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1

이 인터뷰는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키보드는 무엇을 쓰는가?
이강산: 회사에선 리얼포스, 집에선 HHK2PRO.

신림동 캐리: 크롬과 파이어폭스 중에선?
이강산: 당연히 크롬!
신림동 캐리: 그럼 VIM과 EMACS 중에선?
이강산: VIM!

개발자에게 VIM은 사랑인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을 잘하기 위해 하는 개인적인 노력은?
이강산: 특별히 없는데,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한다든가 알고스팟에서 문제를 풀어본다든가 일에 관련된 논문을 읽어본다든가 페이스북에서 새로 만든 API를 까본다든가 생산성과 관련한 툴을 익혀보는 정도다.
신림동 캐리: 충분히 많다.
이강산: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걸거다.
신림동 캐리: 그럼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는?
이강산: irccloud.com, github.com에 주로 들어가고 잉여 시간에는 스택오버플로우알고스팟.
신림동 캐리: 개발하는 후배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이트는?
이강산: irccloud.com가 레알이다. 멘토를 찾는 개발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일단 IRC에 들어오시라구요.

신림동 캐리: 그럼 개발자한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이강산: 터치 많이 안 하는 회사? 아니 그거보단 좋은 엔지니어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는 회사!
신림동 캐리: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해달라.
이강산: 개발자에게 회사가 비싼 키보드와 편한 의자를 주는 이유가 뭐겠는가?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겠지? 이거 저거 사내 복지를 많이 해주는 것도 좋지만, 개발자 입장에선 어떻게 일하는 게 최고 효율을 낼 것인가 잘 파악하고 있는 회사가 최고다. 개발자를 쥐어짜내봤자 결과물이 잘 나올 리가 없다. 엔지니어를 리소스로 본다면 제대로 못쓰고 있는 거다.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인구도 없는데 징병 찍고 있는 거지.
신림동 캐리: 같이 일하는 동료 면에선?
이강산: 개발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울 게 많은 환경이다. 내가 언제나 자극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고 나보다 뛰어난 개발자가 많은 거. 그래서 개발자 채용이라든가 면접에서 항상 화두가 되는 게 ‘어떻게 하면 개발자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보이고 좋은 개발자를 뽑느냐?’다.
신림동 캐리: 엔써즈에서 면접도 보시는 걸로 아는데, 어떤 기준으로 개발자를 뽑으시는가?
이강산: 개발자의 실력을 줄 세우기는 어렵다. 코딩 전혀 못하는 개발자를 걸러내는 것이 서류만으로는 잘 안되더라.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하는 건 사실 개발자의 실력과 크게 상관이 있지 않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개발자 한 명을 면접 보느라 3~4시간이 걸렸다. 키보드를 주고 코드를 만들게 한다거나, 함께 페어 프로그래밍을 한다거나 하면서 말이지. 근데 면접을 계속 보다 보니 기준이 완화된 것도 있고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 요즘은 자료 구조나 알고리즘 등을 중심으로 물어본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한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거 있나?
이강산: 회사에서 인터넷이라든가 휴대폰을 팔아오라고 영업시키는 건 진짜 별로다. 개발자는 개발을 해야 가장 적합하지. 만약에 개발자 중에 한 명이 생수통을 옮기는데 엄청난 소질이 있어서 그걸로 돈이 한 1억 벌리면 그거 해야지. 근데 그거 아니고서야 개발자에게 괜히 딴 일을 시킬 필요가 있나 싶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좋은 개발자의 조건은 뭘까?
이강산: 예전에 S군이 술 마시면서 같은 질문을 하길래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때도 그렇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걸 알면 내가 이미 좋은 개발자가 됐겠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 ‘최후의 질문’ 아나?
신림동 캐리: 읽었다.
이강산: 오, 그러면 말이 통하겠군. 그 소설과 비슷하다. 좋은 개발자가 뭔지 앞으로도 영원히 질문만 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그래도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지향하는 게 있지 않나?
이강산: ‘일신우일신’을 실천하는 거다. 개발자로서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신림동 캐리: 그런 의미에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이강산: 떠넘기는?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선천적인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이강산: 글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열정이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그놈의 열정. 그럼 자신이 스타트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이강산: 개발자를 재교육하는 기관이랄까. 훌륭한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따라갈 길을 보여주고 싶다. 돈을 아주 많이 번다면 장학 재단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신림동 캐리: 다른 개발자에게 궁금한 거 있나?
이강산: 공부하는 걸 뭘로 정리하는지 일단 궁금하고, 비트코인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신림동 캐리: 개인적으로 궁금한 개발자가 있다면?
이강산: 홍민희 씨가 궁금하다.

신림동 캐리: 마지막으로 할 말은?
이강산: 알프레드군 사랑해!

작업은 주로 서비스 백엔드에 사용하는 라이브러리/서비스 작성, API 서버 만들기, 장치에서 직접 신호 뽑아내서 이것저것 계산하기 등을 한다. 작업 머신은 회사, 집, 까페를 돌아가며 윈도, 리눅스, 맥을 섞어서 쓰며 코드를 만지는 작업은 모두 리눅스 서버에서 작업한다.

각 환경에서 ssh-client로 putty(Windows, gnome-terminal(Linux), iTerm2(Mac)를 사용하며 에디터는 vim(the ultimate editor!)를 사용한다. 원격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서버 간에 혹은 머신-서버 사이에 작은 파일을 주고 받는일이 많은데 매번 scp로 복사하다보니 손이 많이 가서 파일 전송은 환경 영향이 없는 dropbox를 사용한다.

아이디어 메모, 작업일지, 개인적인 번역, 읽어야 할 문서, 작성 중인 문서, 그 외 뭐든지 Evernote에 때려 넣고 있다.

코드웍은 원격으로 하고, dropbox, Evernote는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동작해서 환경 영향은 별로 없다. 그래도 카페에서 맥북 펼쳐놓고 작업할 때가 제일 편하고 능률도 높은 것 같다. 회사 컴퓨터도 맥으로 바꿀까 생각 중이다.

개발이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0

사람은 언제 자신이 행복하다 느낄까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행복’이란 단어를 듣게 됩니다. 그 정도로 행복은 모두의 관심사죠. 언제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해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이 제각각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행복은 크게 보자면 ‘인정’과 ‘가치’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인정은 외부로부터 오는 행복이고 가치는 내가 느끼는 행복이라고 하죠. 이 둘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면 사람은 만족스럽고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직장이나 학교에서 보냅니다. 그렇기에 직업은 이 인정과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죠. 업무 환경이나 프로젝트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저 사람은 개발하고 있을 때 정말 행복해 보여.’
주변으로부터 행복한 개발자라 불리는 엔써즈이강산 님이 일하는 법을 살펴봤습니다.

이름 혹은 닉네임: 이강산, D군
위치: 서울시 관악구
직업, 소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nswers Inc.
내 모바일 기기: 아이폰 4S
블로그: wiki.dgoon.net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이강산: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예전부터 개발자에게 궁금했던 게 하나 있다.
이강산: 물어봐라.
신림동 캐리: IE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강산: 생각이 없다. 그 정도로 존재를 잊고 산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결제할 때는 IE창 쓰지 않나?
이강산: 아이폰만 있으면 인터넷뱅킹하기에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이로써 ‘개발자는 IE를 싫어한다.’는 내 편견이 더 굳어졌군.
이강산: 그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존재를 잊고 살 뿐이다.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이강산: 알프레드드랍존, Autossh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에버노트는 안 쓰나?
이강산: 아, 에버노트를 빼놓다니! 에버노트는 이미 분신과도 같아서 존재 자체를 망각한 것 같다. 일단 개인 스케쥴이건 회사 일이건 다 에버노트에 때려 넣는다. 이렇게 업무를 기록해놓으면 연말에 인사평가 받을 때 편하더라.

신림동 캐리: 주로 어디서 작업하나?
이강산: 주로 회사다. 아니면 낙성대역 ‘재쿠와 콩나무‘ 카페에 죽치고 있다. 주변의 왁자지껄한 화이트 노이즈가 집중도를 올려주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일하면서 음악은 안 듣는가?
이강산: 화이트 노이즈면 충분하다.
신림동 캐리: 조용한 게 더 좋지 않나?
이강산: 적당한 소음을 더 선호해서 주변이 너무 조용할 때는 ‘rainymood‘라거나 홍대 카페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켜놓을 정도다. 중요한 건 주변이 시끄럽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이강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책상에 별거 없고 그냥 터미널에 키보드뿐이다.

신림동 캐리: 잠은 얼마만큼 자고 주로 언제 일하나?
이강산: 자는 시간은 대중없지만 대충 하루에 6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한 번에 몰아서 잔다기보다는 틈틈이 낮잠을 자서 피로를 푸는 편이다. 일하는 시간 역시 딱히 정해진 게 없다. 잘 되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는데 새벽에 아무래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주로 그때 일하게 된다.

신림동 캐리: 그럼 일하지 않을 때 하는 일은? ‘확산성 밀리언 아서’ 마니아시라고 들었다.
이강산: 확밀아는 접었다. 요즘은 주로 두 가지 덕질을 한다. 하나는 개인적인 취미 코딩을 하는 거고, 하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감상이다.
신림동 캐리: 진짜 코딩이 좋은가보다. 애니는 하루에 몇 쿨이나 보는가?
이강산: 몰아서 보는 타입이 아니고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본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좋아하는 애니는?
이강산: 안알랴줌.

그때 옆에서 ‘바케모노가타리!’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강산: 센죠가하라 히타기가 좋다.

신림동 캐리: 애니 좋아하시면 굿즈 같은 건 사나?
이강산: 2D는 모니터 속에 있을 때 의미가 있으므로 3D에는 관심 없다.
신림동 캐리: 그런데 여자친구는 있잖나.
이강산: 그럴 수도 있지.

신림동 캐리: 그럼 연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프라이스톤스 조민희 대표님이 ‘강산이 형은 종종 연애한다.’고 말씀하셨다.
이강산: 종종보다는 좀 더 자주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로서 연애의 어려움은 없나?
이강산: 직업이 개발자인 건 연애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는 야근이 많다거나 감정 전달 면에서 서툴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이강산: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야근이 거의 없다. 5년 전부터 해온 스터디 모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평일 저녁에도 종종 만난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 관련한 책은?
이강산: 스터디에서 <SICP> (Structure and Interpretation of Computer Programs / Harold Abelson, Gerald Jay Sussman, Julie Sussman 저 / MITPress)를 3년 동안 공부했다. 사람이 공부할 때 보통 계단식 학습 곡선을 따라가지 않나.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같은 업계에서 있는 선후배가 많은데 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비슷한 상황이나 한계에 부딪힌 경험이 있더라. 그런데 <SICP>를 읽으면서 ‘그 벽을 이런 방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세상에 이런 미친놈도 있구나’ 싶더라. 저런 경지가 있고 저기까지 가려면 이렇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준 책이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숫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본 기분이었다.
신림동 캐리: 이 책을 3년간 봤다고 하는데 그럼 몇 명이나 완수했는가?
이강산: 처음에 30명에서 시작해 결국 3명 남았다. ‘화요일 공부 모임’으로 바꿔 계속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 내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임이다.
신림동 캐리: 스터디 모임이 있는 화요일은 데이트를 잡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럼 여자친구와의 기념일보다 우선순위가 높은가?
이강산: 기념일이 있으면 하루 정도는 여자친구 먼저로 해야지.

신림동 캐리: 잠깐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단답형 질문을 하겠다.
이강산: 해봐라.
신림동 캐리: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시리즈 중에서?
이강산: 둘 다 별로고 닌텐도DS!
신림동 캐리: ‘내 인생의 게임’이라 부를만한 것이 있다면?
이강산: 파이널 판타지 3!
신림동 캐리: ‘내 인생의 히로인’은?
이강산: 그런 거 없다.
신림동 캐리: 거짓말인 거 다 안다. 그냥 말해라.
이강산: 호무라!

신림동 캐리: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 중에서는?
이강산: 커피! 더치 커피와 아메리카노!

신림동 캐리: 즐겨듣는 팟캐스트는?
이강산: 작년에 벤처야설, 요즘은 짬날 때마다 TED Talk 비디오 하나씩.

신림동 캐리: 호감이 가는 IT 회사는?
이강산: 내가 쓰는 툴을 만든 회사지. 일단은 드롭박스에버노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나도 남이 유용하게 쓸만한 툴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신림동 캐리: 그럼 구글이 없으면?

이강산: 없어도 된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 엔써즈는 이런 점이 좋다?
이강산: 출퇴근 시간이 딱히 없고 훌륭한 엔지니어가 많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구매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이강산: dgoon.net의 도메인.

신림동 캐리: 하드웨어는 어떻게 갖추고 있나?
이강산: 회사가 24시간 돌아가는 서비스를 하다 보니 비상 상황을 대비해 언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노트북은 무거우니까 아이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신림동 캐리: 브라우저 플러그인은 어떤 걸 쓰고 있나? 혹은 다른 개발자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이강산: 순서대로 Imideo, Clearly, Vimium, SwitchSharp.

이미디오 빼고는 크롬 앱스토어에서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POSTMAN은 정말 최고다. 개발자라면 쓰세요. 두 번 쓰세요!

신림동 캐리: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이강산: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세트> (구종만 저, 인사이트)를 스터디에서 함께 읽고 있다.

신림동 캐리: 나 스스로 개발자로서 점수를 매기면?
이강산: 7이 두 개라서 77점. 너무 후한가?
신림동 캐리: 77점이면 C 학점이다.
이강산: 반올림하면 100점인데?
신림동 캐리: 그런 반올림이라니 사사오입이 좀 심한데!

이강산 님이 말하는 좋은 개발자의 조건과 포괄적인 개발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행복한 개발자, 이강산 1‘로 이어집니다.

일 끝나면 남 같은 회사, 프라이스톤스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입니다. 저번 주에 제가 프로그램스 인터뷰를 했었죠. 사실 그 날은 제 여름 휴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 못 하고 프로그램스와 인터뷰를 잡은 거죠. 게다가 카메라를 회사에 놔두고 간 덕분에 회사에 들렀다가 신사역에 있는 프로그램스까지 갔었죠. 덕분에 하루가 날아갔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대표님이 ‘디자이너 뽑게 우리 회사 소개나 한 번 해봐라.’ 하셔서 저희 프라이스톤스를 소개해볼까 해요. 날도 더운데 나가기 싫어서 한 번 날로 먹어보려는 속셈은 아니에요.

어차피 다들 로켓펀치가 뭐하는 건지 프라이스톤스가 뭐하는 회사인지 제가 왜 여기 들어와서 이러고 있는지 궁금하시잖아요. 안알랴줌이 아니고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프라이스톤스 조민희 대표, 김동희 CTO, 여왕벌 신림동 캐리, 사원 S를 인터뷰하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반갑다.
조민희: 반갑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러 왔는데 음료수 한 잔 안 주나?
조민희: 드리겠다.
신림동 캐리: 필요 없어.

신림동 캐리: 그럼 프라이스톤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뭐하는 회사인가?
조민희: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트업 위키피디아 ‘로켓펀치’와 클럽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클럽믹스‘를 운영하는 회사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가 유명하긴 유명한데 뭐하는 회사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조민희: 스타트업이 자기 회사 소개와 채용 정보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정보 백과사전이다. 스타트업에서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인맥도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구인/구직 정보’ 웹사이트로 시작해 ‘한국형 스타트업 DB’을 구축했고 현재는 스타트업 기업의 문화를 만들고 소개하는 중이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프라이스톤스에 디자이너로 들어가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조민희: 클럽믹스와 로켓펀치 웹 및 모바일 UI/UX 디자인을 담당하시게 된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서 클럽믹스는 별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로켓펀치보다 클럽믹스가 효자라던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처지인가?
조민희: 아니다. 클럽믹스는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클럽 어플이 되려고 하고 있다.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신림동 캐리: 디자이너로 지원하는 분께 프라이스톤스를 어필하자면?
조민희: 우리 회사는 무엇보다도 개발에 뛰어난 회사다. 거기에 주력하고 있고 앞으로 더 유명해질 거라 본다. 그러니까 빨리 로켓에 올라타시라.
신림동 캐리: 회사의 개발 실력이 뛰어난 게 디자인 작업에 무슨 메리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조민희: 디자인을 하다 보면 개발 능력에 부딪혀 디자인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이때 개발 능력이 좋으면 디자이너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을 줄여 자신의 결과물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점이 디자이너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우리 회사 개발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신림동 캐리: 많고 많은 스타트업 회사 중에서 프라이스톤스의 기업으로서의 장점은 뭔가?
조민희: 스타트업은 불확실하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임금도 적고 복지도 별로다. 하지만 대기업의 편안함을 두고 불확실성과 싸우는 이유는 스타트업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난 대기업에서 인턴과 병특을 경험했고 실제로 대기업에 들어갈 기회도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가치를 통해 내 삶에서 의미를 실현하고 싶었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그 의미가 뭔가?
조민희: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신림동 캐리: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니 거창하고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조민희: 나와 동희(프라이스톤스 CTO)가 중단한 프로젝트가 몇 개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또는 ‘남들이 한다던데 우리도?’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뭘 원하고 어떤 게 도움되는지에 대한 고려는 진지하게 해보지 않은 거다. 그러니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고 또 그것이 도움되는 일을 하려 한다.

신림동 캐리: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 그 중단한 프로젝트 중에 스포츠 아나운서 김석류 씨가 멤버로 참여한 일이 있다고 들었다.
조민희: 예전 일이다.
신림동 캐리: 김석류 씨, 예쁜가?
조민희: 예쁘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프로젝트에서 아무 일이 없었는지?
조민희: 다들 공과 사를 구분하는 분위기였다.

여태까지 사내 커플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오피스계의 윤리 청정 지역 프라이스톤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분위기에 대해 자랑할 것은?
조민희: 대표라서 내 입으로 말하기가 난감하다.
신림동 캐리: 대표니까 말할 수 있는 것도 있잖나.
조민희: 이런 건 어떨까. 남들은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하잖는가.
신림동 캐리: 그렇지.
조민희: 우리는 ‘남 같은 회사’?

일단 퇴근하면 길에서 만나도 서로 모른 척하는 프라이스톤스입니다.

신림동 캐리: 진심인가?
조민희: ‘남 같은 회사’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프라이스톤스는 여느 스타트업 못지 않게 유연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재택 근무도 일부 가능하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능한 것은 멤버 수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업무에만 집중해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함이다.

신림동 캐리: 가족 같은 회사에 반대하나?
조민희: 굳이 사무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회식이나 야유회 같은 것도 거의 없다. 이런 게 남 같은 부분이다. 가족처럼 함께 있는 시간이 많고 친밀하게 지내는 게 업무의 효율을 올린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낮에는 타이트하게 일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지내는 게 개인의 생활 만족이나 성장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대표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 와서 개인의 발전을 회사가 관심 가지고 또한 그것이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조민희: 개인의 성장과 근무 환경의 개선이 끝없이 이루어져야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라이스톤스는 회사 내 R&R 설정에 있어 개인의 역량 향상을 반드시 포함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매주 주간 회의 때마다 개선점을 토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하나씩 착실히 개선해나간다.

신림동 캐리: 그렇다면 디자이너에게 프라이스톤스가 제안할 수 있는 매력적인 메리트는 무엇인가?
조민희: 업무에 필요한 장비는 최대한 지원해드릴 생각이다. 현재 디자이너를 위해 DELL 23인치 듀얼 모니터와 intuos 5 touch 타블렛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프라이스톤스의 지분을 드린다는 것이다. 창업자 레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을 좀 더 체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로켓펀치의 여왕벌 신림동 캐리를 신림동 캐리가 한 번 만나보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자기 소개 좀 부탁한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신림동 캐리다.


신림동 캐리: 명함에 여왕벌이라 쓰여있는데 이거 뭔가?
신림동 캐리: 말 그대로다. 우리 회사의 여왕벌이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 멤버가 모두 커플인데 홀로 솔로라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가?
신림동 캐리: 사실이다.
신림동 캐리: 그래서 여왕벌로 포장하고 있다는 소문 또한 있다. 사실인가?
신림동 캐리: 안알랴줌.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면 좋은 점은?
신림동 캐리: 나와 함께 일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그럼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면 나쁜 점은?
신림동 캐리: 나와 함께 일해야 한다.

신림동 캐리: 진지하게 대답해달라.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장점은 뭔가?
신림동 캐리: 일단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며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다. 또한 회사의 성장과 함께 개개인의 개성이나 발전을 매우 신경 써준다.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좀 아쉬운 부분은 뭔가?
신림동 캐리: 단점은 에어컨이 없다는 거다. 그 부분이 매우 크다.

혼자서 정신 분열하기도 민망하니 여기까지 하고, 신변의 이유로 익명과 모자이크를 요구하는 프라이스톤스의 최장 근속 사원인 S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관악산의 소문난 능력자인 S님이시니까 이런 저런 제의가 많았을 텐데 왜 프라이스톤스에 들어왔는가?
S: 모르겠다.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기 있었다.
신림동 캐리: 술 마시고 노예 계약서에 도장 찍었나?
S: 계약은 고사하고 왜 여기서 일하고 되었는가조차도 기억이 없다.
신림동 캐리: 치매도 아니고 대체 뭔가.
S: 모르겠다. 요즘 제정신이 아니다.
신림동 캐리: 에어컨이 없어서 그럴 거다. 그러면 프라이스톤스에 요구할 점은?
S: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조민희: 귀 막고 있겠다. 허심탄회하게 말해달라.
신림동 캐리: 귀 안 막으셔도 된다. 어차피 한 명 한 명이 아쉬워서 자르지도 못하시지 않나.
S: 별생각 없이 회사에 있다.

정말로 별생각 없이 계신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김동희 CTO를 만나보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능력이 탁월한 분이시라 들었다.
김동희: 별로 아니다.
신림동 캐리: 왜 프라이스톤스에서 일하는가?
김동희: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신림동 캐리: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S사라든가 L사라든가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김동희: 예전부터 자율성을 중시하는 편이라 회사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싫었다. 철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좀 하기 싫었다.
신림동 캐리: 그러신 거 치고는 공부를 좀 많이 잘하셨는데?
김동희: 공부는 좋았다.
신림동 캐리: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알았다. 아무튼 대기업은 가기 싫으셨단 거지?
김동희: 거기 가면 저녁이 없잖아. 그리고 늙어서까지 일하기 싫었다. 젊어서 바짝 벌고 나이 들면 놀고 싶었다.
신림동 캐리: 조민희 대표님과 대학교 동기, 병특 동기로 알고 있는데 오랫동안 잘 지내시는 것 같다.
김동희: 오래 알기도 했고 파트너쉽 부분에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성격의 문제를 떠나서 대충 봤을 때 이런 걸 하면 이렇게 되겠구나 하는 게 보이니까. 비전이 많이 다르면 부딪칠 수 있는데 그런 충돌은 사실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같이 사업하게 됐다.

신림동 캐리: 프라이스톤스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계신다. 프라이스톤스 개발팀이 사용하고 있는 환경에 대해 설명하자면?
김동희: 호스팅은 IDC에 설치된 서버 2대(Ubuntu 12.04LTS)와 Amazon EC2(Ubuntu 10.04LTS)를 사용 중이다. 웹 환경은 Nginx, uWSGI, FastCGI로 구성했으며, 배포에는 Fabric을 사용 중이다. 웹 개발은 주로 Python으로 개발하며 경우에 따라 djangoFlask를 사용한다. 일부 PHP로 작업한 경우에는 CodeIgniter로 개발한다. 그 외에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 푸시 서버를 위해 C++이나 node.js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DB는 Mysql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벼운 프로토타이핑이나 여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mongoDB를 사용한다. 세션 데이터는 Redis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Celery, RabbitMQ를 사용 중이고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Nagios를 사용하고 statsd, Graphite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수집, 처리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코드는 Bitbucket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가끔 로켓펀치에서 메일이 오던데 그건 어떻게 처리하나?

김동희: 이메일 발송은 뉴스레터를 발송하기 위해 Mailchimp를 사용하고 그 외에는 Gmail을 쓴다.

신림동 캐리: 두 분이서 회사를 이끌고 가고 계시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회사 운영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가?
김동희: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그렇다.
신림동 캐리: 우리 회사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동희: 미친 짓을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대해서는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생활이 어떻더라도 상관없다.
신림동 캐리: 사생활이라고 표현하니까 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그만큼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하겠다. 그럼 어떤 디자이너가 들어왔으면 좋겠는가?
김동희: 프라이스톤스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개발을 맡고 있고, 그 외에 개발 환경이나 개발 표준,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체계를 만들고 개선하고 있다.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을 늘 구하고 있다.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들어왔을 때 계속해서 향상심을 가지는 분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예뻐 보이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크리에이터나 메이커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우리 친구 아이가?’라는 공사 구분 없는 강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을까요. 일이 많아서 야근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상사와 동료 눈치 보며 야근하는 저녁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프라이스톤스는 개인과 일을 구분합니다. 또한 개인의 성장과 근무 환경의 개선을 끝없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조민희 대표님의 말씀대로 프라이스톤스는 ‘일 끝나면 남 같은 회사’입니다. 자신이 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앉든 눕든 서든 자신이 편한 방법대로 일하고, 일을 마치면 눈치 보지 않고서 집에 가죠.

일할 때는 효율성과 집중력을 발휘하고 일이 끝나면 집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프라이스톤스에서 스스로의 발전을 꿈꿔보세요.

프라이스톤스에서 디자이너를 구합니다. (자세한 구인 글 보러가기)

– 단순한 이미지 작업 외에 CSS/Javascript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를 찾고 있습니다.
– 현재 이런 분야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학습을 통해 그런 인재로 성장하고자 하는 분도 환영합니다.
– 실무 경험이 2년 이상 있으신 분을 선호합니다.

프라이스톤스

http://www.pristones.com/

설립일 : 2010-12-24 / 지역 : 서울시 관악구 / 투자 : 8,000만원
‘스타트업 위키피디아 – 로켓펀치’를 만들고 있는 프라이스톤스는 ‘별 일 없으면 일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세상에 행복을 선물하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자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했지요. 세상에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성원들부터 행복해야 한다…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회식은 배부르게 일은 민감하게, 프로그램스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타트업계는 ‘스타트업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업체가 서로 경쟁하며 커가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에는 구글독스를 통해 ‘5년 내 IPO 가능성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은?‘이라는 익명 설문조사가 등장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 가운데 유의미한 매출 없이도 기술력 하나로 가능성을 평가받은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케이큐브벤처스의 1호 투지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끈 ‘프로그램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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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가 프로그램스를 방문한 날은 하필이면 이사 직후였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이 평소보다 지저분한 점을 이해 바랍니다. 라고 하기엔 저도 처음 왔는데 평소에 어떤지 어떻게 알겠어요. 아무튼 오후 1시에 프로그램스를 방문하자 드라이어기로 젖은 머리를 말리고 계시던 김민석 마케팅/PR 담당자가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김민석 마케팅/PR, 박태훈 대표

오경윤 CTO, 김민석 마케팅/PR

좀 프리하게 나오셨죠? 제가 사진을 잘못 찍은 게 아닙니다. 인터뷰 스케쥴을 미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입고 나오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왓챠’ 잘 쓰고 있다. 반갑다.
박태훈: 나도 반갑다. 사무실이 어수선해서 부끄럽다.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에 인터뷰 간다고 하니 왓챠를 이용하는 많은 분이 질문주셨다. 자, 일단 서울시 중구에서 대학 선배 박모 씨가 ‘박태훈 대표님은 왜 요즘 그렇게 살찌셨나요?’라고 하신다.
박태훈: 대학교 때보다 15킬로가 쪘다. 회사에서 먹고 자기만 해서 그렇다.
김민석: 태훈 형이 고등학교 때는 막 복근도 있었다. 진짜다.
신림동 캐리: 방금 질문은 농담이지만 프로그램스는 먹을 것, 마실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 보다.
김민석: 실제로 잘 먹인다. 점심을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마치고 술 마시는 것도 회사가 쏜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한다고? 한 끼에 얼마까지인가?
오경윤: 원래는 만 원 정도까지인데 만 원 넘어도 그냥 넘어간다.
신림동 캐리: 강남 물가 고려해도 만 원은 확실히 점심으로 꽤 관대한 가격이다. 프로그램스 돈 많은가보다.
박태훈: 민감한 이야긴데, 그렇진 않고 그냥 회사 구성원에게 최대한 투자하려고 한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이면 눈치 보지 말고 다 사라고 한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건 지원해주려고 하지.

신림동 캐리: 혹시 의자라든가 키보드라든가 자랑할만한 게 있나?
박태훈: 자랑할 건 없는데 이 정도면 우리 형편에 넉넉하지 않나 정도로 생각한다. 개발자는 맥북 프로 15인치에 델 27인치 모니터니까 그럭저럭 괜찮은 환경이다. 의자는 좀 더 좋은 거 사주고 싶은데 아직 여유가 없다.
오경윤: 난 노리고 있는 책상이 있다. 허먼밀러사의 엔벨로프 책상 갖고 싶다.
신림동 캐리: 얼마길래?
오경윤: 한 200만 원?
박태훈: 아직은 그럴 돈이 없다.
신림동 캐리: 돈 많이 버세요.

신림동 캐리: 근데 뜬금없지만 왜 영화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는가?
박태훈: 영화 다들 좋아하잖아. 영화 안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
신림동 캐리: 나는 별로 안 좋아한다.
박태훈: 그런 사람은 처음 본다.
신림동 캐리: 난 만화책 좋아한다.
오경윤: 나도 만화책.
신림동 캐리: 난 프로그램스의 다음 서비스는 만화책 추천이 될 줄 알았는데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 가능성이 별로 없겠군.
박태훈: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대부분은 영화 좋아하잖아. 근데 영화 한 편에 2시간인데 재미없는 거 보면 짜증 나지 않나. 포털에 가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고 절차가 복잡해서 불편했다. 소소한 빡침이 쌓였다. 근데 주변 친구들에게 ‘이거 불편하지 않아?’하고 물으니 다들 안 불편하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평가한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친구 중에 영화 좋아하는 애들도 많았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갑자기 영화 추천 서비스 하자고 했을 때 친구들이 합류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박태훈: 맞다. 처음엔 우리끼리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애들이 좀 긴가민가하더라. 이게 추천이냐 광고냐 둘이 대체 뭐가 다르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다. 대체 이게 될까 싶어하더라.
신림동 캐리: 반신반의한 서비스치고는 프로그램스 멤버의 소위 말하는 ‘스펙’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스타트업에 끌어들인 스카웃 노하우 좀 알려달라. 로켓펀치는 지금 디자이너가 없다.
박태훈: 별로 그런 거 없다.
신림동 캐리: 에이, 없을 리가. 술 마시고 노예 계약이라도 했나?
박태훈: 그게 가능한가?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했지!
김민석: 생각해보면 내가 술로 당해서 온 것 같은데?
박태훈: 친분으로 잠깐 발 담그게 한 다음에 들여앉힌 경우가 좀 있긴 하다.
김민석: 하루에 3시간만 도와준다고 파트 타임으로 왔다가 코 꿰인 친구도 있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민감한 이야기군.
박태훈: 처음엔 같이 놀자 이러고 데려왔는데 자기들도 재미있으니까 계속 있는 거지. 재미있게 일하는 게 중요한 거다. 삶의 질 문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일을 즐겁고 신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예전에 회사 다니면서도 느꼈었고 해서 그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일하는 거 말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미친 듯이 일하는 걸로 소문난 구성원들 이야기 좀 해보자. 개같이 치열하고 집요하다고 들었다. 이건 내가 봐도 존나 집요하다고 느낀 건 어떤 게 있는가?
박태훈: 왓챠 실행하면 나오는 이 동그라미 말이다. 이거 하나만 해도 수십 번을 수정했다.

신림동 캐리: 대체 왜?

박태훈: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으로도 의견이 엇갈렸고 동그라미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가 말았다가 온갖 의견을 다 반영했었다. 그래서 이거 하나 정하는 것도 엄청 오래 걸렸다. 동영상으로 찍어놨다.
신림동 캐리: 이거 인터뷰에 참고 영상으로 올려도 되나?
박태훈: 안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민감한가?
박태훈: 그건 아닌데, 찍어놓고 보니까 내 숨소리가 너무 크더라.

동영상을 틀어보았습니다.

신림동 캐리: 좀 민감한 것 같다. 넣지 않도록 하겠다.
박태훈: 아무튼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가 이렇다. 완벽을 추구한다.

신림동 캐리: 서울시 관악구에서 황모 씨가 ‘왜 별이 열 개가 아니라 다섯 개인가?’라는 질문을 주셨다. 그러게. 나도 별이 다섯 개니까 왠지 서너 개만 자꾸 반복해서 주게 되더라.
오경윤: 그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도 많이 고민했다.
김민석: 별 반 개를 가능하게 할까 생각도 했었다.
오경윤: R&D적인 측면에서 이리 저리 고려해봤다. 근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별을 열 개로 늘린다고 사용자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 특히 극단에 있는 것들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중간 단계 세밀하게 하는 것에 장단이 있어서 지금도 고민 중이다.

신림동 캐리: 구성원끼리 매우 친해 보인다.
박태훈: 그건 아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친하다.
오경윤: 좀 멀어지고 싶다.
김민석: 좀 민감한 이야기다. 보통 회사에선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르거나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지 않나. 우리는 친구 사이인 경우가 많다 보니 호칭이 제각각이라 초창기에 심각하게 회의까지 했었다. 결론은 ‘알아서 해라.’였지만 아무튼 친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더라.

신림동 캐리: 그럼 프로그램스 내에 사내 커플은 없나?
박태훈: 없다.
신림동 캐리: 의외다.
김민석: 없긴 한데, 아니 민감한 사항이니 넘어가자.
신림동 캐리: 이 회사는 왜 이렇게 민감해!
신림동 캐리: 회사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자유롭다고 들었다.
박태훈: 지금 보시면 알잖는가.
신림동 캐리: 아직 안 나온 건가? 밥 먹으러 간 게 아니고?
박태훈: 나도 방금 나왔잖아.
신림동 캐리: 점심 드시고 온 줄 알았다. 퇴근은 하나?
박태훈: 퇴근은 당연히 하는데 본인이 집에 안 가는 애들도 있다. 월급을 줄 게 아니라 월세를 받아야 하는데! 아무튼 자기 편할 대로 한다. 근데 개발자들이 늦게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점심 때쯤 슬슬 나온다.

신림동 캐리: 이게 침대방인가?
이충재: 그렇다.
신림동 캐리: 근데 이거 보여줘도 되나? IT계에 ‘침대와 샤워실 있는 회사는 도망가라.’는 면접에 관한 명언이 있잖아.
박태훈: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데이트 있으면 칼퇴근도 하고 그런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율이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서 사는 분위기 때문에 성비가 차이 나는 거 아닌가?
김민석: 아니다. 여자 개발자가 귀해서 그런 걸거다.
신림동 캐리: 아마도?
김민석: 아마도.

신림동 캐리: 직원의 커플과 솔로 비율은 어떻게 되나?
박태훈: 3:7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 오면 있는 애인도 도망가는 거 아닌가!
박태훈: 아니다. 정말 자기 자유라니까.
신림동 캐리: 민감한 질문해서 미안하다.

신림동 캐리: 전반적으로 일만 잘 하면 다 허용하는 분위기다.
박태훈: 그렇다.
신림동 캐리: 근데 그 일 잘한다는 건 어떻게 평가하나?
김민석: 민감한 이야긴데?
박태훈: 그런 거 잘 아는 방법 있으면 좀 가르쳐 달라. 부탁이다.
신림동 캐리: 하하하.
박태훈: 어차피 서로 같이 일하면 안다. 동료끼리의 평가를 믿는 편이다. 잘하면 서로 칭찬하고 못하면 술 마시면서 풀고 그러지. 회사 구성원끼리 친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신림동 캐리: 개발 환경은 어떻게 되나?
박태훈: 서버는 루비온레일즈로 개발하고, DB는 MySQL을 사용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cache를 위해 Memcached, 각종 세션 데이타는 Redis, 검색을 위해 Sphinx를 사용하고 있다. 추천을 위한 계산은 Python을 이용하고, 추천엔진과 웹서버 사이의 통신을 위해 Thrift를 사용하며 ZooKeeper 등을 이용해 분산처리를 위한 작업을 한다. 전체적으로 아마존 AWS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미지 부분은 S3+CloudFront를 썼다가 포스터 다운로드 속도를 위해 KT ucloud storage+CDN으로 바꿨다.

신림동 캐리: 연봉은 어느 정도 되나?
박태훈: 민감한 질문인데?
김민석: 민감한 문제다.
박태훈: 스타트업치고는 괜찮게 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중견 게임회사 초봉을 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선이었다.
신림동 캐리: 홈페이지에 ‘구성원이 서로를 진심으로 대한다.’고 써놨는데 대체 진심으로 대하는 건 뭔가?
김민석: 민감한 이야기인데?
박태훈: 굳이 말하자면 서로 가식이나 피상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거다. 근데 그런 이야기가 홈페이지에 있나?
김민석: 있는 것 같다.
박태훈: 없애야겠다.

신림동 캐리: 이제 인터뷰는 끝났고 사무실을 찍어야겠다.
오경윤: 사진 찍을 때 사무실 바닥 좀 잘 찍어달라. 굉장히 고생한 거다.
김민석: 공대생 셋이 난리를 쳐서 나온 배치도다.

꿀벌의 지혜를 빌렸다는 자리 배치입니다. 꼭 눈여겨 봐주세요.
포털이나 블로그의 영화 평가를 보고 극장을 찾았다가 도중에 나오고 싶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왓챠 덕분에 우리의 이런 낭패가 적어졌죠.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회식은 배부르게, 하지만 일은 민감하게 하는 프로그램스가 있으니 우리는 앞으로도 즐거운 것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거 불편하지 않아?’라는 작은 빡침으로 시작해 세상을 바꾸는 프로그램스의 행보는 계속될 테니까요.