까?
이준행: 물론이다. 내 주변의 존경하는 어르신 개발자님들을 보면 말이지. 50대 넘어서도 여전히 전업으로 개발하며 에너지 넘치게 활동하는 분도 계시고, 다른 직종으로 바꾸셨지만 여전히 취미로 코딩하는 분도 있었다. 스킨스쿠버 강사로 전향했다가 다시 개발자가 된 분도 봤다. 노후를 미리 설계하라고 온종일 텔레비전에서 보험 광고가 나오는데 나는 그냥 그때 가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신림동 캐리: 고로케집 차리면 서비스 부탁한다.
이준행: 오케이.

코딩은 집에서 혹은 여럿이서 함께 쓰는 사무실에서 한다. 지도를 좋아해서 집에서는 사진처럼 지도를 책상이나 벽에 붙여놨다. 지도 덕후라 해외 지도나 노선도를 모으고 있는데 혹시 안 쓰는 지도 처박아둔 게 있으시다면 내게 선물해달라. 무척 기뻐할 것이다.


바닥에 보이는 사진은 중국인 친구가 선물해준 중국 대륙전도다. 예전엔 호주 시드니 버스노선도를 붙였는데 지금 가구와 벽지 색과는 어울리지 않아 빼버렸다.

맥북프로 2010-mid 에 SSD 넣은 제품으로 햇수로 4년째 쓰고 있다. 여전히 튼튼하다! 레티나가 아닌 게 가끔 답답하지만 돈 많이 번 뒤에 풀옵션으로 새것을 살 생각이다. 포토샵질도 터치패드로 하고 있다. DELL u2711을 집에서 쓰는데, 사실 넓은 해상도를 효율적으로 쓰기는커녕 브라우저는 작은 맥북 화면에 띄우고 코드화면을 큼지막한 글씨로 27인치 모니터에 띄울 때가 많다. 안드로이드 어플 만들 땐 테스트폰 몇 개 돌려본 뒤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바이너리 보내서 테스트를 부탁한다.

물론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사이트들 대부분의 코드는 지하철 퇴근 중에 짠 것들이다. 차마 지하철에서 무릎에 맥북 올려놓고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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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워스트, 충격 고로케, 대나무숲 위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의 중심의 선 사이트라는 것, 그리고 개설한 사람이 같다는 것입니다.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www.ilbe.com)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을 때 그에 대항하기 위해 개설된 일간워스트(www.ilwar.com)는 개설한 순간부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숱한 공격을 받는 등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죠.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난데없이 생겨난 커뮤니티’인 일간 워스트의 개발자 이준행님을 만나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이준행/rainygirl
위치: 교대와 홍대 사이
직업, 소속: 드디어 프리랜서 개발자!
내 모바일 기기: iPhone4
블로그 주소: blog.rainygirl.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준행: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생각했던 것보다 몹시 수줍어 보이신다.


이준행: 팬이다. 근데 생각보다 수줍어 보인다는 건 뭔가?
신림동 캐리: 이준행님이 만드신 사이트 중에서 내가 들어가 본 게 한 서너 개 되는데 다 터프한 사이트라….
이준행: 전부 그렇지는 않은데….
신림동 캐리: 내가 자극적인 사이트만 들어가서 그렇다. 취향이 좀 MSG 같아서 말이지. 아무튼 정말 많은 사이트를 만드신 걸로 알고 있는데 소개 좀 부탁한다.
이준행: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만 기다려달라.

나중에 메일로 아래의 목록이 왔습니다.

indistreet.com
당장 오늘 주말 예정된 홍대의 인디밴드 공연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공연한다는 소식을 모아 전하는 매체가 없길래 만들어봤다.

boooki.com
읽은 책을 기록하는 책 메타서비스다. 내가 읽은 책의 기록을 남기고 타인에게 독서를 권하고 싶어 만들었다.

battlelist.com
둘 중에 하나를 고르기 쉽게 만드는 서비스다. 내가 우유부단한 편이라 누군가 나 대신 선택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 kuroro.net
화면에 수지 사진을 가득 채우고 싶어서 만든 서비스였는데, 어쩌다 보니 탕수육을 가득 채우는 푸드포르노 서비스로 바뀌어버렸다. 지금은 트래픽 때문에 잠시 닫았다.

ropipi.com
비밀 일기장 서비스다. 색깔 넣기라든가 글자 꾸미기라든가 사진 올리기 같은 기능 하나도 없이 오직 텍스트만 쓸 수 있도록 간단히 만들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일기장처럼 썼다가 낭패 본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

chat.coroke.net
페이스북 로그인 기반의 실명 채팅방이고 방이 딱 하나만 있다. socket.io라는 게 나오기 전에 Comet이라는 방식으로 채팅서비스 만드는 걸 연습해보려고 만들었다.

clip.coroke.net
클리핑 서비스다. del.icio.us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클리핑할 때 쓰려고 만들었었다. 역시 혼자 쓰고 있다.

oiku.net
도메인 그대로 ‘어이쿠!’하고 감정을 털어놓는 익명 SNS 서비스다. 현재 버전은 캐릭터 그린 디자이너분께서 많은 의욕이 있으셔서 함께 만든 서비스다.
angry.oiku.net
그냥 분노의 문장을 싸지르는 용도로 만든 1페이지짜리 서비스다. 그림은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인 친구가 그려주었는데 딱 저런 모양새로 분노가 모이는 걸 보고 싶었다.

hot.coroke.net
충격 고로케. 온라인 뉴스들이 ‘충격’, ‘경악’, ‘결국’, ‘헉’과 같은 자극적 단어로 얼마나 많은 낚시를 하는지 세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사이트 방문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링크에 경고창을 넣고 순위를 매기고 상도 주기 시작했다.

copy.coroke.net
충격 고로케에서 떨어져나온 서비스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이라거나 ‘이에 네티즌들은…’으로 마무리되는 기사가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려고 따로 구성해보았다.

이준행: 쓰다 보니 너무 많은데?
신림동 캐리: 이게 끝인가?
이준행: 아니, 아직 더 남아있다.
신림동 캐리: 여자친구 있으신가?
이준행: 있다.
신림동 캐리: 아니, 회사도 다니고 연애도 하시는 분이 왜 밤마다 이런 걸 만들어!
이준행: 나도 갑자기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계속 소개하겠다.

say.coroke.net
심심한 고로케랄까.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몇 시쯤 가장 심심해하고 배고파하고 배 아파 하는지를 집계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몇 개 단어는 일본어도 수집 중이라 한일의 배 아픈 시간대를 비교해볼 수 있었다….

dot.coroke.net
도트 고로케다. 도트픽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간단한 사이트다. 툴만 만들어놨을 뿐인데 다들 정말 훌륭한 그림을 그려주시더라.

radiation.coroke.net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공간방사선량을 모두 같은 단위로 환상하여 지도에 색칠해 시각화시켜주는 방사능 고로케다. 주위에서 다들 일본 여행을 말리기도 했고, 중국과 한국 방사능에 대해서도 논란이 늘 많았는데, 딱히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그냥 내가 데이터를 매일 수집해 지도에다가 그리도록 만들어버렸다.

ilwar.com
철도민영화문제가 불거졌을 때 트위터에서 누가 일베의 비추 버튼을 민영화로 바꾸고 이름도 일간베스트가 아닌 일간워스트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농담하셨던 걸 XE로 간단히 구현했다.

신림동 캐리: 이렇게나 많은 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기 힘들지 않나?
이준행: 사실 사이트 대부분은 하루 안에 만들었다. 그리고 보통은 쭈욱 방치한다. 그래도 대부분 사용자가 큰 불평 없이 써주셔서 내가 힘들 건 별로 없다.
신림동 캐리: 만튀구만 만튀….
이준행: 만튀라고 불려도 어쩔 수가 없…. 회사 다니면서는 저녁에 1시간 남짓 잠깐 상태 확인하는 정도로만 관리해왔다. 다만 일간워스트는 이전 사이트들과 다르게 접속자가 어마어마하고 서비스 방해 공격이 계속 들어오는 바람에 한동안 잠도 못 자고 모니터링했었다. 서버 늘리고 안정화되고 나서야 다시 잠도 제대로 자고 밖에 놀러도 나가고 있다.

이준행: 선관위 공격사건 때가 280메가였는데 어차피 500메가로 시작해서 몇 기가가 들어온 거라, 개발하면서 이런 공격 트래픽 언제 또 구경해보겠나 하는 마음이었다.
신림동 캐리: 일간워스트 운영하면서 해탈하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나 아는 개발자가 일간워스트 나온 날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이준행: 왜?
신림동 캐리: 저걸 내가 만들었어야 하는데 내가 왜 저 생각을 못 했을까 빨리 안 만들었을까 하면서 자신을 책망하다 분해서 잠이 안 왔단다. 아무튼 재미있는 서비스를 많이 만드시는데 어떻게 기획하고 완성 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알리시는지?
이준행: 그냥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빨리 구현한다. 충격 고로케는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다 충격과 경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기사가 없는 걸 보고 열 받아서 1시간 만에 만들었다. 일간워스트는 트위터에서 농담하다 10분 남짓 XE 설치하면서 시작했다. 인디스트릿은 과거에 친구와 함께 만들다 망해버린 잡지나 사이트의 기억을 되살려서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즉흥적으로 사이트를 만드시는 것 같다.
이준행: 내 성격이 그렇다. 계획을 크게 잡으면 귀찮아서 포기해버린다는 걸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하루 안에 개발 가능할 것 같은 규모만큼만 딱 기획하고 그대로 만든 다음에 잔다. 마케팅은 딱히 없다. 서비스를 만들고 나면 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오픈 소식을 알린다. 그게 재밌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그러다 언론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인터뷰 한 번 하면 기사가 나가니 그걸 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식이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니까 말인데 시사인 기사에서의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었다.
이준행: 그 사진을 찍는 게 아니었는데….
신림동 캐리: 난 그거 좋던데….
이준행: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기자님이 간곡히 부탁하셔서 괜찮겠지 생각하고 포즈를 취해드렸는데, 나중에 반응이 이럴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배경을 논두렁으로 바꾼 짤방이 생기고 내가 그만둔 회사 사무실 벽에 포스터로 붙여놨다는 소식도 예전 동료로부터 들었….

전 이 사진 참 좋지 말입니다. 사진 출처는 시사in입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프리랜서 되셨다고 만세를 부르셨는데?
이준행: 드디어 프리랜서다!
신림동 캐리: 최근까지 대기업 다니지 않으셨나?
이준행: 최근까지 SK플래닛(2012~2013)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퇴사했고 이전에는 NC소프트와 NHN에서 각각 기획자와 개발자로 일했다.
신림동 캐리: 일간워스트가 아주 잘 되어서 회사를 그만두신 건 아니지?
이준행: 회사를 그만둔 건 12월 20일이고, 일간워스트를 연 건 27일이다.
신림동 캐리: 일간워스트가 생기게 된 썰 좀 풀어달라.
이준행: 2013년 12월 27일 밤의 일이다. 트위터에서 철도파업사태를 두고 사람들과 비추 버튼을 민영화로 쓴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어차피 백수고 잉여한 김에 ‘진짜 해볼까?’하고 만들어봤다. 내가 한 건 XE 설치한 게 전부지만 아무튼 현실화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대해졌다.
신림동 캐리: 만들 때 정치 성향을 정해두고 만든 건 아니다?
이준행: 사실 공격 목표는 일베가 아니라 민주화라는 비추 버튼 자체였다. 일베가 민주화라는 단어를 비추로 오용한 것에서 분노를 느꼈으니까. 근데 다음 날 일간워스트를 다룬 거의 모든 기사가 ‘일베의 대항마!’라 표현하는 바람에 다들 넌 정치 포지션이 어디냐고 묻긴 하더라.
신림동 캐리: 그러게. 나도 궁금해졌다. 정치 포지션이 뭔가?
이준행: 현재 한국에서 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
아무튼 일간워스트는 오늘의 야식부터 내일 소개팅 조언까지,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나누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다른 이야긴데 만드신 사이트 이름에 자꾸 고로케가 들어가는데 고로케는 왜 들어가는지?
이준행: 그냥 내가 고로케를 좋아해서다.
신림동 캐리: 알겠다.
이준행: 군대에서 전역할 무렵 친구들과 ‘우리 사업이나 한 번 해볼까?’하고 고로케라는 도메인을 샀다. 물론 내가 전역했을 때는 그 약속을 잊고 각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더라. 내게 남은 건 배신의 눈물과 도메인뿐이었고 그래서 고로케를 계속 쓰게 됐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의 은퇴 상징이 치킨인데 이준행님은 나중에 닭 말고 고로케 튀길 생각이 있으신지….
이준행: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진짜로 연다면 일본에서 츄하이를 공수해와서 곁들여 팔고 싶다.

신림동 캐리: 고로케 시리즈에 일간워스트까지 서버 유지비용만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충당하시는지?
이준행: 일간워스트 직전까지 만든 건 다 소소한 서비스라 개인 서버 규모로 감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 개발자로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 더 좋은 서버를 장만할 계획이기도 했다. 클라우드 호스팅으로 갈까 아마존(AWS)로 갈까 고민하던 와중에 어쩌다 일간워스트가 서버를 크게 잡아먹어서 지출경비와 예상광고수입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간워스트는 앞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 계획이 있는지?
이준행: 일간워스트는 광고를 받을 생각이다. 그리고 다른 서비스를 몇 개 더 만들어서 수익모델도 좀 실현해볼 생각이다.

신림동 캐리: 연애하고 개발하고 공격 막고 하루가 참 바쁠 것 같은데 잠은 얼마만큼 자고 주로 언제 일하나?
이준행: 잠자는 시간은 불규칙한 편이다. 코딩하던 걸 끝내지 않고는 잠이 안 와서 일을 하면 밤을 새운다. 회사 다닐 땐 새벽에 주로 코딩했던 것 같다. 그때가 제일 집중도가 높은 시간대였으니까. 그때 BGM으로 새벽 라디오를 틀어놓는데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아침 예불한다고 종 치고 반야심경 부르면 그걸 자장가로 들으며 자기도 했었다. 회사 다닐 때 맨날 수면 부족 모드여서 그만두면 당분간 그냥 잠만 자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갑자기 일간워스트가 커져서 여전히 잠은 불규칙하다. 이제 좀 자야지 마음먹으면 새벽 1시에 디도스 들어오고 이상한 사진 올리는 애들 몰려오고 그래서 이게 사는 건가….

신림동 캐리: 자꾸 왜 일간워스트에 공격을 해댈까?
이준행: 일간워스트는 개인 사이트가 아닌 커뮤니티이기에 공격이 이루어지는 배경과 이유를 되짚어 대응하는 정치적 활동이 필요했다. 어떠한 이유에서 일간워스트를 공격하는지, 개인의 동기는 무엇이었고 그 행동들이 모여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각 공격 행동 유형을 정리해 슬로우뉴스 ‘커뮤니티 전쟁? 디도스 등 공격에 대처하는 일워의 자세‘라는 기사를 썼다.

신림동 캐리: 들어온 공격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준행: 사실 매 순간 공격이 다 흥미롭다. 순서대로 레벨업된 몹이 등장하는 기분이랄까? 디도스나 그런 건 이제 익숙한데, 게시판에 태그 직접등록을 허용해놓았더니 온갖 종류의 스크립트가 들어왔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잊고 있었던 고전적인 공격코드를 다 심어놓아서 어릴 적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달까.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성 그림을 우회해서 올리기 위해 ‘단축 URL 서비스’까지 쓰는 게 제일 재밌었다.
신림동 캐리: 공격 말고 보은은 없나? 예전 한스타 개발자 송창규님은 메일로 야동이나 야짤을 보내주는 유저가 많았다고….
이준행: 난 그런 분은 없었고 축전을 가끔 그려서 보내주신 분들이 있는데 늘 감사하다. 그리고 아까 그 시사인 사진으로 많은 합성을 해주셨다.
신림동 캐리: 그런 합성은 보은이 아니라 조롱이잖아!

버그 잡고 벌레도 잡는 개발자, 이준행님의 인터뷰는 버그 잡고 벌레 잡는 개발자, 이준행 1에서 계속됩니다.

호기심으로 살아가는 엉뚱한 개발자, 권정혁

여태까지 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른 어떤 개발자가 궁금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70% 확률로 같은 이름이 나왔습니다. ‘xguru’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CTO시죠.

개발자들에게 기술을 전도하고 소통하는 디벨로퍼 에반젤리스트로 유명하신 권정혁님을 만나기 위해 레진엔터테인먼트에 찾아갔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권정혁 , 구루 / xguru
위치: 서울
직업, 소속: 레진엔터테인먼트 CTO
내 모바일 기기: 아이폰 5S, 넥서스5
블로그 주소: http://xguru.net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권정혁: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저번에 레진엔터테인먼트 인터뷰 왔을 때도 그렇고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도 그렇고 가끔 뵈었었죠.
권정혁: 네, 기억나네요.
신림동 캐리: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매우 놀랐습니다.
권정혁: 아니, 왜요?
신림동 캐리: 왠지 무서웠어요. 아무튼 인터뷰 시작한다.
권정혁: 아… 알았다.

신림동 캐리: 일단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닉네임부터 여쭈어보겠다. 왜 xguru인가?
권정혁: Guru는 산스크리트어로 ‘빛’을 뜻하며 어둠에서 길을 인도하는 존재, 큰 지식을 가진 스승님을 지칭한다. xguru에 내가 붙인 x는 부정의 x와 모든 것의 x가 동시에 담겨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나한테 왜 신림동 캐리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은데 마침 레진코믹스에 오니까 기억난다. 예전에 레진님과 드라마 ‘SEX AND THE CITY’ 패러디하며 드립 치다가 나온 별 의미 없는 필명이었는데 이렇게 계속 쓰게 될 줄 몰랐다. 알았으면 좀 더 신중하게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이름을 고민했겠지. 근데 그러고 보면 레진님의 Lezhin도 아무 뜻 없지 않나?
권정혁: 나도 궁금해서 레진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어감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거라더라.
신림동 캐리: 얼마 전에 레진님이 인생에 대한 명언을 남기셨다는 소식을 트위터에서 듣고 ‘레진 후회’를 네이버에 검색했더니 ‘치과에서 레진을 권해서 그걸로 했는데 후회합니다.’ 같은 거나 뜨더라.

그렇습니다. 신림동 캐리고 레진이고 별 의미 없습니다.

신림동 캐리: 한국 IT계에서 적어도 개발자치고 권정혁님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권정혁: 에이, 많을걸.
신림동 캐리: 나만 해도 국어국문학과 전공에 IT와 상관없는 회사에 다닐 때부터 권정혁님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트위터에 가입하면 막 이 사람 팔로우하라고 자꾸 추천하더라고! 농담이고 IT 분야에서 신기술을 분석하고 전파하시는 걸로는 거의 독보적이지 않으신가.
권정혁: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신림동 캐리: 전 KTH 기술전략팀 팀당으로 일하실 때 운영하시던 기술 공유 블로그(http://dev.paran.com)에 자주 갔었다. 트위터도 그렇고 개인 블로그도 그렇고 그렇게 많은 양의 IT 정보를 어떻게 다 찾아보고 정리하는가?
권정혁: 딱히 노하우라고 할만한 것은 없는데….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신문도 구독 안 한다. 그래서 모바일과 웹으로 기술 뉴스 읽는 게 내 취미 생활이다. 일하거나 자는 걸 제외한 대부분의 깨어있는 시간에 기술 관련한 약 700개 정도의 해외 블로그를 읽는다. 그중에서 중요하고 관심이 가는 정보는 즉시 트위터에 140자로 정리해 올린다. 예전에는 따로 보관했었는데 그렇게 모아두니 나 자신도 안 보게 되더라. 성격상 그때 그때 바로 흡수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기 힘들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회사 다니랴 하루 700개 블로그 읽으랴 바쁘실 텐데 잠은 얼마만큼 자고 주로 언제 일하시는가?
권정혁: 솔직히 잠이 별로 없는 편이다. 보통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 자면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난 하루에 기본 10시간 자는데!
권정혁: 새벽 3시 근처에 자고 아침 8시 정도에 일어난다. 가능하면 아침 출근 전에 운동하고, 11시경까지 출근해 일하다 새벽 1~2시에 퇴근한다.

내가 요즘 개발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느낀 게….

존나 열심히 안 하면 안될 거 같애.

근데, 우리는 열심히 안 하잖아. 우린 안될 거야. 아마.

신림동 캐리: 그럼 일하지 않을 때 다른 건 무얼 하나?
권정혁: 일하지 않을 땐 주로 기술 뉴스를 챙겨보지만… 아무래도 레진코믹스에 있으니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만화를 찾아보게 된다. 레진코믹스 만화는 기본이고 다른 곳에서도 찾아본다. 그리고 레고를 좋아해서 레고 관련 정보를 찾고 싸게 구입하고 선별해서 천천히 만든다.
신림동 캐리: 왜 천천히 만드나?
권정혁: 집이 좁아서 많이 둘 수가 없어서 최대한 천천히 만들어 구입 텀을 길게 만든다.
신림동 캐리: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인데….

신림동 캐리: 근데 레고를 많이 둘 수 있는 큰 집에 이사 가려면 연봉 많이 주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계속 다니시는 게 좋지 않나?
권정혁: 1997년부터 삼성전자나 KTH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벤처까지 다 거쳤다. 그러다 작년에 KTH를 나오면서 레진님을 만났는데 레진님이 뜬금없이 “만화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거다.
신림동 캐리: 거기에 권정혁님이 “저희 집이 만화가게였습니다.”라고 하신 건 요즘 스타트업계 전설 아닌가.
권정혁: 전설까지야…. 아무튼 콘텐츠에 안목이 있는 레진님이 계시고 거기에 기술력이 합쳐진다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고 설레어 잠을 설쳤던 것 같다. 아내도 흔쾌히 ‘그동안 회사 다닐 만큼 다녔으니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밀어줬다.
신림동 캐리: 훌륭한 아내시다. 다른 말이지만 사실 나도 레진코믹스 창립 당시에 레진님으로부터 스카웃을 받아 면접도 보고 그랬는데 ‘네이버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만화를 사람들이 왜 돈 주고 볼까?’ 하면서 탐탁지 않아 거절했었다.
권정혁: 그런가? 난 듣는 순간 성공하겠다는 감이 왔었다. 만화라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 거기에 기술을 같이 녹일 수 있는 사람, 콘텐츠랑 기술을 다 아는 사람이 만났으니 자신감도 들더라.
신림동 캐리: 될 놈은 된다던데 난 안될 놈인가 보다. 아, 내 주변에 레진코믹스 데뷔가 목표인 꿈나무 웹툰 작가가 있는데 연재 선발 기준이 뭐냐고 묻더라.
권정혁: 웹툰 선정은 레진님 몫이다.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가끔 레진님이 ‘그거 어때요?’라고 하면 개인적인 코멘트 던지는 정도다.

신림동 캐리: 아무튼 레진님은 볼 때마다 무럭무럭 살쪄가시고 레진코믹스가 잘 된다는 게 확 느껴진다.
권정혁: 레진코믹스가 잘 먹이는 것도 있지만 레진님이 살찌는 건 혼자 맨날 술을 마셔서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레진코믹스가 직원들 정말 잘 먹인단 소문을 들었다.
권정혁: 끼니마다 밥값 제한이 전혀 없다. 전 직원에게 체크 카드를 줘서 원할 때 쓰게 한다.
신림동 캐리: 와우!
권정혁: 게다가 사무실에 다양한 먹을거리를 늘 채워둔다. 당이 떨어지면 머리 회전 안되니까.
신림동 캐리: 와우!

레진코믹스에서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권정혁님이 개발자로서 많은 소통을 하셨던 만큼 레진코믹스 내부에서부터 개발자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실 것이라는 기대가 많고 또 실제로 업계에 ‘레진코믹스는 개발자 대우가 좋다더라.’하는 소문이 파다하다.
권정혁: 그런 소문이 돈다니 매우 뿌듯하다. 개발자가 다른 일에 신경 안 쓰고 우리 만화 서비스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매출이 없는 회사의 경우는 외주도 하고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데, 레진코믹스는 다행히 우리 서비스에만 매진할 수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내가 생각하고 기획한 것을 직접 만드는 것만큼 즐거운 게 없는데,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화 서비스에 미쳐서 그걸 개발할 수 있다는 게 레진코믹스의 최고 장점이지 않을까? 그리고 복지 관련해서는 내가 중소기업, 벤처, 대기업 등을 다 거치면서 좋았다고 느끼는 점을 모아서 만들어봤다. ‘내가 회사에서 대우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초점을 뒀다.
신림동 캐리: 넌 소중하니까요?
권정혁: 그렇다. 레진코믹스의 직원은 소중하다. 현시점에서 살 수 있는 최고의 머신을 주고, 주변 장치 또한 요청하면 다 사준다. 월 10만 원 정도의 자기 계발비가 있으며 출퇴근 시간 제한도 없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도 출퇴근 시간 제한이 없고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지만 개발자는 결국 야근을 하거나 밤새는 일이 허다하더라.
권정혁: 이상하게 개발자들이 새벽에 집중하는 성향이 많긴 하다. 그리고 레진코믹스는 요즘 우리 서비스가 잘 되는 것에 다들 흥분해있는 상태다. 매일 레진코믹스의 매출을 전체 공지한다. 그걸 보면 내가 일한 것이 그대로 반영되고 또 더 잘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다. 신림동 캐리님은 그런 물살을 느껴본 적이 있나?
신림동 캐리: 알 것 같다.
권정혁: 그런 때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일이 재미있고 안달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집에 가라고 해도 개발자들이 자처해 남아있곤 한다.

신림동 캐리: 권정혁님은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늘 새로운 기술을 전파해오셨는데 현재 레진코믹스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권정혁: iOS / Android 모바일 앱 2.0 버전을 만들고 있다. 2.0 버전에서는 다양한 점이 개선될 것이다. 일단 네이티브로 개발이 된다. 그리고 레진코믹스에서 제공하는 만화가 더 많아진 만큼 만화를 쉽게 발견하고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점에 고민하며 만들고 있다.

신림동 캐리: 자, 그럼 레진코믹스는 살짝 내려두고 권정혁이라는 개발자에 다시 포커스를 맞추자.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권정혁: 요즘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Lean Analytics 와 Google AppEngine이다. 그래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기법, 그걸 시스템 내에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 기술을 주로 보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어떤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권정혁: 딱히 특정한 도구를 아주 선호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요즘은 SublimeText 에디터를 가장 많이 쓴다. 그리고 예전에는 RSS 리딩을 위해 Reeder를 썼는데 요즘은 Feedly로 바꿨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이 어플 없이는 내 생활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하는 건?
권정혁: Tweetbot과 Reeder.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은?
권정혁: 최근에 개발에 대한 책을 읽은 게 별로 없어서… 그냥 근래에 본 책 중에선 이 가장 재미있었다.

신림동 캐리: 후배 개발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이트는?
권정혁: 첫 번째로 http://littlebigdetails.com이다. 개발 사이트는 아닌데, 이런 것을 자주 보는 게 개발자로서의 주가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http://highscalability.com인데 개발 관련 사이트 중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내용과 뉴스를 다루기 때문에, 개발자가 챙겨봐야 하는 사이트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권정혁: 레고 10230 미니모듈러.
신림동 캐리: 천천히 만들고 계신가?
권정혁: 물론이다.

신림동 캐리: 호감이 가는 IT 회사는?
권정혁: 엄청난 기술 기반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Netflix! 레진코믹스의 롤 모델이다. 넷플릭스가 창업한 지 17년 만에 저 위치에 올라갔는데, 우리는 절반 이하의 시간으로 그 위치에 올라 가보려고 한다.
신림동 캐리: 어떻게 보면 요즘 표현으로 패기가 넘친다고 해야 하나… 그럼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권정혁: 100점 만점에 70점. 평균이 50~60점이라면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본인은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는지?
권정혁: 내 블로그에 스스로 ‘엉뚱한 개발자’라고 써놨다. 그냥 엉뚱한 것을 만들어내길 좋아하고, 엉뚱하지만 누군가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뭔가를 개발하는 걸 좋아하는 개발자다. 엄청난 코딩 실력을 갖췄다기보다는 결과를 빠르게 잘 만들어내는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권정혁: 재능이 중요하긴 하다.
신림동 캐리: 중요하긴 한데?
권정혁: 근데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나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렇게 살아오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호기심이다.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빠져들 때 열정이 생기고, 그 열정으로 디테일까지 고려하고 채우게 될 때 개발자로서의 경쟁력이 생기더라.
신림동 캐리: 모 세미나에서 ‘닭튀김 수렴공식’이 들어간 슬라이드를 발표하셨는데, 아직도 한국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 요즘은 카페인가?

권정혁: 예전에 올렸던 ‘닭튀김 수렴공식’ 슬라이드가 계속 회자되던데, 나는 그 공식을 검색엔진 최적화(SEO)라는 기술을 알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던 것이라는 걸 이 자리 빌어 외치고 싶다. 국내에서 호호백발 개발자가 없는 이유는 경험 많은 개발자가 창업해서 그 회사의 오너/대표로 남아 있는 IT 기업이 국내에 많이 없기 때문일 거다. 경험 많은 개발자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어렵거나, 인정하게 되더라도 매니저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 조금씩 개발자가 활동하기 좋은 그런 회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런 개발자들이 오너/대표가 되는 상황이 나오면 앞으로 점점 한국에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와 삶의 질이 더 좋아질 거라 본다. 다른 이야기지만 레진코믹스도 평균 연령이 38세다. 10년 차 개발자가 막내!

사무실에서는 맥북 프로 레티나와 27인치 모니터를 쓴다.
스마트폰은 아이폰5S와 넥서스5가 있다.

좌측에 2011년형 맥에어가 한 대 있는데, 예전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통째로 들이부어서 고장 났다.

근데 한참 묵혀뒀더니 혼자 부활하셨다. 충전은 안 되는데 전원을 꽂으면 사용할 수 있더라.

요즘은 맥 예전 OS용을 세팅해 회사 머신과 같이 쓴다.

명작을 넘어 어썸피스를 추구하는 어썸피플이 가득한 어썸한 회사, 어썸피스

조승연: 신림동 캐리님과 인터뷰하면 솔로가 된다면서요?
신림동 캐리: 아니 웬? 처음 듣는 소린데요?
조승연: 저는 뭐 솔로니까 괜찮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에 강력하게 대응하고자 페이스북에 이 대화를 올렸더니 아래에 ‘그러고 보니 저 신림동 캐리님과 인터뷰하고 솔로가 됐어요.’라는 개발자분들의 덧글이 줄줄이 달려 오히려 역공을 당했는데요. 나의 신림동 캐리는 그렇지 않아!

아무튼 스마트폰 가진 분이라면 ‘내가그린 기린그림’이라는 게임을 해보셨거나 들어보셨을 겁니다. 스마트폰에 그림을 그려 친구가 알아맞히게 한다는 신개념 퀴즈로 2천만 다운로드를 넘긴 국민게임이죠. 어썸한 사람들이 어썸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인 어썸피스에 찾아가봤습니다. 어썸피스 사무실이 낙성대역이라 집에서 가까워 좋더군요.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어썸피플: 안녕하세요.

왼쪽에서부터 정구승 사업기획, 송해연 UI 디자이너, 김원배 개발 팀장, 권태현 COO

대표님이 찍어서 보내주신 사진인데 왠지 다들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사진이 다시 쓰이는 일은 없었다.’는 명대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 일이 로켓펀치 블로그에서도 일어날 뻔했는데요. 긴장을 놓지 말고 계속해서 인터뷰를 읽어주시죠.

신림동 캐리: 어썸피스가 낙성대역에 있어 출근하다 들렀다.
어썸피플: 환영한다.
신림동 캐리: 바로 위층이 저번에 인터뷰한 ‘부탁해‘인데 서로 알고 지내나?
어썸피플: 아니….
신림동 캐리: 이웃사촌인데 떡도 돌리고 인사도 하고 그래라….

신림동 캐리: 소문을 듣자하니 김재우 CEO님이 스카웃의 달인이라 하시더라.
김재우: 스카웃이라고 하긴 거창하고 그냥 줄기차게 쫓아다녔다.
신림동 캐리: 눈에 포착한 인재는 꼬드기고 붙잡고 납치를 해서라도 반드시 어썸피스로 데리고 오신다던데 다들 어떻게 여기 오게 되셨나?
권태현: 대학생 때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 소속이었는데 거기서 알게 된 지인이 재우 형을 소개해줬다. 재우 형은 첫 만남에서부터 어썸피스의 비전,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모습, 회사가 하려는 것 등을 제시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을 가지게 되어 어썸피스에 들어오게 되었다.
김원배: 대학교에 들어가서 ‘컴퓨터 공학부에 왔으니 게임 한 번 만들어봐야지!’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들어간 동아리가 서울대 게임 개발 동아리(SNUGDC)였고 거기서 재우 형을 만났다. 당시에 재우 형은 네오플에서 던파2를 만들다가 학교를 마치기 위해 복학한 상태였고, 창업을 생각하고 계셨다. 그래서 게임 개발 동아리 내에서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찾고 계셨는데, 재우 형의 창업 아이디어에 꽂혀서 함께 일하게 됐다.
신림동 캐리: 아이디어가 어썸하던가?
김원배: 회사의 비전을 보고 같이 일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재우 형이 ‘그림으로 말해요’라는 실시간 그림 게임의 시안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 ‘아….’하고 탄식했다. 스마트폰에 무슨 해골 그림을 그려놓고, 이걸 앱 공모전 기획서에 넣는다고 했는데 그때만 해도 미래가 안 보였다. 그래서 망하겠구나 했는데 나중에 그게 ‘내가그린 기린그림’이 되어서 나름대로 잘 됐다.
신림동 캐리: 인생과 시장은 알 수가 없는 거야….
송해연: 나는 대학교 동기의 추천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 친구가 원배님이 말씀하신 서울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에서 소속이었거든. 내가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서 합류하게 됐다.
정구승: 나는 개발 팀장인 원배와 기숙사 룸메였다. 그것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원배가 SNS/플랫폼을 만들어보자고 꼬셔서 들어왔는데 그 프로젝트가 뒤집어졌다.
신림동 캐리: 나쁜 친구네.
정구승: 그리고 내가그린 기린그림 사업기획 총괄을 맡았는데 그건 또 잘됐다.
신림동 캐리: 좋은 친구네.
정구승: 그렇게 지금은 신규작인 궁디팡팡 사업 운영 담당을 맡고 있다.

정리하자면 어썸피스는 서울대 게임 개발 동아리(SNUGDC)와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 멤버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스타트업입니다. 김재우 CEO님은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 네오위즈에서는 병역 특례를 하며 운 좋게 실력 있는 분들을 만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나이브하게 말씀하셨지만 스카웃 내공이 장난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회사 이름이 ‘어썸피스’다. 어떻게 보면 참 패기 넘치는 이름인데 어썸피스의 어떤 부분이 어썸한가?
김원배: 어썸피스는 새로운 툴과 라이브러리에 대한 전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떤 툴 보다 더 좋은 툴이 있고, 대체 가능하다면 항상 시험해본다. 예를 들어 DB면에서 RDB의 어떤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좋은 NoSQL이나 In Memory Cache를 보면 구글링이나 벤치마킹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찾아보고 대체한다. 지금 같은 빠른 기술 전환의 시대에서는 개발자도 컨텍스트 스위칭이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기술과 스킬을 3년 뒤에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새로운 것을 앞서 적용하는 진보적인 특색이 어썸피스의 어썸한 면이 아닐까 싶다.
권태현: 편안한 자리와 좋은 장비 제공 같은 건 기본적인 거니까 제쳐두고서라도 어썸피스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영혼 있는 코딩을 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또한, 뛰어난 개발자가 많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개발적인 면에서 성장할 수 있다. 하나의 코드를 짜더라도 영혼이 담겨있기 때문에 결과에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신림동 캐리: 아까부터 영혼을 자꾸 강조하시는데 다른 회사는 영혼less하다는 것인가? 이상한 수식어 붙이지 말고 돌직구로 어썸피스의 어썸한 면을 말해달라.
권태현: 아, 이건 비밀인데… 놀 줄 아는 개발자가 많아서 개발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어썸피스 인터뷰 전에 개인 프로필을 받았는데 권태현 COO님은 ‘여자친구가 많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사실인가?
권태현: 오해다. 지금은 한 사람에게 올인하고 있다.

그리고 권태현 COO님은 이 인터뷰 이후 풀베팅한 그녀와 헤어지셨다고 합니다만 저와 인터뷰했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신림동 캐리: 어썸피스는 디자이너에게 이런 어썸한 도구를 제공한다!
송해연: UI 작업을 개발팀에 전달할 때 이미지 위치를 잡거나 애니메이션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팀에서 뚝딱 만들어주어서 감탄했던 적이 있다.

신림동 캐리: 그건 정말 어썸한데?

신림동 캐리: 내가그린 기린그림은 AWS(Amazon Web Services)를 통해 개발하신 걸로 알고 있다. 어썸피스에게… 아마존이란?

김원배: 내가그린 기린그림을 출시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이 게임을 많이 좋아해주실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카카오톡 게임도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모든 게 불확실했다. 이 변수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구글 검색을 했는데 AWS 클라우드란 걸 이용하면 수많은 트래픽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Zynga나 Dropbox 같은 기업도 아마존을 활용한다더라. 그래서 AWS를 통해 게임을 런칭했는데 내가그린 기린그림에 하루 최대 DAU가 100만 명까지 몰려도 서버는 별 무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AWS는 어썸피스에게 은혜로운 구세주 같은 역할이었다.
신림동 캐리: 내게 강 같은 아마존!
김원배: 내가 만약 보수적인 개발자라 IDC로 서비스를 시작했었다면, 아마 지금 더 못생겨졌거나 늙었을 거다.
신림동 캐리: 나는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 사람이니 노코멘트하겠다.

AWS가 우리 원배님의 미모를 지켜줬어요.

신림동 캐리: 아, 내가그린 기린그림에 원배님이 사고 하나 치셨다던데?
김원배: 내가그린 기린그림 기능 중에서 ‘인기 그림’이라고 사람들에게 친구의 그림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서버를 점검하던 중에 로직을 수정하다 약간의 버그가 있는 상태로 서비스를 재개했는데, 그때 게임에 접속 중인 유저들에게 내 샘플 그림을 전송해버린 거다.
신림동 캐리: 뭐 버그는 언제나 있는 일 아닌가?
김원배: 문제는 내가 평소 주변이 인정할 만큼의 악필에 그림도 엄청나게 못 그리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래서 내 그림에 욕설이 난무하고, 게임 고객센터에 항의 메일이 엄청나게 쏟아지게 되었다.
신림동 캐리: 사용자들이 욕하고 항의할 정도의 그림 실력이라니….
김원배: 더 웃긴 건 그 이후로 네이버에 내가그린 기린그림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기린그림 김원배’가 떴다. 그때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림을 안 그리고 있다.
신림동 캐리: 어썸피스에 자기계발비 있으면 원배님 미술학원에 좀 보내주세요.

신림동 캐리: 개발 팀장인 원배님이 이상한 프로그램으로 유명하시다고 들었다.
권태현: 원배가 한국 동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신림동 캐리: 막 서코 가면 존잘로 칭송받는다던데?

원배님은 수능 보기 전인 고3 여름방학 때 심심하다는 이유로 비주얼 노벨/텍스트 어드벤처용 게임 엔진 ‘네코노벨‘을 개발하셨습니다. 만든 목적은 뭔지 모르겠지만 결국 이 네코노벨은 미연시 등의 동인게임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는데 당시 배포한 닉네임이 ‘하앙’이었다니 그렇게 될 운명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합니다.

신림동 캐리: 디자인 UI의 컨셉은 어떻게 잡나?
송해연: 관련된 서비스나 필요한 컨셉의 이미지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 그중에서 게임의 컨셉에 어울릴 만한 요소를 뽑아낸다. 그리고 게임에 맞게 요소를 다시 재구성한다. 주로 다른 앱이나 모바일 게임 UI를 많이 참고하지만, 그 외에도 이미지 연상에 도움이 될 만한 컨셉의 사진이나 디자인에서 도움을 받는다.

신림동 캐리: 나는 인터뷰 발행할 때마다 친구들이 메시지로 ‘야, 만나보니 어때?’하고 물어보고 덧글로 바로 피드백이 온다. 어썸피스분들은 자신이 만든 게임을 대중교통에서 누군가 하는 걸 볼 때 어떤 기분을 느끼시는지?
권태현: 소름 끼치게 행복하다. 내가 지향하는 게임이 간단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거든. 그래서 대중교통에서 잠깐이라도 짧은 시간을 즐기고 계신 분들을 보면 내가 원하던 바를 이루고 있구나 싶어 뿌듯하다.
송해연: 예전에 지하철에서 내가그린 기린그림을 같이 즐기는 커플을 봤는데 어떤 그림을 그리시는지 궁금해서 계속 흘끔흘끔 쳐다보게 되더라. 그리고 게임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실까 궁금해 마음 졸이며 계속 귀 기울였다.
정구승: 당연히 기쁘고 뿌듯한데 난 사업기획 담당이니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재미있으시냐, 어렵진 않냐, 결제는 하셨냐 등등이 궁금하다. 하지만 당연히 참는다.
신림동 캐리: ‘결제는 하셨냐?’에 볼드 넣어드려야 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아까 어썸피스 게임은 개성이 있다 하셨는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정구승: 내가그린 기린그림의 네이밍을 예로 들자면 처음에는 평범한 가제였는데 2% 부족한 것 같아 회사 사람들이 모여 드립을 치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대로 굳어졌다. 이후에는 이런 식으로 브레인 스토밍을 해서 네이밍을 한 다음에 디자인을 잡는 등으로 컨셉을 정한다. 이름을 지은 사람에게는 최종 채택 상금이 있어서 다들 의욕적으로 드립을 친다.
신림동 캐리: 상금이라니… 외부인이지만 나도 참여하면 안 되나?

김재우: 온라인 게임에서는 재미있지만 모바일 게임 쪽에서는 구현되지 않았던 부분을 많이 찾아본다. 게임도 시대에 따른 흐름을 살펴보면 유저가 좋아하는 코드가 있고 그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더라. 우리는 아직 스타트업이라 대규모 게임회사가 만드는 블록버스터급 게임과는 대결이 안 된다. 그래서 틈새를 노리는데 어떻게 보면 그 부분이 우리의 개성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대규모 게임회사라고 하시니까 말인데 김재우 대표님은 네오플에서 병역특례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그게 지금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김재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네오위즈에서 병특을 했었는데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네오위즈가 한참 잘 되고 있을 때라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었거든. 뭔가 사내에도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고 모두들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는 느낌이 정말 좋았었다. 그곳에서 같이 일했던 몇명과 지금의 어썸피스를 같이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신림동 캐리: 만약 게임회사에서 병특하지 않고 군대를 가거나 대학원을 갔다면 어땠을까?
김재우: 경험 면으로나 기회 면으로나 병특을 안 했다면 지금처럼 창업할 생각은 못 했을 것 같다. 정부에서 2014년부터 학사병특을 없앴는데 그 여파로 IT와 게임업계에 창업 기회가 많이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다.

신림동 캐리: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 건가?

김재우: 어썸피스가 만든 게임인 ‘그림으로 말해요’라든가 ‘내가그린 기린그림’, ‘궁디팡팡’, ‘펠리컨폴’, ‘퍼즐앤두더지’ 모두 시장에서 처음 도전하는 장르다. 요즘 모바일 게임계에서 표절 논란이 많은데 우리는 어썸피스만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 어떤 분으로부터 ‘어썸피스에서 만든 게임은 뭔가 개성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아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내가 느낀 최대의 찬사였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썸피스만이 만들 수 있는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가고 싶다. 아, 그리고 어썸피스는 병특 이직도 받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SNS@awesomepiece.com로 연락 달라.

김원배: 2014년은 네트워크가 화두가 되지 않을까 한다. 손에 있는 LTE 스마트폰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의 게임을 제작해 혼자서 노는 게임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게임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리고 다들 주류 장르를 따라 만들 때, 어썸피스는 더욱 남들과는 색다르게 리듬을 타는 참신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어썸피스 인터뷰를 마치고 1주일 뒤에 김재우 대표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어제 저희 사무실 실외기가 폭발해서 일하다 팀원들은 탈출하고 소방차가 와서 겨우 불을 껐습니다.
빠르게 불이 잡혀서 다행이었지만, 자칫 건물을 홀라당 태워버릴 뻔했습니다.
불이 나면 대박이 난다던데 로켓펀치와 인터뷰하고 올해가 기대되네요.

어썸피스 직원분들 모두 신속히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만, 자칫하면 이 인터뷰는 슬램덩크의 단체 사진처럼 ‘이 사진이 다시 쓰이는 일은 없었다.’가 될 뻔했네요. 과연 이것은 신림동 캐리의 저주일까요. 아무튼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